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이 앨범을 좋아할 확률, 50/50

 

Mayer Hawthorne – Where Does This Door Go 

 

[이보다 좋을 수 없는 팝]

 

좋아할, 50
‘레트로 소울’ 싱어 메이어 호손(Mayer Hawthorne)의 두 번째 메이저 앨범이다. 모타운(Motown) 사운드의 역사를 자랑하는 미시간에서 태어난 그는 어린 시절부터 R&B, 훵크, 재즈 등 다양한 음악을 접했다. 60년대 정통 소울 가수들을 포함하여, 제이딜라(J Dilla)같은 힙합 전설의 영향까지 언급할 정도로 청음의 폭이 넓은 건 그 덕분이다.
싱어 송 라이팅뿐 아니라 DJ, 랩퍼, 프로듀서 등 다양한 음악적 역량을 과시하는 호손은, 지난 앨범에서 모든 곡을 총괄하며 프로듀서로의 역량을 십분 발휘했다. 그러나 이번 작품 [Where Does This Door Go]는 보컬과 작곡가로서의 역할에 보다 집중한다. 다채로운 앨범 색을 내는 데 힘쓰기 위해 잭 스플래시(Jack Splash) 등 전보다 많은 외부 음악가들과 함께 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앨범의 포문을 여는 ‘Back Seat Lover’는 쉽고 강렬한 후렴구로 멜로디의 순수함을 강조한다. 이어지는 ‘The Innocent’, ‘Allie Jones’ 또한 곡마다의 긴장감을 유지하며 다음 트랙을 기대하게 만든다. 피아노가 시원하게 터져 나오는 ‘The Only One’과 ‘Corsican Rose’는 트랙 자체만으로 충분한 매력을 지닌다. ‘Her Favorite Song’은 싱글컷 되어 좋은 반응을 얻은 사실을 입증하듯 귓가에 오래 남는다.
퍼렐 윌리엄스(Pharrell Williams)가 프로듀싱한 ‘Wine Glass Woman’, ‘Reach Out Richard’ 등은 프로듀서의 색이 많이 드러나는 만큼 다른 곡과 어우러지며 앨범의 변화를 드러내는데 협조한다. 또한 ‘Crime’은 힙합 신의 슈퍼 스타 켄드릭 라마(Kendrick Lamar)가 랩퍼로 참여하며 호손의 새로운 이미지를 부여하는 데 적잖은 몫을 해낸다.
결국 앨범은 소울을 벗어나 그 자체로 빼어난 팝 앨범이 된다. ‘레트로 소울’, ‘블루 아이드 소울’ 이라는 구태의연한 수식어를 벗어나 대범한 시도들로 귀가 즐거운 작품을 만들어낸 것이다. 멀티 아티스트가 행한 옳은 변신의 예로 회자될 만한 앨범이다.

 

또 다른, 50
팝으로는 흠결을 찾기 어렵지만 소울이라기에는 아리송하다. 그만큼 기존 알앤비, 소울 음악이 익숙한 청자들에게는 ‘변종 소울’을 넘어, 동시대 음악의 여러 영역을 건드리는 이 앨범이 낯설게 느껴질 공산이 크다. 하지만 급변하는 음악 시장 속에서 변화는 불가피한 법. 자신의 끼와 재능을 유감없이 발휘한 그의 음악 세계에 되도록 편견 없이 몰입 되어보는 것이 좋겠다. 좋은 음악 앞에선 장르 구분이 없다는 느낌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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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롬 - Arrival

 

[신인답지 않은 싱어 송 라이터의 여유]

 

좋아할, 50
프롬(Fromm)은 2012년부터 홍대 일대를 중심으로 활동중인 싱어 송 라이터다. 부산에서 상경해 피터팬 컴플렉스, 테테(Tete) 등의 음악가와 공동 작업을 했으며 지산 록 페스티벌,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 등에도 이름을 올렸다. 데뷔 직후로 큰 무대에 섰다는 건 그만큼 많은 이들에게 들려줄 가치가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이러한 호의적인 분위기 속에서 정규 앨범 [Arrival]이 발매되었다.
우선 그녀가 모든 곡의 작편곡과 프로듀싱에 참여한 점이 눈에 띈다. 그 흔한 피처링 하나 없다. 자칫 갑갑한 포크 앨범이 될 뻔한 위기를 여유롭게 대처하는 건 다양하게 시도된 변주다. 적시에 등장하는 악기들이 영롱한 움직임을 만들어내고, 자유로운 멜로디가 지루함을 상쇄한다.
첫 곡 ‘도착’의 이국적인 느낌은 앨범이 단순한 어쿠스틱 이상임을 예고한다. 환상동화 같은 ‘Merry Go Round’의 깊이 앞에 ‘마음셔틀금지’, ‘좋아해’는 오히려 풋풋해진다. 앨범 수록 여부를 고민했다는 ‘달, 말하다’나 ‘너와나의’는 담백한 구성으로 서정성을 확보한다. 심지어 ‘불꽃놀이’는 도입부부터 록이다. 이렇듯 곡마다 분위기 편차가 존재하지만 모두를 자연스레 아우르는 건 특유의 음색이다.
굳이 장르로 묶자면 포크나 챔버 팝의 어딘가에 위치할 앨범이다. 10곡의 감성이 어우러져 잔잔한 울림을 이끌어낸다. 밋밋한 보컬 곡이 지루한 이들에게 추천하고픈, 깔끔하고 세련된 인디 팝의 감성이다.


