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신인 아이돌 그룹 중 눈에 띄는 팀은 SM의 샤이니, JYP의 2AM과 2PM, 엠넷미디어의 다비치 등으로 비교적 쉽게 요약된다. 이 중 일명 '컨템퍼러리 밴드'('Comtemporary'라는 단어는 동시대의 트렌드를 이끌고 해답을 제시하겠다는 이들의 포부가 담겨있다고 기획사와 측은 설명한다)라는 이름을 들고 나온 샤이니(SHINee : '빛'을 의미하는 'shine'라는 어미에 '더블e'가 붙어 '빛을 받는 아이들'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고 기획사 측은 설명한다)는 올해 가장 활발한 활동을 한 보이 밴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들이 지난 24일 선공개한 신곡 '아.미.고.'(Amigo:스페인어로 친구, 여기서는 '아름다운 미녀를 좋아하면 고생한다'라는 중의적 의미를 담고 있다고 기획사 측은 설명한다)는 샤이니, 나아가 아이돌계의 삼성(?)이라고 불리우는 SM 엔터테인먼트의 향후 기획 방향을 여실히 보여주는 곡이다. 최근 미국 진출을 선언한 보아의 'Eat You Up'과 음악 스타일면에서만 보자면 비슷한 맥락이다.

지난 5월말, 샤이니가 '누난 너무 예뻐'라는 곡을 들고 나왔을 때 나는 사실 의아했다. 실로 '지금 현재' 세계 음악 시장은 파워풀한 클럽 댄스튠이 영향력이 (때론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큰 게 분명한데, 도대체 왜 팝알앤비일까? 힙합 계의 큰 형님 카니예 웨스트(Kanye West)도 다프트 펑크(Daft Punk)의 지원 사격을 받고 있는 마당에, 컨템퍼러리 밴드라면 적어도 지글거리되 불필요하지 않은 전자음 하나는 심어주어야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팀의 방향과 실로 '유럽 언더그라운드 일렉트로니카풍의 패션'을 도입했다는 디자이너 하상백의 컨템퍼러리한 의상에 비해 들고 나온 곡이 너무 말랑하다는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곡 자체의 등장 시기는 적절했고, 타겟층도 너무 눈에 보인다 싶을 정도로 분명하다고 할 수 있었지만 말이다.

이후 '누난 너무 예뻐'에 이어 등장한 곡은 마치 파워레인저 형, 누나들의 패션에서 영감을 받은 듯한 패션이 돋보이던 '산소 같은 너'였다. '7~80년대 마이클 잭슨의 음악을 연상시키는 펑키한 디스코 풍의 음악'이라고 기획사측이 설명한 이 곡은 1집 앨범 타이틀곡으로 좀 더 '컨템퍼러리 밴드'라는 이들의 방향성에 가까이 근접한다. 이곡을 타이틀곡으로 내세운 1집 정규 앨범에서, '산소 같은 너'를 제외한 나머지 곡들이 대체로 장롱에 넣어두었다가 급히 먼지를 털고 꺼내놓은 느낌이 컸지만 말이다.

지나간 알앤비, 70년대 풍의 펑키한 디스코 음악까진 다 좋았다. 하지만 그 다음으로 샤이니가 들고 나올 타이틀곡에는 분명히 묵언적으로 요구되는 게 있었다. 이를테면, '너희들이 정말 컨템퍼러리 밴드라면 이젠 진짜 동시대의 음악을 들고 나오란 말이야!' 하는 것 말이다. 물론 지글지글한 음악을 들고 나와야지 지금 현재의 음악이라는 건 아니지만, 신곡 '아.미.고'는 전세계 팝시장의 마이다스 손으로 불리우는 팀발랜드나 넵튠스같은 귀신같이 잘 짜여진 클럽풍 음악을 만들어내는 프로듀서들의 영향이 상당 부분 묻어나있다. 말하자면 그간 샤이니의 음악 중 가장 2008년 다운 곡이란 말이다. 일단 노래 전체를 아우르는 지글거리는 효과음과 뚜렷한 훅부터가 '아, SM이 이제서야 원의도의 샤이니를 보여주려나보다'하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이에 '아.미.고'를 굳이 메인 디쉬라고 하지 않아도 '누난 너무 예뻐'와 '산소 같은 너'는 자동적으로 애피타이저가 된다.

