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nichiro Nishihara [Illuminus]

 

새로 쓰는 재즈 힙합사

 

켄이치로 니시하라의 음악은 우선 듣기 편하다. 재즈 피아노를 쳤던 어머니의 영향으로, 고교생 때부터 음악 디렉터로 활동한 그의 재능은 이지 리스닝 음악에 최적화된 것 같다. 지난 앨범들을 살펴보면 누자베스(Nujabes)로 대표되는 재즈 힙합을 표방하면서, 일본풍 클럽 뮤직이 결합된 느낌을 준다. 편의상 '시부야 계'로 불리우는 다이시 댄스나 프리 템포같은 뮤지션에 친숙한 국내 대중에게 지난 앨범은 모두 좋은 반응을 얻었다.
세 번째 정규작 [Illuminus]는 전작들의 분위기를 무리없이 이어나간다. 더불어 'Get Inside Your Love', 'Thinking Of You'나 'Serendipity' 같은 곡은 멜로디 자체로 듣기 좋다. 최근 한창 빛을 보고 있는 실력파 R&B 보컬 정기고와 작업한 선례를 남긴 점도 눈여겨 볼만 하다.
이 앨범이 발표된 해에 그는 별도의 일렉트로닉 프로젝트 에스노(ESNO)를 시작했다. 이제는 그의 음악이 전 세대와는 다른 문법으로 읽혀야 할 시기라는 걸, 스스로도 짐작한 것일까. 본 작이 그 모호한 경계선을 깔끔하게 지워주는 건 아니지만, 변화의 지점에서 발표된 앨범이란 점은 주시할 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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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효 [소녀감성]

 

누구보다 영민한 소녀의 내면고백

 

어쿠스틱 감성의 일렉트로닉 팝은 이미 흔한 소재라 하지만 실력있는 음악가는 어떤 환경, 어떤 장르에서든 주목 받기 마련이다. 나직한 음색과 뛰어난 작곡 실력, 그리고 담담히 가사를 써나가는 뮤지션 우효는 21살의 신예다. 데뷔 EP [소녀감성]은 그녀가 고교생 때부터 로직과 키보드로 습작한 곡을 토대로 완성한 앨범이다. 일렉트로닉과 가요를 오가며 활동중인 에니악(eniac)은 편곡과 프로듀싱에 힘을 보태어, 원석같은 데모곡을 완성품으로 만드는 데에 일조했다.
음악가에게 과도한 욕심을 내지 않는 것, 감정을 적당히 절제시킬 수 있다는 건 보기 좋은 재능이다. 우효는 이를 본능적으로 알고 있는 것 같다. 90년대 가요의 찬란했던 감성을 자극하면서 자기 목소리를 앞세우는 감각은 높이 살 만 하다. 어쿠스틱 감성이 두드러지는 '빈야드'와 'Teddy Bear Rises'가 이를 입증한다.
앨범 제목에서 예상되는 짐작과는 달리 모든 가사가 어른스럽다. 억지 하나없이 자연스러운 감정의 결과물로 느껴지는 게 무엇보다 좋다. 스물을 지나 이십대 중반, 훗날 서른을 지나는 이야기마저 궁금해지게 하는 흥미로운 데뷔작이다.

 

▶ 현대카드 MUSIC 리뷰

 

 

 

Caro Emerald [Deleted Scenes From The Cutting Room Floor]

 

질릴 틈 없는 레트로 스윙의 맛

 

유럽 팝 재즈 신에 혜성처럼 나타난 싱어 카로 에메랄드의 데뷔 앨범이다. 그녀는 본 작품으로 모국인 네덜란드에서 마이클 잭슨의 [Thriller]가 달성한 최고 차트 기록을 다시 썼다. 무려 104주간 1위에 머물러 있었다고 하니 이야말로 진정한 스테디 셀러가 아닐까.
폭발적 인기가 과장이 아닐 만큼 본 앨범은 뚜렷한 장점을 지닌다. 재지하면서도 팝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카로의 음색은 스윙의 장르적 장점을 최대한 부각시킨다. 기승전결이 뚜렷한 곡이든 보사노바든 어느 곡이나 절묘하게 녹아드는 목소리는 언제든 듣기 좋다. 프로덕션 역시 훌륭한데, 누 재즈(Nu Jazz)와 라운지의 품위를 유지하면서도 끊임없이 분위기를 환기시키는 모양새는 자뭇 흥미롭다.
이러한 특질 덕에 그녀의 많은 곡들이 국내에서 큰 표절의 몸살을 앓았다. '표절곡의 원조 가수'라는 껄끄러운 이미지로 유명세를 타는 분위기는 다소 안타까웠다. 그보다는 들을수록 빠져드는 카로 에메랄드의 매력이 보다 많은 이들에게 알려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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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드코스트 [Altered Surface]


아쉬움으로 남은 음악적 외도

 

