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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OKRATZ MARK THEIR RAPID EMERGENCE IN ELECTRONIC MUSIC

WITH ‘DOWN AND OUT IN PARIS AND LONDON’

A STORMING COLLECTION OF THEIR RECENT RELEASES.

DISCOVER A SNEAK PREVIEW OF AUTOKRATZ WORLD DURING AUGUST & SEPTEMBER ON RESIDENT ADVISOR

This 9 track mini-album offers a concise introduction to the much touted flag bearers of the new wave of British electronic music
and includes the recent infectious summer anthem “Stay The Same”, the driving and relentless “1000 Things”
and the massive dance-floor smash ‘Pardon Garcon’ (“dance anthem of the summer” - The Sunday Times).

autoKratz will be giving away free mp3 downloads of the mini album
'Down and Out in Paris and London' on residentadvisor.net ,
alongside exclusive additional content including interviews, competitions,
special mixes, new 'Stay The Same' videoclip and amazing live footage.


http://www.myspace.com/autokratz
http://www.myspace.com/maisonkitsune
http://www.kitsune.fr



autoKratz secret show : Wednesday 3rd September 2008 - LONDON
Fans have the opportunity to win guest places at http://www.myspace.com/autokratz until Monday 1st Septemb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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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플리커. 상기 이미지는 내용과 무관합니다)

흔히 전시라고 하면 단순히 그림을 보거나, 조각품을 보는 것에 한정된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최근 전시의 경향은 전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해졌다. 눈을 감는 것을 넘어서 코로 냄새를 맡고 손으로 꾹꾹 눌러보는 것도 가능해졌다. 여기 여름 방학을 맞이해 온 가족이 참여할 수 있는 두 가지 전시가 있다. 단순히 보는 것을 넘어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참여형 전시를 소개한다.


보이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다

신촌 아트레온 <어둠 속의 대화>전


하루하루 생활을 견뎌내기에 바쁜 현대인들이 완전한 어둠 속에 빠져본 경험이라고는 잠자리에 누울 때 뿐 일 것이다. 그러나 정신이 깬 상태로 자신의 손마저 보이지 않는 완전한 어둠 속에 빠져본 경험을 해 본 이는 얼마 없을 터다. 거리의 네온사인, 자동차 불빛, 텔레비전 브라운관 속의 현란한 화면까지 세상에는 우리의 눈을 쉬게 하는 것보다 지치게 하는 것들이 더 많기 때문이다.
여기 더운 날씨 탓에 일상의 사소한 불쾌감마저 컨트롤이 되지 않는 현대인들에게 잃어버린 자신의 내면을 차분하게 발견할 수 있게 해주는 전시가 있어 화제다. 흔히 ‘전시회’라고 하면 화려한 그림과 멋들어진 조각품을 떠올리기 마련이지만, 이곳에서는 애초에 그런 것을 기대하지 말자. 이곳에서 눈으로 볼 수 있는 거라곤 오로지 ‘완전한 어둠’ 뿐이다.

<어둠 속의 대화>는 기획자와 참여자의 경계를 허문 참여형 전시로 21년째 계속되는 중이다. 1988년 사고로 시력을 잃고도 현실에 안주하는 것을 거부했던 저널리스트에게 감동 받은 독일의 박사 안드레아스 하이네케에 의해 창시된 이후 전 세계 130개 전시장에서 세계인을 감동시켰다. 현재까지도 8개의 상설 전시장이 운영되고 있을 정도로 각국의 꾸준한 호응을 얻어 왔다. 국내의 인기도 계속 되어서 2007년부터 서울 예술의 전당에서 시작한 결과, 최근 신촌 아트레온에서 3차 전시가 열리기에 이르렀다.

오직 캄캄한 어둠뿐인 이 전시의 관람객 중 98.9%가 ‘내 생의 최고의 경험’이었다고 극찬했다고 한다. 게다가 전체 관람객 중 절반 이상이 1번 이상 관람한 사람이라고 하니 대체 ‘완전한 어둠’이라는 지극히 단순한 것이 인간에게 대체 얼마나 큰 자극을 안겨주는지 건지 ‘안 봐도 비디오’다.

전시를 관람하는 약 60분의 시간동안 관람객에게 앞을 볼 수 있는 권리는 완전히 배제된다. 이에 참가자들은 오직 안내자의 목소리에 의지한 채 지팡이 하나를 짚고 나아간다. 시각을 제외한 나머지 감각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셈. 어떤 연인들은 서로의 손을 꼭 잡고, 꼬마는 앞이 안 보인다며 엄마부터 찾는 등 갑작스러운 어둠에 처음에는 불안을 느낄지도 모른다. 그러나 곧 이들은 인간의 오감(五感) 중 커다란 한 감각이 차단됨으로 인해 나머지 죽어있던 감각을 사용하는 법을 깨우치게 된다. 이는 마치 한 소년이 오감 외의 숨겨진 감각을 찾아내는 과정을 그린 영화 <식스 센스>를 연상시킨다. <어둠 속의 대화>는 진화하는 전시다. 오감 뿐 만 아니라 공기, 압력, 온도를 느낄 수 있도록 다채로워졌다. 세계 각국의 사랑을 쑥쑥 먹고 자란 결과 550만 명의 관객을 울렸고, 이제 한국에서 더 많은 이들의 가슴에 펌프질을 할 예정이다. 영화 한 편을 보고 난 후의 감동, 좋은 책 한 권이 주는 여운 그 이상의 후폭풍이 여기 서 불고 있다. 조심스럽게, 그러나 과감하게 발을 옮겨보자. 당신의 마음 깊숙한 곳에 숨겨진 어둠의 문턱을 향해.
 

Info 2008.6.20 금~ 2009.2.22 일, 신촌 아트레온 13층 전시실, 예약 시 성인, 청소년 20,000원, www.dialogue-in-dark.com

Tip 관람을 원한다면 티켓링크에서 온라인 예약 신청을 해야 한다. 또한 사방이 깜깜한 탓에 전시관람 전 간단한 오리엔테이션이 이뤄진다. 반드시 예약 시간 15분 전에 체크인할 것.


휴대폰으로 배우는 현대 미술

어울림 미디어아트 체험 전 - 그림자가 따라와요


요즘 아이들에게 컴퓨터는 필수, 휴대폰은 기본, 게임기는 옵션이다. 이러한 미디어 기기들의 용이한 접근성에 비해, 이에 대한 사전 교육은 턱없이 부족한 형편이다. 아이들은 미디어가 둘러싼 환경에 아무런 보호막 없이 노출되어있고 때때로 이는 게임 중독, 컴퓨터 중독 등 이른바 ‘미디어 중독’이라는 사회적 징후로 나타난다. 학부모들의 불안이 날로 증폭되어가는 이 시점에서 특효약처럼 등장한 전시를 하나 소개하고자 한다. 미디어 기기의 순기능을 살려 이에 대한 올바른 이해 뿐 만 아니라 현대 미술에 대한 공부까지 돕는 <어울림 미디어아트 체험전 - 그림자가 따라와요>가 그것이다.
모든 전시물은 미디어 아티스트 최승준의 작품으로, 그는 물리학을 전공하다가 컴퓨터 프로그래밍에 입문한 후 예술, 교육, 비즈니스를 종횡무진 하는 전방위 작가다. 집안에서 유치원을 운영해 아이들에게 관심이 많은 그의 전시는 ‘쌍방향 소통’에 초점을 두고 있기 때문에, 참가자들이 참여할 수 있는 폭이 상당히 넓다. 뭐든지 눌러보고 만져보기 좋아하는 호기심 많은 어린이들에게 안성맞춤이다.

전시회장으로 들어가면 5개의 방이 있다. 각 방에는 ‘그림자’를 주제로 한 10개의 미디어 작품이 전시되어있다. ‘그림자와의 만남’, ‘그림자와 떠나는 바다여행’, ‘그림자와 함께 숨은 그림 찾기’, ‘소리의 벽과 거인 그림자’, ‘추억이 된 그림자’까지 재치 있는 방들의 이름들이 눈길을 끈다.

첫 번째 방에서는 전시장에 있는 내내 자기 자신을 쫓아다니는 그림자와의 첫 만남이 이뤄진다. 벽면에 설치된 라이트 박스에 자신의 몸을 비추자 내 동작을 똑같이 따라하는 그림자가 생긴다. 두 번째 방에 가자 나의 그림자가 화면 속에 들어가 있다. 그림자는 풀숲 뒤에서 벌레들과 함께 놀거나, 바다 위를 떠다닌다. 세 번째 방에서 특수조명을 받으며 환상적인 모습을 보여주던 그림자는, 네 번째 방으로 들어가자 키가 5m로 쭉 늘어나 서로서로 메시지를 주고받는다. 마지막으로, 다섯 번째 방에서 관람객은 터치스크린 위에 전시 소감을 남기며 그림자와 기념사진을 촬영한다.