또 다른, 50
여성 싱어 송 라이터라는 이유로 그녀에게도 ‘홍대 여신’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홍대 여신의 어원은 ‘홍대의 여성 싱어 송 라이터’의 줄임말 ‘홍대 여싱’이라고 한다.) 그러한 별명은 양날의 검 같아서 진입 장벽을 낮추기도, 높이기도 한다. 홍대 여신이라는 말이 선입견으로 작용한다면 그와는 거리가 먼 앨범이라고 말하고 싶다. 차라리 홍대 여신 보다는 인디 팝 여신이 어울리지 않을까? 그만큼 뻔하지 않다는 의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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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 As Infinity – NEW WORLD

 

[J-POP의 황금기를 연 앨범]

 

좋아할, 50
90년대부터 2000년대는 바야흐로 J-POP의 황금기였다. 팝, 록, 인디부터 아이돌 음악까지 다양한 장르가 고른 사랑을 받았고 이들은 국내에서 또한 적잖은 마니아층을 확보했다. 두 애즈 인피니티(Do As Infinity)는 밴드 자체의 인기와 더불어, 발표곡 중 일부가 애니메이션 ‘이누야샤’의 주제곡으로 선정되며 적잖은 인지도를 확보했다.
밴드 결성의 중추가 된 작곡가 나가오 다이(Nagao Dai, 예명 D.A.I)는 일본 최고의 레이블 에이벡스(avex) 출신의 유명 프로듀서다. 그는 두 애즈 인피니티 결성 전부터 하마사키 아유미(Hamasaki Ayumi), 히토미(hitomi), 에브리 리틀 싱(Every Little Thing) 등에게 곡을 제공했다. 때문에 미모와 가창력 등 스타성을 갖춘 보컬 반 토미코(Van Tomiko)와 기타리스트 오와타리 료(Owatari Ryo)의 가세는 어느 정도 팀의 성공을 보장한 상태였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었다.
<New World>는 이들의 두 번째 정규 앨범으로, 싱글로 발표되어 인기를 모았던 ‘Desire’, ‘We Are’, ‘Rumble Fish’와 나가오 다이 특유의 세련된 악곡 터치를 느낄 수 있는 트랙들이 수록되어 있다. 기존 히트곡 외 애잔한 분위기의 록 발라드 ‘永遠’, 첫 싱글에 수록된 ‘Wings’를 편곡한 ‘Wings 510’ 모두 기억에 남을만한 멜로디를 자랑한다. 이 외 앨범은 모던 록 답지 않은 시도를 한 점도 돋보인다. ‘135’는 하마사키 아유미의 곡에서 들릴법한 긴박한 일렉트로닉이며 ‘Summer Days’는 기타 리프가 중심이 된 강렬한 서프 록이다. 앨범의 모든 곡을 진두지휘한 나가오 다이의 다양한 스펙트럼이 돋보이는 부분이다.
한 번의 팀 해체를 겪고 난 뒤, 현재는 2인 체제의 두 애즈 인피니티지만 2000년대 초반 그들이 열었던 ‘New World’는 분명 신선했다. J-POP의 명곡이 유달리 많이 쏟아지던 시기, 밴드 또한 이 앨범이 오리콘 차트 1위를 기록한 이후 줄곧 상승 곡선을 타며 먼 길을 걸어왔다. J-POP이 가장 풍요로웠던 시기에 모던 록의 포문을 열었던 앨범이라는 점이 이 작품의 감상 포인트일 것 같다.

 

또 다른, 50
어느덧 10여 년 전 발매된 J-POP 앨범이다. 그러므로 지금 들어도 세련된 음악이라는 사견이 누구에게나 통할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이미 많은 대중들에게 검증된 나가오 다이의 프로듀싱, J-POP 보컬에 대한 선입견을 지우는 반 토미코의 중저음 보이스, 이와 어우러지는 기타리스트 오와타리 료의 조화는 이러한 우려를 충분히 상쇄하리라 생각한다. J-POP 입문용으로도, 좋은 모던 록 앨범으로도 부담 없이 추천할 만 한 앨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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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ke, Likes – Laid Back Dreaming

 

[영민한 계산으로 구현된 첨단의 사운드]

 

