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출처 : 맥심 코리아 YouTube (https://www.youtube.com/watch?v=JY6UylCPFB8)


젊고 예쁘며 글래머러스한 몸매의 여성이 DJ 부스 위에 선다. 어디를 봐도 눈에 띄는 외모와 몸매다. 그런데 보통 디제이들과는 조금 다른 행동을 한단다. DJ 덱 앞에서 뜬금없이 한 바퀴 돌고, 자신이 만들었다는 춤을 춘단다. ‘피리춤’이라나, 아무튼 그녀의 시그니처 댄스라고 한다. 그녀의 영상에는 많은 악성 댓글이 달린다. 그녀를 욕하는 사람도 매우 많다.  DJ라면 무엇보다 음악에 집중을 해야 하거늘, 그녀의 부족한 음악성이 문제라고 한다. 사람들을 춤 추게 만들라고 했더니 자기가 춤을 춘단다. 뭔가 한다고는 하는데 쓰레기같고 허접스럽단다. 그것이 사람들이 소다를 욕하는 주된 이유다.


여성 혐오의 극단이 창녀 혐오라면, (창녀 혐오는 남성(주체)-여성(객체)으로 나뉘는 젠더 이분법에서 남성 주체의 성적 욕구 해결 ‘도구’로서, 여성 객체의 주체성이 완전히 상실됐을 때 성립한다. 창녀는 남성의 권력욕과 지배의식에 완전히 굴복해야 하기 때문이다.)  DJ 소다는 창녀 혐오의 기믹(gimmick ; 술책)을 전면적으로 사용한다. 음악보다는 비주얼의 섹슈얼함에 집중하며 (그녀를 싫어하는 사람들의 말에 의하면), 노출이 심한 옷을 즐긴다 (그녀의 취향이자 콘셉트인 것 같다). PC 화면 속에서나 존재할 것 같은 비주얼로, 남성 판타지가 내면화된 섹스 어필을 꾀한다. 소다는 남자들이 좋아하는 것을 너무 잘 안다. 그래서 그들이 자신을 과하게 좋아하거나, 과하게 싫어하게 만든다. 혹은 좋아도 싫어하는 행동을 취하게끔 한다. 그녀는 존재 자체로 자극적이다.


DJ 소다에 대해 일률적이고 극단적인 욕설이 쏟아지는 현상, 나는 이것을 ‘소다 혐오’라고 부르고 싶다. 그녀의 육감적인 몸매와 미모에 드러난 극단의 여성성에는 열광하면서, 동시에 디제이로서의 실력이 부족하고 미숙해 보이는 행동 패턴에 대해서는 입에 불붙은 듯 화를 내는 사람들의 이중적 반응 때문이다. 주로 실력이, 때로는 외모가 욕을 먹는다. 대체로 둘 다 욕을 먹는다. 그녀는 존재 자체로 욕을 먹는다. 그리고 그런 부정적 발언들의 발화자 다수가 남성이라는 점은 매우 흥미로운 사실이다.


나는 그녀를 혐오하는 다수 남성들의 반응에서, 우습게도 마누라와 여자친구 몰래 유흥업소에 다니는 동시에 ‘성 노동자 여성’이 팁을 달라는 요구에는 거칠게 불응하는 성인 남성들의 이중적 모습이 연상되었다. 음악도 못하는 저런 야하고 천박한 여자 디제이’년’은 관객을 신나게 해주는 것에나 집중하면 될 것을, 혹은 ‘업소’에서 가만히 내가 명령하는 대로만 순응하면 될 것을, 그녀는 굳이 ‘주체적으로’ 커다란 가슴을 흔들어대며 무대의 질을 떨어뜨린다. 한 마디로 예상치 못 한 행동으로 오빠들을 불쾌하게 만든다. 


정말로 그녀가 도덕의 절대 가치에 어긋나거나 법에 저촉되는 죄를 지었다면 사회에서 ‘매장’당하거나 활동을 하지 못하는 게 수순일 텐데 왠걸, 그녀의 몸값은 줄곧 상승하고 있는 모양이다. 근래는 동남아 클럽 시장에 진출했단다. 유명 포털 사이트가 만든 VOD 어플리케이션의 실시간 방송에도 출연했단다. 현실이 그렇다면 그녀에 대한 공연/행사 산업의 수요가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그녀를 매장시키고 싶은 사람들의 분노가 대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궁금해진다. 설마 겉으로는 무지막지한 욕설을 퍼부으면서 뒤에서 은밀히 그녀의 영상을 챙겨보고 있는 것일까. 그렇게 그녀를 죽일 듯이 욕을 하던 사람들이?


이쯤 되면 그녀를 욕 하는 동시에 영상을 찾아보는 이들의 속내가 궁금해진다. 굳이 추측하자면, 막장 드라마를 보는 심리와 비슷할지도 모르겠다. 사람들은 드라마 전개의 극적 구조와 부족한 당위성에 쉽게 납득하지 못하면서도, 단발적인 재미와 말초적 흥미 때문에 그것을 본다. 욕을 하면서도 계속 본다. 뒤가 궁금하기 때문이다. 표독스러운 드라마 속 ‘악녀’는 종종 액받이 무녀가 된다. 그리고 그녀를 향한 욕은 어떤 형태든 쉽게 용인된다. 가상 세계라는 안전한 보호막 속의 절대 악이기 때문이다. 대상을 정해서 때리는 것은 부담이 없고 대체로 재미있으며 중독성을 지닌다. 그것이 폭력의 중독성이다. 만약 대상이 악을 자처할 경우, 즉 욕먹을 짓을 할 경우 욕의 정당성은 쉽게 확보된다. ‘한 놈만 팬다’는 말은 대상에 대한 ‘나’의 절대 권력을 뒷받침한다. 


오히려 소다의 행보와 의도는 TV 드라마처럼 쉽게 읽히는데, 그녀의 ‘죄질의 막중함’을 논하는 남자들의 태도는 이해하기 어렵다. 디제이는 자고로 음악적 감수성도 뛰어나고, 뭔가 있어 보이는 ‘형님’이 해야 하는데, 왠 ‘어린’ ‘한국’ ‘여자애’가 디제잉 하랬더니 춤이나 추고 되도 않는 백 스핀이나 하며 돈 벌어먹는 게 오빠들은 괘씸한 것일까. 만약 소다를 향한 일관적인 남성들의 분노가 우리 공연 문화의 퀄리티 상승을 꾀하고자 하는 집단적인 사명감의 발로라면, 그래서 마구 ‘나대는’ 소다에게 오빠들이 진중한 마음으로 따끔한 꿀밤을 한 대 때리고 싶은 거라면, 그네들의 공연 문화에 대한 투철하고 자발적인 애정 정신을 독려하며 문화관광부에서 표창장이라도 내려줘야 하는 것 아닐까.


그녀는 어쩌면 본의 아니게 젠더 전복의 아이콘이 된 것인지도 모른다. 극단적으로 표현된 통념적 여성성에 대한 남성들의 이중심리를 이용한 노이즈 마케팅은 의도적이든, 의도치 않았든 성공적이다. 특정 대상에 대한 극렬한 혐오는 극단적 애정의 뒤틀린 증상일 때가 많다. 소다는 네가티브하고 말초적인 반응을 보이는, 그녀가 절대 악으로 취급되길 원하는 남성들의 집단 심리적 역풍으로 톡톡한 금전적 수혜를 얻었다. 이 글을 쓴 뒤 DJ 소다의 리믹스 트랙을 들어보려 한다. 그녀는 나이키 조던 마니아라고 한다.



 

 

Kenichiro Nishihara [Illuminus]

 

새로 쓰는 재즈 힙합사

 

켄이치로 니시하라의 음악은 우선 듣기 편하다. 재즈 피아노를 쳤던 어머니의 영향으로, 고교생 때부터 음악 디렉터로 활동한 그의 재능은 이지 리스닝 음악에 최적화된 것 같다. 지난 앨범들을 살펴보면 누자베스(Nujabes)로 대표되는 재즈 힙합을 표방하면서, 일본풍 클럽 뮤직이 결합된 느낌을 준다. 편의상 '시부야 계'로 불리우는 다이시 댄스나 프리 템포같은 뮤지션에 친숙한 국내 대중에게 지난 앨범은 모두 좋은 반응을 얻었다.
세 번째 정규작 [Illuminus]는 전작들의 분위기를 무리없이 이어나간다. 더불어 'Get Inside Your Love', 'Thinking Of You'나 'Serendipity' 같은 곡은 멜로디 자체로 듣기 좋다. 최근 한창 빛을 보고 있는 실력파 R&B 보컬 정기고와 작업한 선례를 남긴 점도 눈여겨 볼만 하다.
이 앨범이 발표된 해에 그는 별도의 일렉트로닉 프로젝트 에스노(ESNO)를 시작했다. 이제는 그의 음악이 전 세대와는 다른 문법으로 읽혀야 할 시기라는 걸, 스스로도 짐작한 것일까. 본 작이 그 모호한 경계선을 깔끔하게 지워주는 건 아니지만, 변화의 지점에서 발표된 앨범이란 점은 주시할 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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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효 [소녀감성]

 

누구보다 영민한 소녀의 내면고백

 

어쿠스틱 감성의 일렉트로닉 팝은 이미 흔한 소재라 하지만 실력있는 음악가는 어떤 환경, 어떤 장르에서든 주목 받기 마련이다. 나직한 음색과 뛰어난 작곡 실력, 그리고 담담히 가사를 써나가는 뮤지션 우효는 21살의 신예다. 데뷔 EP [소녀감성]은 그녀가 고교생 때부터 로직과 키보드로 습작한 곡을 토대로 완성한 앨범이다. 일렉트로닉과 가요를 오가며 활동중인 에니악(eniac)은 편곡과 프로듀싱에 힘을 보태어, 원석같은 데모곡을 완성품으로 만드는 데에 일조했다.
음악가에게 과도한 욕심을 내지 않는 것, 감정을 적당히 절제시킬 수 있다는 건 보기 좋은 재능이다. 우효는 이를 본능적으로 알고 있는 것 같다. 90년대 가요의 찬란했던 감성을 자극하면서 자기 목소리를 앞세우는 감각은 높이 살 만 하다. 어쿠스틱 감성이 두드러지는 '빈야드'와 'Teddy Bear Rises'가 이를 입증한다.
앨범 제목에서 예상되는 짐작과는 달리 모든 가사가 어른스럽다. 억지 하나없이 자연스러운 감정의 결과물로 느껴지는 게 무엇보다 좋다. 스물을 지나 이십대 중반, 훗날 서른을 지나는 이야기마저 궁금해지게 하는 흥미로운 데뷔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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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o Emerald [Deleted Scenes From The Cutting Room Floor]

 

질릴 틈 없는 레트로 스윙의 맛

 

유럽 팝 재즈 신에 혜성처럼 나타난 싱어 카로 에메랄드의 데뷔 앨범이다. 그녀는 본 작품으로 모국인 네덜란드에서 마이클 잭슨의 [Thriller]가 달성한 최고 차트 기록을 다시 썼다. 무려 104주간 1위에 머물러 있었다고 하니 이야말로 진정한 스테디 셀러가 아닐까.
폭발적 인기가 과장이 아닐 만큼 본 앨범은 뚜렷한 장점을 지닌다. 재지하면서도 팝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카로의 음색은 스윙의 장르적 장점을 최대한 부각시킨다. 기승전결이 뚜렷한 곡이든 보사노바든 어느 곡이나 절묘하게 녹아드는 목소리는 언제든 듣기 좋다. 프로덕션 역시 훌륭한데, 누 재즈(Nu Jazz)와 라운지의 품위를 유지하면서도 끊임없이 분위기를 환기시키는 모양새는 자뭇 흥미롭다.
이러한 특질 덕에 그녀의 많은 곡들이 국내에서 큰 표절의 몸살을 앓았다. '표절곡의 원조 가수'라는 껄끄러운 이미지로 유명세를 타는 분위기는 다소 안타까웠다. 그보다는 들을수록 빠져드는 카로 에메랄드의 매력이 보다 많은 이들에게 알려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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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드코스트 [Altered Surface]


