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nichiro Nishihara [Illuminus]

 

새로 쓰는 재즈 힙합사

 

켄이치로 니시하라의 음악은 우선 듣기 편하다. 재즈 피아노를 쳤던 어머니의 영향으로, 고교생 때부터 음악 디렉터로 활동한 그의 재능은 이지 리스닝 음악에 최적화된 것 같다. 지난 앨범들을 살펴보면 누자베스(Nujabes)로 대표되는 재즈 힙합을 표방하면서, 일본풍 클럽 뮤직이 결합된 느낌을 준다. 편의상 '시부야 계'로 불리우는 다이시 댄스나 프리 템포같은 뮤지션에 친숙한 국내 대중에게 지난 앨범은 모두 좋은 반응을 얻었다.
세 번째 정규작 [Illuminus]는 전작들의 분위기를 무리없이 이어나간다. 더불어 'Get Inside Your Love', 'Thinking Of You'나 'Serendipity' 같은 곡은 멜로디 자체로 듣기 좋다. 최근 한창 빛을 보고 있는 실력파 R&B 보컬 정기고와 작업한 선례를 남긴 점도 눈여겨 볼만 하다.
이 앨범이 발표된 해에 그는 별도의 일렉트로닉 프로젝트 에스노(ESNO)를 시작했다. 이제는 그의 음악이 전 세대와는 다른 문법으로 읽혀야 할 시기라는 걸, 스스로도 짐작한 것일까. 본 작이 그 모호한 경계선을 깔끔하게 지워주는 건 아니지만, 변화의 지점에서 발표된 앨범이란 점은 주시할 만 하다.

 

▶ 현대카드 MUSIC 링크

 

 

우효 [소녀감성]

 

누구보다 영민한 소녀의 내면고백

 

어쿠스틱 감성의 일렉트로닉 팝은 이미 흔한 소재라 하지만 실력있는 음악가는 어떤 환경, 어떤 장르에서든 주목 받기 마련이다. 나직한 음색과 뛰어난 작곡 실력, 그리고 담담히 가사를 써나가는 뮤지션 우효는 21살의 신예다. 데뷔 EP [소녀감성]은 그녀가 고교생 때부터 로직과 키보드로 습작한 곡을 토대로 완성한 앨범이다. 일렉트로닉과 가요를 오가며 활동중인 에니악(eniac)은 편곡과 프로듀싱에 힘을 보태어, 원석같은 데모곡을 완성품으로 만드는 데에 일조했다.
음악가에게 과도한 욕심을 내지 않는 것, 감정을 적당히 절제시킬 수 있다는 건 보기 좋은 재능이다. 우효는 이를 본능적으로 알고 있는 것 같다. 90년대 가요의 찬란했던 감성을 자극하면서 자기 목소리를 앞세우는 감각은 높이 살 만 하다. 어쿠스틱 감성이 두드러지는 '빈야드'와 'Teddy Bear Rises'가 이를 입증한다.
앨범 제목에서 예상되는 짐작과는 달리 모든 가사가 어른스럽다. 억지 하나없이 자연스러운 감정의 결과물로 느껴지는 게 무엇보다 좋다. 스물을 지나 이십대 중반, 훗날 서른을 지나는 이야기마저 궁금해지게 하는 흥미로운 데뷔작이다.

 

▶ 현대카드 MUSIC 리뷰

 

 

 

Caro Emerald [Deleted Scenes From The Cutting Room Floor]

 

질릴 틈 없는 레트로 스윙의 맛

 

유럽 팝 재즈 신에 혜성처럼 나타난 싱어 카로 에메랄드의 데뷔 앨범이다. 그녀는 본 작품으로 모국인 네덜란드에서 마이클 잭슨의 [Thriller]가 달성한 최고 차트 기록을 다시 썼다. 무려 104주간 1위에 머물러 있었다고 하니 이야말로 진정한 스테디 셀러가 아닐까.
폭발적 인기가 과장이 아닐 만큼 본 앨범은 뚜렷한 장점을 지닌다. 재지하면서도 팝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카로의 음색은 스윙의 장르적 장점을 최대한 부각시킨다. 기승전결이 뚜렷한 곡이든 보사노바든 어느 곡이나 절묘하게 녹아드는 목소리는 언제든 듣기 좋다. 프로덕션 역시 훌륭한데, 누 재즈(Nu Jazz)와 라운지의 품위를 유지하면서도 끊임없이 분위기를 환기시키는 모양새는 자뭇 흥미롭다.
이러한 특질 덕에 그녀의 많은 곡들이 국내에서 큰 표절의 몸살을 앓았다. '표절곡의 원조 가수'라는 껄끄러운 이미지로 유명세를 타는 분위기는 다소 안타까웠다. 그보다는 들을수록 빠져드는 카로 에메랄드의 매력이 보다 많은 이들에게 알려지길 바란다.

 

▶ 현대카드 MUSIC 리뷰

 

 

써드코스트 [Altered Surface]


아쉬움으로 남은 음악적 외도

 

써드 코스트(3rd Coast)는 프로듀서 권석민, 보컬 한소현, 랩퍼 최지호로 구성된 일렉트로닉 재즈, 힙합 그룹이다. 가요, CF 음악, 타 가수 피처링 등 다양한 경력을 지닌 멤버들은 데뷔작 [First Collection]을 훌륭한 결과물로 이끌었다. 수록곡 'Urbanize'는 진보(JINBO)의 2집 타이틀곡 'Fantasy'의 도입부로 샘플링 되었고, 한소현은 스탠딩 에그, TBNY 등의 앨범에 참여하며 장르를 가리지 않는 보컬 실력을 입증했다.
이후 그들은 음악 게임 DJMAX 및 외부 작업에서 보다 활발한 모습을 보였는데, 이것이 팀 앨범 작업에는 독으로 작용한 듯 하다. 본 EP는 데뷔 앨범에서 느껴졌던 짙은 음악색과 향후 발전성이 증발된 느낌이 든다. 새로운 시도는 다소 현학적으로, 신선했던 라운지 트랙들은 평이한 트랙으로 전락했다. 물론 정규작과 적은 곡 수의 EP를 비교하는 건 무리일 지 모른다. 그러나 전체 곡의 성취와 진입 장벽만 놓고 보더라도 지난 앨범에 더 손이 가는 건 어쩔 수 없다.

 

▶ 현대카드 MUSIC 리뷰

 

 

 

Cash Cash [Take It To The Floor]

 

흥미로운 일렉트로닉 성장 드라마

 

현재의 캐쉬 캐쉬(Cash Cash)를 아는 이들에게 이 앨범은 상당히 의외의 모습으로 느껴질 것이다. 이제는 하나의 장르로 여겨지는 EDM(Electronic Dance Music) 트랙들을 주로 선보이는 이들이 일전에 록 밴드로 활동했다는 건, 사실 놀랄 일은 아니다. 록이 새삼 댄스 음악에 대한 강박에 시달리던 2000년대 중 후반, 캐쉬 캐쉬 또한 팀명과 멤버 교체 등의 변화를 겪으며 지금의 모습을 갖게 되었다.
비유하자면, 본 작은 '청년' 캐쉬 캐쉬의 청소년기와도 같은 앨범이다. 이모 팝 성향의 밴드 셋 위에서 댄서블한 영역을 담당하는 건 보코더와 토크 박스의 몫이다. 특히 'Party In Your Bedroom'에서 느껴지는 멜로디와 훅에 대한 센스는 무척 뛰어나다. 그들이 왜 수많은 장르 중 EDM으로 승승장구하게 되었는지 단 번에 느껴지는 곡이다. 탄탄한 멜로디와 건강한 록 에너지는 훗날 특유의 코드 워크와 훅을 잡아내는 센스로 작용했으리라.
그들이 이따금 겉돌거나 작위적인 인상이 드는 일렉트로닉의 느낌을 배제하고, 아예 EDM으로 장르를 전환한 것은 현명한 선택이었다. 어느 쪽이든 즐겁고 흥겨운 느낌은 건재하다.

 

▶ 현대카드 MUSIC 리뷰


 

'music review' 카테고리의 다른 글

Florrie - Sirens 外  (0) 2014.09.29
Spiritualized - Ladies & Gentlemen We Are Floating In Space 外  (0) 2014.08.27
Ursula 1000 - Mondo Beyondo (2011)  (0) 2014.08.14
Andrea Corr - Lifelines (2011)  (0) 2014.08.14
Silver Swans - Secrets (2011)  (0) 2014.08.14

 

 

Florrie [Sirens]

 

새로운 디바에게 거는 기대

 

2010년부터 언더그라운드에서 꾸준히 솔로로써의 경력을 쌓아 온 싱어 송 라이터 플로리(Florrie). 과거지향의 마케팅으로 성공한 라나 델 레이(Lana Del Rey)가 그렇듯, 80년대 복고 사운드를 추구한 그녀의 등장은 고무적이었다. 디스코 텍으로 소환하는 듯 한 'Free Falling', 전설적인 신스 록 밴드들을 연상케 하는 'Wanna Control Myself'은 프로듀싱 적으로 나무랄 데 없다.
허나 4년의 활동량에 비해 아직 강력한 히트 곡이 없다는 점은 의구심을 남긴다. 그녀가 스타가 되려면 디바로써의 '번뜩'이는 무언가가 필요할 것이다. 보컬, 송 라이팅 능력, 프로듀서 진까지 모든 병력은 갖춰졌다. 아직 나오지 않은 정규 앨범 탓이라면 조속한 발매를 기대한다. 이제는 강력한 한 방이 필요할 때다.

