지난 10월 5일,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 12 The Killers를 통하여 첫 내한 공연을 성공리에 마친 슈퍼 밴드 킬러스. 그들이 한국을 방문한지 얼마 되지 않아, 우리에게 다시금 반가운 소식을 전합니다. 오는 11월 11일, 첫 베스트 앨범이자 지난 10년 간의 히트곡을 수록한 <Direct Hits>를 발매하기로 한 것이죠. 또한 보컬리스트 브랜든 플라워스는 두 번째 솔로 앨범을 계획중이라고 합니다. 현재 세계 각국을 무대로 <Battle Born> 투어를 지속중인 킬러스의 근황, 지금부터 하나씩 살펴볼까요?

 

10년간의 집대성, 베스트 앨범 <Direct Hits>와 싱글 ‘Shot at the Night’

11월 11일 발매되는 킬러스의 첫 베스트 앨범 <Direct Hits>는 ‘Mr.Brightside’, ‘Smile Like You Mean It’, ‘Human’ 등 히트곡 13곡과 신곡 ‘Shot at the night’, ‘Just Another Girl’까지 총 15곡이 수록됩니다. 이 중 ‘Shot at the Night’은 국내에는 9월 23일에 싱글로 발매 되었지요. 밴드명과 곡 제목을 모스 부호로 표기한 프론트 커버가 인상적입니다. 이 곡은 프랑스 일렉트로닉 밴드 M83의 앤서니 곤잘레스(Anthony Gonzalez)가 메인 프로듀서로 참여하여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지난 여름부터 두 뮤지션의 협업 소식은 각종 매거진과 킬러스의 인터뷰를 통해 이슈화 되며 팬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지요.

‘Shot at the Night’은 킬러스 특유의 아련한 노랫말과 브랜든의 호소력 짙은 목소리, 그리고 M83의 웅장한 사운드 스케이프가 감각적으로 어우러진 곡입니다. 두 밴드는 킬러스의 <Day & Age> 투어를 동행하며 인연을 맺었다고 하지요. M83은 빌보드 일렉트로닉 차트 1위를 기록하기도 했으며 슈게이징과 포스트 록, 드림 팝 사운드로는 독보적인 팀입니다. 톰 크루즈가 출연한 영화 <오블리비언>의 OST에 참여하며 영화 음악 프로듀서로의 발판을 다지기도 했지요.

 

 

라스베이거스의 잠 못 이루는 밤, 신곡 ‘Shot at the Night’ 뮤직비디오

‘Shot at the Night’는 뮤직 비디오 또한 인상 깊습니다. 로보쇼보(Roboshobo)라는 별칭으로 알려진 LA 출신의 영상 디렉터 로버트 쇼버(Robert Schober)가 메가폰을 잡았지요. 그는 메탈리카, 그린 데이, 마이 케미컬 로맨스 등 많은 록 밴드들과 작업한 유명 감독입니다. 킬러스와는 컨트리 크리스마스 송 ‘Cowboy’s Christmas Ball’, 베이시스트 마크 스토머의 ‘Weary Soul’ 등의 뮤직 비디오를 작업하며 연을 이어가고 있지요.

‘Shot at the Night’ 뮤직 비디오의 특징 중 하나는 아리따운 여배우가 주연인 드라마 뮤비라는 점입니다.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 9번째 주인공, 팀 버튼 감독의 영화 <다크 셰도우>에 출연한 호주 출신의 배우 벨라 헤스콧(Bella Heathcote)이 지루한 일상에 지친 하우스키퍼(호텔 객실 청소 매니저)로 등장합니다. 상대역은 영화 <소셜 네트워크>, <인턴십>에 등장한 영국 배우 맥스 밍겔라(Max Minghella)인데요, 그녀에게 거짓말 같은 하룻밤을 선사하는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됩니다.

뮤직 비디오는 마치 한 편의 로맨스 영화같은 구성이 일품입니다. 배경은 브랜든 플라워스의 고향이자, 그가 많은 시간을 보낸 라스베이거스의 호텔이지요. 화려한 관광지의 밤과는 대조적인 하우스키퍼의 건조한 일상은 킬러스로 데뷔 전, 한 때 호텔 벨보이로 일했던 브랜든의 과거를 투사한 듯 합니다. ‘Give me a shot at the night, Give me a moment some kinda mysterious’ 등의 노랫말은 배우들의 연기와 어우러져 매 순간 애틋한 장면을 연출하지요.

 

베스트 앨범 <Direct Hits>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들

마지막으로 베스트 앨범 <Direct Hits>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들을 챙겨볼까요? ‘Shot at The Night’과 더불어 수록될 신곡 ‘Just Another Girl’은 킬러스의 오랜 파트너이자 세계적인 프로듀서 스튜어스 프라이스(Stuart Price)의 작품입니다. 그는 카일리 미노그, 마돈나, 펫 숍 보이즈 등의 뮤지션들과 작업하며 수많은 역작을 남겼지요.

디럭스 버전은 좀 더 알찬 선곡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Mr. Brightside’의 데모 버전과 <Battle Born> 앨범에 수록된 ‘Be Still’, 그리고 최근 UK 차트에서 마이클 잭슨의 기록을 갱신하며 화제를 이끈 댄스 뮤직 프로듀서 캘빈 해리스(Calvin Harris)의 ‘When You Were Young’ 리믹스 트랙이 수록됩니다. 절친한 스튜어트 프라이스부터 M83과 캘빈 해리스까지, 다양한 장르의 음악 프로듀서들과 교류하며 신의 흐름을 놓치지 않는 킬러스의 센스가 돋보입니다.

한 편, 브랜든은 최근 언론 인터뷰를 통하여 2015년경 두 번째 솔로 앨범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2010년 첫 솔로 앨범 <Flamingo>를 발표하며 화제를 모았는데요, 현재 진행중인 <Battle Born> 투어를 마치는 대로 내년에는 새 앨범 작업에 착수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동시에 집으로 돌아가 가족과 평범한 시간을 보내는 것에 대한 기대도 내비쳤습니다. 브랜든 뿐만 아니라 오랜 투어로 휴식이 필요할 킬러스 멤버들 모두가 머지않아 더 좋은 모습으로 팬들과 만나길 고대합니다.

 

2003년부터 2013년까지, 킬러스의 지난 10년을 결산한 <Direct Hits>는 전세계 팬들과 뜨겁게 호흡한 밴드의 지난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있습니다. 이번 앨범을 계기로 밴드가 팀의 결의를 다시금 다지고, 나아가 더 알차고 뜨거운 음악으로 우리와 오랫동안 함께 해주길 바랍니다.

 

 

현대카드 슈퍼 시리즈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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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그룹, 혹은 밴드가 팀 워크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솔로 활동을 펼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만큼 멤버들 간의 두터운 신뢰와 협력, 완급 조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따로 또 같이’, 오랜 시간 동안 팀 플레이를 유지중인 킬러스의 멤버별 솔로 활동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맨 중의 맨, 브랜든 플라워스의 가족 사랑
솔로 활동에 대한 언급을 하자면, 앞서 프론트 맨에 대한 이야기를 꺼낼 수 밖에 없겠다. 국내 팬들에게 일명 ‘브랜든 꽃’이라는 별명으로 불리우는 멤버 브랜든 플라워스. 그는 킬러스의 얼굴이자 목소리이며, 송 라이팅의 핵심을 담당하고 있다. 가창력, 쇼맨십 등 보컬리스트가 가져야 할 기본 소양뿐만 아니라 빼어난 비주얼과 스타일 등 스타성으로도 주목 받는 그. 이렇듯 무대 위에선 한없이 빛나던 한 스타의 가족사가 전면적으로 드러난 건 2010년의 어느 날이었다. 2년간 뇌종양으로 투병중이던 브랜든의 모친이 갑작스레 세상을 떠난 것이다. 이로 인해 그는 킬러스의 모든 스케줄을 취소하고 가족들과 함께 어머니의 임종을 함께 했다. 부모님은 어릴 적부터 그에게 피아노를 가르치는 등 늦둥이로 태어난 막내 아들이 음악을 업으로 삼는 것에 대해 항상 응원해주었다고 하니, 소중한 버팀목을 잃은 브랜든의 슬픔은 이루 말할 수 없었을 터.
부모님에 대한 그의 사랑은 2009년 발표된 킬러스의 싱글 ‘A Dustland Fairytale’에서 드러났다. 두 분의 만남을 신데렐라의 동화에 비유하며, 마치 본인이 직접 본 것처럼 회고하는 브랜든의 목소리는 이러한 사연 때문인지 한층 더 처연하게 들려온다.

 


The Killers – A Dustland Fairytale

같은 해 가을, 브랜든은 첫 솔로 앨범 <Flamingo>를 발표한다. 앨범과 투어로 정신없이 내달리며 살던 중, 어머니를 잃은 상실감과 창작욕이 긍정적으로 맞물렸던 것이다. 이는 특히 그의 고향인 라스베이거스에 대한 향수가 듬뿍 담긴 결과물로 발현된다. 앨범명 ‘Flamingo’는 라스베이거스의 고속도로에서 따온 이름으로, 그는 이 음반을 고향을 대표하는 앨범으로 만들고 싶었다고 전한다. 그의 인기를 반증하듯, 본 앨범은 영국 앨범 차트 1위로 진입하며 큰 주목을 받았다.
<Flamingo>는 톱 밴드 프론트 맨의 데뷔 앨범답게 참여진 또한 대단했다. 킬러스와 수많은 작업을 해오며 ‘킬러스 제5의 멤버’라는 별칭을 얻은 음악계의 거물 스튜어트 플라이스 외 다니엘 라노아, 브렌든 오브라이언 등 화려한 라인업이 프로듀서로 가세하였고, ‘Crossfire’의 뮤직비디오에는 샤를리즈 테론이 출연하였다. 한 편, 음악지 NME는 ‘오직 냉혈한만이 이 노래에 감동받지 않을 것이다’라는 극찬을 남겼다.
특히 앨범 수록곡 중 제니 루이스가 보컬로 참여한 ‘Hard Enough’는 브랜든이 아내 타나와 떨어져있을 때의 그리움과 애정을 가감없이 드러낸 곡으로 알려졌다. 20대 초 기부 숍에서 만나 비공개 결혼 후, 현재 슬하에 3명의 아들을 둔 브랜든 부부의 사랑은 팬들의 부러움을 살 정도로 굳건해 보인다. 한 편, 타나는 암 센터 기부 활동을 위해 삭발을 감행할 정도로 사회 공헌 활동에 대한 관심도 지대한데, 브랜든 또한 아내의 이런 점을 매우 존경한다고.