아쉬움으로 남은 음악적 외도

 

써드 코스트(3rd Coast)는 프로듀서 권석민, 보컬 한소현, 랩퍼 최지호로 구성된 일렉트로닉 재즈, 힙합 그룹이다. 가요, CF 음악, 타 가수 피처링 등 다양한 경력을 지닌 멤버들은 데뷔작 [First Collection]을 훌륭한 결과물로 이끌었다. 수록곡 'Urbanize'는 진보(JINBO)의 2집 타이틀곡 'Fantasy'의 도입부로 샘플링 되었고, 한소현은 스탠딩 에그, TBNY 등의 앨범에 참여하며 장르를 가리지 않는 보컬 실력을 입증했다.
이후 그들은 음악 게임 DJMAX 및 외부 작업에서 보다 활발한 모습을 보였는데, 이것이 팀 앨범 작업에는 독으로 작용한 듯 하다. 본 EP는 데뷔 앨범에서 느껴졌던 짙은 음악색과 향후 발전성이 증발된 느낌이 든다. 새로운 시도는 다소 현학적으로, 신선했던 라운지 트랙들은 평이한 트랙으로 전락했다. 물론 정규작과 적은 곡 수의 EP를 비교하는 건 무리일 지 모른다. 그러나 전체 곡의 성취와 진입 장벽만 놓고 보더라도 지난 앨범에 더 손이 가는 건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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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sh Cash [Take It To The Floor]

 

흥미로운 일렉트로닉 성장 드라마

 

현재의 캐쉬 캐쉬(Cash Cash)를 아는 이들에게 이 앨범은 상당히 의외의 모습으로 느껴질 것이다. 이제는 하나의 장르로 여겨지는 EDM(Electronic Dance Music) 트랙들을 주로 선보이는 이들이 일전에 록 밴드로 활동했다는 건, 사실 놀랄 일은 아니다. 록이 새삼 댄스 음악에 대한 강박에 시달리던 2000년대 중 후반, 캐쉬 캐쉬 또한 팀명과 멤버 교체 등의 변화를 겪으며 지금의 모습을 갖게 되었다.
비유하자면, 본 작은 '청년' 캐쉬 캐쉬의 청소년기와도 같은 앨범이다. 이모 팝 성향의 밴드 셋 위에서 댄서블한 영역을 담당하는 건 보코더와 토크 박스의 몫이다. 특히 'Party In Your Bedroom'에서 느껴지는 멜로디와 훅에 대한 센스는 무척 뛰어나다. 그들이 왜 수많은 장르 중 EDM으로 승승장구하게 되었는지 단 번에 느껴지는 곡이다. 탄탄한 멜로디와 건강한 록 에너지는 훗날 특유의 코드 워크와 훅을 잡아내는 센스로 작용했으리라.
그들이 이따금 겉돌거나 작위적인 인상이 드는 일렉트로닉의 느낌을 배제하고, 아예 EDM으로 장르를 전환한 것은 현명한 선택이었다. 어느 쪽이든 즐겁고 흥겨운 느낌은 건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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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lorrie [Sirens]

 

새로운 디바에게 거는 기대

 

2010년부터 언더그라운드에서 꾸준히 솔로로써의 경력을 쌓아 온 싱어 송 라이터 플로리(Florrie). 과거지향의 마케팅으로 성공한 라나 델 레이(Lana Del Rey)가 그렇듯, 80년대 복고 사운드를 추구한 그녀의 등장은 고무적이었다. 디스코 텍으로 소환하는 듯 한 'Free Falling', 전설적인 신스 록 밴드들을 연상케 하는 'Wanna Control Myself'은 프로듀싱 적으로 나무랄 데 없다.
허나 4년의 활동량에 비해 아직 강력한 히트 곡이 없다는 점은 의구심을 남긴다. 그녀가 스타가 되려면 디바로써의 '번뜩'이는 무언가가 필요할 것이다. 보컬, 송 라이팅 능력, 프로듀서 진까지 모든 병력은 갖춰졌다. 아직 나오지 않은 정규 앨범 탓이라면 조속한 발매를 기대한다. 이제는 강력한 한 방이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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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uol [The Misson 2]

 

다양한 MC들의 활약이 빛난 앨범

 

레게 듀오 쿤타 앤 뉴올리언스로 이름을 알린 프로듀서 뉴올은 다작의 아이콘으로 유명하다. 쿤타(Koonta)를 포함 마이노스(Minos), 스윙즈(Swings)와 함께 한 ‘1 MC 1 프로듀서’ 프로젝트는 그의 부지런함을 입증한다. 이후 뉴올은 활발한 작품 활동으로 레게의 강박을 벗어나 힙합 프로듀서의 모습을 되찾았다.
1집 [The Mission 1]이 어느 정도 대중성을 의식한 앨범이라면 [The Mission 2]는 조금 색다르다. 비트는 훨씬 무거워졌고 보다 다양한 신예들이 모였다. ‘내 갈 길 가겠다’는 느낌이랄까. ‘힙합 왕자’ 빈지노부터 스윙즈(Swings)와 프리스타일 강자 허클베리 피(Huckleberry P)까지, 다양한 MC들이 자유로운 플로우를 선보인다. ‘Never Going Back’이나 ‘어머니의 일기장’같은 스토리텔링도 눈여겨보면 좋겠다. 어쩌면 힙합 음악을 다소 마이너한 방향으로 다룬 앨범일 수 있지만, 누군가는 꼭 해야 하는 일을 해낸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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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night Alive - [What Are You So Scared Of?]

 

다소 지루한 멜로딕 펑크 레퍼런스

 

호주의 펑크 밴드 투나잇 얼라이브(Tonight Alive)의 데뷔작이다. 그들은 추구해 온 음악의 장르적 특성만큼 라이브에 강한 밴드다. Sum41, 3OH!3, 심플 플랜 등과 함께 본국과 영미권을 돌며 많은 투어 경력을 쌓았고, 본 앨범의 음악 또한 페스티벌에 어울릴 법한 팝 펑크 위주다.
수록곡 자체의 문제보다는 이것이 동류 장르의 팀들보다 월등히 뛰어나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아쉽다. 처음부터 끝까지 힘주고만 달리니 다수의 트랙이 지루하게 들린다. 대세의 영향도 있겠지만 근래 들어 밴드는 초기의 밝고 경쾌한 이미지와는 조금 다른, 이모 록 밴드의 성향을 띈다. 특히 영화 [어메이징 스파이더 맨 2]에 수록된 ‘The Edge’같은 트랙은 매우 인상적인 변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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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rban Corner - [The City Of Brokenheart]

 

걸작이 될 뻔한 수작

 

어반 코너(Urban Corner)의 음악적 뿌리가 록이나 일렉트로닉이 아닌 버벌 진트, 데프콘 등을 배출한 흑인음악 동호회(PC 통신 나우누리의 ‘SNP’)라는 것은 흥미로운 점이다. 때문에 그룹은 SNP 출신이자 프로듀서 트리쉬(Trish)의 힘이 크게 느껴진다. ‘어느 한 트랙도 스킵되지 않는 베스트 앨범이길 기대하며 만들었다’는 만큼, 안정적인 코드워크와 사운드의 질감은 첫 트랙부터 신뢰를 준다.
트리쉬가 좋은 프로듀서라는 점은 분명하지만, 동시에 좋은 보컬인지는 미지수다. 미성의 목소리는 모든 곡을 소화할 만큼 유려해 보이진 않는다. 또한 소울맨(Soulman)을 제외한 외부 음악가들이 제 실력만큼의 기량을 발휘하지 못 한 것도 아쉬운 부분이다. ‘이별 노래 모음집’이라는 앨범 콘셉트가 낳은 결과라면, 차기작은 보다 다양한 구성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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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iritualized - Ladies & Gentlemen We Are Floating In Space

 

음악에 있어 독선적이지만 그만큼 열정이 충만했던 팀의 리더 제이슨 피어스가 키보디스트 케이트 래들리와의 이별 후 발표한 앨범이다. 몸과 마음의 병을 동시에 앓던 그에게 음악은 유일한 탈출구였을까. 본 앨범은 당대 밴드 사운드의 논리를 재편성하며 훗날 ‘포스트 록의 교본’으로 추앙 받는다.
브릿 팝의 잔영이 느껴지는 ‘Come Together’, 속주하는 록 사운드의 ‘Electricity’, 스트링 중심의 처연한 발라드 ‘Broken Heart’ 등 겹쳐지고 부서지는 노이즈는 낯선 공간감을 형성한다. 록의 범주 내에서 왈츠, 가스펠, 클래식까지 허용하는 프로덕션의 힘이 느껴진다.
영적으로 승화한다는 의미를 가진 밴드명처럼 종교적 감화와 사이키델릭의 충만함이 느껴지는 앨범이다. 한 편, 열혈 팬이 아니라면 특유의 노이즈 사운드에 공감하긴 어려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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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e X Stereo - Glow

 

밴드 음악이 댄스 음악과 융합한 사례는 많지만 성공 케이스가 드문 이유는 뭘까. 전혀 다른 장르를 시도한다는 것이 그만큼 어려운 도전이기 때문일 것이다. 여기서 러브엑스테레오의 전신이 연차 있는 멜로딕 펑크 밴드 스크류 어택이라는 점은 자뭇 흥미롭다. 그들이 과감히 일렉트로닉 록에 도전할 수 있었던 건 온전히 멤버들의 역량이었다. 스크류 어택 시절이던 2005년, 보컬 애니를 영입 후 멤버가 재정비 되며 그룹은 현재까지 좋은 팀워크를 유지중이다.
전곡의 가사가 영어로 쓰여진 것이 자연스러울 만큼 EP [Glow]는 깔끔한 구성을 자랑한다. 영롱한 분위기의 타이틀곡 ‘Lose To Win’, 통통 튀는 신스 팝 ‘Fly Over’에 비하면 기타 사운드를 내세운 ‘Secrets’는 로킹한 얼터너티브다. 국내 클럽 신에서 오랜 시간 활동한 드럼 앤 베이스(D&B) 프로듀서 제이패스(J-Path)를 섭외 한 점도 눈에 띈다. 어느 곡에나 무난히 녹아드는 애니의 보컬과 세련된 프로듀싱은 정규 앨범을 기대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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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Hours - Party People

 

2000년대에 들어서 음악 신에는 복고의 시류를 타고 수많은 개러지 록 밴드가 등장했다. 공연장을 메우는 먹먹한 기타 디스토션과 빈티지 멜로디, 사포질 한 듯 거친 목소리에 관객들은 열광했다. 24아워즈는 이러한 움직임의 후발 주자라는 점에서 어떻게 보면 유행을 따르지 않은 것이 된다. 로큰롤과 개러지 록이라는 ‘폼’을 따르고는 있지만, 이는 음악을 들려주기 위한 단지 하나의 형태로 느껴진다. 무엇보다 그것을 확신하게 하는 것은 타고난 노래꾼으로 보이는 이승진의 보컬이다. 독특한 음색과 프론트 맨의 소질을 두루 갖춘 그는 앞으로도 다양한 재주를 펼칠 것 같다.
대표곡 ‘째깍째깍’처럼 만개한 젊음도 좋지만, 보다 밴드의 청사진이 정확히 그려지는 건 매력적인 멜로디 라인의 ‘WHY’와 여유로운 분위기의 ‘숨 쉴 수 없어’다. 앨범 전반적으로 가사의 성취는 다소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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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 Found Glory - Catalyst

 