 

▶ 현대카드 MUSIC 링크

 

 

 

Nuol [The Misson 2]

 

다양한 MC들의 활약이 빛난 앨범

 

레게 듀오 쿤타 앤 뉴올리언스로 이름을 알린 프로듀서 뉴올은 다작의 아이콘으로 유명하다. 쿤타(Koonta)를 포함 마이노스(Minos), 스윙즈(Swings)와 함께 한 ‘1 MC 1 프로듀서’ 프로젝트는 그의 부지런함을 입증한다. 이후 뉴올은 활발한 작품 활동으로 레게의 강박을 벗어나 힙합 프로듀서의 모습을 되찾았다.
1집 [The Mission 1]이 어느 정도 대중성을 의식한 앨범이라면 [The Mission 2]는 조금 색다르다. 비트는 훨씬 무거워졌고 보다 다양한 신예들이 모였다. ‘내 갈 길 가겠다’는 느낌이랄까. ‘힙합 왕자’ 빈지노부터 스윙즈(Swings)와 프리스타일 강자 허클베리 피(Huckleberry P)까지, 다양한 MC들이 자유로운 플로우를 선보인다. ‘Never Going Back’이나 ‘어머니의 일기장’같은 스토리텔링도 눈여겨보면 좋겠다. 어쩌면 힙합 음악을 다소 마이너한 방향으로 다룬 앨범일 수 있지만, 누군가는 꼭 해야 하는 일을 해낸 느낌이다.


▶ 현대카드 MUSIC 링크

 

 

 

Tonight Alive - [What Are You So Scared Of?]

 

다소 지루한 멜로딕 펑크 레퍼런스

 

호주의 펑크 밴드 투나잇 얼라이브(Tonight Alive)의 데뷔작이다. 그들은 추구해 온 음악의 장르적 특성만큼 라이브에 강한 밴드다. Sum41, 3OH!3, 심플 플랜 등과 함께 본국과 영미권을 돌며 많은 투어 경력을 쌓았고, 본 앨범의 음악 또한 페스티벌에 어울릴 법한 팝 펑크 위주다.
수록곡 자체의 문제보다는 이것이 동류 장르의 팀들보다 월등히 뛰어나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아쉽다. 처음부터 끝까지 힘주고만 달리니 다수의 트랙이 지루하게 들린다. 대세의 영향도 있겠지만 근래 들어 밴드는 초기의 밝고 경쾌한 이미지와는 조금 다른, 이모 록 밴드의 성향을 띈다. 특히 영화 [어메이징 스파이더 맨 2]에 수록된 ‘The Edge’같은 트랙은 매우 인상적인 변화다.

 

▶ 현대카드 MUSIC 리뷰

 

 

 

Urban Corner - [The City Of Brokenheart]

 

걸작이 될 뻔한 수작

 

어반 코너(Urban Corner)의 음악적 뿌리가 록이나 일렉트로닉이 아닌 버벌 진트, 데프콘 등을 배출한 흑인음악 동호회(PC 통신 나우누리의 ‘SNP’)라는 것은 흥미로운 점이다. 때문에 그룹은 SNP 출신이자 프로듀서 트리쉬(Trish)의 힘이 크게 느껴진다. ‘어느 한 트랙도 스킵되지 않는 베스트 앨범이길 기대하며 만들었다’는 만큼, 안정적인 코드워크와 사운드의 질감은 첫 트랙부터 신뢰를 준다.
트리쉬가 좋은 프로듀서라는 점은 분명하지만, 동시에 좋은 보컬인지는 미지수다. 미성의 목소리는 모든 곡을 소화할 만큼 유려해 보이진 않는다. 또한 소울맨(Soulman)을 제외한 외부 음악가들이 제 실력만큼의 기량을 발휘하지 못 한 것도 아쉬운 부분이다. ‘이별 노래 모음집’이라는 앨범 콘셉트가 낳은 결과라면, 차기작은 보다 다양한 구성을 기대해본다.

 

▶ 현대카드 MUSIC 리뷰

 

 

 

Spiritualized - Ladies & Gentlemen We Are Floating In Space

 

음악에 있어 독선적이지만 그만큼 열정이 충만했던 팀의 리더 제이슨 피어스가 키보디스트 케이트 래들리와의 이별 후 발표한 앨범이다. 몸과 마음의 병을 동시에 앓던 그에게 음악은 유일한 탈출구였을까. 본 앨범은 당대 밴드 사운드의 논리를 재편성하며 훗날 ‘포스트 록의 교본’으로 추앙 받는다.
브릿 팝의 잔영이 느껴지는 ‘Come Together’, 속주하는 록 사운드의 ‘Electricity’, 스트링 중심의 처연한 발라드 ‘Broken Heart’ 등 겹쳐지고 부서지는 노이즈는 낯선 공간감을 형성한다. 록의 범주 내에서 왈츠, 가스펠, 클래식까지 허용하는 프로덕션의 힘이 느껴진다.
영적으로 승화한다는 의미를 가진 밴드명처럼 종교적 감화와 사이키델릭의 충만함이 느껴지는 앨범이다. 한 편, 열혈 팬이 아니라면 특유의 노이즈 사운드에 공감하긴 어려울 것 같다.

 

▶ 현대카드 뮤직 리뷰

 

 

 

Love X Stereo - Glow

 

밴드 음악이 댄스 음악과 융합한 사례는 많지만 성공 케이스가 드문 이유는 뭘까. 전혀 다른 장르를 시도한다는 것이 그만큼 어려운 도전이기 때문일 것이다. 여기서 러브엑스테레오의 전신이 연차 있는 멜로딕 펑크 밴드 스크류 어택이라는 점은 자뭇 흥미롭다. 그들이 과감히 일렉트로닉 록에 도전할 수 있었던 건 온전히 멤버들의 역량이었다. 스크류 어택 시절이던 2005년, 보컬 애니를 영입 후 멤버가 재정비 되며 그룹은 현재까지 좋은 팀워크를 유지중이다.
전곡의 가사가 영어로 쓰여진 것이 자연스러울 만큼 EP [Glow]는 깔끔한 구성을 자랑한다. 영롱한 분위기의 타이틀곡 ‘Lose To Win’, 통통 튀는 신스 팝 ‘Fly Over’에 비하면 기타 사운드를 내세운 ‘Secrets’는 로킹한 얼터너티브다. 국내 클럽 신에서 오랜 시간 활동한 드럼 앤 베이스(D&B) 프로듀서 제이패스(J-Path)를 섭외 한 점도 눈에 띈다. 어느 곡에나 무난히 녹아드는 애니의 보컬과 세련된 프로듀싱은 정규 앨범을 기대하게 만든다.

 

▶ 현대카드 뮤직 리뷰

 

 

 

24Hours - Party People

 

2000년대에 들어서 음악 신에는 복고의 시류를 타고 수많은 개러지 록 밴드가 등장했다. 공연장을 메우는 먹먹한 기타 디스토션과 빈티지 멜로디, 사포질 한 듯 거친 목소리에 관객들은 열광했다. 24아워즈는 이러한 움직임의 후발 주자라는 점에서 어떻게 보면 유행을 따르지 않은 것이 된다. 로큰롤과 개러지 록이라는 ‘폼’을 따르고는 있지만, 이는 음악을 들려주기 위한 단지 하나의 형태로 느껴진다. 무엇보다 그것을 확신하게 하는 것은 타고난 노래꾼으로 보이는 이승진의 보컬이다. 독특한 음색과 프론트 맨의 소질을 두루 갖춘 그는 앞으로도 다양한 재주를 펼칠 것 같다.
대표곡 ‘째깍째깍’처럼 만개한 젊음도 좋지만, 보다 밴드의 청사진이 정확히 그려지는 건 매력적인 멜로디 라인의 ‘WHY’와 여유로운 분위기의 ‘숨 쉴 수 없어’다. 앨범 전반적으로 가사의 성취는 다소 아쉽다.

 

▶ 현대카드 뮤직 리뷰

 

 

 

New Found Glory - Catalyst

 

뉴 파운드 글로리의 음악은 젊고 건강한 스케이트 보더를 연상케 한다. 특히 [Catalyst]는 빌보드 차트 3위에 랭킹 되며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앨범인 만큼 경쾌한 팝 펑크 트랙으로 가득하다. 조던 펀딕의 목소리는 10년이 지나도 늙지 않을 소년의 그것이며, 메탈코어 밴드 샤이 훌루드 출신으로 알려진 채드 길버트의 기타 연주는 시종일관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한다.
인트로를 지나 첫 곡 ‘All Downhill From Here’부터 강렬하게 박힌 인상은 록 발라드 ‘I Don’t Wanna Know’, ‘Ending In Tragedy’에서만 다소 완화될 뿐 한결같이 씩씩하다. 조금 아쉬운 것은 ‘No News Is Good News’처럼 멜로디가 쏙쏙 박히는 곡이 드물다는 것이다. 하지만 앨범은 펑크와 하드코어를 잘 모르는 이들도 쉽게 들을 수 있을 만큼 팝적이다. 얼핏 들으면 흔한 미국 청춘 드라마 주제가 같지만, 페스티벌에서 만난다면 그 열기에 흠뻑 취할 수 있을 것 같다.


▶ 현대카드 뮤직 리뷰 

 

 

'music review' 카테고리의 다른 글

Kenichiro Nishihara - Illuminus 外  (0) 2014.11.04
Florrie - Sirens 外  (0) 2014.09.29
Ursula 1000 - Mondo Beyondo (2011)  (0) 2014.08.14
Andrea Corr - Lifelines (2011)  (0) 2014.08.14
Silver Swans - Secrets (2011)  (0) 2014.08.14

 

 

지난 10월 5일,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 12 The Killers를 통하여 첫 내한 공연을 성공리에 마친 슈퍼 밴드 킬러스. 그들이 한국을 방문한지 얼마 되지 않아, 우리에게 다시금 반가운 소식을 전합니다. 오는 11월 11일, 첫 베스트 앨범이자 지난 10년 간의 히트곡을 수록한 <Direct Hits>를 발매하기로 한 것이죠. 또한 보컬리스트 브랜든 플라워스는 두 번째 솔로 앨범을 계획중이라고 합니다. 현재 세계 각국을 무대로 <Battle Born> 투어를 지속중인 킬러스의 근황, 지금부터 하나씩 살펴볼까요?

