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V] SHINee - 누난 너무 예뻐 (Replay)

대한민국에서 90년대 말에 학창시절을 보낸 70~80년대생이라면 교복입을 시절에 한 팀 이상의 아이돌 그룹에 눈독을 들였을 가능성이 높다. 좋은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매스 미디어가 국민의 생활 자체에 적지 않은 영향력을 끼치는 대한민국이니까 말이다. 나 또한 TV 속 아이돌에 흥분하던 철부지 중학생이었다.

요즘 그 후로 유럽 인디록이다, 일렉트로다, 장르 구분에 빠져 정신줄을 놓았지만 최근부터는 나도 모르게 양가적 노선을 타게 되었다. 마이스페이스에서 재생수 100이 넘지 않는 해외의 베드룸 뮤지션과 TV에 틀기만 하면 나올 정도로 접근성이 높은 국내 아이돌에 대해 동급의 관심을 갖게 되었다는 말이다. (물론 그 관심엔 교복 입던 시절에 대한 향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이렇듯 아이돌에 대한 내 개인적 관심의 최대 방점은 데뷔 4개월의 병아리 신인, 샤이니가 찍었다고 말하고 싶다. 나는 얼마 전의 포스팅에서 SM 엔터테인먼트의 신인 그룹 샤이니의 이야기를 한 적 있는데, 어제 이들이 케이블 방송 Mnet의 가요 순위 프로그램 Mnet Countdown에서 1위를 차지했다. 결론만 듣고보면 누군가는 일개 케이블 방송의 순위 놀음이라고 누군가는 폄하할 수도 있겠으나, 서럽게 울며 트로피를 치켜들던 어린 소년들을 보자 또 여러 가지 생각이 들어 몇 자 적게 되었다.

지난 번 샤이니에 대한 글에서 '컨템퍼러리' 그룹인데 지나치게 음악은 과거형이라는 말을 한 적이 있는데, 이들이 '컨템퍼러리 R&B 보이 밴드'라고 하면 또 얘기가 달라진다는 생각이 최근, 아주 뒤늦게 들었다. 지나친 말장난일수도 있는데, 이것은 아무래도 '컨템퍼러리=일렉트로 컬처'라는 내 머릿 속의 주관적인 도식 탓이 컸다. 개인적으로라는 말을 참 싫어하지만 '개인적으로' 잘 듣지 않는 두 가지 장르는 R&B와 트랜스인데, 세계 대중 음악계에서 리듬 앤 블루스의 힘은 매우 막강하며 그것이 우리 나라 대중 가요에 미치는 파급 효과 또한 굉장히 크다는 사실을, 나는 위 글에서 살짝 배제한 듯 싶다. (이는 우리 나라에서 R&B의 입지에 대한 호불호를 가리는 게 아니라 SG워너비, 씨야 등 가요계 상위 차트에서 대중 가수들이 들고 나오는 장르의 카테고리에 대한 얘기다.)

(삼천포)
여기서 한 가지 재미있는 얘기를 하자면 알만한 R&B 싱어들의 외도인데, 간단히 서양에선 존 레전드. 동양에선 MISIA를 놓고 보자. 아트풀 도저(Artful Doger)류의 투스텝 개러지를 연상시키는 John Legend의 8월 발매 싱글 'Green Light'(feat.Andre 3000)은 전작 <Once Again>이 보여준 소울 충만한 넘버에서 상당 부분 벗어나 있다. 이 곡을 듣는 순간 '아, 이러다 아민 반 뷰렌이나 데이비드 게타의 객원 싱어로 나서는 건 아닐까?'하는 생각도 들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이미 MSTRKRFT가 선수를 쳐서 이 곡을 키츠네 컴필레이션에 실릴 법한 일렉트로 넘버로 변신시켜 놓았다. 또한 다음 주 26일 국내에 첫 내한하는 일본 소울 싱어 MISIA 또한 'Catch the Rainbow'라는 클럽 비트의 곡을 선보이며 변신을 꾀했다. 170만장의 판매고를 올린 베스트 싱글 'Everything' 이후 작은 체구에서 뿜어져나오는 거라고 믿기 어려운 풍만한 보컬로 일본 열도를 감싸안던 그녀가, 하우스 비트라니! 리스너들의 의견이 이리저리 엇갈리고 있으나 이런들 어떠고 저런들 어떠하랴. R&B를 뚝심있게 고집해오던 그녀인 탓에 우리 입장에선 당장은 어색할 수도 있겠지만, 이대로 계속 발전해서 OM Records 뺨치는 소울풀 하우스를 들고 나온다면 그 때도 야유를 보낼텐가! 싶을 정도로 나쁘지 않는 소화력을 보여준다. (역시 기본이 탄탄하고 봐야하는가)
(삼천포 끝)

다시 '컨템퍼러리 보이 밴드' 샤이니로 돌아와보자.

보통 '아이돌=통속 문화=저급 문화'라는 의견을 가진 이들은 '아이돌은 라이브보고 정 떨어진다' 더 심하게 얘기하면, '아이돌은 입 뻥긋거리는 참새들일 뿐이다'라고 말한다. 그러나 샤이니의 경우는 이런 부분에서 많이 빗겨나 있다고 볼 수 있다.

일단 샤이니는 보컬과 비보컬 라인이 유난히 뚜렷하다. 조금 지독하게 말하자면, 애초에 비보컬에 대한 보컬 능력의 기대치 자체를 불식시켜버렸을 수도 있다. 실로 민호와 태민에게 일정 수준의 보컬을 기대하는 건 무리다. TRF의 샘과 SPEED의 히토에, 다카코에게 우타다 히카루의 발성을 기대할 수는 없지 않은가. 어떻게 보면 이렇게 뚜렷한 파트의 구분은 아이돌이라는 말많고 탈많은 퍼즐의 제 자리를 맞추는데 상당 부분 도움이 된 건 아닐까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들에게는 정 떨어질만큼 뚜렷한 기계적 분업화가 아닌, 아이돌다운 '유드리'가 있다는 것이다.

