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V] SHINee - 누난 너무 예뻐 (Replay)

대한민국에서 90년대 말에 학창시절을 보낸 70~80년대생이라면 교복입을 시절에 한 팀 이상의 아이돌 그룹에 눈독을 들였을 가능성이 높다. 좋은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매스 미디어가 국민의 생활 자체에 적지 않은 영향력을 끼치는 대한민국이니까 말이다. 나 또한 TV 속 아이돌에 흥분하던 철부지 중학생이었다.

요즘 그 후로 유럽 인디록이다, 일렉트로다, 장르 구분에 빠져 정신줄을 놓았지만 최근부터는 나도 모르게 양가적 노선을 타게 되었다. 마이스페이스에서 재생수 100이 넘지 않는 해외의 베드룸 뮤지션과 TV에 틀기만 하면 나올 정도로 접근성이 높은 국내 아이돌에 대해 동급의 관심을 갖게 되었다는 말이다. (물론 그 관심엔 교복 입던 시절에 대한 향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이렇듯 아이돌에 대한 내 개인적 관심의 최대 방점은 데뷔 4개월의 병아리 신인, 샤이니가 찍었다고 말하고 싶다. 나는 얼마 전의 포스팅에서 SM 엔터테인먼트의 신인 그룹 샤이니의 이야기를 한 적 있는데, 어제 이들이 케이블 방송 Mnet의 가요 순위 프로그램 Mnet Countdown에서 1위를 차지했다. 결론만 듣고보면 누군가는 일개 케이블 방송의 순위 놀음이라고 누군가는 폄하할 수도 있겠으나, 서럽게 울며 트로피를 치켜들던 어린 소년들을 보자 또 여러 가지 생각이 들어 몇 자 적게 되었다.

지난 번 샤이니에 대한 글에서 '컨템퍼러리' 그룹인데 지나치게 음악은 과거형이라는 말을 한 적이 있는데, 이들이 '컨템퍼러리 R&B 보이 밴드'라고 하면 또 얘기가 달라진다는 생각이 최근, 아주 뒤늦게 들었다. 지나친 말장난일수도 있는데, 이것은 아무래도 '컨템퍼러리=일렉트로 컬처'라는 내 머릿 속의 주관적인 도식 탓이 컸다. 개인적으로라는 말을 참 싫어하지만 '개인적으로' 잘 듣지 않는 두 가지 장르는 R&B와 트랜스인데, 세계 대중 음악계에서 리듬 앤 블루스의 힘은 매우 막강하며 그것이 우리 나라 대중 가요에 미치는 파급 효과 또한 굉장히 크다는 사실을, 나는 위 글에서 살짝 배제한 듯 싶다. (이는 우리 나라에서 R&B의 입지에 대한 호불호를 가리는 게 아니라 SG워너비, 씨야 등 가요계 상위 차트에서 대중 가수들이 들고 나오는 장르의 카테고리에 대한 얘기다.)

(삼천포)
여기서 한 가지 재미있는 얘기를 하자면 알만한 R&B 싱어들의 외도인데, 간단히 서양에선 존 레전드. 동양에선 MISIA를 놓고 보자. 아트풀 도저(Artful Doger)류의 투스텝 개러지를 연상시키는 John Legend의 8월 발매 싱글 'Green Light'(feat.Andre 3000)은 전작 <Once Again>이 보여준 소울 충만한 넘버에서 상당 부분 벗어나 있다. 이 곡을 듣는 순간 '아, 이러다 아민 반 뷰렌이나 데이비드 게타의 객원 싱어로 나서는 건 아닐까?'하는 생각도 들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이미 MSTRKRFT가 선수를 쳐서 이 곡을 키츠네 컴필레이션에 실릴 법한 일렉트로 넘버로 변신시켜 놓았다. 또한 다음 주 26일 국내에 첫 내한하는 일본 소울 싱어 MISIA 또한 'Catch the Rainbow'라는 클럽 비트의 곡을 선보이며 변신을 꾀했다. 170만장의 판매고를 올린 베스트 싱글 'Everything' 이후 작은 체구에서 뿜어져나오는 거라고 믿기 어려운 풍만한 보컬로 일본 열도를 감싸안던 그녀가, 하우스 비트라니! 리스너들의 의견이 이리저리 엇갈리고 있으나 이런들 어떠고 저런들 어떠하랴. R&B를 뚝심있게 고집해오던 그녀인 탓에 우리 입장에선 당장은 어색할 수도 있겠지만, 이대로 계속 발전해서 OM Records 뺨치는 소울풀 하우스를 들고 나온다면 그 때도 야유를 보낼텐가! 싶을 정도로 나쁘지 않는 소화력을 보여준다. (역시 기본이 탄탄하고 봐야하는가)
(삼천포 끝)