 

10년간의 집대성, 베스트 앨범 <Direct Hits>와 싱글 ‘Shot at the Night’

11월 11일 발매되는 킬러스의 첫 베스트 앨범 <Direct Hits>는 ‘Mr.Brightside’, ‘Smile Like You Mean It’, ‘Human’ 등 히트곡 13곡과 신곡 ‘Shot at the night’, ‘Just Another Girl’까지 총 15곡이 수록됩니다. 이 중 ‘Shot at the Night’은 국내에는 9월 23일에 싱글로 발매 되었지요. 밴드명과 곡 제목을 모스 부호로 표기한 프론트 커버가 인상적입니다. 이 곡은 프랑스 일렉트로닉 밴드 M83의 앤서니 곤잘레스(Anthony Gonzalez)가 메인 프로듀서로 참여하여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지난 여름부터 두 뮤지션의 협업 소식은 각종 매거진과 킬러스의 인터뷰를 통해 이슈화 되며 팬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지요.

‘Shot at the Night’은 킬러스 특유의 아련한 노랫말과 브랜든의 호소력 짙은 목소리, 그리고 M83의 웅장한 사운드 스케이프가 감각적으로 어우러진 곡입니다. 두 밴드는 킬러스의 <Day & Age> 투어를 동행하며 인연을 맺었다고 하지요. M83은 빌보드 일렉트로닉 차트 1위를 기록하기도 했으며 슈게이징과 포스트 록, 드림 팝 사운드로는 독보적인 팀입니다. 톰 크루즈가 출연한 영화 <오블리비언>의 OST에 참여하며 영화 음악 프로듀서로의 발판을 다지기도 했지요.

 

 

라스베이거스의 잠 못 이루는 밤, 신곡 ‘Shot at the Night’ 뮤직비디오

‘Shot at the Night’는 뮤직 비디오 또한 인상 깊습니다. 로보쇼보(Roboshobo)라는 별칭으로 알려진 LA 출신의 영상 디렉터 로버트 쇼버(Robert Schober)가 메가폰을 잡았지요. 그는 메탈리카, 그린 데이, 마이 케미컬 로맨스 등 많은 록 밴드들과 작업한 유명 감독입니다. 킬러스와는 컨트리 크리스마스 송 ‘Cowboy’s Christmas Ball’, 베이시스트 마크 스토머의 ‘Weary Soul’ 등의 뮤직 비디오를 작업하며 연을 이어가고 있지요.

‘Shot at the Night’ 뮤직 비디오의 특징 중 하나는 아리따운 여배우가 주연인 드라마 뮤비라는 점입니다.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 9번째 주인공, 팀 버튼 감독의 영화 <다크 셰도우>에 출연한 호주 출신의 배우 벨라 헤스콧(Bella Heathcote)이 지루한 일상에 지친 하우스키퍼(호텔 객실 청소 매니저)로 등장합니다. 상대역은 영화 <소셜 네트워크>, <인턴십>에 등장한 영국 배우 맥스 밍겔라(Max Minghella)인데요, 그녀에게 거짓말 같은 하룻밤을 선사하는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됩니다.

뮤직 비디오는 마치 한 편의 로맨스 영화같은 구성이 일품입니다. 배경은 브랜든 플라워스의 고향이자, 그가 많은 시간을 보낸 라스베이거스의 호텔이지요. 화려한 관광지의 밤과는 대조적인 하우스키퍼의 건조한 일상은 킬러스로 데뷔 전, 한 때 호텔 벨보이로 일했던 브랜든의 과거를 투사한 듯 합니다. ‘Give me a shot at the night, Give me a moment some kinda mysterious’ 등의 노랫말은 배우들의 연기와 어우러져 매 순간 애틋한 장면을 연출하지요.

 

베스트 앨범 <Direct Hits>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들

마지막으로 베스트 앨범 <Direct Hits>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들을 챙겨볼까요? ‘Shot at The Night’과 더불어 수록될 신곡 ‘Just Another Girl’은 킬러스의 오랜 파트너이자 세계적인 프로듀서 스튜어스 프라이스(Stuart Price)의 작품입니다. 그는 카일리 미노그, 마돈나, 펫 숍 보이즈 등의 뮤지션들과 작업하며 수많은 역작을 남겼지요.

디럭스 버전은 좀 더 알찬 선곡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Mr. Brightside’의 데모 버전과 <Battle Born> 앨범에 수록된 ‘Be Still’, 그리고 최근 UK 차트에서 마이클 잭슨의 기록을 갱신하며 화제를 이끈 댄스 뮤직 프로듀서 캘빈 해리스(Calvin Harris)의 ‘When You Were Young’ 리믹스 트랙이 수록됩니다. 절친한 스튜어트 프라이스부터 M83과 캘빈 해리스까지, 다양한 장르의 음악 프로듀서들과 교류하며 신의 흐름을 놓치지 않는 킬러스의 센스가 돋보입니다.

한 편, 브랜든은 최근 언론 인터뷰를 통하여 2015년경 두 번째 솔로 앨범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2010년 첫 솔로 앨범 <Flamingo>를 발표하며 화제를 모았는데요, 현재 진행중인 <Battle Born> 투어를 마치는 대로 내년에는 새 앨범 작업에 착수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동시에 집으로 돌아가 가족과 평범한 시간을 보내는 것에 대한 기대도 내비쳤습니다. 브랜든 뿐만 아니라 오랜 투어로 휴식이 필요할 킬러스 멤버들 모두가 머지않아 더 좋은 모습으로 팬들과 만나길 고대합니다.

 

2003년부터 2013년까지, 킬러스의 지난 10년을 결산한 <Direct Hits>는 전세계 팬들과 뜨겁게 호흡한 밴드의 지난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있습니다. 이번 앨범을 계기로 밴드가 팀의 결의를 다시금 다지고, 나아가 더 알차고 뜨거운 음악으로 우리와 오랫동안 함께 해주길 바랍니다.

 

 

현대카드 슈퍼 시리즈 2013년 10월

 

▶ 원문 링크

한 그룹, 혹은 밴드가 팀 워크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솔로 활동을 펼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만큼 멤버들 간의 두터운 신뢰와 협력, 완급 조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따로 또 같이’, 오랜 시간 동안 팀 플레이를 유지중인 킬러스의 멤버별 솔로 활동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맨 중의 맨, 브랜든 플라워스의 가족 사랑
솔로 활동에 대한 언급을 하자면, 앞서 프론트 맨에 대한 이야기를 꺼낼 수 밖에 없겠다. 국내 팬들에게 일명 ‘브랜든 꽃’이라는 별명으로 불리우는 멤버 브랜든 플라워스. 그는 킬러스의 얼굴이자 목소리이며, 송 라이팅의 핵심을 담당하고 있다. 가창력, 쇼맨십 등 보컬리스트가 가져야 할 기본 소양뿐만 아니라 빼어난 비주얼과 스타일 등 스타성으로도 주목 받는 그. 이렇듯 무대 위에선 한없이 빛나던 한 스타의 가족사가 전면적으로 드러난 건 2010년의 어느 날이었다. 2년간 뇌종양으로 투병중이던 브랜든의 모친이 갑작스레 세상을 떠난 것이다. 이로 인해 그는 킬러스의 모든 스케줄을 취소하고 가족들과 함께 어머니의 임종을 함께 했다. 부모님은 어릴 적부터 그에게 피아노를 가르치는 등 늦둥이로 태어난 막내 아들이 음악을 업으로 삼는 것에 대해 항상 응원해주었다고 하니, 소중한 버팀목을 잃은 브랜든의 슬픔은 이루 말할 수 없었을 터.
부모님에 대한 그의 사랑은 2009년 발표된 킬러스의 싱글 ‘A Dustland Fairytale’에서 드러났다. 두 분의 만남을 신데렐라의 동화에 비유하며, 마치 본인이 직접 본 것처럼 회고하는 브랜든의 목소리는 이러한 사연 때문인지 한층 더 처연하게 들려온다.

 


The Killers – A Dustland Fairytale

같은 해 가을, 브랜든은 첫 솔로 앨범 <Flamingo>를 발표한다. 앨범과 투어로 정신없이 내달리며 살던 중, 어머니를 잃은 상실감과 창작욕이 긍정적으로 맞물렸던 것이다. 이는 특히 그의 고향인 라스베이거스에 대한 향수가 듬뿍 담긴 결과물로 발현된다. 앨범명 ‘Flamingo’는 라스베이거스의 고속도로에서 따온 이름으로, 그는 이 음반을 고향을 대표하는 앨범으로 만들고 싶었다고 전한다. 그의 인기를 반증하듯, 본 앨범은 영국 앨범 차트 1위로 진입하며 큰 주목을 받았다.
<Flamingo>는 톱 밴드 프론트 맨의 데뷔 앨범답게 참여진 또한 대단했다. 킬러스와 수많은 작업을 해오며 ‘킬러스 제5의 멤버’라는 별칭을 얻은 음악계의 거물 스튜어트 플라이스 외 다니엘 라노아, 브렌든 오브라이언 등 화려한 라인업이 프로듀서로 가세하였고, ‘Crossfire’의 뮤직비디오에는 샤를리즈 테론이 출연하였다. 한 편, 음악지 NME는 ‘오직 냉혈한만이 이 노래에 감동받지 않을 것이다’라는 극찬을 남겼다.
특히 앨범 수록곡 중 제니 루이스가 보컬로 참여한 ‘Hard Enough’는 브랜든이 아내 타나와 떨어져있을 때의 그리움과 애정을 가감없이 드러낸 곡으로 알려졌다. 20대 초 기부 숍에서 만나 비공개 결혼 후, 현재 슬하에 3명의 아들을 둔 브랜든 부부의 사랑은 팬들의 부러움을 살 정도로 굳건해 보인다. 한 편, 타나는 암 센터 기부 활동을 위해 삭발을 감행할 정도로 사회 공헌 활동에 대한 관심도 지대한데, 브랜든 또한 아내의 이런 점을 매우 존경한다고.