이러한 전시 외에 눈여겨 볼 게 하나있다. 이는 작가가 직접 진행하는 <스크래치 워크숍>으로, 전시에 별미를 더한다. 스크래치 워크숍이란, 미국의 엠아이티 미디어랩(MIT media lab)이 개발한 프로그램으로 어린이들이 직접 이야기를 꾸미거나 만화, 게임을 창작해볼 수 있도록 구성되어있다. 이는 이미 여러 유치원, 초등학교에서 좋은 반응을 얻은 바 있다.

작가는 예술과 과학의 경계를 자연스럽게 넘나드는 이러한 전시가 특별한 게  아니라 즐거운 ‘놀이’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하고 싶다고 한다. 그의 말처럼 <그림자가 따라와요>는 가족 단위의 관람객을 최대한으로 배려한 전시다. 지루한 여름 방학, 학원을 오가느라 지쳐있거나 게임에 빠져 컴퓨터 앞에서 떠날 줄 모르는 아이의 손을 잡고 ‘친절한’ 가상 세계 속으로 빠져보는 것도 좋게다. 시각의 한계에서 벗어나 쉬고 있던 오감과 온몸을 활용해보자.


Info 2008.7.4 금 ~ 2008.8.24 일, 고양 어울림누리 어울림미술관, 성인 5,000원, 학생 (초, 중, 고) 4,000원,  7세 이하 아동 3,000원, 월요일 휴관, www.artgy.or.kr

Tip 전시회 오픈은 오전 10시이며 오후 8시면 문을 닫는다. 관람은 약 40~50분 정도가 소요되기 때문에 고양시가 멀게 느껴진다면 일찌감치 출발할 것.

월간 Spa Life 8월호용 원고 풀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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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캣츠비'와 '선'의 호시절 (=사진 제공:다온커뮤니케이션)

천국과 지옥을 넘나드는 연애 스토리, 뮤지컬 <위대한 캣츠비>


세상은 멀티태스커를 원한다. 잘 먹고 잘사는 것을 넘어서, 사랑도 잘하는 사람이 인정받는다. 잘 하는 연애는 동경의 대상이 되지만 못하는 연애는 능멸과 모욕을 받는다. 세상은 잔혹하고 연애는 지옥이다. 이를 알면서도 우리는 본의로, 혹은 본의 아니게 불구덩이 속으로 뛰어들곤 한다. 이렇듯 누군가를 사랑하는 순간에 느껴지는 수만 가지 감정들을 세밀하게 그려낸 작품 <위대한 캣츠비>를 소개한다.

미국 작가 피츠제럴드의 소설 <위대한 개츠비>의 제목을 패러디한 것 같은 강도하 원작의 본 작품은, 지난 2005년 포털 사이트 다음에서 연재가 시작된 후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웹툰이다. 웹이라는 한정된 공간적 제약을 깨고 영상미 넘치는 표현으로 찬사를 받은 이는 그해 대한민국 만화대상을 수상하였고 이후 드라마, 뮤지컬, 갈라 콘서트 등으로 제작되며 꾸준한 마니아를 만들어냈다. 뮤지컬로서는 어느덧 시즌3의 막바지에 접어들고 있는 <위대한 캣츠비>. 이 작품이 그토록 많은 사람의 가슴을 울린 이유는 무엇일까.


연애라는 보편적인 정서

아담과 이브가 저주를 받고도 서로를 사랑했듯, 연애는 인간사 최대의 화두다. ‘사랑하지 않는 자, 죽어버려라’라는 다소 끔찍한(?) 말이 있듯 표현이 조금 과잉될 경우엔 연애를 하지 않는 사람은 죄인처럼 치부되기 십상이다. 이러한 말이 무색하게 인물들은 집착과 연정이 뒤섞인 감정 속에서 특정 대상을 갈구한다.

주인공인 만년백수 캣츠비와 페르수는 대학시절부터 6년간 연인 관계였으나 페르수가 재혼남과 결혼하면서 이별을 맞이한다. 캣츠비의 룸메이트이자 동기인 하운두는 과외선생을 시작한 뒤 학부형인 몽부인에게 마음을 빼앗기고, 캣츠비에 다가온 여자 선은 그에게 순수한 감정을 쏟는데 여념이 없다. 올바른 사랑이든 비뚤어진 사랑이든 인물들은 모두가 사랑이라는 것을 하고 있는 셈이다.

극중 주요 캐릭터들의 나이는 26세로 설정되어있다. 의욕이 앞서는 열정에서 벗어나 결혼을 생각할 시기다. 하지만 이들의 사랑은 덜 익었다. 표현 방식에서는 열여섯의 그것과 다를 바가 없다. 이에 극은 덜 자란 만큼 충돌이 많은 20대의 사랑만을 다루지 않는다. 조연들의 나이를 보자. 몽부인은 30대, 페르수의 남편 부르독은 40대, 몽영감은 50대다. 이러한 나이 설정에서 20대의 사랑과는 다른, 그들보다 더 많은 시간을 보낸 인물들의 사랑 방식이 드러난다. 하지만 뮤지컬에서 조연들의 사랑방식은 조금 다르게 그려진다. 몽부인은 육감적이고 섹시한 여성의 이미지지만 원작의 몽부인은 인자하고 안정된, 오히려 어머니 같은 느낌이다. 또한 전자의 몽영감은 발랄하고 통통 튀는 만화적인 캐릭터이나, 원작에서의 그는 꿍꿍이를 알 수 없는 중년 남성으로 그려진다. 둘은 원작에서 뮤지컬로 가는 과정에서 성격의 표현됨이 가장 많이 달라진 캐릭터라고 할 수 있다.

사랑은 만국의 공통 언어다. <위대한 캣츠비>는 사랑의 깊숙한 지점에 이른 이들의 모습을 그려낸다. 20대의 철부지들의 사랑, 안정기에 접어들었지만 자극이 필요한 30대 주부의 사랑, 곁에 있는 이에게 집착을 보이는 40대 재혼남의 사랑, 상대에게 관대해지는 50대의 사랑까지, 극은 겹쳐진 셀로판지 같은 여러 톤의 목소리로 각자의 사랑 방식을 이야기한다. 연령이든 방법이든 어떠한 것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가장 궁극적인 것은 아름다우면서도 동시에 지독한, 사랑이라는 감정 자체다.


이런 일이 과연 있을까? 그러나 있을 법한

눈여겨 볼 것이 또 하나 있다. 이는 다양한 연령층의 사랑을 보여주는 것과는 다른, 어디선가 본 듯한 캐릭터들의 배치에 대한 것이다. 우유부단하고 사랑에 대한 확신이 약한 캣츠비는 죽느냐 사느냐를 고민하는 햄릿을 닮았고, 캣츠비 한 사람만을 바라본다는 점에서 선은 춘향이다. 반면에 사랑은 종교라며 감정을 숨기지 않고 표현하는 하운두는 일편단심형 카사노바며, 남편 부르독과의 관계에서 도피하며 캣츠비에게 ‘나도 동시에 사랑해줘’라고 당당하면서도 처절한 대사를 내뱉는 페르수는 사회가 여성에게 요구하는 관념을 철저히 무시하는 반(反) 테스적 성향을 보여준다. 이렇게 <위대한 캣츠비>는 과거형의 캐릭터를 21세기 한국의 젊은이들의 애정 관계에 녹아냈다는 점에서 온고지신의 모습을 보여준다. 게다가 이들 캐릭터들은 고전의 단순한 답습에 그치지 않고, 상황이나 반전 속에서 변모하는 모습까지 보여준다. 가령 선이 캣츠비를 향해 모성애적인 사랑을 보인다든지, 하운두의 사랑의 비밀이 밝혀진다든지 하는 것 말이다.