다시 '컨템퍼러리 보이 밴드' 샤이니로 돌아와보자.

보통 '아이돌=통속 문화=저급 문화'라는 의견을 가진 이들은 '아이돌은 라이브보고 정 떨어진다' 더 심하게 얘기하면, '아이돌은 입 뻥긋거리는 참새들일 뿐이다'라고 말한다. 그러나 샤이니의 경우는 이런 부분에서 많이 빗겨나 있다고 볼 수 있다.

일단 샤이니는 보컬과 비보컬 라인이 유난히 뚜렷하다. 조금 지독하게 말하자면, 애초에 비보컬에 대한 보컬 능력의 기대치 자체를 불식시켜버렸을 수도 있다. 실로 민호와 태민에게 일정 수준의 보컬을 기대하는 건 무리다. TRF의 샘과 SPEED의 히토에, 다카코에게 우타다 히카루의 발성을 기대할 수는 없지 않은가. 어떻게 보면 이렇게 뚜렷한 파트의 구분은 아이돌이라는 말많고 탈많은 퍼즐의 제 자리를 맞추는데 상당 부분 도움이 된 건 아닐까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들에게는 정 떨어질만큼 뚜렷한 기계적 분업화가 아닌, 아이돌다운 '유드리'가 있다는 것이다.

아이돌의 메카인 일본, 그 중 아이돌의 파트 분업화가 가장 잘 된 여성 그룹 SPEED의 경우를 들어보자. (그 전에도 MAX, 슈퍼 몽키즈 등 다양한 시도를 보여주었던 그룹들이 있으나 '너무 먼 과거이므로' 생략하기로 한다.) 일단 4명의 멤버에서 파트를 나누자면 보컬은 2명, 댄서는 2명이다. 리드 보컬 히로코의 낭랑한 목소리가 주가 되며 이를 메인 보컬 에리코가 안정적으로 뒷받침해준다. 리드 댄서 히토에와 다카코는 코러스와 댄스, 얼굴 마담 역할까지 야무지게 해결해서 괜찮은 조화를 만들어냈다. 이러한 스피드의 인기는 가히 폭발적이어서 뉴 싱글의 기본 판매량이 200~300만장일 정도였고 이후 개편된 모닝 무스메라든지, '클럽형 아이돌'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낸 퍼퓸 등 다양한 하이브리드형 아이돌의 탄생을 위한 든든한 초석이 되어주었다.)

샤이니의 경우도 이와 비슷하다. 만 17세라고는 다소 믿기 힘든 '세상 사랑 다 해본' 목소리 톤을 가진 종현의 보컬 베이스는 샤이니의 든든한 기반암이다. 아직 기본기를 닦을 시기인지라 '딱 이거다!'라는 뚜렷한 개성을 찾기는 다소 이르나 다양한 음역대를 넘나드는것은 물론, 곡 안에서 적당히 놀 줄 아는 탄탄한 기본기가 앞으로의 충분한 가능성을 예견해준다. R&B라는 장르에 잘 어울리는 소울풀한 보컬톤을 가졌으나 훵키한 '산소 같은 너', 현악이 난무하는 'Real'등의 댄스곡에서도 종현의 목소리는 무난하게 어우러진다.