 

 

 


꽃보다 남자, 패션 아이콘 브랜든 플라워스
한 편, 브랜든은 유부남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모델 같은 프로포션으로 각종 패션 매거진의 아이콘으로 주목받고 있다. 2005년 NME Awards의 베스트 드레서와 가장 섹시한 남자, 2008년 GQ와 2011년 NME Awards의 가장 스타일리시한 남자, 그리고 2012년 Q Awards의 Idol Award 우승 등 노미네이트 된 것까지 합치면 손이 열 개도 모자랄 정도.
특히 트레이너와의 꾸준한 체형 관리로 늘 날씬한 몸매를 유지하는 그는 디올 옴므의 콜렉션 의상을 즐겨 입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앨범 <Day & Age> 투어 시에는 마치 70년대 록 스타를 연상시키는 깃털 재킷을 선보이며 자신만의 스타일을 확고히 했다.


혼자서도 잘해요, 킬러스의 솔로 활동 B-Sides
히트 앨범 <Day & Age>의 투어를 성황리에 마친 밴드는 휴식과 동시에 각자의 음악적 자유를 존중한 솔로 활동을 허한다. 브랜든 외에도 드러머인 로니 배누치 주니어와 마크 스토머도 각자의 음반을 작업하며, 킬러스와는 다른 느낌의 끼를 발산하였다. 2011년 공개된 <Big Talk>는 드러머 로니 배누치 주니어가 제이슨 므라즈, 미카 등 스타 뮤지션들의 음반 작업에 참여한 프로듀서 조 치카렐리와 함께 한 앨범. 로니는 여기서 킬러스에서의 포지션인 드럼 외 보컬, 기타, 베이스 기타, 키보드 등 모든 악기를 단독으로 소화해내며 눈길을 끌었다. 이 앨범은 Spinner, SPIN같은 음악 매거진에서도 여러 장점이 언급되며 훅과 멜로디가 인상적인 댄스 록 앨범으로 평가 받았다.
한 편, 같은 해 베이시스트 마크 스토머도 보다 블루스, 포크의 영향력이 짙은 솔로 앨범 <Another Life>를 발표했다. 그 또한 로니와 마찬가지로 보컬부터 프로그래밍까지, 모든 파트의 프로듀싱을 담당하는 ‘올 라운드 플레이어’를 자청했다. 이 앨범은 <Day & Age>의 투어가 끝나갈 때쯤, 호텔의 랩탑과 개러지 밴드에 저장했던 데모를 토대로 만들어졌다고. 한 편, 앨범에는 플라시보의 서포트 밴드로 참여했던 하울링 벨즈(Howling Bells)의 글렌 물과 조엘 스타인, 그리고 루이스 더 포틴스(Louis XIV)의 제이슨 힐이 참여하여 우정을 과시했다.

밴드가 오래간다는 건 분명 재능이다. 특히 이토록 수많은 이해 관계가 얽힌 뮤직 비즈니스 시장에서라면 더욱 그렇다. 적잖은 시간 동안 굳건한 의리와 우정으로 상호 협력하고 있는 킬러스의 모습은 ‘역시 빅 밴드답다’는 말과 함께 엄지 손을 치켜들게 한다. 언젠가 호호백발  뮤지션이 되는 그 날까지, 언제나 무대 위에서 팬들을 감동시키고 북돋아주는 치명적인 밴드 킬러스로 남아주기를!

 

 

현대카드 슈퍼 시리즈 2013년 9월


▶ 원문 링크

 

 

메이저 데뷔 이후 70년대 고딕 록, 80년대 신스 팝의 긍정적인 면을 수혈하며 자기만의 색을 구축한 밴드로 평가 받는 밴드, 킬러스. 10월 3일 단독 내한 공연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 12 The Killers’를 앞두고 그들이 유명 영화 감독 및 스타들과 협업해 온 뮤직 비디오를 감상해보며 이에 대한 흥미로운 비화들을 탐구해보자.

 

컬트 마니아들의 끈끈한 정, 킬러스와 팀 버튼


얼마 전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 9번째 시리즈로 내한한 그로테스크 감성의 대가, 팀 버튼(Tim Burton) 감독과 킬러스의 인연은 유독 돈독하다. 추측하건대, 이들이 친분을 쌓게 된 계기는 고스 록, 컬트 영화에 대한 독특한 취향때문은 아니었을까. 이는 그들이 함께 작업한 뮤직비디오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현재 각자 세계적으로 각광받는 스타 아티스트와 영화 감독의 위치임에도 불구하고, 70년대 컬트 마니아들의 구미를 자극할만한 요소들을 과감하게 드러내는 점이 보기 좋다.

 

The Killers – Bones


팀 버튼과 킬러스의 첫 작업은 2006년 2번째 정규 음반 <Sam’s Town>의 수록곡 ‘Bones’로, 뮤직비디오에는 사랑에 빠진 해골 형상의 남녀가 등장한다. 이는 마치 팀 버튼의 영화 <유령 신부>의 한 장면을 연상시키는데, 이 배역은 우리에게 익숙한 슈퍼 모델 데본 아오키와 미국 드라마 <90210>의 배우 마이클 스티거가 맡았다. 이 비디오로 팀 버튼은 2007년 NME Awards 베스트 비디오 상 수상의 영예를 안는다.

 

The Killers – Here With Me


이에 박차를 가해 두 번째 협업은 명작 영화 <가위 손>의 여주인공, 위노나 라이더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Here With Me’로 이어진다. 이는 킬러스의 가장 최근 앨범 <Battle Born>에 수록된 러브 발라드. 팀 버튼이 1935년 제작된 공포 영화 ‘Mad Love’에 영감을 받았다는 이 비디오는 인간과 마네킹을 오가는 위노나 라이더의 모습이 인상적으로, 이는 마치 그리스 신화에서 자신이 만든 피규어와 사랑에 빠진 조각가의 이야기를 다룬 피그말리온 이야기를 떠오르게 한다. 이렇게 연달아 팀 버튼과 두 작품을 함께 한 킬러스는 2012년 영화 <다크 섀도우>의 엔딩 송을 부르며 상부상조의 좋은 예를 보여주었다.


맨체스터 오타쿠들의 만남, 킬러스와 안톤 코르빈

 


The Killers - All These Things That I've Done


킬러스의 음악적 출발점이 포스트 펑크, 즉 80년대 영국 맨체스터 사운드에서 시작되었다는 건 그들의 음악에 관심이 있다면 쉽게 알 수 있는 사실이다. 사실 밴드명부터 뉴 오더의 뮤직 비디오 ‘Crystal’에 등장하는 가상 밴드에서 따왔을 정도로, 이들은 당시의 사운드에 상당히 경도되어 있었단다. 재미있는 점은 킬러스가 뉴 오더의 전신이 된 밴드, 조이 디비전의 프론트 맨 이언 커티스의 전기 영화 <컨트롤>을 감독한 안톤 코르빈과 인연을 맺었다는 것. U2, 디페쉬 모드, 너바나 등 많은 스타 밴드의 뮤직 비디오를 감독한 그 역시 조이 디비전의 열렬한 팬이었다고 한다. 고로 킬러스 멤버 전원이 미국의 카우보이로 변신하며 영국풍 펑크 송을 부르는 ‘All These Things That I’ve Done’의 비디오는 과거의 향수에 대한 두 아티스트의 오묘한 문화적 재현인 셈이다. 한 편, 킬러스는 <컨트롤>에 삽입된 조이 디비전의 ‘Shadowplay’를 부르며 트리뷰트의 정점을 찍기도.


영화인들과의 긴밀한 협력

 

The Killers – Miss Atomic Bomb


킬러스의 뮤직 비디오 목록에는 특히 영화 감독들의 이름이 많이 보이는데, 이는 그들이 음악뿐만 아니라 문화 전반에 다양한 관심을 갖고 있음을 반증하는 부분이다. 앞서 언급한 두 감독 외에도, 그들의 많은 작품에서 다양한 영화계 인사들의 이름을 확인해 볼 수 있다. 크리스마스 EP의 수록곡 ‘Boots’는 <나폴레옹 다이너마이트> <나쵸 리브레> 등 주로 코미디 영화를 감독해 온 자레드 헤스가 본인의 작품과는 사뭇 다른 톤의 분위기를 연출하였다. 한 편, 실사와 애니메이션의 혼용 버전으로 제작된 ‘Miss Atomic Bomb’의 비디오는 <터미네이터>, <스타워즈>의 비주얼 디렉터이자 다프트 펑크의 앨범 아트워크를 담당한 워렌 푸가 맡았다. 이는 경사스럽게도 2013년 MVPA Awards 최고의 애니메이션 비디오 부문을 수상하기도 했다.

 


The Killers – Mr.Brightside


이 외 유명 배우들과의 인연 또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크리스마스 EP의 ‘Don’t Shoot Me Santa’는 우리에게 ‘크리미널 마인드’의 배우로 익숙한 매튜 그레이 구블러가 연출을 맡았다. 킬러스를 있게 해준 곡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Mr.Brightside’에는 <코요테 어글리>에 출연한 이자벨라 미코가 영화 <물랑 루즈>풍의 벌레스크 쇼 걸로 출연했으며, 밴드의 프론트 맨 브랜든 플라워스의 솔로곡 ‘Crossfire’에는 명배우 샤를리즈 테론이 열연하여 화제를 모았다.
밴드 결성 10여 년, 네임 밸류를 가리지 않고 다방면에 안테나를 세우고 있는 킬러스의 태도는 우리를 흥분시키기 충분하다. 이에는 분명 밴드와 스태프들의 세심한 노력이 숨어있을 것. 올 가을, 랜선과 컴퓨터 화면을 넘어 넓은 무대 위에서 우리의 오감을 사정없이 자극할 네 남자의 모습을 상상하며, 떨리는 마음으로 그들의 뮤직 비디오를 한 편 한 편 재생해본다.