좋아할, 50

라이크 라익스(Like, Likes)는 펑크 밴드 게토밤즈, 일렉트로닉 록 밴드 텔레파시에 이어 원맨 프로젝트 애시드 펑크 다이너마이트(Acid Punk Dynamite)로 활동중인 최석(Choi Seok)과 미국, 캐나다 등지에서 다양한 음악을 고민해온 이토요(Yi Toyo) 두 뮤지션의 합작 그룹이다. 이국적인 팀명, 다채롭게 사용된 보컬 샘플링, 바로 DJ 부스 위에 올려놔도 어색하지 않을 멜로디와 리듬까지. 이러한 부가 정보를 놓고 봤을 때 그들이 국내 뮤지션이라는 사실을 단번에 알아채는 건 그리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다른 것보다 음악만 접했을 경우라면 더욱이 그렇다.
데뷔 EP <Laid Back Dreaming>은 최근 미국 LA, 영국 등지에서 재조명되고 있는 개러지(Garage)와 베이스(Bass)의 요소가 상당히 밀도 깊게 녹아있다. 첫 곡 ‘Magical Thinking Meditation’은 알맞게 쓰인 보컬 샘플링과 강약의 조화가 분명한 흡입력을 가진다. 이어지는 ‘Voided Love’는 개러지 사운드를 기반으로 지루할 틈 없이 펼쳐지는 리듬이 인상적이며, 묵직하고 가감 없는 베이스 라인의 ‘Poetic Freaks’의 또한 매력적이다.
앨범의 실질적인 대표곡처럼 느껴지는 하우스 넘버 ‘On & On’ 을 지나고 나면 마지막 트랙이자 타이틀곡 ‘Erase U, XxX’가 이어진다. 여성 싱어 리비(LIVII)의 목소리가 덧입혀진 이 곡은 본 EP의 유일한 보컬 트랙으로 베이스와 트랩의 조화가 사뭇 신선하다.
사실 국내 음악 신에서, 그것도 라디오 플레이가 힘든 장르의 일렉트로닉 앨범을 만들어낸다는 것이 뮤지션에게 그리 쉬운 선택은 아니었을 것이다. 동시대의 음악적 고민을 과감하게 시장에 던져놓은 라이크 라익스의 판단은 분명 과감했다. 단 5곡의 EP지만 완성도에서만큼은 오랜 작업의 공력에서 비롯된 탄력이 느껴진다. 이제 장르의 출처는 따질 수 있지만, 그 이상을 논하는 게 무의미한 시대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데뷔작이다.

 

또 다른, 50
무대를 벗어나 감상용으로도 잘 구현된 일렉트로닉 앨범이지만 개러지, 베이스 리듬이 익숙하지 않은 청자들은 변화무쌍한 일렉트로닉 사운드의 향연이 다소 낯설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따라서 특정 장르들을 선택하고 집중했다는 점은 팀에게 차기작에 대한 적잖은 부담 또한 남겼다고도 볼 수 있다. 하지만 본 작은 한 장의 데뷔 EP 이상으로, 근래 클럽 뮤직 신의 동시대성을 민첩하게 읽어내고 빈틈없게 구현해내려는 노력이 곳곳에 엿보인다. 최신 음악의 유행을 읽어내고 그 흐름에서 머물 것인가, 혹은 이를 무기 삼아 더욱 전진해나갈 것인가. 그 흥미로운 행보를 지켜보고 응원하는 일은 이제 뮤지션 못지않게 예민한 귀를 가진 대중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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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 – Fantasy


[광활한 우주를 유영하는 SF 멜로디]

 

좋아할, 50
그간의 이력을 살펴보면 진보(JINBO)는 자기 색을 전면적으로 내세우기 보다는, 피처링이나 프로듀싱 등 다른 뮤지션을 북돋아주는 작업을 많이 해왔다. 에픽 하이(Epik High), 프라이머리(PRIMARY), 더 콰이엇(The Quiett) 등 현업 음악가들과의 합심은 물론, 빈지노(Beenzino)부터 샤이니(SHINee)까지 장르 불문 작곡가로서도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때문에 작곡가 진보가 아닌, ‘음악가 진보’의 곡은 늘 귀했다. 더불어 첫 정규작 [Afterwork] (2010)가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알앤비&소울 부문을 수상하며 좋은 반응을 얻었기에, 이후의 행보가 궁금해지는 건 당연지사였다.
3년 만에 발표된 두 번째 앨범 [Fantasy] (2013)는 이러한 기대에 부응하듯, 피처링 참여나 리메이크에서 진면목을 느낄 수 없었던 진보라는 음악가의 개인적 성취와 시대적 흐름에 보다 집중한다. 가감 없는 코드 진행과 도회적인 비트, 그와 어우러지는 농염한 노랫말은 우주, 사랑, 로봇 등의 키워드를 관통하며 멜랑콜리한 음악관을 구축한다. 근래 미국의 비트 뮤직 레이블에서 쏟아져 나오는 미래적인 사운드를 지구 반대편의 그 역시 일찌감치 고민하고 있던 것이다.
멀티 플레이어 기질이 다분한 진보는 [Fantasy]에서도 프로듀서, 보컬, 랩퍼 등 일인다역을 자청한다. 영상 제작팀 디지페디(DIGIPEDI)의 뮤직 비디오와 함께 선보인 타이틀곡 ‘Fantasy’와 ‘Be My Friend’, 그리고 2011년 프로젝트 그룹 일진스(Ill Jeanz)를 통해 발표한 ‘Take It Slow’의 리믹스격 ‘Tape It Slow Baby’가 귀를 잡아 끈다. 여기에 탁월한 구성이 돋보이는 ‘Cops Come Knock’, 투 스텝 비트의 ‘Delete It Deal It’와 같이 앨범 곳곳에 일렉트로닉 신에서도 쉽게 통할 법한 갖가지 실험들이 보기 좋게 묻어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Fantasy]가 그를 보다 넓은 영역의 프로듀서로 확장시켜주었다는 점이다. 슈퍼프릭 레코드(Superfreak Records)라는 레이블의 대표이자, 도전을 즐기는 음악가로서의 자신감도 보다 뚜렷해진 느낌이다. 다양한 고민과 시도로 마치 현재와 미래를 연결시켜주는 타임워프 같은 음반이 탄생했다는 점에서, 진보는 그의 이름대로 남다른 ‘음악적 진보’를 이뤄냈다.