아이돌의 메카인 일본, 그 중 아이돌의 파트 분업화가 가장 잘 된 여성 그룹 SPEED의 경우를 들어보자. (그 전에도 MAX, 슈퍼 몽키즈 등 다양한 시도를 보여주었던 그룹들이 있으나 '너무 먼 과거이므로' 생략하기로 한다.) 일단 4명의 멤버에서 파트를 나누자면 보컬은 2명, 댄서는 2명이다. 리드 보컬 히로코의 낭랑한 목소리가 주가 되며 이를 메인 보컬 에리코가 안정적으로 뒷받침해준다. 리드 댄서 히토에와 다카코는 코러스와 댄스, 얼굴 마담 역할까지 야무지게 해결해서 괜찮은 조화를 만들어냈다. 이러한 스피드의 인기는 가히 폭발적이어서 뉴 싱글의 기본 판매량이 200~300만장일 정도였고 이후 개편된 모닝 무스메라든지, '클럽형 아이돌'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낸 퍼퓸 등 다양한 하이브리드형 아이돌의 탄생을 위한 든든한 초석이 되어주었다.)

샤이니의 경우도 이와 비슷하다. 만 17세라고는 다소 믿기 힘든 '세상 사랑 다 해본' 목소리 톤을 가진 종현의 보컬 베이스는 샤이니의 든든한 기반암이다. 아직 기본기를 닦을 시기인지라 '딱 이거다!'라는 뚜렷한 개성을 찾기는 다소 이르나 다양한 음역대를 넘나드는것은 물론, 곡 안에서 적당히 놀 줄 아는 탄탄한 기본기가 앞으로의 충분한 가능성을 예견해준다. R&B라는 장르에 잘 어울리는 소울풀한 보컬톤을 가졌으나 훵키한 '산소 같은 너', 현악이 난무하는 'Real'등의 댄스곡에서도 종현의 목소리는 무난하게 어우러진다.

이에 맑고 청아한 느낌의 온유의 목소리가 종현에게 쏠릴 수 있는 보컬 라인의 균형을 잡아준다. 반농담으로, 좀 더 크면 토이의 객원 보컬 라인을 노려봄직도 하다. 방송에서 부른 제임스 잉그램의 'Forever More'라든지, 토이의 '내가 잠시 너의 곁에 살았다는걸' 등을 들어보면 온유는 천성적으로 차분한 박자의 곡들을 완전히 가라앉히지도, 너무 뻔하게 만들지도 않는 보이스 컬러를 가졌다.

여기 '만능열쇠'라는 별명을 가진 KEY는 랩, 노래 모두 안정적으로 해낸다. 사춘기 소년 특유의 변성기를 금방 거친듯한 보이스 컬러를 가진 키의 색깔은 '만 16세 소년의 그것'이다. 의외로 기대하지 않았던 멤버가 키였는데, 라이브에서 '이 쯤이면 틀릴 때도 됐는데?'라는 나의 걱정을 기대로 탈바꿈시킨 멤버다. 조금 과장하면, 모든 파트에 대한 키의 안정적인 소화력에서 샤이니의 가능성이 상당 부분 읽힌다고도 할 수 있겠다.

종현, 온유, 키가 샤이니의 보컬라인 이라면 랩과 댄스 파트는 민호, 태민이다. 샤이니의 숨겨진 열쇠 키와 상당히 저음 톤을 가진 민호는 랩을 담당하고 막내 태민은 리드 댄스와 종종 노래 파트를 맡는다. 민호는 샤이니 결성에서 상당히 많은 랩핑 연습을 한듯 한데, 민호의 화려한 외모에 SPEED의 다카코가 오버랩되었던 것은 사실이었으나 키네틱 플로우의 '몽환의 숲'을 부르는 여유에서 '아, 민호가 단순히 얼굴 마담은 아니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샤이니 속에서도 아이돌인 막내 태민의 경우 '리드 댄서'라는 파트인만큼 댄스에 상당 부분 힘을 할애하고 있어 보컬 파트에 대한 기대가 다소 적은 편이나 소년다운 미성이 샤이니의 컬러와 무난하게 어울리는 편이라 할 수 있다.

아직 병아리 신인이라는 것과 '아이돌' 특성상 프로듀서와 기획사에 전적으로 의존할 수 밖에 없다는 리스크(?)를 감수하고 이들을 봤을 때에도 샤이니는 선배들, 동시대의 아이돌 그룹들과의 차별성이 비교적 뚜렷한 편이다. 1집 앨범 타이틀 '산소 같은 너'의 격한 안무 속에서도 이들은 꿋꿋하게 핸드 마이크를 든다. '우린 이만큼의 춤을 추면서도 이만큼의 라이브를 한다'는 적당한 자신감도 보인다.

앞으로 샤이니의 행방은 어떻게 될 것인가. 지난 번의 포스팅에 다시 한 번 자기태클을 걸자면 샤이니의 정규 1집 앨범은 '산소 같은 너'가 타이틀곡이라는 것 자체가 엄청난 모험을 수도 있다. R&B도 발라드도 아니고 듣도보도 못한 덴마크산 '훵키'한 '댄스'곡이라는 것 자체가 이들에겐 충분한 난제였을 거라는 의견이다. 장르적 도전은 좀 미루더라도, 일단 이들이 아이돌계에서 '컨템퍼러리 보이 밴드'로서의 균형을 잡는 게 우선적으로 행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샤이니가 연예계라는 지긋지긋한 통속적인 상업의 블랙홀 속에서 '컨템퍼러리 보이 밴드'라는 초심의 마음 그대로 통속 예술 속에서의 진정한 '아이돌리즘'을 발휘하길 기대한다. 쉽게 말해, 귀를 즐겁게 해주는 아이돌 그룹의 가능성에 충분한 기대를 걸고 싶다는 말이다.

국외 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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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c Party, 3rd Album <INTIMACY>

개러지, 포스트 펑크, 누록 신에 혜성처럼 등장한 블록 파티의 디지털 음원이 공개되었네요. 정규 앨범은 10월말 발매라는데 미리 선수치셨나 봅니다. 정말 할 말을 잃게 만드네요. 간혹 클럽에서 DJ SET으로 선다는 웹 플라이어를 몇 번 봐서 조금 걱정도 되고 의아하기도 했는데, 쓸데없는 설레발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렇게 끝내주는 앨범으로 돌아올 줄은 기대도 상상도 못했습니다. 눈물이 다 날 지경이네요. 1,2집은 기억조차 나지 않을 정도로 강력한 매머드급 핵폭탄 쇼크네요. 내년에는 내한을 기대해봐도 될까요?