 

 

 


꽃보다 남자, 패션 아이콘 브랜든 플라워스
한 편, 브랜든은 유부남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모델 같은 프로포션으로 각종 패션 매거진의 아이콘으로 주목받고 있다. 2005년 NME Awards의 베스트 드레서와 가장 섹시한 남자, 2008년 GQ와 2011년 NME Awards의 가장 스타일리시한 남자, 그리고 2012년 Q Awards의 Idol Award 우승 등 노미네이트 된 것까지 합치면 손이 열 개도 모자랄 정도.
특히 트레이너와의 꾸준한 체형 관리로 늘 날씬한 몸매를 유지하는 그는 디올 옴므의 콜렉션 의상을 즐겨 입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앨범 <Day & Age> 투어 시에는 마치 70년대 록 스타를 연상시키는 깃털 재킷을 선보이며 자신만의 스타일을 확고히 했다.


혼자서도 잘해요, 킬러스의 솔로 활동 B-Sides
히트 앨범 <Day & Age>의 투어를 성황리에 마친 밴드는 휴식과 동시에 각자의 음악적 자유를 존중한 솔로 활동을 허한다. 브랜든 외에도 드러머인 로니 배누치 주니어와 마크 스토머도 각자의 음반을 작업하며, 킬러스와는 다른 느낌의 끼를 발산하였다. 2011년 공개된 <Big Talk>는 드러머 로니 배누치 주니어가 제이슨 므라즈, 미카 등 스타 뮤지션들의 음반 작업에 참여한 프로듀서 조 치카렐리와 함께 한 앨범. 로니는 여기서 킬러스에서의 포지션인 드럼 외 보컬, 기타, 베이스 기타, 키보드 등 모든 악기를 단독으로 소화해내며 눈길을 끌었다. 이 앨범은 Spinner, SPIN같은 음악 매거진에서도 여러 장점이 언급되며 훅과 멜로디가 인상적인 댄스 록 앨범으로 평가 받았다.
한 편, 같은 해 베이시스트 마크 스토머도 보다 블루스, 포크의 영향력이 짙은 솔로 앨범 <Another Life>를 발표했다. 그 또한 로니와 마찬가지로 보컬부터 프로그래밍까지, 모든 파트의 프로듀싱을 담당하는 ‘올 라운드 플레이어’를 자청했다. 이 앨범은 <Day & Age>의 투어가 끝나갈 때쯤, 호텔의 랩탑과 개러지 밴드에 저장했던 데모를 토대로 만들어졌다고. 한 편, 앨범에는 플라시보의 서포트 밴드로 참여했던 하울링 벨즈(Howling Bells)의 글렌 물과 조엘 스타인, 그리고 루이스 더 포틴스(Louis XIV)의 제이슨 힐이 참여하여 우정을 과시했다.

밴드가 오래간다는 건 분명 재능이다. 특히 이토록 수많은 이해 관계가 얽힌 뮤직 비즈니스 시장에서라면 더욱 그렇다. 적잖은 시간 동안 굳건한 의리와 우정으로 상호 협력하고 있는 킬러스의 모습은 ‘역시 빅 밴드답다’는 말과 함께 엄지 손을 치켜들게 한다. 언젠가 호호백발  뮤지션이 되는 그 날까지, 언제나 무대 위에서 팬들을 감동시키고 북돋아주는 치명적인 밴드 킬러스로 남아주기를!

 

 

현대카드 슈퍼 시리즈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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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 데뷔 이후 70년대 고딕 록, 80년대 신스 팝의 긍정적인 면을 수혈하며 자기만의 색을 구축한 밴드로 평가 받는 밴드, 킬러스. 10월 3일 단독 내한 공연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 12 The Killers’를 앞두고 그들이 유명 영화 감독 및 스타들과 협업해 온 뮤직 비디오를 감상해보며 이에 대한 흥미로운 비화들을 탐구해보자.

 

컬트 마니아들의 끈끈한 정, 킬러스와 팀 버튼


얼마 전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 9번째 시리즈로 내한한 그로테스크 감성의 대가, 팀 버튼(Tim Burton) 감독과 킬러스의 인연은 유독 돈독하다. 추측하건대, 이들이 친분을 쌓게 된 계기는 고스 록, 컬트 영화에 대한 독특한 취향때문은 아니었을까. 이는 그들이 함께 작업한 뮤직비디오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현재 각자 세계적으로 각광받는 스타 아티스트와 영화 감독의 위치임에도 불구하고, 70년대 컬트 마니아들의 구미를 자극할만한 요소들을 과감하게 드러내는 점이 보기 좋다.

 

The Killers – Bones


팀 버튼과 킬러스의 첫 작업은 2006년 2번째 정규 음반 <Sam’s Town>의 수록곡 ‘Bones’로, 뮤직비디오에는 사랑에 빠진 해골 형상의 남녀가 등장한다. 이는 마치 팀 버튼의 영화 <유령 신부>의 한 장면을 연상시키는데, 이 배역은 우리에게 익숙한 슈퍼 모델 데본 아오키와 미국 드라마 <90210>의 배우 마이클 스티거가 맡았다. 이 비디오로 팀 버튼은 2007년 NME Awards 베스트 비디오 상 수상의 영예를 안는다.

 

The Killers – Here With Me


이에 박차를 가해 두 번째 협업은 명작 영화 <가위 손>의 여주인공, 위노나 라이더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Here With Me’로 이어진다. 이는 킬러스의 가장 최근 앨범 <Battle Born>에 수록된 러브 발라드. 팀 버튼이 1935년 제작된 공포 영화 ‘Mad Love’에 영감을 받았다는 이 비디오는 인간과 마네킹을 오가는 위노나 라이더의 모습이 인상적으로, 이는 마치 그리스 신화에서 자신이 만든 피규어와 사랑에 빠진 조각가의 이야기를 다룬 피그말리온 이야기를 떠오르게 한다. 이렇게 연달아 팀 버튼과 두 작품을 함께 한 킬러스는 2012년 영화 <다크 섀도우>의 엔딩 송을 부르며 상부상조의 좋은 예를 보여주었다.


맨체스터 오타쿠들의 만남, 킬러스와 안톤 코르빈

 


The Killers - All These Things That I've Done


킬러스의 음악적 출발점이 포스트 펑크, 즉 80년대 영국 맨체스터 사운드에서 시작되었다는 건 그들의 음악에 관심이 있다면 쉽게 알 수 있는 사실이다. 사실 밴드명부터 뉴 오더의 뮤직 비디오 ‘Crystal’에 등장하는 가상 밴드에서 따왔을 정도로, 이들은 당시의 사운드에 상당히 경도되어 있었단다. 재미있는 점은 킬러스가 뉴 오더의 전신이 된 밴드, 조이 디비전의 프론트 맨 이언 커티스의 전기 영화 <컨트롤>을 감독한 안톤 코르빈과 인연을 맺었다는 것. U2, 디페쉬 모드, 너바나 등 많은 스타 밴드의 뮤직 비디오를 감독한 그 역시 조이 디비전의 열렬한 팬이었다고 한다. 고로 킬러스 멤버 전원이 미국의 카우보이로 변신하며 영국풍 펑크 송을 부르는 ‘All These Things That I’ve Done’의 비디오는 과거의 향수에 대한 두 아티스트의 오묘한 문화적 재현인 셈이다. 한 편, 킬러스는 <컨트롤>에 삽입된 조이 디비전의 ‘Shadowplay’를 부르며 트리뷰트의 정점을 찍기도.


영화인들과의 긴밀한 협력

 

The Killers – Miss Atomic Bomb


킬러스의 뮤직 비디오 목록에는 특히 영화 감독들의 이름이 많이 보이는데, 이는 그들이 음악뿐만 아니라 문화 전반에 다양한 관심을 갖고 있음을 반증하는 부분이다. 앞서 언급한 두 감독 외에도, 그들의 많은 작품에서 다양한 영화계 인사들의 이름을 확인해 볼 수 있다. 크리스마스 EP의 수록곡 ‘Boots’는 <나폴레옹 다이너마이트> <나쵸 리브레> 등 주로 코미디 영화를 감독해 온 자레드 헤스가 본인의 작품과는 사뭇 다른 톤의 분위기를 연출하였다. 한 편, 실사와 애니메이션의 혼용 버전으로 제작된 ‘Miss Atomic Bomb’의 비디오는 <터미네이터>, <스타워즈>의 비주얼 디렉터이자 다프트 펑크의 앨범 아트워크를 담당한 워렌 푸가 맡았다. 이는 경사스럽게도 2013년 MVPA Awards 최고의 애니메이션 비디오 부문을 수상하기도 했다.

 


The Killers – Mr.Brightside


이 외 유명 배우들과의 인연 또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크리스마스 EP의 ‘Don’t Shoot Me Santa’는 우리에게 ‘크리미널 마인드’의 배우로 익숙한 매튜 그레이 구블러가 연출을 맡았다. 킬러스를 있게 해준 곡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Mr.Brightside’에는 <코요테 어글리>에 출연한 이자벨라 미코가 영화 <물랑 루즈>풍의 벌레스크 쇼 걸로 출연했으며, 밴드의 프론트 맨 브랜든 플라워스의 솔로곡 ‘Crossfire’에는 명배우 샤를리즈 테론이 열연하여 화제를 모았다.
밴드 결성 10여 년, 네임 밸류를 가리지 않고 다방면에 안테나를 세우고 있는 킬러스의 태도는 우리를 흥분시키기 충분하다. 이에는 분명 밴드와 스태프들의 세심한 노력이 숨어있을 것. 올 가을, 랜선과 컴퓨터 화면을 넘어 넓은 무대 위에서 우리의 오감을 사정없이 자극할 네 남자의 모습을 상상하며, 떨리는 마음으로 그들의 뮤직 비디오를 한 편 한 편 재생해본다.