<위대한 캣츠비>는 상당히 드라마틱한 극이다. 삼각, 사각으로 얽힌 관계는 주변에서 일어난 일이라고 하면 충분한 가십거리가 될 만큼 복잡하다. 하지만 자칫 중구난방으로 그려질 수도 있는 관계망을 원작에서는 섬세한 감정 터치로, 뮤지컬에서는 속도감 있는 전개와 영상의 문법을 도입하는 것으로 깔끔하게 정리된다. 특히 인물들이 핀 조명 아래에서 펼치는 합창 신과 모노드라마처럼 비운에 젖어 부르는 노래들은 가요처럼 쉽게 귀에 붙는다. 또한 익숙한 일러스트들이 컴퓨터 그래픽 효과로 처리되는 것은 시각적 효과를 더함과 동시에 원작의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사랑의 프로방스, 그곳에 무엇이 있기에

자신의 빈자리가 허전해서 누군가를 찾는 건 사랑의 초기에 경험하는 것이라고들 한다. 자신의 공란은 자기 자신만이 채울 수 있다는 소리다. 하지만 우리는 알면서도 빠지고 알면서도 다치고 알면서도 갈구한다. 이렇듯 사랑은 공포영화이자 롤러코스터다. 공포를 예견하면서도 도전하게 되는 모험이다. 하지만 사랑만큼 아이러니한 것도 없다. 이는 절벽 사이에 걸쳐진 다리처럼 불안하게 삐걱거리다가도, 솜이불처럼 따뜻하고 편안한 안식처가 되어주기도 한다.

혹자는 사랑도 상품이 되는 세상이 되는 것이 우려된다고 말한다. 그러나 진정한 사랑을 해봤다고 자처하는 이들은 보이지 않는 것의 힘을 굳게 믿는다. 이렇듯 사랑의 힘은 위대하다. 하지 않고는 못 배기는 마법의 묘약, 익숙한 듯 낯설게 뒤엉킨 백가지 사랑의 맛을 <위대한 캣츠비>에서 느껴보자. 극 중 캣츠비와 선이 상상하는 ‘프로방스’가 프랑스의 진짜 프로방스든, 재개발 지구에 세워진 아파트의 외래식 이름이든 영영 그 곳이 보이지 않아도 상관없다. 모름지기 사랑이란 건 과정 자체가 목적이라지 않나.

월간 스파 라이프 8월호 원고 풀버전
* 본지 버전과 많이 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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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올 ‘놈’은 다 나온다

 

거부할 수 없는 세 놈의 매력,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흥부전>의 흥부와 놀부, <매트릭스>의 네오와 스미스 요원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전자는 ‘착한 사람’이고, 후자는 ‘나쁜 놈’이라는 것이다. 이렇듯 좋고 나쁨의 경계가 뚜렷한 극이 있는 반면, 착한 놈과 나쁜 놈의 경계가 모호한 작품도 있다. 과거의 문법이 전자라면, 현재의 경향은 후자다. 최근 극에서 과거와 같이 권선징악이 뚜렷한 인물 구도를 찾아보는 건 꽤나 힘든 일이다. 여기 복잡다단한 세상사를 그대로 반영한 듯 인물들의 종잡을 수 없는 성격을 상당히 유려하게 그려낸 영화 한 편을 소개한다. 이미 ‘2008년 한국 영화 최고의 작품’ 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니며 가는 곳마다 뜨거운 이슈를 뿜어온 김지운 감독의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이 그것이다. 제목에서도 드러나듯 이 영화의 참맛은 액션 신에서 나타나는 스케일과 국가와 장소를 넘나드는 상상력뿐만 아니라, 캐릭터 내면에서 뿜어져 나오는 인물 설정에 있다. 스포일러가 다분하므로 영화를 보기 전이라면 살짝 페이지를 넘기시길.


열길 물속은 알아도 이 놈 속은 모른다, ‘좋은 놈’ 도원

정우성이 연기한 ‘좋은 놈’ 박도원은 외형적인 면만 보자면 전형적인 서부 영화 캐릭터다. 모자를 푹 눌러쓴 채 미끈한 말을 타고 만주를 질주하는 그. 피가 낭자하는 결투를 벌여도 얼굴에 피한방울 묻히지 않는 얄미움이 <반지의 제왕>의 앨프족 올랜도 블룸을 연상시킨다. 그러나 도원은 정의가 최고라며 엄지를 세우는 히어로는 아니다. 군더더기 없는 몸놀림에 속지 말자. 영화를 보며 쉽게 간과할 수 있는 한 가지가 있다면 그는 멋진 외모의 총잡이이기 이전에 ‘사냥꾼’이라는 것이다.

그는 세 명의 캐릭터 중 가장 의뭉스러운 놈이다. 말 없는 놈의 공통점 첫 번째, 일단 속마음을 잘 드러내지 않는다. 태구(송강호 분)가 보물 지도를 찾은 뒤의 미래에 대한 장광설을 구구절절 늘어놓을 때 그는 어딘가를 멍하게 응시하며 알 수 없는 혼잣말을 한다. 두 번째, 모든 행동을 애매하게 한다. 극의 초반에서 현상수배중인 태구가 온 몸을 들이밀며 총질을 할 때, 그는 있는 듯 없는 듯 태구의 곁을 스쳐간다. 또한 보물 장소를 발견하고도 직접 삽질 하지 않는다. 모든 일에 항상 제3자가 되고자 하는 그. 우물가에 가더라도 함부로 물을 떠먹지 않는 그의 태도는 신중함을 넘어서, 의심이 많아 치밀해질 수밖에 없는 현대인의 일면을 보여주기도 한다.

귀신도 알기 어려운 속을 가진 도원. 그는 100%를 다 보여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반만 보여준다. 예사롭지 않게 빛나는 눈빛 속에는 대체 무엇이 숨겨진 것일까. 그가 태구나 창이(이병헌 분)에 비해 약간 비중이 적게 그려졌다는 의견도 있지만 분명한 건 도원은 이 영화에서 절대로 빠져서는 안 되는 ‘알 수 없는 놈’이라는 거다. 


잔인함을 넘어선 섬뜩한 눈빛, ‘나쁜 놈’ 창이

‘나쁜 놈’ 이병헌의 악당 연기가 돋보이는 창이는 세 캐릭터 중 가장 만화적인 인물이다. 동물의 털을 연상시키는 울프 컷에 스모키 메이크업, 흑백으로 일관된 패션은 영락없는 악마 캐릭터다. 희번덕거리는 눈빛 속에는 상대를 숨통을 끊는 것 자체가 목적인 동물적 본능이 꿈틀댄다. 그러나 나쁜 놈이 나쁜 짓을 하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기 마련. 조금이라도 자신의 심기를 불편 하게 하는 자는 그 자리에서 무자비하게 처치해버리는 창이에게는 숨겨진 트라우마가 있다.

흔히 악한 캐릭터는 자신의 일그러진 욕망을 뒤늦게 후회하거나 반성하기도 하지만 창이의 경우는 다르다. 순도 100%의 마성을 여과 없이 발휘하는 그에게 일말의 반성적인 모습을 발견하고 싶더라도 애초에 기대를 하지 않는 것이 좋다. 그는 <지킬 박사와 하이드>나 <아이덴티티>의 존 쿠삭처럼 자신의 다중적인 면으로 인해 고뇌하지 않는다. 창이는 뼈 속까지 까만 놈이다. 너무 까만 나머지 ‘뻔뻔한 놈’이다.

그의 모토는 ‘승리 아니면 차라리 죽음을’이다. 매번 승리하면서도 빼앗길까봐 경쟁자(태구, 도원)를 물리치려 하는 그에게 그나마 인간적인 면이 느껴지는 장면을 찾자면,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세 놈이 대치하는 막판의 장면이다. 이 신에서 냉혹함, 잔인함, 처절함, 비열함 등 세상만사의 감정을 그려내는 표정 속에는 과거도 미래도 소용이 없음을, 오직 자신에겐 피로 얼룩진 현재만이 있음을 보여준다. 한 치의 실수도 허용하지 않으려하는 창이는 욕망을 과도하게 쫓다가 결국 그 욕망으로 인해 무너지는 한 인간이다. 물론 무너지면서도 뻔뻔해서 문제지만, 그것이 철저한 악당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데에 성공했다. 그는 인간 본성의 비뚤어진 욕망이 빚어낸 메타포 자체다.


말썽쟁이 코믹캐릭터, 과연 그게 다일까? ‘이상한 놈’ 태구

넘어지고 살갗이 찢겨나가도 온몸으로 부딪히는 무대포 액션 맨. 송강호가 연기하는 윤태구의 몸짓에는 성룡으로 대변되는 중국계 액션 영화의 정신없는 동작과 슬랩스틱코미디의 소란스러움이 담겨있다. 그가 <붉은 돼지>의 포르코 롯소가 쓰고 나오는 파일럿 고글을 쓰고 오토바이를 탄 채 만주 벌판을 질주하는 광경은 어떻게 보면 참 생경하게 느껴진다. 그러나 감독의 말을 빌리자면 1930년의 만주는 실로 다국적 인종들이 들끓던 무법천지였다고 하니, 어떻게 보면 어디로 튈지 모르는 그의 모습은 역사의 진짜 일면이다.