뉴 파운드 글로리의 음악은 젊고 건강한 스케이트 보더를 연상케 한다. 특히 [Catalyst]는 빌보드 차트 3위에 랭킹 되며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앨범인 만큼 경쾌한 팝 펑크 트랙으로 가득하다. 조던 펀딕의 목소리는 10년이 지나도 늙지 않을 소년의 그것이며, 메탈코어 밴드 샤이 훌루드 출신으로 알려진 채드 길버트의 기타 연주는 시종일관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한다.
인트로를 지나 첫 곡 ‘All Downhill From Here’부터 강렬하게 박힌 인상은 록 발라드 ‘I Don’t Wanna Know’, ‘Ending In Tragedy’에서만 다소 완화될 뿐 한결같이 씩씩하다. 조금 아쉬운 것은 ‘No News Is Good News’처럼 멜로디가 쏙쏙 박히는 곡이 드물다는 것이다. 하지만 앨범은 펑크와 하드코어를 잘 모르는 이들도 쉽게 들을 수 있을 만큼 팝적이다. 얼핏 들으면 흔한 미국 청춘 드라마 주제가 같지만, 페스티벌에서 만난다면 그 열기에 흠뻑 취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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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는 ‘Kinda’ Kinky’ 등 각종 CF 삽입곡으로 대중에게 알려진 브룩클린 출신의 프로듀서이자 DJ, 어슬라 원사우전 (본명 알렉스 기메노). 그는 빅 비트를 기반으로 훵크, 록, 라운지, 트로피컬 등을 녹여낸 독특한 작법으로 익숙한 이름이다. 전 앨범 [Mystics]에서 종교 및 명상 음악과 오컬트 문화, 누 브레이크의 접점을 만들어내며 새로운 시도를 꾀했던 그는, 올해 신보 [Mondo Beyondo]를 통해 그의 주특기인 훵키 라운지와 빅 비트에 록, 디스코, 서프 뮤직 등을 가미한 경쾌한 일렉트로닉 음반을 완성해냈다.

다룰 줄 모르는 악기가 없는 것으로 유명한 그는 본작 또한 기타, 베이스, 시타르 (북인도의 현악기), 오르간, 신디사이저, 퍼커션, 드럼, 프로그래밍 등을 스스로 해내며 원조 댄스 뮤직 전령술사의 입지를 다시 한 번 각인시킨다. 앨범은 60년대 서프 기타와 90년대 빅 비트 사운드가 완벽하게 혼합된 레트로 넘버이자 셀프 타이틀곡 ‘Mondo Beyondo’로 말문을 연다. ‘Disko-Tech’은 최근 더욱 주목 받는 80년대 디스코의 라운지적 해석이 돋보이는 재기발랄한 곡이며, ‘Repete Le Repetoire’는 재즈 싱어 이자벨 안테나가 보컬 게스트로 참여하여 프렌치 나레이션을 펼치며 네오 일렉트로 팝의 영역에 문을 두드리고 있다.

동 레이블 ESL 소속의 보컬리스트 나탈리아 클레비어가 참여한 ‘Tropicadelica’는 휴양지의 해변가를 연상시키는 한가로운 서프 보사노바 사운드다. 이어지는 ‘Stinger’는 제임스 브라운의 곡에서 샘플링 했을 법한 오페라틱 구성이 돋보이는 곡으로, 미디어에서 많은 러브콜을 받아온 어슬라의 도전적 작법이 여실히 드러난다. 또한, 미스 지의 랩핑이 돋보이는 ‘Baby Laser Love’는 프랑스의 일렉트로 레이블 에드 뱅어의 뮤즈로 거듭난 어피의 최신작이 떠오르는 발랄한 세미 힙합 넘버로, 카툰 밴드 고릴라즈의 명곡 ‘Feel Good’의 도입 가사가 인용되기도 했다.

시네마틱한 구성의 ‘(You Can’t Control) The Spectrum Soul’과 하우스 기반의 곡 ‘The Fly’의 사운드적 의외성은 전통 어슬라 스타일의 ‘Red Hot Mama’와 알맞은 균형을 이룬다. 마지막으로 ‘Gravyard Stomp’는 이전 앨범 [Mystics]에서 미처 다 풀어내지 못한 오컬트 컬처와 크렁크 사운드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며 앨범을 마무리한다.

기존 ‘어슬라 스타일’을 지켜내면서도 제3세계 음악, 디스코, 일렉트로 팝 등으로 장르적 영역을 확장시킨 본 앨범은 학구적인 심혈보다는 어깨에 힘을 뺀 재치와 기발함, 여유가 느껴진다. 더불어 어슬라 원사우전이 오랫동안 지켜온 훵크와 록 사운드에 대한 애정이 보다 넓게 발현되었다고 해도 무리가 아닐 것 같다. 이렇듯 열대 과일처럼 먹기 좋게 영글은 11곡의 트랙은 당신을 뜀박질하게도, 앉아서 쉬게도 할 수 있는 다면적 매력으로 다가선다. 감상과 유희의 본질에 한결같이 충실한 어슬라 원사우전의 거대한 농담은, 리스너들이 그의 음악들에 행복을 누리는 한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이다.

 

90년대를 평정한 세계적인 팝록 그룹 코어스. 친남매인 캐롤라인, 샤론, 짐, 그리고 안드레아로 구성된 아일랜드 출신의 이 밴드는 특유의 청량감 넘치는 셀틱 팝 록을 고수하며 전세계적으로 엄청난 판매고를 기록, ‘Only When I Sleep’, ‘Dreams’, ‘So Young’, ‘What Can I Do’ 등 수많은 히트곡을 남겼다.

 

팀의 막내이자 리드 싱어인 안드레아 코어는 코어스의 해체 후에도 마이크를 놓지 않았다. 2007년 마돈나, 뷔욕, 그웬 스테파니, 매시브 어택 등의 프로듀서 넬리 후퍼와 U2의 프론트 맨 보노의 프로듀싱으로 발표한 솔로 앨범 ‘Ten Feet High’ 에 이어, 4년여 만에 두 번째 앨범 ‘Lifelines’를 발매하기에 이른다.

 

‘위드 아웃 유, 해리 닐슨’이라는 리이슈 다큐멘터리가 만들어지기도 한 60년대 미국 출신의 천재 포크 뮤지션 해리 닐슨의 곡명 ‘Lifeline’에서 따온 본 앨범은 이 뿐만 아니라 벨벳 언더그라운드, 존 레논, 블루 나일 등 60~80년대 전후를 평정한 명곡들을 그녀만의 스타일로 노래하고 있다. 앨범의 프로듀싱은 록시 뮤직의 멤버이자 앰비언트, 월드 비트의 선구자 브라이언 이노와 아일랜드의 프로듀서이자 시네이드 오코너의 전 남편인 존 레이놀즈가 맡아 안드레아의 희망찬 목소리에 한껏 활기를 불어넣어 주었다.

 

빌리 홀리데이, 이기 팝과 프랑스와즈 아르디, 로드 스튜어트 등 많은 유명 뮤지션들이 부른 오프닝곡 ‘I’ll Be Seeing You’에 이어지는 벨벳 언더그라운드의 ‘Pale Blue Eyes’는 브라이언 이노의 영롱한 건반 연주와 안드레아의 신비로운 목소리가 조화를 이룬다. 이어 로이 오비슨의 컨트리 송 ‘Blue Bayou’와 닉 드레이크의 포크 팝 ‘From the Morning’이 이어진다. 1981년 발표된 존 앤 반젤리스의 곡 ‘State of Independence’는 브라이언 이노의 지휘 아래 목가적이고 청명한 사운드 스케이프가 펼쳐지는 곡이다.

 

존 레논이 1974년 발표한 ‘No 9 Dream’은 사이키델릭 록의 정수를 그대로 살렸으며, 글래스고의 얼터너티브/뉴 웨이브 팝 그룹 블루 나일의 곡 ‘Tinseltown in the Rain’ 와 크리스티 맥콜의 히트곡 ‘They Don’t Know’는 코어스 전성기 시절의 안드레아의 보이스가 재현되는 듯한 셀틱 록으로 재탄생 되었다. 최근 다시 조명 받고 있는 장르인 로-파이 스타일의 ‘Some Things Last A Long Time’과 디지털 보너스 트랙으로 삽입된 도어스의 곡 ‘The Crystal Ship’도 놓치기 아까운 트랙들이다.

 

목소리 그 자체가 아이리시 악기인 듯 청명하게 노래하는, 영원한 팝의 요정 안드레아 코어. 10년 이상 활동한 밴드 코어스의 해체 후에도 한치도 변하지 않은 그녀의 목소리가 그리웠던 이들에게, 본 앨범은 안드레아의 반가운 목소리를 한 가득 전해준다. 또한, 이는 그녀와 최근 U2와 콜드 플레이의 앨범 프로듀서로서 새로운 각도로 주목 받고 있는 브라이언 이노의 조화를 감상할 수 있는 멋진 기회가 되어줄 것이다.

 

 

실버 스완즈(Silver Swans)는 재미교포 여성 보컬 앤 유(Ann Yu, 유미선)와 프로듀서 존 워터스(Jon Waters)로 구성된 샌프란시스코 거점의 일렉트로-드림 팝 듀오다. 팀명은 만화 ‘원더 우먼’ 시리즈에 등장하는 3인조 악당의 이름 ‘실버 스완’에서 착안하였으나, 그들은 이런 파괴적인 캐릭터의 분위기와는 다소 상반된 음악 스타일을 지향한다. 대부분의 곡들이 영미/유럽권 다운템포 그룹의 멜랑꼴리한 무드를 유지함과 동시에 디스코, 신스 팝 등 댄스 음악계의 트렌드를 선별적으로 수용하고 있다.

몽롱하고 먹먹한 목소리가 매력적인 보컬이자 송 라이터 앤 유는 각종 밴드의 투어 멤버로 활동하며 라디오 디파트먼트(The Radio Dept), 라 루(La Roux), 블랙 키즈(Black Kids), 페노메널 핸드크랩 밴드(The Phenomenal handclap Band) 등의 뮤지션과 함께 공연한 전력이 있다. 또한 그룹의 프로듀싱을 책임지고 있는 존 워터스는 월드 와이드 지향의 DJ로 활동함과 동시에 홈 비디오(Home Video), 체인 갱 오브 나인틴 세븐티 포 (The Chain Gang Of 1974) 등 인디 팝 아티스트들의 리믹서로 활동중이다.

최신 일렉트로니카와 인디 팝, 힙합을 특화하여 소개하는 음악 포털 ‘레코드 레이블(RCRD LBL)’은 이들의 미니 앨범 [Secrets]를 가리켜 '존 워터스가 이끄는 느린 디스코 팝 넘버의 마법에 앤 유의 어루만지는 듯한 보컬이 깊은 잠에 빠지게 한다'고 평했다. 또한 ‘Magnet Magazine’은 ‘실버 스완즈는 드림 팝 장르의 새로운 영역을 구현한다’고 극찬했으며, 이 외 많은 음악 포털과 블로거들이 그들의 행보를 주목하고 있다. 실로 그들은 모든 곡을 늦은 밤 이불 속에서, 화장실에서, 그리고 잠자기 전에 녹음하는 베드룸 레코딩 방식(정식 레코딩 스튜디오가 아닌 곳에서 녹음하는 것)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이는 리스너를 향한 그들의 음악적 접근이 제작 과정에 고스란히 녹아있음을 증명하는 부분일 것이다.

한국에 최초로 소개 되는 미니 앨범 [Secrets]는 앤 유의 차분한 보컬과 느릿느릿 전개되는 디스코 비트가 몽환적으로 어우러지는 셀프 타이틀곡 ‘Secrets’로 시작된다. 멜로딕 팝 ‘Let Me Know Now’는 프렌치 디스코 원맨 밴드 애놀락(Anoraak)이나 스웨덴의 이탈로-디스코 듀오 샐리 샤피로(Sally Shapiro)를 떠오르게 하며, ‘Best Friend In Love’는 깊은 밤 댄스 클럽의 은밀한 분위기를 연상시킨다. 이어 다운템포 발라드 ‘Those Days’ 와 비교적 밝은 명도의 팝 넘버 ‘Meet Me Somewhere Nice’가 부드럽게 이어진다.

