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리플라이는 특유의 정직한 음악적 문법만큼 모범적 행보를 보여주고 있는 모던 팝록 듀오다. 조규찬, 스윗 소로우 등을 배출한 <유재하 음악 경연대회>에서의 은상 수상을 시작으로 2008년, 싸이월드에서 <고백 하는 날>이라는 싱글이 온라인 상으로 히트하며 이름을 알렸다. 이듬해에는 타루(Taru)와 부른 '조금씩, 천천히, 너에게'가 히트했고, 같은 해 6월 발매된 첫 정규 앨범 <Road>로 신인의 고치를 벗었다. 더워지기 시작하는 초여름. 오랜 시간동안 비상을 기다려왔던 두 마리 나비의 날갯짓은 초보의 것이라고 하기엔 어려운 어떤 류의 애잔함을 담고 있었다. 그것은 이십대를 지나는 두 청년이 다는 답없는 세상을 향한 장문의 리플이었다.

첫 앨범 <Road>는 총 11곡이다. 욕심도 과장도 없는 숫자다. 영롱한 피아노 소리로 시작되는 첫 트랙 '끝나지 않은 노래'는 야구로 치자면 직구, 전투로 치자면 선제공격이다. 부제를 '이게 바로 노 리플라이다'라고 해도 무리가 없을 만큼 그들의 색깔이 짙은 농도로 함축된 이 곡은 후렴구에 가서 망설임없이 치솟는 분수처럼 고음역대로 솟아오른다. 이러한 문법은 후에 'World'와 'Road'에도 쓰인다. 

첫 트랙보단 한 박자 힘을 뺀 박력으로 여정을 이어가는 '시야'에 이어 앨범의 타이틀곡인 '그대 걷던 길'은 잠시 쉼표를 찍으며 스스로를 담담히 위로한다. 'World'는 CCM 곡에서 들을 법한 구성과 멜로디, 박력있는 코러스 떼창이 인상적인 곡으로 청량감을 더한다. '뒤돌아보다'는 '그대 걷던 길'과 마찬가지로 차분한 발라드 곡으로 여린 감수성을 노래하며 'Fantasy Train'과 원맨 밴드 나루(Naru)와 함께한 록 넘버 'Violet Suit'은 앞서 이어져온 문법과는 다소 이질적인 느낌을 주지만 한 편으로는 노 리플라이가 앞으로 보여줄 행보를 예상하게 해준다.

'흐릿해져'는 도입부의 멜로디가 한 번에 귀를 잡아끄는데 앨범에서 가장 가요팬들에게 인기를 끌만한 곡이다. 이어지는 보사노바 풍의 '오래전 그 멜로디'는 동 레이블의 싱어 송 라이터 오지은의 여린 목소리가 삼삼한 조화를 이루고 'Road'는 앨범 타이틀과 동명의 트랙으로 전 트랙의 메세지을 개운하게 대변한다. 마지막 곡 '바람의 어둡고'로 트랙마다 이어져온 강약의 펀치는 부드럽게 마무리된다.

두 멤버는 얼마 전 한 인터뷰에서 '노 리플라이'라는 어감에서 느껴지는 무채색의 느낌이 좋아 팀명으로 지었다고 말했지만, 적어도 이 앨범의 전 트랙은 어떤 곡을 타이틀로 해도 무방할 정도로 각각 곡의 색이 분명하다. 심지어 발라드 곡에서마저 박력이 느껴질 정도다. 그래서 곡에 붙일 코멘트가 별로 없다. 뮤지션이 리스너가 할 말까지 대신하고 있다. 그들 스스로가 어디를 어떻게 걸어가고 있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더 정확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Road>는 부서지기 쉬운 청춘들에게 주는 힌트를 알알이 꿴 목걸이다. 알마다 담은 말들이 무거워 목이 뻐근해져도 왠지 마음만은 가볍다. 종교를 갖는 것의 목적이 교화라면, 음악을 듣는 목적은 위로와 공감일 것이다. 노 리플라이는 그것에서 더 나아가 하나의 거대한 메시지을 건넨다. 그것이 노 리플라이식 질문의 방법이고 답변의 윤리다. 청춘이 가야하는, 사랑이 가야하는, 삶이 가야하는. 온갖 길들에 대한 질문들이 사그러질 때까지 그들의 명징한 리플은 계속될 것이다. 후에 그 질문들이 다른 것으로 대체된다고 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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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리플라이, 무플의 세상에 던지는 '리플'의 윤리 :: midnight madness

