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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 As Infinity – NEW WORLD

 

[J-POP의 황금기를 연 앨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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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부터 2000년대는 바야흐로 J-POP의 황금기였다. 팝, 록, 인디부터 아이돌 음악까지 다양한 장르가 고른 사랑을 받았고 이들은 국내에서 또한 적잖은 마니아층을 확보했다. 두 애즈 인피니티(Do As Infinity)는 밴드 자체의 인기와 더불어, 발표곡 중 일부가 애니메이션 ‘이누야샤’의 주제곡으로 선정되며 적잖은 인지도를 확보했다.
밴드 결성의 중추가 된 작곡가 나가오 다이(Nagao Dai, 예명 D.A.I)는 일본 최고의 레이블 에이벡스(avex) 출신의 유명 프로듀서다. 그는 두 애즈 인피니티 결성 전부터 하마사키 아유미(Hamasaki Ayumi), 히토미(hitomi), 에브리 리틀 싱(Every Little Thing) 등에게 곡을 제공했다. 때문에 미모와 가창력 등 스타성을 갖춘 보컬 반 토미코(Van Tomiko)와 기타리스트 오와타리 료(Owatari Ryo)의 가세는 어느 정도 팀의 성공을 보장한 상태였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었다.
<New World>는 이들의 두 번째 정규 앨범으로, 싱글로 발표되어 인기를 모았던 ‘Desire’, ‘We Are’, ‘Rumble Fish’와 나가오 다이 특유의 세련된 악곡 터치를 느낄 수 있는 트랙들이 수록되어 있다. 기존 히트곡 외 애잔한 분위기의 록 발라드 ‘永遠’, 첫 싱글에 수록된 ‘Wings’를 편곡한 ‘Wings 510’ 모두 기억에 남을만한 멜로디를 자랑한다. 이 외 앨범은 모던 록 답지 않은 시도를 한 점도 돋보인다. ‘135’는 하마사키 아유미의 곡에서 들릴법한 긴박한 일렉트로닉이며 ‘Summer Days’는 기타 리프가 중심이 된 강렬한 서프 록이다. 앨범의 모든 곡을 진두지휘한 나가오 다이의 다양한 스펙트럼이 돋보이는 부분이다.
한 번의 팀 해체를 겪고 난 뒤, 현재는 2인 체제의 두 애즈 인피니티지만 2000년대 초반 그들이 열었던 ‘New World’는 분명 신선했다. J-POP의 명곡이 유달리 많이 쏟아지던 시기, 밴드 또한 이 앨범이 오리콘 차트 1위를 기록한 이후 줄곧 상승 곡선을 타며 먼 길을 걸어왔다. J-POP이 가장 풍요로웠던 시기에 모던 록의 포문을 열었던 앨범이라는 점이 이 작품의 감상 포인트일 것 같다.

 

또 다른, 50
어느덧 10여 년 전 발매된 J-POP 앨범이다. 그러므로 지금 들어도 세련된 음악이라는 사견이 누구에게나 통할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이미 많은 대중들에게 검증된 나가오 다이의 프로듀싱, J-POP 보컬에 대한 선입견을 지우는 반 토미코의 중저음 보이스, 이와 어우러지는 기타리스트 오와타리 료의 조화는 이러한 우려를 충분히 상쇄하리라 생각한다. J-POP 입문용으로도, 좋은 모던 록 앨범으로도 부담 없이 추천할 만 한 앨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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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ke, Likes – Laid Back Dreaming

 

[영민한 계산으로 구현된 첨단의 사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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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크 라익스(Like, Likes)는 펑크 밴드 게토밤즈, 일렉트로닉 록 밴드 텔레파시에 이어 원맨 프로젝트 애시드 펑크 다이너마이트(Acid Punk Dynamite)로 활동중인 최석(Choi Seok)과 미국, 캐나다 등지에서 다양한 음악을 고민해온 이토요(Yi Toyo) 두 뮤지션의 합작 그룹이다. 이국적인 팀명, 다채롭게 사용된 보컬 샘플링, 바로 DJ 부스 위에 올려놔도 어색하지 않을 멜로디와 리듬까지. 이러한 부가 정보를 놓고 봤을 때 그들이 국내 뮤지션이라는 사실을 단번에 알아채는 건 그리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다른 것보다 음악만 접했을 경우라면 더욱이 그렇다.
데뷔 EP <Laid Back Dreaming>은 최근 미국 LA, 영국 등지에서 재조명되고 있는 개러지(Garage)와 베이스(Bass)의 요소가 상당히 밀도 깊게 녹아있다. 첫 곡 ‘Magical Thinking Meditation’은 알맞게 쓰인 보컬 샘플링과 강약의 조화가 분명한 흡입력을 가진다. 이어지는 ‘Voided Love’는 개러지 사운드를 기반으로 지루할 틈 없이 펼쳐지는 리듬이 인상적이며, 묵직하고 가감 없는 베이스 라인의 ‘Poetic Freaks’의 또한 매력적이다.
앨범의 실질적인 대표곡처럼 느껴지는 하우스 넘버 ‘On & On’ 을 지나고 나면 마지막 트랙이자 타이틀곡 ‘Erase U, XxX’가 이어진다. 여성 싱어 리비(LIVII)의 목소리가 덧입혀진 이 곡은 본 EP의 유일한 보컬 트랙으로 베이스와 트랩의 조화가 사뭇 신선하다.
사실 국내 음악 신에서, 그것도 라디오 플레이가 힘든 장르의 일렉트로닉 앨범을 만들어낸다는 것이 뮤지션에게 그리 쉬운 선택은 아니었을 것이다. 동시대의 음악적 고민을 과감하게 시장에 던져놓은 라이크 라익스의 판단은 분명 과감했다. 단 5곡의 EP지만 완성도에서만큼은 오랜 작업의 공력에서 비롯된 탄력이 느껴진다. 이제 장르의 출처는 따질 수 있지만, 그 이상을 논하는 게 무의미한 시대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데뷔작이다.