보너스 트랙으로 차기작에 수록될 신곡 ‘Triangle of Gold’와 앤 유가 한국어 가사로 부른 ‘Secrets (비밀)’이 독점 수록되었다. 한 편, 그들은 다가올 첫 정규 앨범 [Forever]의 발매를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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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세계의 일렉트로니카/인디 팝 신은 정신 없는 급류를 타고 있다. 반복적이고 저돌적인 일렉트로(Electro), 자마이카의 덥(Dub)과 정박을 무시한 개러지(Garage)가 혼합된 덥스텝(Dubstep), 몽롱하고 로맨틱한 80년대 신스팝(Synth Pop)과 극도로 정제된 미니멀(Minimal)까지. 장르 유행의 이같은 변화는 아티스트들에게는 하나의 흥미로운 도전 과제가 되었다. 자기 고유의 색을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변화를 적절히 응용하는 태도가 필수불가결하게 된 것이다. 그러한 흐름 속에서 소위 ‘핫’하다는 음악들의 패권 분쟁은 지속되었고, 누군가는 묵묵하게 자신만의 해답을 써내려 갔다.

 

스웨디시 인디팝 밴드 라디오 디파트먼트(The Radio Dept.)는 비교적 후자의 자세로, 균형적인 트랙들을 선보이며 음악 애호가들의 꾸준한 관심을 받았다. 올곧은 태도가 빚어낸 한 폭의 사운드 스케이프는 소리 연구자 자격으로 음악을 대해온 그들만의 영민한 태도이자 결과물이었다. 이미 소피아 코폴라 감독이 직접 곡 셀렉팅에 참여한 영화 ‘마리 앙투와네트’ OST에서 뉴 오더(New Order), 스트록스(The Strokes), 에어(Air)등의 거물급 아티스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 이들이었기에, 3년여 만에 발매되는 정규 앨범 은 유럽 인디팝 신을 사랑하는 이들이라면 단연 주목할 수 밖에 없는 일정 부피의 기대치를 품고서 우리에게 왔다.

 

이를 증명하듯 최근 인디펜던트는 웹을 통해 골든 필터(The Golden Filter), 예세이여(Yeasayer)와 더불어 라디오 디파트먼트를 블로그 포스팅이 가장 많이 된 3대 아티스트로 선정했다. 또한 신스 팝의 대제 펫 숍 보이즈(Pet Shop Boys)는 트위터(Twitter)를 통해 직접 그들의 음악을 칭찬했다. 이러한 소소한 사례들이 정규 앨범의 정비를 마친 그들에게는 꽤나 신선하고 고무적인 일이었을 것이다.

 

자국과 동시 발매되는 본 앨범은 지난 두 장의 앨범에서 보여온 라디오 디파트먼트 특유의 슈게이징 록 스타일을 유지하면서도 멜로딕 신스 팝의 향취를 적절히 뿜어낸다. 선보이는 시기가 봄인 만큼 푸릇푸릇한 초원을 연상시키는 청명한 기타 팝 ‘Heaven’s on Fire’와 신스 팝 무드가 범람하는 최근의 흐름을 반영하며 정규 앨범의 색깔을 예고해온 ‘David’는 싱글 컷 되어 주목 받았거나, 이제 막 받기 시작한 대표 트랙들이다. 이외 몽롱하고 로맨틱한 무드가 인상적인 ‘Never Follow Suit’, 전형적인 슈게이징 스타일의 ‘The Video Dept.’, 섬세한 비트와 노이즈가 꽉 찬 조화를 이룬 ‘Four Months In The Shade’ 등 놓치면 억울한 고농축 튠들이 가득하다. 여기에 한국 팬들을 위해 기발매 싱글 타이틀곡인 ‘Freddie and the Trojan Horse’와 ‘All about our love’가 보너스 트랙으로 수록되었다.

 

창백하고 과감한 노이즈와 풍부한 감수성, 테이프 세대의 향수를 어루만지는 섬세한 손길. 라디오 디파트먼트는 꿈의 도시를 향한 우리의 빛 바랜 소망을 끊임없이 자극한다. 다행인 것은 그들의 음악이 테이프 사운드에 대한 기억을 가진 지금 세대는 물론 이를 공감해내기 어려울 다음 세대들의 몫까지 포용해내고 있다는 것이다. 음악이 감정선을 깊게 건드린다는 것의 의미. 그것은 느껴본 자만이 아는 것이다. 이 앨범은 그 소소하지만 중요한 사실을 새삼스레 알려주고 있다.

 

 

전자음악의 큰 매력은 응용성과 현장성이 아닐까? 디제이가 모든 장르의 음악을 끊임없이 변용하는 데에서 나아가 현장에서까지 새로운 소리를 창조해낼 수 있다는 점은, 마치 사람들에게 마법을 걸기 위해 여러 가지의 약초를 넣고 묘약을 만드는 마녀를 떠올리게 한다. 여기, 마녀는 아니지만 마법사 를 자칭하고 나선 아티스트가 있다. 이는 바로 뉴욕 브룩클린을 거점으로 활동하는 프로듀서이자 디제이 인 알렉스 기메노Alex Gimeno의 원맨 밴드, 어슬라 원싸우전Ursula 1000이 그다.


전자음악의 국지적인 한계를 생각해본다면 그의 음악은 다양한 광고에 타이업된 덕에 비교적 대중들에게 친숙하게 접근해온 편이다. 실로 그가 리믹스한 퀸시 존스Quincy Jones, 펠릭스 다 하우스캣Felix Da Housecat, 더 페인트The Faint, 포트 녹스 파이브Fort Know Five 등의 음악은 ‘세서미 스트리트’, ‘파워 퍼프 걸’, 인크레더블 등의 애니메이션과 ‘섹스 앤 더 시티Sex and the city’, ‘그레이 아나토미Grey’s Anatomy’, ‘어글리 베티Uguly Betty’ 등 드라마 시리즈, 삼성과 아디다스의 기업 캠페인 등 전세계 미디어 매체의 상당히 많은 부분에 포진되어있다.


‘미스틱스’라는, 타이틀부터가 ‘기묘한’ 음반을 들고 나온 어슬라 원싸우전. 앨범 초기에는 브레이크 비트를 기반한 라운지 팝을 주로 선보였던 그는 이번에는 라틴 풍의 디스코 훵크, 요 몇 년 새 프랑스와 독일 등을 거점으로 열광적인 반응을 받고 있는 일렉트로 등 각각 음악 장르가 가진 매력 포인트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며 진정한 카멜레온으로 거듭나는 중이다.


이 앨범엔 전세계를 돌며 음악 활동을 전개해온 그의 메시지가 여실히 드러나있다. 사이키델릭한 마법진을 그리며 주술을 부리는 듯한 전반적인 사운드는, 몽환적이고 판타스틱한 우주여행의 여정이 절로 그려지는 듯하다. 이번 앨범은 총 14 트랙으로, 그는 ‘빅 칠 페스티벌Big Chill Festival’같은 큰 축제, 샴발라Shambhala(티벳의 전설)를 떠오르게 하는 명상 음악, 심지어 그가 사는 아파트에서 작업을 하면서 느낀 황홀경 등 감정적인 면을 표현하는 것과 동시에, 동시대의 음악과 전통성을 동시에 녹여내고자 했다.


우주인이 이제 막 미지의 세계에 도착한 듯 신선한 이어 드라이빙을 선사하는 인트로 ‘Summoned from the Void’부터 신디사이저와 보코더를 사용한 보컬이 쾌속 질주하는 ‘Rocket’, 팝뮤직의 힙합 튠을 연상시키는 ‘Rump’, ‘Losin’It’, 라틴 기타의 샘플링이 돋보이는 ‘Do It Right’, 발랄하고 장난기 어린 ‘Star Machine’, ‘Tension’까지 다채롭고 알찬 트랙들. 마치 티벳의 노승이 셰도우 창법으로 한 번에 두 가지 톤의 목소리를 냈던 것처럼 앨범은 과거와 현재, 전통과 현대를 오가며 육안으로는 볼 수 없는 신세계를 창조해낸다.


어슬라 원싸우전은 자기 자신을 ‘브룩클린 비트 마법사’Brooklyn beat-wizard라 칭한다. 장난스럽고 빈티지한 브레이크비트를 통해 사람들이 좀 더 머리를 흔들고, 좀 더 크게 소리치기를 원하는 그의 의도는 무엇보다 순수하다. 어떠어떠한 장르를 녹여 넣었다는 것으로 자만하기 보다는, 사람들의 오감을 마비시킬 정도의 짜릿한 황홀경을 선사하는 것. 그것이 어슬라 원싸우전의 새 앨범 ‘미스틱스’의 가장 궁극적인 목적이다.

 

 

 

겨울 풍경을 연상시키는 시린 보이스 컬러와 상반되는 주체할 수 없을(?) 정도의 밝고 유쾌한 태도. 이는 스웨디쉬 싱어 송 라이터 라세 린드의 두 가지 모습이다. 그의 이러한 성격적인 면이 4계절 내내 변덕적인 날씨 속에서 살아가는 한국인의 취향을 관통한 것일까. 2006년, MBC 시트콤 ‘소울메이트’에 삽입된 록 발라드 넘버 ‘C’mon Through’, 와 ‘The Stuff’는 몇 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까지도 대중들의 뇌리 속에서 꾸준히 기억되는 곡이 되었다.

문화도 환경도 다른 낯선 유럽에 찾아온 이 뮤지션의 음악적 해법은 한국땅에서 통할 수 밖에 없는 남다른 매력을 지니고 있던 것이 분명하다. 두 번의 내한 공연 모두 전색 매진되는 이례적인 사건을 발생시키며 국내에서 대중적 싱어송라이터로서의 적절한 포지션을 확보해냈던 라세 린드의 음악은 방송과 인터넷을 섭렵하며 대중과 평단, 뮤지션을 동시에 열광시켰다.


그러던 그가 ‘소울메이트’ 이후 3년 만에 5인조 풀 밴드라는 파격적인 편성으로 한국을 찾는다. 더욱이 반가운 건 오랜만에 새 앨범과 함께라는 점이다. 감정의 사이클이 바뀌는 일말의 순간을 정확히 캐치해서 풀어내는, 그의 아티스트적 면모가 돋보이는 3번째 영어 앨범은, 제목부터가 강렬한 <스팍스SPARKS>다.


2008년, 자국에서 ‘POOL’이라는 이름으로 발매된 이 음반은 그간 라세 린드의 음악적 궤적을 한 눈에 꿰뚫어볼 수 있게 해준다. 극도의 행복과 우울의 경계를 쉴새 없이 오가는 10곡의 트랙 속에는 록, 발라드, 기타팝, 뉴 웨이브부터 시규어 로스(Sigur Ros), 엠에이티쓰리(M83)을 방불케 하는 북유럽 슈게이징의 영향까지 느껴진다.