또 다른, 50
멜로디컬한 팝의 무언가를 기대하고 [Fantasy]를 듣는다면 다소 혁신적인 비트의 실험과 코드 진행에 낯선 느낌을 받을지도 모르겠다. 애초 곡들을 장르별 카테고리에 담으려는 마음을 버리고, 하나의 소설이나 영화를 감상하듯 각 트랙의 인상을 즐겨보는 것도 좋겠다.
공상과학 마니아라는 진보 자신의 말마따나, 이 앨범은 ‘22세기의 휴머노이드 로봇이 21세기를 탐방하며 로맨스와 아픔을 경험한다’는 서사를 가지고 있단다. 그러므로 수록곡의 성향은 따라 부르기 쉬운 보컬 위주의 팝보다는 자연스레 어반, 일렉트로닉 사운드로 기울어졌을 것이다. 이러한 점을 인지한다면 익숙하지 않았던 멜로디의 이질감도 새로운 매력으로 느껴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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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렌치 팝의 전설. 화가 출신답게 음악 안에서 미술을 했던 남자. 당대 최고의 여배우들과 수많은 염문설에 휩싸였던 그 이름, 세르쥬 갱스부르. 그가 프로듀스한 많은 아티스트 중 단연 돋보였던 인물은, 바로 프랑소와즈 아르디였다. 예쁘장한 외모와 훤칠한 키, 나지막한 음색은 15년간의 아내였던 버킨의 퇴폐적이고 양성적인 이미지와는 약간 거리감이 있다. 버킨의 뇌쇄적인 노랫말과 속삭이는 듯한 창법에 비하면, 아르디의 가창은 자칫 지루할법한 모범생 스타일이다. 하지만 시대의 숨결을 제대로 체감할 수 없는 우리 세대에겐, 관습을 무너뜨린 파격보다는 당대를 반영하는 교과서같은 음색과 작법들이 오히려 매혹적으로 다가올지도 모를 일이다.

갱스부르가 어레인지한 아르디의 'Comment te dire adieu' (어떻게 너에게 안녕을 말할까)는 희대의 프렌치 팝으로, 오늘날도 세계 각지에서 수많은 아티스트들에 의해 각색되고 있다. 시공간을 초월하는 프렌치 팝의 낭만과 힘은 갱스부르의 여성 편력과 비례하는 창작에의 열정 덕이었을까. 이 때문인지, 그의 파란만장한 삶과 대조적인 아르디의 반장같은 목소리는 더욱 정직하게 들려온다. 존 레논과 오노 요코처럼, 갱스부르와 버킨은 세기의 커플로 칭송되고 있지만 갱스부르 음악사의 진정한 시발점은 아르디였다. 철저한 고증은 필요없다. 이 곡은 이미 1966년의 갱스부르, 그 자체니까.

(아래는 보너스)



1964년의 아르디. 정말 별 거 없는데 아름답다.



500일의 썸머를 본 사람은 이해할 수 있는 깨알 영상.

시드 (주이 데샤넬) : 우리 톰과 썸머 같애.
낸시 (조셉 고든 래빗) : 그럼 내가 톰?





만약이라는 두 글자가 오늘 내 맘을 무너뜨렸어
어쩜 우린 웃으며 다시 만날 수 있어 그렇지 않니?
음악을 듣고 책을 읽고 영화를 보고 사람들을 만나고
우습지만 예전엔 미처 하지 못했던 생각도 많이 하게 돼
넌 날 아프게 하는 사람이 아냐
수없이 많은 나날들 속을
반짝이고 있어 항상 고마웠어
아무도 이해할 수 없는 얘기겠지만
그렇지만 가끔 미치도록 네가 안고 싶어질 때가 있어
너 같은 사람은 너 밖에 없었어
마음 둘 곳이라곤 없는 이 세상 속에

가을방학의 구성을 처음 봤을 때는 일본의 부부 듀오인 르 커플(Le Couple)이나 마이 리틀 러버(My Little Lover), 혹은 키로로(Kiroro)같은 음악을 떠올렸다. 담백한 앨범 커버와 아련한 가사, 요새 한 광고의 말마따나 아이들도 이름을 알 수 있는 정직한 재료만 넣은 한식 요리같은 노래. 뺄 수 있는 힘은 다 빼고 서정성은 최대한으로 밀집시켜 놓은 그런 음악. '드디어 현대판 정태춘과 박은옥이 나왔구나!'하는 생각에 가슴 설레는 마음으로 그들의 1집을 들었다.

계피의 목소리는 2005년, 홍대 길거리에 첫 발을 내딛던 어느 여름날에 만날 수 있었다. 당시 브로콜리 너마저의 기타리스트로 '봄이 오면'과 '꾸꾸꾸'를 열창하여 나를 브로콜리 너마저의 홈페이지에서 데모곡을 찾아듣게 만들던 그녀였다. 기타리스트치곤 너무 고운 음색을 가진 그녀였다. 용감한 형제들의 신보라같은 존재였다. (신보라에게 '아니, 왜 가수가 개그맨을 하고 있지?' 라는 말이 나온다면 당시의 계피에겐 '아니, 보컬이 왜 기타를  치고 있지?' 라는 말이 나왔을 것이다.)