SebastiAn, REMIX Album
Ed Bangers의 꽃미남 트랙 메이커 SebastiAn이 새 앨범도 아니고 새 싱글도 아니지만 9월 29일에 리믹스 앨범을 발매한다네요. The Kills의 노래 한 곡이 선공개 되었네요. 어서 풀 앨범이 공개되길 기대해봅니다.


국내 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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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네 이발관을 잊었나요?
지난 11일 제2회 충무로 국제 영화제가 막을 내렸습니다. 걸출한 뮤지션들의 공연 중 가장 빛났던 것은 구린 음향마저 무색하게 만들던 언니네 이발관의 라이브였습니다. 세렝게티, 임주연 등의 세션들과 함께 한 전매특허 불투명 청정 곤약 사운드! 굳이 간을 하지 않아도 본연의 맛 자체가 빈 속을 꽉 채우는, 언니네표 모던록의 향연이 절정을 이루었는데요. (단독 콘서트는 가보지 못해서 모르겠으나) 특히 '아름다운 것' '인생의 금물'은 '이렇게 평범하고 밋밋하게 만드는 것도 힘들텐데!'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완성도 높은 넘버였습니다. 여기서 무엇보다도 충격적인 것은 앙코르곡으로 셀프 타이틀인 '가장 보통의 존재'를 부르지 않고 <꿈의 팝송> 앨범에 수록된 '나를 잊었나요?'이 선택됐다는 것에 있었습니다. '나를 잊었나요?'가 그렇게 록킹한 버전으로 탄생할 줄이야. '잘 봐, 이따위 애를. 당신 앞에 서있는 걸'이라는 처절한 가사를 더욱 돋보이게 해주는 편곡이었습니다.
오랜 산고의 시간 끝에 새 앨범을 나타나 백김치도 매울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있는 언니네 이발관. 그들의 앨범은 바닥을 깎고 깎고 또 깎아 이제 아무렇지도 않은 듯 평평해진 모래 언덕입니다. 아무리 굴곡없는 길이라도 그 위를 걷는 청자의 입장에선 폐부의 가장 깊숙한 곳에 가시를 꽂고서, 뮤지션의 산고를 그대로 느끼며 괴롭게 걸어갈 수 밖에 없군요. 채찍을 들지 않는 새디스트 언니네 이발관, 이들의 암묵적인 진보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 같습니다.

SM Concert in 상하이(上海)
페리에보다 상큼한 아이돌, 샤이니때문에 요즘 이비인후가 즐겁습니다. 그러던 찰나, 이들이 SM 콘서트 투어차 중국 상하이에 갔다네요. 슈퍼 주니어, 소녀시대 등 소속사 동료들이 동행한 모양인데요. 한 가지 안타까운 소식은 보아가 전치 6주의 골절로 인해 공연을 취소했다는 사실입니다. 최근 10월 미국 진출을 앞두고 'Eat You Up'이라는 강렬한 힙합 넘버로 웹을 후끈 달아오르게 만든 보아. 중국에 있는 보아 팬들, 꽤나 울었겠어요.
16살이라는 나이에 일본 역대 최다 음반 판매량을 기록한 우타다 히카루도 부진했던 미국 진출. 보아의 방향성은 살짝 공개된 듯 한데, 곡의 풀버전이 공개되고 앨범이 나와봐야 대략의 점을 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미국인들이 보아를 일본인으로 오해하지만 않는다면 좋겠습니다.)
이번 보아의 미국 진출에는 아시아 대중 음악 시장의 흐름을 귀신같이 읽어내는 SM엔터테인먼트의 차후 행보를 말해주는 중요한 키워드들이 숨어있는 듯 합니다. 12년 전, H.O.T.의 데뷔 이후 SM에게 그동안 특별한 '후퇴'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항상 대중 가요계에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한 걸음'씩 더 앞서는 대안을 제시해왔다는 평을 들어온 이들이니까요. 이번달 말 컴백하는 동방신기의 시청 광장 쇼케이스 (이 날 광장 앞에 위치한 P호텔 직원들에겐 유난히 힘든 하루가 되겠네요), 패션 산업 진출 등 입이 쩍 벌어지는 뉴스가 계속해서 들려오네요. 이대로 가다간 SM 아이돌을 향한 누나들의 자발적 농노 자청은 계속될 수 밖에 없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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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블로그 주인 김로그의 개인적 취향에 가장 많이 의거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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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이란 무엇인가? 일단 정확한 정의를 알고 넘어가자. 이는 청소년층을 타깃으로 활동하는 배우, 가수 등을 의미한다. 우리 나라 아이돌의 시발점은 '서태지와 아이들'에 있었다. 앞서 흔히 '오빠 부대'로 불리우는 팬덤의 시초는 '조용필'에 있었다.

더러 아이돌이라고 하면 매스 미디어라는 상업성이 농후한 집합의 속물적인 원소라며 색안경부터 끼고 '장르우월론'을 들고 나오는 이들이 있다. 그러나 이는 어쩌면 상당한 시대착오적 발상일 수 있다. 이미 아이돌은 그 자체로 하나의 코드이며 장르다. 범세계적으로 일정 나이를 넘어서서 아이돌이라는 코드를 그러한 오락의 자세로 즐기는 이들이 늘고 있기도 하고, 그 파워 또한 막강해졌다. (여기서 말하는 '파워'를 상술로 밖에 읽지 못한다면 참 안쓰러울 따름이겠다.) 아이돌이 오빠 부대나 몰고 다니는 겉멋든 딴따라 나부랭이라는 인식을 넘어서 R&B, 록, 일렉트로닉 처럼 하나의 장르이자 즐거움 자체로 진화하고 있다는 말이다.

각자의 방식을 인정하면서, 그 나름대로의 '다치고' '찔리며' 자생력을 키워가는 과정을 지켜봐주는 게 진짜 쿨한 리스너의 자세 아닐까. 장르의 우월을 나누는 것이 편의를 위한, 즐거움을 위한 구분이 되어야지 구분 자체를 위한 구분이어서야 되겠는가. 아이돌의 역기능만을 주시한 채 이를 아직도 10대 청소년의 치기어리고 얄팍한 놀이 도구이자 한철의 유행으로밖에 읽지 못한다면 그 문화의 가능성 자체를 배제하는 거나 다름없다. 아이돌 문화에서 21세기 대안 문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읽어내는 것이야말로, 문화의 질적 성장을 위해 지금 우리가 가장 적절하게 취할 수 있는 자세아닐까.

