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세계는 소셜 네트워크 열풍에 휩싸여 있다. 페이스북(Facebook), 트위터(Twitter), 각종 블로그와 포털 사이트의 발달, 스마트 폰 보급 등을 이유로 정보 공유의 패러다임이 완전히 뒤집힌 오늘날. 디지털 소비재의 빠른 보급은 우리의 생활 패턴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휴대폰 하나만 있으면 지하철 안에서 이메일을 쓰거나, 길거리를 돌아다니며 지구 반대편에 사는 사람이 몇 초전에 업데이트된 동영상을 감상하는 일이 가능해졌다. 어릴 적 상상화 안에서만 접하던 일이 하나 둘씩 현실화 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 들어 유럽, 영미권 중심의 언더그라운드 댄스 뮤직신에서는 음악 블로그의 레이블화가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 블로깅이 단지 새로운 음악을 공유하고 감상을 적는 것에서 나아가, 매체 못지 않는 평론과 에이전시 못지 않은 홍보의 역할을 동시적으로 수행해내게 된 것이다. 바야흐로 컴퓨터 하나만 가지고도 레이블을 운영할 수 있는 시대가 온 것. 이러한 방식으로 뮤직 비지니스의 영역이 확장된 배경에는 무엇보다도 위에 언급한 네트워크 방법론의 저변 확장이 가장 큰 역할을 하지 않았나 싶다. 시대가 빠른 속도로 변해감에 따라 작품으로서, 때로는 소비재로서 음악의 담론 또한 자꾸만 변해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언더그라운드 댄스 뮤직 신에서 이러한 웹의 이점을 잘 활용한 사례를 꼽자면 프랑스 거점의 누 디스코/프렌치 하우스 계열의 크루 발레리 콜렉티브(Valerie Collective)의 경우를 이야기 하고 싶다. 이들은 각각 로컬 아티스트 간의 국적과 에이전시가 다양함에도 불구하고 웹상을 통해 리믹스 등의 코워킹부터 컴필레이션 앨범 제작까지 해냈다. 그들이 프랑스든 영국이든 어디서 비밀 만남을 가졌을 지언정, 이는 분명 먼 친척보다 가까운 이웃이 낫다는 속담이 빈 말이 아니라는 것을 입증한다.

꼭 발레리 콜렉티브만 아니더라도 레이블의 탄생에는 수많은 비화가 있지만, 음악 블로그의 이점을 모범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레이블이라면 바이너리 엔터테인먼트(Binary Entertainment)를 빼놓기가 힘들 것 같다. 두 명의 파운더 조시 레그(Josh Legg), 카일 피터슨(Kyle Petersen)을 주축으로 탄생한 댄스 음악 레이블 바이너리(Binary). 그들 스스로가 뉴 오더(New Order), 디페시 모드(Depeche Mode)와 펫 숍 보이즈(Pet Shop Boys) 등 80년대를 주름잡은 신스 팝 밴드들에게 많은 부분을 영향받았다고 이야기 하는 만큼, 이들 또한 동류의 레이블들과 마찬가지로 댄스 뮤직의 재해석, 재창조를 뜻으로 순수하게 뭉쳤다.

바이너리의 음악 블로그(http://wearebinary.com/blog/)는 '앨범 아트웍과 꽃미녀 사진+음악+글이라는 뮤직 포스팅의 삼원칙을 꾸준히 이어오며, '좋은 노래라면 꼭 우리 회사 노래가 아니어도 괜찮아'라는 홍익인간 정신으로 리스너들에게 웰메이드 트랙을 접할 수 있는 가이드 라인을 꾸준히 제공해오고 있다. 블로그가 먼저였는지 레이블 설립이 먼저였는지는 확인이 불가능하나, 이는 닭이 먼전지 알이 먼전지 가리는 것처럼 큰 의미가 없을 것 같다. 이렇게 짧은 역사를 지닌 레이블도 신에서 은은한 주목을 받는다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과거의 음악을 답습이 아닌 재창조로 이끌어내려는 아티스트와 프로듀서들의 움직임이 그만큼 열정적으로 이어져왔다는 의미일 것이다. 

