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이 앨범을 좋아할 확률, 50/50


김아일 - Boylife In 12``

 

[힙합과 일렉트로닉의 묘한 경계선]

 

좋아할, 50
게리스 아일(Gehrith Isle)이라는 이름으로 버벌 진트, 윤석철 트리오, 스윙스와 함께 한 랩퍼 김아일(Qim Isle). 빈지노의 ‘Boogie On & On’을 작곡하고, ‘Girlslike’라는 곡으로 그와 연을 맺은 작곡가 이다흰은 신예 프로듀서 신세하와 김아일의 만남을 주선한다. 흑인 음악을 듣기 시작해 마이너 일렉트로닉까지 섭렵한 신세하의 취향은 김아일을 단번에 사로 잡았고, 두 사람의 화학 작용은 [Boylife In 12``]를 통해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된다. 때문에 본 작은 김아일만의 작품이라기 보다는 김아일과 신세하의 합작에 가깝다.
앨범에서 김아일은 음악부터 그 외적인 것까지 기존 힙합의 문법에서 상당 부분 벗어난다. 프로듀싱의 중심에 선 신세하는 테크노, 디스코, 쥬크(Juke) 등 다채로운 댄스 음악의 문법을 제시한다. 김아일 또한 이러한 시도를 즐기는 듯 하다. 때문에 앨범은 ‘힙합 베이스의 일렉트로닉’으로 들리지, 결코 힙합의 문법이 앞서지 않는다.
많은 힙합 음악에서 ‘여성’의 묘사가 빠지지 않듯, 본 작도 다양한 주제로 그것을 이야기한다. 둘로 나눈다면 그녀들에 대한 존중과 고마움, 그리고 정제되지 않은 욕망과 애증이다. 첫 트랙 'V*$*V'는 김아일이 존경을 담았다는 여성 지인들의 실명이 별다른 서사없이 나열되는데, 그 자체로 낯설고 경쾌한 느낌을 준다.
이어지는 몽롱한 분위기의 ‘사과를 깨무는’과 ‘Puff In Groove’ 는 의뭉스럽고 에로틱하다. 반면에 ‘Theo’같은 곡은 과격한 성적 본능이 별다른 거름망없이 표출되는데, 이러한 가사 표현에 호불호가 크게 갈릴지도 모르겠다. ‘해변에서’나 ‘제 주 도’, ‘Girlslike’에서 보이는 낭만적인 이미지와는 상반된, 굉장히 저돌적인(?) 자아가 표출되기 때문이다.
재기발랄한 가사와 의도된 듯 뭉개진 발음, 수시로 예상을 뒤엎는 박자들. 여러모로 [Boylife In 12``]는 재밋거리가 많다. 앞으로가 기대되는 젊은 음악가들의 출발점을 끊은 앨범이라는 점에서 추천한다. 온라인에 범람하는 기존 힙합, 댄스 음악을 듣다가 접한다면 눈과 귀가 번쩍 뜨일, 낯선 사운드의 집합체다.


또 다른, 50
장르로 양분하기 힘든 앨범이다. 특히 힙합의 카테고리 안에서 읽어내기 어려운 음악이다. 어떤 가사는 무척 난해한 실험시처럼 들리기도 해, 전달력이 떨어지는 것처럼 느껴질지도 모른다. 허나 랩퍼로서의 자아를 내세우기 보단 마치 하나의 악기처럼 묻어가는 김아일의 발성이, 본 작에서 그가 택한 표현 방식이라고 하면 이해가 쉽지 않을까. 원론적인 조건을 따지는 건 이 앨범을 듣는 재미를 놓치는 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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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7.26

Artist : Cassette Schwarzenegger (카세트 슈왈제네거)
Title : Play

Track List
01 / Play
02 / Play (StardonE Remix)
 
언제부터였을까. 일렉트로니카(Electronica)라 불리우는, 클럽 중심의 음악이 메이저 시장의 팝과 전혀 다른 집합으로 구분 '당하기' 시작한 건. 이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었지만 그 중 하나에는 악곡 자체가 가창이 되느냐 그렇지 않느냐에도 있었다. 굳이 밤을 즐기지 않는 이들에게 클럽 음악의 의미는 따라 부를 수 없는 노래, 똑같은 비트가 반복되어 오래 듣기 힘든 노래 등으로 인식되었다. '가사가 없는 노래는 잘 안듣게 돼'라는 안타까운 편견은 아마 이 때부터 시작되었을 것 같다.