21세기는 물병자리의 시대이기도 하지만 오덕후의 시대이기도 하다. 따지고 보면 장르우월론부터 들고 나오는 당신들이야말로 진정한 오덕후다. 좋은 관심이든, 나쁜 관심이든 어쨌든 관심은 발전의 시작이니까.

[국내외 아이돌 추천곡 BEST (무작위)]
1. 소녀시대 - 소녀시대
2. 모닝 무스메 - LOVE 머신(1999), 러브 레볼루션21(2001)
3. 아라시(嵐) - A.RA.SHI (1999)
4. 샤이니 - 누난 너무 예뻐, 산소 같은 너 (2008)
5. 빅뱅 - 거짓말 (2008)
6. 핸슨(Hanson) - MMbBOp (1997)
7. H.O.T. - 행복 (2000)
8. god - 어머님께 (2000)
9. 젝스키스 - 커플 (2000)
10. 2PM - 10점 만점에 10점 (2008)
11. 핑클 - 영원한 사랑 (1998)
12. S.E.S. - 너를 사랑해 (1999)
13. SS501 - 4 Chance (2007)
14. 슈퍼주니어 - U (2007)
15. 원더걸스 - Tell Me (2007)
16. 서태지와 아이들 - 필승
17. 아이돌 - 바우와우
18. 언타이틀 - 날개
19. 김원준 - SHOW
20. 유승준 - 열정

여기서 잠깐 고민, 보아는 아이돌인가?

[M/V] 샤이니 - 산소 같은 너

바야흐로 90년대 후반부터 밀레니엄으로 넘어가던 때는 보이그룹 평천하였다. 서태지와 아이들의 빅뱅같은 등장 이후 H.O.T.와 젝스키스의 맞대결 구도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된 보이그룹의 역사는 현재 동방신기, 빅뱅, SS501 등에 이르기까지 계속되고 있다. 이들은 가수와 엔터테이너의 경계선에서 나름의 뒤집고 쳐내기를 반복하며 국내 가요계의 노른자 한가운데에 섰다. 방송가의 답습된 몰개성의 고질병속에서 이들은 매체의 칭찬과 힐난을 동시에 받아냈다.  

H.O.T, 동방신기, 슈퍼주니어 등을 배출해낸 SM엔터테인먼트에서 올해 봄, 새롭게 등장한 샤이니도 구성 면에서 다소 안전한 선배들의 노선을 밟으며 시작한다. 5명의 인원, 15~19세 사이의 연령, 리드보컬과 랩퍼 등으로 이뤄진 파트 등이 그것이다. '컨템퍼러리 밴드'를 표방한 이들은 확실히 전자들에 비해 세련됐다. 해외 유명 가수들의 안무를 맡은 리노 나카소네의 안무는 부드럽고 이국적이며, 월드 컬처에 밝은 디자이너 하상백이 전담한 패션 또한 가요 프로그램에서 보기 드문 룩을 보여준다. 이로써 아이돌 그룹으로써 비주얼은 합격점. 그러나 이들은 패셔니스타이기 이전에 '가수'다.

우선 데뷔곡 '누난 너무 예뻐'를 보자. 샤이니의 전세대라고 할 수 있는 90년경의 남성 아이돌 그룹들의 노래에 담긴 담론은 물음표를 띄우게 만드는 사회 비판이나 사랑의 아픔에 한정되어 있었다. 가끔 가족과 팬의 이야기를 하는 정도랄까. 그러나 샤이니는 조금 다르다. 이들은 안해도 될 말은 하지 않는다. 샤이니도 물론 그 나이 또래의 사랑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한 발 나아가 요즘의 핫 이슈인 '연하남 코드'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는 점이 눈에 띈다. 타이틀곡 제목은 무려 '누난 너무 예뻐'. 그들보다 기껏 1~2살 많은 (아이돌에서 한 두 살은 기껏이 아니지만) 동방신기가 '하루만 너의 고양이가 되고 싶어'(HUG), 빅뱅이 'I'm so sorry, But I love you'(거짓말)이라고 읊조렸던 건 이들에 비하면 소심하게 느껴질 정도다. '누난 너무 예뻐서 남자들이 가만안둬' '그녀를 보면 나는 미쳐'라고 저돌적으로 이야기하는 소년들. 괴롭지만 발랄한 이들의 사랑 공식은 정녕 '컨템퍼러리'하다.

'누난 너무 예뻐'의 신선한 파장에 이어 최근에는 정규 앨범 <The SHINee World>가 발매되었다. 타이틀곡 '산소 같은 너'가 덴마크의 곡을 리믹스했다는 점이 다소 아쉬움으로 남지만, 디스코와 펑키 리듬으로 일관된 튠은 이국적이고 신선하다. 하지만 타이틀곡을 제외하고 특별히 눈에 띄는 곡이 없다는 점이 조금 아쉬운 점으로 남는다. 패션도 안무도 컨템퍼러리한데, 음악은 용두사미랄까. 타이틀을 제외하고는 이미 '선배'들이 수백번 해온 과거지향형 음악이 의외일 정도로 많다. 미니 앨범 속의 균형있는 멜로디가 인상적인 '사.계.한.'이나 원색적인 댄스곡 'Real'같은, 혹은 그보다 조금 더 앞으로 나아간 곡들이 많이 들어있길 기대했는데 첫 앨범에 지나치게 겁을 먹은 걸까. 도전을 해줄 적절한 타이밍을 놓친 건 아닌가 싶다.

하지만 샤이니에게 도전의 시간은 앞으로 많다. 브라운관 갇혀 그저 그렇게 머무는 것을 넘어서 문화 자체를 정의하고자 한다는 점이 흥미롭고, 지나치게 멋있는 척 하지 않는 점이 쿨하다. R&B과 록발라드에 지나치게 치중되어 도전과 실험의 불모지가 된 대중 가요계에 등장한 신인 아이돌 샤이니. 이들은 어쩌면 적지 않게 중요한 패를 들고 있는지도 모른다. 올해 이들의 등장 시기는 분명 적절했다. 이제 막 시작하는 아이돌 그룹에게 지나치게 웰메이드 앨범을 기대하는 건 아니지만, 이들이 앞으로 조금 더 도전적이고 과격해지길 바란다. 물론 대중 음악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말이다. [2008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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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V] SHINee - 누난 너무 예뻐 (Replay)

대한민국에서 90년대 말에 학창시절을 보낸 70~80년대생이라면 교복입을 시절에 한 팀 이상의 아이돌 그룹에 눈독을 들였을 가능성이 높다. 좋은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매스 미디어가 국민의 생활 자체에 적지 않은 영향력을 끼치는 대한민국이니까 말이다. 나 또한 TV 속 아이돌에 흥분하던 철부지 중학생이었다.