 

 

현대카드 슈퍼 시리즈 2013년 8월

 

▶ 원문 링크

+ Recent posts

'현대카드' 태그의 글 목록 :: midnight madness

 

 

Kenichiro Nishihara [Illuminus]

 

새로 쓰는 재즈 힙합사

 

켄이치로 니시하라의 음악은 우선 듣기 편하다. 재즈 피아노를 쳤던 어머니의 영향으로, 고교생 때부터 음악 디렉터로 활동한 그의 재능은 이지 리스닝 음악에 최적화된 것 같다. 지난 앨범들을 살펴보면 누자베스(Nujabes)로 대표되는 재즈 힙합을 표방하면서, 일본풍 클럽 뮤직이 결합된 느낌을 준다. 편의상 '시부야 계'로 불리우는 다이시 댄스나 프리 템포같은 뮤지션에 친숙한 국내 대중에게 지난 앨범은 모두 좋은 반응을 얻었다.
세 번째 정규작 [Illuminus]는 전작들의 분위기를 무리없이 이어나간다. 더불어 'Get Inside Your Love', 'Thinking Of You'나 'Serendipity' 같은 곡은 멜로디 자체로 듣기 좋다. 최근 한창 빛을 보고 있는 실력파 R&B 보컬 정기고와 작업한 선례를 남긴 점도 눈여겨 볼만 하다.
이 앨범이 발표된 해에 그는 별도의 일렉트로닉 프로젝트 에스노(ESNO)를 시작했다. 이제는 그의 음악이 전 세대와는 다른 문법으로 읽혀야 할 시기라는 걸, 스스로도 짐작한 것일까. 본 작이 그 모호한 경계선을 깔끔하게 지워주는 건 아니지만, 변화의 지점에서 발표된 앨범이란 점은 주시할 만 하다.

 

▶ 현대카드 MUSIC 링크

 

 

우효 [소녀감성]

 

누구보다 영민한 소녀의 내면고백

 

어쿠스틱 감성의 일렉트로닉 팝은 이미 흔한 소재라 하지만 실력있는 음악가는 어떤 환경, 어떤 장르에서든 주목 받기 마련이다. 나직한 음색과 뛰어난 작곡 실력, 그리고 담담히 가사를 써나가는 뮤지션 우효는 21살의 신예다. 데뷔 EP [소녀감성]은 그녀가 고교생 때부터 로직과 키보드로 습작한 곡을 토대로 완성한 앨범이다. 일렉트로닉과 가요를 오가며 활동중인 에니악(eniac)은 편곡과 프로듀싱에 힘을 보태어, 원석같은 데모곡을 완성품으로 만드는 데에 일조했다.
음악가에게 과도한 욕심을 내지 않는 것, 감정을 적당히 절제시킬 수 있다는 건 보기 좋은 재능이다. 우효는 이를 본능적으로 알고 있는 것 같다. 90년대 가요의 찬란했던 감성을 자극하면서 자기 목소리를 앞세우는 감각은 높이 살 만 하다. 어쿠스틱 감성이 두드러지는 '빈야드'와 'Teddy Bear Rises'가 이를 입증한다.
앨범 제목에서 예상되는 짐작과는 달리 모든 가사가 어른스럽다. 억지 하나없이 자연스러운 감정의 결과물로 느껴지는 게 무엇보다 좋다. 스물을 지나 이십대 중반, 훗날 서른을 지나는 이야기마저 궁금해지게 하는 흥미로운 데뷔작이다.

 

▶ 현대카드 MUSIC 리뷰

 

 

 

Caro Emerald [Deleted Scenes From The Cutting Room Floor]

 

질릴 틈 없는 레트로 스윙의 맛

 

유럽 팝 재즈 신에 혜성처럼 나타난 싱어 카로 에메랄드의 데뷔 앨범이다. 그녀는 본 작품으로 모국인 네덜란드에서 마이클 잭슨의 [Thriller]가 달성한 최고 차트 기록을 다시 썼다. 무려 104주간 1위에 머물러 있었다고 하니 이야말로 진정한 스테디 셀러가 아닐까.
폭발적 인기가 과장이 아닐 만큼 본 앨범은 뚜렷한 장점을 지닌다. 재지하면서도 팝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카로의 음색은 스윙의 장르적 장점을 최대한 부각시킨다. 기승전결이 뚜렷한 곡이든 보사노바든 어느 곡이나 절묘하게 녹아드는 목소리는 언제든 듣기 좋다. 프로덕션 역시 훌륭한데, 누 재즈(Nu Jazz)와 라운지의 품위를 유지하면서도 끊임없이 분위기를 환기시키는 모양새는 자뭇 흥미롭다.
이러한 특질 덕에 그녀의 많은 곡들이 국내에서 큰 표절의 몸살을 앓았다. '표절곡의 원조 가수'라는 껄끄러운 이미지로 유명세를 타는 분위기는 다소 안타까웠다. 그보다는 들을수록 빠져드는 카로 에메랄드의 매력이 보다 많은 이들에게 알려지길 바란다.

 

▶ 현대카드 MUSIC 리뷰

 

 

써드코스트 [Altered Surface]


아쉬움으로 남은 음악적 외도

 

써드 코스트(3rd Coast)는 프로듀서 권석민, 보컬 한소현, 랩퍼 최지호로 구성된 일렉트로닉 재즈, 힙합 그룹이다. 가요, CF 음악, 타 가수 피처링 등 다양한 경력을 지닌 멤버들은 데뷔작 [First Collection]을 훌륭한 결과물로 이끌었다. 수록곡 'Urbanize'는 진보(JINBO)의 2집 타이틀곡 'Fantasy'의 도입부로 샘플링 되었고, 한소현은 스탠딩 에그, TBNY 등의 앨범에 참여하며 장르를 가리지 않는 보컬 실력을 입증했다.
이후 그들은 음악 게임 DJMAX 및 외부 작업에서 보다 활발한 모습을 보였는데, 이것이 팀 앨범 작업에는 독으로 작용한 듯 하다. 본 EP는 데뷔 앨범에서 느껴졌던 짙은 음악색과 향후 발전성이 증발된 느낌이 든다. 새로운 시도는 다소 현학적으로, 신선했던 라운지 트랙들은 평이한 트랙으로 전락했다. 물론 정규작과 적은 곡 수의 EP를 비교하는 건 무리일 지 모른다. 그러나 전체 곡의 성취와 진입 장벽만 놓고 보더라도 지난 앨범에 더 손이 가는 건 어쩔 수 없다.

 

▶ 현대카드 MUSIC 리뷰

 

 

 

Cash Cash [Take It To The Floor]

 

흥미로운 일렉트로닉 성장 드라마

 

현재의 캐쉬 캐쉬(Cash Cash)를 아는 이들에게 이 앨범은 상당히 의외의 모습으로 느껴질 것이다. 이제는 하나의 장르로 여겨지는 EDM(Electronic Dance Music) 트랙들을 주로 선보이는 이들이 일전에 록 밴드로 활동했다는 건, 사실 놀랄 일은 아니다. 록이 새삼 댄스 음악에 대한 강박에 시달리던 2000년대 중 후반, 캐쉬 캐쉬 또한 팀명과 멤버 교체 등의 변화를 겪으며 지금의 모습을 갖게 되었다.
비유하자면, 본 작은 '청년' 캐쉬 캐쉬의 청소년기와도 같은 앨범이다. 이모 팝 성향의 밴드 셋 위에서 댄서블한 영역을 담당하는 건 보코더와 토크 박스의 몫이다. 특히 'Party In Your Bedroom'에서 느껴지는 멜로디와 훅에 대한 센스는 무척 뛰어나다. 그들이 왜 수많은 장르 중 EDM으로 승승장구하게 되었는지 단 번에 느껴지는 곡이다. 탄탄한 멜로디와 건강한 록 에너지는 훗날 특유의 코드 워크와 훅을 잡아내는 센스로 작용했으리라.
그들이 이따금 겉돌거나 작위적인 인상이 드는 일렉트로닉의 느낌을 배제하고, 아예 EDM으로 장르를 전환한 것은 현명한 선택이었다. 어느 쪽이든 즐겁고 흥겨운 느낌은 건재하다.

 

▶ 현대카드 MUSIC 리뷰


 

'music review' 카테고리의 다른 글

Florrie - Sirens 外  (0) 2014.09.29
Spiritualized - Ladies & Gentlemen We Are Floating In Space 外  (0) 2014.08.27
Ursula 1000 - Mondo Beyondo (2011)  (0) 2014.08.14
Andrea Corr - Lifelines (2011)  (0) 2014.08.14
Silver Swans - Secrets (2011)  (0) 2014.08.14

 

 

Florrie [Sirens]

 

새로운 디바에게 거는 기대

 

2010년부터 언더그라운드에서 꾸준히 솔로로써의 경력을 쌓아 온 싱어 송 라이터 플로리(Florrie). 과거지향의 마케팅으로 성공한 라나 델 레이(Lana Del Rey)가 그렇듯, 80년대 복고 사운드를 추구한 그녀의 등장은 고무적이었다. 디스코 텍으로 소환하는 듯 한 'Free Falling', 전설적인 신스 록 밴드들을 연상케 하는 'Wanna Control Myself'은 프로듀싱 적으로 나무랄 데 없다.
허나 4년의 활동량에 비해 아직 강력한 히트 곡이 없다는 점은 의구심을 남긴다. 그녀가 스타가 되려면 디바로써의 '번뜩'이는 무언가가 필요할 것이다. 보컬, 송 라이팅 능력, 프로듀서 진까지 모든 병력은 갖춰졌다. 아직 나오지 않은 정규 앨범 탓이라면 조속한 발매를 기대한다. 이제는 강력한 한 방이 필요할 때다.

