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iritualized - Ladies & Gentlemen We Are Floating In Space

 

음악에 있어 독선적이지만 그만큼 열정이 충만했던 팀의 리더 제이슨 피어스가 키보디스트 케이트 래들리와의 이별 후 발표한 앨범이다. 몸과 마음의 병을 동시에 앓던 그에게 음악은 유일한 탈출구였을까. 본 앨범은 당대 밴드 사운드의 논리를 재편성하며 훗날 ‘포스트 록의 교본’으로 추앙 받는다.
브릿 팝의 잔영이 느껴지는 ‘Come Together’, 속주하는 록 사운드의 ‘Electricity’, 스트링 중심의 처연한 발라드 ‘Broken Heart’ 등 겹쳐지고 부서지는 노이즈는 낯선 공간감을 형성한다. 록의 범주 내에서 왈츠, 가스펠, 클래식까지 허용하는 프로덕션의 힘이 느껴진다.
영적으로 승화한다는 의미를 가진 밴드명처럼 종교적 감화와 사이키델릭의 충만함이 느껴지는 앨범이다. 한 편, 열혈 팬이 아니라면 특유의 노이즈 사운드에 공감하긴 어려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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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e X Stereo - Glow

 

밴드 음악이 댄스 음악과 융합한 사례는 많지만 성공 케이스가 드문 이유는 뭘까. 전혀 다른 장르를 시도한다는 것이 그만큼 어려운 도전이기 때문일 것이다. 여기서 러브엑스테레오의 전신이 연차 있는 멜로딕 펑크 밴드 스크류 어택이라는 점은 자뭇 흥미롭다. 그들이 과감히 일렉트로닉 록에 도전할 수 있었던 건 온전히 멤버들의 역량이었다. 스크류 어택 시절이던 2005년, 보컬 애니를 영입 후 멤버가 재정비 되며 그룹은 현재까지 좋은 팀워크를 유지중이다.
전곡의 가사가 영어로 쓰여진 것이 자연스러울 만큼 EP [Glow]는 깔끔한 구성을 자랑한다. 영롱한 분위기의 타이틀곡 ‘Lose To Win’, 통통 튀는 신스 팝 ‘Fly Over’에 비하면 기타 사운드를 내세운 ‘Secrets’는 로킹한 얼터너티브다. 국내 클럽 신에서 오랜 시간 활동한 드럼 앤 베이스(D&B) 프로듀서 제이패스(J-Path)를 섭외 한 점도 눈에 띈다. 어느 곡에나 무난히 녹아드는 애니의 보컬과 세련된 프로듀싱은 정규 앨범을 기대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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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Hours - Party People

 

2000년대에 들어서 음악 신에는 복고의 시류를 타고 수많은 개러지 록 밴드가 등장했다. 공연장을 메우는 먹먹한 기타 디스토션과 빈티지 멜로디, 사포질 한 듯 거친 목소리에 관객들은 열광했다. 24아워즈는 이러한 움직임의 후발 주자라는 점에서 어떻게 보면 유행을 따르지 않은 것이 된다. 로큰롤과 개러지 록이라는 ‘폼’을 따르고는 있지만, 이는 음악을 들려주기 위한 단지 하나의 형태로 느껴진다. 무엇보다 그것을 확신하게 하는 것은 타고난 노래꾼으로 보이는 이승진의 보컬이다. 독특한 음색과 프론트 맨의 소질을 두루 갖춘 그는 앞으로도 다양한 재주를 펼칠 것 같다.
대표곡 ‘째깍째깍’처럼 만개한 젊음도 좋지만, 보다 밴드의 청사진이 정확히 그려지는 건 매력적인 멜로디 라인의 ‘WHY’와 여유로운 분위기의 ‘숨 쉴 수 없어’다. 앨범 전반적으로 가사의 성취는 다소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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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 Found Glory - Catalyst

 

뉴 파운드 글로리의 음악은 젊고 건강한 스케이트 보더를 연상케 한다. 특히 [Catalyst]는 빌보드 차트 3위에 랭킹 되며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앨범인 만큼 경쾌한 팝 펑크 트랙으로 가득하다. 조던 펀딕의 목소리는 10년이 지나도 늙지 않을 소년의 그것이며, 메탈코어 밴드 샤이 훌루드 출신으로 알려진 채드 길버트의 기타 연주는 시종일관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한다.
인트로를 지나 첫 곡 ‘All Downhill From Here’부터 강렬하게 박힌 인상은 록 발라드 ‘I Don’t Wanna Know’, ‘Ending In Tragedy’에서만 다소 완화될 뿐 한결같이 씩씩하다. 조금 아쉬운 것은 ‘No News Is Good News’처럼 멜로디가 쏙쏙 박히는 곡이 드물다는 것이다. 하지만 앨범은 펑크와 하드코어를 잘 모르는 이들도 쉽게 들을 수 있을 만큼 팝적이다. 얼핏 들으면 흔한 미국 청춘 드라마 주제가 같지만, 페스티벌에서 만난다면 그 열기에 흠뻑 취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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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는 ‘Kinda’ Kinky’ 등 각종 CF 삽입곡으로 대중에게 알려진 브룩클린 출신의 프로듀서이자 DJ, 어슬라 원사우전 (본명 알렉스 기메노). 그는 빅 비트를 기반으로 훵크, 록, 라운지, 트로피컬 등을 녹여낸 독특한 작법으로 익숙한 이름이다. 전 앨범 [Mystics]에서 종교 및 명상 음악과 오컬트 문화, 누 브레이크의 접점을 만들어내며 새로운 시도를 꾀했던 그는, 올해 신보 [Mondo Beyondo]를 통해 그의 주특기인 훵키 라운지와 빅 비트에 록, 디스코, 서프 뮤직 등을 가미한 경쾌한 일렉트로닉 음반을 완성해냈다.

다룰 줄 모르는 악기가 없는 것으로 유명한 그는 본작 또한 기타, 베이스, 시타르 (북인도의 현악기), 오르간, 신디사이저, 퍼커션, 드럼, 프로그래밍 등을 스스로 해내며 원조 댄스 뮤직 전령술사의 입지를 다시 한 번 각인시킨다. 앨범은 60년대 서프 기타와 90년대 빅 비트 사운드가 완벽하게 혼합된 레트로 넘버이자 셀프 타이틀곡 ‘Mondo Beyondo’로 말문을 연다. ‘Disko-Tech’은 최근 더욱 주목 받는 80년대 디스코의 라운지적 해석이 돋보이는 재기발랄한 곡이며, ‘Repete Le Repetoire’는 재즈 싱어 이자벨 안테나가 보컬 게스트로 참여하여 프렌치 나레이션을 펼치며 네오 일렉트로 팝의 영역에 문을 두드리고 있다.

동 레이블 ESL 소속의 보컬리스트 나탈리아 클레비어가 참여한 ‘Tropicadelica’는 휴양지의 해변가를 연상시키는 한가로운 서프 보사노바 사운드다. 이어지는 ‘Stinger’는 제임스 브라운의 곡에서 샘플링 했을 법한 오페라틱 구성이 돋보이는 곡으로, 미디어에서 많은 러브콜을 받아온 어슬라의 도전적 작법이 여실히 드러난다. 또한, 미스 지의 랩핑이 돋보이는 ‘Baby Laser Love’는 프랑스의 일렉트로 레이블 에드 뱅어의 뮤즈로 거듭난 어피의 최신작이 떠오르는 발랄한 세미 힙합 넘버로, 카툰 밴드 고릴라즈의 명곡 ‘Feel Good’의 도입 가사가 인용되기도 했다.

시네마틱한 구성의 ‘(You Can’t Control) The Spectrum Soul’과 하우스 기반의 곡 ‘The Fly’의 사운드적 의외성은 전통 어슬라 스타일의 ‘Red Hot Mama’와 알맞은 균형을 이룬다. 마지막으로 ‘Gravyard Stomp’는 이전 앨범 [Mystics]에서 미처 다 풀어내지 못한 오컬트 컬처와 크렁크 사운드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며 앨범을 마무리한다.

기존 ‘어슬라 스타일’을 지켜내면서도 제3세계 음악, 디스코, 일렉트로 팝 등으로 장르적 영역을 확장시킨 본 앨범은 학구적인 심혈보다는 어깨에 힘을 뺀 재치와 기발함, 여유가 느껴진다. 더불어 어슬라 원사우전이 오랫동안 지켜온 훵크와 록 사운드에 대한 애정이 보다 넓게 발현되었다고 해도 무리가 아닐 것 같다. 이렇듯 열대 과일처럼 먹기 좋게 영글은 11곡의 트랙은 당신을 뜀박질하게도, 앉아서 쉬게도 할 수 있는 다면적 매력으로 다가선다. 감상과 유희의 본질에 한결같이 충실한 어슬라 원사우전의 거대한 농담은, 리스너들이 그의 음악들에 행복을 누리는 한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이다.

 

90년대를 평정한 세계적인 팝록 그룹 코어스. 친남매인 캐롤라인, 샤론, 짐, 그리고 안드레아로 구성된 아일랜드 출신의 이 밴드는 특유의 청량감 넘치는 셀틱 팝 록을 고수하며 전세계적으로 엄청난 판매고를 기록, ‘Only When I Sleep’, ‘Dreams’, ‘So Young’, ‘What Can I Do’ 등 수많은 히트곡을 남겼다.

 

팀의 막내이자 리드 싱어인 안드레아 코어는 코어스의 해체 후에도 마이크를 놓지 않았다. 2007년 마돈나, 뷔욕, 그웬 스테파니, 매시브 어택 등의 프로듀서 넬리 후퍼와 U2의 프론트 맨 보노의 프로듀싱으로 발표한 솔로 앨범 ‘Ten Feet High’ 에 이어, 4년여 만에 두 번째 앨범 ‘Lifelines’를 발매하기에 이른다.

 

‘위드 아웃 유, 해리 닐슨’이라는 리이슈 다큐멘터리가 만들어지기도 한 60년대 미국 출신의 천재 포크 뮤지션 해리 닐슨의 곡명 ‘Lifeline’에서 따온 본 앨범은 이 뿐만 아니라 벨벳 언더그라운드, 존 레논, 블루 나일 등 60~80년대 전후를 평정한 명곡들을 그녀만의 스타일로 노래하고 있다. 앨범의 프로듀싱은 록시 뮤직의 멤버이자 앰비언트, 월드 비트의 선구자 브라이언 이노와 아일랜드의 프로듀서이자 시네이드 오코너의 전 남편인 존 레이놀즈가 맡아 안드레아의 희망찬 목소리에 한껏 활기를 불어넣어 주었다.

 

빌리 홀리데이, 이기 팝과 프랑스와즈 아르디, 로드 스튜어트 등 많은 유명 뮤지션들이 부른 오프닝곡 ‘I’ll Be Seeing You’에 이어지는 벨벳 언더그라운드의 ‘Pale Blue Eyes’는 브라이언 이노의 영롱한 건반 연주와 안드레아의 신비로운 목소리가 조화를 이룬다. 이어 로이 오비슨의 컨트리 송 ‘Blue Bayou’와 닉 드레이크의 포크 팝 ‘From the Morning’이 이어진다. 1981년 발표된 존 앤 반젤리스의 곡 ‘State of Independence’는 브라이언 이노의 지휘 아래 목가적이고 청명한 사운드 스케이프가 펼쳐지는 곡이다.

 

존 레논이 1974년 발표한 ‘No 9 Dream’은 사이키델릭 록의 정수를 그대로 살렸으며, 글래스고의 얼터너티브/뉴 웨이브 팝 그룹 블루 나일의 곡 ‘Tinseltown in the Rain’ 와 크리스티 맥콜의 히트곡 ‘They Don’t Know’는 코어스 전성기 시절의 안드레아의 보이스가 재현되는 듯한 셀틱 록으로 재탄생 되었다. 최근 다시 조명 받고 있는 장르인 로-파이 스타일의 ‘Some Things Last A Long Time’과 디지털 보너스 트랙으로 삽입된 도어스의 곡 ‘The Crystal Ship’도 놓치기 아까운 트랙들이다.

