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 데뷔 이후 70년대 고딕 록, 80년대 신스 팝의 긍정적인 면을 수혈하며 자기만의 색을 구축한 밴드로 평가 받는 밴드, 킬러스. 10월 3일 단독 내한 공연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 12 The Killers’를 앞두고 그들이 유명 영화 감독 및 스타들과 협업해 온 뮤직 비디오를 감상해보며 이에 대한 흥미로운 비화들을 탐구해보자.

 

컬트 마니아들의 끈끈한 정, 킬러스와 팀 버튼


얼마 전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 9번째 시리즈로 내한한 그로테스크 감성의 대가, 팀 버튼(Tim Burton) 감독과 킬러스의 인연은 유독 돈독하다. 추측하건대, 이들이 친분을 쌓게 된 계기는 고스 록, 컬트 영화에 대한 독특한 취향때문은 아니었을까. 이는 그들이 함께 작업한 뮤직비디오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현재 각자 세계적으로 각광받는 스타 아티스트와 영화 감독의 위치임에도 불구하고, 70년대 컬트 마니아들의 구미를 자극할만한 요소들을 과감하게 드러내는 점이 보기 좋다.

 

The Killers – Bones


팀 버튼과 킬러스의 첫 작업은 2006년 2번째 정규 음반 <Sam’s Town>의 수록곡 ‘Bones’로, 뮤직비디오에는 사랑에 빠진 해골 형상의 남녀가 등장한다. 이는 마치 팀 버튼의 영화 <유령 신부>의 한 장면을 연상시키는데, 이 배역은 우리에게 익숙한 슈퍼 모델 데본 아오키와 미국 드라마 <90210>의 배우 마이클 스티거가 맡았다. 이 비디오로 팀 버튼은 2007년 NME Awards 베스트 비디오 상 수상의 영예를 안는다.

 

The Killers – Here With Me


이에 박차를 가해 두 번째 협업은 명작 영화 <가위 손>의 여주인공, 위노나 라이더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Here With Me’로 이어진다. 이는 킬러스의 가장 최근 앨범 <Battle Born>에 수록된 러브 발라드. 팀 버튼이 1935년 제작된 공포 영화 ‘Mad Love’에 영감을 받았다는 이 비디오는 인간과 마네킹을 오가는 위노나 라이더의 모습이 인상적으로, 이는 마치 그리스 신화에서 자신이 만든 피규어와 사랑에 빠진 조각가의 이야기를 다룬 피그말리온 이야기를 떠오르게 한다. 이렇게 연달아 팀 버튼과 두 작품을 함께 한 킬러스는 2012년 영화 <다크 섀도우>의 엔딩 송을 부르며 상부상조의 좋은 예를 보여주었다.


맨체스터 오타쿠들의 만남, 킬러스와 안톤 코르빈

 


The Killers - All These Things That I've Done


킬러스의 음악적 출발점이 포스트 펑크, 즉 80년대 영국 맨체스터 사운드에서 시작되었다는 건 그들의 음악에 관심이 있다면 쉽게 알 수 있는 사실이다. 사실 밴드명부터 뉴 오더의 뮤직 비디오 ‘Crystal’에 등장하는 가상 밴드에서 따왔을 정도로, 이들은 당시의 사운드에 상당히 경도되어 있었단다. 재미있는 점은 킬러스가 뉴 오더의 전신이 된 밴드, 조이 디비전의 프론트 맨 이언 커티스의 전기 영화 <컨트롤>을 감독한 안톤 코르빈과 인연을 맺었다는 것. U2, 디페쉬 모드, 너바나 등 많은 스타 밴드의 뮤직 비디오를 감독한 그 역시 조이 디비전의 열렬한 팬이었다고 한다. 고로 킬러스 멤버 전원이 미국의 카우보이로 변신하며 영국풍 펑크 송을 부르는 ‘All These Things That I’ve Done’의 비디오는 과거의 향수에 대한 두 아티스트의 오묘한 문화적 재현인 셈이다. 한 편, 킬러스는 <컨트롤>에 삽입된 조이 디비전의 ‘Shadowplay’를 부르며 트리뷰트의 정점을 찍기도.