콜드 하트 샤이니, 콜드 아이스 샤이니

그럼 이제 곡 자체를 가지고 얘기해보자. 곡은 처음을 알리는 신호조차없이 시작되는 'Cold Heart Baby, Cold Ice Baby'라는 랩핑을 뒷받침하는 건 가장 최소의 비트와 훅이다. 허나 이후 '야,야,야/만났다/반했다/그녀에게 반했다'까지 듣고 나면 '아!'하고 무릎이 탁 쳐진다. 정확히 3번 루핑된 '야,야,야'는 분명 클럽 DJ가 클럽에서 CDJ(DJ가 사용하는 CD 플레이어 쯤으로 해둡시다)에 CD를 넣고 루프버튼을 눌렀을 때 나는, 이젠 익숙하다못해 조금은 뻔해져버린, 그 소리니까 말이다. 물론 리드보컬 종현이 '사랑해줄 멋진 남'이라고 본인의 나이 답지 않은 풍부한 성량을 자랑하듯 길게 바이브레이션을 뽑는 부분과, 곡의 제목인 '아미고'를 반복해서 외치는 후렴구에선 편곡자 유영진의 H.O.T부터 10년 이상 지속되온 'SM표 댄스 음악' (최근에 알게 된 사실인데 아예 기획사에서는 'SM Performance'의 약자 'SMP'라는 이름으로 SM 가수들의 음악 스타일을 정의해버렸다.) 스타일이 곡의 완성미를 해쳤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강하게 느껴진다. 허나 이러한 종현의 외침 뒤에는 '우리 이번에는 작정하고 클럽 댄스풍 음악을 들고 나왔다. 이 곡이야말로 샤이니가 말하고자하는 진짜 컨템퍼러리한 노래야!'라는 말이 생략되어있다고 이야기하는 것에 분명 무리수는 없을 것이다.

다소 지저분하다 싶을 정도로 지속되는 노이즈와 방송에서 편집될 것을 의식한건지, 곡의 농도에 비해 비교적 짧게 느껴지는 러닝 타임이 아쉬움으로 남는 걸 빼면 '아.미.고'는 그럭저럭 괜찮은 클럽 댄스풍의 대중 음악이다. '아미고'라는 동타이틀의 가사가 반복되면서, '누난 너무 예뻐'나 '산소 같은 너'보다 입에 감기는 느낌이 오히려 더 짙어졌다. '따라부르는 곡'이라는 면에서 전자보다 대중을 더 의식했다는 의미다. 물론 클럽에 갈 나이조차 되지 않은 10대 소년들의 지나치게 성숙한 가사가 아쉽긴 하지만 역으로 이는 '누난 너무 예뻐'보다 더욱 직설적으로 '누나'들에게 소구한다. 

지난 27일, 인기가요 의 첫방송은 이들이 데뷔 5개월차 신인이라고는 조금은 믿기 어려운 농익은 무대였다고 할 만 했다. 리노 나카소네의 공중을 향해 거침없이, 그러나 세련되게 내지르는 안무가 아닌 듯 하여 다소 아쉬웠지만 말이다. 정규 1집을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리패키지 앨범의 타이틀곡으로 등장한 '아.미.고'는 시기면에서, 그리고 음악적 스타일면에서 샤이니가 꺼내는 2008년 신인상을 향한 직설적인 통첩이자, 이들에겐 운명의 수레바퀴같은 곡이다. 이를  전진의 방향으로 끌고 가는 것은 오직 샤이니 본인들, 나아가 SM엔터테인먼트의 몫으로 남을 것이다. [마지막 수정: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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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이니(SHINee) - 아.미.고.(Amigo) (2008.10.30) :: midnight madness