 

▶ 현대카드 MUSIC 링크

 

 

 

Nuol [The Misson 2]

 

다양한 MC들의 활약이 빛난 앨범

 

레게 듀오 쿤타 앤 뉴올리언스로 이름을 알린 프로듀서 뉴올은 다작의 아이콘으로 유명하다. 쿤타(Koonta)를 포함 마이노스(Minos), 스윙즈(Swings)와 함께 한 ‘1 MC 1 프로듀서’ 프로젝트는 그의 부지런함을 입증한다. 이후 뉴올은 활발한 작품 활동으로 레게의 강박을 벗어나 힙합 프로듀서의 모습을 되찾았다.
1집 [The Mission 1]이 어느 정도 대중성을 의식한 앨범이라면 [The Mission 2]는 조금 색다르다. 비트는 훨씬 무거워졌고 보다 다양한 신예들이 모였다. ‘내 갈 길 가겠다’는 느낌이랄까. ‘힙합 왕자’ 빈지노부터 스윙즈(Swings)와 프리스타일 강자 허클베리 피(Huckleberry P)까지, 다양한 MC들이 자유로운 플로우를 선보인다. ‘Never Going Back’이나 ‘어머니의 일기장’같은 스토리텔링도 눈여겨보면 좋겠다. 어쩌면 힙합 음악을 다소 마이너한 방향으로 다룬 앨범일 수 있지만, 누군가는 꼭 해야 하는 일을 해낸 느낌이다.


▶ 현대카드 MUSIC 링크

 

 

 

Tonight Alive - [What Are You So Scared Of?]

 

다소 지루한 멜로딕 펑크 레퍼런스

 

호주의 펑크 밴드 투나잇 얼라이브(Tonight Alive)의 데뷔작이다. 그들은 추구해 온 음악의 장르적 특성만큼 라이브에 강한 밴드다. Sum41, 3OH!3, 심플 플랜 등과 함께 본국과 영미권을 돌며 많은 투어 경력을 쌓았고, 본 앨범의 음악 또한 페스티벌에 어울릴 법한 팝 펑크 위주다.
수록곡 자체의 문제보다는 이것이 동류 장르의 팀들보다 월등히 뛰어나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아쉽다. 처음부터 끝까지 힘주고만 달리니 다수의 트랙이 지루하게 들린다. 대세의 영향도 있겠지만 근래 들어 밴드는 초기의 밝고 경쾌한 이미지와는 조금 다른, 이모 록 밴드의 성향을 띈다. 특히 영화 [어메이징 스파이더 맨 2]에 수록된 ‘The Edge’같은 트랙은 매우 인상적인 변화다.

 

▶ 현대카드 MUSIC 리뷰

 

 

 

Urban Corner - [The City Of Brokenheart]

 

걸작이 될 뻔한 수작

 

어반 코너(Urban Corner)의 음악적 뿌리가 록이나 일렉트로닉이 아닌 버벌 진트, 데프콘 등을 배출한 흑인음악 동호회(PC 통신 나우누리의 ‘SNP’)라는 것은 흥미로운 점이다. 때문에 그룹은 SNP 출신이자 프로듀서 트리쉬(Trish)의 힘이 크게 느껴진다. ‘어느 한 트랙도 스킵되지 않는 베스트 앨범이길 기대하며 만들었다’는 만큼, 안정적인 코드워크와 사운드의 질감은 첫 트랙부터 신뢰를 준다.
트리쉬가 좋은 프로듀서라는 점은 분명하지만, 동시에 좋은 보컬인지는 미지수다. 미성의 목소리는 모든 곡을 소화할 만큼 유려해 보이진 않는다. 또한 소울맨(Soulman)을 제외한 외부 음악가들이 제 실력만큼의 기량을 발휘하지 못 한 것도 아쉬운 부분이다. ‘이별 노래 모음집’이라는 앨범 콘셉트가 낳은 결과라면, 차기작은 보다 다양한 구성을 기대해본다.

 

▶ 현대카드 MUSIC 리뷰

 

 

 

Spiritualized - Ladies & Gentlemen We Are Floating In Space

 

음악에 있어 독선적이지만 그만큼 열정이 충만했던 팀의 리더 제이슨 피어스가 키보디스트 케이트 래들리와의 이별 후 발표한 앨범이다. 몸과 마음의 병을 동시에 앓던 그에게 음악은 유일한 탈출구였을까. 본 앨범은 당대 밴드 사운드의 논리를 재편성하며 훗날 ‘포스트 록의 교본’으로 추앙 받는다.
브릿 팝의 잔영이 느껴지는 ‘Come Together’, 속주하는 록 사운드의 ‘Electricity’, 스트링 중심의 처연한 발라드 ‘Broken Heart’ 등 겹쳐지고 부서지는 노이즈는 낯선 공간감을 형성한다. 록의 범주 내에서 왈츠, 가스펠, 클래식까지 허용하는 프로덕션의 힘이 느껴진다.
영적으로 승화한다는 의미를 가진 밴드명처럼 종교적 감화와 사이키델릭의 충만함이 느껴지는 앨범이다. 한 편, 열혈 팬이 아니라면 특유의 노이즈 사운드에 공감하긴 어려울 것 같다.

 

▶ 현대카드 뮤직 리뷰

 

 

 

Love X Stereo - Glow

 

밴드 음악이 댄스 음악과 융합한 사례는 많지만 성공 케이스가 드문 이유는 뭘까. 전혀 다른 장르를 시도한다는 것이 그만큼 어려운 도전이기 때문일 것이다. 여기서 러브엑스테레오의 전신이 연차 있는 멜로딕 펑크 밴드 스크류 어택이라는 점은 자뭇 흥미롭다. 그들이 과감히 일렉트로닉 록에 도전할 수 있었던 건 온전히 멤버들의 역량이었다. 스크류 어택 시절이던 2005년, 보컬 애니를 영입 후 멤버가 재정비 되며 그룹은 현재까지 좋은 팀워크를 유지중이다.
전곡의 가사가 영어로 쓰여진 것이 자연스러울 만큼 EP [Glow]는 깔끔한 구성을 자랑한다. 영롱한 분위기의 타이틀곡 ‘Lose To Win’, 통통 튀는 신스 팝 ‘Fly Over’에 비하면 기타 사운드를 내세운 ‘Secrets’는 로킹한 얼터너티브다. 국내 클럽 신에서 오랜 시간 활동한 드럼 앤 베이스(D&B) 프로듀서 제이패스(J-Path)를 섭외 한 점도 눈에 띈다. 어느 곡에나 무난히 녹아드는 애니의 보컬과 세련된 프로듀싱은 정규 앨범을 기대하게 만든다.

 

▶ 현대카드 뮤직 리뷰

 

 

 

24Hours - Party People

 

2000년대에 들어서 음악 신에는 복고의 시류를 타고 수많은 개러지 록 밴드가 등장했다. 공연장을 메우는 먹먹한 기타 디스토션과 빈티지 멜로디, 사포질 한 듯 거친 목소리에 관객들은 열광했다. 24아워즈는 이러한 움직임의 후발 주자라는 점에서 어떻게 보면 유행을 따르지 않은 것이 된다. 로큰롤과 개러지 록이라는 ‘폼’을 따르고는 있지만, 이는 음악을 들려주기 위한 단지 하나의 형태로 느껴진다. 무엇보다 그것을 확신하게 하는 것은 타고난 노래꾼으로 보이는 이승진의 보컬이다. 독특한 음색과 프론트 맨의 소질을 두루 갖춘 그는 앞으로도 다양한 재주를 펼칠 것 같다.
대표곡 ‘째깍째깍’처럼 만개한 젊음도 좋지만, 보다 밴드의 청사진이 정확히 그려지는 건 매력적인 멜로디 라인의 ‘WHY’와 여유로운 분위기의 ‘숨 쉴 수 없어’다. 앨범 전반적으로 가사의 성취는 다소 아쉽다.

 

▶ 현대카드 뮤직 리뷰

 

 

 

New Found Glory - Catalyst

 

뉴 파운드 글로리의 음악은 젊고 건강한 스케이트 보더를 연상케 한다. 특히 [Catalyst]는 빌보드 차트 3위에 랭킹 되며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앨범인 만큼 경쾌한 팝 펑크 트랙으로 가득하다. 조던 펀딕의 목소리는 10년이 지나도 늙지 않을 소년의 그것이며, 메탈코어 밴드 샤이 훌루드 출신으로 알려진 채드 길버트의 기타 연주는 시종일관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한다.
인트로를 지나 첫 곡 ‘All Downhill From Here’부터 강렬하게 박힌 인상은 록 발라드 ‘I Don’t Wanna Know’, ‘Ending In Tragedy’에서만 다소 완화될 뿐 한결같이 씩씩하다. 조금 아쉬운 것은 ‘No News Is Good News’처럼 멜로디가 쏙쏙 박히는 곡이 드물다는 것이다. 하지만 앨범은 펑크와 하드코어를 잘 모르는 이들도 쉽게 들을 수 있을 만큼 팝적이다. 얼핏 들으면 흔한 미국 청춘 드라마 주제가 같지만, 페스티벌에서 만난다면 그 열기에 흠뻑 취할 수 있을 것 같다.


▶ 현대카드 뮤직 리뷰 

 

 

'music review' 카테고리의 다른 글

Kenichiro Nishihara - Illuminus 外  (0) 2014.11.04
Florrie - Sirens 外  (0) 2014.09.29
Ursula 1000 - Mondo Beyondo (2011)  (0) 2014.08.14
Andrea Corr - Lifelines (2011)  (0) 2014.08.14
Silver Swans - Secrets (2011)  (0) 2014.08.14

 

 

지난 10월 5일,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 12 The Killers를 통하여 첫 내한 공연을 성공리에 마친 슈퍼 밴드 킬러스. 그들이 한국을 방문한지 얼마 되지 않아, 우리에게 다시금 반가운 소식을 전합니다. 오는 11월 11일, 첫 베스트 앨범이자 지난 10년 간의 히트곡을 수록한 <Direct Hits>를 발매하기로 한 것이죠. 또한 보컬리스트 브랜든 플라워스는 두 번째 솔로 앨범을 계획중이라고 합니다. 현재 세계 각국을 무대로 <Battle Born> 투어를 지속중인 킬러스의 근황, 지금부터 하나씩 살펴볼까요?