이에 맑고 청아한 느낌의 온유의 목소리가 종현에게 쏠릴 수 있는 보컬 라인의 균형을 잡아준다. 반농담으로, 좀 더 크면 토이의 객원 보컬 라인을 노려봄직도 하다. 방송에서 부른 제임스 잉그램의 'Forever More'라든지, 토이의 '내가 잠시 너의 곁에 살았다는걸' 등을 들어보면 온유는 천성적으로 차분한 박자의 곡들을 완전히 가라앉히지도, 너무 뻔하게 만들지도 않는 보이스 컬러를 가졌다.

여기 '만능열쇠'라는 별명을 가진 KEY는 랩, 노래 모두 안정적으로 해낸다. 사춘기 소년 특유의 변성기를 금방 거친듯한 보이스 컬러를 가진 키의 색깔은 '만 16세 소년의 그것'이다. 의외로 기대하지 않았던 멤버가 키였는데, 라이브에서 '이 쯤이면 틀릴 때도 됐는데?'라는 나의 걱정을 기대로 탈바꿈시킨 멤버다. 조금 과장하면, 모든 파트에 대한 키의 안정적인 소화력에서 샤이니의 가능성이 상당 부분 읽힌다고도 할 수 있겠다.

종현, 온유, 키가 샤이니의 보컬라인 이라면 랩과 댄스 파트는 민호, 태민이다. 샤이니의 숨겨진 열쇠 키와 상당히 저음 톤을 가진 민호는 랩을 담당하고 막내 태민은 리드 댄스와 종종 노래 파트를 맡는다. 민호는 샤이니 결성에서 상당히 많은 랩핑 연습을 한듯 한데, 민호의 화려한 외모에 SPEED의 다카코가 오버랩되었던 것은 사실이었으나 키네틱 플로우의 '몽환의 숲'을 부르는 여유에서 '아, 민호가 단순히 얼굴 마담은 아니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샤이니 속에서도 아이돌인 막내 태민의 경우 '리드 댄서'라는 파트인만큼 댄스에 상당 부분 힘을 할애하고 있어 보컬 파트에 대한 기대가 다소 적은 편이나 소년다운 미성이 샤이니의 컬러와 무난하게 어울리는 편이라 할 수 있다.

아직 병아리 신인이라는 것과 '아이돌' 특성상 프로듀서와 기획사에 전적으로 의존할 수 밖에 없다는 리스크(?)를 감수하고 이들을 봤을 때에도 샤이니는 선배들, 동시대의 아이돌 그룹들과의 차별성이 비교적 뚜렷한 편이다. 1집 앨범 타이틀 '산소 같은 너'의 격한 안무 속에서도 이들은 꿋꿋하게 핸드 마이크를 든다. '우린 이만큼의 춤을 추면서도 이만큼의 라이브를 한다'는 적당한 자신감도 보인다.

앞으로 샤이니의 행방은 어떻게 될 것인가. 지난 번의 포스팅에 다시 한 번 자기태클을 걸자면 샤이니의 정규 1집 앨범은 '산소 같은 너'가 타이틀곡이라는 것 자체가 엄청난 모험을 수도 있다. R&B도 발라드도 아니고 듣도보도 못한 덴마크산 '훵키'한 '댄스'곡이라는 것 자체가 이들에겐 충분한 난제였을 거라는 의견이다. 장르적 도전은 좀 미루더라도, 일단 이들이 아이돌계에서 '컨템퍼러리 보이 밴드'로서의 균형을 잡는 게 우선적으로 행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샤이니가 연예계라는 지긋지긋한 통속적인 상업의 블랙홀 속에서 '컨템퍼러리 보이 밴드'라는 초심의 마음 그대로 통속 예술 속에서의 진정한 '아이돌리즘'을 발휘하길 기대한다. 쉽게 말해, 귀를 즐겁게 해주는 아이돌 그룹의 가능성에 충분한 기대를 걸고 싶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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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V] SHINee - 누난 너무 예뻐 (Replay)

대한민국에서 90년대 말에 학창시절을 보낸 70~80년대생이라면 교복입을 시절에 한 팀 이상의 아이돌 그룹에 눈독을 들였을 가능성이 높다. 좋은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매스 미디어가 국민의 생활 자체에 적지 않은 영향력을 끼치는 대한민국이니까 말이다. 나 또한 TV 속 아이돌에 흥분하던 철부지 중학생이었다.