 

목소리 그 자체가 아이리시 악기인 듯 청명하게 노래하는, 영원한 팝의 요정 안드레아 코어. 10년 이상 활동한 밴드 코어스의 해체 후에도 한치도 변하지 않은 그녀의 목소리가 그리웠던 이들에게, 본 앨범은 안드레아의 반가운 목소리를 한 가득 전해준다. 또한, 이는 그녀와 최근 U2와 콜드 플레이의 앨범 프로듀서로서 새로운 각도로 주목 받고 있는 브라이언 이노의 조화를 감상할 수 있는 멋진 기회가 되어줄 것이다.

 

 

실버 스완즈(Silver Swans)는 재미교포 여성 보컬 앤 유(Ann Yu, 유미선)와 프로듀서 존 워터스(Jon Waters)로 구성된 샌프란시스코 거점의 일렉트로-드림 팝 듀오다. 팀명은 만화 ‘원더 우먼’ 시리즈에 등장하는 3인조 악당의 이름 ‘실버 스완’에서 착안하였으나, 그들은 이런 파괴적인 캐릭터의 분위기와는 다소 상반된 음악 스타일을 지향한다. 대부분의 곡들이 영미/유럽권 다운템포 그룹의 멜랑꼴리한 무드를 유지함과 동시에 디스코, 신스 팝 등 댄스 음악계의 트렌드를 선별적으로 수용하고 있다.

몽롱하고 먹먹한 목소리가 매력적인 보컬이자 송 라이터 앤 유는 각종 밴드의 투어 멤버로 활동하며 라디오 디파트먼트(The Radio Dept), 라 루(La Roux), 블랙 키즈(Black Kids), 페노메널 핸드크랩 밴드(The Phenomenal handclap Band) 등의 뮤지션과 함께 공연한 전력이 있다. 또한 그룹의 프로듀싱을 책임지고 있는 존 워터스는 월드 와이드 지향의 DJ로 활동함과 동시에 홈 비디오(Home Video), 체인 갱 오브 나인틴 세븐티 포 (The Chain Gang Of 1974) 등 인디 팝 아티스트들의 리믹서로 활동중이다.

최신 일렉트로니카와 인디 팝, 힙합을 특화하여 소개하는 음악 포털 ‘레코드 레이블(RCRD LBL)’은 이들의 미니 앨범 [Secrets]를 가리켜 '존 워터스가 이끄는 느린 디스코 팝 넘버의 마법에 앤 유의 어루만지는 듯한 보컬이 깊은 잠에 빠지게 한다'고 평했다. 또한 ‘Magnet Magazine’은 ‘실버 스완즈는 드림 팝 장르의 새로운 영역을 구현한다’고 극찬했으며, 이 외 많은 음악 포털과 블로거들이 그들의 행보를 주목하고 있다. 실로 그들은 모든 곡을 늦은 밤 이불 속에서, 화장실에서, 그리고 잠자기 전에 녹음하는 베드룸 레코딩 방식(정식 레코딩 스튜디오가 아닌 곳에서 녹음하는 것)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이는 리스너를 향한 그들의 음악적 접근이 제작 과정에 고스란히 녹아있음을 증명하는 부분일 것이다.

한국에 최초로 소개 되는 미니 앨범 [Secrets]는 앤 유의 차분한 보컬과 느릿느릿 전개되는 디스코 비트가 몽환적으로 어우러지는 셀프 타이틀곡 ‘Secrets’로 시작된다. 멜로딕 팝 ‘Let Me Know Now’는 프렌치 디스코 원맨 밴드 애놀락(Anoraak)이나 스웨덴의 이탈로-디스코 듀오 샐리 샤피로(Sally Shapiro)를 떠오르게 하며, ‘Best Friend In Love’는 깊은 밤 댄스 클럽의 은밀한 분위기를 연상시킨다. 이어 다운템포 발라드 ‘Those Days’ 와 비교적 밝은 명도의 팝 넘버 ‘Meet Me Somewhere Nice’가 부드럽게 이어진다.

보너스 트랙으로 차기작에 수록될 신곡 ‘Triangle of Gold’와 앤 유가 한국어 가사로 부른 ‘Secrets (비밀)’이 독점 수록되었다. 한 편, 그들은 다가올 첫 정규 앨범 [Forever]의 발매를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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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세계의 일렉트로니카/인디 팝 신은 정신 없는 급류를 타고 있다. 반복적이고 저돌적인 일렉트로(Electro), 자마이카의 덥(Dub)과 정박을 무시한 개러지(Garage)가 혼합된 덥스텝(Dubstep), 몽롱하고 로맨틱한 80년대 신스팝(Synth Pop)과 극도로 정제된 미니멀(Minimal)까지. 장르 유행의 이같은 변화는 아티스트들에게는 하나의 흥미로운 도전 과제가 되었다. 자기 고유의 색을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변화를 적절히 응용하는 태도가 필수불가결하게 된 것이다. 그러한 흐름 속에서 소위 ‘핫’하다는 음악들의 패권 분쟁은 지속되었고, 누군가는 묵묵하게 자신만의 해답을 써내려 갔다.

 

스웨디시 인디팝 밴드 라디오 디파트먼트(The Radio Dept.)는 비교적 후자의 자세로, 균형적인 트랙들을 선보이며 음악 애호가들의 꾸준한 관심을 받았다. 올곧은 태도가 빚어낸 한 폭의 사운드 스케이프는 소리 연구자 자격으로 음악을 대해온 그들만의 영민한 태도이자 결과물이었다. 이미 소피아 코폴라 감독이 직접 곡 셀렉팅에 참여한 영화 ‘마리 앙투와네트’ OST에서 뉴 오더(New Order), 스트록스(The Strokes), 에어(Air)등의 거물급 아티스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 이들이었기에, 3년여 만에 발매되는 정규 앨범 은 유럽 인디팝 신을 사랑하는 이들이라면 단연 주목할 수 밖에 없는 일정 부피의 기대치를 품고서 우리에게 왔다.

 

이를 증명하듯 최근 인디펜던트는 웹을 통해 골든 필터(The Golden Filter), 예세이여(Yeasayer)와 더불어 라디오 디파트먼트를 블로그 포스팅이 가장 많이 된 3대 아티스트로 선정했다. 또한 신스 팝의 대제 펫 숍 보이즈(Pet Shop Boys)는 트위터(Twitter)를 통해 직접 그들의 음악을 칭찬했다. 이러한 소소한 사례들이 정규 앨범의 정비를 마친 그들에게는 꽤나 신선하고 고무적인 일이었을 것이다.

 

자국과 동시 발매되는 본 앨범은 지난 두 장의 앨범에서 보여온 라디오 디파트먼트 특유의 슈게이징 록 스타일을 유지하면서도 멜로딕 신스 팝의 향취를 적절히 뿜어낸다. 선보이는 시기가 봄인 만큼 푸릇푸릇한 초원을 연상시키는 청명한 기타 팝 ‘Heaven’s on Fire’와 신스 팝 무드가 범람하는 최근의 흐름을 반영하며 정규 앨범의 색깔을 예고해온 ‘David’는 싱글 컷 되어 주목 받았거나, 이제 막 받기 시작한 대표 트랙들이다. 이외 몽롱하고 로맨틱한 무드가 인상적인 ‘Never Follow Suit’, 전형적인 슈게이징 스타일의 ‘The Video Dept.’, 섬세한 비트와 노이즈가 꽉 찬 조화를 이룬 ‘Four Months In The Shade’ 등 놓치면 억울한 고농축 튠들이 가득하다. 여기에 한국 팬들을 위해 기발매 싱글 타이틀곡인 ‘Freddie and the Trojan Horse’와 ‘All about our love’가 보너스 트랙으로 수록되었다.

 

창백하고 과감한 노이즈와 풍부한 감수성, 테이프 세대의 향수를 어루만지는 섬세한 손길. 라디오 디파트먼트는 꿈의 도시를 향한 우리의 빛 바랜 소망을 끊임없이 자극한다. 다행인 것은 그들의 음악이 테이프 사운드에 대한 기억을 가진 지금 세대는 물론 이를 공감해내기 어려울 다음 세대들의 몫까지 포용해내고 있다는 것이다. 음악이 감정선을 깊게 건드린다는 것의 의미. 그것은 느껴본 자만이 아는 것이다. 이 앨범은 그 소소하지만 중요한 사실을 새삼스레 알려주고 있다.

 

 

전자음악의 큰 매력은 응용성과 현장성이 아닐까? 디제이가 모든 장르의 음악을 끊임없이 변용하는 데에서 나아가 현장에서까지 새로운 소리를 창조해낼 수 있다는 점은, 마치 사람들에게 마법을 걸기 위해 여러 가지의 약초를 넣고 묘약을 만드는 마녀를 떠올리게 한다. 여기, 마녀는 아니지만 마법사 를 자칭하고 나선 아티스트가 있다. 이는 바로 뉴욕 브룩클린을 거점으로 활동하는 프로듀서이자 디제이 인 알렉스 기메노Alex Gimeno의 원맨 밴드, 어슬라 원싸우전Ursula 1000이 그다.


전자음악의 국지적인 한계를 생각해본다면 그의 음악은 다양한 광고에 타이업된 덕에 비교적 대중들에게 친숙하게 접근해온 편이다. 실로 그가 리믹스한 퀸시 존스Quincy Jones, 펠릭스 다 하우스캣Felix Da Housecat, 더 페인트The Faint, 포트 녹스 파이브Fort Know Five 등의 음악은 ‘세서미 스트리트’, ‘파워 퍼프 걸’, 인크레더블 등의 애니메이션과 ‘섹스 앤 더 시티Sex and the city’, ‘그레이 아나토미Grey’s Anatomy’, ‘어글리 베티Uguly Betty’ 등 드라마 시리즈, 삼성과 아디다스의 기업 캠페인 등 전세계 미디어 매체의 상당히 많은 부분에 포진되어있다.


‘미스틱스’라는, 타이틀부터가 ‘기묘한’ 음반을 들고 나온 어슬라 원싸우전. 앨범 초기에는 브레이크 비트를 기반한 라운지 팝을 주로 선보였던 그는 이번에는 라틴 풍의 디스코 훵크, 요 몇 년 새 프랑스와 독일 등을 거점으로 열광적인 반응을 받고 있는 일렉트로 등 각각 음악 장르가 가진 매력 포인트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며 진정한 카멜레온으로 거듭나는 중이다.


이 앨범엔 전세계를 돌며 음악 활동을 전개해온 그의 메시지가 여실히 드러나있다. 사이키델릭한 마법진을 그리며 주술을 부리는 듯한 전반적인 사운드는, 몽환적이고 판타스틱한 우주여행의 여정이 절로 그려지는 듯하다. 이번 앨범은 총 14 트랙으로, 그는 ‘빅 칠 페스티벌Big Chill Festival’같은 큰 축제, 샴발라Shambhala(티벳의 전설)를 떠오르게 하는 명상 음악, 심지어 그가 사는 아파트에서 작업을 하면서 느낀 황홀경 등 감정적인 면을 표현하는 것과 동시에, 동시대의 음악과 전통성을 동시에 녹여내고자 했다.


우주인이 이제 막 미지의 세계에 도착한 듯 신선한 이어 드라이빙을 선사하는 인트로 ‘Summoned from the Void’부터 신디사이저와 보코더를 사용한 보컬이 쾌속 질주하는 ‘Rocket’, 팝뮤직의 힙합 튠을 연상시키는 ‘Rump’, ‘Losin’It’, 라틴 기타의 샘플링이 돋보이는 ‘Do It Right’, 발랄하고 장난기 어린 ‘Star Machine’, ‘Tension’까지 다채롭고 알찬 트랙들. 마치 티벳의 노승이 셰도우 창법으로 한 번에 두 가지 톤의 목소리를 냈던 것처럼 앨범은 과거와 현재, 전통과 현대를 오가며 육안으로는 볼 수 없는 신세계를 창조해낸다.


