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이 앨범을 좋아할 확률, 50/50

 

진보 – Fantasy


[광활한 우주를 유영하는 SF 멜로디]

 

좋아할, 50
그간의 이력을 살펴보면 진보(JINBO)는 자기 색을 전면적으로 내세우기 보다는, 피처링이나 프로듀싱 등 다른 뮤지션을 북돋아주는 작업을 많이 해왔다. 에픽 하이(Epik High), 프라이머리(PRIMARY), 더 콰이엇(The Quiett) 등 현업 음악가들과의 합심은 물론, 빈지노(Beenzino)부터 샤이니(SHINee)까지 장르 불문 작곡가로서도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때문에 작곡가 진보가 아닌, ‘음악가 진보’의 곡은 늘 귀했다. 더불어 첫 정규작 [Afterwork] (2010)가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알앤비&소울 부문을 수상하며 좋은 반응을 얻었기에, 이후의 행보가 궁금해지는 건 당연지사였다.
3년 만에 발표된 두 번째 앨범 [Fantasy] (2013)는 이러한 기대에 부응하듯, 피처링 참여나 리메이크에서 진면목을 느낄 수 없었던 진보라는 음악가의 개인적 성취와 시대적 흐름에 보다 집중한다. 가감 없는 코드 진행과 도회적인 비트, 그와 어우러지는 농염한 노랫말은 우주, 사랑, 로봇 등의 키워드를 관통하며 멜랑콜리한 음악관을 구축한다. 근래 미국의 비트 뮤직 레이블에서 쏟아져 나오는 미래적인 사운드를 지구 반대편의 그 역시 일찌감치 고민하고 있던 것이다.
멀티 플레이어 기질이 다분한 진보는 [Fantasy]에서도 프로듀서, 보컬, 랩퍼 등 일인다역을 자청한다. 영상 제작팀 디지페디(DIGIPEDI)의 뮤직 비디오와 함께 선보인 타이틀곡 ‘Fantasy’와 ‘Be My Friend’, 그리고 2011년 프로젝트 그룹 일진스(Ill Jeanz)를 통해 발표한 ‘Take It Slow’의 리믹스격 ‘Tape It Slow Baby’가 귀를 잡아 끈다. 여기에 탁월한 구성이 돋보이는 ‘Cops Come Knock’, 투 스텝 비트의 ‘Delete It Deal It’와 같이 앨범 곳곳에 일렉트로닉 신에서도 쉽게 통할 법한 갖가지 실험들이 보기 좋게 묻어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Fantasy]가 그를 보다 넓은 영역의 프로듀서로 확장시켜주었다는 점이다. 슈퍼프릭 레코드(Superfreak Records)라는 레이블의 대표이자, 도전을 즐기는 음악가로서의 자신감도 보다 뚜렷해진 느낌이다. 다양한 고민과 시도로 마치 현재와 미래를 연결시켜주는 타임워프 같은 음반이 탄생했다는 점에서, 진보는 그의 이름대로 남다른 ‘음악적 진보’를 이뤄냈다.