요즘 그 후로 유럽 인디록이다, 일렉트로다, 장르 구분에 빠져 정신줄을 놓았지만 최근부터는 나도 모르게 양가적 노선을 타게 되었다. 마이스페이스에서 재생수 100이 넘지 않는 해외의 베드룸 뮤지션과 TV에 틀기만 하면 나올 정도로 접근성이 높은 국내 아이돌에 대해 동급의 관심을 갖게 되었다는 말이다. (물론 그 관심엔 교복 입던 시절에 대한 향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이렇듯 아이돌에 대한 내 개인적 관심의 최대 방점은 데뷔 4개월의 병아리 신인, 샤이니가 찍었다고 말하고 싶다. 나는 얼마 전의 포스팅에서 SM 엔터테인먼트의 신인 그룹 샤이니의 이야기를 한 적 있는데, 어제 이들이 케이블 방송 Mnet의 가요 순위 프로그램 Mnet Countdown에서 1위를 차지했다. 결론만 듣고보면 누군가는 일개 케이블 방송의 순위 놀음이라고 누군가는 폄하할 수도 있겠으나, 서럽게 울며 트로피를 치켜들던 어린 소년들을 보자 또 여러 가지 생각이 들어 몇 자 적게 되었다.

지난 번 샤이니에 대한 글에서 '컨템퍼러리' 그룹인데 지나치게 음악은 과거형이라는 말을 한 적이 있는데, 이들이 '컨템퍼러리 R&B 보이 밴드'라고 하면 또 얘기가 달라진다는 생각이 최근, 아주 뒤늦게 들었다. 지나친 말장난일수도 있는데, 이것은 아무래도 '컨템퍼러리=일렉트로 컬처'라는 내 머릿 속의 주관적인 도식 탓이 컸다. 개인적으로라는 말을 참 싫어하지만 '개인적으로' 잘 듣지 않는 두 가지 장르는 R&B와 트랜스인데, 세계 대중 음악계에서 리듬 앤 블루스의 힘은 매우 막강하며 그것이 우리 나라 대중 가요에 미치는 파급 효과 또한 굉장히 크다는 사실을, 나는 위 글에서 살짝 배제한 듯 싶다. (이는 우리 나라에서 R&B의 입지에 대한 호불호를 가리는 게 아니라 SG워너비, 씨야 등 가요계 상위 차트에서 대중 가수들이 들고 나오는 장르의 카테고리에 대한 얘기다.)

(삼천포)
여기서 한 가지 재미있는 얘기를 하자면 알만한 R&B 싱어들의 외도인데, 간단히 서양에선 존 레전드. 동양에선 MISIA를 놓고 보자. 아트풀 도저(Artful Doger)류의 투스텝 개러지를 연상시키는 John Legend의 8월 발매 싱글 'Green Light'(feat.Andre 3000)은 전작 <Once Again>이 보여준 소울 충만한 넘버에서 상당 부분 벗어나 있다. 이 곡을 듣는 순간 '아, 이러다 아민 반 뷰렌이나 데이비드 게타의 객원 싱어로 나서는 건 아닐까?'하는 생각도 들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이미 MSTRKRFT가 선수를 쳐서 이 곡을 키츠네 컴필레이션에 실릴 법한 일렉트로 넘버로 변신시켜 놓았다. 또한 다음 주 26일 국내에 첫 내한하는 일본 소울 싱어 MISIA 또한 'Catch the Rainbow'라는 클럽 비트의 곡을 선보이며 변신을 꾀했다. 170만장의 판매고를 올린 베스트 싱글 'Everything' 이후 작은 체구에서 뿜어져나오는 거라고 믿기 어려운 풍만한 보컬로 일본 열도를 감싸안던 그녀가, 하우스 비트라니! 리스너들의 의견이 이리저리 엇갈리고 있으나 이런들 어떠고 저런들 어떠하랴. R&B를 뚝심있게 고집해오던 그녀인 탓에 우리 입장에선 당장은 어색할 수도 있겠지만, 이대로 계속 발전해서 OM Records 뺨치는 소울풀 하우스를 들고 나온다면 그 때도 야유를 보낼텐가! 싶을 정도로 나쁘지 않는 소화력을 보여준다. (역시 기본이 탄탄하고 봐야하는가)
(삼천포 끝)