그 후 브로콜리 너마저에서 독립한 계피는 그녀를 줄곧 지켜보던 줄리아 하트의 정바비와 참 좋은 그룹을 만들었다. 정말 좋은 시기에 정말 좋은 프로듀서(정바비)와 정말 좋은 보컬(계피)가 만나니 정말 좋은 음악이 나올 수 밖에 없었다. 이것이 바로 정바비식 슴슴함에 계피식 알싸함이던가. 마음 둘 곳이라곤 없는 이 세상 속에, 귀를 둘 음악이 있다는 것. 이 얼마나 다행인 일인가. 

● 한 줄 요약 : 히트곡 제목은 어떻게 지어야 하는지 가르쳐주는 곡.
● 감상 포인트 : 전곡 가사가 그 자체로 이미 각각 한 편의 시.


 

간만에 70년대 디스코 훵크 재해석의 일인자, 로렌 로즈의 새로운 리믹스가 공개됐다. 새로운 믹스셋은 언제쯤 들려주실런지! +_+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그의 데이터 트랜스미션 팟캐스트 #98 믹스셋. 출퇴근용으로 엄청나게 들었더랬다. 별점으로 매기자면 일억만개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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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50
팝으로는 흠결을 찾기 어렵지만 소울이라기에는 아리송하다. 그만큼 기존 알앤비, 소울 음악이 익숙한 청자들에게는 ‘변종 소울’을 넘어, 동시대 음악의 여러 영역을 건드리는 이 앨범이 낯설게 느껴질 공산이 크다. 하지만 급변하는 음악 시장 속에서 변화는 불가피한 법. 자신의 끼와 재능을 유감없이 발휘한 그의 음악 세계에 되도록 편견 없이 몰입 되어보는 것이 좋겠다. 좋은 음악 앞에선 장르 구분이 없다는 느낌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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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롬(Fromm)은 2012년부터 홍대 일대를 중심으로 활동중인 싱어 송 라이터다. 부산에서 상경해 피터팬 컴플렉스, 테테(Tete) 등의 음악가와 공동 작업을 했으며 지산 록 페스티벌,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 등에도 이름을 올렸다. 데뷔 직후로 큰 무대에 섰다는 건 그만큼 많은 이들에게 들려줄 가치가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이러한 호의적인 분위기 속에서 정규 앨범 [Arrival]이 발매되었다.
우선 그녀가 모든 곡의 작편곡과 프로듀싱에 참여한 점이 눈에 띈다. 그 흔한 피처링 하나 없다. 자칫 갑갑한 포크 앨범이 될 뻔한 위기를 여유롭게 대처하는 건 다양하게 시도된 변주다. 적시에 등장하는 악기들이 영롱한 움직임을 만들어내고, 자유로운 멜로디가 지루함을 상쇄한다.
첫 곡 ‘도착’의 이국적인 느낌은 앨범이 단순한 어쿠스틱 이상임을 예고한다. 환상동화 같은 ‘Merry Go Round’의 깊이 앞에 ‘마음셔틀금지’, ‘좋아해’는 오히려 풋풋해진다. 앨범 수록 여부를 고민했다는 ‘달, 말하다’나 ‘너와나의’는 담백한 구성으로 서정성을 확보한다. 심지어 ‘불꽃놀이’는 도입부부터 록이다. 이렇듯 곡마다 분위기 편차가 존재하지만 모두를 자연스레 아우르는 건 특유의 음색이다.
굳이 장르로 묶자면 포크나 챔버 팝의 어딘가에 위치할 앨범이다. 10곡의 감성이 어우러져 잔잔한 울림을 이끌어낸다. 밋밋한 보컬 곡이 지루한 이들에게 추천하고픈, 깔끔하고 세련된 인디 팝의 감성이다.


또 다른, 50
여성 싱어 송 라이터라는 이유로 그녀에게도 ‘홍대 여신’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홍대 여신의 어원은 ‘홍대의 여성 싱어 송 라이터’의 줄임말 ‘홍대 여싱’이라고 한다.) 그러한 별명은 양날의 검 같아서 진입 장벽을 낮추기도, 높이기도 한다. 홍대 여신이라는 말이 선입견으로 작용한다면 그와는 거리가 먼 앨범이라고 말하고 싶다. 차라리 홍대 여신 보다는 인디 팝 여신이 어울리지 않을까? 그만큼 뻔하지 않다는 의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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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 As Infinity – NEW WORLD

 