 

또 다른, 50
무대를 벗어나 감상용으로도 잘 구현된 일렉트로닉 앨범이지만 개러지, 베이스 리듬이 익숙하지 않은 청자들은 변화무쌍한 일렉트로닉 사운드의 향연이 다소 낯설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따라서 특정 장르들을 선택하고 집중했다는 점은 팀에게 차기작에 대한 적잖은 부담 또한 남겼다고도 볼 수 있다. 하지만 본 작은 한 장의 데뷔 EP 이상으로, 근래 클럽 뮤직 신의 동시대성을 민첩하게 읽어내고 빈틈없게 구현해내려는 노력이 곳곳에 엿보인다. 최신 음악의 유행을 읽어내고 그 흐름에서 머물 것인가, 혹은 이를 무기 삼아 더욱 전진해나갈 것인가. 그 흥미로운 행보를 지켜보고 응원하는 일은 이제 뮤지션 못지않게 예민한 귀를 가진 대중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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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 – Fantasy


[광활한 우주를 유영하는 SF 멜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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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의 이력을 살펴보면 진보(JINBO)는 자기 색을 전면적으로 내세우기 보다는, 피처링이나 프로듀싱 등 다른 뮤지션을 북돋아주는 작업을 많이 해왔다. 에픽 하이(Epik High), 프라이머리(PRIMARY), 더 콰이엇(The Quiett) 등 현업 음악가들과의 합심은 물론, 빈지노(Beenzino)부터 샤이니(SHINee)까지 장르 불문 작곡가로서도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때문에 작곡가 진보가 아닌, ‘음악가 진보’의 곡은 늘 귀했다. 더불어 첫 정규작 [Afterwork] (2010)가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알앤비&소울 부문을 수상하며 좋은 반응을 얻었기에, 이후의 행보가 궁금해지는 건 당연지사였다.
3년 만에 발표된 두 번째 앨범 [Fantasy] (2013)는 이러한 기대에 부응하듯, 피처링 참여나 리메이크에서 진면목을 느낄 수 없었던 진보라는 음악가의 개인적 성취와 시대적 흐름에 보다 집중한다. 가감 없는 코드 진행과 도회적인 비트, 그와 어우러지는 농염한 노랫말은 우주, 사랑, 로봇 등의 키워드를 관통하며 멜랑콜리한 음악관을 구축한다. 근래 미국의 비트 뮤직 레이블에서 쏟아져 나오는 미래적인 사운드를 지구 반대편의 그 역시 일찌감치 고민하고 있던 것이다.
멀티 플레이어 기질이 다분한 진보는 [Fantasy]에서도 프로듀서, 보컬, 랩퍼 등 일인다역을 자청한다. 영상 제작팀 디지페디(DIGIPEDI)의 뮤직 비디오와 함께 선보인 타이틀곡 ‘Fantasy’와 ‘Be My Friend’, 그리고 2011년 프로젝트 그룹 일진스(Ill Jeanz)를 통해 발표한 ‘Take It Slow’의 리믹스격 ‘Tape It Slow Baby’가 귀를 잡아 끈다. 여기에 탁월한 구성이 돋보이는 ‘Cops Come Knock’, 투 스텝 비트의 ‘Delete It Deal It’와 같이 앨범 곳곳에 일렉트로닉 신에서도 쉽게 통할 법한 갖가지 실험들이 보기 좋게 묻어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Fantasy]가 그를 보다 넓은 영역의 프로듀서로 확장시켜주었다는 점이다. 슈퍼프릭 레코드(Superfreak Records)라는 레이블의 대표이자, 도전을 즐기는 음악가로서의 자신감도 보다 뚜렷해진 느낌이다. 다양한 고민과 시도로 마치 현재와 미래를 연결시켜주는 타임워프 같은 음반이 탄생했다는 점에서, 진보는 그의 이름대로 남다른 ‘음악적 진보’를 이뤄냈다.


