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이 앨범을 좋아할 확률, 50/50

 

프롬 - Arrival

 

[신인답지 않은 싱어 송 라이터의 여유]

 

좋아할, 50
프롬(Fromm)은 2012년부터 홍대 일대를 중심으로 활동중인 싱어 송 라이터다. 부산에서 상경해 피터팬 컴플렉스, 테테(Tete) 등의 음악가와 공동 작업을 했으며 지산 록 페스티벌,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 등에도 이름을 올렸다. 데뷔 직후로 큰 무대에 섰다는 건 그만큼 많은 이들에게 들려줄 가치가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이러한 호의적인 분위기 속에서 정규 앨범 [Arrival]이 발매되었다.
우선 그녀가 모든 곡의 작편곡과 프로듀싱에 참여한 점이 눈에 띈다. 그 흔한 피처링 하나 없다. 자칫 갑갑한 포크 앨범이 될 뻔한 위기를 여유롭게 대처하는 건 다양하게 시도된 변주다. 적시에 등장하는 악기들이 영롱한 움직임을 만들어내고, 자유로운 멜로디가 지루함을 상쇄한다.
첫 곡 ‘도착’의 이국적인 느낌은 앨범이 단순한 어쿠스틱 이상임을 예고한다. 환상동화 같은 ‘Merry Go Round’의 깊이 앞에 ‘마음셔틀금지’, ‘좋아해’는 오히려 풋풋해진다. 앨범 수록 여부를 고민했다는 ‘달, 말하다’나 ‘너와나의’는 담백한 구성으로 서정성을 확보한다. 심지어 ‘불꽃놀이’는 도입부부터 록이다. 이렇듯 곡마다 분위기 편차가 존재하지만 모두를 자연스레 아우르는 건 특유의 음색이다.
굳이 장르로 묶자면 포크나 챔버 팝의 어딘가에 위치할 앨범이다. 10곡의 감성이 어우러져 잔잔한 울림을 이끌어낸다. 밋밋한 보컬 곡이 지루한 이들에게 추천하고픈, 깔끔하고 세련된 인디 팝의 감성이다.


또 다른, 50
여성 싱어 송 라이터라는 이유로 그녀에게도 ‘홍대 여신’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홍대 여신의 어원은 ‘홍대의 여성 싱어 송 라이터’의 줄임말 ‘홍대 여싱’이라고 한다.) 그러한 별명은 양날의 검 같아서 진입 장벽을 낮추기도, 높이기도 한다. 홍대 여신이라는 말이 선입견으로 작용한다면 그와는 거리가 먼 앨범이라고 말하고 싶다. 차라리 홍대 여신 보다는 인디 팝 여신이 어울리지 않을까? 그만큼 뻔하지 않다는 의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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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 - Fantasy  (0) 2014.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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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 – Fantasy


[광활한 우주를 유영하는 SF 멜로디]

 

좋아할, 50
그간의 이력을 살펴보면 진보(JINBO)는 자기 색을 전면적으로 내세우기 보다는, 피처링이나 프로듀싱 등 다른 뮤지션을 북돋아주는 작업을 많이 해왔다. 에픽 하이(Epik High), 프라이머리(PRIMARY), 더 콰이엇(The Quiett) 등 현업 음악가들과의 합심은 물론, 빈지노(Beenzino)부터 샤이니(SHINee)까지 장르 불문 작곡가로서도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때문에 작곡가 진보가 아닌, ‘음악가 진보’의 곡은 늘 귀했다. 더불어 첫 정규작 [Afterwork] (2010)가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알앤비&소울 부문을 수상하며 좋은 반응을 얻었기에, 이후의 행보가 궁금해지는 건 당연지사였다.
3년 만에 발표된 두 번째 앨범 [Fantasy] (2013)는 이러한 기대에 부응하듯, 피처링 참여나 리메이크에서 진면목을 느낄 수 없었던 진보라는 음악가의 개인적 성취와 시대적 흐름에 보다 집중한다. 가감 없는 코드 진행과 도회적인 비트, 그와 어우러지는 농염한 노랫말은 우주, 사랑, 로봇 등의 키워드를 관통하며 멜랑콜리한 음악관을 구축한다. 근래 미국의 비트 뮤직 레이블에서 쏟아져 나오는 미래적인 사운드를 지구 반대편의 그 역시 일찌감치 고민하고 있던 것이다.
멀티 플레이어 기질이 다분한 진보는 [Fantasy]에서도 프로듀서, 보컬, 랩퍼 등 일인다역을 자청한다. 영상 제작팀 디지페디(DIGIPEDI)의 뮤직 비디오와 함께 선보인 타이틀곡 ‘Fantasy’와 ‘Be My Friend’, 그리고 2011년 프로젝트 그룹 일진스(Ill Jeanz)를 통해 발표한 ‘Take It Slow’의 리믹스격 ‘Tape It Slow Baby’가 귀를 잡아 끈다. 여기에 탁월한 구성이 돋보이는 ‘Cops Come Knock’, 투 스텝 비트의 ‘Delete It Deal It’와 같이 앨범 곳곳에 일렉트로닉 신에서도 쉽게 통할 법한 갖가지 실험들이 보기 좋게 묻어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Fantasy]가 그를 보다 넓은 영역의 프로듀서로 확장시켜주었다는 점이다. 슈퍼프릭 레코드(Superfreak Records)라는 레이블의 대표이자, 도전을 즐기는 음악가로서의 자신감도 보다 뚜렷해진 느낌이다. 다양한 고민과 시도로 마치 현재와 미래를 연결시켜주는 타임워프 같은 음반이 탄생했다는 점에서, 진보는 그의 이름대로 남다른 ‘음악적 진보’를 이뤄냈다.


