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egends - Lucky Star

좋아하지 않을래야 않을 수 없는 80년대 신스팝 무드. Lasse Lindh가 몸담았던 스웨덴의 인디팝 레이블 Labrador Records의 사장님이자 밴드를 네다섯개씩 하는 천재 뮤지션 요한 앙거가르드 주도의 신스팝/노이즈 밴드 레전드입니다. 올해 나온 앨범은 너무 극렬한 노이즈라 조금 시ㅋ망ㅋ했지만 <Facts and Figures> 앨범은 80년대 신스가 많이 쓰여서 정말 좋아합니다. 제가 아는한 저희 회사에서 발매된 유일한 신스팝 음반입니다.


Fake - Frogs In Spain (DW Remix)

궁쟈궁쟈 궁쟝쟈. 치용! 츠그츠그 챡. 츠그츠그 챡. 디스코는 마치 트위터와 페이스북처럼 여름과 겨울은 연동시킵니다. 계절을 타지 않아서 좋은 것 같다는 뜻입니다만, 사실 저는 겨울에 듣기 더 좋긴 합니다. 무튼 야경을 헤치며 듣는 디스코 리듬은 정말 죽음입니다. 사실 Fake보다는 DW를 먼저 알게됐는데 위의 레전드와 마찬가지로 스웨덴 출신입니다. 마이스페이스에서 아트웍들을 보고 있자면 너무 자연스럽게 다프트 펑크가 오버랩 되기도 하네요.


The Golden Filter - Thunderbird

요즘 washed out과 더불어 사랑해 마지 않는 골든 필터의 새 싱글입니다. 좋아 죽겠네요.


Visitor - Los Feeling (Monsieur Adi Remix)

저는 남자도, 뮤지션도 아니지만 요즘들어 '음악을 잘하는데 잘생기기까지 한 남자 사람'에게 굉장한 질투를 느끼곤 합니다. Visitor는 SebastiAn, Brodinski, Yuksek 등 에 이어 열네번째 정도 될 것 같네요. 저도 이왕이면 다음 생애엔 이런 남자 사람으로 태어나고 싶습니다. Fear of Tiger, Rough 등의 리믹스가 있지만, 가장 마음에 드는 버전으로 올려봅니다. 현악 멜로디가 참 아름답네요.

'old picks' 카테고리의 다른 글

타루  (0) 2009.11.16
what a feeling?.003  (2) 2009.11.11
what a feeling?  (0) 2009.11.04
happymood.007  (0) 2009.11.01
From JAPAN.  (0) 2009.10.25

'old picks' 카테고리의 다른 글

what a feeling?.003  (2) 2009.11.11
what a feeling?.002  (0) 2009.11.06
happymood.007  (0) 2009.11.01
From JAPAN.  (0) 2009.10.25
The Whip - Secret Weapon (LIVE)  (0) 2009.10.21


The Very Best - Warm Heart of Africa (Alan Wilkis Remix)


Passion Pit - Little Secrets (Hey Champ Remix)


Ra Ra Riot - Can You Tell (The Kids Are Radioactive Remix)


(. .)/



'old picks' 카테고리의 다른 글

what a feeling?.002  (0) 2009.11.06
what a feeling?  (0) 2009.11.04
From JAPAN.  (0) 2009.10.25
The Whip - Secret Weapon (LIVE)  (0) 2009.10.21
happymood.006  (2) 2009.10.18

VEGA - Kyoto Gardens


Mini Viva - I Left My Heart In Tokyo (Treasure Fingers Remix)


The Robot Disaster - Guitars are Overrated (Neo Tokyo Remix)

'old picks' 카테고리의 다른 글

what a feeling?  (0) 2009.11.04
happymood.007  (0) 2009.11.01
The Whip - Secret Weapon (LIVE)  (0) 2009.10.21
happymood.006  (2) 2009.10.18
샤이니 - Ring Ding Dong  (0) 2009.10.17



아기다리고기다리던 The Whip의 신곡!

'old picks' 카테고리의 다른 글

happymood.007  (0) 2009.11.01
From JAPAN.  (0) 2009.10.25
happymood.006  (2) 2009.10.18
샤이니 - Ring Ding Dong  (0) 2009.10.17
happymood.005  (0) 2009.10.15

Miami Horror - Don't Be On With Her


Mr.Flash - Over The Top


Siriusmo - Let Me In


Kumi Solo - Dance Music (Yacht Remix)


Chromeo - Fancy Footwork (Russ Chimes Remix)


The Drums - Let's Go Surfing

양말을 신어도 발이 시리다.