밟히면 밟힐수록 두꺼워지는 배짱을 지닌 칠전팔기형 인간 태구. 그는 세 캐릭터 중 가장 한국적인 인물이다. <괴물>에서도 보여줬듯 ‘송강호표 연기’는 무언가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그게 가족이든 돈이든 물불을 가리지 않는 한국형 가장의 모습을 잘 보여준다. 할머니를 지키고 돈을 사수하는 모습에선 잡초처럼 질긴 생활력이, 또한 뒷일 생각하지 않고 일단 지르고 나서 수습하는 성격은 ‘빨리빨리’를 외치는 현대인의 성급한 일면이 보인다. 하지만 이게 태구가 가진 성격의 전부라면 그는 ‘좋은 놈’이지 ‘이상한 놈’이 아닐 것이다.

소박한(?) 꿈을 안고서 몸부림치는 태구에게 부는 즉 행복이다. 그는 돈이 목적이고, 돈만 있으면 1등자리도 마다한다. 아편굴에 끌려 갈만큼 어수룩하고 특유의 입담과 행동으로 관객을 웃음바다로 밀어 넣는 이상한 놈의 진가는 고글 너머 오토바이 너머에, 그러나 영화 속 어딘가에 꼭꼭 숨어있다. 어떻게 보면 진짜 무서운 놈은 창이가 아니라 태구 일지도 모른다.


서부 영화, 홍콩형 느와르의 오마주가 구석구석 보이는 <놈놈놈>의 질주. 외신은 스파게티와 마카로니를 비웃는 김치 웨스턴이라며 영화를 극찬했다. 감독은 액션 영화라는 틀 속에서 단순하게 결말을 향해 달려가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인물과 사건의 단서들을 영화 곳곳에 밀도 있게 배치하는데 성공했다. 한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 대륙을 둘러싼 역사의 현장에 서부 영화의 코드를 차용한 영화는 그 어디에도 없는 21세기형 사료를 만들어낸 것이다. 스크린 가득 펼쳐지는 대자연 만주의 풍경 속에서 펼쳐지는 세 남자의 버라이어티 액션 대작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딱 한 놈만 살아남든 세 놈 다 죽든, 이 영화에 나올 놈은 다 나왔다. 이제 당신이 영화의 네 번째 놈이 될 차례다.

월간 Spa Life 8월호 원고


Digitalism. Kitsune Tabloid

http://www.myspace.com/digitalism

http://www.thedigitalism.com/
http://www.maisonkitsune.fr/
http://www.myspace.com/maisonkitsune

Tracklisting:
1 Mawkish (2) Baba (2:40)
2 Muscles Sweaty (Shazam Rmx) (1:52)
Remix - Shazam (2)
3 Zongamin Tunnel Music (2:36)
4 Hercules & Love Affair Raise Me Up (3:07)
5 Holy Ghost !* Hold On (2:25)
6 Zombie Nation Filter Jerks (2:12)
7 Human League, The The Things That Dreams Are Made Of (Original Dub) (2:42)
8 Shadowdancer* W/ Spank Rock Cowbois / Put That Pussy On Me (A Capella) (3:18)
9 Digitalism The Pulse (DerDieDas Remix) (3:52)
Remix - DerDieDas
10 Midnight Juggernauts Ending Of An Era (4:43)
11 Jonzon Crew, The* Space Cowboy (2:02)
12 I Scream Ice Cream Closing Time Closing In (0:51)
13 Siriusmo Diskoding (3:00)
14 Calvin Harris Colours (3:20)
15 Presets, The (2) Yippiyo Ya (4:12)
16 Hey Today !* If I Was Wonderwoman (4:01)
17 Hot Chip Shake A Fist (1:45)
18 Kills, The Cheap And Cheerful (2:07)
19 B-52's, The Funplex (CSS Remix) (1:31)
Remix - CSS
20 Proxy (2) Dance In Dark (4:02)
21 Decalicious La Faviere (Larsz Chaptier Rmx) (2:45)
Remix - Larsz Chaptier
22 In Flagranti Business Acumen (3:13)
23 Late Of The Pier The Bears Are Coming (Metronomy Remix) (3:26)
Remix - Metronomy
24 WhoMadeWho The Plot (3:05)
25 Digitalism Echoes (Digitalism's Underwater Sonar Club Mix) (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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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terday - Taru

더 멜로디의 보컬 출신으로 최근 솔로 앨범을 발매한 타루. 그녀의 목소리는 여느 멜로팝의 말랑한 보컬들과는 다르다. 여성 보컬들이 치즈수플레 케이크를 꺼내놓았을 때 그녀는 짙고 깊은 브라우니를 바닥에 깐 치즈케이크를 내놓음으로써 차별화를 꾀했다. 작은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은근한 파워가 그녀의 가장 큰 힘이자 매력이다.

당신이 필요해(heart-beat mix) - 오지은


타루가 '힘있는 요정'이라면 오지은은 '변신하는 교주'다. 극의 캐릭터에 따라 이미지를 바꾸듯, 그녀는 노래에 따라 각기 연기를 한다. 때론 처연한 여인처럼, 때론 사춘기 소녀처럼 마이크를 헐렁하게 잡고 눈을 감은 채 비틀거린다. 오지은, 그녀의 가장 큰 매력은 '창백한 우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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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son Mraz - Butterfly (live)

  큰 페스티벌에 오고 공중파 방송에 등장하더니, 오랜만에 앨범도 내고 8월엔 단독 공연까지 갖는 제이슨 므라즈. 혈혈단신 어쿠스틱 기타와 목소리 뿐인데, 최소한을 가지고 부리는 재주라기엔 너무 뛰어나서 탈인 그다. 작년에는 'Geek In The Pink'나 'The Remedy', 도입부의 피아노 연주가 매력적인 'Did You Get My Message?' 등의 주옥같은 곡들로 팬들의 혼을 쏙 빼놓더니 역시 이번에도 역시나 쫀득하게 달라붙는 사운드를 들고 나와주었다. 더운 여름날, 자기 팔에 글씨를 쓰며 기타를 한없이 퉁기던 그. 제이슨 므라즈는 자신이 매력적이 얼만큼인지 너무나 잘 알며, 그것의 적절한 활용법까지 마스터한 진정 '선수'다. 애딸린 이혼남이면 어떤가. 기타를 들고 무대 위에 선 그의 목소리와 제스처에선 거부할 수 없는 페로몬이 고등어 윤기처럼 흐르는걸. 아! 외로움에 사무쳐 잠못드는 누군가들을 위해, 제이슨은 오늘도 사랑을 노래한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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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여름밤, 잠오지 않는 날을 위한 레시피. 이런 날은 일부러라도 청승이나 고독을 즐겨줄 필요가 있다.

~Midnight Dejavu~色彩のブルース - Ego-Wrappin

한남대교 - 별(Byul)

사라지지 않는, 밤 - Nastyona

간장드레싱 레시피 - 015B 

너의 의미 your meaning - 산울림sanullim

Love Virus - Roller Coas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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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Ting Tings - That's Not My Name


The Ting Tings - Great DJ

대단한 재료도 현란한 이펙트도 없다. 오로지 목소리와 북소리, 그리고 훅이 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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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D 재킷 디자인, 뮤직 비디오, 커머셜 광고 등 다방면에서 활약하는 일본의 나기 노다. 화보 작업한 것들을 보면 뮤직 비디오는 새발의 피처럼 느껴지는듯. 독창적인 것을 뛰어넘어 조금 충격적일 정도로 해체화 합성이 자유롭다.
시저 시스터즈, 티가, 컷 카피, 유키 등의 뮤직 비디오 제작을 담당. 홈페이지 다이어리를 보면 '미셸 공드리와 밥을 먹었다' 뭐 이런 내용도 보인다. ☞☜ 친한지 미셸 공드리 문법의 일본식 해석이랄까. 고런 느낌도 보인다. 코카 콜라 커머셜은 케미컬 브라더스 'Let Forever Be'를 연상시킨다.


눈알이 이렇게 귀여워도 되는걸까 ;_ ;


원 투 쓰리 포!


