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정치마. 팀명만 보고 유관순 열사의 그것을 떠올렸다면 당신은 이들에게 다소 무리한 기대를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역사를 폄하하는 얘기가 아니라, 펑퍼짐한 아줌마 치마를 입히기엔 이들의 잘빠진 몸매가 아깝다는 얘기다. 재일교포 2세에게 한국산 김치의 우월함을 열토하고, 3개국의 피를 물려받은 재독교포에게 족발이 아이스바인(독일식 족발)보다 맛있다고 웅변할지언정, 그들은 오리진(origin)은 한국 본토의 감수성을 이해할 수 없다. 외국인이 조지훈의 승무에 등장하는 '나빌레라'라는 언어유희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과 같은 이치랄까. 이렇게 애초에 기대치를 줄이고 듣는다면, 검정치마의 1집 [201]에 담긴 다국성(多國性)을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기대할 수 없다고 해서, 실망할 필요는 없다. 다국적, 다출처의 양질의 음악이 모인 검정치마의 1집 은 분명 그 자체로 '백화점'이다.

다국적, 다장르로 마블링된 인디록
'한국 노래가 아닌 것 같아'라는게 이들의 음악을 접한 이들의 첫번째 반응이다. '강아지'나 '아방가르드 킴'의 도입부를 들으면 우리는 어렵지 않게 세네팀 이상의 영미 밴드들의 이름을 이야기할 수 있다. 그러나 '좋아해줘' ,'Antifreeze'의 신디사이저의 '뿅뿅'거리는 전자음과 '구남과여라딩스텔라'류의 처연한 혼잣말에서는 이제 막 첫앨범을 발매한 신인 밴드의 로파이한 풋풋함이 묻어난다. 이렇게 검정치마는 내공없이는 절대 쉽게 넘을 수 없는 홍대와 뉴욕이라는 먼 거리를 구렁이 담 넘듯 드나든다.

한 가지 더 재밌는 것은 밴드 멤버들의 취향과 출신이다. 검정치마의 작곡/작사를 맡고 있는 팀의 중추 보컬 조휴일은 이름만 들어도 무시무시(?)한 하드코어 밴드 '일진회'출신이고 드러머는 '라르크 엔 시엘(L'Arc~en~Ciel')의 유키히로와 뮤즈(Muse)의 도미닉을 좋아한단다. 아니, 뉴욕도 모자라 이제 일본까지! 라고 한다면 할 말 없겠지만, 어쨌든 검정치마는 우리에게 햄치즈 샌드위치와 김치를 같이 먹어도 맛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한국 록신에서의 이들의 등장은 마치 아무 생각없이 한 판의 달걀을 하나하나 깨먹다가 오리알을 발견한 것마냥 갑작스러웠다. 스트록스(the Strokes)와 프란츠 퍼디난드(Franz Ferdinand), 악틱 멍키스(Arctic Monkeys)등이 2000년 중후반의 영미권 록신을 뒤흔든 것에 비해 국내의 개러지 리바이벌 붐은 좀 늦은 감이 있지만, 이제부터라도 갤럭시 익스프레스와 검정치마, 파블로프 등으로 이어지는 섹시한 록의 네이밍을 이들의 레이블 명을 딴 '루비살-록(RubiSa-Rock)'이라고 불러도 그다지 지나치지 않을 것 같다. 안정된 프로필과 바이오그래피가 나온 후 더 많은 이야기를 하고 싶게 만들어지는, 개러지록 혹은 인디록이라는 장롱 안에 넣기엔 억울해서 자꾸만 쇼윈도에 걸게되는 '검정치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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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정치마의 국적은 세계(WORLD)다 :: midnight madness



검정치마. 팀명만 보고 유관순 열사의 그것을 떠올렸다면 당신은 이들에게 다소 무리한 기대를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역사를 폄하하는 얘기가 아니라, 펑퍼짐한 아줌마 치마를 입히기엔 이들의 잘빠진 몸매가 아깝다는 얘기다. 재일교포 2세에게 한국산 김치의 우월함을 열토하고, 3개국의 피를 물려받은 재독교포에게 족발이 아이스바인(독일식 족발)보다 맛있다고 웅변할지언정, 그들은 오리진(origin)은 한국 본토의 감수성을 이해할 수 없다. 외국인이 조지훈의 승무에 등장하는 '나빌레라'라는 언어유희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과 같은 이치랄까. 이렇게 애초에 기대치를 줄이고 듣는다면, 검정치마의 1집 [201]에 담긴 다국성(多國性)을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기대할 수 없다고 해서, 실망할 필요는 없다. 다국적, 다출처의 양질의 음악이 모인 검정치마의 1집 은 분명 그 자체로 '백화점'이다.

다국적, 다장르로 마블링된 인디록
'한국 노래가 아닌 것 같아'라는게 이들의 음악을 접한 이들의 첫번째 반응이다. '강아지'나 '아방가르드 킴'의 도입부를 들으면 우리는 어렵지 않게 세네팀 이상의 영미 밴드들의 이름을 이야기할 수 있다. 그러나 '좋아해줘' ,'Antifreeze'의 신디사이저의 '뿅뿅'거리는 전자음과 '구남과여라딩스텔라'류의 처연한 혼잣말에서는 이제 막 첫앨범을 발매한 신인 밴드의 로파이한 풋풋함이 묻어난다. 이렇게 검정치마는 내공없이는 절대 쉽게 넘을 수 없는 홍대와 뉴욕이라는 먼 거리를 구렁이 담 넘듯 드나든다.

한 가지 더 재밌는 것은 밴드 멤버들의 취향과 출신이다. 검정치마의 작곡/작사를 맡고 있는 팀의 중추 보컬 조휴일은 이름만 들어도 무시무시(?)한 하드코어 밴드 '일진회'출신이고 드러머는 '라르크 엔 시엘(L'Arc~en~Ciel')의 유키히로와 뮤즈(Muse)의 도미닉을 좋아한단다. 아니, 뉴욕도 모자라 이제 일본까지! 라고 한다면 할 말 없겠지만, 어쨌든 검정치마는 우리에게 햄치즈 샌드위치와 김치를 같이 먹어도 맛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한국 록신에서의 이들의 등장은 마치 아무 생각없이 한 판의 달걀을 하나하나 깨먹다가 오리알을 발견한 것마냥 갑작스러웠다. 스트록스(the Strokes)와 프란츠 퍼디난드(Franz Ferdinand), 악틱 멍키스(Arctic Monkeys)등이 2000년 중후반의 영미권 록신을 뒤흔든 것에 비해 국내의 개러지 리바이벌 붐은 좀 늦은 감이 있지만, 이제부터라도 갤럭시 익스프레스와 검정치마, 파블로프 등으로 이어지는 섹시한 록의 네이밍을 이들의 레이블 명을 딴 '루비살-록(RubiSa-Rock)'이라고 불러도 그다지 지나치지 않을 것 같다. 안정된 프로필과 바이오그래피가 나온 후 더 많은 이야기를 하고 싶게 만들어지는, 개러지록 혹은 인디록이라는 장롱 안에 넣기엔 억울해서 자꾸만 쇼윈도에 걸게되는 '검정치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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