요즘 그 후로 유럽 인디록이다, 일렉트로다, 장르 구분에 빠져 정신줄을 놓았지만 최근부터는 나도 모르게 양가적 노선을 타게 되었다. 마이스페이스에서 재생수 100이 넘지 않는 해외의 베드룸 뮤지션과 TV에 틀기만 하면 나올 정도로 접근성이 높은 국내 아이돌에 대해 동급의 관심을 갖게 되었다는 말이다. (물론 그 관심엔 교복 입던 시절에 대한 향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이렇듯 아이돌에 대한 내 개인적 관심의 최대 방점은 데뷔 4개월의 병아리 신인, 샤이니가 찍었다고 말하고 싶다. 나는 얼마 전의 포스팅에서 SM 엔터테인먼트의 신인 그룹 샤이니의 이야기를 한 적 있는데, 어제 이들이 케이블 방송 Mnet의 가요 순위 프로그램 Mnet Countdown에서 1위를 차지했다. 결론만 듣고보면 누군가는 일개 케이블 방송의 순위 놀음이라고 누군가는 폄하할 수도 있겠으나, 서럽게 울며 트로피를 치켜들던 어린 소년들을 보자 또 여러 가지 생각이 들어 몇 자 적게 되었다.

지난 번 샤이니에 대한 글에서 '컨템퍼러리' 그룹인데 지나치게 음악은 과거형이라는 말을 한 적이 있는데, 이들이 '컨템퍼러리 R&B 보이 밴드'라고 하면 또 얘기가 달라진다는 생각이 최근, 아주 뒤늦게 들었다. 지나친 말장난일수도 있는데, 이것은 아무래도 '컨템퍼러리=일렉트로 컬처'라는 내 머릿 속의 주관적인 도식 탓이 컸다. 개인적으로라는 말을 참 싫어하지만 '개인적으로' 잘 듣지 않는 두 가지 장르는 R&B와 트랜스인데, 세계 대중 음악계에서 리듬 앤 블루스의 힘은 매우 막강하며 그것이 우리 나라 대중 가요에 미치는 파급 효과 또한 굉장히 크다는 사실을, 나는 위 글에서 살짝 배제한 듯 싶다. (이는 우리 나라에서 R&B의 입지에 대한 호불호를 가리는 게 아니라 SG워너비, 씨야 등 가요계 상위 차트에서 대중 가수들이 들고 나오는 장르의 카테고리에 대한 얘기다.)

(삼천포)
여기서 한 가지 재미있는 얘기를 하자면 알만한 R&B 싱어들의 외도인데, 간단히 서양에선 존 레전드. 동양에선 MISIA를 놓고 보자. 아트풀 도저(Artful Doger)류의 투스텝 개러지를 연상시키는 John Legend의 8월 발매 싱글 'Green Light'(feat.Andre 3000)은 전작 <Once Again>이 보여준 소울 충만한 넘버에서 상당 부분 벗어나 있다. 이 곡을 듣는 순간 '아, 이러다 아민 반 뷰렌이나 데이비드 게타의 객원 싱어로 나서는 건 아닐까?'하는 생각도 들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이미 MSTRKRFT가 선수를 쳐서 이 곡을 키츠네 컴필레이션에 실릴 법한 일렉트로 넘버로 변신시켜 놓았다. 또한 다음 주 26일 국내에 첫 내한하는 일본 소울 싱어 MISIA 또한 'Catch the Rainbow'라는 클럽 비트의 곡을 선보이며 변신을 꾀했다. 170만장의 판매고를 올린 베스트 싱글 'Everything' 이후 작은 체구에서 뿜어져나오는 거라고 믿기 어려운 풍만한 보컬로 일본 열도를 감싸안던 그녀가, 하우스 비트라니! 리스너들의 의견이 이리저리 엇갈리고 있으나 이런들 어떠고 저런들 어떠하랴. R&B를 뚝심있게 고집해오던 그녀인 탓에 우리 입장에선 당장은 어색할 수도 있겠지만, 이대로 계속 발전해서 OM Records 뺨치는 소울풀 하우스를 들고 나온다면 그 때도 야유를 보낼텐가! 싶을 정도로 나쁘지 않는 소화력을 보여준다. (역시 기본이 탄탄하고 봐야하는가)
(삼천포 끝)

다시 '컨템퍼러리 보이 밴드' 샤이니로 돌아와보자.

보통 '아이돌=통속 문화=저급 문화'라는 의견을 가진 이들은 '아이돌은 라이브보고 정 떨어진다' 더 심하게 얘기하면, '아이돌은 입 뻥긋거리는 참새들일 뿐이다'라고 말한다. 그러나 샤이니의 경우는 이런 부분에서 많이 빗겨나 있다고 볼 수 있다.

일단 샤이니는 보컬과 비보컬 라인이 유난히 뚜렷하다. 조금 지독하게 말하자면, 애초에 비보컬에 대한 보컬 능력의 기대치 자체를 불식시켜버렸을 수도 있다. 실로 민호와 태민에게 일정 수준의 보컬을 기대하는 건 무리다. TRF의 샘과 SPEED의 히토에, 다카코에게 우타다 히카루의 발성을 기대할 수는 없지 않은가. 어떻게 보면 이렇게 뚜렷한 파트의 구분은 아이돌이라는 말많고 탈많은 퍼즐의 제 자리를 맞추는데 상당 부분 도움이 된 건 아닐까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들에게는 정 떨어질만큼 뚜렷한 기계적 분업화가 아닌, 아이돌다운 '유드리'가 있다는 것이다.