 
스웨디시 인디팝 골수 마니아부터 화려한 뮤직비디오에 익숙한 MTV세대, 대중가요에 익숙한 젊은이의 취향까지 포괄하는 그의 다채로운 스펙트럼. 본인 스스로가 80년대를 풍미한 신스팝 그룹 디페쉬 모드(Depeche Mode)와 영국 록밴드 더 큐어(The Cure)를 좋아하고 캐리 그랜트(Cary Grant:배우)나 빌리 와일더(Billy Wilder:극작가)같은 영화인에게 영향을 받았다고 이야기 하는 라세 린드. 그가 10년 이상 꾸준히 음악을 해올 수 있던 원동력은 이와 같이 급변하는 세상의 이면을 읽어내려는 끊임없는 노력 속에 녹아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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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맥심 코리아 YouTube (https://www.youtube.com/watch?v=JY6UylCPFB8)


젊고 예쁘며 글래머러스한 몸매의 여성이 DJ 부스 위에 선다. 어디를 봐도 눈에 띄는 외모와 몸매다. 그런데 보통 디제이들과는 조금 다른 행동을 한단다. DJ 덱 앞에서 뜬금없이 한 바퀴 돌고, 자신이 만들었다는 춤을 춘단다. ‘피리춤’이라나, 아무튼 그녀의 시그니처 댄스라고 한다. 그녀의 영상에는 많은 악성 댓글이 달린다. 그녀를 욕하는 사람도 매우 많다.  DJ라면 무엇보다 음악에 집중을 해야 하거늘, 그녀의 부족한 음악성이 문제라고 한다. 사람들을 춤 추게 만들라고 했더니 자기가 춤을 춘단다. 뭔가 한다고는 하는데 쓰레기같고 허접스럽단다. 그것이 사람들이 소다를 욕하는 주된 이유다.


여성 혐오의 극단이 창녀 혐오라면, (창녀 혐오는 남성(주체)-여성(객체)으로 나뉘는 젠더 이분법에서 남성 주체의 성적 욕구 해결 ‘도구’로서, 여성 객체의 주체성이 완전히 상실됐을 때 성립한다. 창녀는 남성의 권력욕과 지배의식에 완전히 굴복해야 하기 때문이다.)  DJ 소다는 창녀 혐오의 기믹(gimmick ; 술책)을 전면적으로 사용한다. 음악보다는 비주얼의 섹슈얼함에 집중하며 (그녀를 싫어하는 사람들의 말에 의하면), 노출이 심한 옷을 즐긴다 (그녀의 취향이자 콘셉트인 것 같다). PC 화면 속에서나 존재할 것 같은 비주얼로, 남성 판타지가 내면화된 섹스 어필을 꾀한다. 소다는 남자들이 좋아하는 것을 너무 잘 안다. 그래서 그들이 자신을 과하게 좋아하거나, 과하게 싫어하게 만든다. 혹은 좋아도 싫어하는 행동을 취하게끔 한다. 그녀는 존재 자체로 자극적이다.


DJ 소다에 대해 일률적이고 극단적인 욕설이 쏟아지는 현상, 나는 이것을 ‘소다 혐오’라고 부르고 싶다. 그녀의 육감적인 몸매와 미모에 드러난 극단의 여성성에는 열광하면서, 동시에 디제이로서의 실력이 부족하고 미숙해 보이는 행동 패턴에 대해서는 입에 불붙은 듯 화를 내는 사람들의 이중적 반응 때문이다. 주로 실력이, 때로는 외모가 욕을 먹는다. 대체로 둘 다 욕을 먹는다. 그녀는 존재 자체로 욕을 먹는다. 그리고 그런 부정적 발언들의 발화자 다수가 남성이라는 점은 매우 흥미로운 사실이다.


나는 그녀를 혐오하는 다수 남성들의 반응에서, 우습게도 마누라와 여자친구 몰래 유흥업소에 다니는 동시에 ‘성 노동자 여성’이 팁을 달라는 요구에는 거칠게 불응하는 성인 남성들의 이중적 모습이 연상되었다. 음악도 못하는 저런 야하고 천박한 여자 디제이’년’은 관객을 신나게 해주는 것에나 집중하면 될 것을, 혹은 ‘업소’에서 가만히 내가 명령하는 대로만 순응하면 될 것을, 그녀는 굳이 ‘주체적으로’ 커다란 가슴을 흔들어대며 무대의 질을 떨어뜨린다. 한 마디로 예상치 못 한 행동으로 오빠들을 불쾌하게 만든다. 


정말로 그녀가 도덕의 절대 가치에 어긋나거나 법에 저촉되는 죄를 지었다면 사회에서 ‘매장’당하거나 활동을 하지 못하는 게 수순일 텐데 왠걸, 그녀의 몸값은 줄곧 상승하고 있는 모양이다. 근래는 동남아 클럽 시장에 진출했단다. 유명 포털 사이트가 만든 VOD 어플리케이션의 실시간 방송에도 출연했단다. 현실이 그렇다면 그녀에 대한 공연/행사 산업의 수요가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그녀를 매장시키고 싶은 사람들의 분노가 대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궁금해진다. 설마 겉으로는 무지막지한 욕설을 퍼부으면서 뒤에서 은밀히 그녀의 영상을 챙겨보고 있는 것일까. 그렇게 그녀를 죽일 듯이 욕을 하던 사람들이?


이쯤 되면 그녀를 욕 하는 동시에 영상을 찾아보는 이들의 속내가 궁금해진다. 굳이 추측하자면, 막장 드라마를 보는 심리와 비슷할지도 모르겠다. 사람들은 드라마 전개의 극적 구조와 부족한 당위성에 쉽게 납득하지 못하면서도, 단발적인 재미와 말초적 흥미 때문에 그것을 본다. 욕을 하면서도 계속 본다. 뒤가 궁금하기 때문이다. 표독스러운 드라마 속 ‘악녀’는 종종 액받이 무녀가 된다. 그리고 그녀를 향한 욕은 어떤 형태든 쉽게 용인된다. 가상 세계라는 안전한 보호막 속의 절대 악이기 때문이다. 대상을 정해서 때리는 것은 부담이 없고 대체로 재미있으며 중독성을 지닌다. 그것이 폭력의 중독성이다. 만약 대상이 악을 자처할 경우, 즉 욕먹을 짓을 할 경우 욕의 정당성은 쉽게 확보된다. ‘한 놈만 팬다’는 말은 대상에 대한 ‘나’의 절대 권력을 뒷받침한다. 


오히려 소다의 행보와 의도는 TV 드라마처럼 쉽게 읽히는데, 그녀의 ‘죄질의 막중함’을 논하는 남자들의 태도는 이해하기 어렵다. 디제이는 자고로 음악적 감수성도 뛰어나고, 뭔가 있어 보이는 ‘형님’이 해야 하는데, 왠 ‘어린’ ‘한국’ ‘여자애’가 디제잉 하랬더니 춤이나 추고 되도 않는 백 스핀이나 하며 돈 벌어먹는 게 오빠들은 괘씸한 것일까. 만약 소다를 향한 일관적인 남성들의 분노가 우리 공연 문화의 퀄리티 상승을 꾀하고자 하는 집단적인 사명감의 발로라면, 그래서 마구 ‘나대는’ 소다에게 오빠들이 진중한 마음으로 따끔한 꿀밤을 한 대 때리고 싶은 거라면, 그네들의 공연 문화에 대한 투철하고 자발적인 애정 정신을 독려하며 문화관광부에서 표창장이라도 내려줘야 하는 것 아닐까.


그녀는 어쩌면 본의 아니게 젠더 전복의 아이콘이 된 것인지도 모른다. 극단적으로 표현된 통념적 여성성에 대한 남성들의 이중심리를 이용한 노이즈 마케팅은 의도적이든, 의도치 않았든 성공적이다. 특정 대상에 대한 극렬한 혐오는 극단적 애정의 뒤틀린 증상일 때가 많다. 소다는 네가티브하고 말초적인 반응을 보이는, 그녀가 절대 악으로 취급되길 원하는 남성들의 집단 심리적 역풍으로 톡톡한 금전적 수혜를 얻었다. 이 글을 쓴 뒤 DJ 소다의 리믹스 트랙을 들어보려 한다. 그녀는 나이키 조던 마니아라고 한다.



 

 

Kenichiro Nishihara [Illuminus]

 

새로 쓰는 재즈 힙합사

 

켄이치로 니시하라의 음악은 우선 듣기 편하다. 재즈 피아노를 쳤던 어머니의 영향으로, 고교생 때부터 음악 디렉터로 활동한 그의 재능은 이지 리스닝 음악에 최적화된 것 같다. 지난 앨범들을 살펴보면 누자베스(Nujabes)로 대표되는 재즈 힙합을 표방하면서, 일본풍 클럽 뮤직이 결합된 느낌을 준다. 편의상 '시부야 계'로 불리우는 다이시 댄스나 프리 템포같은 뮤지션에 친숙한 국내 대중에게 지난 앨범은 모두 좋은 반응을 얻었다.
세 번째 정규작 [Illuminus]는 전작들의 분위기를 무리없이 이어나간다. 더불어 'Get Inside Your Love', 'Thinking Of You'나 'Serendipity' 같은 곡은 멜로디 자체로 듣기 좋다. 최근 한창 빛을 보고 있는 실력파 R&B 보컬 정기고와 작업한 선례를 남긴 점도 눈여겨 볼만 하다.
이 앨범이 발표된 해에 그는 별도의 일렉트로닉 프로젝트 에스노(ESNO)를 시작했다. 이제는 그의 음악이 전 세대와는 다른 문법으로 읽혀야 할 시기라는 걸, 스스로도 짐작한 것일까. 본 작이 그 모호한 경계선을 깔끔하게 지워주는 건 아니지만, 변화의 지점에서 발표된 앨범이란 점은 주시할 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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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효 [소녀감성]

 

누구보다 영민한 소녀의 내면고백

 

어쿠스틱 감성의 일렉트로닉 팝은 이미 흔한 소재라 하지만 실력있는 음악가는 어떤 환경, 어떤 장르에서든 주목 받기 마련이다. 나직한 음색과 뛰어난 작곡 실력, 그리고 담담히 가사를 써나가는 뮤지션 우효는 21살의 신예다. 데뷔 EP [소녀감성]은 그녀가 고교생 때부터 로직과 키보드로 습작한 곡을 토대로 완성한 앨범이다. 일렉트로닉과 가요를 오가며 활동중인 에니악(eniac)은 편곡과 프로듀싱에 힘을 보태어, 원석같은 데모곡을 완성품으로 만드는 데에 일조했다.
음악가에게 과도한 욕심을 내지 않는 것, 감정을 적당히 절제시킬 수 있다는 건 보기 좋은 재능이다. 우효는 이를 본능적으로 알고 있는 것 같다. 90년대 가요의 찬란했던 감성을 자극하면서 자기 목소리를 앞세우는 감각은 높이 살 만 하다. 어쿠스틱 감성이 두드러지는 '빈야드'와 'Teddy Bear Rises'가 이를 입증한다.
앨범 제목에서 예상되는 짐작과는 달리 모든 가사가 어른스럽다. 억지 하나없이 자연스러운 감정의 결과물로 느껴지는 게 무엇보다 좋다. 스물을 지나 이십대 중반, 훗날 서른을 지나는 이야기마저 궁금해지게 하는 흥미로운 데뷔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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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o Emerald [Deleted Scenes From The Cutting Room Floor]

 

질릴 틈 없는 레트로 스윙의 맛

 

유럽 팝 재즈 신에 혜성처럼 나타난 싱어 카로 에메랄드의 데뷔 앨범이다. 그녀는 본 작품으로 모국인 네덜란드에서 마이클 잭슨의 [Thriller]가 달성한 최고 차트 기록을 다시 썼다. 무려 104주간 1위에 머물러 있었다고 하니 이야말로 진정한 스테디 셀러가 아닐까.
폭발적 인기가 과장이 아닐 만큼 본 앨범은 뚜렷한 장점을 지닌다. 재지하면서도 팝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카로의 음색은 스윙의 장르적 장점을 최대한 부각시킨다. 기승전결이 뚜렷한 곡이든 보사노바든 어느 곡이나 절묘하게 녹아드는 목소리는 언제든 듣기 좋다. 프로덕션 역시 훌륭한데, 누 재즈(Nu Jazz)와 라운지의 품위를 유지하면서도 끊임없이 분위기를 환기시키는 모양새는 자뭇 흥미롭다.
이러한 특질 덕에 그녀의 많은 곡들이 국내에서 큰 표절의 몸살을 앓았다. '표절곡의 원조 가수'라는 껄끄러운 이미지로 유명세를 타는 분위기는 다소 안타까웠다. 그보다는 들을수록 빠져드는 카로 에메랄드의 매력이 보다 많은 이들에게 알려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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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드코스트 [Altered Surface]