어슬라 원싸우전은 자기 자신을 ‘브룩클린 비트 마법사’Brooklyn beat-wizard라 칭한다. 장난스럽고 빈티지한 브레이크비트를 통해 사람들이 좀 더 머리를 흔들고, 좀 더 크게 소리치기를 원하는 그의 의도는 무엇보다 순수하다. 어떠어떠한 장르를 녹여 넣었다는 것으로 자만하기 보다는, 사람들의 오감을 마비시킬 정도의 짜릿한 황홀경을 선사하는 것. 그것이 어슬라 원싸우전의 새 앨범 ‘미스틱스’의 가장 궁극적인 목적이다.

 

 

 

겨울 풍경을 연상시키는 시린 보이스 컬러와 상반되는 주체할 수 없을(?) 정도의 밝고 유쾌한 태도. 이는 스웨디쉬 싱어 송 라이터 라세 린드의 두 가지 모습이다. 그의 이러한 성격적인 면이 4계절 내내 변덕적인 날씨 속에서 살아가는 한국인의 취향을 관통한 것일까. 2006년, MBC 시트콤 ‘소울메이트’에 삽입된 록 발라드 넘버 ‘C’mon Through’, 와 ‘The Stuff’는 몇 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까지도 대중들의 뇌리 속에서 꾸준히 기억되는 곡이 되었다.

문화도 환경도 다른 낯선 유럽에 찾아온 이 뮤지션의 음악적 해법은 한국땅에서 통할 수 밖에 없는 남다른 매력을 지니고 있던 것이 분명하다. 두 번의 내한 공연 모두 전색 매진되는 이례적인 사건을 발생시키며 국내에서 대중적 싱어송라이터로서의 적절한 포지션을 확보해냈던 라세 린드의 음악은 방송과 인터넷을 섭렵하며 대중과 평단, 뮤지션을 동시에 열광시켰다.


그러던 그가 ‘소울메이트’ 이후 3년 만에 5인조 풀 밴드라는 파격적인 편성으로 한국을 찾는다. 더욱이 반가운 건 오랜만에 새 앨범과 함께라는 점이다. 감정의 사이클이 바뀌는 일말의 순간을 정확히 캐치해서 풀어내는, 그의 아티스트적 면모가 돋보이는 3번째 영어 앨범은, 제목부터가 강렬한 <스팍스SPARKS>다.


2008년, 자국에서 ‘POOL’이라는 이름으로 발매된 이 음반은 그간 라세 린드의 음악적 궤적을 한 눈에 꿰뚫어볼 수 있게 해준다. 극도의 행복과 우울의 경계를 쉴새 없이 오가는 10곡의 트랙 속에는 록, 발라드, 기타팝, 뉴 웨이브부터 시규어 로스(Sigur Ros), 엠에이티쓰리(M83)을 방불케 하는 북유럽 슈게이징의 영향까지 느껴진다.

 
스웨디시 인디팝 골수 마니아부터 화려한 뮤직비디오에 익숙한 MTV세대, 대중가요에 익숙한 젊은이의 취향까지 포괄하는 그의 다채로운 스펙트럼. 본인 스스로가 80년대를 풍미한 신스팝 그룹 디페쉬 모드(Depeche Mode)와 영국 록밴드 더 큐어(The Cure)를 좋아하고 캐리 그랜트(Cary Grant:배우)나 빌리 와일더(Billy Wilder:극작가)같은 영화인에게 영향을 받았다고 이야기 하는 라세 린드. 그가 10년 이상 꾸준히 음악을 해올 수 있던 원동력은 이와 같이 급변하는 세상의 이면을 읽어내려는 끊임없는 노력 속에 녹아있을 것이다.

 

 

 

지난 10월 5일,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 12 The Killers를 통하여 첫 내한 공연을 성공리에 마친 슈퍼 밴드 킬러스. 그들이 한국을 방문한지 얼마 되지 않아, 우리에게 다시금 반가운 소식을 전합니다. 오는 11월 11일, 첫 베스트 앨범이자 지난 10년 간의 히트곡을 수록한 <Direct Hits>를 발매하기로 한 것이죠. 또한 보컬리스트 브랜든 플라워스는 두 번째 솔로 앨범을 계획중이라고 합니다. 현재 세계 각국을 무대로 <Battle Born> 투어를 지속중인 킬러스의 근황, 지금부터 하나씩 살펴볼까요?

 

10년간의 집대성, 베스트 앨범 <Direct Hits>와 싱글 ‘Shot at the Night’

11월 11일 발매되는 킬러스의 첫 베스트 앨범 <Direct Hits>는 ‘Mr.Brightside’, ‘Smile Like You Mean It’, ‘Human’ 등 히트곡 13곡과 신곡 ‘Shot at the night’, ‘Just Another Girl’까지 총 15곡이 수록됩니다. 이 중 ‘Shot at the Night’은 국내에는 9월 23일에 싱글로 발매 되었지요. 밴드명과 곡 제목을 모스 부호로 표기한 프론트 커버가 인상적입니다. 이 곡은 프랑스 일렉트로닉 밴드 M83의 앤서니 곤잘레스(Anthony Gonzalez)가 메인 프로듀서로 참여하여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지난 여름부터 두 뮤지션의 협업 소식은 각종 매거진과 킬러스의 인터뷰를 통해 이슈화 되며 팬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지요.

‘Shot at the Night’은 킬러스 특유의 아련한 노랫말과 브랜든의 호소력 짙은 목소리, 그리고 M83의 웅장한 사운드 스케이프가 감각적으로 어우러진 곡입니다. 두 밴드는 킬러스의 <Day & Age> 투어를 동행하며 인연을 맺었다고 하지요. M83은 빌보드 일렉트로닉 차트 1위를 기록하기도 했으며 슈게이징과 포스트 록, 드림 팝 사운드로는 독보적인 팀입니다. 톰 크루즈가 출연한 영화 <오블리비언>의 OST에 참여하며 영화 음악 프로듀서로의 발판을 다지기도 했지요.

 

 

라스베이거스의 잠 못 이루는 밤, 신곡 ‘Shot at the Night’ 뮤직비디오

‘Shot at the Night’는 뮤직 비디오 또한 인상 깊습니다. 로보쇼보(Roboshobo)라는 별칭으로 알려진 LA 출신의 영상 디렉터 로버트 쇼버(Robert Schober)가 메가폰을 잡았지요. 그는 메탈리카, 그린 데이, 마이 케미컬 로맨스 등 많은 록 밴드들과 작업한 유명 감독입니다. 킬러스와는 컨트리 크리스마스 송 ‘Cowboy’s Christmas Ball’, 베이시스트 마크 스토머의 ‘Weary Soul’ 등의 뮤직 비디오를 작업하며 연을 이어가고 있지요.

‘Shot at the Night’ 뮤직 비디오의 특징 중 하나는 아리따운 여배우가 주연인 드라마 뮤비라는 점입니다.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 9번째 주인공, 팀 버튼 감독의 영화 <다크 셰도우>에 출연한 호주 출신의 배우 벨라 헤스콧(Bella Heathcote)이 지루한 일상에 지친 하우스키퍼(호텔 객실 청소 매니저)로 등장합니다. 상대역은 영화 <소셜 네트워크>, <인턴십>에 등장한 영국 배우 맥스 밍겔라(Max Minghella)인데요, 그녀에게 거짓말 같은 하룻밤을 선사하는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됩니다.

뮤직 비디오는 마치 한 편의 로맨스 영화같은 구성이 일품입니다. 배경은 브랜든 플라워스의 고향이자, 그가 많은 시간을 보낸 라스베이거스의 호텔이지요. 화려한 관광지의 밤과는 대조적인 하우스키퍼의 건조한 일상은 킬러스로 데뷔 전, 한 때 호텔 벨보이로 일했던 브랜든의 과거를 투사한 듯 합니다. ‘Give me a shot at the night, Give me a moment some kinda mysterious’ 등의 노랫말은 배우들의 연기와 어우러져 매 순간 애틋한 장면을 연출하지요.

 

베스트 앨범 <Direct Hits>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들

마지막으로 베스트 앨범 <Direct Hits>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들을 챙겨볼까요? ‘Shot at The Night’과 더불어 수록될 신곡 ‘Just Another Girl’은 킬러스의 오랜 파트너이자 세계적인 프로듀서 스튜어스 프라이스(Stuart Price)의 작품입니다. 그는 카일리 미노그, 마돈나, 펫 숍 보이즈 등의 뮤지션들과 작업하며 수많은 역작을 남겼지요.

디럭스 버전은 좀 더 알찬 선곡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Mr. Brightside’의 데모 버전과 <Battle Born> 앨범에 수록된 ‘Be Still’, 그리고 최근 UK 차트에서 마이클 잭슨의 기록을 갱신하며 화제를 이끈 댄스 뮤직 프로듀서 캘빈 해리스(Calvin Harris)의 ‘When You Were Young’ 리믹스 트랙이 수록됩니다. 절친한 스튜어트 프라이스부터 M83과 캘빈 해리스까지, 다양한 장르의 음악 프로듀서들과 교류하며 신의 흐름을 놓치지 않는 킬러스의 센스가 돋보입니다.

한 편, 브랜든은 최근 언론 인터뷰를 통하여 2015년경 두 번째 솔로 앨범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2010년 첫 솔로 앨범 <Flamingo>를 발표하며 화제를 모았는데요, 현재 진행중인 <Battle Born> 투어를 마치는 대로 내년에는 새 앨범 작업에 착수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동시에 집으로 돌아가 가족과 평범한 시간을 보내는 것에 대한 기대도 내비쳤습니다. 브랜든 뿐만 아니라 오랜 투어로 휴식이 필요할 킬러스 멤버들 모두가 머지않아 더 좋은 모습으로 팬들과 만나길 고대합니다.

 

2003년부터 2013년까지, 킬러스의 지난 10년을 결산한 <Direct Hits>는 전세계 팬들과 뜨겁게 호흡한 밴드의 지난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있습니다. 이번 앨범을 계기로 밴드가 팀의 결의를 다시금 다지고, 나아가 더 알차고 뜨거운 음악으로 우리와 오랫동안 함께 해주길 바랍니다.

 

 

현대카드 슈퍼 시리즈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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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그룹, 혹은 밴드가 팀 워크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솔로 활동을 펼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만큼 멤버들 간의 두터운 신뢰와 협력, 완급 조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따로 또 같이’, 오랜 시간 동안 팀 플레이를 유지중인 킬러스의 멤버별 솔로 활동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맨 중의 맨, 브랜든 플라워스의 가족 사랑
솔로 활동에 대한 언급을 하자면, 앞서 프론트 맨에 대한 이야기를 꺼낼 수 밖에 없겠다. 국내 팬들에게 일명 ‘브랜든 꽃’이라는 별명으로 불리우는 멤버 브랜든 플라워스. 그는 킬러스의 얼굴이자 목소리이며, 송 라이팅의 핵심을 담당하고 있다. 가창력, 쇼맨십 등 보컬리스트가 가져야 할 기본 소양뿐만 아니라 빼어난 비주얼과 스타일 등 스타성으로도 주목 받는 그. 이렇듯 무대 위에선 한없이 빛나던 한 스타의 가족사가 전면적으로 드러난 건 2010년의 어느 날이었다. 2년간 뇌종양으로 투병중이던 브랜든의 모친이 갑작스레 세상을 떠난 것이다. 이로 인해 그는 킬러스의 모든 스케줄을 취소하고 가족들과 함께 어머니의 임종을 함께 했다. 부모님은 어릴 적부터 그에게 피아노를 가르치는 등 늦둥이로 태어난 막내 아들이 음악을 업으로 삼는 것에 대해 항상 응원해주었다고 하니, 소중한 버팀목을 잃은 브랜든의 슬픔은 이루 말할 수 없었을 터.
부모님에 대한 그의 사랑은 2009년 발표된 킬러스의 싱글 ‘A Dustland Fairytale’에서 드러났다. 두 분의 만남을 신데렐라의 동화에 비유하며, 마치 본인이 직접 본 것처럼 회고하는 브랜든의 목소리는 이러한 사연 때문인지 한층 더 처연하게 들려온다.

