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V] 샤이니 - 산소 같은 너

바야흐로 90년대 후반부터 밀레니엄으로 넘어가던 때는 보이그룹 평천하였다. 서태지와 아이들의 빅뱅같은 등장 이후 H.O.T.와 젝스키스의 맞대결 구도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된 보이그룹의 역사는 현재 동방신기, 빅뱅, SS501 등에 이르기까지 계속되고 있다. 이들은 가수와 엔터테이너의 경계선에서 나름의 뒤집고 쳐내기를 반복하며 국내 가요계의 노른자 한가운데에 섰다. 방송가의 답습된 몰개성의 고질병속에서 이들은 매체의 칭찬과 힐난을 동시에 받아냈다.  

H.O.T, 동방신기, 슈퍼주니어 등을 배출해낸 SM엔터테인먼트에서 올해 봄, 새롭게 등장한 샤이니도 구성 면에서 다소 안전한 선배들의 노선을 밟으며 시작한다. 5명의 인원, 15~19세 사이의 연령, 리드보컬과 랩퍼 등으로 이뤄진 파트 등이 그것이다. '컨템퍼러리 밴드'를 표방한 이들은 확실히 전자들에 비해 세련됐다. 해외 유명 가수들의 안무를 맡은 리노 나카소네의 안무는 부드럽고 이국적이며, 월드 컬처에 밝은 디자이너 하상백이 전담한 패션 또한 가요 프로그램에서 보기 드문 룩을 보여준다. 이로써 아이돌 그룹으로써 비주얼은 합격점. 그러나 이들은 패셔니스타이기 이전에 '가수'다.

우선 데뷔곡 '누난 너무 예뻐'를 보자. 샤이니의 전세대라고 할 수 있는 90년경의 남성 아이돌 그룹들의 노래에 담긴 담론은 물음표를 띄우게 만드는 사회 비판이나 사랑의 아픔에 한정되어 있었다. 가끔 가족과 팬의 이야기를 하는 정도랄까. 그러나 샤이니는 조금 다르다. 이들은 안해도 될 말은 하지 않는다. 샤이니도 물론 그 나이 또래의 사랑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한 발 나아가 요즘의 핫 이슈인 '연하남 코드'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는 점이 눈에 띈다. 타이틀곡 제목은 무려 '누난 너무 예뻐'. 그들보다 기껏 1~2살 많은 (아이돌에서 한 두 살은 기껏이 아니지만) 동방신기가 '하루만 너의 고양이가 되고 싶어'(HUG), 빅뱅이 'I'm so sorry, But I love you'(거짓말)이라고 읊조렸던 건 이들에 비하면 소심하게 느껴질 정도다. '누난 너무 예뻐서 남자들이 가만안둬' '그녀를 보면 나는 미쳐'라고 저돌적으로 이야기하는 소년들. 괴롭지만 발랄한 이들의 사랑 공식은 정녕 '컨템퍼러리'하다.

'누난 너무 예뻐'의 신선한 파장에 이어 최근에는 정규 앨범 <The SHINee World>가 발매되었다. 타이틀곡 '산소 같은 너'가 덴마크의 곡을 리믹스했다는 점이 다소 아쉬움으로 남지만, 디스코와 펑키 리듬으로 일관된 튠은 이국적이고 신선하다. 하지만 타이틀곡을 제외하고 특별히 눈에 띄는 곡이 없다는 점이 조금 아쉬운 점으로 남는다. 패션도 안무도 컨템퍼러리한데, 음악은 용두사미랄까. 타이틀을 제외하고는 이미 '선배'들이 수백번 해온 과거지향형 음악이 의외일 정도로 많다. 미니 앨범 속의 균형있는 멜로디가 인상적인 '사.계.한.'이나 원색적인 댄스곡 'Real'같은, 혹은 그보다 조금 더 앞으로 나아간 곡들이 많이 들어있길 기대했는데 첫 앨범에 지나치게 겁을 먹은 걸까. 도전을 해줄 적절한 타이밍을 놓친 건 아닌가 싶다.

하지만 샤이니에게 도전의 시간은 앞으로 많다. 브라운관 갇혀 그저 그렇게 머무는 것을 넘어서 문화 자체를 정의하고자 한다는 점이 흥미롭고, 지나치게 멋있는 척 하지 않는 점이 쿨하다. R&B과 록발라드에 지나치게 치중되어 도전과 실험의 불모지가 된 대중 가요계에 등장한 신인 아이돌 샤이니. 이들은 어쩌면 적지 않게 중요한 패를 들고 있는지도 모른다. 올해 이들의 등장 시기는 분명 적절했다. 이제 막 시작하는 아이돌 그룹에게 지나치게 웰메이드 앨범을 기대하는 건 아니지만, 이들이 앞으로 조금 더 도전적이고 과격해지길 바란다. 물론 대중 음악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말이다. [2008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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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아이돌의 가장 현대적인 정의, 샤이니(SHINee) :: midnight madness