아이돌의 메카인 일본, 그 중 아이돌의 파트 분업화가 가장 잘 된 여성 그룹 SPEED의 경우를 들어보자. (그 전에도 MAX, 슈퍼 몽키즈 등 다양한 시도를 보여주었던 그룹들이 있으나 '너무 먼 과거이므로' 생략하기로 한다.) 일단 4명의 멤버에서 파트를 나누자면 보컬은 2명, 댄서는 2명이다. 리드 보컬 히로코의 낭랑한 목소리가 주가 되며 이를 메인 보컬 에리코가 안정적으로 뒷받침해준다. 리드 댄서 히토에와 다카코는 코러스와 댄스, 얼굴 마담 역할까지 야무지게 해결해서 괜찮은 조화를 만들어냈다. 이러한 스피드의 인기는 가히 폭발적이어서 뉴 싱글의 기본 판매량이 200~300만장일 정도였고 이후 개편된 모닝 무스메라든지, '클럽형 아이돌'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낸 퍼퓸 등 다양한 하이브리드형 아이돌의 탄생을 위한 든든한 초석이 되어주었다.)

샤이니의 경우도 이와 비슷하다. 만 17세라고는 다소 믿기 힘든 '세상 사랑 다 해본' 목소리 톤을 가진 종현의 보컬 베이스는 샤이니의 든든한 기반암이다. 아직 기본기를 닦을 시기인지라 '딱 이거다!'라는 뚜렷한 개성을 찾기는 다소 이르나 다양한 음역대를 넘나드는것은 물론, 곡 안에서 적당히 놀 줄 아는 탄탄한 기본기가 앞으로의 충분한 가능성을 예견해준다. R&B라는 장르에 잘 어울리는 소울풀한 보컬톤을 가졌으나 훵키한 '산소 같은 너', 현악이 난무하는 'Real'등의 댄스곡에서도 종현의 목소리는 무난하게 어우러진다.

이에 맑고 청아한 느낌의 온유의 목소리가 종현에게 쏠릴 수 있는 보컬 라인의 균형을 잡아준다. 반농담으로, 좀 더 크면 토이의 객원 보컬 라인을 노려봄직도 하다. 방송에서 부른 제임스 잉그램의 'Forever More'라든지, 토이의 '내가 잠시 너의 곁에 살았다는걸' 등을 들어보면 온유는 천성적으로 차분한 박자의 곡들을 완전히 가라앉히지도, 너무 뻔하게 만들지도 않는 보이스 컬러를 가졌다.

여기 '만능열쇠'라는 별명을 가진 KEY는 랩, 노래 모두 안정적으로 해낸다. 사춘기 소년 특유의 변성기를 금방 거친듯한 보이스 컬러를 가진 키의 색깔은 '만 16세 소년의 그것'이다. 의외로 기대하지 않았던 멤버가 키였는데, 라이브에서 '이 쯤이면 틀릴 때도 됐는데?'라는 나의 걱정을 기대로 탈바꿈시킨 멤버다. 조금 과장하면, 모든 파트에 대한 키의 안정적인 소화력에서 샤이니의 가능성이 상당 부분 읽힌다고도 할 수 있겠다.

종현, 온유, 키가 샤이니의 보컬라인 이라면 랩과 댄스 파트는 민호, 태민이다. 샤이니의 숨겨진 열쇠 키와 상당히 저음 톤을 가진 민호는 랩을 담당하고 막내 태민은 리드 댄스와 종종 노래 파트를 맡는다. 민호는 샤이니 결성에서 상당히 많은 랩핑 연습을 한듯 한데, 민호의 화려한 외모에 SPEED의 다카코가 오버랩되었던 것은 사실이었으나 키네틱 플로우의 '몽환의 숲'을 부르는 여유에서 '아, 민호가 단순히 얼굴 마담은 아니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샤이니 속에서도 아이돌인 막내 태민의 경우 '리드 댄서'라는 파트인만큼 댄스에 상당 부분 힘을 할애하고 있어 보컬 파트에 대한 기대가 다소 적은 편이나 소년다운 미성이 샤이니의 컬러와 무난하게 어울리는 편이라 할 수 있다.

아직 병아리 신인이라는 것과 '아이돌' 특성상 프로듀서와 기획사에 전적으로 의존할 수 밖에 없다는 리스크(?)를 감수하고 이들을 봤을 때에도 샤이니는 선배들, 동시대의 아이돌 그룹들과의 차별성이 비교적 뚜렷한 편이다. 1집 앨범 타이틀 '산소 같은 너'의 격한 안무 속에서도 이들은 꿋꿋하게 핸드 마이크를 든다. '우린 이만큼의 춤을 추면서도 이만큼의 라이브를 한다'는 적당한 자신감도 보인다.

앞으로 샤이니의 행방은 어떻게 될 것인가. 지난 번의 포스팅에 다시 한 번 자기태클을 걸자면 샤이니의 정규 1집 앨범은 '산소 같은 너'가 타이틀곡이라는 것 자체가 엄청난 모험을 수도 있다. R&B도 발라드도 아니고 듣도보도 못한 덴마크산 '훵키'한 '댄스'곡이라는 것 자체가 이들에겐 충분한 난제였을 거라는 의견이다. 장르적 도전은 좀 미루더라도, 일단 이들이 아이돌계에서 '컨템퍼러리 보이 밴드'로서의 균형을 잡는 게 우선적으로 행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샤이니가 연예계라는 지긋지긋한 통속적인 상업의 블랙홀 속에서 '컨템퍼러리 보이 밴드'라는 초심의 마음 그대로 통속 예술 속에서의 진정한 '아이돌리즘'을 발휘하길 기대한다. 쉽게 말해, 귀를 즐겁게 해주는 아이돌 그룹의 가능성에 충분한 기대를 걸고 싶다는 말이다.

국외 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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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c Party, 3rd Album <INTIMACY>

개러지, 포스트 펑크, 누록 신에 혜성처럼 등장한 블록 파티의 디지털 음원이 공개되었네요. 정규 앨범은 10월말 발매라는데 미리 선수치셨나 봅니다. 정말 할 말을 잃게 만드네요. 간혹 클럽에서 DJ SET으로 선다는 웹 플라이어를 몇 번 봐서 조금 걱정도 되고 의아하기도 했는데, 쓸데없는 설레발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렇게 끝내주는 앨범으로 돌아올 줄은 기대도 상상도 못했습니다. 눈물이 다 날 지경이네요. 1,2집은 기억조차 나지 않을 정도로 강력한 매머드급 핵폭탄 쇼크네요. 내년에는 내한을 기대해봐도 될까요?