'old picks' 카테고리의 다른 글

From JAPAN.  (0) 2009.10.25
The Whip - Secret Weapon (LIVE)  (0) 2009.10.21
샤이니 - Ring Ding Dong  (0) 2009.10.17
happymood.005  (0) 2009.10.15
Cat Power  (0) 2009.10.13


♥♥♥♥♥♥♥♥♥♥

'old picks' 카테고리의 다른 글

The Whip - Secret Weapon (LIVE)  (0) 2009.10.21
happymood.006  (2) 2009.10.18
happymood.005  (0) 2009.10.15
Cat Power  (0) 2009.10.13
happymood.004  (0) 2009.10.10



The Human League - Don't You Want Me


Patrick Cowley - Megatron Man


Fenech Soler - Lies


Housse de Racket - Synthétiseur

세상은 정말 아름다받.

'old picks' 카테고리의 다른 글

happymood.006  (2) 2009.10.18
샤이니 - Ring Ding Dong  (0) 2009.10.17
Cat Power  (0) 2009.10.13
happymood.004  (0) 2009.10.10
가을 가요.  (0) 2009.10.08


Cat Power - Hate

2006년경, 나는 캣 파워를 매우 좋아했다. 그녀를 처음 알게 해준 'Cross Born Style'보다는 'Hate'나 'Where Is My Love'처럼 메시지가 극명한 곡을 더 좋아했던 것은, 왠지 그 노래들이 내 오래된 질문들에 대한 답을 줄 것만 같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몇 년이 지난 후에 들어도 그녀의 목소리는 변함이 없었다. 물론 그 때의 질문들에 대한 답 또한 찾지 못했다. 문득 내가 사랑했던 것은 만취한 채 객석에 나뒹굴어 버리는, 그녀의 망나니적 애티튜드였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은 내가 감히 될 수 없는 것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었을까. '날 사랑하는 게 아니고 날 사랑하고 있단 너의 눈을 사랑하고 있는 건 아닌지'. 문득 머잖아 한국의 캣 파워가 될 것만 같은 오지은의 노래가 머릿 속을 맴도는 밤이다.

anyone can tell you there’s no more road to ride
everyone will tell you there’s no place to hide
there’s no laws or rules to enchain your life
but the ones who didn’t make it,
the ones who couldn’t take it,
so glad they made it out alive
everyone loves the fun
everyone comes by

in the wind I crunch, I want to die

they can give me pills
or let me drink my fill
the heart wants to explode
far away where nobody knows

do you believe she said that?
do you believe she said that?

I said I hate myself and I want to die.

half of it is innocent
the other half is wise
the whole damn thing makes no sense
I wish I could tell you a lie
hey, come here
let me whisper in your ear

I hate myself and I want to die.

do you believe she said that?
can you believe she repeated that?
I said, I hate me myself and I
said I hate myself and I want to die

'old picks'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샤이니 - Ring Ding Dong  (0) 2009.10.17
happymood.005  (0) 2009.10.15
happymood.004  (0) 2009.10.10
가을 가요.  (0) 2009.10.08
DONOVAN  (0) 2009.10.06



내가 알기로 정이현이란 작가는 신경숙만큼(?)이나 유명하고+독자의 호불호가 뚜렷한 작가다. 사실 그녀의 작품을 제대로 읽어본 적이 없었기에 회사 앞의 퀴퀴한 도서관에서 조우한 <달콤한 나의 도시>와의 만남은 반갑고도 알쏭달쏭했다. 작품을 읽기 전, 드라마는 몇 번 본 적 있었기에 등장인물의 외모는 어렵지 않게 상상할 수 있었지만 (상상보다는 대입에 더 가까웠지만) 자꾸 지난 기억이 캐릭터에 대한 상상을 방해하는 바람에 슬며시 짜증이 샘솟기도 했다. 이래서 극을 본 후 원작은 읽는 것은 좋기도 싫기도 하다.

작가들이 자주 부정하는 게 있다면 등장인물과 원작자를 동일시 하는 관점일 터다. 하지만 정이현이라는 작가는 쿨하게도 작가보다는 오은수가 먼저 읽히고, 기억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와, '쿨내난다'라는 말은 이럴 때 쓰는 것인가. 혹여나 작가 후기가 단행본 출간 직전에 쓰여진 거라면 소설의 반응을 다이렉트로 얻으면서 이미 '넌더리'가 날대로 났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로 이 소설은 J모 일보에 장기연재되었다.) 오은수의 뒤에 서고 싶던 작가에게는 죄송한 이야기지만 정이현은 초월적 소설쓰기에 통달한 대인배이거나, 사람에 질린 30대 여성이거나 둘 다 일 것 같다. 

