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것은 어디에도 없다. 누군가의 영향을 받은 누군가, 의 영향을 받은 또 누군가, 의 영향을 받은 누군가, 가 그 수많은 밑그림 위에다 자신의 그림을 그려나가는 것이다. 그 누군가의 그림은 또다른 사람의 밑그림이 된다. 우리는 모두 보이지 않는 여러 개의 끈으로 연결돼 있다. 그러므로 우리들은 모두 어느 정도는 디제이인 것이다.
(김중혁, <악기들의 도서관> 중 '비닐광 시대', 104p)
때로는 완벽한 문장을 말하는 것보다 어떤 이름이나 어떤 단어나 어떤 고유명사를 얘기할 때 이야기가 더 잘 통하는 법이다.
(김중혁, <악기들의 도서관> 중 '나와 B', 191p)
<펭귄뉴스>가 레모네이드라면, <악기들의 도서관>은 레몬차다. 소설의 감각적인 면을 약간 가감하되, 좀 더 본질에 충실하게 접근했다는 이야기다. 단발적이고 자극적인 것이 만연한 현대의 매커니즘 속에서 정말 예술만이 인류를 구원할 수 있다면, 이러한 형태의 소설은 앞으로 더욱더 확대재생산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독자접근성의 문제가 차후로 밀리게 되더라도 비단 그건 문학만의 문제는 아니니까. 후세의 누군가는, 언젠가는, 이 책을 발견하게 될테니까.
음악이라는 소재를 소설을 위한 소설 형태로 녹여냈다는 것과, 전작에 비해 유머는 약해졌지만 휴머니티는 잃지 않았다는 점에서 믿음이 간다. 이번에도 역시 그의 편에 서고 싶다. 소설가에게든, 음악가에게든 메세지 창출이라는 것은 어디까지나 예술가의 자유와 권리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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