[J-POP의 황금기를 연 앨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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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부터 2000년대는 바야흐로 J-POP의 황금기였다. 팝, 록, 인디부터 아이돌 음악까지 다양한 장르가 고른 사랑을 받았고 이들은 국내에서 또한 적잖은 마니아층을 확보했다. 두 애즈 인피니티(Do As Infinity)는 밴드 자체의 인기와 더불어, 발표곡 중 일부가 애니메이션 ‘이누야샤’의 주제곡으로 선정되며 적잖은 인지도를 확보했다.
밴드 결성의 중추가 된 작곡가 나가오 다이(Nagao Dai, 예명 D.A.I)는 일본 최고의 레이블 에이벡스(avex) 출신의 유명 프로듀서다. 그는 두 애즈 인피니티 결성 전부터 하마사키 아유미(Hamasaki Ayumi), 히토미(hitomi), 에브리 리틀 싱(Every Little Thing) 등에게 곡을 제공했다. 때문에 미모와 가창력 등 스타성을 갖춘 보컬 반 토미코(Van Tomiko)와 기타리스트 오와타리 료(Owatari Ryo)의 가세는 어느 정도 팀의 성공을 보장한 상태였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었다.
<New World>는 이들의 두 번째 정규 앨범으로, 싱글로 발표되어 인기를 모았던 ‘Desire’, ‘We Are’, ‘Rumble Fish’와 나가오 다이 특유의 세련된 악곡 터치를 느낄 수 있는 트랙들이 수록되어 있다. 기존 히트곡 외 애잔한 분위기의 록 발라드 ‘永遠’, 첫 싱글에 수록된 ‘Wings’를 편곡한 ‘Wings 510’ 모두 기억에 남을만한 멜로디를 자랑한다. 이 외 앨범은 모던 록 답지 않은 시도를 한 점도 돋보인다. ‘135’는 하마사키 아유미의 곡에서 들릴법한 긴박한 일렉트로닉이며 ‘Summer Days’는 기타 리프가 중심이 된 강렬한 서프 록이다. 앨범의 모든 곡을 진두지휘한 나가오 다이의 다양한 스펙트럼이 돋보이는 부분이다.
한 번의 팀 해체를 겪고 난 뒤, 현재는 2인 체제의 두 애즈 인피니티지만 2000년대 초반 그들이 열었던 ‘New World’는 분명 신선했다. J-POP의 명곡이 유달리 많이 쏟아지던 시기, 밴드 또한 이 앨범이 오리콘 차트 1위를 기록한 이후 줄곧 상승 곡선을 타며 먼 길을 걸어왔다. J-POP이 가장 풍요로웠던 시기에 모던 록의 포문을 열었던 앨범이라는 점이 이 작품의 감상 포인트일 것 같다.

 

또 다른, 50
어느덧 10여 년 전 발매된 J-POP 앨범이다. 그러므로 지금 들어도 세련된 음악이라는 사견이 누구에게나 통할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이미 많은 대중들에게 검증된 나가오 다이의 프로듀싱, J-POP 보컬에 대한 선입견을 지우는 반 토미코의 중저음 보이스, 이와 어우러지는 기타리스트 오와타리 료의 조화는 이러한 우려를 충분히 상쇄하리라 생각한다. J-POP 입문용으로도, 좋은 모던 록 앨범으로도 부담 없이 추천할 만 한 앨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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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ke, Likes – Laid Back Dreaming

 

[영민한 계산으로 구현된 첨단의 사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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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크 라익스(Like, Likes)는 펑크 밴드 게토밤즈, 일렉트로닉 록 밴드 텔레파시에 이어 원맨 프로젝트 애시드 펑크 다이너마이트(Acid Punk Dynamite)로 활동중인 최석(Choi Seok)과 미국, 캐나다 등지에서 다양한 음악을 고민해온 이토요(Yi Toyo) 두 뮤지션의 합작 그룹이다. 이국적인 팀명, 다채롭게 사용된 보컬 샘플링, 바로 DJ 부스 위에 올려놔도 어색하지 않을 멜로디와 리듬까지. 이러한 부가 정보를 놓고 봤을 때 그들이 국내 뮤지션이라는 사실을 단번에 알아채는 건 그리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다른 것보다 음악만 접했을 경우라면 더욱이 그렇다.
데뷔 EP <Laid Back Dreaming>은 최근 미국 LA, 영국 등지에서 재조명되고 있는 개러지(Garage)와 베이스(Bass)의 요소가 상당히 밀도 깊게 녹아있다. 첫 곡 ‘Magical Thinking Meditation’은 알맞게 쓰인 보컬 샘플링과 강약의 조화가 분명한 흡입력을 가진다. 이어지는 ‘Voided Love’는 개러지 사운드를 기반으로 지루할 틈 없이 펼쳐지는 리듬이 인상적이며, 묵직하고 가감 없는 베이스 라인의 ‘Poetic Freaks’의 또한 매력적이다.
앨범의 실질적인 대표곡처럼 느껴지는 하우스 넘버 ‘On & On’ 을 지나고 나면 마지막 트랙이자 타이틀곡 ‘Erase U, XxX’가 이어진다. 여성 싱어 리비(LIVII)의 목소리가 덧입혀진 이 곡은 본 EP의 유일한 보컬 트랙으로 베이스와 트랩의 조화가 사뭇 신선하다.
사실 국내 음악 신에서, 그것도 라디오 플레이가 힘든 장르의 일렉트로닉 앨범을 만들어낸다는 것이 뮤지션에게 그리 쉬운 선택은 아니었을 것이다. 동시대의 음악적 고민을 과감하게 시장에 던져놓은 라이크 라익스의 판단은 분명 과감했다. 단 5곡의 EP지만 완성도에서만큼은 오랜 작업의 공력에서 비롯된 탄력이 느껴진다. 이제 장르의 출처는 따질 수 있지만, 그 이상을 논하는 게 무의미한 시대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데뷔작이다.