아쉬움으로 남은 음악적 외도

 

써드 코스트(3rd Coast)는 프로듀서 권석민, 보컬 한소현, 랩퍼 최지호로 구성된 일렉트로닉 재즈, 힙합 그룹이다. 가요, CF 음악, 타 가수 피처링 등 다양한 경력을 지닌 멤버들은 데뷔작 [First Collection]을 훌륭한 결과물로 이끌었다. 수록곡 'Urbanize'는 진보(JINBO)의 2집 타이틀곡 'Fantasy'의 도입부로 샘플링 되었고, 한소현은 스탠딩 에그, TBNY 등의 앨범에 참여하며 장르를 가리지 않는 보컬 실력을 입증했다.
이후 그들은 음악 게임 DJMAX 및 외부 작업에서 보다 활발한 모습을 보였는데, 이것이 팀 앨범 작업에는 독으로 작용한 듯 하다. 본 EP는 데뷔 앨범에서 느껴졌던 짙은 음악색과 향후 발전성이 증발된 느낌이 든다. 새로운 시도는 다소 현학적으로, 신선했던 라운지 트랙들은 평이한 트랙으로 전락했다. 물론 정규작과 적은 곡 수의 EP를 비교하는 건 무리일 지 모른다. 그러나 전체 곡의 성취와 진입 장벽만 놓고 보더라도 지난 앨범에 더 손이 가는 건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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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sh Cash [Take It To The Floor]

 

흥미로운 일렉트로닉 성장 드라마

 

현재의 캐쉬 캐쉬(Cash Cash)를 아는 이들에게 이 앨범은 상당히 의외의 모습으로 느껴질 것이다. 이제는 하나의 장르로 여겨지는 EDM(Electronic Dance Music) 트랙들을 주로 선보이는 이들이 일전에 록 밴드로 활동했다는 건, 사실 놀랄 일은 아니다. 록이 새삼 댄스 음악에 대한 강박에 시달리던 2000년대 중 후반, 캐쉬 캐쉬 또한 팀명과 멤버 교체 등의 변화를 겪으며 지금의 모습을 갖게 되었다.
비유하자면, 본 작은 '청년' 캐쉬 캐쉬의 청소년기와도 같은 앨범이다. 이모 팝 성향의 밴드 셋 위에서 댄서블한 영역을 담당하는 건 보코더와 토크 박스의 몫이다. 특히 'Party In Your Bedroom'에서 느껴지는 멜로디와 훅에 대한 센스는 무척 뛰어나다. 그들이 왜 수많은 장르 중 EDM으로 승승장구하게 되었는지 단 번에 느껴지는 곡이다. 탄탄한 멜로디와 건강한 록 에너지는 훗날 특유의 코드 워크와 훅을 잡아내는 센스로 작용했으리라.
그들이 이따금 겉돌거나 작위적인 인상이 드는 일렉트로닉의 느낌을 배제하고, 아예 EDM으로 장르를 전환한 것은 현명한 선택이었다. 어느 쪽이든 즐겁고 흥겨운 느낌은 건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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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lorrie [Sirens]

 

새로운 디바에게 거는 기대

 

2010년부터 언더그라운드에서 꾸준히 솔로로써의 경력을 쌓아 온 싱어 송 라이터 플로리(Florrie). 과거지향의 마케팅으로 성공한 라나 델 레이(Lana Del Rey)가 그렇듯, 80년대 복고 사운드를 추구한 그녀의 등장은 고무적이었다. 디스코 텍으로 소환하는 듯 한 'Free Falling', 전설적인 신스 록 밴드들을 연상케 하는 'Wanna Control Myself'은 프로듀싱 적으로 나무랄 데 없다.
허나 4년의 활동량에 비해 아직 강력한 히트 곡이 없다는 점은 의구심을 남긴다. 그녀가 스타가 되려면 디바로써의 '번뜩'이는 무언가가 필요할 것이다. 보컬, 송 라이팅 능력, 프로듀서 진까지 모든 병력은 갖춰졌다. 아직 나오지 않은 정규 앨범 탓이라면 조속한 발매를 기대한다. 이제는 강력한 한 방이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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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uol [The Misson 2]

 

다양한 MC들의 활약이 빛난 앨범

 

레게 듀오 쿤타 앤 뉴올리언스로 이름을 알린 프로듀서 뉴올은 다작의 아이콘으로 유명하다. 쿤타(Koonta)를 포함 마이노스(Minos), 스윙즈(Swings)와 함께 한 ‘1 MC 1 프로듀서’ 프로젝트는 그의 부지런함을 입증한다. 이후 뉴올은 활발한 작품 활동으로 레게의 강박을 벗어나 힙합 프로듀서의 모습을 되찾았다.
1집 [The Mission 1]이 어느 정도 대중성을 의식한 앨범이라면 [The Mission 2]는 조금 색다르다. 비트는 훨씬 무거워졌고 보다 다양한 신예들이 모였다. ‘내 갈 길 가겠다’는 느낌이랄까. ‘힙합 왕자’ 빈지노부터 스윙즈(Swings)와 프리스타일 강자 허클베리 피(Huckleberry P)까지, 다양한 MC들이 자유로운 플로우를 선보인다. ‘Never Going Back’이나 ‘어머니의 일기장’같은 스토리텔링도 눈여겨보면 좋겠다. 어쩌면 힙합 음악을 다소 마이너한 방향으로 다룬 앨범일 수 있지만, 누군가는 꼭 해야 하는 일을 해낸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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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night Alive - [What Are You So Scared Of?]

 

다소 지루한 멜로딕 펑크 레퍼런스

 

호주의 펑크 밴드 투나잇 얼라이브(Tonight Alive)의 데뷔작이다. 그들은 추구해 온 음악의 장르적 특성만큼 라이브에 강한 밴드다. Sum41, 3OH!3, 심플 플랜 등과 함께 본국과 영미권을 돌며 많은 투어 경력을 쌓았고, 본 앨범의 음악 또한 페스티벌에 어울릴 법한 팝 펑크 위주다.
수록곡 자체의 문제보다는 이것이 동류 장르의 팀들보다 월등히 뛰어나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아쉽다. 처음부터 끝까지 힘주고만 달리니 다수의 트랙이 지루하게 들린다. 대세의 영향도 있겠지만 근래 들어 밴드는 초기의 밝고 경쾌한 이미지와는 조금 다른, 이모 록 밴드의 성향을 띈다. 특히 영화 [어메이징 스파이더 맨 2]에 수록된 ‘The Edge’같은 트랙은 매우 인상적인 변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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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rban Corner - [The City Of Brokenheart]

 

걸작이 될 뻔한 수작

 

어반 코너(Urban Corner)의 음악적 뿌리가 록이나 일렉트로닉이 아닌 버벌 진트, 데프콘 등을 배출한 흑인음악 동호회(PC 통신 나우누리의 ‘SNP’)라는 것은 흥미로운 점이다. 때문에 그룹은 SNP 출신이자 프로듀서 트리쉬(Trish)의 힘이 크게 느껴진다. ‘어느 한 트랙도 스킵되지 않는 베스트 앨범이길 기대하며 만들었다’는 만큼, 안정적인 코드워크와 사운드의 질감은 첫 트랙부터 신뢰를 준다.
트리쉬가 좋은 프로듀서라는 점은 분명하지만, 동시에 좋은 보컬인지는 미지수다. 미성의 목소리는 모든 곡을 소화할 만큼 유려해 보이진 않는다. 또한 소울맨(Soulman)을 제외한 외부 음악가들이 제 실력만큼의 기량을 발휘하지 못 한 것도 아쉬운 부분이다. ‘이별 노래 모음집’이라는 앨범 콘셉트가 낳은 결과라면, 차기작은 보다 다양한 구성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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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iritualized - Ladies & Gentlemen We Are Floating In Space

 

음악에 있어 독선적이지만 그만큼 열정이 충만했던 팀의 리더 제이슨 피어스가 키보디스트 케이트 래들리와의 이별 후 발표한 앨범이다. 몸과 마음의 병을 동시에 앓던 그에게 음악은 유일한 탈출구였을까. 본 앨범은 당대 밴드 사운드의 논리를 재편성하며 훗날 ‘포스트 록의 교본’으로 추앙 받는다.
브릿 팝의 잔영이 느껴지는 ‘Come Together’, 속주하는 록 사운드의 ‘Electricity’, 스트링 중심의 처연한 발라드 ‘Broken Heart’ 등 겹쳐지고 부서지는 노이즈는 낯선 공간감을 형성한다. 록의 범주 내에서 왈츠, 가스펠, 클래식까지 허용하는 프로덕션의 힘이 느껴진다.
영적으로 승화한다는 의미를 가진 밴드명처럼 종교적 감화와 사이키델릭의 충만함이 느껴지는 앨범이다. 한 편, 열혈 팬이 아니라면 특유의 노이즈 사운드에 공감하긴 어려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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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e X Stereo - Glow

 

밴드 음악이 댄스 음악과 융합한 사례는 많지만 성공 케이스가 드문 이유는 뭘까. 전혀 다른 장르를 시도한다는 것이 그만큼 어려운 도전이기 때문일 것이다. 여기서 러브엑스테레오의 전신이 연차 있는 멜로딕 펑크 밴드 스크류 어택이라는 점은 자뭇 흥미롭다. 그들이 과감히 일렉트로닉 록에 도전할 수 있었던 건 온전히 멤버들의 역량이었다. 스크류 어택 시절이던 2005년, 보컬 애니를 영입 후 멤버가 재정비 되며 그룹은 현재까지 좋은 팀워크를 유지중이다.
전곡의 가사가 영어로 쓰여진 것이 자연스러울 만큼 EP [Glow]는 깔끔한 구성을 자랑한다. 영롱한 분위기의 타이틀곡 ‘Lose To Win’, 통통 튀는 신스 팝 ‘Fly Over’에 비하면 기타 사운드를 내세운 ‘Secrets’는 로킹한 얼터너티브다. 국내 클럽 신에서 오랜 시간 활동한 드럼 앤 베이스(D&B) 프로듀서 제이패스(J-Path)를 섭외 한 점도 눈에 띈다. 어느 곡에나 무난히 녹아드는 애니의 보컬과 세련된 프로듀싱은 정규 앨범을 기대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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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Hours - Party People

 

2000년대에 들어서 음악 신에는 복고의 시류를 타고 수많은 개러지 록 밴드가 등장했다. 공연장을 메우는 먹먹한 기타 디스토션과 빈티지 멜로디, 사포질 한 듯 거친 목소리에 관객들은 열광했다. 24아워즈는 이러한 움직임의 후발 주자라는 점에서 어떻게 보면 유행을 따르지 않은 것이 된다. 로큰롤과 개러지 록이라는 ‘폼’을 따르고는 있지만, 이는 음악을 들려주기 위한 단지 하나의 형태로 느껴진다. 무엇보다 그것을 확신하게 하는 것은 타고난 노래꾼으로 보이는 이승진의 보컬이다. 독특한 음색과 프론트 맨의 소질을 두루 갖춘 그는 앞으로도 다양한 재주를 펼칠 것 같다.
대표곡 ‘째깍째깍’처럼 만개한 젊음도 좋지만, 보다 밴드의 청사진이 정확히 그려지는 건 매력적인 멜로디 라인의 ‘WHY’와 여유로운 분위기의 ‘숨 쉴 수 없어’다. 앨범 전반적으로 가사의 성취는 다소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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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 Found Glory - Catalyst

 