 

 

현대카드 슈퍼 시리즈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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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현 정
Ringo

Contact : ringo.hj.kim@gmail.com

www.billiebirk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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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렝게티 - Colors Of Love

 

[희망찬 사바나 초원으로의 초대]

 

좋아할, 50


‘세션맨’들로 구성된 밴드가 그들만의 음악에 집중하게 만드는 건 보다 많은 노력을 요한다. 연주는 월등히 뛰어날 수 있지만, 밴드로서의 모양새와 보컬의 역량 등 그 외로 충족시켜야 할 부분이 더 많아지기 때문이다.
이승환, 이현우, JK 김동욱, 빅마마 등의 앨범과 공중파 방송, 수많은 공연 연주자로 활약해 온 세렝게티. 많은 세션 활동을 한다는 것은 그들에게도 양날의 검으로 작용한다. 탄탄한 연주력이 일등 보험이 되어주는 만큼, 세렝게티만의 음악색에 대한 기대치 또한 올라간다. 그들은 영리하게도 아프로(Afro)라는 특색있는 장르를 선택해 그 의구심을 감소시킨다.
비슷한 예로 윈디 시티, 킹스턴 루디스카, 넘버원 코리안 등이 레게와 스카 사운드를 추구하며 인지도를 얻었다. 허나 대중적 질감의 아프로 사운드를 선보인 밴드는 많지 않았다. 가요와 인디를 경계없이 오가며 활동해 온 세렝게티의 스펙트럼은 ‘아프로’라는 음악의 마니아적 한계를 극복하기 유리하다.
[Colors Of Love]는 세렝게티의 음악적 질주가 정점에 이른 앨범이다. 슴슴한 어쿠스틱과 강렬한 연주의 완급 조절은 앨범의 장점이자 밴드의 강점이다. 과한 시도를 멀리하는 베이시스트 유정균의 보컬은 부담없이 곡을 리드한다. 트랙마다 날 것처럼 살아있는 연주는 최상급이다.
눈에 띄는 점은 보다 늘어난 외부 음악가들의 지원이다. 그 자체로 훌륭한 사랑찬가 ‘그대도 날’은 킹스턴 루디스카의 참여가 플러스 작용을 했다. 국카스텐의 하현우가 참여한 ‘나는 도망한다’는 세렝게티가 거의 처음 시도하는 록 넘버고, 랄라스윗의 김현아와 함께 한 ‘모든 것은 꿈처럼’ 역시 유일한 혼성 듀엣 곡이다.
쉽지 않은 콘셉트의 음악으로 무려 세 장의 앨범을 흔들림없이 만들어냈다는 것은 분명한 밴드의 역량이다. 그들이 처음 공표했던 아프로 사운드를 넘어, 한국 정통 록 같은 새로운 장르의 시도 또한 충분히 새롭고 고무적이다. 다양한 음악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세렝게티의 [Colors Of Love]는 그 자체로 건강한 즐거움을 주는 음반이다.


또 다른, 50
‘아프로 사운드’라는 음악적 슬로건은 밴드의 콘셉트를 명확히 해주는 반면 한 장르에 매몰될 수 있다는 위험 요소를 동반한다. 물론 이런 난관을 극복하기 위한 록, 사이키델릭, 어쿠스틱 등의 다양한 시도는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앞으로도 밴드에게 다양한 음악적 소스의 활용은 지속적인 과제가 될 것이다. 그들 스스로가 이러한 놀이에 질리지 않는 것이 음악가와 청자 모두가 즐거워지는 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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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nau - Soft Universe

 

[댄스 비트에 춤추는 록 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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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이라고 하면 우리는 흔히 미국과 유럽을 떠올린다. 남반구의 호주는 의외의 음악적 성지임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겐 아직 ‘유학생이 많은 나라’ 정도 밖에 인식되지 못하는 듯 하다. 시드니 출신의 일렉트로닉 팝 듀오 피나우(Pnau)는 90년대 중반에 만나 인디 신을 중심으로 잔뼈 굵은 활동을 펼쳐왔다. 최근 그들의 팬을 자처한 엘튼 존(Elton John)의 레이블과 함께 하며 널리 이름을 알리게 된 것은 반가운 일이다. 물론 이는 그 동안 소기의 성과가 존재한 덕이다.
많은 음악가들이 성장 과정에서 록이나 재즈, 클래식을 듣고 자라는 반면 두 사람은 어릴 때부터 하우스와 트랜스를 접했다. 그런 배경 덕분에 피나우의 음악은 어쿠스틱 악기와 댄스 비트가 과감히 합치된다.
통산 네 번째 정규작 [Soft Universe]는 그룹의 전성기에 발표된 앨범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키 트랙인 ‘Solid Ground’는 쓸쓸한 기타 사운드를 전면에 배치하며 80년대 뉴 웨이브의 정서를 녹여낸다. ‘Unite Us’, ‘The Truth’를 관통하는 청량감과 ‘Twist of Fate’의 긍정적 사운드는 피나우만이 가질 수 있는 에너지다. 당돌한 드럼 비트의 ‘Epic Fail’과 ‘Better Way’의 복고풍 멜로디, 페스티벌 엔딩송으로 제격일 듯한 ‘Something Special’까지 각각의 멜로디는 신선하고도 이국적이다.
80년대 록 스타의 풍모와 근래의 일렉트로닉 비트가 자연스럽게 공존한다는 점은 청음의 폭을 넓힌다. 사실 ‘춤출 수 있는 댄스 음악’이라는 시도는 많았지만 이들이 선사하는 이질감은 흔치 않았다. 두 그룹을 동시대에 성공 선상에 올려놓은 팀의 수장, 닉 리틀모어의 재능은 분명 빛을 발한다.
그가 피나우 이후 결성한 듀오 엠파이어 오브 더 선(Empire of the Sun)은 보다 댄스 클럽 지향의 음악으로 선회하며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좀 더 강렬하고 테크니컬한 음악을 듣고 싶다면 체크해보자. 닉 리틀모어가 직접 프로듀스한 로비 윌리엄스, 그루브 아마다, 미카의 곡을 찾아보는 것도 색다른 재미를 줄 것이다.


또 다른, 50
취향이란 때론 물과 기름 같아서 쉽게 섞일 수 없는 법. 혹자는 어쿠스틱과 일렉트로닉을 넘나드는 그들의 시도가 마냥 낯설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또 한 가지, 닉 리틀모어가 두 집 살림 중인 피나우와 엠파이어 오브 선(Empire of the Sun)의 음악적 차이에 대한 근본적 의문을 품는 청자도 더러 있을 것 같다. 최근 들어 다소 강렬해진 건 사실이지만, 엠파이어 오브 더 선의 곡 중에도 잔잔한 히트곡이 꽤 많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피나우를 그들의 ‘친정’이라고 하기엔, 전자 또한 만만찮은 상승세라는 게 함정이라면 함정이다.

 

 

현대카드 MUSIC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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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아일 - Boylife In 12``

 

[힙합과 일렉트로닉의 묘한 경계선]

 

좋아할, 50
게리스 아일(Gehrith Isle)이라는 이름으로 버벌 진트, 윤석철 트리오, 스윙스와 함께 한 랩퍼 김아일(Qim Isle). 빈지노의 ‘Boogie On & On’을 작곡하고, ‘Girlslike’라는 곡으로 그와 연을 맺은 작곡가 이다흰은 신예 프로듀서 신세하와 김아일의 만남을 주선한다. 흑인 음악을 듣기 시작해 마이너 일렉트로닉까지 섭렵한 신세하의 취향은 김아일을 단번에 사로 잡았고, 두 사람의 화학 작용은 [Boylife In 12``]를 통해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된다. 때문에 본 작은 김아일만의 작품이라기 보다는 김아일과 신세하의 합작에 가깝다.
앨범에서 김아일은 음악부터 그 외적인 것까지 기존 힙합의 문법에서 상당 부분 벗어난다. 프로듀싱의 중심에 선 신세하는 테크노, 디스코, 쥬크(Juke) 등 다채로운 댄스 음악의 문법을 제시한다. 김아일 또한 이러한 시도를 즐기는 듯 하다. 때문에 앨범은 ‘힙합 베이스의 일렉트로닉’으로 들리지, 결코 힙합의 문법이 앞서지 않는다.
많은 힙합 음악에서 ‘여성’의 묘사가 빠지지 않듯, 본 작도 다양한 주제로 그것을 이야기한다. 둘로 나눈다면 그녀들에 대한 존중과 고마움, 그리고 정제되지 않은 욕망과 애증이다. 첫 트랙 'V*$*V'는 김아일이 존경을 담았다는 여성 지인들의 실명이 별다른 서사없이 나열되는데, 그 자체로 낯설고 경쾌한 느낌을 준다.
이어지는 몽롱한 분위기의 ‘사과를 깨무는’과 ‘Puff In Groove’ 는 의뭉스럽고 에로틱하다. 반면에 ‘Theo’같은 곡은 과격한 성적 본능이 별다른 거름망없이 표출되는데, 이러한 가사 표현에 호불호가 크게 갈릴지도 모르겠다. ‘해변에서’나 ‘제 주 도’, ‘Girlslike’에서 보이는 낭만적인 이미지와는 상반된, 굉장히 저돌적인(?) 자아가 표출되기 때문이다.
재기발랄한 가사와 의도된 듯 뭉개진 발음, 수시로 예상을 뒤엎는 박자들. 여러모로 [Boylife In 12``]는 재밋거리가 많다. 앞으로가 기대되는 젊은 음악가들의 출발점을 끊은 앨범이라는 점에서 추천한다. 온라인에 범람하는 기존 힙합, 댄스 음악을 듣다가 접한다면 눈과 귀가 번쩍 뜨일, 낯선 사운드의 집합체다.