또 다른, 50
멜로디컬한 팝의 무언가를 기대하고 [Fantasy]를 듣는다면 다소 혁신적인 비트의 실험과 코드 진행에 낯선 느낌을 받을지도 모르겠다. 애초 곡들을 장르별 카테고리에 담으려는 마음을 버리고, 하나의 소설이나 영화를 감상하듯 각 트랙의 인상을 즐겨보는 것도 좋겠다.
공상과학 마니아라는 진보 자신의 말마따나, 이 앨범은 ‘22세기의 휴머노이드 로봇이 21세기를 탐방하며 로맨스와 아픔을 경험한다’는 서사를 가지고 있단다. 그러므로 수록곡의 성향은 따라 부르기 쉬운 보컬 위주의 팝보다는 자연스레 어반, 일렉트로닉 사운드로 기울어졌을 것이다. 이러한 점을 인지한다면 익숙하지 않았던 멜로디의 이질감도 새로운 매력으로 느껴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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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렌치 팝의 전설. 화가 출신답게 음악 안에서 미술을 했던 남자. 당대 최고의 여배우들과 수많은 염문설에 휩싸였던 그 이름, 세르쥬 갱스부르. 그가 프로듀스한 많은 아티스트 중 단연 돋보였던 인물은, 바로 프랑소와즈 아르디였다. 예쁘장한 외모와 훤칠한 키, 나지막한 음색은 15년간의 아내였던 버킨의 퇴폐적이고 양성적인 이미지와는 약간 거리감이 있다. 버킨의 뇌쇄적인 노랫말과 속삭이는 듯한 창법에 비하면, 아르디의 가창은 자칫 지루할법한 모범생 스타일이다. 하지만 시대의 숨결을 제대로 체감할 수 없는 우리 세대에겐, 관습을 무너뜨린 파격보다는 당대를 반영하는 교과서같은 음색과 작법들이 오히려 매혹적으로 다가올지도 모를 일이다.

갱스부르가 어레인지한 아르디의 'Comment te dire adieu' (어떻게 너에게 안녕을 말할까)는 희대의 프렌치 팝으로, 오늘날도 세계 각지에서 수많은 아티스트들에 의해 각색되고 있다. 시공간을 초월하는 프렌치 팝의 낭만과 힘은 갱스부르의 여성 편력과 비례하는 창작에의 열정 덕이었을까. 이 때문인지, 그의 파란만장한 삶과 대조적인 아르디의 반장같은 목소리는 더욱 정직하게 들려온다. 존 레논과 오노 요코처럼, 갱스부르와 버킨은 세기의 커플로 칭송되고 있지만 갱스부르 음악사의 진정한 시발점은 아르디였다. 철저한 고증은 필요없다. 이 곡은 이미 1966년의 갱스부르, 그 자체니까.

(아래는 보너스)



1964년의 아르디. 정말 별 거 없는데 아름답다.



만약이라는 두 글자가 오늘 내 맘을 무너뜨렸어
어쩜 우린 웃으며 다시 만날 수 있어 그렇지 않니?
음악을 듣고 책을 읽고 영화를 보고 사람들을 만나고
우습지만 예전엔 미처 하지 못했던 생각도 많이 하게 돼
넌 날 아프게 하는 사람이 아냐
수없이 많은 나날들 속을
반짝이고 있어 항상 고마웠어
아무도 이해할 수 없는 얘기겠지만
그렇지만 가끔 미치도록 네가 안고 싶어질 때가 있어
너 같은 사람은 너 밖에 없었어
마음 둘 곳이라곤 없는 이 세상 속에

가을방학의 구성을 처음 봤을 때는 일본의 부부 듀오인 르 커플(Le Couple)이나 마이 리틀 러버(My Little Lover), 혹은 키로로(Kiroro)같은 음악을 떠올렸다. 담백한 앨범 커버와 아련한 가사, 요새 한 광고의 말마따나 아이들도 이름을 알 수 있는 정직한 재료만 넣은 한식 요리같은 노래. 뺄 수 있는 힘은 다 빼고 서정성은 최대한으로 밀집시켜 놓은 그런 음악. '드디어 현대판 정태춘과 박은옥이 나왔구나!'하는 생각에 가슴 설레는 마음으로 그들의 1집을 들었다.