 

또 다른, 50
무대를 벗어나 감상용으로도 잘 구현된 일렉트로닉 앨범이지만 개러지, 베이스 리듬이 익숙하지 않은 청자들은 변화무쌍한 일렉트로닉 사운드의 향연이 다소 낯설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따라서 특정 장르들을 선택하고 집중했다는 점은 팀에게 차기작에 대한 적잖은 부담 또한 남겼다고도 볼 수 있다. 하지만 본 작은 한 장의 데뷔 EP 이상으로, 근래 클럽 뮤직 신의 동시대성을 민첩하게 읽어내고 빈틈없게 구현해내려는 노력이 곳곳에 엿보인다. 최신 음악의 유행을 읽어내고 그 흐름에서 머물 것인가, 혹은 이를 무기 삼아 더욱 전진해나갈 것인가. 그 흥미로운 행보를 지켜보고 응원하는 일은 이제 뮤지션 못지않게 예민한 귀를 가진 대중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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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 – Fantasy


[광활한 우주를 유영하는 SF 멜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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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의 이력을 살펴보면 진보(JINBO)는 자기 색을 전면적으로 내세우기 보다는, 피처링이나 프로듀싱 등 다른 뮤지션을 북돋아주는 작업을 많이 해왔다. 에픽 하이(Epik High), 프라이머리(PRIMARY), 더 콰이엇(The Quiett) 등 현업 음악가들과의 합심은 물론, 빈지노(Beenzino)부터 샤이니(SHINee)까지 장르 불문 작곡가로서도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때문에 작곡가 진보가 아닌, ‘음악가 진보’의 곡은 늘 귀했다. 더불어 첫 정규작 [Afterwork] (2010)가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알앤비&소울 부문을 수상하며 좋은 반응을 얻었기에, 이후의 행보가 궁금해지는 건 당연지사였다.
3년 만에 발표된 두 번째 앨범 [Fantasy] (2013)는 이러한 기대에 부응하듯, 피처링 참여나 리메이크에서 진면목을 느낄 수 없었던 진보라는 음악가의 개인적 성취와 시대적 흐름에 보다 집중한다. 가감 없는 코드 진행과 도회적인 비트, 그와 어우러지는 농염한 노랫말은 우주, 사랑, 로봇 등의 키워드를 관통하며 멜랑콜리한 음악관을 구축한다. 근래 미국의 비트 뮤직 레이블에서 쏟아져 나오는 미래적인 사운드를 지구 반대편의 그 역시 일찌감치 고민하고 있던 것이다.
멀티 플레이어 기질이 다분한 진보는 [Fantasy]에서도 프로듀서, 보컬, 랩퍼 등 일인다역을 자청한다. 영상 제작팀 디지페디(DIGIPEDI)의 뮤직 비디오와 함께 선보인 타이틀곡 ‘Fantasy’와 ‘Be My Friend’, 그리고 2011년 프로젝트 그룹 일진스(Ill Jeanz)를 통해 발표한 ‘Take It Slow’의 리믹스격 ‘Tape It Slow Baby’가 귀를 잡아 끈다. 여기에 탁월한 구성이 돋보이는 ‘Cops Come Knock’, 투 스텝 비트의 ‘Delete It Deal It’와 같이 앨범 곳곳에 일렉트로닉 신에서도 쉽게 통할 법한 갖가지 실험들이 보기 좋게 묻어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Fantasy]가 그를 보다 넓은 영역의 프로듀서로 확장시켜주었다는 점이다. 슈퍼프릭 레코드(Superfreak Records)라는 레이블의 대표이자, 도전을 즐기는 음악가로서의 자신감도 보다 뚜렷해진 느낌이다. 다양한 고민과 시도로 마치 현재와 미래를 연결시켜주는 타임워프 같은 음반이 탄생했다는 점에서, 진보는 그의 이름대로 남다른 ‘음악적 진보’를 이뤄냈다.


또 다른, 50
멜로디컬한 팝의 무언가를 기대하고 [Fantasy]를 듣는다면 다소 혁신적인 비트의 실험과 코드 진행에 낯선 느낌을 받을지도 모르겠다. 애초 곡들을 장르별 카테고리에 담으려는 마음을 버리고, 하나의 소설이나 영화를 감상하듯 각 트랙의 인상을 즐겨보는 것도 좋겠다.
공상과학 마니아라는 진보 자신의 말마따나, 이 앨범은 ‘22세기의 휴머노이드 로봇이 21세기를 탐방하며 로맨스와 아픔을 경험한다’는 서사를 가지고 있단다. 그러므로 수록곡의 성향은 따라 부르기 쉬운 보컬 위주의 팝보다는 자연스레 어반, 일렉트로닉 사운드로 기울어졌을 것이다. 이러한 점을 인지한다면 익숙하지 않았던 멜로디의 이질감도 새로운 매력으로 느껴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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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렌치 팝의 전설. 화가 출신답게 음악 안에서 미술을 했던 남자. 당대 최고의 여배우들과 수많은 염문설에 휩싸였던 그 이름, 세르쥬 갱스부르. 그가 프로듀스한 많은 아티스트 중 단연 돋보였던 인물은, 바로 프랑소와즈 아르디였다. 예쁘장한 외모와 훤칠한 키, 나지막한 음색은 15년간의 아내였던 버킨의 퇴폐적이고 양성적인 이미지와는 약간 거리감이 있다. 버킨의 뇌쇄적인 노랫말과 속삭이는 듯한 창법에 비하면, 아르디의 가창은 자칫 지루할법한 모범생 스타일이다. 하지만 시대의 숨결을 제대로 체감할 수 없는 우리 세대에겐, 관습을 무너뜨린 파격보다는 당대를 반영하는 교과서같은 음색과 작법들이 오히려 매혹적으로 다가올지도 모를 일이다.