영화인들과의 긴밀한 협력

 

The Killers – Miss Atomic Bomb


킬러스의 뮤직 비디오 목록에는 특히 영화 감독들의 이름이 많이 보이는데, 이는 그들이 음악뿐만 아니라 문화 전반에 다양한 관심을 갖고 있음을 반증하는 부분이다. 앞서 언급한 두 감독 외에도, 그들의 많은 작품에서 다양한 영화계 인사들의 이름을 확인해 볼 수 있다. 크리스마스 EP의 수록곡 ‘Boots’는 <나폴레옹 다이너마이트> <나쵸 리브레> 등 주로 코미디 영화를 감독해 온 자레드 헤스가 본인의 작품과는 사뭇 다른 톤의 분위기를 연출하였다. 한 편, 실사와 애니메이션의 혼용 버전으로 제작된 ‘Miss Atomic Bomb’의 비디오는 <터미네이터>, <스타워즈>의 비주얼 디렉터이자 다프트 펑크의 앨범 아트워크를 담당한 워렌 푸가 맡았다. 이는 경사스럽게도 2013년 MVPA Awards 최고의 애니메이션 비디오 부문을 수상하기도 했다.

 


The Killers – Mr.Brightside


이 외 유명 배우들과의 인연 또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크리스마스 EP의 ‘Don’t Shoot Me Santa’는 우리에게 ‘크리미널 마인드’의 배우로 익숙한 매튜 그레이 구블러가 연출을 맡았다. 킬러스를 있게 해준 곡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Mr.Brightside’에는 <코요테 어글리>에 출연한 이자벨라 미코가 영화 <물랑 루즈>풍의 벌레스크 쇼 걸로 출연했으며, 밴드의 프론트 맨 브랜든 플라워스의 솔로곡 ‘Crossfire’에는 명배우 샤를리즈 테론이 열연하여 화제를 모았다.
밴드 결성 10여 년, 네임 밸류를 가리지 않고 다방면에 안테나를 세우고 있는 킬러스의 태도는 우리를 흥분시키기 충분하다. 이에는 분명 밴드와 스태프들의 세심한 노력이 숨어있을 것. 올 가을, 랜선과 컴퓨터 화면을 넘어 넓은 무대 위에서 우리의 오감을 사정없이 자극할 네 남자의 모습을 상상하며, 떨리는 마음으로 그들의 뮤직 비디오를 한 편 한 편 재생해본다.

 

 

현대카드 슈퍼 시리즈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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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감을 자극하는 포스트 펑크 밴드, The Killers 뮤직비디오 (2013) :: midnight madness

메이저 데뷔 이후 70년대 고딕 록, 80년대 신스 팝의 긍정적인 면을 수혈하며 자기만의 색을 구축한 밴드로 평가 받는 밴드, 킬러스. 10월 3일 단독 내한 공연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 12 The Killers’를 앞두고 그들이 유명 영화 감독 및 스타들과 협업해 온 뮤직 비디오를 감상해보며 이에 대한 흥미로운 비화들을 탐구해보자.

 

컬트 마니아들의 끈끈한 정, 킬러스와 팀 버튼


얼마 전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 9번째 시리즈로 내한한 그로테스크 감성의 대가, 팀 버튼(Tim Burton) 감독과 킬러스의 인연은 유독 돈독하다. 추측하건대, 이들이 친분을 쌓게 된 계기는 고스 록, 컬트 영화에 대한 독특한 취향때문은 아니었을까. 이는 그들이 함께 작업한 뮤직비디오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현재 각자 세계적으로 각광받는 스타 아티스트와 영화 감독의 위치임에도 불구하고, 70년대 컬트 마니아들의 구미를 자극할만한 요소들을 과감하게 드러내는 점이 보기 좋다.

 

The Killers – Bones


팀 버튼과 킬러스의 첫 작업은 2006년 2번째 정규 음반 <Sam’s Town>의 수록곡 ‘Bones’로, 뮤직비디오에는 사랑에 빠진 해골 형상의 남녀가 등장한다. 이는 마치 팀 버튼의 영화 <유령 신부>의 한 장면을 연상시키는데, 이 배역은 우리에게 익숙한 슈퍼 모델 데본 아오키와 미국 드라마 <90210>의 배우 마이클 스티거가 맡았다. 이 비디오로 팀 버튼은 2007년 NME Awards 베스트 비디오 상 수상의 영예를 안는다.