올해 신인 아이돌 그룹 중 눈에 띄는 팀은 SM의 샤이니, JYP의 2AM과 2PM, 엠넷미디어의 다비치 등으로 비교적 쉽게 요약된다. 이 중 일명 '컨템퍼러리 밴드'('Comtemporary'라는 단어는 동시대의 트렌드를 이끌고 해답을 제시하겠다는 이들의 포부가 담겨있다고 기획사와 측은 설명한다)라는 이름을 들고 나온 샤이니(SHINee : '빛'을 의미하는 'shine'라는 어미에 '더블e'가 붙어 '빛을 받는 아이들'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고 기획사 측은 설명한다)는 올해 가장 활발한 활동을 한 보이 밴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들이 지난 24일 선공개한 신곡 '아.미.고.'(Amigo:스페인어로 친구, 여기서는 '아름다운 미녀를 좋아하면 고생한다'라는 중의적 의미를 담고 있다고 기획사 측은 설명한다)는 샤이니, 나아가 아이돌계의 삼성(?)이라고 불리우는 SM 엔터테인먼트의 향후 기획 방향을 여실히 보여주는 곡이다. 최근 미국 진출을 선언한 보아의 'Eat You Up'과 음악 스타일면에서만 보자면 비슷한 맥락이다.

지난 5월말, 샤이니가 '누난 너무 예뻐'라는 곡을 들고 나왔을 때 나는 사실 의아했다. 실로 '지금 현재' 세계 음악 시장은 파워풀한 클럽 댄스튠이 영향력이 (때론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큰 게 분명한데, 도대체 왜 팝알앤비일까? 힙합 계의 큰 형님 카니예 웨스트(Kanye West)도 다프트 펑크(Daft Punk)의 지원 사격을 받고 있는 마당에, 컨템퍼러리 밴드라면 적어도 지글거리되 불필요하지 않은 전자음 하나는 심어주어야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팀의 방향과 실로 '유럽 언더그라운드 일렉트로니카풍의 패션'을 도입했다는 디자이너 하상백의 컨템퍼러리한 의상에 비해 들고 나온 곡이 너무 말랑하다는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곡 자체의 등장 시기는 적절했고, 타겟층도 너무 눈에 보인다 싶을 정도로 분명하다고 할 수 있었지만 말이다.

이후 '누난 너무 예뻐'에 이어 등장한 곡은 마치 파워레인저 형, 누나들의 패션에서 영감을 받은 듯한 패션이 돋보이던 '산소 같은 너'였다. '7~80년대 마이클 잭슨의 음악을 연상시키는 펑키한 디스코 풍의 음악'이라고 기획사측이 설명한 이 곡은 1집 앨범 타이틀곡으로 좀 더 '컨템퍼러리 밴드'라는 이들의 방향성에 가까이 근접한다. 이곡을 타이틀곡으로 내세운 1집 정규 앨범에서, '산소 같은 너'를 제외한 나머지 곡들이 대체로 장롱에 넣어두었다가 급히 먼지를 털고 꺼내놓은 느낌이 컸지만 말이다.

지나간 알앤비, 70년대 풍의 펑키한 디스코 음악까진 다 좋았다. 하지만 그 다음으로 샤이니가 들고 나올 타이틀곡에는 분명히 묵언적으로 요구되는 게 있었다. 이를테면, '너희들이 정말 컨템퍼러리 밴드라면 이젠 진짜 동시대의 음악을 들고 나오란 말이야!' 하는 것 말이다. 물론 지글지글한 음악을 들고 나와야지 지금 현재의 음악이라는 건 아니지만, 신곡 '아.미.고'는 전세계 팝시장의 마이다스 손으로 불리우는 팀발랜드나 넵튠스같은 귀신같이 잘 짜여진 클럽풍 음악을 만들어내는 프로듀서들의 영향이 상당 부분 묻어나있다. 말하자면 그간 샤이니의 음악 중 가장 2008년 다운 곡이란 말이다. 일단 노래 전체를 아우르는 지글거리는 효과음과 뚜렷한 훅부터가 '아, SM이 이제서야 원의도의 샤이니를 보여주려나보다'하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이에 '아.미.고'를 굳이 메인 디쉬라고 하지 않아도 '누난 너무 예뻐'와 '산소 같은 너'는 자동적으로 애피타이저가 된다.