갱스부르가 어레인지한 아르디의 'Comment te dire adieu' (어떻게 너에게 안녕을 말할까)는 희대의 프렌치 팝으로, 오늘날도 세계 각지에서 수많은 아티스트들에 의해 각색되고 있다. 시공간을 초월하는 프렌치 팝의 낭만과 힘은 갱스부르의 여성 편력과 비례하는 창작에의 열정 덕이었을까. 이 때문인지, 그의 파란만장한 삶과 대조적인 아르디의 반장같은 목소리는 더욱 정직하게 들려온다. 존 레논과 오노 요코처럼, 갱스부르와 버킨은 세기의 커플로 칭송되고 있지만 갱스부르 음악사의 진정한 시발점은 아르디였다. 철저한 고증은 필요없다. 이 곡은 이미 1966년의 갱스부르, 그 자체니까.

(아래는 보너스)



1964년의 아르디. 정말 별 거 없는데 아름답다.



500일의 썸머를 본 사람은 이해할 수 있는 깨알 영상.

시드 (주이 데샤넬) : 우리 톰과 썸머 같애.
낸시 (조셉 고든 래빗) : 그럼 내가 톰?





만약이라는 두 글자가 오늘 내 맘을 무너뜨렸어
어쩜 우린 웃으며 다시 만날 수 있어 그렇지 않니?
음악을 듣고 책을 읽고 영화를 보고 사람들을 만나고
우습지만 예전엔 미처 하지 못했던 생각도 많이 하게 돼
넌 날 아프게 하는 사람이 아냐
수없이 많은 나날들 속을
반짝이고 있어 항상 고마웠어
아무도 이해할 수 없는 얘기겠지만
그렇지만 가끔 미치도록 네가 안고 싶어질 때가 있어
너 같은 사람은 너 밖에 없었어
마음 둘 곳이라곤 없는 이 세상 속에

가을방학의 구성을 처음 봤을 때는 일본의 부부 듀오인 르 커플(Le Couple)이나 마이 리틀 러버(My Little Lover), 혹은 키로로(Kiroro)같은 음악을 떠올렸다. 담백한 앨범 커버와 아련한 가사, 요새 한 광고의 말마따나 아이들도 이름을 알 수 있는 정직한 재료만 넣은 한식 요리같은 노래. 뺄 수 있는 힘은 다 빼고 서정성은 최대한으로 밀집시켜 놓은 그런 음악. '드디어 현대판 정태춘과 박은옥이 나왔구나!'하는 생각에 가슴 설레는 마음으로 그들의 1집을 들었다.

계피의 목소리는 2005년, 홍대 길거리에 첫 발을 내딛던 어느 여름날에 만날 수 있었다. 당시 브로콜리 너마저의 기타리스트로 '봄이 오면'과 '꾸꾸꾸'를 열창하여 나를 브로콜리 너마저의 홈페이지에서 데모곡을 찾아듣게 만들던 그녀였다. 기타리스트치곤 너무 고운 음색을 가진 그녀였다. 용감한 형제들의 신보라같은 존재였다. (신보라에게 '아니, 왜 가수가 개그맨을 하고 있지?' 라는 말이 나온다면 당시의 계피에겐 '아니, 보컬이 왜 기타를  치고 있지?' 라는 말이 나왔을 것이다.)

그 후 브로콜리 너마저에서 독립한 계피는 그녀를 줄곧 지켜보던 줄리아 하트의 정바비와 참 좋은 그룹을 만들었다. 정말 좋은 시기에 정말 좋은 프로듀서(정바비)와 정말 좋은 보컬(계피)가 만나니 정말 좋은 음악이 나올 수 밖에 없었다. 이것이 바로 정바비식 슴슴함에 계피식 알싸함이던가. 마음 둘 곳이라곤 없는 이 세상 속에, 귀를 둘 음악이 있다는 것. 이 얼마나 다행인 일인가. 

● 한 줄 요약 : 히트곡 제목은 어떻게 지어야 하는지 가르쳐주는 곡.
● 감상 포인트 : 전곡 가사가 그 자체로 이미 각각 한 편의 시.


 

간만에 70년대 디스코 훵크 재해석의 일인자, 로렌 로즈의 새로운 리믹스가 공개됐다. 새로운 믹스셋은 언제쯤 들려주실런지! +_+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그의 데이터 트랜스미션 팟캐스트 #98 믹스셋. 출퇴근용으로 엄청나게 들었더랬다. 별점으로 매기자면 일억만개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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