뉴 파운드 글로리의 음악은 젊고 건강한 스케이트 보더를 연상케 한다. 특히 [Catalyst]는 빌보드 차트 3위에 랭킹 되며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앨범인 만큼 경쾌한 팝 펑크 트랙으로 가득하다. 조던 펀딕의 목소리는 10년이 지나도 늙지 않을 소년의 그것이며, 메탈코어 밴드 샤이 훌루드 출신으로 알려진 채드 길버트의 기타 연주는 시종일관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한다.
인트로를 지나 첫 곡 ‘All Downhill From Here’부터 강렬하게 박힌 인상은 록 발라드 ‘I Don’t Wanna Know’, ‘Ending In Tragedy’에서만 다소 완화될 뿐 한결같이 씩씩하다. 조금 아쉬운 것은 ‘No News Is Good News’처럼 멜로디가 쏙쏙 박히는 곡이 드물다는 것이다. 하지만 앨범은 펑크와 하드코어를 잘 모르는 이들도 쉽게 들을 수 있을 만큼 팝적이다. 얼핏 들으면 흔한 미국 청춘 드라마 주제가 같지만, 페스티벌에서 만난다면 그 열기에 흠뻑 취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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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는 ‘Kinda’ Kinky’ 등 각종 CF 삽입곡으로 대중에게 알려진 브룩클린 출신의 프로듀서이자 DJ, 어슬라 원사우전 (본명 알렉스 기메노). 그는 빅 비트를 기반으로 훵크, 록, 라운지, 트로피컬 등을 녹여낸 독특한 작법으로 익숙한 이름이다. 전 앨범 [Mystics]에서 종교 및 명상 음악과 오컬트 문화, 누 브레이크의 접점을 만들어내며 새로운 시도를 꾀했던 그는, 올해 신보 [Mondo Beyondo]를 통해 그의 주특기인 훵키 라운지와 빅 비트에 록, 디스코, 서프 뮤직 등을 가미한 경쾌한 일렉트로닉 음반을 완성해냈다.

다룰 줄 모르는 악기가 없는 것으로 유명한 그는 본작 또한 기타, 베이스, 시타르 (북인도의 현악기), 오르간, 신디사이저, 퍼커션, 드럼, 프로그래밍 등을 스스로 해내며 원조 댄스 뮤직 전령술사의 입지를 다시 한 번 각인시킨다. 앨범은 60년대 서프 기타와 90년대 빅 비트 사운드가 완벽하게 혼합된 레트로 넘버이자 셀프 타이틀곡 ‘Mondo Beyondo’로 말문을 연다. ‘Disko-Tech’은 최근 더욱 주목 받는 80년대 디스코의 라운지적 해석이 돋보이는 재기발랄한 곡이며, ‘Repete Le Repetoire’는 재즈 싱어 이자벨 안테나가 보컬 게스트로 참여하여 프렌치 나레이션을 펼치며 네오 일렉트로 팝의 영역에 문을 두드리고 있다.

동 레이블 ESL 소속의 보컬리스트 나탈리아 클레비어가 참여한 ‘Tropicadelica’는 휴양지의 해변가를 연상시키는 한가로운 서프 보사노바 사운드다. 이어지는 ‘Stinger’는 제임스 브라운의 곡에서 샘플링 했을 법한 오페라틱 구성이 돋보이는 곡으로, 미디어에서 많은 러브콜을 받아온 어슬라의 도전적 작법이 여실히 드러난다. 또한, 미스 지의 랩핑이 돋보이는 ‘Baby Laser Love’는 프랑스의 일렉트로 레이블 에드 뱅어의 뮤즈로 거듭난 어피의 최신작이 떠오르는 발랄한 세미 힙합 넘버로, 카툰 밴드 고릴라즈의 명곡 ‘Feel Good’의 도입 가사가 인용되기도 했다.

시네마틱한 구성의 ‘(You Can’t Control) The Spectrum Soul’과 하우스 기반의 곡 ‘The Fly’의 사운드적 의외성은 전통 어슬라 스타일의 ‘Red Hot Mama’와 알맞은 균형을 이룬다. 마지막으로 ‘Gravyard Stomp’는 이전 앨범 [Mystics]에서 미처 다 풀어내지 못한 오컬트 컬처와 크렁크 사운드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며 앨범을 마무리한다.

기존 ‘어슬라 스타일’을 지켜내면서도 제3세계 음악, 디스코, 일렉트로 팝 등으로 장르적 영역을 확장시킨 본 앨범은 학구적인 심혈보다는 어깨에 힘을 뺀 재치와 기발함, 여유가 느껴진다. 더불어 어슬라 원사우전이 오랫동안 지켜온 훵크와 록 사운드에 대한 애정이 보다 넓게 발현되었다고 해도 무리가 아닐 것 같다. 이렇듯 열대 과일처럼 먹기 좋게 영글은 11곡의 트랙은 당신을 뜀박질하게도, 앉아서 쉬게도 할 수 있는 다면적 매력으로 다가선다. 감상과 유희의 본질에 한결같이 충실한 어슬라 원사우전의 거대한 농담은, 리스너들이 그의 음악들에 행복을 누리는 한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이다.

 

90년대를 평정한 세계적인 팝록 그룹 코어스. 친남매인 캐롤라인, 샤론, 짐, 그리고 안드레아로 구성된 아일랜드 출신의 이 밴드는 특유의 청량감 넘치는 셀틱 팝 록을 고수하며 전세계적으로 엄청난 판매고를 기록, ‘Only When I Sleep’, ‘Dreams’, ‘So Young’, ‘What Can I Do’ 등 수많은 히트곡을 남겼다.

 

팀의 막내이자 리드 싱어인 안드레아 코어는 코어스의 해체 후에도 마이크를 놓지 않았다. 2007년 마돈나, 뷔욕, 그웬 스테파니, 매시브 어택 등의 프로듀서 넬리 후퍼와 U2의 프론트 맨 보노의 프로듀싱으로 발표한 솔로 앨범 ‘Ten Feet High’ 에 이어, 4년여 만에 두 번째 앨범 ‘Lifelines’를 발매하기에 이른다.

 

‘위드 아웃 유, 해리 닐슨’이라는 리이슈 다큐멘터리가 만들어지기도 한 60년대 미국 출신의 천재 포크 뮤지션 해리 닐슨의 곡명 ‘Lifeline’에서 따온 본 앨범은 이 뿐만 아니라 벨벳 언더그라운드, 존 레논, 블루 나일 등 60~80년대 전후를 평정한 명곡들을 그녀만의 스타일로 노래하고 있다. 앨범의 프로듀싱은 록시 뮤직의 멤버이자 앰비언트, 월드 비트의 선구자 브라이언 이노와 아일랜드의 프로듀서이자 시네이드 오코너의 전 남편인 존 레이놀즈가 맡아 안드레아의 희망찬 목소리에 한껏 활기를 불어넣어 주었다.

 

빌리 홀리데이, 이기 팝과 프랑스와즈 아르디, 로드 스튜어트 등 많은 유명 뮤지션들이 부른 오프닝곡 ‘I’ll Be Seeing You’에 이어지는 벨벳 언더그라운드의 ‘Pale Blue Eyes’는 브라이언 이노의 영롱한 건반 연주와 안드레아의 신비로운 목소리가 조화를 이룬다. 이어 로이 오비슨의 컨트리 송 ‘Blue Bayou’와 닉 드레이크의 포크 팝 ‘From the Morning’이 이어진다. 1981년 발표된 존 앤 반젤리스의 곡 ‘State of Independence’는 브라이언 이노의 지휘 아래 목가적이고 청명한 사운드 스케이프가 펼쳐지는 곡이다.

 

존 레논이 1974년 발표한 ‘No 9 Dream’은 사이키델릭 록의 정수를 그대로 살렸으며, 글래스고의 얼터너티브/뉴 웨이브 팝 그룹 블루 나일의 곡 ‘Tinseltown in the Rain’ 와 크리스티 맥콜의 히트곡 ‘They Don’t Know’는 코어스 전성기 시절의 안드레아의 보이스가 재현되는 듯한 셀틱 록으로 재탄생 되었다. 최근 다시 조명 받고 있는 장르인 로-파이 스타일의 ‘Some Things Last A Long Time’과 디지털 보너스 트랙으로 삽입된 도어스의 곡 ‘The Crystal Ship’도 놓치기 아까운 트랙들이다.

 

목소리 그 자체가 아이리시 악기인 듯 청명하게 노래하는, 영원한 팝의 요정 안드레아 코어. 10년 이상 활동한 밴드 코어스의 해체 후에도 한치도 변하지 않은 그녀의 목소리가 그리웠던 이들에게, 본 앨범은 안드레아의 반가운 목소리를 한 가득 전해준다. 또한, 이는 그녀와 최근 U2와 콜드 플레이의 앨범 프로듀서로서 새로운 각도로 주목 받고 있는 브라이언 이노의 조화를 감상할 수 있는 멋진 기회가 되어줄 것이다.

 

 

실버 스완즈(Silver Swans)는 재미교포 여성 보컬 앤 유(Ann Yu, 유미선)와 프로듀서 존 워터스(Jon Waters)로 구성된 샌프란시스코 거점의 일렉트로-드림 팝 듀오다. 팀명은 만화 ‘원더 우먼’ 시리즈에 등장하는 3인조 악당의 이름 ‘실버 스완’에서 착안하였으나, 그들은 이런 파괴적인 캐릭터의 분위기와는 다소 상반된 음악 스타일을 지향한다. 대부분의 곡들이 영미/유럽권 다운템포 그룹의 멜랑꼴리한 무드를 유지함과 동시에 디스코, 신스 팝 등 댄스 음악계의 트렌드를 선별적으로 수용하고 있다.

몽롱하고 먹먹한 목소리가 매력적인 보컬이자 송 라이터 앤 유는 각종 밴드의 투어 멤버로 활동하며 라디오 디파트먼트(The Radio Dept), 라 루(La Roux), 블랙 키즈(Black Kids), 페노메널 핸드크랩 밴드(The Phenomenal handclap Band) 등의 뮤지션과 함께 공연한 전력이 있다. 또한 그룹의 프로듀싱을 책임지고 있는 존 워터스는 월드 와이드 지향의 DJ로 활동함과 동시에 홈 비디오(Home Video), 체인 갱 오브 나인틴 세븐티 포 (The Chain Gang Of 1974) 등 인디 팝 아티스트들의 리믹서로 활동중이다.

최신 일렉트로니카와 인디 팝, 힙합을 특화하여 소개하는 음악 포털 ‘레코드 레이블(RCRD LBL)’은 이들의 미니 앨범 [Secrets]를 가리켜 '존 워터스가 이끄는 느린 디스코 팝 넘버의 마법에 앤 유의 어루만지는 듯한 보컬이 깊은 잠에 빠지게 한다'고 평했다. 또한 ‘Magnet Magazine’은 ‘실버 스완즈는 드림 팝 장르의 새로운 영역을 구현한다’고 극찬했으며, 이 외 많은 음악 포털과 블로거들이 그들의 행보를 주목하고 있다. 실로 그들은 모든 곡을 늦은 밤 이불 속에서, 화장실에서, 그리고 잠자기 전에 녹음하는 베드룸 레코딩 방식(정식 레코딩 스튜디오가 아닌 곳에서 녹음하는 것)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이는 리스너를 향한 그들의 음악적 접근이 제작 과정에 고스란히 녹아있음을 증명하는 부분일 것이다.

한국에 최초로 소개 되는 미니 앨범 [Secrets]는 앤 유의 차분한 보컬과 느릿느릿 전개되는 디스코 비트가 몽환적으로 어우러지는 셀프 타이틀곡 ‘Secrets’로 시작된다. 멜로딕 팝 ‘Let Me Know Now’는 프렌치 디스코 원맨 밴드 애놀락(Anoraak)이나 스웨덴의 이탈로-디스코 듀오 샐리 샤피로(Sally Shapiro)를 떠오르게 하며, ‘Best Friend In Love’는 깊은 밤 댄스 클럽의 은밀한 분위기를 연상시킨다. 이어 다운템포 발라드 ‘Those Days’ 와 비교적 밝은 명도의 팝 넘버 ‘Meet Me Somewhere Nice’가 부드럽게 이어진다.