계피의 목소리는 2005년, 홍대 길거리에 첫 발을 내딛던 어느 여름날에 만날 수 있었다. 당시 브로콜리 너마저의 기타리스트로 '봄이 오면'과 '꾸꾸꾸'를 열창하여 나를 브로콜리 너마저의 홈페이지에서 데모곡을 찾아듣게 만들던 그녀였다. 기타리스트치곤 너무 고운 음색을 가진 그녀였다. 용감한 형제들의 신보라같은 존재였다. (신보라에게 '아니, 왜 가수가 개그맨을 하고 있지?' 라는 말이 나온다면 당시의 계피에겐 '아니, 보컬이 왜 기타를  치고 있지?' 라는 말이 나왔을 것이다.)

그 후 브로콜리 너마저에서 독립한 계피는 그녀를 줄곧 지켜보던 줄리아 하트의 정바비와 참 좋은 그룹을 만들었다. 정말 좋은 시기에 정말 좋은 프로듀서(정바비)와 정말 좋은 보컬(계피)가 만나니 정말 좋은 음악이 나올 수 밖에 없었다. 이것이 바로 정바비식 슴슴함에 계피식 알싸함이던가. 마음 둘 곳이라곤 없는 이 세상 속에, 귀를 둘 음악이 있다는 것. 이 얼마나 다행인 일인가. 

● 한 줄 요약 : 히트곡 제목은 어떻게 지어야 하는지 가르쳐주는 곡.
● 감상 포인트 : 전곡 가사가 그 자체로 이미 각각 한 편의 시.


오늘은 최근 음악계의 가장 트렌디한 흐름이자 여름의 해변과 크루즈 여행에 가장 최적화된 장르, 칠웨이브(Chillwave)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그럼 우선 칠웨이브라는 말의 사전적 정의부터 알아보도록 하지요. 만인의 백과 사전 위키피디아의 친절한 설명을 곁들여보도록 합니다. Pls read below.

Chillwave, sometimes also referred to as Glo-Fi,[1] is a genre of music where artist are often characterized by their heavy use of effects processing, synthesizers, looping, sampling, and heavily filtered vocals with simple melodic lines.

칠웨이브는 다른 이름으로는 글로-파이라고 불리운다. 이는 이펙트 프로세싱, 신디사이저, 루핑, 샘플링을 많은 부분 사용하며 헤비하게 필터링이 들어간 보컬과 심플한 멜로디 라인이 주를 이루는 음악을  일컫는다.

The genre combines the larger 2000s trends towards 80s retro music and (in indie music) use of ambient sound, with modern pop. See also:
Electropop, post-punk revival, Psych-folk Dream pop, Nu Gaze, Witch house

이 장르는 80년대 레트로 인디 음악과 앰비언트 사운드, 모던 팝이 2000년대의 트렌드와 결합한 음악이라 볼 수 있다. 이는 일렉트로 팝, 포스트-펑크 리바이벌, 싸이키-포크, 드림 팝, 누 게이즈, 위치 하우스와 그 궤를 같이 한다.

위 소개글에서 핵심은 '80년대 레트로 인디 뮤직과 앰비언트 사운드, 모던 팝과 현대 음악의 믹스 형태'라는 구절에 있네요. 사이키델릭 록, 드림 팝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으며 다른 이름으로는 글로 파이라고도 불리운답니다. 몽롱한 사운드 속에 발음이 잘 들리지 않을 정도로 꽉 찬 필터링을 가미한 보컬, 그리고 심플한 멜로디 라인이 먹먹한 조화를 이루는 게 특징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Chill과 Wave라는 단어 조합부터 평화로운 크루즈 여행이나 해변가의 낮잠, 이런 키워드들이 떠오르지 않나요?

이 외 2000년대 미국, 힙스터 런오프라는 음악 블로그에서 처음 사용한 이름이라는 설명도 나와있으나, 자세한 이야기는 생략하겠습니다. 궁금하신 분들은 다음 링크를 클릭해보세요. http://en.wikipedia.org/wiki/Chillwave 

그렇다면 주요 칠웨이브 뮤지션은 누가누가 있을까요? 아래 신보들과 함께 찬찬히 살펴보도록 합시다.


칠웨이브계의 빅 띵, Washed Out - You And I

칠웨이브하면 워시드 아웃, 워시드 아웃하면 칠웨이브! 워시드 아웃(Washed Out)의 정식 데뷔 앨범이 7월 12일자로 발매되었습니다. [High Times] (2009), [Life of Leisure] (2010) 등의 EP가 모두 온라인 상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었고, 'Belong'은 키츠네 컴필레이션 1번 트랙으로 실리기도 했지요. 결국 탄탄대로를 밟아 서브 팝(Sub Pop) 레코드와 정식 계약을 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웹서핑 도중 그가 문헌정보학을 전공한 취업준비생이었다던 일화를 읽은 기억이 나네요. 역시 사람이 갈 길은 따로 정해져 있나 봅니다.
[Within or Without]은 워시드 아웃의 지난 2년이 총망라된 앨범으로, 기찬 앨범 커버만큼 완성도 높은 트랙들이 집대성된 데뷔 앨범아닌 데뷔 앨범입니다. 대표곡은 선공개된 'Eyes Be Closed' 인듯 하지만 밴드 체어리프트(Chairlift)의 보컬이 참여한 이 곡을 그냥 흘려듣기 아까워 올려봅니다. 이런 나레이션은 워시드 아웃에겐 첫 시도인 듯 한데요, 여러모로 도발적이네요.