 

The Killers – Here With Me


이에 박차를 가해 두 번째 협업은 명작 영화 <가위 손>의 여주인공, 위노나 라이더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Here With Me’로 이어진다. 이는 킬러스의 가장 최근 앨범 <Battle Born>에 수록된 러브 발라드. 팀 버튼이 1935년 제작된 공포 영화 ‘Mad Love’에 영감을 받았다는 이 비디오는 인간과 마네킹을 오가는 위노나 라이더의 모습이 인상적으로, 이는 마치 그리스 신화에서 자신이 만든 피규어와 사랑에 빠진 조각가의 이야기를 다룬 피그말리온 이야기를 떠오르게 한다. 이렇게 연달아 팀 버튼과 두 작품을 함께 한 킬러스는 2012년 영화 <다크 섀도우>의 엔딩 송을 부르며 상부상조의 좋은 예를 보여주었다.


맨체스터 오타쿠들의 만남, 킬러스와 안톤 코르빈

 


The Killers - All These Things That I've Done


킬러스의 음악적 출발점이 포스트 펑크, 즉 80년대 영국 맨체스터 사운드에서 시작되었다는 건 그들의 음악에 관심이 있다면 쉽게 알 수 있는 사실이다. 사실 밴드명부터 뉴 오더의 뮤직 비디오 ‘Crystal’에 등장하는 가상 밴드에서 따왔을 정도로, 이들은 당시의 사운드에 상당히 경도되어 있었단다. 재미있는 점은 킬러스가 뉴 오더의 전신이 된 밴드, 조이 디비전의 프론트 맨 이언 커티스의 전기 영화 <컨트롤>을 감독한 안톤 코르빈과 인연을 맺었다는 것. U2, 디페쉬 모드, 너바나 등 많은 스타 밴드의 뮤직 비디오를 감독한 그 역시 조이 디비전의 열렬한 팬이었다고 한다. 고로 킬러스 멤버 전원이 미국의 카우보이로 변신하며 영국풍 펑크 송을 부르는 ‘All These Things That I’ve Done’의 비디오는 과거의 향수에 대한 두 아티스트의 오묘한 문화적 재현인 셈이다. 한 편, 킬러스는 <컨트롤>에 삽입된 조이 디비전의 ‘Shadowplay’를 부르며 트리뷰트의 정점을 찍기도.


영화인들과의 긴밀한 협력

 

The Killers – Miss Atomic Bomb


킬러스의 뮤직 비디오 목록에는 특히 영화 감독들의 이름이 많이 보이는데, 이는 그들이 음악뿐만 아니라 문화 전반에 다양한 관심을 갖고 있음을 반증하는 부분이다. 앞서 언급한 두 감독 외에도, 그들의 많은 작품에서 다양한 영화계 인사들의 이름을 확인해 볼 수 있다. 크리스마스 EP의 수록곡 ‘Boots’는 <나폴레옹 다이너마이트> <나쵸 리브레> 등 주로 코미디 영화를 감독해 온 자레드 헤스가 본인의 작품과는 사뭇 다른 톤의 분위기를 연출하였다. 한 편, 실사와 애니메이션의 혼용 버전으로 제작된 ‘Miss Atomic Bomb’의 비디오는 <터미네이터>, <스타워즈>의 비주얼 디렉터이자 다프트 펑크의 앨범 아트워크를 담당한 워렌 푸가 맡았다. 이는 경사스럽게도 2013년 MVPA Awards 최고의 애니메이션 비디오 부문을 수상하기도 했다.

 


The Killers – Mr.Brightside


이 외 유명 배우들과의 인연 또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크리스마스 EP의 ‘Don’t Shoot Me Santa’는 우리에게 ‘크리미널 마인드’의 배우로 익숙한 매튜 그레이 구블러가 연출을 맡았다. 킬러스를 있게 해준 곡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Mr.Brightside’에는 <코요테 어글리>에 출연한 이자벨라 미코가 영화 <물랑 루즈>풍의 벌레스크 쇼 걸로 출연했으며, 밴드의 프론트 맨 브랜든 플라워스의 솔로곡 ‘Crossfire’에는 명배우 샤를리즈 테론이 열연하여 화제를 모았다.
밴드 결성 10여 년, 네임 밸류를 가리지 않고 다방면에 안테나를 세우고 있는 킬러스의 태도는 우리를 흥분시키기 충분하다. 이에는 분명 밴드와 스태프들의 세심한 노력이 숨어있을 것. 올 가을, 랜선과 컴퓨터 화면을 넘어 넓은 무대 위에서 우리의 오감을 사정없이 자극할 네 남자의 모습을 상상하며, 떨리는 마음으로 그들의 뮤직 비디오를 한 편 한 편 재생해본다.

 

 

현대카드 슈퍼 시리즈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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