바이너리의 로컬 아티스트로는 앞서 언급한 발레리 콜렉티브(Valerie Collective)와 자주 엮이는 듯한 킨하우스(Keenhouse)를 포함해 Alfa, Fabian, Short Circuit, The Kids Are Radioactive, Nightwaves, LexiCondon 등이 있다. 바이너리는 차분하고 묵묵하게 자신들의 존재감을 키워가고 있다.

여기서 더하고 싶은 일화가 하나 있다. 아주 먼 옛날, 한 나라의 국가 정책 일환으로 대형 성당을 짓기 위한 대규모의 프로젝트가 실행되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대다수의 일꾼들이 건물의 완성을 보지 못한 채 눈을 감았다. 성당의 규모가 개개인의 인생을 삼켜버릴 정도로 컸던 것이다. 그 목수들은 인생을 통째로 나라의 횡포에 빼앗긴 제도의 희생양이었을지는 모를지언정, 그들의 끈기과 인내는 시간 투자와 공력의 중요성을 체득하기 힘든 오늘날의 우리에게 새삼스러운 교훈을 준다.

요즘 그 목수의 후손들은 망치를 드는 대신 컴퓨터의 전원을 켠다. 음악가들은 지금도 누군가의 아이팟에서, 혹은 한적한 소규모 클럽에서 재생될 한 곡의 소중한 트랙을 위해 작고한 수많은 목수들의 정신적 고통을 답습하고 있을 터다. 인생을 바꿔버릴 정도로 가슴 안에 강력한 불을 지필 마스터피스를 위해, 이름모를 목수들이 미지의 세상을 향한 한 걸음 한 걸음을 내딛는다. 오늘 밤에도 누군가들의 귓 속에 지어질 청각의 성당. 수천명의 인생이 백 할씩 바쳐져도 완성이 될지 안 될지 알 수 없는, 미지의 성당을 위해 말이다. [2010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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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너에서 뮤직 비지니스계의 오피니언 리더로_ 음악 블로그의 웹 레이블화 :: midnight madness

지금 세계는 소셜 네트워크 열풍에 휩싸여 있다. 페이스북(Facebook), 트위터(Twitter), 각종 블로그와 포털 사이트의 발달, 스마트 폰 보급 등을 이유로 정보 공유의 패러다임이 완전히 뒤집힌 오늘날. 디지털 소비재의 빠른 보급은 우리의 생활 패턴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휴대폰 하나만 있으면 지하철 안에서 이메일을 쓰거나, 길거리를 돌아다니며 지구 반대편에 사는 사람이 몇 초전에 업데이트된 동영상을 감상하는 일이 가능해졌다. 어릴 적 상상화 안에서만 접하던 일이 하나 둘씩 현실화 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 들어 유럽, 영미권 중심의 언더그라운드 댄스 뮤직신에서는 음악 블로그의 레이블화가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 블로깅이 단지 새로운 음악을 공유하고 감상을 적는 것에서 나아가, 매체 못지 않는 평론과 에이전시 못지 않은 홍보의 역할을 동시적으로 수행해내게 된 것이다. 바야흐로 컴퓨터 하나만 가지고도 레이블을 운영할 수 있는 시대가 온 것. 이러한 방식으로 뮤직 비지니스의 영역이 확장된 배경에는 무엇보다도 위에 언급한 네트워크 방법론의 저변 확장이 가장 큰 역할을 하지 않았나 싶다. 시대가 빠른 속도로 변해감에 따라 작품으로서, 때로는 소비재로서 음악의 담론 또한 자꾸만 변해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언더그라운드 댄스 뮤직 신에서 이러한 웹의 이점을 잘 활용한 사례를 꼽자면 프랑스 거점의 누 디스코/프렌치 하우스 계열의 크루 발레리 콜렉티브(Valerie Collective)의 경우를 이야기 하고 싶다. 이들은 각각 로컬 아티스트 간의 국적과 에이전시가 다양함에도 불구하고 웹상을 통해 리믹스 등의 코워킹부터 컴필레이션 앨범 제작까지 해냈다. 그들이 프랑스든 영국이든 어디서 비밀 만남을 가졌을 지언정, 이는 분명 먼 친척보다 가까운 이웃이 낫다는 속담이 빈 말이 아니라는 것을 입증한다.

