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생 때부터 음악에 대한 열정을 바쳐온 결과, 국내 최고의 언더그라운드 힙합 레이블 소울 컴퍼니(Soul Company)의 대표로 우뚝 선 키비(Kebee). 마치 친한 친구의 이야기를 듣는 듯 부드럽고 소담하게 느껴지는 그의 음악은 '어깨의 힘을 뺀 힙합 음악'이라는 슬로건으로 대변된다. '이야기 하는 힙합'이라고 하면 괜찮은 정의가 될까. 음악에서 스토리 텔링의 영역을 확장한 그의 음악의 근원에는 '책'이 있다. 평소 독서를 즐긴다는 그의 취미가 걸어 다니는 힙합 소설을 탄생시킨 것이다.

  국내 언더그라운드 힙합의 젊은 거목이라 불리는 소울 컴퍼니가 최근 들어 10대 청소년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면 총칭 일렉트로니카(electronica)라고 불리는 전자 음악은 20~30대 중심의 마니아층에게 다소 한정된 사랑을 받고 있다. 최근 들어 대중가요에서 '오랜만에' 전자 음악의 일면을 차용하려는 모습이 종종 발견된다거나,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 (Pentaport Rock Festival)을 다녀온 뒤 케미컬 브라더스(Chemical Brothers)에 대해 이야기 하는 이들이 늘고 있긴 하지만 일반 대중에게 '이쪽 음악'은 아직 생소하다. 문제는 여러 가지다. 그 중 몇 가지는 문화 전반에 대한 편중된 인식, 일렉트로닉 및 클럽 문화에 대한 선입견, 해외 아티스트 섭외에 대한 통념 등에 있겠다. 하지만 일부 '고수'들이 문제에 집중하는 동안 대중이 잘 밟고 올라서 수 있는 실질적인 징검다리의 건설은 흐지부지 되어버렸다.

  일반 대중 사이에서 '부비부비' '헌팅의 장소' 등 클럽 문화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팽배한 가운데 전자 음악 클럽에 가서 단순히 '듣고 느껴봐라. 이것은 멋진 음악이다'라는 것은 강요에 불과하다. 왜 이해하지 못하냐며 투덜거릴 것이 아니라 초심자들이 보다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최대한의 방법론을 찾는 것이 만들어내는 이들의 몫인 듯 하다. 또한 수용자, 즉 듣는 이의 입장에 볼 때도 '주관'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멋있는 음악이라서 듣는 게 아니다. 남들이 좋다니까 덩달아 듣는 것도 아니다. 장르 구분하면서 머리로 듣는 건 더욱 아니다. 쉽게 말해서 몸으로 느끼자는 말이다. 맛있는 음악을 귀로 먹지 입으로 먹을 수는 없지 않은가.

  국내 음악 신에 대한 여기저기의 걱정이 가득한 가운데 생성과 소멸은 계속되고 있다. 들을 게 없다고 투덜거리는 와중에도 전반적으로 봤을 때, 다행히도 좋은 음악은 꾸준히 나오고 있다. 프리템포(FreeTEMPO), 다이시 댄스(Daishi Dance) 등으로 대변되는 제이팝 하우스(흔히 '시부야 케이'로 불리었으나 현재 시부야 음악과는 차이가 있다고 한다)의 개인 홈페이지 BGM 차트 연일 상위권 등극 등의 현상에 대해 일각에서는 '이제 저 뻔한 사운드가 지겹다'고 말한다. 하지만 초심자들에게는 관심부터가 즐거움의 시작이니 그렇게 격노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만들자고 해서 어느 날 갑자기 뿅 탄생하는 건 아니지만, 이른바 케이팝 하우스를 탄생시키면 되지 않는가. 실로 통통 튀는 [Mojito](2007)를 들고 나와 2008년 한국 대중 음악상 최우수 댄스/일렉트로닉 음반상을 수상한 하우스 룰즈(House Rulez), 여성 보컬 허니제이(Honey-J)를 영입한 오리엔탈 펑크 스튜(Oriental Funk Stew)의 하우스 키퍼 [The House Keeper](2008) 등 반가운 앨범들이 '따라 부르는 전자 음악'의 시도를 계속 하고 있다. 노래방 문화에 익숙한 우리 세대에게 이는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세계적인 DJ 티에스토(Tiesto)는 아테네 올림픽 개막식에서 공연을 열었다. 영국의 젊은이 중 1명은 DJ를 꿈꾼다고 한다. 국내에도 알게 모르게 DJ 지망생들이 늘고 있다. 이렇듯 전 세계적으로 DJ의 위치가 부각되는 가운데 이제 남은 건 국내 DJ들을 튼튼한 거목으로 키우는 일이다. 유료 음악 파일이 가득한 비트포트(http://www.beatport.com/)나 아티스트들의 음원이 가득한 마이 스페이스(http://myspace.com/)을 둘러보면 알 수 있듯, 해외 DJ들이 끊임없이 자작곡을 내는 가운데 국내 DJ들의 자작 음반은 다소 찾아보기 힘들다. 대부분의 DJ들이 클럽에서 음악을 트는 데에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음반 제작 발판 마련'과 '아티스트 대접'이라는 문제는 누구들만의 숙제가 아니다. DJ들의 고민 또한 마찬가지다. 문화다운 문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보기에 일부 왜곡된 모습이 전부인양 인식되기 쉬운 국내 일렉트로닉 문화가 누구나 쉽게 다가갈 수 있는 편안한 오아시스가 되었으면 좋겠다. 대안은 가까운 곳에 있다.