또 다른, 50
멜로디컬한 팝의 무언가를 기대하고 [Fantasy]를 듣는다면 다소 혁신적인 비트의 실험과 코드 진행에 낯선 느낌을 받을지도 모르겠다. 애초 곡들을 장르별 카테고리에 담으려는 마음을 버리고, 하나의 소설이나 영화를 감상하듯 각 트랙의 인상을 즐겨보는 것도 좋겠다.
공상과학 마니아라는 진보 자신의 말마따나, 이 앨범은 ‘22세기의 휴머노이드 로봇이 21세기를 탐방하며 로맨스와 아픔을 경험한다’는 서사를 가지고 있단다. 그러므로 수록곡의 성향은 따라 부르기 쉬운 보컬 위주의 팝보다는 자연스레 어반, 일렉트로닉 사운드로 기울어졌을 것이다. 이러한 점을 인지한다면 익숙하지 않았던 멜로디의 이질감도 새로운 매력으로 느껴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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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롬(Fromm)은 2012년부터 홍대 일대를 중심으로 활동중인 싱어 송 라이터다. 부산에서 상경해 피터팬 컴플렉스, 테테(Tete) 등의 음악가와 공동 작업을 했으며 지산 록 페스티벌,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 등에도 이름을 올렸다. 데뷔 직후로 큰 무대에 섰다는 건 그만큼 많은 이들에게 들려줄 가치가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이러한 호의적인 분위기 속에서 정규 앨범 [Arrival]이 발매되었다.
우선 그녀가 모든 곡의 작편곡과 프로듀싱에 참여한 점이 눈에 띈다. 그 흔한 피처링 하나 없다. 자칫 갑갑한 포크 앨범이 될 뻔한 위기를 여유롭게 대처하는 건 다양하게 시도된 변주다. 적시에 등장하는 악기들이 영롱한 움직임을 만들어내고, 자유로운 멜로디가 지루함을 상쇄한다.
첫 곡 ‘도착’의 이국적인 느낌은 앨범이 단순한 어쿠스틱 이상임을 예고한다. 환상동화 같은 ‘Merry Go Round’의 깊이 앞에 ‘마음셔틀금지’, ‘좋아해’는 오히려 풋풋해진다. 앨범 수록 여부를 고민했다는 ‘달, 말하다’나 ‘너와나의’는 담백한 구성으로 서정성을 확보한다. 심지어 ‘불꽃놀이’는 도입부부터 록이다. 이렇듯 곡마다 분위기 편차가 존재하지만 모두를 자연스레 아우르는 건 특유의 음색이다.
굳이 장르로 묶자면 포크나 챔버 팝의 어딘가에 위치할 앨범이다. 10곡의 감성이 어우러져 잔잔한 울림을 이끌어낸다. 밋밋한 보컬 곡이 지루한 이들에게 추천하고픈, 깔끔하고 세련된 인디 팝의 감성이다.


