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이라는 두 글자가 오늘 내 맘을 무너뜨렸어
어쩜 우린 웃으며 다시 만날 수 있어 그렇지 않니?
음악을 듣고 책을 읽고 영화를 보고 사람들을 만나고
우습지만 예전엔 미처 하지 못했던 생각도 많이 하게 돼
넌 날 아프게 하는 사람이 아냐
수없이 많은 나날들 속을
반짝이고 있어 항상 고마웠어
아무도 이해할 수 없는 얘기겠지만
그렇지만 가끔 미치도록 네가 안고 싶어질 때가 있어
너 같은 사람은 너 밖에 없었어
마음 둘 곳이라곤 없는 이 세상 속에

가을방학의 구성을 처음 봤을 때는 일본의 부부 듀오인 르 커플(Le Couple)이나 마이 리틀 러버(My Little Lover), 혹은 키로로(Kiroro)같은 음악을 떠올렸다. 담백한 앨범 커버와 아련한 가사, 요새 한 광고의 말마따나 아이들도 이름을 알 수 있는 정직한 재료만 넣은 한식 요리같은 노래. 뺄 수 있는 힘은 다 빼고 서정성은 최대한으로 밀집시켜 놓은 그런 음악. '드디어 현대판 정태춘과 박은옥이 나왔구나!'하는 생각에 가슴 설레는 마음으로 그들의 1집을 들었다.

계피의 목소리는 2005년, 홍대 길거리에 첫 발을 내딛던 어느 여름날에 만날 수 있었다. 당시 브로콜리 너마저의 기타리스트로 '봄이 오면'과 '꾸꾸꾸'를 열창하여 나를 브로콜리 너마저의 홈페이지에서 데모곡을 찾아듣게 만들던 그녀였다. 기타리스트치곤 너무 고운 음색을 가진 그녀였다. 용감한 형제들의 신보라같은 존재였다. (신보라에게 '아니, 왜 가수가 개그맨을 하고 있지?' 라는 말이 나온다면 당시의 계피에겐 '아니, 보컬이 왜 기타를  치고 있지?' 라는 말이 나왔을 것이다.)

그 후 브로콜리 너마저에서 독립한 계피는 그녀를 줄곧 지켜보던 줄리아 하트의 정바비와 참 좋은 그룹을 만들었다. 정말 좋은 시기에 정말 좋은 프로듀서(정바비)와 정말 좋은 보컬(계피)가 만나니 정말 좋은 음악이 나올 수 밖에 없었다. 이것이 바로 정바비식 슴슴함에 계피식 알싸함이던가. 마음 둘 곳이라곤 없는 이 세상 속에, 귀를 둘 음악이 있다는 것. 이 얼마나 다행인 일인가. 

● 한 줄 요약 : 히트곡 제목은 어떻게 지어야 하는지 가르쳐주는 곡.
● 감상 포인트 : 전곡 가사가 그 자체로 이미 각각 한 편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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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방학 - 가끔 미치도록 네가 안고 싶어질 때가 있어 :: midnight madness



만약이라는 두 글자가 오늘 내 맘을 무너뜨렸어
어쩜 우린 웃으며 다시 만날 수 있어 그렇지 않니?
음악을 듣고 책을 읽고 영화를 보고 사람들을 만나고
우습지만 예전엔 미처 하지 못했던 생각도 많이 하게 돼
넌 날 아프게 하는 사람이 아냐
수없이 많은 나날들 속을
반짝이고 있어 항상 고마웠어
아무도 이해할 수 없는 얘기겠지만
그렇지만 가끔 미치도록 네가 안고 싶어질 때가 있어
너 같은 사람은 너 밖에 없었어
마음 둘 곳이라곤 없는 이 세상 속에

가을방학의 구성을 처음 봤을 때는 일본의 부부 듀오인 르 커플(Le Couple)이나 마이 리틀 러버(My Little Lover), 혹은 키로로(Kiroro)같은 음악을 떠올렸다. 담백한 앨범 커버와 아련한 가사, 요새 한 광고의 말마따나 아이들도 이름을 알 수 있는 정직한 재료만 넣은 한식 요리같은 노래. 뺄 수 있는 힘은 다 빼고 서정성은 최대한으로 밀집시켜 놓은 그런 음악. '드디어 현대판 정태춘과 박은옥이 나왔구나!'하는 생각에 가슴 설레는 마음으로 그들의 1집을 들었다.

계피의 목소리는 2005년, 홍대 길거리에 첫 발을 내딛던 어느 여름날에 만날 수 있었다. 당시 브로콜리 너마저의 기타리스트로 '봄이 오면'과 '꾸꾸꾸'를 열창하여 나를 브로콜리 너마저의 홈페이지에서 데모곡을 찾아듣게 만들던 그녀였다. 기타리스트치곤 너무 고운 음색을 가진 그녀였다. 용감한 형제들의 신보라같은 존재였다. (신보라에게 '아니, 왜 가수가 개그맨을 하고 있지?' 라는 말이 나온다면 당시의 계피에겐 '아니, 보컬이 왜 기타를  치고 있지?' 라는 말이 나왔을 것이다.)

그 후 브로콜리 너마저에서 독립한 계피는 그녀를 줄곧 지켜보던 줄리아 하트의 정바비와 참 좋은 그룹을 만들었다. 정말 좋은 시기에 정말 좋은 프로듀서(정바비)와 정말 좋은 보컬(계피)가 만나니 정말 좋은 음악이 나올 수 밖에 없었다. 이것이 바로 정바비식 슴슴함에 계피식 알싸함이던가. 마음 둘 곳이라곤 없는 이 세상 속에, 귀를 둘 음악이 있다는 것. 이 얼마나 다행인 일인가. 

● 한 줄 요약 : 히트곡 제목은 어떻게 지어야 하는지 가르쳐주는 곡.
● 감상 포인트 : 전곡 가사가 그 자체로 이미 각각 한 편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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