 


The Killers – A Dustland Fairytale

같은 해 가을, 브랜든은 첫 솔로 앨범 <Flamingo>를 발표한다. 앨범과 투어로 정신없이 내달리며 살던 중, 어머니를 잃은 상실감과 창작욕이 긍정적으로 맞물렸던 것이다. 이는 특히 그의 고향인 라스베이거스에 대한 향수가 듬뿍 담긴 결과물로 발현된다. 앨범명 ‘Flamingo’는 라스베이거스의 고속도로에서 따온 이름으로, 그는 이 음반을 고향을 대표하는 앨범으로 만들고 싶었다고 전한다. 그의 인기를 반증하듯, 본 앨범은 영국 앨범 차트 1위로 진입하며 큰 주목을 받았다.
<Flamingo>는 톱 밴드 프론트 맨의 데뷔 앨범답게 참여진 또한 대단했다. 킬러스와 수많은 작업을 해오며 ‘킬러스 제5의 멤버’라는 별칭을 얻은 음악계의 거물 스튜어트 플라이스 외 다니엘 라노아, 브렌든 오브라이언 등 화려한 라인업이 프로듀서로 가세하였고, ‘Crossfire’의 뮤직비디오에는 샤를리즈 테론이 출연하였다. 한 편, 음악지 NME는 ‘오직 냉혈한만이 이 노래에 감동받지 않을 것이다’라는 극찬을 남겼다.
특히 앨범 수록곡 중 제니 루이스가 보컬로 참여한 ‘Hard Enough’는 브랜든이 아내 타나와 떨어져있을 때의 그리움과 애정을 가감없이 드러낸 곡으로 알려졌다. 20대 초 기부 숍에서 만나 비공개 결혼 후, 현재 슬하에 3명의 아들을 둔 브랜든 부부의 사랑은 팬들의 부러움을 살 정도로 굳건해 보인다. 한 편, 타나는 암 센터 기부 활동을 위해 삭발을 감행할 정도로 사회 공헌 활동에 대한 관심도 지대한데, 브랜든 또한 아내의 이런 점을 매우 존경한다고.

 

 

 


꽃보다 남자, 패션 아이콘 브랜든 플라워스
한 편, 브랜든은 유부남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모델 같은 프로포션으로 각종 패션 매거진의 아이콘으로 주목받고 있다. 2005년 NME Awards의 베스트 드레서와 가장 섹시한 남자, 2008년 GQ와 2011년 NME Awards의 가장 스타일리시한 남자, 그리고 2012년 Q Awards의 Idol Award 우승 등 노미네이트 된 것까지 합치면 손이 열 개도 모자랄 정도.
특히 트레이너와의 꾸준한 체형 관리로 늘 날씬한 몸매를 유지하는 그는 디올 옴므의 콜렉션 의상을 즐겨 입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앨범 <Day & Age> 투어 시에는 마치 70년대 록 스타를 연상시키는 깃털 재킷을 선보이며 자신만의 스타일을 확고히 했다.


혼자서도 잘해요, 킬러스의 솔로 활동 B-Sides
히트 앨범 <Day & Age>의 투어를 성황리에 마친 밴드는 휴식과 동시에 각자의 음악적 자유를 존중한 솔로 활동을 허한다. 브랜든 외에도 드러머인 로니 배누치 주니어와 마크 스토머도 각자의 음반을 작업하며, 킬러스와는 다른 느낌의 끼를 발산하였다. 2011년 공개된 <Big Talk>는 드러머 로니 배누치 주니어가 제이슨 므라즈, 미카 등 스타 뮤지션들의 음반 작업에 참여한 프로듀서 조 치카렐리와 함께 한 앨범. 로니는 여기서 킬러스에서의 포지션인 드럼 외 보컬, 기타, 베이스 기타, 키보드 등 모든 악기를 단독으로 소화해내며 눈길을 끌었다. 이 앨범은 Spinner, SPIN같은 음악 매거진에서도 여러 장점이 언급되며 훅과 멜로디가 인상적인 댄스 록 앨범으로 평가 받았다.
한 편, 같은 해 베이시스트 마크 스토머도 보다 블루스, 포크의 영향력이 짙은 솔로 앨범 <Another Life>를 발표했다. 그 또한 로니와 마찬가지로 보컬부터 프로그래밍까지, 모든 파트의 프로듀싱을 담당하는 ‘올 라운드 플레이어’를 자청했다. 이 앨범은 <Day & Age>의 투어가 끝나갈 때쯤, 호텔의 랩탑과 개러지 밴드에 저장했던 데모를 토대로 만들어졌다고. 한 편, 앨범에는 플라시보의 서포트 밴드로 참여했던 하울링 벨즈(Howling Bells)의 글렌 물과 조엘 스타인, 그리고 루이스 더 포틴스(Louis XIV)의 제이슨 힐이 참여하여 우정을 과시했다.

밴드가 오래간다는 건 분명 재능이다. 특히 이토록 수많은 이해 관계가 얽힌 뮤직 비즈니스 시장에서라면 더욱 그렇다. 적잖은 시간 동안 굳건한 의리와 우정으로 상호 협력하고 있는 킬러스의 모습은 ‘역시 빅 밴드답다’는 말과 함께 엄지 손을 치켜들게 한다. 언젠가 호호백발  뮤지션이 되는 그 날까지, 언제나 무대 위에서 팬들을 감동시키고 북돋아주는 치명적인 밴드 킬러스로 남아주기를!

 

 

현대카드 슈퍼 시리즈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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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 데뷔 이후 70년대 고딕 록, 80년대 신스 팝의 긍정적인 면을 수혈하며 자기만의 색을 구축한 밴드로 평가 받는 밴드, 킬러스. 10월 3일 단독 내한 공연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 12 The Killers’를 앞두고 그들이 유명 영화 감독 및 스타들과 협업해 온 뮤직 비디오를 감상해보며 이에 대한 흥미로운 비화들을 탐구해보자.

 

컬트 마니아들의 끈끈한 정, 킬러스와 팀 버튼


얼마 전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 9번째 시리즈로 내한한 그로테스크 감성의 대가, 팀 버튼(Tim Burton) 감독과 킬러스의 인연은 유독 돈독하다. 추측하건대, 이들이 친분을 쌓게 된 계기는 고스 록, 컬트 영화에 대한 독특한 취향때문은 아니었을까. 이는 그들이 함께 작업한 뮤직비디오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현재 각자 세계적으로 각광받는 스타 아티스트와 영화 감독의 위치임에도 불구하고, 70년대 컬트 마니아들의 구미를 자극할만한 요소들을 과감하게 드러내는 점이 보기 좋다.

 

The Killers – Bones


팀 버튼과 킬러스의 첫 작업은 2006년 2번째 정규 음반 <Sam’s Town>의 수록곡 ‘Bones’로, 뮤직비디오에는 사랑에 빠진 해골 형상의 남녀가 등장한다. 이는 마치 팀 버튼의 영화 <유령 신부>의 한 장면을 연상시키는데, 이 배역은 우리에게 익숙한 슈퍼 모델 데본 아오키와 미국 드라마 <90210>의 배우 마이클 스티거가 맡았다. 이 비디오로 팀 버튼은 2007년 NME Awards 베스트 비디오 상 수상의 영예를 안는다.

 

The Killers – Here With Me


이에 박차를 가해 두 번째 협업은 명작 영화 <가위 손>의 여주인공, 위노나 라이더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Here With Me’로 이어진다. 이는 킬러스의 가장 최근 앨범 <Battle Born>에 수록된 러브 발라드. 팀 버튼이 1935년 제작된 공포 영화 ‘Mad Love’에 영감을 받았다는 이 비디오는 인간과 마네킹을 오가는 위노나 라이더의 모습이 인상적으로, 이는 마치 그리스 신화에서 자신이 만든 피규어와 사랑에 빠진 조각가의 이야기를 다룬 피그말리온 이야기를 떠오르게 한다. 이렇게 연달아 팀 버튼과 두 작품을 함께 한 킬러스는 2012년 영화 <다크 섀도우>의 엔딩 송을 부르며 상부상조의 좋은 예를 보여주었다.


맨체스터 오타쿠들의 만남, 킬러스와 안톤 코르빈

 


The Killers - All These Things That I've Done


킬러스의 음악적 출발점이 포스트 펑크, 즉 80년대 영국 맨체스터 사운드에서 시작되었다는 건 그들의 음악에 관심이 있다면 쉽게 알 수 있는 사실이다. 사실 밴드명부터 뉴 오더의 뮤직 비디오 ‘Crystal’에 등장하는 가상 밴드에서 따왔을 정도로, 이들은 당시의 사운드에 상당히 경도되어 있었단다. 재미있는 점은 킬러스가 뉴 오더의 전신이 된 밴드, 조이 디비전의 프론트 맨 이언 커티스의 전기 영화 <컨트롤>을 감독한 안톤 코르빈과 인연을 맺었다는 것. U2, 디페쉬 모드, 너바나 등 많은 스타 밴드의 뮤직 비디오를 감독한 그 역시 조이 디비전의 열렬한 팬이었다고 한다. 고로 킬러스 멤버 전원이 미국의 카우보이로 변신하며 영국풍 펑크 송을 부르는 ‘All These Things That I’ve Done’의 비디오는 과거의 향수에 대한 두 아티스트의 오묘한 문화적 재현인 셈이다. 한 편, 킬러스는 <컨트롤>에 삽입된 조이 디비전의 ‘Shadowplay’를 부르며 트리뷰트의 정점을 찍기도.


영화인들과의 긴밀한 협력

 

The Killers – Miss Atomic Bomb


킬러스의 뮤직 비디오 목록에는 특히 영화 감독들의 이름이 많이 보이는데, 이는 그들이 음악뿐만 아니라 문화 전반에 다양한 관심을 갖고 있음을 반증하는 부분이다. 앞서 언급한 두 감독 외에도, 그들의 많은 작품에서 다양한 영화계 인사들의 이름을 확인해 볼 수 있다. 크리스마스 EP의 수록곡 ‘Boots’는 <나폴레옹 다이너마이트> <나쵸 리브레> 등 주로 코미디 영화를 감독해 온 자레드 헤스가 본인의 작품과는 사뭇 다른 톤의 분위기를 연출하였다. 한 편, 실사와 애니메이션의 혼용 버전으로 제작된 ‘Miss Atomic Bomb’의 비디오는 <터미네이터>, <스타워즈>의 비주얼 디렉터이자 다프트 펑크의 앨범 아트워크를 담당한 워렌 푸가 맡았다. 이는 경사스럽게도 2013년 MVPA Awards 최고의 애니메이션 비디오 부문을 수상하기도 했다.

 


The Killers – Mr.Brightside


이 외 유명 배우들과의 인연 또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크리스마스 EP의 ‘Don’t Shoot Me Santa’는 우리에게 ‘크리미널 마인드’의 배우로 익숙한 매튜 그레이 구블러가 연출을 맡았다. 킬러스를 있게 해준 곡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Mr.Brightside’에는 <코요테 어글리>에 출연한 이자벨라 미코가 영화 <물랑 루즈>풍의 벌레스크 쇼 걸로 출연했으며, 밴드의 프론트 맨 브랜든 플라워스의 솔로곡 ‘Crossfire’에는 명배우 샤를리즈 테론이 열연하여 화제를 모았다.
밴드 결성 10여 년, 네임 밸류를 가리지 않고 다방면에 안테나를 세우고 있는 킬러스의 태도는 우리를 흥분시키기 충분하다. 이에는 분명 밴드와 스태프들의 세심한 노력이 숨어있을 것. 올 가을, 랜선과 컴퓨터 화면을 넘어 넓은 무대 위에서 우리의 오감을 사정없이 자극할 네 남자의 모습을 상상하며, 떨리는 마음으로 그들의 뮤직 비디오를 한 편 한 편 재생해본다.