2008. 5. 6


+ Recent posts

따라 부르는 전자음악 :: midnight madness


  고등학생 때부터 음악에 대한 열정을 바쳐온 결과, 국내 최고의 언더그라운드 힙합 레이블 소울 컴퍼니(Soul Company)의 대표로 우뚝 선 키비(Kebee). 마치 친한 친구의 이야기를 듣는 듯 부드럽고 소담하게 느껴지는 그의 음악은 '어깨의 힘을 뺀 힙합 음악'이라는 슬로건으로 대변된다. '이야기 하는 힙합'이라고 하면 괜찮은 정의가 될까. 음악에서 스토리 텔링의 영역을 확장한 그의 음악의 근원에는 '책'이 있다. 평소 독서를 즐긴다는 그의 취미가 걸어 다니는 힙합 소설을 탄생시킨 것이다.

  국내 언더그라운드 힙합의 젊은 거목이라 불리는 소울 컴퍼니가 최근 들어 10대 청소년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면 총칭 일렉트로니카(electronica)라고 불리는 전자 음악은 20~30대 중심의 마니아층에게 다소 한정된 사랑을 받고 있다. 최근 들어 대중가요에서 '오랜만에' 전자 음악의 일면을 차용하려는 모습이 종종 발견된다거나,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 (Pentaport Rock Festival)을 다녀온 뒤 케미컬 브라더스(Chemical Brothers)에 대해 이야기 하는 이들이 늘고 있긴 하지만 일반 대중에게 '이쪽 음악'은 아직 생소하다. 문제는 여러 가지다. 그 중 몇 가지는 문화 전반에 대한 편중된 인식, 일렉트로닉 및 클럽 문화에 대한 선입견, 해외 아티스트 섭외에 대한 통념 등에 있겠다. 하지만 일부 '고수'들이 문제에 집중하는 동안 대중이 잘 밟고 올라서 수 있는 실질적인 징검다리의 건설은 흐지부지 되어버렸다.

  일반 대중 사이에서 '부비부비' '헌팅의 장소' 등 클럽 문화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팽배한 가운데 전자 음악 클럽에 가서 단순히 '듣고 느껴봐라. 이것은 멋진 음악이다'라는 것은 강요에 불과하다. 왜 이해하지 못하냐며 투덜거릴 것이 아니라 초심자들이 보다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최대한의 방법론을 찾는 것이 만들어내는 이들의 몫인 듯 하다. 또한 수용자, 즉 듣는 이의 입장에 볼 때도 '주관'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멋있는 음악이라서 듣는 게 아니다. 남들이 좋다니까 덩달아 듣는 것도 아니다. 장르 구분하면서 머리로 듣는 건 더욱 아니다. 쉽게 말해서 몸으로 느끼자는 말이다. 맛있는 음악을 귀로 먹지 입으로 먹을 수는 없지 않은가.

  국내 음악 신에 대한 여기저기의 걱정이 가득한 가운데 생성과 소멸은 계속되고 있다. 들을 게 없다고 투덜거리는 와중에도 전반적으로 봤을 때, 다행히도 좋은 음악은 꾸준히 나오고 있다. 프리템포(FreeTEMPO), 다이시 댄스(Daishi Dance) 등으로 대변되는 제이팝 하우스(흔히 '시부야 케이'로 불리었으나 현재 시부야 음악과는 차이가 있다고 한다)의 개인 홈페이지 BGM 차트 연일 상위권 등극 등의 현상에 대해 일각에서는 '이제 저 뻔한 사운드가 지겹다'고 말한다. 하지만 초심자들에게는 관심부터가 즐거움의 시작이니 그렇게 격노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만들자고 해서 어느 날 갑자기 뿅 탄생하는 건 아니지만, 이른바 케이팝 하우스를 탄생시키면 되지 않는가. 실로 통통 튀는 [Mojito](2007)를 들고 나와 2008년 한국 대중 음악상 최우수 댄스/일렉트로닉 음반상을 수상한 하우스 룰즈(House Rulez), 여성 보컬 허니제이(Honey-J)를 영입한 오리엔탈 펑크 스튜(Oriental Funk Stew)의 하우스 키퍼 [The House Keeper](2008) 등 반가운 앨범들이 '따라 부르는 전자 음악'의 시도를 계속 하고 있다. 노래방 문화에 익숙한 우리 세대에게 이는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세계적인 DJ 티에스토(Tiesto)는 아테네 올림픽 개막식에서 공연을 열었다. 영국의 젊은이 중 1명은 DJ를 꿈꾼다고 한다. 국내에도 알게 모르게 DJ 지망생들이 늘고 있다. 이렇듯 전 세계적으로 DJ의 위치가 부각되는 가운데 이제 남은 건 국내 DJ들을 튼튼한 거목으로 키우는 일이다. 유료 음악 파일이 가득한 비트포트(http://www.beatport.com/)나 아티스트들의 음원이 가득한 마이 스페이스(http://myspace.com/)을 둘러보면 알 수 있듯, 해외 DJ들이 끊임없이 자작곡을 내는 가운데 국내 DJ들의 자작 음반은 다소 찾아보기 힘들다. 대부분의 DJ들이 클럽에서 음악을 트는 데에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음반 제작 발판 마련'과 '아티스트 대접'이라는 문제는 누구들만의 숙제가 아니다. DJ들의 고민 또한 마찬가지다. 문화다운 문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보기에 일부 왜곡된 모습이 전부인양 인식되기 쉬운 국내 일렉트로닉 문화가 누구나 쉽게 다가갈 수 있는 편안한 오아시스가 되었으면 좋겠다. 대안은 가까운 곳에 있다.

2008. 5. 6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