차근차근 실력을 쌓아온 칠웨이브계의 얼리 빅 파더, Neon Indian - Polish Girl

[Pyschic Chasms] (2009)에 수록된 'Deadbeat Summer'로 큰 인기를 얻고 거장 밴드 플래밍 립스(The Flaming Lips)와 스페셜 앨범을 발매하기도 했던 네온 인디안(Neon Indian)이 올 9월 13일 신작을 발매한다고 하네요. 그를 알기 전, 모 음악 블로그에서 이의 다른 프로젝트인 베가(Vega)의 음악을 먼저 듣고 한 동안 빠져있던 기억이 나네요. 워시드 아웃이 프로젝트 하나를 제대로 터트려서 고속 승진한 김 과장이라면, 이 밴드 저 밴드를 거쳐 성장한 네온 인디안은 경력을 쌓아 정석 승진한 이 부장 정도 되려나요.
앨범 발매에 앞서 최근 선공개한 'Fallout'에 이은 새 트랙을 선보였네요. 전작의 인기만큼 뜨거운 반응을 터트려주기를 기대해봅니다.


프랑스와는 상관없는 스웨디시 포스트 웨이브 듀오, Air France - It Feels Good Arounds You

프랑스 항공명 Air France와는 전혀 상관없는, 스웨디시 포스트 웨이브 그룹 에어 프랑스(Air France)의 신곡이네요. 제 기억이 맞다면 2008년 이후 거진 3년만의 신보인 듯 한데요. 이전의 'NY Excuse'같은 곡보다 좀 더 멜로디컬해진 느낌입니다. 칠웨이브 새 앨범이니 신보니 엄청나게 쏟아지고 있는만큼, 에어 프랑스도 엉덩이가 근질근질했을 겁니다!


차세대 칠웨이브 여신, Class Actress - Keep You

칠웨이브계에도 드디어 여신이 등장했습니다! 토로 이 므아(Toro Y Moi)가 소속된 카팍 레코드(Carpark Records)의 여성 싱어 송 라이터 클래스 액트리스(Class Actress)가 그 주인공인데요. (실제 배우는 아니랍니다.)
'Keep You'는 10월 16일 발매될 데뷔 앨범 [Rapperocher]에 수록된 곡으로, 아마 그녀에겐 인생의 넘버가 되지 않을까 싶을 정도의 큰 여운을 주는 곡입니다. 도입부부터 공명을 잔뜩 먹인 신스 멜로디가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데요, 어서 앨범 전곡을 들어보고 싶은 마음 뿐입니다.


초자연적 사운드 스케이프의 신, M83 - Midnight City

칠웨이브라고 잘라 말하긴 참 뭐해서 이 글의 성향과는 맞지 않는 것 같은, 허나 이젠 그 이름 자체가 장르가 되어버린 M83의 빅 트랙입니다. (굳이 장르를 분류하자면 Nu-Gaze에 가깝겠지만, 곡이 좋으므로 관대한 마음으로 이해해주세요.) 전작 [Saturday=Youth]에서 강렬한 훅을 날렸던 'Kim & Jessie'의 초자연 버전인 듯도 싶습니다. 초반 앨범에는 슈게이징, 포스트 록의 느낌이 컸다면 이제 네오 사이키델릭, 뉴 게이즈, 로파이, 칠웨이브, 일렉트로닉 팝, 인디 록까지 그간 축척해온 에너지를 탈탈 털어 날아오르는 불사조의 거대한 비행을 지켜보는 느낌입니다. 후반부에서 작렬하는 색소폰 솔로는 꼭 들어보시길 바랍니다. 전율 그 이상일테니까요.

여기까지 칠웨이브 아닌 칠웨이브 거성들의 신보를 살펴보았습니다. 국내 내한 공연을 갖기도 했던 86년생의 혼혈 청년 토로 이 므아(Toro Y Moi), 이름대로 테이프 사운드의 묘미를 제대로 들려주는 메모리 테입스(Memory Tapes), 칠웨이브의 정석 블랙버드 블랙버드(Blackbird Blackbird), 레이블 고스틀리(Ghostly)의 앱스트랙트 뮤지션 컴 트루이즈(Com Truise), 이 외 웹서핑을 통해 알게 된 초인디 뮤지션까지 너무 많은 음악들을 다 소개하지 못해 아쉽습니다. 

