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이 앨범을 좋아할 확률, 50/50


Pnau - Soft Universe

 

[댄스 비트에 춤추는 록 스타]

 

좋아할, 50
‘팝’이라고 하면 우리는 흔히 미국과 유럽을 떠올린다. 남반구의 호주는 의외의 음악적 성지임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겐 아직 ‘유학생이 많은 나라’ 정도 밖에 인식되지 못하는 듯 하다. 시드니 출신의 일렉트로닉 팝 듀오 피나우(Pnau)는 90년대 중반에 만나 인디 신을 중심으로 잔뼈 굵은 활동을 펼쳐왔다. 최근 그들의 팬을 자처한 엘튼 존(Elton John)의 레이블과 함께 하며 널리 이름을 알리게 된 것은 반가운 일이다. 물론 이는 그 동안 소기의 성과가 존재한 덕이다.
많은 음악가들이 성장 과정에서 록이나 재즈, 클래식을 듣고 자라는 반면 두 사람은 어릴 때부터 하우스와 트랜스를 접했다. 그런 배경 덕분에 피나우의 음악은 어쿠스틱 악기와 댄스 비트가 과감히 합치된다.
통산 네 번째 정규작 [Soft Universe]는 그룹의 전성기에 발표된 앨범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키 트랙인 ‘Solid Ground’는 쓸쓸한 기타 사운드를 전면에 배치하며 80년대 뉴 웨이브의 정서를 녹여낸다. ‘Unite Us’, ‘The Truth’를 관통하는 청량감과 ‘Twist of Fate’의 긍정적 사운드는 피나우만이 가질 수 있는 에너지다. 당돌한 드럼 비트의 ‘Epic Fail’과 ‘Better Way’의 복고풍 멜로디, 페스티벌 엔딩송으로 제격일 듯한 ‘Something Special’까지 각각의 멜로디는 신선하고도 이국적이다.
80년대 록 스타의 풍모와 근래의 일렉트로닉 비트가 자연스럽게 공존한다는 점은 청음의 폭을 넓힌다. 사실 ‘춤출 수 있는 댄스 음악’이라는 시도는 많았지만 이들이 선사하는 이질감은 흔치 않았다. 두 그룹을 동시대에 성공 선상에 올려놓은 팀의 수장, 닉 리틀모어의 재능은 분명 빛을 발한다.
그가 피나우 이후 결성한 듀오 엠파이어 오브 더 선(Empire of the Sun)은 보다 댄스 클럽 지향의 음악으로 선회하며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좀 더 강렬하고 테크니컬한 음악을 듣고 싶다면 체크해보자. 닉 리틀모어가 직접 프로듀스한 로비 윌리엄스, 그루브 아마다, 미카의 곡을 찾아보는 것도 색다른 재미를 줄 것이다.


또 다른, 50
취향이란 때론 물과 기름 같아서 쉽게 섞일 수 없는 법. 혹자는 어쿠스틱과 일렉트로닉을 넘나드는 그들의 시도가 마냥 낯설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또 한 가지, 닉 리틀모어가 두 집 살림 중인 피나우와 엠파이어 오브 선(Empire of the Sun)의 음악적 차이에 대한 근본적 의문을 품는 청자도 더러 있을 것 같다. 최근 들어 다소 강렬해진 건 사실이지만, 엠파이어 오브 더 선의 곡 중에도 잔잔한 히트곡이 꽤 많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피나우를 그들의 ‘친정’이라고 하기엔, 전자 또한 만만찮은 상승세라는 게 함정이라면 함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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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아일 - Boylife In 12``

 

[힙합과 일렉트로닉의 묘한 경계선]

 