[M/V] 샤이니 - 산소 같은 너

바야흐로 90년대 후반부터 밀레니엄으로 넘어가던 때는 보이그룹 평천하였다. 서태지와 아이들의 빅뱅같은 등장 이후 H.O.T.와 젝스키스의 맞대결 구도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된 보이그룹의 역사는 현재 동방신기, 빅뱅, SS501 등에 이르기까지 계속되고 있다. 이들은 가수와 엔터테이너의 경계선에서 나름의 뒤집고 쳐내기를 반복하며 국내 가요계의 노른자 한가운데에 섰다. 방송가의 답습된 몰개성의 고질병속에서 이들은 매체의 칭찬과 힐난을 동시에 받아냈다.  

H.O.T, 동방신기, 슈퍼주니어 등을 배출해낸 SM엔터테인먼트에서 올해 봄, 새롭게 등장한 샤이니도 구성 면에서 다소 안전한 선배들의 노선을 밟으며 시작한다. 5명의 인원, 15~19세 사이의 연령, 리드보컬과 랩퍼 등으로 이뤄진 파트 등이 그것이다. '컨템퍼러리 밴드'를 표방한 이들은 확실히 전자들에 비해 세련됐다. 해외 유명 가수들의 안무를 맡은 리노 나카소네의 안무는 부드럽고 이국적이며, 월드 컬처에 밝은 디자이너 하상백이 전담한 패션 또한 가요 프로그램에서 보기 드문 룩을 보여준다. 이로써 아이돌 그룹으로써 비주얼은 합격점. 그러나 이들은 패셔니스타이기 이전에 '가수'다.

우선 데뷔곡 '누난 너무 예뻐'를 보자. 샤이니의 전세대라고 할 수 있는 90년경의 남성 아이돌 그룹들의 노래에 담긴 담론은 물음표를 띄우게 만드는 사회 비판이나 사랑의 아픔에 한정되어 있었다. 가끔 가족과 팬의 이야기를 하는 정도랄까. 그러나 샤이니는 조금 다르다. 이들은 안해도 될 말은 하지 않는다. 샤이니도 물론 그 나이 또래의 사랑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한 발 나아가 요즘의 핫 이슈인 '연하남 코드'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는 점이 눈에 띈다. 타이틀곡 제목은 무려 '누난 너무 예뻐'. 그들보다 기껏 1~2살 많은 (아이돌에서 한 두 살은 기껏이 아니지만) 동방신기가 '하루만 너의 고양이가 되고 싶어'(HUG), 빅뱅이 'I'm so sorry, But I love you'(거짓말)이라고 읊조렸던 건 이들에 비하면 소심하게 느껴질 정도다. '누난 너무 예뻐서 남자들이 가만안둬' '그녀를 보면 나는 미쳐'라고 저돌적으로 이야기하는 소년들. 괴롭지만 발랄한 이들의 사랑 공식은 정녕 '컨템퍼러리'하다.

'누난 너무 예뻐'의 신선한 파장에 이어 최근에는 정규 앨범 <The SHINee World>가 발매되었다. 타이틀곡 '산소 같은 너'가 덴마크의 곡을 리믹스했다는 점이 다소 아쉬움으로 남지만, 디스코와 펑키 리듬으로 일관된 튠은 이국적이고 신선하다. 하지만 타이틀곡을 제외하고 특별히 눈에 띄는 곡이 없다는 점이 조금 아쉬운 점으로 남는다. 패션도 안무도 컨템퍼러리한데, 음악은 용두사미랄까. 타이틀을 제외하고는 이미 '선배'들이 수백번 해온 과거지향형 음악이 의외일 정도로 많다. 미니 앨범 속의 균형있는 멜로디가 인상적인 '사.계.한.'이나 원색적인 댄스곡 'Real'같은, 혹은 그보다 조금 더 앞으로 나아간 곡들이 많이 들어있길 기대했는데 첫 앨범에 지나치게 겁을 먹은 걸까. 도전을 해줄 적절한 타이밍을 놓친 건 아닌가 싶다.

하지만 샤이니에게 도전의 시간은 앞으로 많다. 브라운관 갇혀 그저 그렇게 머무는 것을 넘어서 문화 자체를 정의하고자 한다는 점이 흥미롭고, 지나치게 멋있는 척 하지 않는 점이 쿨하다. R&B과 록발라드에 지나치게 치중되어 도전과 실험의 불모지가 된 대중 가요계에 등장한 신인 아이돌 샤이니. 이들은 어쩌면 적지 않게 중요한 패를 들고 있는지도 모른다. 올해 이들의 등장 시기는 분명 적절했다. 이제 막 시작하는 아이돌 그룹에게 지나치게 웰메이드 앨범을 기대하는 건 아니지만, 이들이 앞으로 조금 더 도전적이고 과격해지길 바란다. 물론 대중 음악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말이다. [2008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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