30대가 되어도 지속되는 노골적 방황이 20대인 나의 살갗에 와닿는 기분은 짜릿하고도 홧홧했다. 이것이 20대를 위한 소설이라면 주인공 은수는 태오와 영수 사이에서 밀고 당기기를 하며 자존감 상승을 맛보았을 테지만 소설을 달랐다. 결말에서 묵묵히 홀로 떡볶이를 먹고 카페모카를 사먹는 은수의 모습은 처량하기 보다는 당연하게 느껴졌달까. 사회초년생의 입장에서 보자면 오랜 직장 생활을 해온 올드미스에 대한 경외심이 솟았달까. 아직 가지 않은 길을 다녀온 뒤 숨을 돌리는 그녀들을 보는 나의 눈은, 여권없는 고등학생이 해외 배낭여행을 다녀온 사촌 언니를 부러워하는 것과 비슷한 모양을 하고 있을 것 같다.

죽도록 누군가에게 사랑받지도 않고, 죽도록 누군가를 사랑할 수도 없는 그녀들은 올 겨울도 알파카 코트를 입고 MCM 가방을 든 채 충혈된 눈으로 도시형 고속버스를 탈 것이다. 뿌연 성에가 낀 종로의 밤거리. 입김을 불고 불어도 자꾸 뿌옇게 김이 차고 마는 기나긴 겨울. 그녀들의 30대란 교복쟁이들처럼 성에낀 버스 창문에 낙서를 하기 보다는 물끄러미 바라보고 싶은, 그런 마음이 드는 나이인걸까. 여자의 30대란 꽃이 만개한 시기일까, 아직 개화기인지 장담할 수 없는 나이일까. 소설을 다 읽고 나자 문득 얼굴이 홧홧해지면서 멀지 않은 나의 30대가 슬금슬금 걱정되기 시작했다. 지금의 나는 인생의 크고 작은 굴곡들에 덤덤해지기엔 아직은 어설픈 20대니까.

+ Recent posts

midnight madness :: midnight madness

The Legends - Lucky Star

좋아하지 않을래야 않을 수 없는 80년대 신스팝 무드. Lasse Lindh가 몸담았던 스웨덴의 인디팝 레이블 Labrador Records의 사장님이자 밴드를 네다섯개씩 하는 천재 뮤지션 요한 앙거가르드 주도의 신스팝/노이즈 밴드 레전드입니다. 올해 나온 앨범은 너무 극렬한 노이즈라 조금 시ㅋ망ㅋ했지만 <Facts and Figures> 앨범은 80년대 신스가 많이 쓰여서 정말 좋아합니다. 제가 아는한 저희 회사에서 발매된 유일한 신스팝 음반입니다.


Fake - Frogs In Spain (DW Remix)

궁쟈궁쟈 궁쟝쟈. 치용! 츠그츠그 챡. 츠그츠그 챡. 디스코는 마치 트위터와 페이스북처럼 여름과 겨울은 연동시킵니다. 계절을 타지 않아서 좋은 것 같다는 뜻입니다만, 사실 저는 겨울에 듣기 더 좋긴 합니다. 무튼 야경을 헤치며 듣는 디스코 리듬은 정말 죽음입니다. 사실 Fake보다는 DW를 먼저 알게됐는데 위의 레전드와 마찬가지로 스웨덴 출신입니다. 마이스페이스에서 아트웍들을 보고 있자면 너무 자연스럽게 다프트 펑크가 오버랩 되기도 하네요.


The Golden Filter - Thunderbird

요즘 washed out과 더불어 사랑해 마지 않는 골든 필터의 새 싱글입니다. 좋아 죽겠네요.


Visitor - Los Feeling (Monsieur Adi Remix)

저는 남자도, 뮤지션도 아니지만 요즘들어 '음악을 잘하는데 잘생기기까지 한 남자 사람'에게 굉장한 질투를 느끼곤 합니다. Visitor는 SebastiAn, Brodinski, Yuksek 등 에 이어 열네번째 정도 될 것 같네요. 저도 이왕이면 다음 생애엔 이런 남자 사람으로 태어나고 싶습니다. Fear of Tiger, Rough 등의 리믹스가 있지만, 가장 마음에 드는 버전으로 올려봅니다. 현악 멜로디가 참 아름답네요.