SebastiAn, REMIX Album
Ed Bangers의 꽃미남 트랙 메이커 SebastiAn이 새 앨범도 아니고 새 싱글도 아니지만 9월 29일에 리믹스 앨범을 발매한다네요. The Kills의 노래 한 곡이 선공개 되었네요. 어서 풀 앨범이 공개되길 기대해봅니다.


국내 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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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네 이발관을 잊었나요?
지난 11일 제2회 충무로 국제 영화제가 막을 내렸습니다. 걸출한 뮤지션들의 공연 중 가장 빛났던 것은 구린 음향마저 무색하게 만들던 언니네 이발관의 라이브였습니다. 세렝게티, 임주연 등의 세션들과 함께 한 전매특허 불투명 청정 곤약 사운드! 굳이 간을 하지 않아도 본연의 맛 자체가 빈 속을 꽉 채우는, 언니네표 모던록의 향연이 절정을 이루었는데요. (단독 콘서트는 가보지 못해서 모르겠으나) 특히 '아름다운 것' '인생의 금물'은 '이렇게 평범하고 밋밋하게 만드는 것도 힘들텐데!'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완성도 높은 넘버였습니다. 여기서 무엇보다도 충격적인 것은 앙코르곡으로 셀프 타이틀인 '가장 보통의 존재'를 부르지 않고 <꿈의 팝송> 앨범에 수록된 '나를 잊었나요?'이 선택됐다는 것에 있었습니다. '나를 잊었나요?'가 그렇게 록킹한 버전으로 탄생할 줄이야. '잘 봐, 이따위 애를. 당신 앞에 서있는 걸'이라는 처절한 가사를 더욱 돋보이게 해주는 편곡이었습니다.
오랜 산고의 시간 끝에 새 앨범을 나타나 백김치도 매울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있는 언니네 이발관. 그들의 앨범은 바닥을 깎고 깎고 또 깎아 이제 아무렇지도 않은 듯 평평해진 모래 언덕입니다. 아무리 굴곡없는 길이라도 그 위를 걷는 청자의 입장에선 폐부의 가장 깊숙한 곳에 가시를 꽂고서, 뮤지션의 산고를 그대로 느끼며 괴롭게 걸어갈 수 밖에 없군요. 채찍을 들지 않는 새디스트 언니네 이발관, 이들의 암묵적인 진보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 같습니다.

SM Concert in 상하이(上海)
페리에보다 상큼한 아이돌, 샤이니때문에 요즘 이비인후가 즐겁습니다. 그러던 찰나, 이들이 SM 콘서트 투어차 중국 상하이에 갔다네요. 슈퍼 주니어, 소녀시대 등 소속사 동료들이 동행한 모양인데요. 한 가지 안타까운 소식은 보아가 전치 6주의 골절로 인해 공연을 취소했다는 사실입니다. 최근 10월 미국 진출을 앞두고 'Eat You Up'이라는 강렬한 힙합 넘버로 웹을 후끈 달아오르게 만든 보아. 중국에 있는 보아 팬들, 꽤나 울었겠어요.
16살이라는 나이에 일본 역대 최다 음반 판매량을 기록한 우타다 히카루도 부진했던 미국 진출. 보아의 방향성은 살짝 공개된 듯 한데, 곡의 풀버전이 공개되고 앨범이 나와봐야 대략의 점을 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미국인들이 보아를 일본인으로 오해하지만 않는다면 좋겠습니다.)
이번 보아의 미국 진출에는 아시아 대중 음악 시장의 흐름을 귀신같이 읽어내는 SM엔터테인먼트의 차후 행보를 말해주는 중요한 키워드들이 숨어있는 듯 합니다. 12년 전, H.O.T.의 데뷔 이후 SM에게 그동안 특별한 '후퇴'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항상 대중 가요계에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한 걸음'씩 더 앞서는 대안을 제시해왔다는 평을 들어온 이들이니까요. 이번달 말 컴백하는 동방신기의 시청 광장 쇼케이스 (이 날 광장 앞에 위치한 P호텔 직원들에겐 유난히 힘든 하루가 되겠네요), 패션 산업 진출 등 입이 쩍 벌어지는 뉴스가 계속해서 들려오네요. 이대로 가다간 SM 아이돌을 향한 누나들의 자발적 농노 자청은 계속될 수 밖에 없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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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블로그 주인 김로그의 개인적 취향에 가장 많이 의거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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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이란 무엇인가? 일단 정확한 정의를 알고 넘어가자. 이는 청소년층을 타깃으로 활동하는 배우, 가수 등을 의미한다. 우리 나라 아이돌의 시발점은 '서태지와 아이들'에 있었다. 앞서 흔히 '오빠 부대'로 불리우는 팬덤의 시초는 '조용필'에 있었다.

더러 아이돌이라고 하면 매스 미디어라는 상업성이 농후한 집합의 속물적인 원소라며 색안경부터 끼고 '장르우월론'을 들고 나오는 이들이 있다. 그러나 이는 어쩌면 상당한 시대착오적 발상일 수 있다. 이미 아이돌은 그 자체로 하나의 코드이며 장르다. 범세계적으로 일정 나이를 넘어서서 아이돌이라는 코드를 그러한 오락의 자세로 즐기는 이들이 늘고 있기도 하고, 그 파워 또한 막강해졌다. (여기서 말하는 '파워'를 상술로 밖에 읽지 못한다면 참 안쓰러울 따름이겠다.) 아이돌이 오빠 부대나 몰고 다니는 겉멋든 딴따라 나부랭이라는 인식을 넘어서 R&B, 록, 일렉트로닉 처럼 하나의 장르이자 즐거움 자체로 진화하고 있다는 말이다.

각자의 방식을 인정하면서, 그 나름대로의 '다치고' '찔리며' 자생력을 키워가는 과정을 지켜봐주는 게 진짜 쿨한 리스너의 자세 아닐까. 장르의 우월을 나누는 것이 편의를 위한, 즐거움을 위한 구분이 되어야지 구분 자체를 위한 구분이어서야 되겠는가. 아이돌의 역기능만을 주시한 채 이를 아직도 10대 청소년의 치기어리고 얄팍한 놀이 도구이자 한철의 유행으로밖에 읽지 못한다면 그 문화의 가능성 자체를 배제하는 거나 다름없다. 아이돌 문화에서 21세기 대안 문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읽어내는 것이야말로, 문화의 질적 성장을 위해 지금 우리가 가장 적절하게 취할 수 있는 자세아닐까.