또 다른, 50
멜로디컬한 팝의 무언가를 기대하고 [Fantasy]를 듣는다면 다소 혁신적인 비트의 실험과 코드 진행에 낯선 느낌을 받을지도 모르겠다. 애초 곡들을 장르별 카테고리에 담으려는 마음을 버리고, 하나의 소설이나 영화를 감상하듯 각 트랙의 인상을 즐겨보는 것도 좋겠다.
공상과학 마니아라는 진보 자신의 말마따나, 이 앨범은 ‘22세기의 휴머노이드 로봇이 21세기를 탐방하며 로맨스와 아픔을 경험한다’는 서사를 가지고 있단다. 그러므로 수록곡의 성향은 따라 부르기 쉬운 보컬 위주의 팝보다는 자연스레 어반, 일렉트로닉 사운드로 기울어졌을 것이다. 이러한 점을 인지한다면 익숙하지 않았던 멜로디의 이질감도 새로운 매력으로 느껴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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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 - Fantasy :: midnight madn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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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할, 50
그간의 이력을 살펴보면 진보(JINBO)는 자기 색을 전면적으로 내세우기 보다는, 피처링이나 프로듀싱 등 다른 뮤지션을 북돋아주는 작업을 많이 해왔다. 에픽 하이(Epik High), 프라이머리(PRIMARY), 더 콰이엇(The Quiett) 등 현업 음악가들과의 합심은 물론, 빈지노(Beenzino)부터 샤이니(SHINee)까지 장르 불문 작곡가로서도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때문에 작곡가 진보가 아닌, ‘음악가 진보’의 곡은 늘 귀했다. 더불어 첫 정규작 [Afterwork] (2010)가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알앤비&소울 부문을 수상하며 좋은 반응을 얻었기에, 이후의 행보가 궁금해지는 건 당연지사였다.
3년 만에 발표된 두 번째 앨범 [Fantasy] (2013)는 이러한 기대에 부응하듯, 피처링 참여나 리메이크에서 진면목을 느낄 수 없었던 진보라는 음악가의 개인적 성취와 시대적 흐름에 보다 집중한다. 가감 없는 코드 진행과 도회적인 비트, 그와 어우러지는 농염한 노랫말은 우주, 사랑, 로봇 등의 키워드를 관통하며 멜랑콜리한 음악관을 구축한다. 근래 미국의 비트 뮤직 레이블에서 쏟아져 나오는 미래적인 사운드를 지구 반대편의 그 역시 일찌감치 고민하고 있던 것이다.
멀티 플레이어 기질이 다분한 진보는 [Fantasy]에서도 프로듀서, 보컬, 랩퍼 등 일인다역을 자청한다. 영상 제작팀 디지페디(DIGIPEDI)의 뮤직 비디오와 함께 선보인 타이틀곡 ‘Fantasy’와 ‘Be My Friend’, 그리고 2011년 프로젝트 그룹 일진스(Ill Jeanz)를 통해 발표한 ‘Take It Slow’의 리믹스격 ‘Tape It Slow Baby’가 귀를 잡아 끈다. 여기에 탁월한 구성이 돋보이는 ‘Cops Come Knock’, 투 스텝 비트의 ‘Delete It Deal It’와 같이 앨범 곳곳에 일렉트로닉 신에서도 쉽게 통할 법한 갖가지 실험들이 보기 좋게 묻어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Fantasy]가 그를 보다 넓은 영역의 프로듀서로 확장시켜주었다는 점이다. 슈퍼프릭 레코드(Superfreak Records)라는 레이블의 대표이자, 도전을 즐기는 음악가로서의 자신감도 보다 뚜렷해진 느낌이다. 다양한 고민과 시도로 마치 현재와 미래를 연결시켜주는 타임워프 같은 음반이 탄생했다는 점에서, 진보는 그의 이름대로 남다른 ‘음악적 진보’를 이뤄냈다.


또 다른, 50
멜로디컬한 팝의 무언가를 기대하고 [Fantasy]를 듣는다면 다소 혁신적인 비트의 실험과 코드 진행에 낯선 느낌을 받을지도 모르겠다. 애초 곡들을 장르별 카테고리에 담으려는 마음을 버리고, 하나의 소설이나 영화를 감상하듯 각 트랙의 인상을 즐겨보는 것도 좋겠다.
공상과학 마니아라는 진보 자신의 말마따나, 이 앨범은 ‘22세기의 휴머노이드 로봇이 21세기를 탐방하며 로맨스와 아픔을 경험한다’는 서사를 가지고 있단다. 그러므로 수록곡의 성향은 따라 부르기 쉬운 보컬 위주의 팝보다는 자연스레 어반, 일렉트로닉 사운드로 기울어졌을 것이다. 이러한 점을 인지한다면 익숙하지 않았던 멜로디의 이질감도 새로운 매력으로 느껴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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