 

 

현대카드 슈퍼 시리즈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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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iritualized - Ladies & Gentlemen We Are Floating In Space

 

음악에 있어 독선적이지만 그만큼 열정이 충만했던 팀의 리더 제이슨 피어스가 키보디스트 케이트 래들리와의 이별 후 발표한 앨범이다. 몸과 마음의 병을 동시에 앓던 그에게 음악은 유일한 탈출구였을까. 본 앨범은 당대 밴드 사운드의 논리를 재편성하며 훗날 ‘포스트 록의 교본’으로 추앙 받는다.
브릿 팝의 잔영이 느껴지는 ‘Come Together’, 속주하는 록 사운드의 ‘Electricity’, 스트링 중심의 처연한 발라드 ‘Broken Heart’ 등 겹쳐지고 부서지는 노이즈는 낯선 공간감을 형성한다. 록의 범주 내에서 왈츠, 가스펠, 클래식까지 허용하는 프로덕션의 힘이 느껴진다.
영적으로 승화한다는 의미를 가진 밴드명처럼 종교적 감화와 사이키델릭의 충만함이 느껴지는 앨범이다. 한 편, 열혈 팬이 아니라면 특유의 노이즈 사운드에 공감하긴 어려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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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e X Stereo - Glow

 

밴드 음악이 댄스 음악과 융합한 사례는 많지만 성공 케이스가 드문 이유는 뭘까. 전혀 다른 장르를 시도한다는 것이 그만큼 어려운 도전이기 때문일 것이다. 여기서 러브엑스테레오의 전신이 연차 있는 멜로딕 펑크 밴드 스크류 어택이라는 점은 자뭇 흥미롭다. 그들이 과감히 일렉트로닉 록에 도전할 수 있었던 건 온전히 멤버들의 역량이었다. 스크류 어택 시절이던 2005년, 보컬 애니를 영입 후 멤버가 재정비 되며 그룹은 현재까지 좋은 팀워크를 유지중이다.
전곡의 가사가 영어로 쓰여진 것이 자연스러울 만큼 EP [Glow]는 깔끔한 구성을 자랑한다. 영롱한 분위기의 타이틀곡 ‘Lose To Win’, 통통 튀는 신스 팝 ‘Fly Over’에 비하면 기타 사운드를 내세운 ‘Secrets’는 로킹한 얼터너티브다. 국내 클럽 신에서 오랜 시간 활동한 드럼 앤 베이스(D&B) 프로듀서 제이패스(J-Path)를 섭외 한 점도 눈에 띈다. 어느 곡에나 무난히 녹아드는 애니의 보컬과 세련된 프로듀싱은 정규 앨범을 기대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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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Hours - Party People

 

2000년대에 들어서 음악 신에는 복고의 시류를 타고 수많은 개러지 록 밴드가 등장했다. 공연장을 메우는 먹먹한 기타 디스토션과 빈티지 멜로디, 사포질 한 듯 거친 목소리에 관객들은 열광했다. 24아워즈는 이러한 움직임의 후발 주자라는 점에서 어떻게 보면 유행을 따르지 않은 것이 된다. 로큰롤과 개러지 록이라는 ‘폼’을 따르고는 있지만, 이는 음악을 들려주기 위한 단지 하나의 형태로 느껴진다. 무엇보다 그것을 확신하게 하는 것은 타고난 노래꾼으로 보이는 이승진의 보컬이다. 독특한 음색과 프론트 맨의 소질을 두루 갖춘 그는 앞으로도 다양한 재주를 펼칠 것 같다.
대표곡 ‘째깍째깍’처럼 만개한 젊음도 좋지만, 보다 밴드의 청사진이 정확히 그려지는 건 매력적인 멜로디 라인의 ‘WHY’와 여유로운 분위기의 ‘숨 쉴 수 없어’다. 앨범 전반적으로 가사의 성취는 다소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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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 Found Glory - Catalyst

 

뉴 파운드 글로리의 음악은 젊고 건강한 스케이트 보더를 연상케 한다. 특히 [Catalyst]는 빌보드 차트 3위에 랭킹 되며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앨범인 만큼 경쾌한 팝 펑크 트랙으로 가득하다. 조던 펀딕의 목소리는 10년이 지나도 늙지 않을 소년의 그것이며, 메탈코어 밴드 샤이 훌루드 출신으로 알려진 채드 길버트의 기타 연주는 시종일관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한다.
인트로를 지나 첫 곡 ‘All Downhill From Here’부터 강렬하게 박힌 인상은 록 발라드 ‘I Don’t Wanna Know’, ‘Ending In Tragedy’에서만 다소 완화될 뿐 한결같이 씩씩하다. 조금 아쉬운 것은 ‘No News Is Good News’처럼 멜로디가 쏙쏙 박히는 곡이 드물다는 것이다. 하지만 앨범은 펑크와 하드코어를 잘 모르는 이들도 쉽게 들을 수 있을 만큼 팝적이다. 얼핏 들으면 흔한 미국 청춘 드라마 주제가 같지만, 페스티벌에서 만난다면 그 열기에 흠뻑 취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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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는 ‘Kinda’ Kinky’ 등 각종 CF 삽입곡으로 대중에게 알려진 브룩클린 출신의 프로듀서이자 DJ, 어슬라 원사우전 (본명 알렉스 기메노). 그는 빅 비트를 기반으로 훵크, 록, 라운지, 트로피컬 등을 녹여낸 독특한 작법으로 익숙한 이름이다. 전 앨범 [Mystics]에서 종교 및 명상 음악과 오컬트 문화, 누 브레이크의 접점을 만들어내며 새로운 시도를 꾀했던 그는, 올해 신보 [Mondo Beyondo]를 통해 그의 주특기인 훵키 라운지와 빅 비트에 록, 디스코, 서프 뮤직 등을 가미한 경쾌한 일렉트로닉 음반을 완성해냈다.

다룰 줄 모르는 악기가 없는 것으로 유명한 그는 본작 또한 기타, 베이스, 시타르 (북인도의 현악기), 오르간, 신디사이저, 퍼커션, 드럼, 프로그래밍 등을 스스로 해내며 원조 댄스 뮤직 전령술사의 입지를 다시 한 번 각인시킨다. 앨범은 60년대 서프 기타와 90년대 빅 비트 사운드가 완벽하게 혼합된 레트로 넘버이자 셀프 타이틀곡 ‘Mondo Beyondo’로 말문을 연다. ‘Disko-Tech’은 최근 더욱 주목 받는 80년대 디스코의 라운지적 해석이 돋보이는 재기발랄한 곡이며, ‘Repete Le Repetoire’는 재즈 싱어 이자벨 안테나가 보컬 게스트로 참여하여 프렌치 나레이션을 펼치며 네오 일렉트로 팝의 영역에 문을 두드리고 있다.

동 레이블 ESL 소속의 보컬리스트 나탈리아 클레비어가 참여한 ‘Tropicadelica’는 휴양지의 해변가를 연상시키는 한가로운 서프 보사노바 사운드다. 이어지는 ‘Stinger’는 제임스 브라운의 곡에서 샘플링 했을 법한 오페라틱 구성이 돋보이는 곡으로, 미디어에서 많은 러브콜을 받아온 어슬라의 도전적 작법이 여실히 드러난다. 또한, 미스 지의 랩핑이 돋보이는 ‘Baby Laser Love’는 프랑스의 일렉트로 레이블 에드 뱅어의 뮤즈로 거듭난 어피의 최신작이 떠오르는 발랄한 세미 힙합 넘버로, 카툰 밴드 고릴라즈의 명곡 ‘Feel Good’의 도입 가사가 인용되기도 했다.

시네마틱한 구성의 ‘(You Can’t Control) The Spectrum Soul’과 하우스 기반의 곡 ‘The Fly’의 사운드적 의외성은 전통 어슬라 스타일의 ‘Red Hot Mama’와 알맞은 균형을 이룬다. 마지막으로 ‘Gravyard Stomp’는 이전 앨범 [Mystics]에서 미처 다 풀어내지 못한 오컬트 컬처와 크렁크 사운드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며 앨범을 마무리한다.

기존 ‘어슬라 스타일’을 지켜내면서도 제3세계 음악, 디스코, 일렉트로 팝 등으로 장르적 영역을 확장시킨 본 앨범은 학구적인 심혈보다는 어깨에 힘을 뺀 재치와 기발함, 여유가 느껴진다. 더불어 어슬라 원사우전이 오랫동안 지켜온 훵크와 록 사운드에 대한 애정이 보다 넓게 발현되었다고 해도 무리가 아닐 것 같다. 이렇듯 열대 과일처럼 먹기 좋게 영글은 11곡의 트랙은 당신을 뜀박질하게도, 앉아서 쉬게도 할 수 있는 다면적 매력으로 다가선다. 감상과 유희의 본질에 한결같이 충실한 어슬라 원사우전의 거대한 농담은, 리스너들이 그의 음악들에 행복을 누리는 한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이다.

 

90년대를 평정한 세계적인 팝록 그룹 코어스. 친남매인 캐롤라인, 샤론, 짐, 그리고 안드레아로 구성된 아일랜드 출신의 이 밴드는 특유의 청량감 넘치는 셀틱 팝 록을 고수하며 전세계적으로 엄청난 판매고를 기록, ‘Only When I Sleep’, ‘Dreams’, ‘So Young’, ‘What Can I Do’ 등 수많은 히트곡을 남겼다.

 

팀의 막내이자 리드 싱어인 안드레아 코어는 코어스의 해체 후에도 마이크를 놓지 않았다. 2007년 마돈나, 뷔욕, 그웬 스테파니, 매시브 어택 등의 프로듀서 넬리 후퍼와 U2의 프론트 맨 보노의 프로듀싱으로 발표한 솔로 앨범 ‘Ten Feet High’ 에 이어, 4년여 만에 두 번째 앨범 ‘Lifelines’를 발매하기에 이른다.

 

‘위드 아웃 유, 해리 닐슨’이라는 리이슈 다큐멘터리가 만들어지기도 한 60년대 미국 출신의 천재 포크 뮤지션 해리 닐슨의 곡명 ‘Lifeline’에서 따온 본 앨범은 이 뿐만 아니라 벨벳 언더그라운드, 존 레논, 블루 나일 등 60~80년대 전후를 평정한 명곡들을 그녀만의 스타일로 노래하고 있다. 앨범의 프로듀싱은 록시 뮤직의 멤버이자 앰비언트, 월드 비트의 선구자 브라이언 이노와 아일랜드의 프로듀서이자 시네이드 오코너의 전 남편인 존 레이놀즈가 맡아 안드레아의 희망찬 목소리에 한껏 활기를 불어넣어 주었다.

 

빌리 홀리데이, 이기 팝과 프랑스와즈 아르디, 로드 스튜어트 등 많은 유명 뮤지션들이 부른 오프닝곡 ‘I’ll Be Seeing You’에 이어지는 벨벳 언더그라운드의 ‘Pale Blue Eyes’는 브라이언 이노의 영롱한 건반 연주와 안드레아의 신비로운 목소리가 조화를 이룬다. 이어 로이 오비슨의 컨트리 송 ‘Blue Bayou’와 닉 드레이크의 포크 팝 ‘From the Morning’이 이어진다. 1981년 발표된 존 앤 반젤리스의 곡 ‘State of Independence’는 브라이언 이노의 지휘 아래 목가적이고 청명한 사운드 스케이프가 펼쳐지는 곡이다.

 

존 레논이 1974년 발표한 ‘No 9 Dream’은 사이키델릭 록의 정수를 그대로 살렸으며, 글래스고의 얼터너티브/뉴 웨이브 팝 그룹 블루 나일의 곡 ‘Tinseltown in the Rain’ 와 크리스티 맥콜의 히트곡 ‘They Don’t Know’는 코어스 전성기 시절의 안드레아의 보이스가 재현되는 듯한 셀틱 록으로 재탄생 되었다. 최근 다시 조명 받고 있는 장르인 로-파이 스타일의 ‘Some Things Last A Long Time’과 디지털 보너스 트랙으로 삽입된 도어스의 곡 ‘The Crystal Ship’도 놓치기 아까운 트랙들이다.