21세기는 물병자리의 시대이기도 하지만 오덕후의 시대이기도 하다. 따지고 보면 장르우월론부터 들고 나오는 당신들이야말로 진정한 오덕후다. 좋은 관심이든, 나쁜 관심이든 어쨌든 관심은 발전의 시작이니까.

[국내외 아이돌 추천곡 BEST (무작위)]
1. 소녀시대 - 소녀시대
2. 모닝 무스메 - LOVE 머신(1999), 러브 레볼루션21(2001)
3. 아라시(嵐) - A.RA.SHI (1999)
4. 샤이니 - 누난 너무 예뻐, 산소 같은 너 (2008)
5. 빅뱅 - 거짓말 (2008)
6. 핸슨(Hanson) - MMbBOp (1997)
7. H.O.T. - 행복 (2000)
8. god - 어머님께 (2000)
9. 젝스키스 - 커플 (2000)
10. 2PM - 10점 만점에 10점 (2008)
11. 핑클 - 영원한 사랑 (1998)
12. S.E.S. - 너를 사랑해 (1999)
13. SS501 - 4 Chance (2007)
14. 슈퍼주니어 - U (2007)
15. 원더걸스 - Tell Me (2007)
16. 서태지와 아이들 - 필승
17. 아이돌 - 바우와우
18. 언타이틀 - 날개
19. 김원준 - SHOW
20. 유승준 - 열정

여기서 잠깐 고민, 보아는 아이돌인가?

[M/V] 샤이니 - 산소 같은 너

바야흐로 90년대 후반부터 밀레니엄으로 넘어가던 때는 보이그룹 평천하였다. 서태지와 아이들의 빅뱅같은 등장 이후 H.O.T.와 젝스키스의 맞대결 구도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된 보이그룹의 역사는 현재 동방신기, 빅뱅, SS501 등에 이르기까지 계속되고 있다. 이들은 가수와 엔터테이너의 경계선에서 나름의 뒤집고 쳐내기를 반복하며 국내 가요계의 노른자 한가운데에 섰다. 방송가의 답습된 몰개성의 고질병속에서 이들은 매체의 칭찬과 힐난을 동시에 받아냈다.  

H.O.T, 동방신기, 슈퍼주니어 등을 배출해낸 SM엔터테인먼트에서 올해 봄, 새롭게 등장한 샤이니도 구성 면에서 다소 안전한 선배들의 노선을 밟으며 시작한다. 5명의 인원, 15~19세 사이의 연령, 리드보컬과 랩퍼 등으로 이뤄진 파트 등이 그것이다. '컨템퍼러리 밴드'를 표방한 이들은 확실히 전자들에 비해 세련됐다. 해외 유명 가수들의 안무를 맡은 리노 나카소네의 안무는 부드럽고 이국적이며, 월드 컬처에 밝은 디자이너 하상백이 전담한 패션 또한 가요 프로그램에서 보기 드문 룩을 보여준다. 이로써 아이돌 그룹으로써 비주얼은 합격점. 그러나 이들은 패셔니스타이기 이전에 '가수'다.

우선 데뷔곡 '누난 너무 예뻐'를 보자. 샤이니의 전세대라고 할 수 있는 90년경의 남성 아이돌 그룹들의 노래에 담긴 담론은 물음표를 띄우게 만드는 사회 비판이나 사랑의 아픔에 한정되어 있었다. 가끔 가족과 팬의 이야기를 하는 정도랄까. 그러나 샤이니는 조금 다르다. 이들은 안해도 될 말은 하지 않는다. 샤이니도 물론 그 나이 또래의 사랑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한 발 나아가 요즘의 핫 이슈인 '연하남 코드'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는 점이 눈에 띈다. 타이틀곡 제목은 무려 '누난 너무 예뻐'. 그들보다 기껏 1~2살 많은 (아이돌에서 한 두 살은 기껏이 아니지만) 동방신기가 '하루만 너의 고양이가 되고 싶어'(HUG), 빅뱅이 'I'm so sorry, But I love you'(거짓말)이라고 읊조렸던 건 이들에 비하면 소심하게 느껴질 정도다. '누난 너무 예뻐서 남자들이 가만안둬' '그녀를 보면 나는 미쳐'라고 저돌적으로 이야기하는 소년들. 괴롭지만 발랄한 이들의 사랑 공식은 정녕 '컨템퍼러리'하다.

'누난 너무 예뻐'의 신선한 파장에 이어 최근에는 정규 앨범 <The SHINee World>가 발매되었다. 타이틀곡 '산소 같은 너'가 덴마크의 곡을 리믹스했다는 점이 다소 아쉬움으로 남지만, 디스코와 펑키 리듬으로 일관된 튠은 이국적이고 신선하다. 하지만 타이틀곡을 제외하고 특별히 눈에 띄는 곡이 없다는 점이 조금 아쉬운 점으로 남는다. 패션도 안무도 컨템퍼러리한데, 음악은 용두사미랄까. 타이틀을 제외하고는 이미 '선배'들이 수백번 해온 과거지향형 음악이 의외일 정도로 많다. 미니 앨범 속의 균형있는 멜로디가 인상적인 '사.계.한.'이나 원색적인 댄스곡 'Real'같은, 혹은 그보다 조금 더 앞으로 나아간 곡들이 많이 들어있길 기대했는데 첫 앨범에 지나치게 겁을 먹은 걸까. 도전을 해줄 적절한 타이밍을 놓친 건 아닌가 싶다.

하지만 샤이니에게 도전의 시간은 앞으로 많다. 브라운관 갇혀 그저 그렇게 머무는 것을 넘어서 문화 자체를 정의하고자 한다는 점이 흥미롭고, 지나치게 멋있는 척 하지 않는 점이 쿨하다. R&B과 록발라드에 지나치게 치중되어 도전과 실험의 불모지가 된 대중 가요계에 등장한 신인 아이돌 샤이니. 이들은 어쩌면 적지 않게 중요한 패를 들고 있는지도 모른다. 올해 이들의 등장 시기는 분명 적절했다. 이제 막 시작하는 아이돌 그룹에게 지나치게 웰메이드 앨범을 기대하는 건 아니지만, 이들이 앞으로 조금 더 도전적이고 과격해지길 바란다. 물론 대중 음악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말이다. [2008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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