 

10년간의 집대성, 베스트 앨범 <Direct Hits>와 싱글 ‘Shot at the Night’

11월 11일 발매되는 킬러스의 첫 베스트 앨범 <Direct Hits>는 ‘Mr.Brightside’, ‘Smile Like You Mean It’, ‘Human’ 등 히트곡 13곡과 신곡 ‘Shot at the night’, ‘Just Another Girl’까지 총 15곡이 수록됩니다. 이 중 ‘Shot at the Night’은 국내에는 9월 23일에 싱글로 발매 되었지요. 밴드명과 곡 제목을 모스 부호로 표기한 프론트 커버가 인상적입니다. 이 곡은 프랑스 일렉트로닉 밴드 M83의 앤서니 곤잘레스(Anthony Gonzalez)가 메인 프로듀서로 참여하여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지난 여름부터 두 뮤지션의 협업 소식은 각종 매거진과 킬러스의 인터뷰를 통해 이슈화 되며 팬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지요.

‘Shot at the Night’은 킬러스 특유의 아련한 노랫말과 브랜든의 호소력 짙은 목소리, 그리고 M83의 웅장한 사운드 스케이프가 감각적으로 어우러진 곡입니다. 두 밴드는 킬러스의 <Day & Age> 투어를 동행하며 인연을 맺었다고 하지요. M83은 빌보드 일렉트로닉 차트 1위를 기록하기도 했으며 슈게이징과 포스트 록, 드림 팝 사운드로는 독보적인 팀입니다. 톰 크루즈가 출연한 영화 <오블리비언>의 OST에 참여하며 영화 음악 프로듀서로의 발판을 다지기도 했지요.

 

 

라스베이거스의 잠 못 이루는 밤, 신곡 ‘Shot at the Night’ 뮤직비디오

‘Shot at the Night’는 뮤직 비디오 또한 인상 깊습니다. 로보쇼보(Roboshobo)라는 별칭으로 알려진 LA 출신의 영상 디렉터 로버트 쇼버(Robert Schober)가 메가폰을 잡았지요. 그는 메탈리카, 그린 데이, 마이 케미컬 로맨스 등 많은 록 밴드들과 작업한 유명 감독입니다. 킬러스와는 컨트리 크리스마스 송 ‘Cowboy’s Christmas Ball’, 베이시스트 마크 스토머의 ‘Weary Soul’ 등의 뮤직 비디오를 작업하며 연을 이어가고 있지요.

‘Shot at the Night’ 뮤직 비디오의 특징 중 하나는 아리따운 여배우가 주연인 드라마 뮤비라는 점입니다.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 9번째 주인공, 팀 버튼 감독의 영화 <다크 셰도우>에 출연한 호주 출신의 배우 벨라 헤스콧(Bella Heathcote)이 지루한 일상에 지친 하우스키퍼(호텔 객실 청소 매니저)로 등장합니다. 상대역은 영화 <소셜 네트워크>, <인턴십>에 등장한 영국 배우 맥스 밍겔라(Max Minghella)인데요, 그녀에게 거짓말 같은 하룻밤을 선사하는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됩니다.

뮤직 비디오는 마치 한 편의 로맨스 영화같은 구성이 일품입니다. 배경은 브랜든 플라워스의 고향이자, 그가 많은 시간을 보낸 라스베이거스의 호텔이지요. 화려한 관광지의 밤과는 대조적인 하우스키퍼의 건조한 일상은 킬러스로 데뷔 전, 한 때 호텔 벨보이로 일했던 브랜든의 과거를 투사한 듯 합니다. ‘Give me a shot at the night, Give me a moment some kinda mysterious’ 등의 노랫말은 배우들의 연기와 어우러져 매 순간 애틋한 장면을 연출하지요.

 

베스트 앨범 <Direct Hits>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들

마지막으로 베스트 앨범 <Direct Hits>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들을 챙겨볼까요? ‘Shot at The Night’과 더불어 수록될 신곡 ‘Just Another Girl’은 킬러스의 오랜 파트너이자 세계적인 프로듀서 스튜어스 프라이스(Stuart Price)의 작품입니다. 그는 카일리 미노그, 마돈나, 펫 숍 보이즈 등의 뮤지션들과 작업하며 수많은 역작을 남겼지요.

디럭스 버전은 좀 더 알찬 선곡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Mr. Brightside’의 데모 버전과 <Battle Born> 앨범에 수록된 ‘Be Still’, 그리고 최근 UK 차트에서 마이클 잭슨의 기록을 갱신하며 화제를 이끈 댄스 뮤직 프로듀서 캘빈 해리스(Calvin Harris)의 ‘When You Were Young’ 리믹스 트랙이 수록됩니다. 절친한 스튜어트 프라이스부터 M83과 캘빈 해리스까지, 다양한 장르의 음악 프로듀서들과 교류하며 신의 흐름을 놓치지 않는 킬러스의 센스가 돋보입니다.

한 편, 브랜든은 최근 언론 인터뷰를 통하여 2015년경 두 번째 솔로 앨범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2010년 첫 솔로 앨범 <Flamingo>를 발표하며 화제를 모았는데요, 현재 진행중인 <Battle Born> 투어를 마치는 대로 내년에는 새 앨범 작업에 착수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동시에 집으로 돌아가 가족과 평범한 시간을 보내는 것에 대한 기대도 내비쳤습니다. 브랜든 뿐만 아니라 오랜 투어로 휴식이 필요할 킬러스 멤버들 모두가 머지않아 더 좋은 모습으로 팬들과 만나길 고대합니다.

 

2003년부터 2013년까지, 킬러스의 지난 10년을 결산한 <Direct Hits>는 전세계 팬들과 뜨겁게 호흡한 밴드의 지난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있습니다. 이번 앨범을 계기로 밴드가 팀의 결의를 다시금 다지고, 나아가 더 알차고 뜨거운 음악으로 우리와 오랫동안 함께 해주길 바랍니다.

 

 

현대카드 슈퍼 시리즈 2013년 10월

 

▶ 원문 링크

한 그룹, 혹은 밴드가 팀 워크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솔로 활동을 펼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만큼 멤버들 간의 두터운 신뢰와 협력, 완급 조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따로 또 같이’, 오랜 시간 동안 팀 플레이를 유지중인 킬러스의 멤버별 솔로 활동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맨 중의 맨, 브랜든 플라워스의 가족 사랑
솔로 활동에 대한 언급을 하자면, 앞서 프론트 맨에 대한 이야기를 꺼낼 수 밖에 없겠다. 국내 팬들에게 일명 ‘브랜든 꽃’이라는 별명으로 불리우는 멤버 브랜든 플라워스. 그는 킬러스의 얼굴이자 목소리이며, 송 라이팅의 핵심을 담당하고 있다. 가창력, 쇼맨십 등 보컬리스트가 가져야 할 기본 소양뿐만 아니라 빼어난 비주얼과 스타일 등 스타성으로도 주목 받는 그. 이렇듯 무대 위에선 한없이 빛나던 한 스타의 가족사가 전면적으로 드러난 건 2010년의 어느 날이었다. 2년간 뇌종양으로 투병중이던 브랜든의 모친이 갑작스레 세상을 떠난 것이다. 이로 인해 그는 킬러스의 모든 스케줄을 취소하고 가족들과 함께 어머니의 임종을 함께 했다. 부모님은 어릴 적부터 그에게 피아노를 가르치는 등 늦둥이로 태어난 막내 아들이 음악을 업으로 삼는 것에 대해 항상 응원해주었다고 하니, 소중한 버팀목을 잃은 브랜든의 슬픔은 이루 말할 수 없었을 터.
부모님에 대한 그의 사랑은 2009년 발표된 킬러스의 싱글 ‘A Dustland Fairytale’에서 드러났다. 두 분의 만남을 신데렐라의 동화에 비유하며, 마치 본인이 직접 본 것처럼 회고하는 브랜든의 목소리는 이러한 사연 때문인지 한층 더 처연하게 들려온다.

 


The Killers – A Dustland Fairytale

같은 해 가을, 브랜든은 첫 솔로 앨범 <Flamingo>를 발표한다. 앨범과 투어로 정신없이 내달리며 살던 중, 어머니를 잃은 상실감과 창작욕이 긍정적으로 맞물렸던 것이다. 이는 특히 그의 고향인 라스베이거스에 대한 향수가 듬뿍 담긴 결과물로 발현된다. 앨범명 ‘Flamingo’는 라스베이거스의 고속도로에서 따온 이름으로, 그는 이 음반을 고향을 대표하는 앨범으로 만들고 싶었다고 전한다. 그의 인기를 반증하듯, 본 앨범은 영국 앨범 차트 1위로 진입하며 큰 주목을 받았다.
<Flamingo>는 톱 밴드 프론트 맨의 데뷔 앨범답게 참여진 또한 대단했다. 킬러스와 수많은 작업을 해오며 ‘킬러스 제5의 멤버’라는 별칭을 얻은 음악계의 거물 스튜어트 플라이스 외 다니엘 라노아, 브렌든 오브라이언 등 화려한 라인업이 프로듀서로 가세하였고, ‘Crossfire’의 뮤직비디오에는 샤를리즈 테론이 출연하였다. 한 편, 음악지 NME는 ‘오직 냉혈한만이 이 노래에 감동받지 않을 것이다’라는 극찬을 남겼다.
특히 앨범 수록곡 중 제니 루이스가 보컬로 참여한 ‘Hard Enough’는 브랜든이 아내 타나와 떨어져있을 때의 그리움과 애정을 가감없이 드러낸 곡으로 알려졌다. 20대 초 기부 숍에서 만나 비공개 결혼 후, 현재 슬하에 3명의 아들을 둔 브랜든 부부의 사랑은 팬들의 부러움을 살 정도로 굳건해 보인다. 한 편, 타나는 암 센터 기부 활동을 위해 삭발을 감행할 정도로 사회 공헌 활동에 대한 관심도 지대한데, 브랜든 또한 아내의 이런 점을 매우 존경한다고.