또 다른, 50
장르로 양분하기 힘든 앨범이다. 특히 힙합의 카테고리 안에서 읽어내기 어려운 음악이다. 어떤 가사는 무척 난해한 실험시처럼 들리기도 해, 전달력이 떨어지는 것처럼 느껴질지도 모른다. 허나 랩퍼로서의 자아를 내세우기 보단 마치 하나의 악기처럼 묻어가는 김아일의 발성이, 본 작에서 그가 택한 표현 방식이라고 하면 이해가 쉽지 않을까. 원론적인 조건을 따지는 건 이 앨범을 듣는 재미를 놓치는 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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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트로 비츠(Astro Bits) - Bits of Universe

 

[소리 연구가의 신대륙 탐험기]

 

좋아할, 50
윤상에게 선택 받은 천재, 류이치 사카모토가 주최한 작곡 그랑프리 우승자, 그리고 김동률, 윤건, 존 박 등 수많은 음악가의 앨범 프로듀서까지. 이렇듯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는 아스트로 비츠(Astro Bits, 프로듀서명 bk!)는 음악 마니아들에게 무엇보다도 단 하나의 수식어로 통했다. 그것은 ‘국내 최초의 애시드 재즈(Acid Jazz) 전도사’였다.
본명 김범수로 발표한 앨범 [Guardian Angel (수호천사)]는 ‘시대를 앞서간 앨범’이라는 칭송을 받았고 그로부터 10년 후 공개한 정규 앨범 [Astro Bits]는 재즈, 보사노바, 테크노 등 다양한 들을 거리를 제공하며 마니아들의 귀를 자극시켰다. 이름난 마스터링 엔지니어로서 소리에 민감한 그인 만큼, 다양한 사운드로 청자들을 사로 잡은 아스트로 비츠의 음악은 그만큼 참신했다.
그로부터 각종 싱글 발매와 협업 등의 움직임이 있었지만 근 6년 만에 발매된 [Bits of Universe] 는 새삼 반가운 정규작이다. 눈에 띄는 건 정인, 양파, 리쌍 등 그와 교류했던 음악가들의 참여 비중이 늘었다는 것, 동시에 새로운 대중의 기호를 찾아가려는 시도가 곳곳에 묻어난다는 점이다.
한 편, ‘보고 싶어’나 ‘얘기, 얘기’같은 곡은 아스트로 비츠의 건재한 사운드 메이킹 능력이 여전하다는 사실을 입증한다. 이는 특히 지난 [Astro Bits] 앨범을 좋게 들었던 팬들에게는 추억을 되새김질할 수 있는 좋은 순간으로 기억될 것 같다. ‘집에 오는 길’은 다소 식상해질 뻔한 R&B 보컬이 재즈 풍 멜로디 덕에 한결 부드러운 인상을 주며, ‘별의 기억’은 우주의 법칙에 대한 순수한 고찰이 가사로써 증명되는 곡이다.
[Bits of Universe]는 무엇보다도 아스트로 비츠의 음악적 근황을 한 번에 만날 수 있는 앨범이다. 대중 음악계에서는 프로듀서 bk!로 보다 유명하지만, 중요한 건 아스트로 비츠와 음악 프로듀서 bk!의 영역은 별개라는 사실이다. 애당초 그의 음악에 호기심을 불러 일으키는 건 유명세를 신경 쓰지 않는 태도였다.


또 다른, 50
새로운 시도란 늘 위험요소를 간직하고 있는 법이다. 지난 앨범들의 섬세한 느낌에 감명 받았던 청자들을 배려한다면 ‘어디선가’처럼 무대 지향의 일렉트로 하우스는 리믹스 트랙이 모인 뒷 순서가 어울리지 않았을까.
또한 외부 보컬이 부른 곡들 사이에도 묘한 불균등이 느껴질 수 있는데, 이는 피처링 보컬의 섭외가 좀 더 신중해야 했음을 시사한다. 대중적으로 익숙한 정인, 양파, 리쌍보다도 그의 노래를 더 잘 소화해내는 건 일렉트로닉 사운드에 익숙한 캐스커다. 물론 그의 음악적 공력을 생각했을 때 다양한 음악가들을 영입하여 앨범의 진입 장벽을 낮추는 건 좋은 시도였다. 그러나 그 방법이 모든 아티스트에게 통하는 지는 미지수다. 특히나 이렇게 아티스트의 개성이 뚜렷한 음악일 경우에 이는 더욱 조심스러운 시도가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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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테(Tete) – Love & Relax

 

[쓸쓸한 봄을 향한 위로]

 

좋아할, 50


테테(Tete)의 음악을 듣기 전에 짚고 넘어가야 할 두 밴드가 있다. 때론 퇴폐적이고 강렬한 이미지로 인디 신에서 남다른 존재감을 드러냈던 네스티요나(Nastyona), 그리고 뉴 웨이브 사운드를 전면에 내세우며 댄스와 록 음악을 독특하게 접목시켰던 텔레파시(Telepathy). 그는 이렇게 결코 평범하지 않은 두 밴드의 베이시스트이자 작곡가로 활동했다. 이후 슈퍼스타K 출신의 투개월이 솔로 데뷔곡 ‘Romantico’를 리메이크함과 동시에, 테테라는 이름도 대중들에게 좀 더 익숙해졌다. 그로부터 꾸준히 발표한 두 장의 솔로 앨범과 싱글, 외부 활동까지 합쳐져 그의 이력은 보다 풍성해졌다.
봄의 시작과 함께 발표된 신보 [Love & Relax]는 라틴 사운드와 어쿠스틱이 어우러진 다섯 곡의 EP다. 앨범은 이국적인 기타 사운드의 ‘춤추는 봄’으로 시작해 마이너 멜로디가 인상적인 ‘Rainy’로 이어진다. 다음 곡 ‘Sentimental’은 오랫동안 잔영을 남기는 후렴구와 ‘거리 위로 내리는 가로등에도 춤을 춘다’같은 시적인 가사가 백미를 이룬다. 순수한 어쿠스틱의 ‘Love & Relax’는 곡 순서 면에서 다소 겉도는 느낌이 있지만, ‘Goodbye Planet’에서 촉촉한 감성의 결은 되살아난다.
테테의 음악에서 재미있는 것은 상대적으로 강한 느낌의 밴드에서 활동해왔던 것에 반해, 그 대척점으로 볼 수 있는 어쿠스틱 장르의 프로듀싱이 원활하게 이뤄져 왔다는 점이다. 더불어 솔로 활동 이전에는 찾아보기 힘들었던 라틴 사운드와 90년대 가요 감성의 눈에 띄는 발현은 그의 음악 색을 좀 더 견고하게 해준다.
싱어 송 라이터의 어쿠스틱 앨범이라고 해서 반드시 달콤하고 풋풋한 사랑만을 노래해야 되는 것은 아니다. 전체적으로 쓸쓸하고 담담한 분위기가 지배적인 본 EP가 이질적으로 느껴지지 않는 건 그의 성실한 송 라이팅 덕분일 것이다. 봄에는 ‘벚꽃 엔딩’같은 순간도 있지만 ‘Rainy’같은 때도 오는 법이다. 맑고 화창한 날씨보다는, 비 내리고 먼지 낀 봄에 어울리는 앨범이다.


또 다른, 50
EP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5곡이라는 수록곡 수는 다소 적게 느껴지기도 한다. 개성 넘치는 송 라이팅과 마이너 곡조의 매력은 여전하지만, 한 두 곡만 더 수록되었더라면 보다 많은 것을 가늠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또한 타이틀로 내세운 ‘춤추는 봄’과 어쿠스틱 선율이 강조된 ‘Love & Relax’같은 곡에서는 다른 트랙에 비해 테테만의 개성이 덜 한 느낌이 들 수 있는데, 이는 청자에게는 호불호로 나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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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ssixx - Hanging Gardens

 

[티없는 디스코의 상쾌한 질주]


좋아할, 50


중학교, 고등학교를 함께 다닌 마이클 데이비드와 타일러 블레이크. 폴 사이먼부터 크라프트베르크까지 같은 뮤지션에 열광하던 두 소년은 성인이 되어서도 끈끈한 우정을 이어간다. 마이클은 밴드의 기타리스트로, 타일러는 버클리 음악 학교에 진학하며 꿈을 다진 것. 세계적인 레코딩 스튜디오가 가득하고 따뜻한 기후가 매력적인 도시인 미국 LA. 음악적 역량을 펼치기엔 최고의 환경 속에서 2009년, 일렉트로닉 듀오 클래식스(Classixx)는 결성된다.
그들은 프랑스 레이블 키츠네(Kitsune)를 통해 첫 리믹스 트랙으로 피닉스(Phoenix)의 'Lisztomania'를 발표한다. 이후 본격적으로 DJ 커리어를 쌓기 시작하며 팅팅스(The Ting Tings), 가십(Gossip), 패션 핏(Passion Pit) 등 유명 밴드들의 러브 콜을 받는다. 같은 해 발표한 업템포의 데뷔 싱글 "I'll Get You"는 '프로듀서 클래식스'의 존재감을 크게 알린 곡이었다.
장기간의 투어 일정 때문인지 첫 앨범 [Hanging Gardens]는 데뷔 싱글 발매 후 4년이 지난 2013년이 되어서야 발매되었다. 앨범과 동명 타이틀의 'Hanging Gardens'는 바닷가의 나른함을 연상시키는 인트로로 분위기를 고조시키며 시작된다. "All You're Waiting For"은 엘시디 사운드시스템(LCD Soundsystem)과 함께 한 보컬 낸시 왱(Nancy Whang)이 참여해 선명한 후크의 디스코 팝을 완성한다.
'Holding On'에 쓰인 희망찬 기타 리프와 보컬 샘플링은 약간은 노골적인(?) 다프트 펑크(Daft Punk) 오마쥬로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는 드림 팝 싱어 송 라이터 액티브 차일드(Active Child)의 'Long Lost'를 거쳐 'A Stranger Love'의 신선한 분위기와 보컬 속에 자연스레 해소된다. 'Borderline'의 싱어로 선택돤 키세스(Kisses)의 멤버 제스 키벨(Jesse Kivel)과의 조합 또한 감상 트랙으로써 훌륭하다.
80년대 디스코에 대한 향수와 유럽 댄스 음악의 정서, 이에 훌륭한 보컬리스트들의 합세로 듣기 좋은 'LA형 뉴-디스코(New Disco)'가 탄생했다. 가장 듣기 좋은 점은 이들이 2009년의 'I'll Get You'에서 멈추지 않고 다양한 사운드를 발전시켰다는 사실일 것이다. 기존의 곡을 선별하여 대중에게 들려주는 DJ의 영역을 넘어, 앨범에는 4년간 고민해 온 프로듀서 클래식스의 색깔이 오롯이 담겨있다. 댄스 음악을 산뜻한 감상의 영역으로 이끌었다는 것이 강점이다.


또 다른, 50
보컬 곡들의 흡인력이 크다는 사실은 이 앨범에서 양날의 검으로 작용한다. 현역에서 활동중인 외부 음악가의 참여는 앨범 색을 다채롭게 하며 각 트랙을 돋보이게 해준다. 한 편 앨범에서 기억에 남는 곡 대부분이 보컬 곡이라는 점은 약간의 아쉬움으로 남는다. 때문에 앞으로 이들에게 외부에 기대지 않는 비보컬곡의 경쟁력 강화는 매우 중요할 것이다. 연주곡이 보컬 트랙에 묻히지 않고 대등한 트랙으로써 들려오는 것. 이것을 차기작에서 이룬다면 다음 앨범은 더욱 듣기 좋은 작품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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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5일,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 12 The Killers를 통하여 첫 내한 공연을 성공리에 마친 슈퍼 밴드 킬러스. 그들이 한국을 방문한지 얼마 되지 않아, 우리에게 다시금 반가운 소식을 전합니다. 오는 11월 11일, 첫 베스트 앨범이자 지난 10년 간의 히트곡을 수록한 <Direct Hits>를 발매하기로 한 것이죠. 또한 보컬리스트 브랜든 플라워스는 두 번째 솔로 앨범을 계획중이라고 합니다. 현재 세계 각국을 무대로 <Battle Born> 투어를 지속중인 킬러스의 근황, 지금부터 하나씩 살펴볼까요?