Scissor Sisters - She's My Man 메이킹 비디오. 빨간 확성기를 든 여인이 나기. (젊다)


Cut Copy - Hearts On Fire
최근엔 MODULAR의 신성 컷카피 까지. 슬픈 내용이지만 조금 해학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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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dnight madness :: midnight madn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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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OKRATZ MARK THEIR RAPID EMERGENCE IN ELECTRONIC MUSIC

WITH ‘DOWN AND OUT IN PARIS AND LONDON’

A STORMING COLLECTION OF THEIR RECENT RELEASES.

DISCOVER A SNEAK PREVIEW OF AUTOKRATZ WORLD DURING AUGUST & SEPTEMBER ON RESIDENT ADVISOR

This 9 track mini-album offers a concise introduction to the much touted flag bearers of the new wave of British electronic music
and includes the recent infectious summer anthem “Stay The Same”, the driving and relentless “1000 Things”
and the massive dance-floor smash ‘Pardon Garcon’ (“dance anthem of the summer” - The Sunday Times).

autoKratz will be giving away free mp3 downloads of the mini album
'Down and Out in Paris and London' on residentadvisor.net ,
alongside exclusive additional content including interviews, competitions,
special mixes, new 'Stay The Same' videoclip and amazing live footage.


http://www.myspace.com/autokratz
http://www.myspace.com/maisonkitsune
http://www.kitsune.fr



autoKratz secret show : Wednesday 3rd September 2008 - LONDON
Fans have the opportunity to win guest places at http://www.myspace.com/autokratz until Monday 1st September.
 

사용자 삽입 이미지

(=출처:플리커. 상기 이미지는 내용과 무관합니다)

흔히 전시라고 하면 단순히 그림을 보거나, 조각품을 보는 것에 한정된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최근 전시의 경향은 전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해졌다. 눈을 감는 것을 넘어서 코로 냄새를 맡고 손으로 꾹꾹 눌러보는 것도 가능해졌다. 여기 여름 방학을 맞이해 온 가족이 참여할 수 있는 두 가지 전시가 있다. 단순히 보는 것을 넘어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참여형 전시를 소개한다.


보이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다

신촌 아트레온 <어둠 속의 대화>전


하루하루 생활을 견뎌내기에 바쁜 현대인들이 완전한 어둠 속에 빠져본 경험이라고는 잠자리에 누울 때 뿐 일 것이다. 그러나 정신이 깬 상태로 자신의 손마저 보이지 않는 완전한 어둠 속에 빠져본 경험을 해 본 이는 얼마 없을 터다. 거리의 네온사인, 자동차 불빛, 텔레비전 브라운관 속의 현란한 화면까지 세상에는 우리의 눈을 쉬게 하는 것보다 지치게 하는 것들이 더 많기 때문이다.
여기 더운 날씨 탓에 일상의 사소한 불쾌감마저 컨트롤이 되지 않는 현대인들에게 잃어버린 자신의 내면을 차분하게 발견할 수 있게 해주는 전시가 있어 화제다. 흔히 ‘전시회’라고 하면 화려한 그림과 멋들어진 조각품을 떠올리기 마련이지만, 이곳에서는 애초에 그런 것을 기대하지 말자. 이곳에서 눈으로 볼 수 있는 거라곤 오로지 ‘완전한 어둠’ 뿐이다.

<어둠 속의 대화>는 기획자와 참여자의 경계를 허문 참여형 전시로 21년째 계속되는 중이다. 1988년 사고로 시력을 잃고도 현실에 안주하는 것을 거부했던 저널리스트에게 감동 받은 독일의 박사 안드레아스 하이네케에 의해 창시된 이후 전 세계 130개 전시장에서 세계인을 감동시켰다. 현재까지도 8개의 상설 전시장이 운영되고 있을 정도로 각국의 꾸준한 호응을 얻어 왔다. 국내의 인기도 계속 되어서 2007년부터 서울 예술의 전당에서 시작한 결과, 최근 신촌 아트레온에서 3차 전시가 열리기에 이르렀다.

오직 캄캄한 어둠뿐인 이 전시의 관람객 중 98.9%가 ‘내 생의 최고의 경험’이었다고 극찬했다고 한다. 게다가 전체 관람객 중 절반 이상이 1번 이상 관람한 사람이라고 하니 대체 ‘완전한 어둠’이라는 지극히 단순한 것이 인간에게 대체 얼마나 큰 자극을 안겨주는지 건지 ‘안 봐도 비디오’다.

전시를 관람하는 약 60분의 시간동안 관람객에게 앞을 볼 수 있는 권리는 완전히 배제된다. 이에 참가자들은 오직 안내자의 목소리에 의지한 채 지팡이 하나를 짚고 나아간다. 시각을 제외한 나머지 감각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셈. 어떤 연인들은 서로의 손을 꼭 잡고, 꼬마는 앞이 안 보인다며 엄마부터 찾는 등 갑작스러운 어둠에 처음에는 불안을 느낄지도 모른다. 그러나 곧 이들은 인간의 오감(五感) 중 커다란 한 감각이 차단됨으로 인해 나머지 죽어있던 감각을 사용하는 법을 깨우치게 된다. 이는 마치 한 소년이 오감 외의 숨겨진 감각을 찾아내는 과정을 그린 영화 <식스 센스>를 연상시킨다. <어둠 속의 대화>는 진화하는 전시다. 오감 뿐 만 아니라 공기, 압력, 온도를 느낄 수 있도록 다채로워졌다. 세계 각국의 사랑을 쑥쑥 먹고 자란 결과 550만 명의 관객을 울렸고, 이제 한국에서 더 많은 이들의 가슴에 펌프질을 할 예정이다. 영화 한 편을 보고 난 후의 감동, 좋은 책 한 권이 주는 여운 그 이상의 후폭풍이 여기 서 불고 있다. 조심스럽게, 그러나 과감하게 발을 옮겨보자. 당신의 마음 깊숙한 곳에 숨겨진 어둠의 문턱을 향해.
 

Info 2008.6.20 금~ 2009.2.22 일, 신촌 아트레온 13층 전시실, 예약 시 성인, 청소년 20,000원, www.dialogue-in-dark.com

Tip 관람을 원한다면 티켓링크에서 온라인 예약 신청을 해야 한다. 또한 사방이 깜깜한 탓에 전시관람 전 간단한 오리엔테이션이 이뤄진다. 반드시 예약 시간 15분 전에 체크인할 것.


휴대폰으로 배우는 현대 미술

어울림 미디어아트 체험 전 - 그림자가 따라와요


요즘 아이들에게 컴퓨터는 필수, 휴대폰은 기본, 게임기는 옵션이다. 이러한 미디어 기기들의 용이한 접근성에 비해, 이에 대한 사전 교육은 턱없이 부족한 형편이다. 아이들은 미디어가 둘러싼 환경에 아무런 보호막 없이 노출되어있고 때때로 이는 게임 중독, 컴퓨터 중독 등 이른바 ‘미디어 중독’이라는 사회적 징후로 나타난다. 학부모들의 불안이 날로 증폭되어가는 이 시점에서 특효약처럼 등장한 전시를 하나 소개하고자 한다. 미디어 기기의 순기능을 살려 이에 대한 올바른 이해 뿐 만 아니라 현대 미술에 대한 공부까지 돕는 <어울림 미디어아트 체험전 - 그림자가 따라와요>가 그것이다.
모든 전시물은 미디어 아티스트 최승준의 작품으로, 그는 물리학을 전공하다가 컴퓨터 프로그래밍에 입문한 후 예술, 교육, 비즈니스를 종횡무진 하는 전방위 작가다. 집안에서 유치원을 운영해 아이들에게 관심이 많은 그의 전시는 ‘쌍방향 소통’에 초점을 두고 있기 때문에, 참가자들이 참여할 수 있는 폭이 상당히 넓다. 뭐든지 눌러보고 만져보기 좋아하는 호기심 많은 어린이들에게 안성맞춤이다.

전시회장으로 들어가면 5개의 방이 있다. 각 방에는 ‘그림자’를 주제로 한 10개의 미디어 작품이 전시되어있다. ‘그림자와의 만남’, ‘그림자와 떠나는 바다여행’, ‘그림자와 함께 숨은 그림 찾기’, ‘소리의 벽과 거인 그림자’, ‘추억이 된 그림자’까지 재치 있는 방들의 이름들이 눈길을 끈다.