다시 '컨템퍼러리 보이 밴드' 샤이니로 돌아와보자.

보통 '아이돌=통속 문화=저급 문화'라는 의견을 가진 이들은 '아이돌은 라이브보고 정 떨어진다' 더 심하게 얘기하면, '아이돌은 입 뻥긋거리는 참새들일 뿐이다'라고 말한다. 그러나 샤이니의 경우는 이런 부분에서 많이 빗겨나 있다고 볼 수 있다.

일단 샤이니는 보컬과 비보컬 라인이 유난히 뚜렷하다. 조금 지독하게 말하자면, 애초에 비보컬에 대한 보컬 능력의 기대치 자체를 불식시켜버렸을 수도 있다. 실로 민호와 태민에게 일정 수준의 보컬을 기대하는 건 무리다. TRF의 샘과 SPEED의 히토에, 다카코에게 우타다 히카루의 발성을 기대할 수는 없지 않은가. 어떻게 보면 이렇게 뚜렷한 파트의 구분은 아이돌이라는 말많고 탈많은 퍼즐의 제 자리를 맞추는데 상당 부분 도움이 된 건 아닐까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들에게는 정 떨어질만큼 뚜렷한 기계적 분업화가 아닌, 아이돌다운 '유드리'가 있다는 것이다.

아이돌의 메카인 일본, 그 중 아이돌의 파트 분업화가 가장 잘 된 여성 그룹 SPEED의 경우를 들어보자. (그 전에도 MAX, 슈퍼 몽키즈 등 다양한 시도를 보여주었던 그룹들이 있으나 '너무 먼 과거이므로' 생략하기로 한다.) 일단 4명의 멤버에서 파트를 나누자면 보컬은 2명, 댄서는 2명이다. 리드 보컬 히로코의 낭랑한 목소리가 주가 되며 이를 메인 보컬 에리코가 안정적으로 뒷받침해준다. 리드 댄서 히토에와 다카코는 코러스와 댄스, 얼굴 마담 역할까지 야무지게 해결해서 괜찮은 조화를 만들어냈다. 이러한 스피드의 인기는 가히 폭발적이어서 뉴 싱글의 기본 판매량이 200~300만장일 정도였고 이후 개편된 모닝 무스메라든지, '클럽형 아이돌'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낸 퍼퓸 등 다양한 하이브리드형 아이돌의 탄생을 위한 든든한 초석이 되어주었다.)

샤이니의 경우도 이와 비슷하다. 만 17세라고는 다소 믿기 힘든 '세상 사랑 다 해본' 목소리 톤을 가진 종현의 보컬 베이스는 샤이니의 든든한 기반암이다. 아직 기본기를 닦을 시기인지라 '딱 이거다!'라는 뚜렷한 개성을 찾기는 다소 이르나 다양한 음역대를 넘나드는것은 물론, 곡 안에서 적당히 놀 줄 아는 탄탄한 기본기가 앞으로의 충분한 가능성을 예견해준다. R&B라는 장르에 잘 어울리는 소울풀한 보컬톤을 가졌으나 훵키한 '산소 같은 너', 현악이 난무하는 'Real'등의 댄스곡에서도 종현의 목소리는 무난하게 어우러진다.