 

10년간의 집대성, 베스트 앨범 <Direct Hits>와 싱글 ‘Shot at the Night’

11월 11일 발매되는 킬러스의 첫 베스트 앨범 <Direct Hits>는 ‘Mr.Brightside’, ‘Smile Like You Mean It’, ‘Human’ 등 히트곡 13곡과 신곡 ‘Shot at the night’, ‘Just Another Girl’까지 총 15곡이 수록됩니다. 이 중 ‘Shot at the Night’은 국내에는 9월 23일에 싱글로 발매 되었지요. 밴드명과 곡 제목을 모스 부호로 표기한 프론트 커버가 인상적입니다. 이 곡은 프랑스 일렉트로닉 밴드 M83의 앤서니 곤잘레스(Anthony Gonzalez)가 메인 프로듀서로 참여하여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지난 여름부터 두 뮤지션의 협업 소식은 각종 매거진과 킬러스의 인터뷰를 통해 이슈화 되며 팬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지요.

‘Shot at the Night’은 킬러스 특유의 아련한 노랫말과 브랜든의 호소력 짙은 목소리, 그리고 M83의 웅장한 사운드 스케이프가 감각적으로 어우러진 곡입니다. 두 밴드는 킬러스의 <Day & Age> 투어를 동행하며 인연을 맺었다고 하지요. M83은 빌보드 일렉트로닉 차트 1위를 기록하기도 했으며 슈게이징과 포스트 록, 드림 팝 사운드로는 독보적인 팀입니다. 톰 크루즈가 출연한 영화 <오블리비언>의 OST에 참여하며 영화 음악 프로듀서로의 발판을 다지기도 했지요.

 

 

라스베이거스의 잠 못 이루는 밤, 신곡 ‘Shot at the Night’ 뮤직비디오

‘Shot at the Night’는 뮤직 비디오 또한 인상 깊습니다. 로보쇼보(Roboshobo)라는 별칭으로 알려진 LA 출신의 영상 디렉터 로버트 쇼버(Robert Schober)가 메가폰을 잡았지요. 그는 메탈리카, 그린 데이, 마이 케미컬 로맨스 등 많은 록 밴드들과 작업한 유명 감독입니다. 킬러스와는 컨트리 크리스마스 송 ‘Cowboy’s Christmas Ball’, 베이시스트 마크 스토머의 ‘Weary Soul’ 등의 뮤직 비디오를 작업하며 연을 이어가고 있지요.

‘Shot at the Night’ 뮤직 비디오의 특징 중 하나는 아리따운 여배우가 주연인 드라마 뮤비라는 점입니다.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 9번째 주인공, 팀 버튼 감독의 영화 <다크 셰도우>에 출연한 호주 출신의 배우 벨라 헤스콧(Bella Heathcote)이 지루한 일상에 지친 하우스키퍼(호텔 객실 청소 매니저)로 등장합니다. 상대역은 영화 <소셜 네트워크>, <인턴십>에 등장한 영국 배우 맥스 밍겔라(Max Minghella)인데요, 그녀에게 거짓말 같은 하룻밤을 선사하는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됩니다.

뮤직 비디오는 마치 한 편의 로맨스 영화같은 구성이 일품입니다. 배경은 브랜든 플라워스의 고향이자, 그가 많은 시간을 보낸 라스베이거스의 호텔이지요. 화려한 관광지의 밤과는 대조적인 하우스키퍼의 건조한 일상은 킬러스로 데뷔 전, 한 때 호텔 벨보이로 일했던 브랜든의 과거를 투사한 듯 합니다. ‘Give me a shot at the night, Give me a moment some kinda mysterious’ 등의 노랫말은 배우들의 연기와 어우러져 매 순간 애틋한 장면을 연출하지요.

 

베스트 앨범 <Direct Hits>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들

마지막으로 베스트 앨범 <Direct Hits>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들을 챙겨볼까요? ‘Shot at The Night’과 더불어 수록될 신곡 ‘Just Another Girl’은 킬러스의 오랜 파트너이자 세계적인 프로듀서 스튜어스 프라이스(Stuart Price)의 작품입니다. 그는 카일리 미노그, 마돈나, 펫 숍 보이즈 등의 뮤지션들과 작업하며 수많은 역작을 남겼지요.

디럭스 버전은 좀 더 알찬 선곡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Mr. Brightside’의 데모 버전과 <Battle Born> 앨범에 수록된 ‘Be Still’, 그리고 최근 UK 차트에서 마이클 잭슨의 기록을 갱신하며 화제를 이끈 댄스 뮤직 프로듀서 캘빈 해리스(Calvin Harris)의 ‘When You Were Young’ 리믹스 트랙이 수록됩니다. 절친한 스튜어트 프라이스부터 M83과 캘빈 해리스까지, 다양한 장르의 음악 프로듀서들과 교류하며 신의 흐름을 놓치지 않는 킬러스의 센스가 돋보입니다.

한 편, 브랜든은 최근 언론 인터뷰를 통하여 2015년경 두 번째 솔로 앨범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2010년 첫 솔로 앨범 <Flamingo>를 발표하며 화제를 모았는데요, 현재 진행중인 <Battle Born> 투어를 마치는 대로 내년에는 새 앨범 작업에 착수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동시에 집으로 돌아가 가족과 평범한 시간을 보내는 것에 대한 기대도 내비쳤습니다. 브랜든 뿐만 아니라 오랜 투어로 휴식이 필요할 킬러스 멤버들 모두가 머지않아 더 좋은 모습으로 팬들과 만나길 고대합니다.

 

2003년부터 2013년까지, 킬러스의 지난 10년을 결산한 <Direct Hits>는 전세계 팬들과 뜨겁게 호흡한 밴드의 지난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있습니다. 이번 앨범을 계기로 밴드가 팀의 결의를 다시금 다지고, 나아가 더 알차고 뜨거운 음악으로 우리와 오랫동안 함께 해주길 바랍니다.

 

 

현대카드 슈퍼 시리즈 2013년 10월

 

▶ 원문 링크

한 그룹, 혹은 밴드가 팀 워크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솔로 활동을 펼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만큼 멤버들 간의 두터운 신뢰와 협력, 완급 조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따로 또 같이’, 오랜 시간 동안 팀 플레이를 유지중인 킬러스의 멤버별 솔로 활동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맨 중의 맨, 브랜든 플라워스의 가족 사랑
솔로 활동에 대한 언급을 하자면, 앞서 프론트 맨에 대한 이야기를 꺼낼 수 밖에 없겠다. 국내 팬들에게 일명 ‘브랜든 꽃’이라는 별명으로 불리우는 멤버 브랜든 플라워스. 그는 킬러스의 얼굴이자 목소리이며, 송 라이팅의 핵심을 담당하고 있다. 가창력, 쇼맨십 등 보컬리스트가 가져야 할 기본 소양뿐만 아니라 빼어난 비주얼과 스타일 등 스타성으로도 주목 받는 그. 이렇듯 무대 위에선 한없이 빛나던 한 스타의 가족사가 전면적으로 드러난 건 2010년의 어느 날이었다. 2년간 뇌종양으로 투병중이던 브랜든의 모친이 갑작스레 세상을 떠난 것이다. 이로 인해 그는 킬러스의 모든 스케줄을 취소하고 가족들과 함께 어머니의 임종을 함께 했다. 부모님은 어릴 적부터 그에게 피아노를 가르치는 등 늦둥이로 태어난 막내 아들이 음악을 업으로 삼는 것에 대해 항상 응원해주었다고 하니, 소중한 버팀목을 잃은 브랜든의 슬픔은 이루 말할 수 없었을 터.
부모님에 대한 그의 사랑은 2009년 발표된 킬러스의 싱글 ‘A Dustland Fairytale’에서 드러났다. 두 분의 만남을 신데렐라의 동화에 비유하며, 마치 본인이 직접 본 것처럼 회고하는 브랜든의 목소리는 이러한 사연 때문인지 한층 더 처연하게 들려온다.

 


The Killers – A Dustland Fairytale

같은 해 가을, 브랜든은 첫 솔로 앨범 <Flamingo>를 발표한다. 앨범과 투어로 정신없이 내달리며 살던 중, 어머니를 잃은 상실감과 창작욕이 긍정적으로 맞물렸던 것이다. 이는 특히 그의 고향인 라스베이거스에 대한 향수가 듬뿍 담긴 결과물로 발현된다. 앨범명 ‘Flamingo’는 라스베이거스의 고속도로에서 따온 이름으로, 그는 이 음반을 고향을 대표하는 앨범으로 만들고 싶었다고 전한다. 그의 인기를 반증하듯, 본 앨범은 영국 앨범 차트 1위로 진입하며 큰 주목을 받았다.
<Flamingo>는 톱 밴드 프론트 맨의 데뷔 앨범답게 참여진 또한 대단했다. 킬러스와 수많은 작업을 해오며 ‘킬러스 제5의 멤버’라는 별칭을 얻은 음악계의 거물 스튜어트 플라이스 외 다니엘 라노아, 브렌든 오브라이언 등 화려한 라인업이 프로듀서로 가세하였고, ‘Crossfire’의 뮤직비디오에는 샤를리즈 테론이 출연하였다. 한 편, 음악지 NME는 ‘오직 냉혈한만이 이 노래에 감동받지 않을 것이다’라는 극찬을 남겼다.
특히 앨범 수록곡 중 제니 루이스가 보컬로 참여한 ‘Hard Enough’는 브랜든이 아내 타나와 떨어져있을 때의 그리움과 애정을 가감없이 드러낸 곡으로 알려졌다. 20대 초 기부 숍에서 만나 비공개 결혼 후, 현재 슬하에 3명의 아들을 둔 브랜든 부부의 사랑은 팬들의 부러움을 살 정도로 굳건해 보인다. 한 편, 타나는 암 센터 기부 활동을 위해 삭발을 감행할 정도로 사회 공헌 활동에 대한 관심도 지대한데, 브랜든 또한 아내의 이런 점을 매우 존경한다고.