'old picks' 카테고리의 다른 글

타루  (0) 2009.11.16
what a feeling?.003  (2) 2009.11.11
what a feeling?  (0) 2009.11.04
happymood.007  (0) 2009.11.01
From JAPAN.  (0) 2009.10.25

'old picks' 카테고리의 다른 글

what a feeling?.003  (2) 2009.11.11
what a feeling?.002  (0) 2009.11.06
happymood.007  (0) 2009.11.01
From JAPAN.  (0) 2009.10.25
The Whip - Secret Weapon (LIVE)  (0) 2009.10.21


The Very Best - Warm Heart of Africa (Alan Wilkis Remix)


Passion Pit - Little Secrets (Hey Champ Remix)


Ra Ra Riot - Can You Tell (The Kids Are Radioactive Remix)


(. .)/



'old picks' 카테고리의 다른 글

what a feeling?.002  (0) 2009.11.06
what a feeling?  (0) 2009.11.04
From JAPAN.  (0) 2009.10.25
The Whip - Secret Weapon (LIVE)  (0) 2009.10.21
happymood.006  (2) 2009.10.18

VEGA - Kyoto Gardens


Mini Viva - I Left My Heart In Tokyo (Treasure Fingers Remix)


The Robot Disaster - Guitars are Overrated (Neo Tokyo Remix)

'old picks' 카테고리의 다른 글

what a feeling?  (0) 2009.11.04
happymood.007  (0) 2009.11.01
The Whip - Secret Weapon (LIVE)  (0) 2009.10.21
happymood.006  (2) 2009.10.18
샤이니 - Ring Ding Dong  (0) 2009.10.17



아기다리고기다리던 The Whip의 신곡!

'old picks' 카테고리의 다른 글

happymood.007  (0) 2009.11.01
From JAPAN.  (0) 2009.10.25
happymood.006  (2) 2009.10.18
샤이니 - Ring Ding Dong  (0) 2009.10.17
happymood.005  (0) 2009.10.15

Miami Horror - Don't Be On With Her


Mr.Flash - Over The Top


Siriusmo - Let Me In


Kumi Solo - Dance Music (Yacht Remix)


Chromeo - Fancy Footwork (Russ Chimes Remix)


The Drums - Let's Go Surfing

양말을 신어도 발이 시리다.

'old picks' 카테고리의 다른 글

From JAPAN.  (0) 2009.10.25
The Whip - Secret Weapon (LIVE)  (0) 2009.10.21
샤이니 - Ring Ding Dong  (0) 2009.10.17
happymood.005  (0) 2009.10.15
Cat Power  (0) 2009.10.13


♥♥♥♥♥♥♥♥♥♥

'old picks' 카테고리의 다른 글

The Whip - Secret Weapon (LIVE)  (0) 2009.10.21
happymood.006  (2) 2009.10.18
happymood.005  (0) 2009.10.15
Cat Power  (0) 2009.10.13
happymood.004  (0) 2009.10.10



The Human League - Don't You Want Me


Patrick Cowley - Megatron Man


Fenech Soler - Lies


Housse de Racket - Synthétiseur

세상은 정말 아름다받.

'old picks' 카테고리의 다른 글

happymood.006  (2) 2009.10.18
샤이니 - Ring Ding Dong  (0) 2009.10.17
Cat Power  (0) 2009.10.13
happymood.004  (0) 2009.10.10
가을 가요.  (0) 2009.10.08


Cat Power - Hate

2006년경, 나는 캣 파워를 매우 좋아했다. 그녀를 처음 알게 해준 'Cross Born Style'보다는 'Hate'나 'Where Is My Love'처럼 메시지가 극명한 곡을 더 좋아했던 것은, 왠지 그 노래들이 내 오래된 질문들에 대한 답을 줄 것만 같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몇 년이 지난 후에 들어도 그녀의 목소리는 변함이 없었다. 물론 그 때의 질문들에 대한 답 또한 찾지 못했다. 문득 내가 사랑했던 것은 만취한 채 객석에 나뒹굴어 버리는, 그녀의 망나니적 애티튜드였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은 내가 감히 될 수 없는 것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었을까. '날 사랑하는 게 아니고 날 사랑하고 있단 너의 눈을 사랑하고 있는 건 아닌지'. 문득 머잖아 한국의 캣 파워가 될 것만 같은 오지은의 노래가 머릿 속을 맴도는 밤이다.

anyone can tell you there’s no more road to ride
everyone will tell you there’s no place to hide
there’s no laws or rules to enchain your life
but the ones who didn’t make it,
the ones who couldn’t take it,
so glad they made it out alive
everyone loves the fun
everyone comes by

in the wind I crunch, I want to die

they can give me pills
or let me drink my fill
the heart wants to explode
far away where nobody knows

do you believe she said that?
do you believe she said that?