이에 맑고 청아한 느낌의 온유의 목소리가 종현에게 쏠릴 수 있는 보컬 라인의 균형을 잡아준다. 반농담으로, 좀 더 크면 토이의 객원 보컬 라인을 노려봄직도 하다. 방송에서 부른 제임스 잉그램의 'Forever More'라든지, 토이의 '내가 잠시 너의 곁에 살았다는걸' 등을 들어보면 온유는 천성적으로 차분한 박자의 곡들을 완전히 가라앉히지도, 너무 뻔하게 만들지도 않는 보이스 컬러를 가졌다.

여기 '만능열쇠'라는 별명을 가진 KEY는 랩, 노래 모두 안정적으로 해낸다. 사춘기 소년 특유의 변성기를 금방 거친듯한 보이스 컬러를 가진 키의 색깔은 '만 16세 소년의 그것'이다. 의외로 기대하지 않았던 멤버가 키였는데, 라이브에서 '이 쯤이면 틀릴 때도 됐는데?'라는 나의 걱정을 기대로 탈바꿈시킨 멤버다. 조금 과장하면, 모든 파트에 대한 키의 안정적인 소화력에서 샤이니의 가능성이 상당 부분 읽힌다고도 할 수 있겠다.

종현, 온유, 키가 샤이니의 보컬라인 이라면 랩과 댄스 파트는 민호, 태민이다. 샤이니의 숨겨진 열쇠 키와 상당히 저음 톤을 가진 민호는 랩을 담당하고 막내 태민은 리드 댄스와 종종 노래 파트를 맡는다. 민호는 샤이니 결성에서 상당히 많은 랩핑 연습을 한듯 한데, 민호의 화려한 외모에 SPEED의 다카코가 오버랩되었던 것은 사실이었으나 키네틱 플로우의 '몽환의 숲'을 부르는 여유에서 '아, 민호가 단순히 얼굴 마담은 아니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샤이니 속에서도 아이돌인 막내 태민의 경우 '리드 댄서'라는 파트인만큼 댄스에 상당 부분 힘을 할애하고 있어 보컬 파트에 대한 기대가 다소 적은 편이나 소년다운 미성이 샤이니의 컬러와 무난하게 어울리는 편이라 할 수 있다.

아직 병아리 신인이라는 것과 '아이돌' 특성상 프로듀서와 기획사에 전적으로 의존할 수 밖에 없다는 리스크(?)를 감수하고 이들을 봤을 때에도 샤이니는 선배들, 동시대의 아이돌 그룹들과의 차별성이 비교적 뚜렷한 편이다. 1집 앨범 타이틀 '산소 같은 너'의 격한 안무 속에서도 이들은 꿋꿋하게 핸드 마이크를 든다. '우린 이만큼의 춤을 추면서도 이만큼의 라이브를 한다'는 적당한 자신감도 보인다.

앞으로 샤이니의 행방은 어떻게 될 것인가. 지난 번의 포스팅에 다시 한 번 자기태클을 걸자면 샤이니의 정규 1집 앨범은 '산소 같은 너'가 타이틀곡이라는 것 자체가 엄청난 모험을 수도 있다. R&B도 발라드도 아니고 듣도보도 못한 덴마크산 '훵키'한 '댄스'곡이라는 것 자체가 이들에겐 충분한 난제였을 거라는 의견이다. 장르적 도전은 좀 미루더라도, 일단 이들이 아이돌계에서 '컨템퍼러리 보이 밴드'로서의 균형을 잡는 게 우선적으로 행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샤이니가 연예계라는 지긋지긋한 통속적인 상업의 블랙홀 속에서 '컨템퍼러리 보이 밴드'라는 초심의 마음 그대로 통속 예술 속에서의 진정한 '아이돌리즘'을 발휘하길 기대한다. 쉽게 말해, 귀를 즐겁게 해주는 아이돌 그룹의 가능성에 충분한 기대를 걸고 싶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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