 

 

 


꽃보다 남자, 패션 아이콘 브랜든 플라워스
한 편, 브랜든은 유부남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모델 같은 프로포션으로 각종 패션 매거진의 아이콘으로 주목받고 있다. 2005년 NME Awards의 베스트 드레서와 가장 섹시한 남자, 2008년 GQ와 2011년 NME Awards의 가장 스타일리시한 남자, 그리고 2012년 Q Awards의 Idol Award 우승 등 노미네이트 된 것까지 합치면 손이 열 개도 모자랄 정도.
특히 트레이너와의 꾸준한 체형 관리로 늘 날씬한 몸매를 유지하는 그는 디올 옴므의 콜렉션 의상을 즐겨 입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앨범 <Day & Age> 투어 시에는 마치 70년대 록 스타를 연상시키는 깃털 재킷을 선보이며 자신만의 스타일을 확고히 했다.


혼자서도 잘해요, 킬러스의 솔로 활동 B-Sides
히트 앨범 <Day & Age>의 투어를 성황리에 마친 밴드는 휴식과 동시에 각자의 음악적 자유를 존중한 솔로 활동을 허한다. 브랜든 외에도 드러머인 로니 배누치 주니어와 마크 스토머도 각자의 음반을 작업하며, 킬러스와는 다른 느낌의 끼를 발산하였다. 2011년 공개된 <Big Talk>는 드러머 로니 배누치 주니어가 제이슨 므라즈, 미카 등 스타 뮤지션들의 음반 작업에 참여한 프로듀서 조 치카렐리와 함께 한 앨범. 로니는 여기서 킬러스에서의 포지션인 드럼 외 보컬, 기타, 베이스 기타, 키보드 등 모든 악기를 단독으로 소화해내며 눈길을 끌었다. 이 앨범은 Spinner, SPIN같은 음악 매거진에서도 여러 장점이 언급되며 훅과 멜로디가 인상적인 댄스 록 앨범으로 평가 받았다.
한 편, 같은 해 베이시스트 마크 스토머도 보다 블루스, 포크의 영향력이 짙은 솔로 앨범 <Another Life>를 발표했다. 그 또한 로니와 마찬가지로 보컬부터 프로그래밍까지, 모든 파트의 프로듀싱을 담당하는 ‘올 라운드 플레이어’를 자청했다. 이 앨범은 <Day & Age>의 투어가 끝나갈 때쯤, 호텔의 랩탑과 개러지 밴드에 저장했던 데모를 토대로 만들어졌다고. 한 편, 앨범에는 플라시보의 서포트 밴드로 참여했던 하울링 벨즈(Howling Bells)의 글렌 물과 조엘 스타인, 그리고 루이스 더 포틴스(Louis XIV)의 제이슨 힐이 참여하여 우정을 과시했다.

밴드가 오래간다는 건 분명 재능이다. 특히 이토록 수많은 이해 관계가 얽힌 뮤직 비즈니스 시장에서라면 더욱 그렇다. 적잖은 시간 동안 굳건한 의리와 우정으로 상호 협력하고 있는 킬러스의 모습은 ‘역시 빅 밴드답다’는 말과 함께 엄지 손을 치켜들게 한다. 언젠가 호호백발  뮤지션이 되는 그 날까지, 언제나 무대 위에서 팬들을 감동시키고 북돋아주는 치명적인 밴드 킬러스로 남아주기를!

 

 

현대카드 슈퍼 시리즈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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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 데뷔 이후 70년대 고딕 록, 80년대 신스 팝의 긍정적인 면을 수혈하며 자기만의 색을 구축한 밴드로 평가 받는 밴드, 킬러스. 10월 3일 단독 내한 공연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 12 The Killers’를 앞두고 그들이 유명 영화 감독 및 스타들과 협업해 온 뮤직 비디오를 감상해보며 이에 대한 흥미로운 비화들을 탐구해보자.

 

컬트 마니아들의 끈끈한 정, 킬러스와 팀 버튼


얼마 전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 9번째 시리즈로 내한한 그로테스크 감성의 대가, 팀 버튼(Tim Burton) 감독과 킬러스의 인연은 유독 돈독하다. 추측하건대, 이들이 친분을 쌓게 된 계기는 고스 록, 컬트 영화에 대한 독특한 취향때문은 아니었을까. 이는 그들이 함께 작업한 뮤직비디오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현재 각자 세계적으로 각광받는 스타 아티스트와 영화 감독의 위치임에도 불구하고, 70년대 컬트 마니아들의 구미를 자극할만한 요소들을 과감하게 드러내는 점이 보기 좋다.

 

The Killers – Bones


팀 버튼과 킬러스의 첫 작업은 2006년 2번째 정규 음반 <Sam’s Town>의 수록곡 ‘Bones’로, 뮤직비디오에는 사랑에 빠진 해골 형상의 남녀가 등장한다. 이는 마치 팀 버튼의 영화 <유령 신부>의 한 장면을 연상시키는데, 이 배역은 우리에게 익숙한 슈퍼 모델 데본 아오키와 미국 드라마 <90210>의 배우 마이클 스티거가 맡았다. 이 비디오로 팀 버튼은 2007년 NME Awards 베스트 비디오 상 수상의 영예를 안는다.

 

The Killers – Here With Me


이에 박차를 가해 두 번째 협업은 명작 영화 <가위 손>의 여주인공, 위노나 라이더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Here With Me’로 이어진다. 이는 킬러스의 가장 최근 앨범 <Battle Born>에 수록된 러브 발라드. 팀 버튼이 1935년 제작된 공포 영화 ‘Mad Love’에 영감을 받았다는 이 비디오는 인간과 마네킹을 오가는 위노나 라이더의 모습이 인상적으로, 이는 마치 그리스 신화에서 자신이 만든 피규어와 사랑에 빠진 조각가의 이야기를 다룬 피그말리온 이야기를 떠오르게 한다. 이렇게 연달아 팀 버튼과 두 작품을 함께 한 킬러스는 2012년 영화 <다크 섀도우>의 엔딩 송을 부르며 상부상조의 좋은 예를 보여주었다.


맨체스터 오타쿠들의 만남, 킬러스와 안톤 코르빈

 


The Killers - All These Things That I've Done


킬러스의 음악적 출발점이 포스트 펑크, 즉 80년대 영국 맨체스터 사운드에서 시작되었다는 건 그들의 음악에 관심이 있다면 쉽게 알 수 있는 사실이다. 사실 밴드명부터 뉴 오더의 뮤직 비디오 ‘Crystal’에 등장하는 가상 밴드에서 따왔을 정도로, 이들은 당시의 사운드에 상당히 경도되어 있었단다. 재미있는 점은 킬러스가 뉴 오더의 전신이 된 밴드, 조이 디비전의 프론트 맨 이언 커티스의 전기 영화 <컨트롤>을 감독한 안톤 코르빈과 인연을 맺었다는 것. U2, 디페쉬 모드, 너바나 등 많은 스타 밴드의 뮤직 비디오를 감독한 그 역시 조이 디비전의 열렬한 팬이었다고 한다. 고로 킬러스 멤버 전원이 미국의 카우보이로 변신하며 영국풍 펑크 송을 부르는 ‘All These Things That I’ve Done’의 비디오는 과거의 향수에 대한 두 아티스트의 오묘한 문화적 재현인 셈이다. 한 편, 킬러스는 <컨트롤>에 삽입된 조이 디비전의 ‘Shadowplay’를 부르며 트리뷰트의 정점을 찍기도.


영화인들과의 긴밀한 협력

 

The Killers – Miss Atomic Bomb


킬러스의 뮤직 비디오 목록에는 특히 영화 감독들의 이름이 많이 보이는데, 이는 그들이 음악뿐만 아니라 문화 전반에 다양한 관심을 갖고 있음을 반증하는 부분이다. 앞서 언급한 두 감독 외에도, 그들의 많은 작품에서 다양한 영화계 인사들의 이름을 확인해 볼 수 있다. 크리스마스 EP의 수록곡 ‘Boots’는 <나폴레옹 다이너마이트> <나쵸 리브레> 등 주로 코미디 영화를 감독해 온 자레드 헤스가 본인의 작품과는 사뭇 다른 톤의 분위기를 연출하였다. 한 편, 실사와 애니메이션의 혼용 버전으로 제작된 ‘Miss Atomic Bomb’의 비디오는 <터미네이터>, <스타워즈>의 비주얼 디렉터이자 다프트 펑크의 앨범 아트워크를 담당한 워렌 푸가 맡았다. 이는 경사스럽게도 2013년 MVPA Awards 최고의 애니메이션 비디오 부문을 수상하기도 했다.

 


The Killers – Mr.Brightside


이 외 유명 배우들과의 인연 또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크리스마스 EP의 ‘Don’t Shoot Me Santa’는 우리에게 ‘크리미널 마인드’의 배우로 익숙한 매튜 그레이 구블러가 연출을 맡았다. 킬러스를 있게 해준 곡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Mr.Brightside’에는 <코요테 어글리>에 출연한 이자벨라 미코가 영화 <물랑 루즈>풍의 벌레스크 쇼 걸로 출연했으며, 밴드의 프론트 맨 브랜든 플라워스의 솔로곡 ‘Crossfire’에는 명배우 샤를리즈 테론이 열연하여 화제를 모았다.
밴드 결성 10여 년, 네임 밸류를 가리지 않고 다방면에 안테나를 세우고 있는 킬러스의 태도는 우리를 흥분시키기 충분하다. 이에는 분명 밴드와 스태프들의 세심한 노력이 숨어있을 것. 올 가을, 랜선과 컴퓨터 화면을 넘어 넓은 무대 위에서 우리의 오감을 사정없이 자극할 네 남자의 모습을 상상하며, 떨리는 마음으로 그들의 뮤직 비디오를 한 편 한 편 재생해본다.