첫 번째 방에서는 전시장에 있는 내내 자기 자신을 쫓아다니는 그림자와의 첫 만남이 이뤄진다. 벽면에 설치된 라이트 박스에 자신의 몸을 비추자 내 동작을 똑같이 따라하는 그림자가 생긴다. 두 번째 방에 가자 나의 그림자가 화면 속에 들어가 있다. 그림자는 풀숲 뒤에서 벌레들과 함께 놀거나, 바다 위를 떠다닌다. 세 번째 방에서 특수조명을 받으며 환상적인 모습을 보여주던 그림자는, 네 번째 방으로 들어가자 키가 5m로 쭉 늘어나 서로서로 메시지를 주고받는다. 마지막으로, 다섯 번째 방에서 관람객은 터치스크린 위에 전시 소감을 남기며 그림자와 기념사진을 촬영한다.

이러한 전시 외에 눈여겨 볼 게 하나있다. 이는 작가가 직접 진행하는 <스크래치 워크숍>으로, 전시에 별미를 더한다. 스크래치 워크숍이란, 미국의 엠아이티 미디어랩(MIT media lab)이 개발한 프로그램으로 어린이들이 직접 이야기를 꾸미거나 만화, 게임을 창작해볼 수 있도록 구성되어있다. 이는 이미 여러 유치원, 초등학교에서 좋은 반응을 얻은 바 있다.

작가는 예술과 과학의 경계를 자연스럽게 넘나드는 이러한 전시가 특별한 게  아니라 즐거운 ‘놀이’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하고 싶다고 한다. 그의 말처럼 <그림자가 따라와요>는 가족 단위의 관람객을 최대한으로 배려한 전시다. 지루한 여름 방학, 학원을 오가느라 지쳐있거나 게임에 빠져 컴퓨터 앞에서 떠날 줄 모르는 아이의 손을 잡고 ‘친절한’ 가상 세계 속으로 빠져보는 것도 좋게다. 시각의 한계에서 벗어나 쉬고 있던 오감과 온몸을 활용해보자.


Info 2008.7.4 금 ~ 2008.8.24 일, 고양 어울림누리 어울림미술관, 성인 5,000원, 학생 (초, 중, 고) 4,000원,  7세 이하 아동 3,000원, 월요일 휴관, www.artgy.or.kr

Tip 전시회 오픈은 오전 10시이며 오후 8시면 문을 닫는다. 관람은 약 40~50분 정도가 소요되기 때문에 고양시가 멀게 느껴진다면 일찌감치 출발할 것.

월간 Spa Life 8월호용 원고 풀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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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캣츠비'와 '선'의 호시절 (=사진 제공:다온커뮤니케이션)

천국과 지옥을 넘나드는 연애 스토리, 뮤지컬 <위대한 캣츠비>


세상은 멀티태스커를 원한다. 잘 먹고 잘사는 것을 넘어서, 사랑도 잘하는 사람이 인정받는다. 잘 하는 연애는 동경의 대상이 되지만 못하는 연애는 능멸과 모욕을 받는다. 세상은 잔혹하고 연애는 지옥이다. 이를 알면서도 우리는 본의로, 혹은 본의 아니게 불구덩이 속으로 뛰어들곤 한다. 이렇듯 누군가를 사랑하는 순간에 느껴지는 수만 가지 감정들을 세밀하게 그려낸 작품 <위대한 캣츠비>를 소개한다.

미국 작가 피츠제럴드의 소설 <위대한 개츠비>의 제목을 패러디한 것 같은 강도하 원작의 본 작품은, 지난 2005년 포털 사이트 다음에서 연재가 시작된 후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웹툰이다. 웹이라는 한정된 공간적 제약을 깨고 영상미 넘치는 표현으로 찬사를 받은 이는 그해 대한민국 만화대상을 수상하였고 이후 드라마, 뮤지컬, 갈라 콘서트 등으로 제작되며 꾸준한 마니아를 만들어냈다. 뮤지컬로서는 어느덧 시즌3의 막바지에 접어들고 있는 <위대한 캣츠비>. 이 작품이 그토록 많은 사람의 가슴을 울린 이유는 무엇일까.


연애라는 보편적인 정서

아담과 이브가 저주를 받고도 서로를 사랑했듯, 연애는 인간사 최대의 화두다. ‘사랑하지 않는 자, 죽어버려라’라는 다소 끔찍한(?) 말이 있듯 표현이 조금 과잉될 경우엔 연애를 하지 않는 사람은 죄인처럼 치부되기 십상이다. 이러한 말이 무색하게 인물들은 집착과 연정이 뒤섞인 감정 속에서 특정 대상을 갈구한다.

주인공인 만년백수 캣츠비와 페르수는 대학시절부터 6년간 연인 관계였으나 페르수가 재혼남과 결혼하면서 이별을 맞이한다. 캣츠비의 룸메이트이자 동기인 하운두는 과외선생을 시작한 뒤 학부형인 몽부인에게 마음을 빼앗기고, 캣츠비에 다가온 여자 선은 그에게 순수한 감정을 쏟는데 여념이 없다. 올바른 사랑이든 비뚤어진 사랑이든 인물들은 모두가 사랑이라는 것을 하고 있는 셈이다.

극중 주요 캐릭터들의 나이는 26세로 설정되어있다. 의욕이 앞서는 열정에서 벗어나 결혼을 생각할 시기다. 하지만 이들의 사랑은 덜 익었다. 표현 방식에서는 열여섯의 그것과 다를 바가 없다. 이에 극은 덜 자란 만큼 충돌이 많은 20대의 사랑만을 다루지 않는다. 조연들의 나이를 보자. 몽부인은 30대, 페르수의 남편 부르독은 40대, 몽영감은 50대다. 이러한 나이 설정에서 20대의 사랑과는 다른, 그들보다 더 많은 시간을 보낸 인물들의 사랑 방식이 드러난다. 하지만 뮤지컬에서 조연들의 사랑방식은 조금 다르게 그려진다. 몽부인은 육감적이고 섹시한 여성의 이미지지만 원작의 몽부인은 인자하고 안정된, 오히려 어머니 같은 느낌이다. 또한 전자의 몽영감은 발랄하고 통통 튀는 만화적인 캐릭터이나, 원작에서의 그는 꿍꿍이를 알 수 없는 중년 남성으로 그려진다. 둘은 원작에서 뮤지컬로 가는 과정에서 성격의 표현됨이 가장 많이 달라진 캐릭터라고 할 수 있다.

사랑은 만국의 공통 언어다. <위대한 캣츠비>는 사랑의 깊숙한 지점에 이른 이들의 모습을 그려낸다. 20대의 철부지들의 사랑, 안정기에 접어들었지만 자극이 필요한 30대 주부의 사랑, 곁에 있는 이에게 집착을 보이는 40대 재혼남의 사랑, 상대에게 관대해지는 50대의 사랑까지, 극은 겹쳐진 셀로판지 같은 여러 톤의 목소리로 각자의 사랑 방식을 이야기한다. 연령이든 방법이든 어떠한 것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가장 궁극적인 것은 아름다우면서도 동시에 지독한, 사랑이라는 감정 자체다.


이런 일이 과연 있을까? 그러나 있을 법한

눈여겨 볼 것이 또 하나 있다. 이는 다양한 연령층의 사랑을 보여주는 것과는 다른, 어디선가 본 듯한 캐릭터들의 배치에 대한 것이다. 우유부단하고 사랑에 대한 확신이 약한 캣츠비는 죽느냐 사느냐를 고민하는 햄릿을 닮았고, 캣츠비 한 사람만을 바라본다는 점에서 선은 춘향이다. 반면에 사랑은 종교라며 감정을 숨기지 않고 표현하는 하운두는 일편단심형 카사노바며, 남편 부르독과의 관계에서 도피하며 캣츠비에게 ‘나도 동시에 사랑해줘’라고 당당하면서도 처절한 대사를 내뱉는 페르수는 사회가 여성에게 요구하는 관념을 철저히 무시하는 반(反) 테스적 성향을 보여준다. 이렇게 <위대한 캣츠비>는 과거형의 캐릭터를 21세기 한국의 젊은이들의 애정 관계에 녹아냈다는 점에서 온고지신의 모습을 보여준다. 게다가 이들 캐릭터들은 고전의 단순한 답습에 그치지 않고, 상황이나 반전 속에서 변모하는 모습까지 보여준다. 가령 선이 캣츠비를 향해 모성애적인 사랑을 보인다든지, 하운두의 사랑의 비밀이 밝혀진다든지 하는 것 말이다.