좋아할, 50
게리스 아일(Gehrith Isle)이라는 이름으로 버벌 진트, 윤석철 트리오, 스윙스와 함께 한 랩퍼 김아일(Qim Isle). 빈지노의 ‘Boogie On & On’을 작곡하고, ‘Girlslike’라는 곡으로 그와 연을 맺은 작곡가 이다흰은 신예 프로듀서 신세하와 김아일의 만남을 주선한다. 흑인 음악을 듣기 시작해 마이너 일렉트로닉까지 섭렵한 신세하의 취향은 김아일을 단번에 사로 잡았고, 두 사람의 화학 작용은 [Boylife In 12``]를 통해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된다. 때문에 본 작은 김아일만의 작품이라기 보다는 김아일과 신세하의 합작에 가깝다.
앨범에서 김아일은 음악부터 그 외적인 것까지 기존 힙합의 문법에서 상당 부분 벗어난다. 프로듀싱의 중심에 선 신세하는 테크노, 디스코, 쥬크(Juke) 등 다채로운 댄스 음악의 문법을 제시한다. 김아일 또한 이러한 시도를 즐기는 듯 하다. 때문에 앨범은 ‘힙합 베이스의 일렉트로닉’으로 들리지, 결코 힙합의 문법이 앞서지 않는다.
많은 힙합 음악에서 ‘여성’의 묘사가 빠지지 않듯, 본 작도 다양한 주제로 그것을 이야기한다. 둘로 나눈다면 그녀들에 대한 존중과 고마움, 그리고 정제되지 않은 욕망과 애증이다. 첫 트랙 'V*$*V'는 김아일이 존경을 담았다는 여성 지인들의 실명이 별다른 서사없이 나열되는데, 그 자체로 낯설고 경쾌한 느낌을 준다.
이어지는 몽롱한 분위기의 ‘사과를 깨무는’과 ‘Puff In Groove’ 는 의뭉스럽고 에로틱하다. 반면에 ‘Theo’같은 곡은 과격한 성적 본능이 별다른 거름망없이 표출되는데, 이러한 가사 표현에 호불호가 크게 갈릴지도 모르겠다. ‘해변에서’나 ‘제 주 도’, ‘Girlslike’에서 보이는 낭만적인 이미지와는 상반된, 굉장히 저돌적인(?) 자아가 표출되기 때문이다.
재기발랄한 가사와 의도된 듯 뭉개진 발음, 수시로 예상을 뒤엎는 박자들. 여러모로 [Boylife In 12``]는 재밋거리가 많다. 앞으로가 기대되는 젊은 음악가들의 출발점을 끊은 앨범이라는 점에서 추천한다. 온라인에 범람하는 기존 힙합, 댄스 음악을 듣다가 접한다면 눈과 귀가 번쩍 뜨일, 낯선 사운드의 집합체다.


또 다른, 50
장르로 양분하기 힘든 앨범이다. 특히 힙합의 카테고리 안에서 읽어내기 어려운 음악이다. 어떤 가사는 무척 난해한 실험시처럼 들리기도 해, 전달력이 떨어지는 것처럼 느껴질지도 모른다. 허나 랩퍼로서의 자아를 내세우기 보단 마치 하나의 악기처럼 묻어가는 김아일의 발성이, 본 작에서 그가 택한 표현 방식이라고 하면 이해가 쉽지 않을까. 원론적인 조건을 따지는 건 이 앨범을 듣는 재미를 놓치는 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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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nau - Soft Universe

 

[댄스 비트에 춤추는 록 스타]

 

좋아할, 50
‘팝’이라고 하면 우리는 흔히 미국과 유럽을 떠올린다. 남반구의 호주는 의외의 음악적 성지임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겐 아직 ‘유학생이 많은 나라’ 정도 밖에 인식되지 못하는 듯 하다. 시드니 출신의 일렉트로닉 팝 듀오 피나우(Pnau)는 90년대 중반에 만나 인디 신을 중심으로 잔뼈 굵은 활동을 펼쳐왔다. 최근 그들의 팬을 자처한 엘튼 존(Elton John)의 레이블과 함께 하며 널리 이름을 알리게 된 것은 반가운 일이다. 물론 이는 그 동안 소기의 성과가 존재한 덕이다.
많은 음악가들이 성장 과정에서 록이나 재즈, 클래식을 듣고 자라는 반면 두 사람은 어릴 때부터 하우스와 트랜스를 접했다. 그런 배경 덕분에 피나우의 음악은 어쿠스틱 악기와 댄스 비트가 과감히 합치된다.
통산 네 번째 정규작 [Soft Universe]는 그룹의 전성기에 발표된 앨범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키 트랙인 ‘Solid Ground’는 쓸쓸한 기타 사운드를 전면에 배치하며 80년대 뉴 웨이브의 정서를 녹여낸다. ‘Unite Us’, ‘The Truth’를 관통하는 청량감과 ‘Twist of Fate’의 긍정적 사운드는 피나우만이 가질 수 있는 에너지다. 당돌한 드럼 비트의 ‘Epic Fail’과 ‘Better Way’의 복고풍 멜로디, 페스티벌 엔딩송으로 제격일 듯한 ‘Something Special’까지 각각의 멜로디는 신선하고도 이국적이다.
80년대 록 스타의 풍모와 근래의 일렉트로닉 비트가 자연스럽게 공존한다는 점은 청음의 폭을 넓힌다. 사실 ‘춤출 수 있는 댄스 음악’이라는 시도는 많았지만 이들이 선사하는 이질감은 흔치 않았다. 두 그룹을 동시대에 성공 선상에 올려놓은 팀의 수장, 닉 리틀모어의 재능은 분명 빛을 발한다.
그가 피나우 이후 결성한 듀오 엠파이어 오브 더 선(Empire of the Sun)은 보다 댄스 클럽 지향의 음악으로 선회하며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좀 더 강렬하고 테크니컬한 음악을 듣고 싶다면 체크해보자. 닉 리틀모어가 직접 프로듀스한 로비 윌리엄스, 그루브 아마다, 미카의 곡을 찾아보는 것도 색다른 재미를 줄 것이다.