 

 

현대카드 슈퍼 시리즈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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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현 정
Ringo

Contact : ringo.hj.kim@gmail.com

www.billiebirk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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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렝게티 - Colors Of Love

 

[희망찬 사바나 초원으로의 초대]

 

좋아할, 50


‘세션맨’들로 구성된 밴드가 그들만의 음악에 집중하게 만드는 건 보다 많은 노력을 요한다. 연주는 월등히 뛰어날 수 있지만, 밴드로서의 모양새와 보컬의 역량 등 그 외로 충족시켜야 할 부분이 더 많아지기 때문이다.
이승환, 이현우, JK 김동욱, 빅마마 등의 앨범과 공중파 방송, 수많은 공연 연주자로 활약해 온 세렝게티. 많은 세션 활동을 한다는 것은 그들에게도 양날의 검으로 작용한다. 탄탄한 연주력이 일등 보험이 되어주는 만큼, 세렝게티만의 음악색에 대한 기대치 또한 올라간다. 그들은 영리하게도 아프로(Afro)라는 특색있는 장르를 선택해 그 의구심을 감소시킨다.
비슷한 예로 윈디 시티, 킹스턴 루디스카, 넘버원 코리안 등이 레게와 스카 사운드를 추구하며 인지도를 얻었다. 허나 대중적 질감의 아프로 사운드를 선보인 밴드는 많지 않았다. 가요와 인디를 경계없이 오가며 활동해 온 세렝게티의 스펙트럼은 ‘아프로’라는 음악의 마니아적 한계를 극복하기 유리하다.
[Colors Of Love]는 세렝게티의 음악적 질주가 정점에 이른 앨범이다. 슴슴한 어쿠스틱과 강렬한 연주의 완급 조절은 앨범의 장점이자 밴드의 강점이다. 과한 시도를 멀리하는 베이시스트 유정균의 보컬은 부담없이 곡을 리드한다. 트랙마다 날 것처럼 살아있는 연주는 최상급이다.
눈에 띄는 점은 보다 늘어난 외부 음악가들의 지원이다. 그 자체로 훌륭한 사랑찬가 ‘그대도 날’은 킹스턴 루디스카의 참여가 플러스 작용을 했다. 국카스텐의 하현우가 참여한 ‘나는 도망한다’는 세렝게티가 거의 처음 시도하는 록 넘버고, 랄라스윗의 김현아와 함께 한 ‘모든 것은 꿈처럼’ 역시 유일한 혼성 듀엣 곡이다.
쉽지 않은 콘셉트의 음악으로 무려 세 장의 앨범을 흔들림없이 만들어냈다는 것은 분명한 밴드의 역량이다. 그들이 처음 공표했던 아프로 사운드를 넘어, 한국 정통 록 같은 새로운 장르의 시도 또한 충분히 새롭고 고무적이다. 다양한 음악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세렝게티의 [Colors Of Love]는 그 자체로 건강한 즐거움을 주는 음반이다.


또 다른, 50
‘아프로 사운드’라는 음악적 슬로건은 밴드의 콘셉트를 명확히 해주는 반면 한 장르에 매몰될 수 있다는 위험 요소를 동반한다. 물론 이런 난관을 극복하기 위한 록, 사이키델릭, 어쿠스틱 등의 다양한 시도는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앞으로도 밴드에게 다양한 음악적 소스의 활용은 지속적인 과제가 될 것이다. 그들 스스로가 이러한 놀이에 질리지 않는 것이 음악가와 청자 모두가 즐거워지는 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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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nau - Soft Universe

 

[댄스 비트에 춤추는 록 스타]

 

좋아할, 50
‘팝’이라고 하면 우리는 흔히 미국과 유럽을 떠올린다. 남반구의 호주는 의외의 음악적 성지임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겐 아직 ‘유학생이 많은 나라’ 정도 밖에 인식되지 못하는 듯 하다. 시드니 출신의 일렉트로닉 팝 듀오 피나우(Pnau)는 90년대 중반에 만나 인디 신을 중심으로 잔뼈 굵은 활동을 펼쳐왔다. 최근 그들의 팬을 자처한 엘튼 존(Elton John)의 레이블과 함께 하며 널리 이름을 알리게 된 것은 반가운 일이다. 물론 이는 그 동안 소기의 성과가 존재한 덕이다.
많은 음악가들이 성장 과정에서 록이나 재즈, 클래식을 듣고 자라는 반면 두 사람은 어릴 때부터 하우스와 트랜스를 접했다. 그런 배경 덕분에 피나우의 음악은 어쿠스틱 악기와 댄스 비트가 과감히 합치된다.
통산 네 번째 정규작 [Soft Universe]는 그룹의 전성기에 발표된 앨범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키 트랙인 ‘Solid Ground’는 쓸쓸한 기타 사운드를 전면에 배치하며 80년대 뉴 웨이브의 정서를 녹여낸다. ‘Unite Us’, ‘The Truth’를 관통하는 청량감과 ‘Twist of Fate’의 긍정적 사운드는 피나우만이 가질 수 있는 에너지다. 당돌한 드럼 비트의 ‘Epic Fail’과 ‘Better Way’의 복고풍 멜로디, 페스티벌 엔딩송으로 제격일 듯한 ‘Something Special’까지 각각의 멜로디는 신선하고도 이국적이다.
80년대 록 스타의 풍모와 근래의 일렉트로닉 비트가 자연스럽게 공존한다는 점은 청음의 폭을 넓힌다. 사실 ‘춤출 수 있는 댄스 음악’이라는 시도는 많았지만 이들이 선사하는 이질감은 흔치 않았다. 두 그룹을 동시대에 성공 선상에 올려놓은 팀의 수장, 닉 리틀모어의 재능은 분명 빛을 발한다.
그가 피나우 이후 결성한 듀오 엠파이어 오브 더 선(Empire of the Sun)은 보다 댄스 클럽 지향의 음악으로 선회하며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좀 더 강렬하고 테크니컬한 음악을 듣고 싶다면 체크해보자. 닉 리틀모어가 직접 프로듀스한 로비 윌리엄스, 그루브 아마다, 미카의 곡을 찾아보는 것도 색다른 재미를 줄 것이다.


또 다른, 50
취향이란 때론 물과 기름 같아서 쉽게 섞일 수 없는 법. 혹자는 어쿠스틱과 일렉트로닉을 넘나드는 그들의 시도가 마냥 낯설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또 한 가지, 닉 리틀모어가 두 집 살림 중인 피나우와 엠파이어 오브 선(Empire of the Sun)의 음악적 차이에 대한 근본적 의문을 품는 청자도 더러 있을 것 같다. 최근 들어 다소 강렬해진 건 사실이지만, 엠파이어 오브 더 선의 곡 중에도 잔잔한 히트곡이 꽤 많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피나우를 그들의 ‘친정’이라고 하기엔, 전자 또한 만만찮은 상승세라는 게 함정이라면 함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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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아일 - Boylife In 12``

 

[힙합과 일렉트로닉의 묘한 경계선]

 

좋아할, 50
게리스 아일(Gehrith Isle)이라는 이름으로 버벌 진트, 윤석철 트리오, 스윙스와 함께 한 랩퍼 김아일(Qim Isle). 빈지노의 ‘Boogie On & On’을 작곡하고, ‘Girlslike’라는 곡으로 그와 연을 맺은 작곡가 이다흰은 신예 프로듀서 신세하와 김아일의 만남을 주선한다. 흑인 음악을 듣기 시작해 마이너 일렉트로닉까지 섭렵한 신세하의 취향은 김아일을 단번에 사로 잡았고, 두 사람의 화학 작용은 [Boylife In 12``]를 통해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된다. 때문에 본 작은 김아일만의 작품이라기 보다는 김아일과 신세하의 합작에 가깝다.
앨범에서 김아일은 음악부터 그 외적인 것까지 기존 힙합의 문법에서 상당 부분 벗어난다. 프로듀싱의 중심에 선 신세하는 테크노, 디스코, 쥬크(Juke) 등 다채로운 댄스 음악의 문법을 제시한다. 김아일 또한 이러한 시도를 즐기는 듯 하다. 때문에 앨범은 ‘힙합 베이스의 일렉트로닉’으로 들리지, 결코 힙합의 문법이 앞서지 않는다.
많은 힙합 음악에서 ‘여성’의 묘사가 빠지지 않듯, 본 작도 다양한 주제로 그것을 이야기한다. 둘로 나눈다면 그녀들에 대한 존중과 고마움, 그리고 정제되지 않은 욕망과 애증이다. 첫 트랙 'V*$*V'는 김아일이 존경을 담았다는 여성 지인들의 실명이 별다른 서사없이 나열되는데, 그 자체로 낯설고 경쾌한 느낌을 준다.
이어지는 몽롱한 분위기의 ‘사과를 깨무는’과 ‘Puff In Groove’ 는 의뭉스럽고 에로틱하다. 반면에 ‘Theo’같은 곡은 과격한 성적 본능이 별다른 거름망없이 표출되는데, 이러한 가사 표현에 호불호가 크게 갈릴지도 모르겠다. ‘해변에서’나 ‘제 주 도’, ‘Girlslike’에서 보이는 낭만적인 이미지와는 상반된, 굉장히 저돌적인(?) 자아가 표출되기 때문이다.
재기발랄한 가사와 의도된 듯 뭉개진 발음, 수시로 예상을 뒤엎는 박자들. 여러모로 [Boylife In 12``]는 재밋거리가 많다. 앞으로가 기대되는 젊은 음악가들의 출발점을 끊은 앨범이라는 점에서 추천한다. 온라인에 범람하는 기존 힙합, 댄스 음악을 듣다가 접한다면 눈과 귀가 번쩍 뜨일, 낯선 사운드의 집합체다.