<위대한 캣츠비>는 상당히 드라마틱한 극이다. 삼각, 사각으로 얽힌 관계는 주변에서 일어난 일이라고 하면 충분한 가십거리가 될 만큼 복잡하다. 하지만 자칫 중구난방으로 그려질 수도 있는 관계망을 원작에서는 섬세한 감정 터치로, 뮤지컬에서는 속도감 있는 전개와 영상의 문법을 도입하는 것으로 깔끔하게 정리된다. 특히 인물들이 핀 조명 아래에서 펼치는 합창 신과 모노드라마처럼 비운에 젖어 부르는 노래들은 가요처럼 쉽게 귀에 붙는다. 또한 익숙한 일러스트들이 컴퓨터 그래픽 효과로 처리되는 것은 시각적 효과를 더함과 동시에 원작의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사랑의 프로방스, 그곳에 무엇이 있기에

자신의 빈자리가 허전해서 누군가를 찾는 건 사랑의 초기에 경험하는 것이라고들 한다. 자신의 공란은 자기 자신만이 채울 수 있다는 소리다. 하지만 우리는 알면서도 빠지고 알면서도 다치고 알면서도 갈구한다. 이렇듯 사랑은 공포영화이자 롤러코스터다. 공포를 예견하면서도 도전하게 되는 모험이다. 하지만 사랑만큼 아이러니한 것도 없다. 이는 절벽 사이에 걸쳐진 다리처럼 불안하게 삐걱거리다가도, 솜이불처럼 따뜻하고 편안한 안식처가 되어주기도 한다.

혹자는 사랑도 상품이 되는 세상이 되는 것이 우려된다고 말한다. 그러나 진정한 사랑을 해봤다고 자처하는 이들은 보이지 않는 것의 힘을 굳게 믿는다. 이렇듯 사랑의 힘은 위대하다. 하지 않고는 못 배기는 마법의 묘약, 익숙한 듯 낯설게 뒤엉킨 백가지 사랑의 맛을 <위대한 캣츠비>에서 느껴보자. 극 중 캣츠비와 선이 상상하는 ‘프로방스’가 프랑스의 진짜 프로방스든, 재개발 지구에 세워진 아파트의 외래식 이름이든 영영 그 곳이 보이지 않아도 상관없다. 모름지기 사랑이란 건 과정 자체가 목적이라지 않나.

월간 스파 라이프 8월호 원고 풀버전
* 본지 버전과 많이 다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나올 ‘놈’은 다 나온다

 

거부할 수 없는 세 놈의 매력,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흥부전>의 흥부와 놀부, <매트릭스>의 네오와 스미스 요원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전자는 ‘착한 사람’이고, 후자는 ‘나쁜 놈’이라는 것이다. 이렇듯 좋고 나쁨의 경계가 뚜렷한 극이 있는 반면, 착한 놈과 나쁜 놈의 경계가 모호한 작품도 있다. 과거의 문법이 전자라면, 현재의 경향은 후자다. 최근 극에서 과거와 같이 권선징악이 뚜렷한 인물 구도를 찾아보는 건 꽤나 힘든 일이다. 여기 복잡다단한 세상사를 그대로 반영한 듯 인물들의 종잡을 수 없는 성격을 상당히 유려하게 그려낸 영화 한 편을 소개한다. 이미 ‘2008년 한국 영화 최고의 작품’ 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니며 가는 곳마다 뜨거운 이슈를 뿜어온 김지운 감독의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이 그것이다. 제목에서도 드러나듯 이 영화의 참맛은 액션 신에서 나타나는 스케일과 국가와 장소를 넘나드는 상상력뿐만 아니라, 캐릭터 내면에서 뿜어져 나오는 인물 설정에 있다. 스포일러가 다분하므로 영화를 보기 전이라면 살짝 페이지를 넘기시길.


열길 물속은 알아도 이 놈 속은 모른다, ‘좋은 놈’ 도원

정우성이 연기한 ‘좋은 놈’ 박도원은 외형적인 면만 보자면 전형적인 서부 영화 캐릭터다. 모자를 푹 눌러쓴 채 미끈한 말을 타고 만주를 질주하는 그. 피가 낭자하는 결투를 벌여도 얼굴에 피한방울 묻히지 않는 얄미움이 <반지의 제왕>의 앨프족 올랜도 블룸을 연상시킨다. 그러나 도원은 정의가 최고라며 엄지를 세우는 히어로는 아니다. 군더더기 없는 몸놀림에 속지 말자. 영화를 보며 쉽게 간과할 수 있는 한 가지가 있다면 그는 멋진 외모의 총잡이이기 이전에 ‘사냥꾼’이라는 것이다.

그는 세 명의 캐릭터 중 가장 의뭉스러운 놈이다. 말 없는 놈의 공통점 첫 번째, 일단 속마음을 잘 드러내지 않는다. 태구(송강호 분)가 보물 지도를 찾은 뒤의 미래에 대한 장광설을 구구절절 늘어놓을 때 그는 어딘가를 멍하게 응시하며 알 수 없는 혼잣말을 한다. 두 번째, 모든 행동을 애매하게 한다. 극의 초반에서 현상수배중인 태구가 온 몸을 들이밀며 총질을 할 때, 그는 있는 듯 없는 듯 태구의 곁을 스쳐간다. 또한 보물 장소를 발견하고도 직접 삽질 하지 않는다. 모든 일에 항상 제3자가 되고자 하는 그. 우물가에 가더라도 함부로 물을 떠먹지 않는 그의 태도는 신중함을 넘어서, 의심이 많아 치밀해질 수밖에 없는 현대인의 일면을 보여주기도 한다.

귀신도 알기 어려운 속을 가진 도원. 그는 100%를 다 보여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반만 보여준다. 예사롭지 않게 빛나는 눈빛 속에는 대체 무엇이 숨겨진 것일까. 그가 태구나 창이(이병헌 분)에 비해 약간 비중이 적게 그려졌다는 의견도 있지만 분명한 건 도원은 이 영화에서 절대로 빠져서는 안 되는 ‘알 수 없는 놈’이라는 거다. 


잔인함을 넘어선 섬뜩한 눈빛, ‘나쁜 놈’ 창이

‘나쁜 놈’ 이병헌의 악당 연기가 돋보이는 창이는 세 캐릭터 중 가장 만화적인 인물이다. 동물의 털을 연상시키는 울프 컷에 스모키 메이크업, 흑백으로 일관된 패션은 영락없는 악마 캐릭터다. 희번덕거리는 눈빛 속에는 상대를 숨통을 끊는 것 자체가 목적인 동물적 본능이 꿈틀댄다. 그러나 나쁜 놈이 나쁜 짓을 하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기 마련. 조금이라도 자신의 심기를 불편 하게 하는 자는 그 자리에서 무자비하게 처치해버리는 창이에게는 숨겨진 트라우마가 있다.

흔히 악한 캐릭터는 자신의 일그러진 욕망을 뒤늦게 후회하거나 반성하기도 하지만 창이의 경우는 다르다. 순도 100%의 마성을 여과 없이 발휘하는 그에게 일말의 반성적인 모습을 발견하고 싶더라도 애초에 기대를 하지 않는 것이 좋다. 그는 <지킬 박사와 하이드>나 <아이덴티티>의 존 쿠삭처럼 자신의 다중적인 면으로 인해 고뇌하지 않는다. 창이는 뼈 속까지 까만 놈이다. 너무 까만 나머지 ‘뻔뻔한 놈’이다.

그의 모토는 ‘승리 아니면 차라리 죽음을’이다. 매번 승리하면서도 빼앗길까봐 경쟁자(태구, 도원)를 물리치려 하는 그에게 그나마 인간적인 면이 느껴지는 장면을 찾자면,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세 놈이 대치하는 막판의 장면이다. 이 신에서 냉혹함, 잔인함, 처절함, 비열함 등 세상만사의 감정을 그려내는 표정 속에는 과거도 미래도 소용이 없음을, 오직 자신에겐 피로 얼룩진 현재만이 있음을 보여준다. 한 치의 실수도 허용하지 않으려하는 창이는 욕망을 과도하게 쫓다가 결국 그 욕망으로 인해 무너지는 한 인간이다. 물론 무너지면서도 뻔뻔해서 문제지만, 그것이 철저한 악당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데에 성공했다. 그는 인간 본성의 비뚤어진 욕망이 빚어낸 메타포 자체다.