콜드 하트 샤이니, 콜드 아이스 샤이니

그럼 이제 곡 자체를 가지고 얘기해보자. 곡은 처음을 알리는 신호조차없이 시작되는 'Cold Heart Baby, Cold Ice Baby'라는 랩핑을 뒷받침하는 건 가장 최소의 비트와 훅이다. 허나 이후 '야,야,야/만났다/반했다/그녀에게 반했다'까지 듣고 나면 '아!'하고 무릎이 탁 쳐진다. 정확히 3번 루핑된 '야,야,야'는 분명 클럽 DJ가 클럽에서 CDJ(DJ가 사용하는 CD 플레이어 쯤으로 해둡시다)에 CD를 넣고 루프버튼을 눌렀을 때 나는, 이젠 익숙하다못해 조금은 뻔해져버린, 그 소리니까 말이다. 물론 리드보컬 종현이 '사랑해줄 멋진 남'이라고 본인의 나이 답지 않은 풍부한 성량을 자랑하듯 길게 바이브레이션을 뽑는 부분과, 곡의 제목인 '아미고'를 반복해서 외치는 후렴구에선 편곡자 유영진의 H.O.T부터 10년 이상 지속되온 'SM표 댄스 음악' (최근에 알게 된 사실인데 아예 기획사에서는 'SM Performance'의 약자 'SMP'라는 이름으로 SM 가수들의 음악 스타일을 정의해버렸다.) 스타일이 곡의 완성미를 해쳤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강하게 느껴진다. 허나 이러한 종현의 외침 뒤에는 '우리 이번에는 작정하고 클럽 댄스풍 음악을 들고 나왔다. 이 곡이야말로 샤이니가 말하고자하는 진짜 컨템퍼러리한 노래야!'라는 말이 생략되어있다고 이야기하는 것에 분명 무리수는 없을 것이다.

다소 지저분하다 싶을 정도로 지속되는 노이즈와 방송에서 편집될 것을 의식한건지, 곡의 농도에 비해 비교적 짧게 느껴지는 러닝 타임이 아쉬움으로 남는 걸 빼면 '아.미.고'는 그럭저럭 괜찮은 클럽 댄스풍의 대중 음악이다. '아미고'라는 동타이틀의 가사가 반복되면서, '누난 너무 예뻐'나 '산소 같은 너'보다 입에 감기는 느낌이 오히려 더 짙어졌다. '따라부르는 곡'이라는 면에서 전자보다 대중을 더 의식했다는 의미다. 물론 클럽에 갈 나이조차 되지 않은 10대 소년들의 지나치게 성숙한 가사가 아쉽긴 하지만 역으로 이는 '누난 너무 예뻐'보다 더욱 직설적으로 '누나'들에게 소구한다. 

지난 27일, 인기가요 의 첫방송은 이들이 데뷔 5개월차 신인이라고는 조금은 믿기 어려운 농익은 무대였다고 할 만 했다. 리노 나카소네의 공중을 향해 거침없이, 그러나 세련되게 내지르는 안무가 아닌 듯 하여 다소 아쉬웠지만 말이다. 정규 1집을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리패키지 앨범의 타이틀곡으로 등장한 '아.미.고'는 시기면에서, 그리고 음악적 스타일면에서 샤이니가 꺼내는 2008년 신인상을 향한 직설적인 통첩이자, 이들에겐 운명의 수레바퀴같은 곡이다. 이를  전진의 방향으로 끌고 가는 것은 오직 샤이니 본인들, 나아가 SM엔터테인먼트의 몫으로 남을 것이다. [마지막 수정: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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