또 다른, 50
장르로 양분하기 힘든 앨범이다. 특히 힙합의 카테고리 안에서 읽어내기 어려운 음악이다. 어떤 가사는 무척 난해한 실험시처럼 들리기도 해, 전달력이 떨어지는 것처럼 느껴질지도 모른다. 허나 랩퍼로서의 자아를 내세우기 보단 마치 하나의 악기처럼 묻어가는 김아일의 발성이, 본 작에서 그가 택한 표현 방식이라고 하면 이해가 쉽지 않을까. 원론적인 조건을 따지는 건 이 앨범을 듣는 재미를 놓치는 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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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트로 비츠(Astro Bits) - Bits of Universe

 

[소리 연구가의 신대륙 탐험기]

 

좋아할, 50
윤상에게 선택 받은 천재, 류이치 사카모토가 주최한 작곡 그랑프리 우승자, 그리고 김동률, 윤건, 존 박 등 수많은 음악가의 앨범 프로듀서까지. 이렇듯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는 아스트로 비츠(Astro Bits, 프로듀서명 bk!)는 음악 마니아들에게 무엇보다도 단 하나의 수식어로 통했다. 그것은 ‘국내 최초의 애시드 재즈(Acid Jazz) 전도사’였다.
본명 김범수로 발표한 앨범 [Guardian Angel (수호천사)]는 ‘시대를 앞서간 앨범’이라는 칭송을 받았고 그로부터 10년 후 공개한 정규 앨범 [Astro Bits]는 재즈, 보사노바, 테크노 등 다양한 들을 거리를 제공하며 마니아들의 귀를 자극시켰다. 이름난 마스터링 엔지니어로서 소리에 민감한 그인 만큼, 다양한 사운드로 청자들을 사로 잡은 아스트로 비츠의 음악은 그만큼 참신했다.
그로부터 각종 싱글 발매와 협업 등의 움직임이 있었지만 근 6년 만에 발매된 [Bits of Universe] 는 새삼 반가운 정규작이다. 눈에 띄는 건 정인, 양파, 리쌍 등 그와 교류했던 음악가들의 참여 비중이 늘었다는 것, 동시에 새로운 대중의 기호를 찾아가려는 시도가 곳곳에 묻어난다는 점이다.
한 편, ‘보고 싶어’나 ‘얘기, 얘기’같은 곡은 아스트로 비츠의 건재한 사운드 메이킹 능력이 여전하다는 사실을 입증한다. 이는 특히 지난 [Astro Bits] 앨범을 좋게 들었던 팬들에게는 추억을 되새김질할 수 있는 좋은 순간으로 기억될 것 같다. ‘집에 오는 길’은 다소 식상해질 뻔한 R&B 보컬이 재즈 풍 멜로디 덕에 한결 부드러운 인상을 주며, ‘별의 기억’은 우주의 법칙에 대한 순수한 고찰이 가사로써 증명되는 곡이다.
[Bits of Universe]는 무엇보다도 아스트로 비츠의 음악적 근황을 한 번에 만날 수 있는 앨범이다. 대중 음악계에서는 프로듀서 bk!로 보다 유명하지만, 중요한 건 아스트로 비츠와 음악 프로듀서 bk!의 영역은 별개라는 사실이다. 애당초 그의 음악에 호기심을 불러 일으키는 건 유명세를 신경 쓰지 않는 태도였다.


또 다른, 50
새로운 시도란 늘 위험요소를 간직하고 있는 법이다. 지난 앨범들의 섬세한 느낌에 감명 받았던 청자들을 배려한다면 ‘어디선가’처럼 무대 지향의 일렉트로 하우스는 리믹스 트랙이 모인 뒷 순서가 어울리지 않았을까.
또한 외부 보컬이 부른 곡들 사이에도 묘한 불균등이 느껴질 수 있는데, 이는 피처링 보컬의 섭외가 좀 더 신중해야 했음을 시사한다. 대중적으로 익숙한 정인, 양파, 리쌍보다도 그의 노래를 더 잘 소화해내는 건 일렉트로닉 사운드에 익숙한 캐스커다. 물론 그의 음악적 공력을 생각했을 때 다양한 음악가들을 영입하여 앨범의 진입 장벽을 낮추는 건 좋은 시도였다. 그러나 그 방법이 모든 아티스트에게 통하는 지는 미지수다. 특히나 이렇게 아티스트의 개성이 뚜렷한 음악일 경우에 이는 더욱 조심스러운 시도가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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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테(Tete) – Love & Relax

 

[쓸쓸한 봄을 향한 위로]

 

좋아할, 50


테테(Tete)의 음악을 듣기 전에 짚고 넘어가야 할 두 밴드가 있다. 때론 퇴폐적이고 강렬한 이미지로 인디 신에서 남다른 존재감을 드러냈던 네스티요나(Nastyona), 그리고 뉴 웨이브 사운드를 전면에 내세우며 댄스와 록 음악을 독특하게 접목시켰던 텔레파시(Telepathy). 그는 이렇게 결코 평범하지 않은 두 밴드의 베이시스트이자 작곡가로 활동했다. 이후 슈퍼스타K 출신의 투개월이 솔로 데뷔곡 ‘Romantico’를 리메이크함과 동시에, 테테라는 이름도 대중들에게 좀 더 익숙해졌다. 그로부터 꾸준히 발표한 두 장의 솔로 앨범과 싱글, 외부 활동까지 합쳐져 그의 이력은 보다 풍성해졌다.
봄의 시작과 함께 발표된 신보 [Love & Relax]는 라틴 사운드와 어쿠스틱이 어우러진 다섯 곡의 EP다. 앨범은 이국적인 기타 사운드의 ‘춤추는 봄’으로 시작해 마이너 멜로디가 인상적인 ‘Rainy’로 이어진다. 다음 곡 ‘Sentimental’은 오랫동안 잔영을 남기는 후렴구와 ‘거리 위로 내리는 가로등에도 춤을 춘다’같은 시적인 가사가 백미를 이룬다. 순수한 어쿠스틱의 ‘Love & Relax’는 곡 순서 면에서 다소 겉도는 느낌이 있지만, ‘Goodbye Planet’에서 촉촉한 감성의 결은 되살아난다.
테테의 음악에서 재미있는 것은 상대적으로 강한 느낌의 밴드에서 활동해왔던 것에 반해, 그 대척점으로 볼 수 있는 어쿠스틱 장르의 프로듀싱이 원활하게 이뤄져 왔다는 점이다. 더불어 솔로 활동 이전에는 찾아보기 힘들었던 라틴 사운드와 90년대 가요 감성의 눈에 띄는 발현은 그의 음악 색을 좀 더 견고하게 해준다.
싱어 송 라이터의 어쿠스틱 앨범이라고 해서 반드시 달콤하고 풋풋한 사랑만을 노래해야 되는 것은 아니다. 전체적으로 쓸쓸하고 담담한 분위기가 지배적인 본 EP가 이질적으로 느껴지지 않는 건 그의 성실한 송 라이팅 덕분일 것이다. 봄에는 ‘벚꽃 엔딩’같은 순간도 있지만 ‘Rainy’같은 때도 오는 법이다. 맑고 화창한 날씨보다는, 비 내리고 먼지 낀 봄에 어울리는 앨범이다.


또 다른, 50
EP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5곡이라는 수록곡 수는 다소 적게 느껴지기도 한다. 개성 넘치는 송 라이팅과 마이너 곡조의 매력은 여전하지만, 한 두 곡만 더 수록되었더라면 보다 많은 것을 가늠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또한 타이틀로 내세운 ‘춤추는 봄’과 어쿠스틱 선율이 강조된 ‘Love & Relax’같은 곡에서는 다른 트랙에 비해 테테만의 개성이 덜 한 느낌이 들 수 있는데, 이는 청자에게는 호불호로 나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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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ssixx - Hanging Gardens

 

[티없는 디스코의 상쾌한 질주]


좋아할, 50


중학교, 고등학교를 함께 다닌 마이클 데이비드와 타일러 블레이크. 폴 사이먼부터 크라프트베르크까지 같은 뮤지션에 열광하던 두 소년은 성인이 되어서도 끈끈한 우정을 이어간다. 마이클은 밴드의 기타리스트로, 타일러는 버클리 음악 학교에 진학하며 꿈을 다진 것. 세계적인 레코딩 스튜디오가 가득하고 따뜻한 기후가 매력적인 도시인 미국 LA. 음악적 역량을 펼치기엔 최고의 환경 속에서 2009년, 일렉트로닉 듀오 클래식스(Classixx)는 결성된다.
그들은 프랑스 레이블 키츠네(Kitsune)를 통해 첫 리믹스 트랙으로 피닉스(Phoenix)의 'Lisztomania'를 발표한다. 이후 본격적으로 DJ 커리어를 쌓기 시작하며 팅팅스(The Ting Tings), 가십(Gossip), 패션 핏(Passion Pit) 등 유명 밴드들의 러브 콜을 받는다. 같은 해 발표한 업템포의 데뷔 싱글 "I'll Get You"는 '프로듀서 클래식스'의 존재감을 크게 알린 곡이었다.
장기간의 투어 일정 때문인지 첫 앨범 [Hanging Gardens]는 데뷔 싱글 발매 후 4년이 지난 2013년이 되어서야 발매되었다. 앨범과 동명 타이틀의 'Hanging Gardens'는 바닷가의 나른함을 연상시키는 인트로로 분위기를 고조시키며 시작된다. "All You're Waiting For"은 엘시디 사운드시스템(LCD Soundsystem)과 함께 한 보컬 낸시 왱(Nancy Whang)이 참여해 선명한 후크의 디스코 팝을 완성한다.
'Holding On'에 쓰인 희망찬 기타 리프와 보컬 샘플링은 약간은 노골적인(?) 다프트 펑크(Daft Punk) 오마쥬로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는 드림 팝 싱어 송 라이터 액티브 차일드(Active Child)의 'Long Lost'를 거쳐 'A Stranger Love'의 신선한 분위기와 보컬 속에 자연스레 해소된다. 'Borderline'의 싱어로 선택돤 키세스(Kisses)의 멤버 제스 키벨(Jesse Kivel)과의 조합 또한 감상 트랙으로써 훌륭하다.
80년대 디스코에 대한 향수와 유럽 댄스 음악의 정서, 이에 훌륭한 보컬리스트들의 합세로 듣기 좋은 'LA형 뉴-디스코(New Disco)'가 탄생했다. 가장 듣기 좋은 점은 이들이 2009년의 'I'll Get You'에서 멈추지 않고 다양한 사운드를 발전시켰다는 사실일 것이다. 기존의 곡을 선별하여 대중에게 들려주는 DJ의 영역을 넘어, 앨범에는 4년간 고민해 온 프로듀서 클래식스의 색깔이 오롯이 담겨있다. 댄스 음악을 산뜻한 감상의 영역으로 이끌었다는 것이 강점이다.


또 다른, 50
보컬 곡들의 흡인력이 크다는 사실은 이 앨범에서 양날의 검으로 작용한다. 현역에서 활동중인 외부 음악가의 참여는 앨범 색을 다채롭게 하며 각 트랙을 돋보이게 해준다. 한 편 앨범에서 기억에 남는 곡 대부분이 보컬 곡이라는 점은 약간의 아쉬움으로 남는다. 때문에 앞으로 이들에게 외부에 기대지 않는 비보컬곡의 경쟁력 강화는 매우 중요할 것이다. 연주곡이 보컬 트랙에 묻히지 않고 대등한 트랙으로써 들려오는 것. 이것을 차기작에서 이룬다면 다음 앨범은 더욱 듣기 좋은 작품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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