말썽쟁이 코믹캐릭터, 과연 그게 다일까? ‘이상한 놈’ 태구

넘어지고 살갗이 찢겨나가도 온몸으로 부딪히는 무대포 액션 맨. 송강호가 연기하는 윤태구의 몸짓에는 성룡으로 대변되는 중국계 액션 영화의 정신없는 동작과 슬랩스틱코미디의 소란스러움이 담겨있다. 그가 <붉은 돼지>의 포르코 롯소가 쓰고 나오는 파일럿 고글을 쓰고 오토바이를 탄 채 만주 벌판을 질주하는 광경은 어떻게 보면 참 생경하게 느껴진다. 그러나 감독의 말을 빌리자면 1930년의 만주는 실로 다국적 인종들이 들끓던 무법천지였다고 하니, 어떻게 보면 어디로 튈지 모르는 그의 모습은 역사의 진짜 일면이다.

밟히면 밟힐수록 두꺼워지는 배짱을 지닌 칠전팔기형 인간 태구. 그는 세 캐릭터 중 가장 한국적인 인물이다. <괴물>에서도 보여줬듯 ‘송강호표 연기’는 무언가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그게 가족이든 돈이든 물불을 가리지 않는 한국형 가장의 모습을 잘 보여준다. 할머니를 지키고 돈을 사수하는 모습에선 잡초처럼 질긴 생활력이, 또한 뒷일 생각하지 않고 일단 지르고 나서 수습하는 성격은 ‘빨리빨리’를 외치는 현대인의 성급한 일면이 보인다. 하지만 이게 태구가 가진 성격의 전부라면 그는 ‘좋은 놈’이지 ‘이상한 놈’이 아닐 것이다.

소박한(?) 꿈을 안고서 몸부림치는 태구에게 부는 즉 행복이다. 그는 돈이 목적이고, 돈만 있으면 1등자리도 마다한다. 아편굴에 끌려 갈만큼 어수룩하고 특유의 입담과 행동으로 관객을 웃음바다로 밀어 넣는 이상한 놈의 진가는 고글 너머 오토바이 너머에, 그러나 영화 속 어딘가에 꼭꼭 숨어있다. 어떻게 보면 진짜 무서운 놈은 창이가 아니라 태구 일지도 모른다.


서부 영화, 홍콩형 느와르의 오마주가 구석구석 보이는 <놈놈놈>의 질주. 외신은 스파게티와 마카로니를 비웃는 김치 웨스턴이라며 영화를 극찬했다. 감독은 액션 영화라는 틀 속에서 단순하게 결말을 향해 달려가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인물과 사건의 단서들을 영화 곳곳에 밀도 있게 배치하는데 성공했다. 한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 대륙을 둘러싼 역사의 현장에 서부 영화의 코드를 차용한 영화는 그 어디에도 없는 21세기형 사료를 만들어낸 것이다. 스크린 가득 펼쳐지는 대자연 만주의 풍경 속에서 펼쳐지는 세 남자의 버라이어티 액션 대작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딱 한 놈만 살아남든 세 놈 다 죽든, 이 영화에 나올 놈은 다 나왔다. 이제 당신이 영화의 네 번째 놈이 될 차례다.

월간 Spa Life 8월호 원고


Digitalism. Kitsune Tabloid

http://www.myspace.com/digitalism

http://www.thedigitalism.com/
http://www.maisonkitsune.fr/
http://www.myspace.com/maisonkitsune

Tracklisting:
1 Mawkish (2) Baba (2:40)
2 Muscles Sweaty (Shazam Rmx) (1:52)
Remix - Shazam (2)
3 Zongamin Tunnel Music (2:36)
4 Hercules & Love Affair Raise Me Up (3:07)
5 Holy Ghost !* Hold On (2:25)
6 Zombie Nation Filter Jerks (2:12)
7 Human League, The The Things That Dreams Are Made Of (Original Dub) (2:42)
8 Shadowdancer* W/ Spank Rock Cowbois / Put That Pussy On Me (A Capella) (3:18)
9 Digitalism The Pulse (DerDieDas Remix) (3:52)
Remix - DerDieDas
10 Midnight Juggernauts Ending Of An Era (4:43)
11 Jonzon Crew, The* Space Cowboy (2:02)
12 I Scream Ice Cream Closing Time Closing In (0:51)
13 Siriusmo Diskoding (3:00)
14 Calvin Harris Colours (3:20)
15 Presets, The (2) Yippiyo Ya (4:12)
16 Hey Today !* If I Was Wonderwoman (4:01)
17 Hot Chip Shake A Fist (1:45)
18 Kills, The Cheap And Cheerful (2:07)
19 B-52's, The Funplex (CSS Remix) (1:31)
Remix - CSS
20 Proxy (2) Dance In Dark (4:02)
21 Decalicious La Faviere (Larsz Chaptier Rmx) (2:45)
Remix - Larsz Chaptier
22 In Flagranti Business Acumen (3:13)
23 Late Of The Pier The Bears Are Coming (Metronomy Remix) (3:26)
Remix - Metronomy
24 WhoMadeWho The Plot (3:05)
25 Digitalism Echoes (Digitalism's Underwater Sonar Club Mix) (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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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terday - Taru

더 멜로디의 보컬 출신으로 최근 솔로 앨범을 발매한 타루. 그녀의 목소리는 여느 멜로팝의 말랑한 보컬들과는 다르다. 여성 보컬들이 치즈수플레 케이크를 꺼내놓았을 때 그녀는 짙고 깊은 브라우니를 바닥에 깐 치즈케이크를 내놓음으로써 차별화를 꾀했다. 작은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은근한 파워가 그녀의 가장 큰 힘이자 매력이다.

당신이 필요해(heart-beat mix) - 오지은


타루가 '힘있는 요정'이라면 오지은은 '변신하는 교주'다. 극의 캐릭터에 따라 이미지를 바꾸듯, 그녀는 노래에 따라 각기 연기를 한다. 때론 처연한 여인처럼, 때론 사춘기 소녀처럼 마이크를 헐렁하게 잡고 눈을 감은 채 비틀거린다. 오지은, 그녀의 가장 큰 매력은 '창백한 우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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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son Mraz - Butterfly (live)

  큰 페스티벌에 오고 공중파 방송에 등장하더니, 오랜만에 앨범도 내고 8월엔 단독 공연까지 갖는 제이슨 므라즈. 혈혈단신 어쿠스틱 기타와 목소리 뿐인데, 최소한을 가지고 부리는 재주라기엔 너무 뛰어나서 탈인 그다. 작년에는 'Geek In The Pink'나 'The Remedy', 도입부의 피아노 연주가 매력적인 'Did You Get My Message?' 등의 주옥같은 곡들로 팬들의 혼을 쏙 빼놓더니 역시 이번에도 역시나 쫀득하게 달라붙는 사운드를 들고 나와주었다. 더운 여름날, 자기 팔에 글씨를 쓰며 기타를 한없이 퉁기던 그. 제이슨 므라즈는 자신이 매력적이 얼만큼인지 너무나 잘 알며, 그것의 적절한 활용법까지 마스터한 진정 '선수'다. 애딸린 이혼남이면 어떤가. 기타를 들고 무대 위에 선 그의 목소리와 제스처에선 거부할 수 없는 페로몬이 고등어 윤기처럼 흐르는걸. 아! 외로움에 사무쳐 잠못드는 누군가들을 위해, 제이슨은 오늘도 사랑을 노래한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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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한 재료도 현란한 이펙트도 없다. 오로지 목소리와 북소리, 그리고 훅이 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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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D 재킷 디자인, 뮤직 비디오, 커머셜 광고 등 다방면에서 활약하는 일본의 나기 노다. 화보 작업한 것들을 보면 뮤직 비디오는 새발의 피처럼 느껴지는듯. 독창적인 것을 뛰어넘어 조금 충격적일 정도로 해체화 합성이 자유롭다.
시저 시스터즈, 티가, 컷 카피, 유키 등의 뮤직 비디오 제작을 담당. 홈페이지 다이어리를 보면 '미셸 공드리와 밥을 먹었다' 뭐 이런 내용도 보인다. ☞☜ 친한지 미셸 공드리 문법의 일본식 해석이랄까. 고런 느낌도 보인다. 코카 콜라 커머셜은 케미컬 브라더스 'Let Forever Be'를 연상시킨다.


눈알이 이렇게 귀여워도 되는걸까 ;_ ;


원 투 쓰리 포!


Scissor Sisters - She's My Man 메이킹 비디오. 빨간 확성기를 든 여인이 나기. (젊다)


Cut Copy - Hearts On Fire
최근엔 MODULAR의 신성 컷카피 까지. 슬픈 내용이지만 조금 해학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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