노 리플라이는 특유의 정직한 음악적 문법만큼 모범적 행보를 보여주고 있는 모던 팝록 듀오다. 조규찬, 스윗 소로우 등을 배출한 <유재하 음악 경연대회>에서의 은상 수상을 시작으로 2008년, 싸이월드에서 <고백 하는 날>이라는 싱글이 온라인 상으로 히트하며 이름을 알렸다. 이듬해에는 타루(Taru)와 부른 '조금씩, 천천히, 너에게'가 히트했고, 같은 해 6월 발매된 첫 정규 앨범 <Road>로 신인의 고치를 벗었다. 더워지기 시작하는 초여름. 오랜 시간동안 비상을 기다려왔던 두 마리 나비의 날갯짓은 초보의 것이라고 하기엔 어려운 어떤 류의 애잔함을 담고 있었다. 그것은 이십대를 지나는 두 청년이 다는 답없는 세상을 향한 장문의 리플이었다.

첫 앨범 <Road>는 총 11곡이다. 욕심도 과장도 없는 숫자다. 영롱한 피아노 소리로 시작되는 첫 트랙 '끝나지 않은 노래'는 야구로 치자면 직구, 전투로 치자면 선제공격이다. 부제를 '이게 바로 노 리플라이다'라고 해도 무리가 없을 만큼 그들의 색깔이 짙은 농도로 함축된 이 곡은 후렴구에 가서 망설임없이 치솟는 분수처럼 고음역대로 솟아오른다. 이러한 문법은 후에 'World'와 'Road'에도 쓰인다. 

첫 트랙보단 한 박자 힘을 뺀 박력으로 여정을 이어가는 '시야'에 이어 앨범의 타이틀곡인 '그대 걷던 길'은 잠시 쉼표를 찍으며 스스로를 담담히 위로한다. 'World'는 CCM 곡에서 들을 법한 구성과 멜로디, 박력있는 코러스 떼창이 인상적인 곡으로 청량감을 더한다. '뒤돌아보다'는 '그대 걷던 길'과 마찬가지로 차분한 발라드 곡으로 여린 감수성을 노래하며 'Fantasy Train'과 원맨 밴드 나루(Naru)와 함께한 록 넘버 'Violet Suit'은 앞서 이어져온 문법과는 다소 이질적인 느낌을 주지만 한 편으로는 노 리플라이가 앞으로 보여줄 행보를 예상하게 해준다.

'흐릿해져'는 도입부의 멜로디가 한 번에 귀를 잡아끄는데 앨범에서 가장 가요팬들에게 인기를 끌만한 곡이다. 이어지는 보사노바 풍의 '오래전 그 멜로디'는 동 레이블의 싱어 송 라이터 오지은의 여린 목소리가 삼삼한 조화를 이루고 'Road'는 앨범 타이틀과 동명의 트랙으로 전 트랙의 메세지을 개운하게 대변한다. 마지막 곡 '바람의 어둡고'로 트랙마다 이어져온 강약의 펀치는 부드럽게 마무리된다.

두 멤버는 얼마 전 한 인터뷰에서 '노 리플라이'라는 어감에서 느껴지는 무채색의 느낌이 좋아 팀명으로 지었다고 말했지만, 적어도 이 앨범의 전 트랙은 어떤 곡을 타이틀로 해도 무방할 정도로 각각 곡의 색이 분명하다. 심지어 발라드 곡에서마저 박력이 느껴질 정도다. 그래서 곡에 붙일 코멘트가 별로 없다. 뮤지션이 리스너가 할 말까지 대신하고 있다. 그들 스스로가 어디를 어떻게 걸어가고 있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더 정확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Road>는 부서지기 쉬운 청춘들에게 주는 힌트를 알알이 꿴 목걸이다. 알마다 담은 말들이 무거워 목이 뻐근해져도 왠지 마음만은 가볍다. 종교를 갖는 것의 목적이 교화라면, 음악을 듣는 목적은 위로와 공감일 것이다. 노 리플라이는 그것에서 더 나아가 하나의 거대한 메시지을 건넨다. 그것이 노 리플라이식 질문의 방법이고 답변의 윤리다. 청춘이 가야하는, 사랑이 가야하는, 삶이 가야하는. 온갖 길들에 대한 질문들이 사그러질 때까지 그들의 명징한 리플은 계속될 것이다. 후에 그 질문들이 다른 것으로 대체된다고 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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