하지만 이 나라 좋은 게 뭐던가요. 익스플로러 창 하나만 띄워도 지구 반대편 해외 뮤지션 알기는 식은 죽 먹기인 인터넷 강국아니겠습니까. 칠웨이브 특집이랍시고 얕은 식견으로 써내려간 이 글이, 이 장르를 처음 접하는 분들에게 부디 좋은 참고 자료가 되길 바라며 글을 마칩니다. 다음에 또 만나요.



2010.7.26

Artist : Cassette Schwarzenegger (카세트 슈왈제네거)
Title : Play

Track List
01 / Play
02 / Play (StardonE Remix)
 
언제부터였을까. 일렉트로니카(Electronica)라 불리우는, 클럽 중심의 음악이 메이저 시장의 팝과 전혀 다른 집합으로 구분 '당하기' 시작한 건. 이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었지만 그 중 하나에는 악곡 자체가 가창이 되느냐 그렇지 않느냐에도 있었다. 굳이 밤을 즐기지 않는 이들에게 클럽 음악의 의미는 따라 부를 수 없는 노래, 똑같은 비트가 반복되어 오래 듣기 힘든 노래 등으로 인식되었다. '가사가 없는 노래는 잘 안듣게 돼'라는 안타까운 편견은 아마 이 때부터 시작되었을 것 같다.

한 편, 이 와중에도 DJ 부스의 높은(?) 담을 넘어 대중의 사랑을 받는 클럽 음악은 분명 있었다. 다프트 펑크(Daft Punk)의 'Something About Us', 일렉트로 하우스(Electro House) 프로듀서 에릭 프뢰즈(Eric Prydz)의 'Call On Me'. 최근에는 크루커즈(Crookers)의 'Day N Night'이나 데이빗 게타(David Guetta)의 'Sexy Bitch'까지. 이들의 공통점은 단 하나, 이러한 제목 나열이 매력없게 느껴질 정도로 곡 자체의 존재감이 강했다는 것. 그리고 오히려 정통 클럽 음악이라기 보다는 클럽풍 팝에 가까웠다는 것이었다.

카세트 슈왈제네거(Cassette Schwarzenegger). 이 정체도 국적도 알 수 없는, 아직 공개된 사진 하나 없는 그룹(이라고 추측해본다.)이 'Play'라는 정직한 제목의 싱글을 들고 나왔다. 수록곡은 타이틀곡인 '플레이(Play)'와 스타던(StardonE)이라는 역시나 정체불명 프로듀서의 리믹스곡, 단 둘이다. 도입부는 'Heart beating jumping sweating shaking dancing playing'라는 캐치한 압운을 지닌 가사로 나열된다. 'Buy it, use it, break it, fix it, Trash it, change it, melt - upgrade it'이라며 현대 문명의 기계화된 프로세스를 설파했던 'Technologic'가 생각나는 대목이다. 하지만 이들의 메세지는 좀 더 쉽다. 심장이 뛰고 점프를 하고 춤추고 논다. 흔든다. 환호한다. 쉽다. 즐겁다. 그리고 명징하다.

이제 막 데뷔 싱글을 발표한 카세트 슈왈제네거에게 첫 싱글 'Play'는 매끈한 디스코 댄스 곡의 탄생이라는 계기를 만들었다. 이 경쾌한 시작을 리스너의 한 명으로 지켜볼 수 있게 되어 참 즐겁다. 음악을 찾아듣는 사람들이 갖기 쉬운 '남들이 듣는 음악은 듣기 싫다'는 고집어린 허영심. 애석하지만 조만간 깨질 것 같다. 안타깝고도 즐거운 일이다.

more info
http://www.myspace.com/cassetteschwarzenegger


+ 'Play'의 리믹서로 참여한 프로듀서 스타던(StardonE)의 '1979' 리믹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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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myspace.com/stardonemusic


노 리플라이는 특유의 정직한 음악적 문법만큼 모범적 행보를 보여주고 있는 모던 팝록 듀오다. 조규찬, 스윗 소로우 등을 배출한 <유재하 음악 경연대회>에서의 은상 수상을 시작으로 2008년, 싸이월드에서 <고백 하는 날>이라는 싱글이 온라인 상으로 히트하며 이름을 알렸다. 이듬해에는 타루(Taru)와 부른 '조금씩, 천천히, 너에게'가 히트했고, 같은 해 6월 발매된 첫 정규 앨범 <Road>로 신인의 고치를 벗었다. 더워지기 시작하는 초여름. 오랜 시간동안 비상을 기다려왔던 두 마리 나비의 날갯짓은 초보의 것이라고 하기엔 어려운 어떤 류의 애잔함을 담고 있었다. 그것은 이십대를 지나는 두 청년이 다는 답없는 세상을 향한 장문의 리플이었다.