 

목소리 그 자체가 아이리시 악기인 듯 청명하게 노래하는, 영원한 팝의 요정 안드레아 코어. 10년 이상 활동한 밴드 코어스의 해체 후에도 한치도 변하지 않은 그녀의 목소리가 그리웠던 이들에게, 본 앨범은 안드레아의 반가운 목소리를 한 가득 전해준다. 또한, 이는 그녀와 최근 U2와 콜드 플레이의 앨범 프로듀서로서 새로운 각도로 주목 받고 있는 브라이언 이노의 조화를 감상할 수 있는 멋진 기회가 되어줄 것이다.

 

 

실버 스완즈(Silver Swans)는 재미교포 여성 보컬 앤 유(Ann Yu, 유미선)와 프로듀서 존 워터스(Jon Waters)로 구성된 샌프란시스코 거점의 일렉트로-드림 팝 듀오다. 팀명은 만화 ‘원더 우먼’ 시리즈에 등장하는 3인조 악당의 이름 ‘실버 스완’에서 착안하였으나, 그들은 이런 파괴적인 캐릭터의 분위기와는 다소 상반된 음악 스타일을 지향한다. 대부분의 곡들이 영미/유럽권 다운템포 그룹의 멜랑꼴리한 무드를 유지함과 동시에 디스코, 신스 팝 등 댄스 음악계의 트렌드를 선별적으로 수용하고 있다.

몽롱하고 먹먹한 목소리가 매력적인 보컬이자 송 라이터 앤 유는 각종 밴드의 투어 멤버로 활동하며 라디오 디파트먼트(The Radio Dept), 라 루(La Roux), 블랙 키즈(Black Kids), 페노메널 핸드크랩 밴드(The Phenomenal handclap Band) 등의 뮤지션과 함께 공연한 전력이 있다. 또한 그룹의 프로듀싱을 책임지고 있는 존 워터스는 월드 와이드 지향의 DJ로 활동함과 동시에 홈 비디오(Home Video), 체인 갱 오브 나인틴 세븐티 포 (The Chain Gang Of 1974) 등 인디 팝 아티스트들의 리믹서로 활동중이다.

최신 일렉트로니카와 인디 팝, 힙합을 특화하여 소개하는 음악 포털 ‘레코드 레이블(RCRD LBL)’은 이들의 미니 앨범 [Secrets]를 가리켜 '존 워터스가 이끄는 느린 디스코 팝 넘버의 마법에 앤 유의 어루만지는 듯한 보컬이 깊은 잠에 빠지게 한다'고 평했다. 또한 ‘Magnet Magazine’은 ‘실버 스완즈는 드림 팝 장르의 새로운 영역을 구현한다’고 극찬했으며, 이 외 많은 음악 포털과 블로거들이 그들의 행보를 주목하고 있다. 실로 그들은 모든 곡을 늦은 밤 이불 속에서, 화장실에서, 그리고 잠자기 전에 녹음하는 베드룸 레코딩 방식(정식 레코딩 스튜디오가 아닌 곳에서 녹음하는 것)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이는 리스너를 향한 그들의 음악적 접근이 제작 과정에 고스란히 녹아있음을 증명하는 부분일 것이다.

한국에 최초로 소개 되는 미니 앨범 [Secrets]는 앤 유의 차분한 보컬과 느릿느릿 전개되는 디스코 비트가 몽환적으로 어우러지는 셀프 타이틀곡 ‘Secrets’로 시작된다. 멜로딕 팝 ‘Let Me Know Now’는 프렌치 디스코 원맨 밴드 애놀락(Anoraak)이나 스웨덴의 이탈로-디스코 듀오 샐리 샤피로(Sally Shapiro)를 떠오르게 하며, ‘Best Friend In Love’는 깊은 밤 댄스 클럽의 은밀한 분위기를 연상시킨다. 이어 다운템포 발라드 ‘Those Days’ 와 비교적 밝은 명도의 팝 넘버 ‘Meet Me Somewhere Nice’가 부드럽게 이어진다.

보너스 트랙으로 차기작에 수록될 신곡 ‘Triangle of Gold’와 앤 유가 한국어 가사로 부른 ‘Secrets (비밀)’이 독점 수록되었다. 한 편, 그들은 다가올 첫 정규 앨범 [Forever]의 발매를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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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세계의 일렉트로니카/인디 팝 신은 정신 없는 급류를 타고 있다. 반복적이고 저돌적인 일렉트로(Electro), 자마이카의 덥(Dub)과 정박을 무시한 개러지(Garage)가 혼합된 덥스텝(Dubstep), 몽롱하고 로맨틱한 80년대 신스팝(Synth Pop)과 극도로 정제된 미니멀(Minimal)까지. 장르 유행의 이같은 변화는 아티스트들에게는 하나의 흥미로운 도전 과제가 되었다. 자기 고유의 색을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변화를 적절히 응용하는 태도가 필수불가결하게 된 것이다. 그러한 흐름 속에서 소위 ‘핫’하다는 음악들의 패권 분쟁은 지속되었고, 누군가는 묵묵하게 자신만의 해답을 써내려 갔다.

 

스웨디시 인디팝 밴드 라디오 디파트먼트(The Radio Dept.)는 비교적 후자의 자세로, 균형적인 트랙들을 선보이며 음악 애호가들의 꾸준한 관심을 받았다. 올곧은 태도가 빚어낸 한 폭의 사운드 스케이프는 소리 연구자 자격으로 음악을 대해온 그들만의 영민한 태도이자 결과물이었다. 이미 소피아 코폴라 감독이 직접 곡 셀렉팅에 참여한 영화 ‘마리 앙투와네트’ OST에서 뉴 오더(New Order), 스트록스(The Strokes), 에어(Air)등의 거물급 아티스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 이들이었기에, 3년여 만에 발매되는 정규 앨범 은 유럽 인디팝 신을 사랑하는 이들이라면 단연 주목할 수 밖에 없는 일정 부피의 기대치를 품고서 우리에게 왔다.

 

이를 증명하듯 최근 인디펜던트는 웹을 통해 골든 필터(The Golden Filter), 예세이여(Yeasayer)와 더불어 라디오 디파트먼트를 블로그 포스팅이 가장 많이 된 3대 아티스트로 선정했다. 또한 신스 팝의 대제 펫 숍 보이즈(Pet Shop Boys)는 트위터(Twitter)를 통해 직접 그들의 음악을 칭찬했다. 이러한 소소한 사례들이 정규 앨범의 정비를 마친 그들에게는 꽤나 신선하고 고무적인 일이었을 것이다.

 

자국과 동시 발매되는 본 앨범은 지난 두 장의 앨범에서 보여온 라디오 디파트먼트 특유의 슈게이징 록 스타일을 유지하면서도 멜로딕 신스 팝의 향취를 적절히 뿜어낸다. 선보이는 시기가 봄인 만큼 푸릇푸릇한 초원을 연상시키는 청명한 기타 팝 ‘Heaven’s on Fire’와 신스 팝 무드가 범람하는 최근의 흐름을 반영하며 정규 앨범의 색깔을 예고해온 ‘David’는 싱글 컷 되어 주목 받았거나, 이제 막 받기 시작한 대표 트랙들이다. 이외 몽롱하고 로맨틱한 무드가 인상적인 ‘Never Follow Suit’, 전형적인 슈게이징 스타일의 ‘The Video Dept.’, 섬세한 비트와 노이즈가 꽉 찬 조화를 이룬 ‘Four Months In The Shade’ 등 놓치면 억울한 고농축 튠들이 가득하다. 여기에 한국 팬들을 위해 기발매 싱글 타이틀곡인 ‘Freddie and the Trojan Horse’와 ‘All about our love’가 보너스 트랙으로 수록되었다.

 

창백하고 과감한 노이즈와 풍부한 감수성, 테이프 세대의 향수를 어루만지는 섬세한 손길. 라디오 디파트먼트는 꿈의 도시를 향한 우리의 빛 바랜 소망을 끊임없이 자극한다. 다행인 것은 그들의 음악이 테이프 사운드에 대한 기억을 가진 지금 세대는 물론 이를 공감해내기 어려울 다음 세대들의 몫까지 포용해내고 있다는 것이다. 음악이 감정선을 깊게 건드린다는 것의 의미. 그것은 느껴본 자만이 아는 것이다. 이 앨범은 그 소소하지만 중요한 사실을 새삼스레 알려주고 있다.

 

 

전자음악의 큰 매력은 응용성과 현장성이 아닐까? 디제이가 모든 장르의 음악을 끊임없이 변용하는 데에서 나아가 현장에서까지 새로운 소리를 창조해낼 수 있다는 점은, 마치 사람들에게 마법을 걸기 위해 여러 가지의 약초를 넣고 묘약을 만드는 마녀를 떠올리게 한다. 여기, 마녀는 아니지만 마법사 를 자칭하고 나선 아티스트가 있다. 이는 바로 뉴욕 브룩클린을 거점으로 활동하는 프로듀서이자 디제이 인 알렉스 기메노Alex Gimeno의 원맨 밴드, 어슬라 원싸우전Ursula 1000이 그다.


전자음악의 국지적인 한계를 생각해본다면 그의 음악은 다양한 광고에 타이업된 덕에 비교적 대중들에게 친숙하게 접근해온 편이다. 실로 그가 리믹스한 퀸시 존스Quincy Jones, 펠릭스 다 하우스캣Felix Da Housecat, 더 페인트The Faint, 포트 녹스 파이브Fort Know Five 등의 음악은 ‘세서미 스트리트’, ‘파워 퍼프 걸’, 인크레더블 등의 애니메이션과 ‘섹스 앤 더 시티Sex and the city’, ‘그레이 아나토미Grey’s Anatomy’, ‘어글리 베티Uguly Betty’ 등 드라마 시리즈, 삼성과 아디다스의 기업 캠페인 등 전세계 미디어 매체의 상당히 많은 부분에 포진되어있다.


‘미스틱스’라는, 타이틀부터가 ‘기묘한’ 음반을 들고 나온 어슬라 원싸우전. 앨범 초기에는 브레이크 비트를 기반한 라운지 팝을 주로 선보였던 그는 이번에는 라틴 풍의 디스코 훵크, 요 몇 년 새 프랑스와 독일 등을 거점으로 열광적인 반응을 받고 있는 일렉트로 등 각각 음악 장르가 가진 매력 포인트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며 진정한 카멜레온으로 거듭나는 중이다.


이 앨범엔 전세계를 돌며 음악 활동을 전개해온 그의 메시지가 여실히 드러나있다. 사이키델릭한 마법진을 그리며 주술을 부리는 듯한 전반적인 사운드는, 몽환적이고 판타스틱한 우주여행의 여정이 절로 그려지는 듯하다. 이번 앨범은 총 14 트랙으로, 그는 ‘빅 칠 페스티벌Big Chill Festival’같은 큰 축제, 샴발라Shambhala(티벳의 전설)를 떠오르게 하는 명상 음악, 심지어 그가 사는 아파트에서 작업을 하면서 느낀 황홀경 등 감정적인 면을 표현하는 것과 동시에, 동시대의 음악과 전통성을 동시에 녹여내고자 했다.


우주인이 이제 막 미지의 세계에 도착한 듯 신선한 이어 드라이빙을 선사하는 인트로 ‘Summoned from the Void’부터 신디사이저와 보코더를 사용한 보컬이 쾌속 질주하는 ‘Rocket’, 팝뮤직의 힙합 튠을 연상시키는 ‘Rump’, ‘Losin’It’, 라틴 기타의 샘플링이 돋보이는 ‘Do It Right’, 발랄하고 장난기 어린 ‘Star Machine’, ‘Tension’까지 다채롭고 알찬 트랙들. 마치 티벳의 노승이 셰도우 창법으로 한 번에 두 가지 톤의 목소리를 냈던 것처럼 앨범은 과거와 현재, 전통과 현대를 오가며 육안으로는 볼 수 없는 신세계를 창조해낸다.