써드 코스트(3rd Coast)는 프로듀서 권석민, 보컬 한소현, 랩퍼 최지호로 구성된 일렉트로닉 재즈, 힙합 그룹이다. 가요, CF 음악, 타 가수 피처링 등 다양한 경력을 지닌 멤버들은 데뷔작 [First Collection]을 훌륭한 결과물로 이끌었다. 수록곡 'Urbanize'는 진보(JINBO)의 2집 타이틀곡 'Fantasy'의 도입부로 샘플링 되었고, 한소현은 스탠딩 에그, TBNY 등의 앨범에 참여하며 장르를 가리지 않는 보컬 실력을 입증했다.
이후 그들은 음악 게임 DJMAX 및 외부 작업에서 보다 활발한 모습을 보였는데, 이것이 팀 앨범 작업에는 독으로 작용한 듯 하다. 본 EP는 데뷔 앨범에서 느껴졌던 짙은 음악색과 향후 발전성이 증발된 느낌이 든다. 새로운 시도는 다소 현학적으로, 신선했던 라운지 트랙들은 평이한 트랙으로 전락했다. 물론 정규작과 적은 곡 수의 EP를 비교하는 건 무리일 지 모른다. 그러나 전체 곡의 성취와 진입 장벽만 놓고 보더라도 지난 앨범에 더 손이 가는 건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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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sh Cash [Take It To The Floor]

 

흥미로운 일렉트로닉 성장 드라마

 

현재의 캐쉬 캐쉬(Cash Cash)를 아는 이들에게 이 앨범은 상당히 의외의 모습으로 느껴질 것이다. 이제는 하나의 장르로 여겨지는 EDM(Electronic Dance Music) 트랙들을 주로 선보이는 이들이 일전에 록 밴드로 활동했다는 건, 사실 놀랄 일은 아니다. 록이 새삼 댄스 음악에 대한 강박에 시달리던 2000년대 중 후반, 캐쉬 캐쉬 또한 팀명과 멤버 교체 등의 변화를 겪으며 지금의 모습을 갖게 되었다.
비유하자면, 본 작은 '청년' 캐쉬 캐쉬의 청소년기와도 같은 앨범이다. 이모 팝 성향의 밴드 셋 위에서 댄서블한 영역을 담당하는 건 보코더와 토크 박스의 몫이다. 특히 'Party In Your Bedroom'에서 느껴지는 멜로디와 훅에 대한 센스는 무척 뛰어나다. 그들이 왜 수많은 장르 중 EDM으로 승승장구하게 되었는지 단 번에 느껴지는 곡이다. 탄탄한 멜로디와 건강한 록 에너지는 훗날 특유의 코드 워크와 훅을 잡아내는 센스로 작용했으리라.
그들이 이따금 겉돌거나 작위적인 인상이 드는 일렉트로닉의 느낌을 배제하고, 아예 EDM으로 장르를 전환한 것은 현명한 선택이었다. 어느 쪽이든 즐겁고 흥겨운 느낌은 건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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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nichiro Nishihara [Illuminus]

 

새로 쓰는 재즈 힙합사

 

켄이치로 니시하라의 음악은 우선 듣기 편하다. 재즈 피아노를 쳤던 어머니의 영향으로, 고교생 때부터 음악 디렉터로 활동한 그의 재능은 이지 리스닝 음악에 최적화된 것 같다. 지난 앨범들을 살펴보면 누자베스(Nujabes)로 대표되는 재즈 힙합을 표방하면서, 일본풍 클럽 뮤직이 결합된 느낌을 준다. 편의상 '시부야 계'로 불리우는 다이시 댄스나 프리 템포같은 뮤지션에 친숙한 국내 대중에게 지난 앨범은 모두 좋은 반응을 얻었다.
세 번째 정규작 [Illuminus]는 전작들의 분위기를 무리없이 이어나간다. 더불어 'Get Inside Your Love', 'Thinking Of You'나 'Serendipity' 같은 곡은 멜로디 자체로 듣기 좋다. 최근 한창 빛을 보고 있는 실력파 R&B 보컬 정기고와 작업한 선례를 남긴 점도 눈여겨 볼만 하다.
이 앨범이 발표된 해에 그는 별도의 일렉트로닉 프로젝트 에스노(ESNO)를 시작했다. 이제는 그의 음악이 전 세대와는 다른 문법으로 읽혀야 할 시기라는 걸, 스스로도 짐작한 것일까. 본 작이 그 모호한 경계선을 깔끔하게 지워주는 건 아니지만, 변화의 지점에서 발표된 앨범이란 점은 주시할 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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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효 [소녀감성]

 

누구보다 영민한 소녀의 내면고백

 