한 편, 이 와중에도 DJ 부스의 높은(?) 담을 넘어 대중의 사랑을 받는 클럽 음악은 분명 있었다. 다프트 펑크(Daft Punk)의 'Something About Us', 일렉트로 하우스(Electro House) 프로듀서 에릭 프뢰즈(Eric Prydz)의 'Call On Me'. 최근에는 크루커즈(Crookers)의 'Day N Night'이나 데이빗 게타(David Guetta)의 'Sexy Bitch'까지. 이들의 공통점은 단 하나, 이러한 제목 나열이 매력없게 느껴질 정도로 곡 자체의 존재감이 강했다는 것. 그리고 오히려 정통 클럽 음악이라기 보다는 클럽풍 팝에 가까웠다는 것이었다.

카세트 슈왈제네거(Cassette Schwarzenegger). 이 정체도 국적도 알 수 없는, 아직 공개된 사진 하나 없는 그룹(이라고 추측해본다.)이 'Play'라는 정직한 제목의 싱글을 들고 나왔다. 수록곡은 타이틀곡인 '플레이(Play)'와 스타던(StardonE)이라는 역시나 정체불명 프로듀서의 리믹스곡, 단 둘이다. 도입부는 'Heart beating jumping sweating shaking dancing playing'라는 캐치한 압운을 지닌 가사로 나열된다. 'Buy it, use it, break it, fix it, Trash it, change it, melt - upgrade it'이라며 현대 문명의 기계화된 프로세스를 설파했던 'Technologic'가 생각나는 대목이다. 하지만 이들의 메세지는 좀 더 쉽다. 심장이 뛰고 점프를 하고 춤추고 논다. 흔든다. 환호한다. 쉽다. 즐겁다. 그리고 명징하다.

이제 막 데뷔 싱글을 발표한 카세트 슈왈제네거에게 첫 싱글 'Play'는 매끈한 디스코 댄스 곡의 탄생이라는 계기를 만들었다. 이 경쾌한 시작을 리스너의 한 명으로 지켜볼 수 있게 되어 참 즐겁다. 음악을 찾아듣는 사람들이 갖기 쉬운 '남들이 듣는 음악은 듣기 싫다'는 고집어린 허영심. 애석하지만 조만간 깨질 것 같다. 안타깝고도 즐거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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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myspace.com/cassetteschwarzenegger


+ 'Play'의 리믹서로 참여한 프로듀서 스타던(StardonE)의 '1979' 리믹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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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myspace.com/stardonemus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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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아일 - Boylife In 12``

 

[힙합과 일렉트로닉의 묘한 경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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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리스 아일(Gehrith Isle)이라는 이름으로 버벌 진트, 윤석철 트리오, 스윙스와 함께 한 랩퍼 김아일(Qim Isle). 빈지노의 ‘Boogie On & On’을 작곡하고, ‘Girlslike’라는 곡으로 그와 연을 맺은 작곡가 이다흰은 신예 프로듀서 신세하와 김아일의 만남을 주선한다. 흑인 음악을 듣기 시작해 마이너 일렉트로닉까지 섭렵한 신세하의 취향은 김아일을 단번에 사로 잡았고, 두 사람의 화학 작용은 [Boylife In 12``]를 통해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된다. 때문에 본 작은 김아일만의 작품이라기 보다는 김아일과 신세하의 합작에 가깝다.
앨범에서 김아일은 음악부터 그 외적인 것까지 기존 힙합의 문법에서 상당 부분 벗어난다. 프로듀싱의 중심에 선 신세하는 테크노, 디스코, 쥬크(Juke) 등 다채로운 댄스 음악의 문법을 제시한다. 김아일 또한 이러한 시도를 즐기는 듯 하다. 때문에 앨범은 ‘힙합 베이스의 일렉트로닉’으로 들리지, 결코 힙합의 문법이 앞서지 않는다.
많은 힙합 음악에서 ‘여성’의 묘사가 빠지지 않듯, 본 작도 다양한 주제로 그것을 이야기한다. 둘로 나눈다면 그녀들에 대한 존중과 고마움, 그리고 정제되지 않은 욕망과 애증이다. 첫 트랙 'V*$*V'는 김아일이 존경을 담았다는 여성 지인들의 실명이 별다른 서사없이 나열되는데, 그 자체로 낯설고 경쾌한 느낌을 준다.
이어지는 몽롱한 분위기의 ‘사과를 깨무는’과 ‘Puff In Groove’ 는 의뭉스럽고 에로틱하다. 반면에 ‘Theo’같은 곡은 과격한 성적 본능이 별다른 거름망없이 표출되는데, 이러한 가사 표현에 호불호가 크게 갈릴지도 모르겠다. ‘해변에서’나 ‘제 주 도’, ‘Girlslike’에서 보이는 낭만적인 이미지와는 상반된, 굉장히 저돌적인(?) 자아가 표출되기 때문이다.
재기발랄한 가사와 의도된 듯 뭉개진 발음, 수시로 예상을 뒤엎는 박자들. 여러모로 [Boylife In 12``]는 재밋거리가 많다. 앞으로가 기대되는 젊은 음악가들의 출발점을 끊은 앨범이라는 점에서 추천한다. 온라인에 범람하는 기존 힙합, 댄스 음악을 듣다가 접한다면 눈과 귀가 번쩍 뜨일, 낯선 사운드의 집합체다.