어슬라 원싸우전은 자기 자신을 ‘브룩클린 비트 마법사’Brooklyn beat-wizard라 칭한다. 장난스럽고 빈티지한 브레이크비트를 통해 사람들이 좀 더 머리를 흔들고, 좀 더 크게 소리치기를 원하는 그의 의도는 무엇보다 순수하다. 어떠어떠한 장르를 녹여 넣었다는 것으로 자만하기 보다는, 사람들의 오감을 마비시킬 정도의 짜릿한 황홀경을 선사하는 것. 그것이 어슬라 원싸우전의 새 앨범 ‘미스틱스’의 가장 궁극적인 목적이다.

 

 

 

겨울 풍경을 연상시키는 시린 보이스 컬러와 상반되는 주체할 수 없을(?) 정도의 밝고 유쾌한 태도. 이는 스웨디쉬 싱어 송 라이터 라세 린드의 두 가지 모습이다. 그의 이러한 성격적인 면이 4계절 내내 변덕적인 날씨 속에서 살아가는 한국인의 취향을 관통한 것일까. 2006년, MBC 시트콤 ‘소울메이트’에 삽입된 록 발라드 넘버 ‘C’mon Through’, 와 ‘The Stuff’는 몇 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까지도 대중들의 뇌리 속에서 꾸준히 기억되는 곡이 되었다.

문화도 환경도 다른 낯선 유럽에 찾아온 이 뮤지션의 음악적 해법은 한국땅에서 통할 수 밖에 없는 남다른 매력을 지니고 있던 것이 분명하다. 두 번의 내한 공연 모두 전색 매진되는 이례적인 사건을 발생시키며 국내에서 대중적 싱어송라이터로서의 적절한 포지션을 확보해냈던 라세 린드의 음악은 방송과 인터넷을 섭렵하며 대중과 평단, 뮤지션을 동시에 열광시켰다.


그러던 그가 ‘소울메이트’ 이후 3년 만에 5인조 풀 밴드라는 파격적인 편성으로 한국을 찾는다. 더욱이 반가운 건 오랜만에 새 앨범과 함께라는 점이다. 감정의 사이클이 바뀌는 일말의 순간을 정확히 캐치해서 풀어내는, 그의 아티스트적 면모가 돋보이는 3번째 영어 앨범은, 제목부터가 강렬한 <스팍스SPARKS>다.


2008년, 자국에서 ‘POOL’이라는 이름으로 발매된 이 음반은 그간 라세 린드의 음악적 궤적을 한 눈에 꿰뚫어볼 수 있게 해준다. 극도의 행복과 우울의 경계를 쉴새 없이 오가는 10곡의 트랙 속에는 록, 발라드, 기타팝, 뉴 웨이브부터 시규어 로스(Sigur Ros), 엠에이티쓰리(M83)을 방불케 하는 북유럽 슈게이징의 영향까지 느껴진다.

 
스웨디시 인디팝 골수 마니아부터 화려한 뮤직비디오에 익숙한 MTV세대, 대중가요에 익숙한 젊은이의 취향까지 포괄하는 그의 다채로운 스펙트럼. 본인 스스로가 80년대를 풍미한 신스팝 그룹 디페쉬 모드(Depeche Mode)와 영국 록밴드 더 큐어(The Cure)를 좋아하고 캐리 그랜트(Cary Grant:배우)나 빌리 와일더(Billy Wilder:극작가)같은 영화인에게 영향을 받았다고 이야기 하는 라세 린드. 그가 10년 이상 꾸준히 음악을 해올 수 있던 원동력은 이와 같이 급변하는 세상의 이면을 읽어내려는 끊임없는 노력 속에 녹아있을 것이다.

 

 

 

지난 10월 5일,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 12 The Killers를 통하여 첫 내한 공연을 성공리에 마친 슈퍼 밴드 킬러스. 그들이 한국을 방문한지 얼마 되지 않아, 우리에게 다시금 반가운 소식을 전합니다. 오는 11월 11일, 첫 베스트 앨범이자 지난 10년 간의 히트곡을 수록한 <Direct Hits>를 발매하기로 한 것이죠. 또한 보컬리스트 브랜든 플라워스는 두 번째 솔로 앨범을 계획중이라고 합니다. 현재 세계 각국을 무대로 <Battle Born> 투어를 지속중인 킬러스의 근황, 지금부터 하나씩 살펴볼까요?

 

10년간의 집대성, 베스트 앨범 <Direct Hits>와 싱글 ‘Shot at the Night’

11월 11일 발매되는 킬러스의 첫 베스트 앨범 <Direct Hits>는 ‘Mr.Brightside’, ‘Smile Like You Mean It’, ‘Human’ 등 히트곡 13곡과 신곡 ‘Shot at the night’, ‘Just Another Girl’까지 총 15곡이 수록됩니다. 이 중 ‘Shot at the Night’은 국내에는 9월 23일에 싱글로 발매 되었지요. 밴드명과 곡 제목을 모스 부호로 표기한 프론트 커버가 인상적입니다. 이 곡은 프랑스 일렉트로닉 밴드 M83의 앤서니 곤잘레스(Anthony Gonzalez)가 메인 프로듀서로 참여하여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지난 여름부터 두 뮤지션의 협업 소식은 각종 매거진과 킬러스의 인터뷰를 통해 이슈화 되며 팬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지요.

‘Shot at the Night’은 킬러스 특유의 아련한 노랫말과 브랜든의 호소력 짙은 목소리, 그리고 M83의 웅장한 사운드 스케이프가 감각적으로 어우러진 곡입니다. 두 밴드는 킬러스의 <Day & Age> 투어를 동행하며 인연을 맺었다고 하지요. M83은 빌보드 일렉트로닉 차트 1위를 기록하기도 했으며 슈게이징과 포스트 록, 드림 팝 사운드로는 독보적인 팀입니다. 톰 크루즈가 출연한 영화 <오블리비언>의 OST에 참여하며 영화 음악 프로듀서로의 발판을 다지기도 했지요.

 

 

라스베이거스의 잠 못 이루는 밤, 신곡 ‘Shot at the Night’ 뮤직비디오

‘Shot at the Night’는 뮤직 비디오 또한 인상 깊습니다. 로보쇼보(Roboshobo)라는 별칭으로 알려진 LA 출신의 영상 디렉터 로버트 쇼버(Robert Schober)가 메가폰을 잡았지요. 그는 메탈리카, 그린 데이, 마이 케미컬 로맨스 등 많은 록 밴드들과 작업한 유명 감독입니다. 킬러스와는 컨트리 크리스마스 송 ‘Cowboy’s Christmas Ball’, 베이시스트 마크 스토머의 ‘Weary Soul’ 등의 뮤직 비디오를 작업하며 연을 이어가고 있지요.

‘Shot at the Night’ 뮤직 비디오의 특징 중 하나는 아리따운 여배우가 주연인 드라마 뮤비라는 점입니다.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 9번째 주인공, 팀 버튼 감독의 영화 <다크 셰도우>에 출연한 호주 출신의 배우 벨라 헤스콧(Bella Heathcote)이 지루한 일상에 지친 하우스키퍼(호텔 객실 청소 매니저)로 등장합니다. 상대역은 영화 <소셜 네트워크>, <인턴십>에 등장한 영국 배우 맥스 밍겔라(Max Minghella)인데요, 그녀에게 거짓말 같은 하룻밤을 선사하는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됩니다.

뮤직 비디오는 마치 한 편의 로맨스 영화같은 구성이 일품입니다. 배경은 브랜든 플라워스의 고향이자, 그가 많은 시간을 보낸 라스베이거스의 호텔이지요. 화려한 관광지의 밤과는 대조적인 하우스키퍼의 건조한 일상은 킬러스로 데뷔 전, 한 때 호텔 벨보이로 일했던 브랜든의 과거를 투사한 듯 합니다. ‘Give me a shot at the night, Give me a moment some kinda mysterious’ 등의 노랫말은 배우들의 연기와 어우러져 매 순간 애틋한 장면을 연출하지요.

 

베스트 앨범 <Direct Hits>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들

마지막으로 베스트 앨범 <Direct Hits>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들을 챙겨볼까요? ‘Shot at The Night’과 더불어 수록될 신곡 ‘Just Another Girl’은 킬러스의 오랜 파트너이자 세계적인 프로듀서 스튜어스 프라이스(Stuart Price)의 작품입니다. 그는 카일리 미노그, 마돈나, 펫 숍 보이즈 등의 뮤지션들과 작업하며 수많은 역작을 남겼지요.

디럭스 버전은 좀 더 알찬 선곡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Mr. Brightside’의 데모 버전과 <Battle Born> 앨범에 수록된 ‘Be Still’, 그리고 최근 UK 차트에서 마이클 잭슨의 기록을 갱신하며 화제를 이끈 댄스 뮤직 프로듀서 캘빈 해리스(Calvin Harris)의 ‘When You Were Young’ 리믹스 트랙이 수록됩니다. 절친한 스튜어트 프라이스부터 M83과 캘빈 해리스까지, 다양한 장르의 음악 프로듀서들과 교류하며 신의 흐름을 놓치지 않는 킬러스의 센스가 돋보입니다.

한 편, 브랜든은 최근 언론 인터뷰를 통하여 2015년경 두 번째 솔로 앨범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2010년 첫 솔로 앨범 <Flamingo>를 발표하며 화제를 모았는데요, 현재 진행중인 <Battle Born> 투어를 마치는 대로 내년에는 새 앨범 작업에 착수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동시에 집으로 돌아가 가족과 평범한 시간을 보내는 것에 대한 기대도 내비쳤습니다. 브랜든 뿐만 아니라 오랜 투어로 휴식이 필요할 킬러스 멤버들 모두가 머지않아 더 좋은 모습으로 팬들과 만나길 고대합니다.

 

2003년부터 2013년까지, 킬러스의 지난 10년을 결산한 <Direct Hits>는 전세계 팬들과 뜨겁게 호흡한 밴드의 지난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있습니다. 이번 앨범을 계기로 밴드가 팀의 결의를 다시금 다지고, 나아가 더 알차고 뜨거운 음악으로 우리와 오랫동안 함께 해주길 바랍니다.

 

 

현대카드 슈퍼 시리즈 2013년 10월

 

▶ 원문 링크

한 그룹, 혹은 밴드가 팀 워크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솔로 활동을 펼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만큼 멤버들 간의 두터운 신뢰와 협력, 완급 조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따로 또 같이’, 오랜 시간 동안 팀 플레이를 유지중인 킬러스의 멤버별 솔로 활동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맨 중의 맨, 브랜든 플라워스의 가족 사랑
솔로 활동에 대한 언급을 하자면, 앞서 프론트 맨에 대한 이야기를 꺼낼 수 밖에 없겠다. 국내 팬들에게 일명 ‘브랜든 꽃’이라는 별명으로 불리우는 멤버 브랜든 플라워스. 그는 킬러스의 얼굴이자 목소리이며, 송 라이팅의 핵심을 담당하고 있다. 가창력, 쇼맨십 등 보컬리스트가 가져야 할 기본 소양뿐만 아니라 빼어난 비주얼과 스타일 등 스타성으로도 주목 받는 그. 이렇듯 무대 위에선 한없이 빛나던 한 스타의 가족사가 전면적으로 드러난 건 2010년의 어느 날이었다. 2년간 뇌종양으로 투병중이던 브랜든의 모친이 갑작스레 세상을 떠난 것이다. 이로 인해 그는 킬러스의 모든 스케줄을 취소하고 가족들과 함께 어머니의 임종을 함께 했다. 부모님은 어릴 적부터 그에게 피아노를 가르치는 등 늦둥이로 태어난 막내 아들이 음악을 업으로 삼는 것에 대해 항상 응원해주었다고 하니, 소중한 버팀목을 잃은 브랜든의 슬픔은 이루 말할 수 없었을 터.
부모님에 대한 그의 사랑은 2009년 발표된 킬러스의 싱글 ‘A Dustland Fairytale’에서 드러났다. 두 분의 만남을 신데렐라의 동화에 비유하며, 마치 본인이 직접 본 것처럼 회고하는 브랜든의 목소리는 이러한 사연 때문인지 한층 더 처연하게 들려온다.