또 다른, 50
취향이란 때론 물과 기름 같아서 쉽게 섞일 수 없는 법. 혹자는 어쿠스틱과 일렉트로닉을 넘나드는 그들의 시도가 마냥 낯설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또 한 가지, 닉 리틀모어가 두 집 살림 중인 피나우와 엠파이어 오브 선(Empire of the Sun)의 음악적 차이에 대한 근본적 의문을 품는 청자도 더러 있을 것 같다. 최근 들어 다소 강렬해진 건 사실이지만, 엠파이어 오브 더 선의 곡 중에도 잔잔한 히트곡이 꽤 많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피나우를 그들의 ‘친정’이라고 하기엔, 전자 또한 만만찮은 상승세라는 게 함정이라면 함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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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아일 - Boylife In 12``

 

[힙합과 일렉트로닉의 묘한 경계선]

 

좋아할, 50
게리스 아일(Gehrith Isle)이라는 이름으로 버벌 진트, 윤석철 트리오, 스윙스와 함께 한 랩퍼 김아일(Qim Isle). 빈지노의 ‘Boogie On & On’을 작곡하고, ‘Girlslike’라는 곡으로 그와 연을 맺은 작곡가 이다흰은 신예 프로듀서 신세하와 김아일의 만남을 주선한다. 흑인 음악을 듣기 시작해 마이너 일렉트로닉까지 섭렵한 신세하의 취향은 김아일을 단번에 사로 잡았고, 두 사람의 화학 작용은 [Boylife In 12``]를 통해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된다. 때문에 본 작은 김아일만의 작품이라기 보다는 김아일과 신세하의 합작에 가깝다.
앨범에서 김아일은 음악부터 그 외적인 것까지 기존 힙합의 문법에서 상당 부분 벗어난다. 프로듀싱의 중심에 선 신세하는 테크노, 디스코, 쥬크(Juke) 등 다채로운 댄스 음악의 문법을 제시한다. 김아일 또한 이러한 시도를 즐기는 듯 하다. 때문에 앨범은 ‘힙합 베이스의 일렉트로닉’으로 들리지, 결코 힙합의 문법이 앞서지 않는다.
많은 힙합 음악에서 ‘여성’의 묘사가 빠지지 않듯, 본 작도 다양한 주제로 그것을 이야기한다. 둘로 나눈다면 그녀들에 대한 존중과 고마움, 그리고 정제되지 않은 욕망과 애증이다. 첫 트랙 'V*$*V'는 김아일이 존경을 담았다는 여성 지인들의 실명이 별다른 서사없이 나열되는데, 그 자체로 낯설고 경쾌한 느낌을 준다.
이어지는 몽롱한 분위기의 ‘사과를 깨무는’과 ‘Puff In Groove’ 는 의뭉스럽고 에로틱하다. 반면에 ‘Theo’같은 곡은 과격한 성적 본능이 별다른 거름망없이 표출되는데, 이러한 가사 표현에 호불호가 크게 갈릴지도 모르겠다. ‘해변에서’나 ‘제 주 도’, ‘Girlslike’에서 보이는 낭만적인 이미지와는 상반된, 굉장히 저돌적인(?) 자아가 표출되기 때문이다.
재기발랄한 가사와 의도된 듯 뭉개진 발음, 수시로 예상을 뒤엎는 박자들. 여러모로 [Boylife In 12``]는 재밋거리가 많다. 앞으로가 기대되는 젊은 음악가들의 출발점을 끊은 앨범이라는 점에서 추천한다. 온라인에 범람하는 기존 힙합, 댄스 음악을 듣다가 접한다면 눈과 귀가 번쩍 뜨일, 낯선 사운드의 집합체다.


또 다른, 50
장르로 양분하기 힘든 앨범이다. 특히 힙합의 카테고리 안에서 읽어내기 어려운 음악이다. 어떤 가사는 무척 난해한 실험시처럼 들리기도 해, 전달력이 떨어지는 것처럼 느껴질지도 모른다. 허나 랩퍼로서의 자아를 내세우기 보단 마치 하나의 악기처럼 묻어가는 김아일의 발성이, 본 작에서 그가 택한 표현 방식이라고 하면 이해가 쉽지 않을까. 원론적인 조건을 따지는 건 이 앨범을 듣는 재미를 놓치는 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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