또 다른, 50
장르로 양분하기 힘든 앨범이다. 특히 힙합의 카테고리 안에서 읽어내기 어려운 음악이다. 어떤 가사는 무척 난해한 실험시처럼 들리기도 해, 전달력이 떨어지는 것처럼 느껴질지도 모른다. 허나 랩퍼로서의 자아를 내세우기 보단 마치 하나의 악기처럼 묻어가는 김아일의 발성이, 본 작에서 그가 택한 표현 방식이라고 하면 이해가 쉽지 않을까. 원론적인 조건을 따지는 건 이 앨범을 듣는 재미를 놓치는 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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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 Play
02 / Play (StardonE Remix)
 
언제부터였을까. 일렉트로니카(Electronica)라 불리우는, 클럽 중심의 음악이 메이저 시장의 팝과 전혀 다른 집합으로 구분 '당하기' 시작한 건. 이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었지만 그 중 하나에는 악곡 자체가 가창이 되느냐 그렇지 않느냐에도 있었다. 굳이 밤을 즐기지 않는 이들에게 클럽 음악의 의미는 따라 부를 수 없는 노래, 똑같은 비트가 반복되어 오래 듣기 힘든 노래 등으로 인식되었다. '가사가 없는 노래는 잘 안듣게 돼'라는 안타까운 편견은 아마 이 때부터 시작되었을 것 같다.

한 편, 이 와중에도 DJ 부스의 높은(?) 담을 넘어 대중의 사랑을 받는 클럽 음악은 분명 있었다. 다프트 펑크(Daft Punk)의 'Something About Us', 일렉트로 하우스(Electro House) 프로듀서 에릭 프뢰즈(Eric Prydz)의 'Call On Me'. 최근에는 크루커즈(Crookers)의 'Day N Night'이나 데이빗 게타(David Guetta)의 'Sexy Bitch'까지. 이들의 공통점은 단 하나, 이러한 제목 나열이 매력없게 느껴질 정도로 곡 자체의 존재감이 강했다는 것. 그리고 오히려 정통 클럽 음악이라기 보다는 클럽풍 팝에 가까웠다는 것이었다.

카세트 슈왈제네거(Cassette Schwarzenegger). 이 정체도 국적도 알 수 없는, 아직 공개된 사진 하나 없는 그룹(이라고 추측해본다.)이 'Play'라는 정직한 제목의 싱글을 들고 나왔다. 수록곡은 타이틀곡인 '플레이(Play)'와 스타던(StardonE)이라는 역시나 정체불명 프로듀서의 리믹스곡, 단 둘이다. 도입부는 'Heart beating jumping sweating shaking dancing playing'라는 캐치한 압운을 지닌 가사로 나열된다. 'Buy it, use it, break it, fix it, Trash it, change it, melt - upgrade it'이라며 현대 문명의 기계화된 프로세스를 설파했던 'Technologic'가 생각나는 대목이다. 하지만 이들의 메세지는 좀 더 쉽다. 심장이 뛰고 점프를 하고 춤추고 논다. 흔든다. 환호한다. 쉽다. 즐겁다. 그리고 명징하다.

이제 막 데뷔 싱글을 발표한 카세트 슈왈제네거에게 첫 싱글 'Play'는 매끈한 디스코 댄스 곡의 탄생이라는 계기를 만들었다. 이 경쾌한 시작을 리스너의 한 명으로 지켜볼 수 있게 되어 참 즐겁다. 음악을 찾아듣는 사람들이 갖기 쉬운 '남들이 듣는 음악은 듣기 싫다'는 고집어린 허영심. 애석하지만 조만간 깨질 것 같다. 안타깝고도 즐거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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