첫 앨범 <Road>는 총 11곡이다. 욕심도 과장도 없는 숫자다. 영롱한 피아노 소리로 시작되는 첫 트랙 '끝나지 않은 노래'는 야구로 치자면 직구, 전투로 치자면 선제공격이다. 부제를 '이게 바로 노 리플라이다'라고 해도 무리가 없을 만큼 그들의 색깔이 짙은 농도로 함축된 이 곡은 후렴구에 가서 망설임없이 치솟는 분수처럼 고음역대로 솟아오른다. 이러한 문법은 후에 'World'와 'Road'에도 쓰인다. 

첫 트랙보단 한 박자 힘을 뺀 박력으로 여정을 이어가는 '시야'에 이어 앨범의 타이틀곡인 '그대 걷던 길'은 잠시 쉼표를 찍으며 스스로를 담담히 위로한다. 'World'는 CCM 곡에서 들을 법한 구성과 멜로디, 박력있는 코러스 떼창이 인상적인 곡으로 청량감을 더한다. '뒤돌아보다'는 '그대 걷던 길'과 마찬가지로 차분한 발라드 곡으로 여린 감수성을 노래하며 'Fantasy Train'과 원맨 밴드 나루(Naru)와 함께한 록 넘버 'Violet Suit'은 앞서 이어져온 문법과는 다소 이질적인 느낌을 주지만 한 편으로는 노 리플라이가 앞으로 보여줄 행보를 예상하게 해준다.

'흐릿해져'는 도입부의 멜로디가 한 번에 귀를 잡아끄는데 앨범에서 가장 가요팬들에게 인기를 끌만한 곡이다. 이어지는 보사노바 풍의 '오래전 그 멜로디'는 동 레이블의 싱어 송 라이터 오지은의 여린 목소리가 삼삼한 조화를 이루고 'Road'는 앨범 타이틀과 동명의 트랙으로 전 트랙의 메세지을 개운하게 대변한다. 마지막 곡 '바람의 어둡고'로 트랙마다 이어져온 강약의 펀치는 부드럽게 마무리된다.

두 멤버는 얼마 전 한 인터뷰에서 '노 리플라이'라는 어감에서 느껴지는 무채색의 느낌이 좋아 팀명으로 지었다고 말했지만, 적어도 이 앨범의 전 트랙은 어떤 곡을 타이틀로 해도 무방할 정도로 각각 곡의 색이 분명하다. 심지어 발라드 곡에서마저 박력이 느껴질 정도다. 그래서 곡에 붙일 코멘트가 별로 없다. 뮤지션이 리스너가 할 말까지 대신하고 있다. 그들 스스로가 어디를 어떻게 걸어가고 있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더 정확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Road>는 부서지기 쉬운 청춘들에게 주는 힌트를 알알이 꿴 목걸이다. 알마다 담은 말들이 무거워 목이 뻐근해져도 왠지 마음만은 가볍다. 종교를 갖는 것의 목적이 교화라면, 음악을 듣는 목적은 위로와 공감일 것이다. 노 리플라이는 그것에서 더 나아가 하나의 거대한 메시지을 건넨다. 그것이 노 리플라이식 질문의 방법이고 답변의 윤리다. 청춘이 가야하는, 사랑이 가야하는, 삶이 가야하는. 온갖 길들에 대한 질문들이 사그러질 때까지 그들의 명징한 리플은 계속될 것이다. 후에 그 질문들이 다른 것으로 대체된다고 해도.