 

 

 


꽃보다 남자, 패션 아이콘 브랜든 플라워스
한 편, 브랜든은 유부남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모델 같은 프로포션으로 각종 패션 매거진의 아이콘으로 주목받고 있다. 2005년 NME Awards의 베스트 드레서와 가장 섹시한 남자, 2008년 GQ와 2011년 NME Awards의 가장 스타일리시한 남자, 그리고 2012년 Q Awards의 Idol Award 우승 등 노미네이트 된 것까지 합치면 손이 열 개도 모자랄 정도.
특히 트레이너와의 꾸준한 체형 관리로 늘 날씬한 몸매를 유지하는 그는 디올 옴므의 콜렉션 의상을 즐겨 입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앨범 <Day & Age> 투어 시에는 마치 70년대 록 스타를 연상시키는 깃털 재킷을 선보이며 자신만의 스타일을 확고히 했다.


혼자서도 잘해요, 킬러스의 솔로 활동 B-Sides
히트 앨범 <Day & Age>의 투어를 성황리에 마친 밴드는 휴식과 동시에 각자의 음악적 자유를 존중한 솔로 활동을 허한다. 브랜든 외에도 드러머인 로니 배누치 주니어와 마크 스토머도 각자의 음반을 작업하며, 킬러스와는 다른 느낌의 끼를 발산하였다. 2011년 공개된 <Big Talk>는 드러머 로니 배누치 주니어가 제이슨 므라즈, 미카 등 스타 뮤지션들의 음반 작업에 참여한 프로듀서 조 치카렐리와 함께 한 앨범. 로니는 여기서 킬러스에서의 포지션인 드럼 외 보컬, 기타, 베이스 기타, 키보드 등 모든 악기를 단독으로 소화해내며 눈길을 끌었다. 이 앨범은 Spinner, SPIN같은 음악 매거진에서도 여러 장점이 언급되며 훅과 멜로디가 인상적인 댄스 록 앨범으로 평가 받았다.
한 편, 같은 해 베이시스트 마크 스토머도 보다 블루스, 포크의 영향력이 짙은 솔로 앨범 <Another Life>를 발표했다. 그 또한 로니와 마찬가지로 보컬부터 프로그래밍까지, 모든 파트의 프로듀싱을 담당하는 ‘올 라운드 플레이어’를 자청했다. 이 앨범은 <Day & Age>의 투어가 끝나갈 때쯤, 호텔의 랩탑과 개러지 밴드에 저장했던 데모를 토대로 만들어졌다고. 한 편, 앨범에는 플라시보의 서포트 밴드로 참여했던 하울링 벨즈(Howling Bells)의 글렌 물과 조엘 스타인, 그리고 루이스 더 포틴스(Louis XIV)의 제이슨 힐이 참여하여 우정을 과시했다.

밴드가 오래간다는 건 분명 재능이다. 특히 이토록 수많은 이해 관계가 얽힌 뮤직 비즈니스 시장에서라면 더욱 그렇다. 적잖은 시간 동안 굳건한 의리와 우정으로 상호 협력하고 있는 킬러스의 모습은 ‘역시 빅 밴드답다’는 말과 함께 엄지 손을 치켜들게 한다. 언젠가 호호백발  뮤지션이 되는 그 날까지, 언제나 무대 위에서 팬들을 감동시키고 북돋아주는 치명적인 밴드 킬러스로 남아주기를!

 

 

현대카드 슈퍼 시리즈 2013년 9월


▶ 원문 링크

 

 

메이저 데뷔 이후 70년대 고딕 록, 80년대 신스 팝의 긍정적인 면을 수혈하며 자기만의 색을 구축한 밴드로 평가 받는 밴드, 킬러스. 10월 3일 단독 내한 공연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 12 The Killers’를 앞두고 그들이 유명 영화 감독 및 스타들과 협업해 온 뮤직 비디오를 감상해보며 이에 대한 흥미로운 비화들을 탐구해보자.

 

컬트 마니아들의 끈끈한 정, 킬러스와 팀 버튼


얼마 전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 9번째 시리즈로 내한한 그로테스크 감성의 대가, 팀 버튼(Tim Burton) 감독과 킬러스의 인연은 유독 돈독하다. 추측하건대, 이들이 친분을 쌓게 된 계기는 고스 록, 컬트 영화에 대한 독특한 취향때문은 아니었을까. 이는 그들이 함께 작업한 뮤직비디오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현재 각자 세계적으로 각광받는 스타 아티스트와 영화 감독의 위치임에도 불구하고, 70년대 컬트 마니아들의 구미를 자극할만한 요소들을 과감하게 드러내는 점이 보기 좋다.

 

The Killers – Bones


팀 버튼과 킬러스의 첫 작업은 2006년 2번째 정규 음반 <Sam’s Town>의 수록곡 ‘Bones’로, 뮤직비디오에는 사랑에 빠진 해골 형상의 남녀가 등장한다. 이는 마치 팀 버튼의 영화 <유령 신부>의 한 장면을 연상시키는데, 이 배역은 우리에게 익숙한 슈퍼 모델 데본 아오키와 미국 드라마 <90210>의 배우 마이클 스티거가 맡았다. 이 비디오로 팀 버튼은 2007년 NME Awards 베스트 비디오 상 수상의 영예를 안는다.

 

The Killers – Here With Me


이에 박차를 가해 두 번째 협업은 명작 영화 <가위 손>의 여주인공, 위노나 라이더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Here With Me’로 이어진다. 이는 킬러스의 가장 최근 앨범 <Battle Born>에 수록된 러브 발라드. 팀 버튼이 1935년 제작된 공포 영화 ‘Mad Love’에 영감을 받았다는 이 비디오는 인간과 마네킹을 오가는 위노나 라이더의 모습이 인상적으로, 이는 마치 그리스 신화에서 자신이 만든 피규어와 사랑에 빠진 조각가의 이야기를 다룬 피그말리온 이야기를 떠오르게 한다. 이렇게 연달아 팀 버튼과 두 작품을 함께 한 킬러스는 2012년 영화 <다크 섀도우>의 엔딩 송을 부르며 상부상조의 좋은 예를 보여주었다.


맨체스터 오타쿠들의 만남, 킬러스와 안톤 코르빈

 


The Killers - All These Things That I've Done


킬러스의 음악적 출발점이 포스트 펑크, 즉 80년대 영국 맨체스터 사운드에서 시작되었다는 건 그들의 음악에 관심이 있다면 쉽게 알 수 있는 사실이다. 사실 밴드명부터 뉴 오더의 뮤직 비디오 ‘Crystal’에 등장하는 가상 밴드에서 따왔을 정도로, 이들은 당시의 사운드에 상당히 경도되어 있었단다. 재미있는 점은 킬러스가 뉴 오더의 전신이 된 밴드, 조이 디비전의 프론트 맨 이언 커티스의 전기 영화 <컨트롤>을 감독한 안톤 코르빈과 인연을 맺었다는 것. U2, 디페쉬 모드, 너바나 등 많은 스타 밴드의 뮤직 비디오를 감독한 그 역시 조이 디비전의 열렬한 팬이었다고 한다. 고로 킬러스 멤버 전원이 미국의 카우보이로 변신하며 영국풍 펑크 송을 부르는 ‘All These Things That I’ve Done’의 비디오는 과거의 향수에 대한 두 아티스트의 오묘한 문화적 재현인 셈이다. 한 편, 킬러스는 <컨트롤>에 삽입된 조이 디비전의 ‘Shadowplay’를 부르며 트리뷰트의 정점을 찍기도.


영화인들과의 긴밀한 협력

 

The Killers – Miss Atomic Bomb


킬러스의 뮤직 비디오 목록에는 특히 영화 감독들의 이름이 많이 보이는데, 이는 그들이 음악뿐만 아니라 문화 전반에 다양한 관심을 갖고 있음을 반증하는 부분이다. 앞서 언급한 두 감독 외에도, 그들의 많은 작품에서 다양한 영화계 인사들의 이름을 확인해 볼 수 있다. 크리스마스 EP의 수록곡 ‘Boots’는 <나폴레옹 다이너마이트> <나쵸 리브레> 등 주로 코미디 영화를 감독해 온 자레드 헤스가 본인의 작품과는 사뭇 다른 톤의 분위기를 연출하였다. 한 편, 실사와 애니메이션의 혼용 버전으로 제작된 ‘Miss Atomic Bomb’의 비디오는 <터미네이터>, <스타워즈>의 비주얼 디렉터이자 다프트 펑크의 앨범 아트워크를 담당한 워렌 푸가 맡았다. 이는 경사스럽게도 2013년 MVPA Awards 최고의 애니메이션 비디오 부문을 수상하기도 했다.

 


The Killers – Mr.Brightside


이 외 유명 배우들과의 인연 또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크리스마스 EP의 ‘Don’t Shoot Me Santa’는 우리에게 ‘크리미널 마인드’의 배우로 익숙한 매튜 그레이 구블러가 연출을 맡았다. 킬러스를 있게 해준 곡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Mr.Brightside’에는 <코요테 어글리>에 출연한 이자벨라 미코가 영화 <물랑 루즈>풍의 벌레스크 쇼 걸로 출연했으며, 밴드의 프론트 맨 브랜든 플라워스의 솔로곡 ‘Crossfire’에는 명배우 샤를리즈 테론이 열연하여 화제를 모았다.
밴드 결성 10여 년, 네임 밸류를 가리지 않고 다방면에 안테나를 세우고 있는 킬러스의 태도는 우리를 흥분시키기 충분하다. 이에는 분명 밴드와 스태프들의 세심한 노력이 숨어있을 것. 올 가을, 랜선과 컴퓨터 화면을 넘어 넓은 무대 위에서 우리의 오감을 사정없이 자극할 네 남자의 모습을 상상하며, 떨리는 마음으로 그들의 뮤직 비디오를 한 편 한 편 재생해본다.

 

 

현대카드 슈퍼 시리즈 2013년 8월

 

▶ 원문 링크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