 


The Killers – A Dustland Fairytale

같은 해 가을, 브랜든은 첫 솔로 앨범 <Flamingo>를 발표한다. 앨범과 투어로 정신없이 내달리며 살던 중, 어머니를 잃은 상실감과 창작욕이 긍정적으로 맞물렸던 것이다. 이는 특히 그의 고향인 라스베이거스에 대한 향수가 듬뿍 담긴 결과물로 발현된다. 앨범명 ‘Flamingo’는 라스베이거스의 고속도로에서 따온 이름으로, 그는 이 음반을 고향을 대표하는 앨범으로 만들고 싶었다고 전한다. 그의 인기를 반증하듯, 본 앨범은 영국 앨범 차트 1위로 진입하며 큰 주목을 받았다.
<Flamingo>는 톱 밴드 프론트 맨의 데뷔 앨범답게 참여진 또한 대단했다. 킬러스와 수많은 작업을 해오며 ‘킬러스 제5의 멤버’라는 별칭을 얻은 음악계의 거물 스튜어트 플라이스 외 다니엘 라노아, 브렌든 오브라이언 등 화려한 라인업이 프로듀서로 가세하였고, ‘Crossfire’의 뮤직비디오에는 샤를리즈 테론이 출연하였다. 한 편, 음악지 NME는 ‘오직 냉혈한만이 이 노래에 감동받지 않을 것이다’라는 극찬을 남겼다.
특히 앨범 수록곡 중 제니 루이스가 보컬로 참여한 ‘Hard Enough’는 브랜든이 아내 타나와 떨어져있을 때의 그리움과 애정을 가감없이 드러낸 곡으로 알려졌다. 20대 초 기부 숍에서 만나 비공개 결혼 후, 현재 슬하에 3명의 아들을 둔 브랜든 부부의 사랑은 팬들의 부러움을 살 정도로 굳건해 보인다. 한 편, 타나는 암 센터 기부 활동을 위해 삭발을 감행할 정도로 사회 공헌 활동에 대한 관심도 지대한데, 브랜든 또한 아내의 이런 점을 매우 존경한다고.

 

 

 


꽃보다 남자, 패션 아이콘 브랜든 플라워스
한 편, 브랜든은 유부남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모델 같은 프로포션으로 각종 패션 매거진의 아이콘으로 주목받고 있다. 2005년 NME Awards의 베스트 드레서와 가장 섹시한 남자, 2008년 GQ와 2011년 NME Awards의 가장 스타일리시한 남자, 그리고 2012년 Q Awards의 Idol Award 우승 등 노미네이트 된 것까지 합치면 손이 열 개도 모자랄 정도.
특히 트레이너와의 꾸준한 체형 관리로 늘 날씬한 몸매를 유지하는 그는 디올 옴므의 콜렉션 의상을 즐겨 입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앨범 <Day & Age> 투어 시에는 마치 70년대 록 스타를 연상시키는 깃털 재킷을 선보이며 자신만의 스타일을 확고히 했다.


혼자서도 잘해요, 킬러스의 솔로 활동 B-Sides
히트 앨범 <Day & Age>의 투어를 성황리에 마친 밴드는 휴식과 동시에 각자의 음악적 자유를 존중한 솔로 활동을 허한다. 브랜든 외에도 드러머인 로니 배누치 주니어와 마크 스토머도 각자의 음반을 작업하며, 킬러스와는 다른 느낌의 끼를 발산하였다. 2011년 공개된 <Big Talk>는 드러머 로니 배누치 주니어가 제이슨 므라즈, 미카 등 스타 뮤지션들의 음반 작업에 참여한 프로듀서 조 치카렐리와 함께 한 앨범. 로니는 여기서 킬러스에서의 포지션인 드럼 외 보컬, 기타, 베이스 기타, 키보드 등 모든 악기를 단독으로 소화해내며 눈길을 끌었다. 이 앨범은 Spinner, SPIN같은 음악 매거진에서도 여러 장점이 언급되며 훅과 멜로디가 인상적인 댄스 록 앨범으로 평가 받았다.
한 편, 같은 해 베이시스트 마크 스토머도 보다 블루스, 포크의 영향력이 짙은 솔로 앨범 <Another Life>를 발표했다. 그 또한 로니와 마찬가지로 보컬부터 프로그래밍까지, 모든 파트의 프로듀싱을 담당하는 ‘올 라운드 플레이어’를 자청했다. 이 앨범은 <Day & Age>의 투어가 끝나갈 때쯤, 호텔의 랩탑과 개러지 밴드에 저장했던 데모를 토대로 만들어졌다고. 한 편, 앨범에는 플라시보의 서포트 밴드로 참여했던 하울링 벨즈(Howling Bells)의 글렌 물과 조엘 스타인, 그리고 루이스 더 포틴스(Louis XIV)의 제이슨 힐이 참여하여 우정을 과시했다.

밴드가 오래간다는 건 분명 재능이다. 특히 이토록 수많은 이해 관계가 얽힌 뮤직 비즈니스 시장에서라면 더욱 그렇다. 적잖은 시간 동안 굳건한 의리와 우정으로 상호 협력하고 있는 킬러스의 모습은 ‘역시 빅 밴드답다’는 말과 함께 엄지 손을 치켜들게 한다. 언젠가 호호백발  뮤지션이 되는 그 날까지, 언제나 무대 위에서 팬들을 감동시키고 북돋아주는 치명적인 밴드 킬러스로 남아주기를!

 

 

현대카드 슈퍼 시리즈 2013년 9월


▶ 원문 링크

 

 

메이저 데뷔 이후 70년대 고딕 록, 80년대 신스 팝의 긍정적인 면을 수혈하며 자기만의 색을 구축한 밴드로 평가 받는 밴드, 킬러스. 10월 3일 단독 내한 공연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 12 The Killers’를 앞두고 그들이 유명 영화 감독 및 스타들과 협업해 온 뮤직 비디오를 감상해보며 이에 대한 흥미로운 비화들을 탐구해보자.

 

컬트 마니아들의 끈끈한 정, 킬러스와 팀 버튼


얼마 전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 9번째 시리즈로 내한한 그로테스크 감성의 대가, 팀 버튼(Tim Burton) 감독과 킬러스의 인연은 유독 돈독하다. 추측하건대, 이들이 친분을 쌓게 된 계기는 고스 록, 컬트 영화에 대한 독특한 취향때문은 아니었을까. 이는 그들이 함께 작업한 뮤직비디오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현재 각자 세계적으로 각광받는 스타 아티스트와 영화 감독의 위치임에도 불구하고, 70년대 컬트 마니아들의 구미를 자극할만한 요소들을 과감하게 드러내는 점이 보기 좋다.

 

The Killers – Bones


팀 버튼과 킬러스의 첫 작업은 2006년 2번째 정규 음반 <Sam’s Town>의 수록곡 ‘Bones’로, 뮤직비디오에는 사랑에 빠진 해골 형상의 남녀가 등장한다. 이는 마치 팀 버튼의 영화 <유령 신부>의 한 장면을 연상시키는데, 이 배역은 우리에게 익숙한 슈퍼 모델 데본 아오키와 미국 드라마 <90210>의 배우 마이클 스티거가 맡았다. 이 비디오로 팀 버튼은 2007년 NME Awards 베스트 비디오 상 수상의 영예를 안는다.

 

The Killers – Here With Me


이에 박차를 가해 두 번째 협업은 명작 영화 <가위 손>의 여주인공, 위노나 라이더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Here With Me’로 이어진다. 이는 킬러스의 가장 최근 앨범 <Battle Born>에 수록된 러브 발라드. 팀 버튼이 1935년 제작된 공포 영화 ‘Mad Love’에 영감을 받았다는 이 비디오는 인간과 마네킹을 오가는 위노나 라이더의 모습이 인상적으로, 이는 마치 그리스 신화에서 자신이 만든 피규어와 사랑에 빠진 조각가의 이야기를 다룬 피그말리온 이야기를 떠오르게 한다. 이렇게 연달아 팀 버튼과 두 작품을 함께 한 킬러스는 2012년 영화 <다크 섀도우>의 엔딩 송을 부르며 상부상조의 좋은 예를 보여주었다.


맨체스터 오타쿠들의 만남, 킬러스와 안톤 코르빈

 


The Killers - All These Things That I've Done


킬러스의 음악적 출발점이 포스트 펑크, 즉 80년대 영국 맨체스터 사운드에서 시작되었다는 건 그들의 음악에 관심이 있다면 쉽게 알 수 있는 사실이다. 사실 밴드명부터 뉴 오더의 뮤직 비디오 ‘Crystal’에 등장하는 가상 밴드에서 따왔을 정도로, 이들은 당시의 사운드에 상당히 경도되어 있었단다. 재미있는 점은 킬러스가 뉴 오더의 전신이 된 밴드, 조이 디비전의 프론트 맨 이언 커티스의 전기 영화 <컨트롤>을 감독한 안톤 코르빈과 인연을 맺었다는 것. U2, 디페쉬 모드, 너바나 등 많은 스타 밴드의 뮤직 비디오를 감독한 그 역시 조이 디비전의 열렬한 팬이었다고 한다. 고로 킬러스 멤버 전원이 미국의 카우보이로 변신하며 영국풍 펑크 송을 부르는 ‘All These Things That I’ve Done’의 비디오는 과거의 향수에 대한 두 아티스트의 오묘한 문화적 재현인 셈이다. 한 편, 킬러스는 <컨트롤>에 삽입된 조이 디비전의 ‘Shadowplay’를 부르며 트리뷰트의 정점을 찍기도.


영화인들과의 긴밀한 협력

 

The Killers – Miss Atomic Bomb


킬러스의 뮤직 비디오 목록에는 특히 영화 감독들의 이름이 많이 보이는데, 이는 그들이 음악뿐만 아니라 문화 전반에 다양한 관심을 갖고 있음을 반증하는 부분이다. 앞서 언급한 두 감독 외에도, 그들의 많은 작품에서 다양한 영화계 인사들의 이름을 확인해 볼 수 있다. 크리스마스 EP의 수록곡 ‘Boots’는 <나폴레옹 다이너마이트> <나쵸 리브레> 등 주로 코미디 영화를 감독해 온 자레드 헤스가 본인의 작품과는 사뭇 다른 톤의 분위기를 연출하였다. 한 편, 실사와 애니메이션의 혼용 버전으로 제작된 ‘Miss Atomic Bomb’의 비디오는 <터미네이터>, <스타워즈>의 비주얼 디렉터이자 다프트 펑크의 앨범 아트워크를 담당한 워렌 푸가 맡았다. 이는 경사스럽게도 2013년 MVPA Awards 최고의 애니메이션 비디오 부문을 수상하기도 했다.

 


The Killers – Mr.Brightside


이 외 유명 배우들과의 인연 또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크리스마스 EP의 ‘Don’t Shoot Me Santa’는 우리에게 ‘크리미널 마인드’의 배우로 익숙한 매튜 그레이 구블러가 연출을 맡았다. 킬러스를 있게 해준 곡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Mr.Brightside’에는 <코요테 어글리>에 출연한 이자벨라 미코가 영화 <물랑 루즈>풍의 벌레스크 쇼 걸로 출연했으며, 밴드의 프론트 맨 브랜든 플라워스의 솔로곡 ‘Crossfire’에는 명배우 샤를리즈 테론이 열연하여 화제를 모았다.
밴드 결성 10여 년, 네임 밸류를 가리지 않고 다방면에 안테나를 세우고 있는 킬러스의 태도는 우리를 흥분시키기 충분하다. 이에는 분명 밴드와 스태프들의 세심한 노력이 숨어있을 것. 올 가을, 랜선과 컴퓨터 화면을 넘어 넓은 무대 위에서 우리의 오감을 사정없이 자극할 네 남자의 모습을 상상하며, 떨리는 마음으로 그들의 뮤직 비디오를 한 편 한 편 재생해본다.

 

 

현대카드 슈퍼 시리즈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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