어쿠스틱 감성의 일렉트로닉 팝은 이미 흔한 소재라 하지만 실력있는 음악가는 어떤 환경, 어떤 장르에서든 주목 받기 마련이다. 나직한 음색과 뛰어난 작곡 실력, 그리고 담담히 가사를 써나가는 뮤지션 우효는 21살의 신예다. 데뷔 EP [소녀감성]은 그녀가 고교생 때부터 로직과 키보드로 습작한 곡을 토대로 완성한 앨범이다. 일렉트로닉과 가요를 오가며 활동중인 에니악(eniac)은 편곡과 프로듀싱에 힘을 보태어, 원석같은 데모곡을 완성품으로 만드는 데에 일조했다.
음악가에게 과도한 욕심을 내지 않는 것, 감정을 적당히 절제시킬 수 있다는 건 보기 좋은 재능이다. 우효는 이를 본능적으로 알고 있는 것 같다. 90년대 가요의 찬란했던 감성을 자극하면서 자기 목소리를 앞세우는 감각은 높이 살 만 하다. 어쿠스틱 감성이 두드러지는 '빈야드'와 'Teddy Bear Rises'가 이를 입증한다.
앨범 제목에서 예상되는 짐작과는 달리 모든 가사가 어른스럽다. 억지 하나없이 자연스러운 감정의 결과물로 느껴지는 게 무엇보다 좋다. 스물을 지나 이십대 중반, 훗날 서른을 지나는 이야기마저 궁금해지게 하는 흥미로운 데뷔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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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o Emerald [Deleted Scenes From The Cutting Room Floor]

 

질릴 틈 없는 레트로 스윙의 맛

 

유럽 팝 재즈 신에 혜성처럼 나타난 싱어 카로 에메랄드의 데뷔 앨범이다. 그녀는 본 작품으로 모국인 네덜란드에서 마이클 잭슨의 [Thriller]가 달성한 최고 차트 기록을 다시 썼다. 무려 104주간 1위에 머물러 있었다고 하니 이야말로 진정한 스테디 셀러가 아닐까.
폭발적 인기가 과장이 아닐 만큼 본 앨범은 뚜렷한 장점을 지닌다. 재지하면서도 팝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카로의 음색은 스윙의 장르적 장점을 최대한 부각시킨다. 기승전결이 뚜렷한 곡이든 보사노바든 어느 곡이나 절묘하게 녹아드는 목소리는 언제든 듣기 좋다. 프로덕션 역시 훌륭한데, 누 재즈(Nu Jazz)와 라운지의 품위를 유지하면서도 끊임없이 분위기를 환기시키는 모양새는 자뭇 흥미롭다.
이러한 특질 덕에 그녀의 많은 곡들이 국내에서 큰 표절의 몸살을 앓았다. '표절곡의 원조 가수'라는 껄끄러운 이미지로 유명세를 타는 분위기는 다소 안타까웠다. 그보다는 들을수록 빠져드는 카로 에메랄드의 매력이 보다 많은 이들에게 알려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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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움으로 남은 음악적 외도

 

써드 코스트(3rd Coast)는 프로듀서 권석민, 보컬 한소현, 랩퍼 최지호로 구성된 일렉트로닉 재즈, 힙합 그룹이다. 가요, CF 음악, 타 가수 피처링 등 다양한 경력을 지닌 멤버들은 데뷔작 [First Collection]을 훌륭한 결과물로 이끌었다. 수록곡 'Urbanize'는 진보(JINBO)의 2집 타이틀곡 'Fantasy'의 도입부로 샘플링 되었고, 한소현은 스탠딩 에그, TBNY 등의 앨범에 참여하며 장르를 가리지 않는 보컬 실력을 입증했다.
이후 그들은 음악 게임 DJMAX 및 외부 작업에서 보다 활발한 모습을 보였는데, 이것이 팀 앨범 작업에는 독으로 작용한 듯 하다. 본 EP는 데뷔 앨범에서 느껴졌던 짙은 음악색과 향후 발전성이 증발된 느낌이 든다. 새로운 시도는 다소 현학적으로, 신선했던 라운지 트랙들은 평이한 트랙으로 전락했다. 물론 정규작과 적은 곡 수의 EP를 비교하는 건 무리일 지 모른다. 그러나 전체 곡의 성취와 진입 장벽만 놓고 보더라도 지난 앨범에 더 손이 가는 건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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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유하자면, 본 작은 '청년' 캐쉬 캐쉬의 청소년기와도 같은 앨범이다. 이모 팝 성향의 밴드 셋 위에서 댄서블한 영역을 담당하는 건 보코더와 토크 박스의 몫이다. 특히 'Party In Your Bedroom'에서 느껴지는 멜로디와 훅에 대한 센스는 무척 뛰어나다. 그들이 왜 수많은 장르 중 EDM으로 승승장구하게 되었는지 단 번에 느껴지는 곡이다. 탄탄한 멜로디와 건강한 록 에너지는 훗날 특유의 코드 워크와 훅을 잡아내는 센스로 작용했으리라.
그들이 이따금 겉돌거나 작위적인 인상이 드는 일렉트로닉의 느낌을 배제하고, 아예 EDM으로 장르를 전환한 것은 현명한 선택이었다. 어느 쪽이든 즐겁고 흥겨운 느낌은 건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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