또 다른, 50
여성 싱어 송 라이터라는 이유로 그녀에게도 ‘홍대 여신’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홍대 여신의 어원은 ‘홍대의 여성 싱어 송 라이터’의 줄임말 ‘홍대 여싱’이라고 한다.) 그러한 별명은 양날의 검 같아서 진입 장벽을 낮추기도, 높이기도 한다. 홍대 여신이라는 말이 선입견으로 작용한다면 그와는 거리가 먼 앨범이라고 말하고 싶다. 차라리 홍대 여신 보다는 인디 팝 여신이 어울리지 않을까? 그만큼 뻔하지 않다는 의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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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 – Fanta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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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의 이력을 살펴보면 진보(JINBO)는 자기 색을 전면적으로 내세우기 보다는, 피처링이나 프로듀싱 등 다른 뮤지션을 북돋아주는 작업을 많이 해왔다. 에픽 하이(Epik High), 프라이머리(PRIMARY), 더 콰이엇(The Quiett) 등 현업 음악가들과의 합심은 물론, 빈지노(Beenzino)부터 샤이니(SHINee)까지 장르 불문 작곡가로서도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때문에 작곡가 진보가 아닌, ‘음악가 진보’의 곡은 늘 귀했다. 더불어 첫 정규작 [Afterwork] (2010)가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알앤비&소울 부문을 수상하며 좋은 반응을 얻었기에, 이후의 행보가 궁금해지는 건 당연지사였다.
3년 만에 발표된 두 번째 앨범 [Fantasy] (2013)는 이러한 기대에 부응하듯, 피처링 참여나 리메이크에서 진면목을 느낄 수 없었던 진보라는 음악가의 개인적 성취와 시대적 흐름에 보다 집중한다. 가감 없는 코드 진행과 도회적인 비트, 그와 어우러지는 농염한 노랫말은 우주, 사랑, 로봇 등의 키워드를 관통하며 멜랑콜리한 음악관을 구축한다. 근래 미국의 비트 뮤직 레이블에서 쏟아져 나오는 미래적인 사운드를 지구 반대편의 그 역시 일찌감치 고민하고 있던 것이다.
멀티 플레이어 기질이 다분한 진보는 [Fantasy]에서도 프로듀서, 보컬, 랩퍼 등 일인다역을 자청한다. 영상 제작팀 디지페디(DIGIPEDI)의 뮤직 비디오와 함께 선보인 타이틀곡 ‘Fantasy’와 ‘Be My Friend’, 그리고 2011년 프로젝트 그룹 일진스(Ill Jeanz)를 통해 발표한 ‘Take It Slow’의 리믹스격 ‘Tape It Slow Baby’가 귀를 잡아 끈다. 여기에 탁월한 구성이 돋보이는 ‘Cops Come Knock’, 투 스텝 비트의 ‘Delete It Deal It’와 같이 앨범 곳곳에 일렉트로닉 신에서도 쉽게 통할 법한 갖가지 실험들이 보기 좋게 묻어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Fantasy]가 그를 보다 넓은 영역의 프로듀서로 확장시켜주었다는 점이다. 슈퍼프릭 레코드(Superfreak Records)라는 레이블의 대표이자, 도전을 즐기는 음악가로서의 자신감도 보다 뚜렷해진 느낌이다. 다양한 고민과 시도로 마치 현재와 미래를 연결시켜주는 타임워프 같은 음반이 탄생했다는 점에서, 진보는 그의 이름대로 남다른 ‘음악적 진보’를 이뤄냈다.


또 다른, 50
멜로디컬한 팝의 무언가를 기대하고 [Fantasy]를 듣는다면 다소 혁신적인 비트의 실험과 코드 진행에 낯선 느낌을 받을지도 모르겠다. 애초 곡들을 장르별 카테고리에 담으려는 마음을 버리고, 하나의 소설이나 영화를 감상하듯 각 트랙의 인상을 즐겨보는 것도 좋겠다.
공상과학 마니아라는 진보 자신의 말마따나, 이 앨범은 ‘22세기의 휴머노이드 로봇이 21세기를 탐방하며 로맨스와 아픔을 경험한다’는 서사를 가지고 있단다. 그러므로 수록곡의 성향은 따라 부르기 쉬운 보컬 위주의 팝보다는 자연스레 어반, 일렉트로닉 사운드로 기울어졌을 것이다. 이러한 점을 인지한다면 익숙하지 않았던 멜로디의 이질감도 새로운 매력으로 느껴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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