I said I hate myself and I want to die.

half of it is innocent
the other half is wise
the whole damn thing makes no sense
I wish I could tell you a lie
hey, come here
let me whisper in your ear

I hate myself and I want to die.

do you believe she said that?
can you believe she repeated that?
I said, I hate me myself and I
said I hate myself and I want to die

'old picks'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샤이니 - Ring Ding Dong  (0) 2009.10.17
happymood.005  (0) 2009.10.15
happymood.004  (0) 2009.10.10
가을 가요.  (0) 2009.10.08
DONOVAN  (0) 2009.10.06



내가 알기로 정이현이란 작가는 신경숙만큼(?)이나 유명하고+독자의 호불호가 뚜렷한 작가다. 사실 그녀의 작품을 제대로 읽어본 적이 없었기에 회사 앞의 퀴퀴한 도서관에서 조우한 <달콤한 나의 도시>와의 만남은 반갑고도 알쏭달쏭했다. 작품을 읽기 전, 드라마는 몇 번 본 적 있었기에 등장인물의 외모는 어렵지 않게 상상할 수 있었지만 (상상보다는 대입에 더 가까웠지만) 자꾸 지난 기억이 캐릭터에 대한 상상을 방해하는 바람에 슬며시 짜증이 샘솟기도 했다. 이래서 극을 본 후 원작은 읽는 것은 좋기도 싫기도 하다.

작가들이 자주 부정하는 게 있다면 등장인물과 원작자를 동일시 하는 관점일 터다. 하지만 정이현이라는 작가는 쿨하게도 작가보다는 오은수가 먼저 읽히고, 기억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와, '쿨내난다'라는 말은 이럴 때 쓰는 것인가. 혹여나 작가 후기가 단행본 출간 직전에 쓰여진 거라면 소설의 반응을 다이렉트로 얻으면서 이미 '넌더리'가 날대로 났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로 이 소설은 J모 일보에 장기연재되었다.) 오은수의 뒤에 서고 싶던 작가에게는 죄송한 이야기지만 정이현은 초월적 소설쓰기에 통달한 대인배이거나, 사람에 질린 30대 여성이거나 둘 다 일 것 같다. 

30대가 되어도 지속되는 노골적 방황이 20대인 나의 살갗에 와닿는 기분은 짜릿하고도 홧홧했다. 이것이 20대를 위한 소설이라면 주인공 은수는 태오와 영수 사이에서 밀고 당기기를 하며 자존감 상승을 맛보았을 테지만 소설을 달랐다. 결말에서 묵묵히 홀로 떡볶이를 먹고 카페모카를 사먹는 은수의 모습은 처량하기 보다는 당연하게 느껴졌달까. 사회초년생의 입장에서 보자면 오랜 직장 생활을 해온 올드미스에 대한 경외심이 솟았달까. 아직 가지 않은 길을 다녀온 뒤 숨을 돌리는 그녀들을 보는 나의 눈은, 여권없는 고등학생이 해외 배낭여행을 다녀온 사촌 언니를 부러워하는 것과 비슷한 모양을 하고 있을 것 같다.

죽도록 누군가에게 사랑받지도 않고, 죽도록 누군가를 사랑할 수도 없는 그녀들은 올 겨울도 알파카 코트를 입고 MCM 가방을 든 채 충혈된 눈으로 도시형 고속버스를 탈 것이다. 뿌연 성에가 낀 종로의 밤거리. 입김을 불고 불어도 자꾸 뿌옇게 김이 차고 마는 기나긴 겨울. 그녀들의 30대란 교복쟁이들처럼 성에낀 버스 창문에 낙서를 하기 보다는 물끄러미 바라보고 싶은, 그런 마음이 드는 나이인걸까. 여자의 30대란 꽃이 만개한 시기일까, 아직 개화기인지 장담할 수 없는 나이일까. 소설을 다 읽고 나자 문득 얼굴이 홧홧해지면서 멀지 않은 나의 30대가 슬금슬금 걱정되기 시작했다. 지금의 나는 인생의 크고 작은 굴곡들에 덤덤해지기엔 아직은 어설픈 20대니까.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