보너스 트랙으로 차기작에 수록될 신곡 ‘Triangle of Gold’와 앤 유가 한국어 가사로 부른 ‘Secrets (비밀)’이 독점 수록되었다. 한 편, 그들은 다가올 첫 정규 앨범 [Forever]의 발매를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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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세계의 일렉트로니카/인디 팝 신은 정신 없는 급류를 타고 있다. 반복적이고 저돌적인 일렉트로(Electro), 자마이카의 덥(Dub)과 정박을 무시한 개러지(Garage)가 혼합된 덥스텝(Dubstep), 몽롱하고 로맨틱한 80년대 신스팝(Synth Pop)과 극도로 정제된 미니멀(Minimal)까지. 장르 유행의 이같은 변화는 아티스트들에게는 하나의 흥미로운 도전 과제가 되었다. 자기 고유의 색을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변화를 적절히 응용하는 태도가 필수불가결하게 된 것이다. 그러한 흐름 속에서 소위 ‘핫’하다는 음악들의 패권 분쟁은 지속되었고, 누군가는 묵묵하게 자신만의 해답을 써내려 갔다.

 

스웨디시 인디팝 밴드 라디오 디파트먼트(The Radio Dept.)는 비교적 후자의 자세로, 균형적인 트랙들을 선보이며 음악 애호가들의 꾸준한 관심을 받았다. 올곧은 태도가 빚어낸 한 폭의 사운드 스케이프는 소리 연구자 자격으로 음악을 대해온 그들만의 영민한 태도이자 결과물이었다. 이미 소피아 코폴라 감독이 직접 곡 셀렉팅에 참여한 영화 ‘마리 앙투와네트’ OST에서 뉴 오더(New Order), 스트록스(The Strokes), 에어(Air)등의 거물급 아티스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 이들이었기에, 3년여 만에 발매되는 정규 앨범 은 유럽 인디팝 신을 사랑하는 이들이라면 단연 주목할 수 밖에 없는 일정 부피의 기대치를 품고서 우리에게 왔다.

 

이를 증명하듯 최근 인디펜던트는 웹을 통해 골든 필터(The Golden Filter), 예세이여(Yeasayer)와 더불어 라디오 디파트먼트를 블로그 포스팅이 가장 많이 된 3대 아티스트로 선정했다. 또한 신스 팝의 대제 펫 숍 보이즈(Pet Shop Boys)는 트위터(Twitter)를 통해 직접 그들의 음악을 칭찬했다. 이러한 소소한 사례들이 정규 앨범의 정비를 마친 그들에게는 꽤나 신선하고 고무적인 일이었을 것이다.

 

자국과 동시 발매되는 본 앨범은 지난 두 장의 앨범에서 보여온 라디오 디파트먼트 특유의 슈게이징 록 스타일을 유지하면서도 멜로딕 신스 팝의 향취를 적절히 뿜어낸다. 선보이는 시기가 봄인 만큼 푸릇푸릇한 초원을 연상시키는 청명한 기타 팝 ‘Heaven’s on Fire’와 신스 팝 무드가 범람하는 최근의 흐름을 반영하며 정규 앨범의 색깔을 예고해온 ‘David’는 싱글 컷 되어 주목 받았거나, 이제 막 받기 시작한 대표 트랙들이다. 이외 몽롱하고 로맨틱한 무드가 인상적인 ‘Never Follow Suit’, 전형적인 슈게이징 스타일의 ‘The Video Dept.’, 섬세한 비트와 노이즈가 꽉 찬 조화를 이룬 ‘Four Months In The Shade’ 등 놓치면 억울한 고농축 튠들이 가득하다. 여기에 한국 팬들을 위해 기발매 싱글 타이틀곡인 ‘Freddie and the Trojan Horse’와 ‘All about our love’가 보너스 트랙으로 수록되었다.

 

창백하고 과감한 노이즈와 풍부한 감수성, 테이프 세대의 향수를 어루만지는 섬세한 손길. 라디오 디파트먼트는 꿈의 도시를 향한 우리의 빛 바랜 소망을 끊임없이 자극한다. 다행인 것은 그들의 음악이 테이프 사운드에 대한 기억을 가진 지금 세대는 물론 이를 공감해내기 어려울 다음 세대들의 몫까지 포용해내고 있다는 것이다. 음악이 감정선을 깊게 건드린다는 것의 의미. 그것은 느껴본 자만이 아는 것이다. 이 앨범은 그 소소하지만 중요한 사실을 새삼스레 알려주고 있다.

 

 

전자음악의 큰 매력은 응용성과 현장성이 아닐까? 디제이가 모든 장르의 음악을 끊임없이 변용하는 데에서 나아가 현장에서까지 새로운 소리를 창조해낼 수 있다는 점은, 마치 사람들에게 마법을 걸기 위해 여러 가지의 약초를 넣고 묘약을 만드는 마녀를 떠올리게 한다. 여기, 마녀는 아니지만 마법사 를 자칭하고 나선 아티스트가 있다. 이는 바로 뉴욕 브룩클린을 거점으로 활동하는 프로듀서이자 디제이 인 알렉스 기메노Alex Gimeno의 원맨 밴드, 어슬라 원싸우전Ursula 1000이 그다.


전자음악의 국지적인 한계를 생각해본다면 그의 음악은 다양한 광고에 타이업된 덕에 비교적 대중들에게 친숙하게 접근해온 편이다. 실로 그가 리믹스한 퀸시 존스Quincy Jones, 펠릭스 다 하우스캣Felix Da Housecat, 더 페인트The Faint, 포트 녹스 파이브Fort Know Five 등의 음악은 ‘세서미 스트리트’, ‘파워 퍼프 걸’, 인크레더블 등의 애니메이션과 ‘섹스 앤 더 시티Sex and the city’, ‘그레이 아나토미Grey’s Anatomy’, ‘어글리 베티Uguly Betty’ 등 드라마 시리즈, 삼성과 아디다스의 기업 캠페인 등 전세계 미디어 매체의 상당히 많은 부분에 포진되어있다.


‘미스틱스’라는, 타이틀부터가 ‘기묘한’ 음반을 들고 나온 어슬라 원싸우전. 앨범 초기에는 브레이크 비트를 기반한 라운지 팝을 주로 선보였던 그는 이번에는 라틴 풍의 디스코 훵크, 요 몇 년 새 프랑스와 독일 등을 거점으로 열광적인 반응을 받고 있는 일렉트로 등 각각 음악 장르가 가진 매력 포인트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며 진정한 카멜레온으로 거듭나는 중이다.


이 앨범엔 전세계를 돌며 음악 활동을 전개해온 그의 메시지가 여실히 드러나있다. 사이키델릭한 마법진을 그리며 주술을 부리는 듯한 전반적인 사운드는, 몽환적이고 판타스틱한 우주여행의 여정이 절로 그려지는 듯하다. 이번 앨범은 총 14 트랙으로, 그는 ‘빅 칠 페스티벌Big Chill Festival’같은 큰 축제, 샴발라Shambhala(티벳의 전설)를 떠오르게 하는 명상 음악, 심지어 그가 사는 아파트에서 작업을 하면서 느낀 황홀경 등 감정적인 면을 표현하는 것과 동시에, 동시대의 음악과 전통성을 동시에 녹여내고자 했다.


우주인이 이제 막 미지의 세계에 도착한 듯 신선한 이어 드라이빙을 선사하는 인트로 ‘Summoned from the Void’부터 신디사이저와 보코더를 사용한 보컬이 쾌속 질주하는 ‘Rocket’, 팝뮤직의 힙합 튠을 연상시키는 ‘Rump’, ‘Losin’It’, 라틴 기타의 샘플링이 돋보이는 ‘Do It Right’, 발랄하고 장난기 어린 ‘Star Machine’, ‘Tension’까지 다채롭고 알찬 트랙들. 마치 티벳의 노승이 셰도우 창법으로 한 번에 두 가지 톤의 목소리를 냈던 것처럼 앨범은 과거와 현재, 전통과 현대를 오가며 육안으로는 볼 수 없는 신세계를 창조해낸다.


어슬라 원싸우전은 자기 자신을 ‘브룩클린 비트 마법사’Brooklyn beat-wizard라 칭한다. 장난스럽고 빈티지한 브레이크비트를 통해 사람들이 좀 더 머리를 흔들고, 좀 더 크게 소리치기를 원하는 그의 의도는 무엇보다 순수하다. 어떠어떠한 장르를 녹여 넣었다는 것으로 자만하기 보다는, 사람들의 오감을 마비시킬 정도의 짜릿한 황홀경을 선사하는 것. 그것이 어슬라 원싸우전의 새 앨범 ‘미스틱스’의 가장 궁극적인 목적이다.

 

 

 

겨울 풍경을 연상시키는 시린 보이스 컬러와 상반되는 주체할 수 없을(?) 정도의 밝고 유쾌한 태도. 이는 스웨디쉬 싱어 송 라이터 라세 린드의 두 가지 모습이다. 그의 이러한 성격적인 면이 4계절 내내 변덕적인 날씨 속에서 살아가는 한국인의 취향을 관통한 것일까. 2006년, MBC 시트콤 ‘소울메이트’에 삽입된 록 발라드 넘버 ‘C’mon Through’, 와 ‘The Stuff’는 몇 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까지도 대중들의 뇌리 속에서 꾸준히 기억되는 곡이 되었다.

문화도 환경도 다른 낯선 유럽에 찾아온 이 뮤지션의 음악적 해법은 한국땅에서 통할 수 밖에 없는 남다른 매력을 지니고 있던 것이 분명하다. 두 번의 내한 공연 모두 전색 매진되는 이례적인 사건을 발생시키며 국내에서 대중적 싱어송라이터로서의 적절한 포지션을 확보해냈던 라세 린드의 음악은 방송과 인터넷을 섭렵하며 대중과 평단, 뮤지션을 동시에 열광시켰다.


그러던 그가 ‘소울메이트’ 이후 3년 만에 5인조 풀 밴드라는 파격적인 편성으로 한국을 찾는다. 더욱이 반가운 건 오랜만에 새 앨범과 함께라는 점이다. 감정의 사이클이 바뀌는 일말의 순간을 정확히 캐치해서 풀어내는, 그의 아티스트적 면모가 돋보이는 3번째 영어 앨범은, 제목부터가 강렬한 <스팍스SPARKS>다.


2008년, 자국에서 ‘POOL’이라는 이름으로 발매된 이 음반은 그간 라세 린드의 음악적 궤적을 한 눈에 꿰뚫어볼 수 있게 해준다. 극도의 행복과 우울의 경계를 쉴새 없이 오가는 10곡의 트랙 속에는 록, 발라드, 기타팝, 뉴 웨이브부터 시규어 로스(Sigur Ros), 엠에이티쓰리(M83)을 방불케 하는 북유럽 슈게이징의 영향까지 느껴진다.

 
스웨디시 인디팝 골수 마니아부터 화려한 뮤직비디오에 익숙한 MTV세대, 대중가요에 익숙한 젊은이의 취향까지 포괄하는 그의 다채로운 스펙트럼. 본인 스스로가 80년대를 풍미한 신스팝 그룹 디페쉬 모드(Depeche Mode)와 영국 록밴드 더 큐어(The Cure)를 좋아하고 캐리 그랜트(Cary Grant:배우)나 빌리 와일더(Billy Wilder:극작가)같은 영화인에게 영향을 받았다고 이야기 하는 라세 린드. 그가 10년 이상 꾸준히 음악을 해올 수 있던 원동력은 이와 같이 급변하는 세상의 이면을 읽어내려는 끊임없는 노력 속에 녹아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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