꼭 발레리 콜렉티브만 아니더라도 레이블의 탄생에는 수많은 비화가 있지만, 음악 블로그의 이점을 모범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레이블이라면 바이너리 엔터테인먼트(Binary Entertainment)를 빼놓기가 힘들 것 같다. 두 명의 파운더 조시 레그(Josh Legg), 카일 피터슨(Kyle Petersen)을 주축으로 탄생한 댄스 음악 레이블 바이너리(Binary). 그들 스스로가 뉴 오더(New Order), 디페시 모드(Depeche Mode)와 펫 숍 보이즈(Pet Shop Boys) 등 80년대를 주름잡은 신스 팝 밴드들에게 많은 부분을 영향받았다고 이야기 하는 만큼, 이들 또한 동류의 레이블들과 마찬가지로 댄스 뮤직의 재해석, 재창조를 뜻으로 순수하게 뭉쳤다.

바이너리의 음악 블로그(http://wearebinary.com/blog/)는 '앨범 아트웍과 꽃미녀 사진+음악+글이라는 뮤직 포스팅의 삼원칙을 꾸준히 이어오며, '좋은 노래라면 꼭 우리 회사 노래가 아니어도 괜찮아'라는 홍익인간 정신으로 리스너들에게 웰메이드 트랙을 접할 수 있는 가이드 라인을 꾸준히 제공해오고 있다. 블로그가 먼저였는지 레이블 설립이 먼저였는지는 확인이 불가능하나, 이는 닭이 먼전지 알이 먼전지 가리는 것처럼 큰 의미가 없을 것 같다. 이렇게 짧은 역사를 지닌 레이블도 신에서 은은한 주목을 받는다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과거의 음악을 답습이 아닌 재창조로 이끌어내려는 아티스트와 프로듀서들의 움직임이 그만큼 열정적으로 이어져왔다는 의미일 것이다. 

바이너리의 로컬 아티스트로는 앞서 언급한 발레리 콜렉티브(Valerie Collective)와 자주 엮이는 듯한 킨하우스(Keenhouse)를 포함해 Alfa, Fabian, Short Circuit, The Kids Are Radioactive, Nightwaves, LexiCondon 등이 있다. 바이너리는 차분하고 묵묵하게 자신들의 존재감을 키워가고 있다.

여기서 더하고 싶은 일화가 하나 있다. 아주 먼 옛날, 한 나라의 국가 정책 일환으로 대형 성당을 짓기 위한 대규모의 프로젝트가 실행되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대다수의 일꾼들이 건물의 완성을 보지 못한 채 눈을 감았다. 성당의 규모가 개개인의 인생을 삼켜버릴 정도로 컸던 것이다. 그 목수들은 인생을 통째로 나라의 횡포에 빼앗긴 제도의 희생양이었을지는 모를지언정, 그들의 끈기과 인내는 시간 투자와 공력의 중요성을 체득하기 힘든 오늘날의 우리에게 새삼스러운 교훈을 준다.

요즘 그 목수의 후손들은 망치를 드는 대신 컴퓨터의 전원을 켠다. 음악가들은 지금도 누군가의 아이팟에서, 혹은 한적한 소규모 클럽에서 재생될 한 곡의 소중한 트랙을 위해 작고한 수많은 목수들의 정신적 고통을 답습하고 있을 터다. 인생을 바꿔버릴 정도로 가슴 안에 강력한 불을 지필 마스터피스를 위해, 이름모를 목수들이 미지의 세상을 향한 한 걸음 한 걸음을 내딛는다. 오늘 밤에도 누군가들의 귓 속에 지어질 청각의 성당. 수천명의 인생이 백 할씩 바쳐져도 완성이 될지 안 될지 알 수 없는, 미지의 성당을 위해 말이다. [2010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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