지금 세계는 소셜 네트워크 열풍에 휩싸여 있다. 페이스북(Facebook), 트위터(Twitter), 각종 블로그와 포털 사이트의 발달, 스마트 폰 보급 등을 이유로 정보 공유의 패러다임이 완전히 뒤집힌 오늘날. 디지털 소비재의 빠른 보급은 우리의 생활 패턴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휴대폰 하나만 있으면 지하철 안에서 이메일을 쓰거나, 길거리를 돌아다니며 지구 반대편에 사는 사람이 몇 초전에 업데이트된 동영상을 감상하는 일이 가능해졌다. 어릴 적 상상화 안에서만 접하던 일이 하나 둘씩 현실화 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 들어 유럽, 영미권 중심의 언더그라운드 댄스 뮤직신에서는 음악 블로그의 레이블화가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 블로깅이 단지 새로운 음악을 공유하고 감상을 적는 것에서 나아가, 매체 못지 않는 평론과 에이전시 못지 않은 홍보의 역할을 동시적으로 수행해내게 된 것이다. 바야흐로 컴퓨터 하나만 가지고도 레이블을 운영할 수 있는 시대가 온 것. 이러한 방식으로 뮤직 비지니스의 영역이 확장된 배경에는 무엇보다도 위에 언급한 네트워크 방법론의 저변 확장이 가장 큰 역할을 하지 않았나 싶다. 시대가 빠른 속도로 변해감에 따라 작품으로서, 때로는 소비재로서 음악의 담론 또한 자꾸만 변해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언더그라운드 댄스 뮤직 신에서 이러한 웹의 이점을 잘 활용한 사례를 꼽자면 프랑스 거점의 누 디스코/프렌치 하우스 계열의 크루 발레리 콜렉티브(Valerie Collective)의 경우를 이야기 하고 싶다. 이들은 각각 로컬 아티스트 간의 국적과 에이전시가 다양함에도 불구하고 웹상을 통해 리믹스 등의 코워킹부터 컴필레이션 앨범 제작까지 해냈다. 그들이 프랑스든 영국이든 어디서 비밀 만남을 가졌을 지언정, 이는 분명 먼 친척보다 가까운 이웃이 낫다는 속담이 빈 말이 아니라는 것을 입증한다.

꼭 발레리 콜렉티브만 아니더라도 레이블의 탄생에는 수많은 비화가 있지만, 음악 블로그의 이점을 모범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레이블이라면 바이너리 엔터테인먼트(Binary Entertainment)를 빼놓기가 힘들 것 같다. 두 명의 파운더 조시 레그(Josh Legg), 카일 피터슨(Kyle Petersen)을 주축으로 탄생한 댄스 음악 레이블 바이너리(Binary). 그들 스스로가 뉴 오더(New Order), 디페시 모드(Depeche Mode)와 펫 숍 보이즈(Pet Shop Boys) 등 80년대를 주름잡은 신스 팝 밴드들에게 많은 부분을 영향받았다고 이야기 하는 만큼, 이들 또한 동류의 레이블들과 마찬가지로 댄스 뮤직의 재해석, 재창조를 뜻으로 순수하게 뭉쳤다.

바이너리의 음악 블로그(http://wearebinary.com/blog/)는 '앨범 아트웍과 꽃미녀 사진+음악+글이라는 뮤직 포스팅의 삼원칙을 꾸준히 이어오며, '좋은 노래라면 꼭 우리 회사 노래가 아니어도 괜찮아'라는 홍익인간 정신으로 리스너들에게 웰메이드 트랙을 접할 수 있는 가이드 라인을 꾸준히 제공해오고 있다. 블로그가 먼저였는지 레이블 설립이 먼저였는지는 확인이 불가능하나, 이는 닭이 먼전지 알이 먼전지 가리는 것처럼 큰 의미가 없을 것 같다. 이렇게 짧은 역사를 지닌 레이블도 신에서 은은한 주목을 받는다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과거의 음악을 답습이 아닌 재창조로 이끌어내려는 아티스트와 프로듀서들의 움직임이 그만큼 열정적으로 이어져왔다는 의미일 것이다. 

바이너리의 로컬 아티스트로는 앞서 언급한 발레리 콜렉티브(Valerie Collective)와 자주 엮이는 듯한 킨하우스(Keenhouse)를 포함해 Alfa, Fabian, Short Circuit, The Kids Are Radioactive, Nightwaves, LexiCondon 등이 있다. 바이너리는 차분하고 묵묵하게 자신들의 존재감을 키워가고 있다.

여기서 더하고 싶은 일화가 하나 있다. 아주 먼 옛날, 한 나라의 국가 정책 일환으로 대형 성당을 짓기 위한 대규모의 프로젝트가 실행되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대다수의 일꾼들이 건물의 완성을 보지 못한 채 눈을 감았다. 성당의 규모가 개개인의 인생을 삼켜버릴 정도로 컸던 것이다. 그 목수들은 인생을 통째로 나라의 횡포에 빼앗긴 제도의 희생양이었을지는 모를지언정, 그들의 끈기과 인내는 시간 투자와 공력의 중요성을 체득하기 힘든 오늘날의 우리에게 새삼스러운 교훈을 준다.

요즘 그 목수의 후손들은 망치를 드는 대신 컴퓨터의 전원을 켠다. 음악가들은 지금도 누군가의 아이팟에서, 혹은 한적한 소규모 클럽에서 재생될 한 곡의 소중한 트랙을 위해 작고한 수많은 목수들의 정신적 고통을 답습하고 있을 터다. 인생을 바꿔버릴 정도로 가슴 안에 강력한 불을 지필 마스터피스를 위해, 이름모를 목수들이 미지의 세상을 향한 한 걸음 한 걸음을 내딛는다. 오늘 밤에도 누군가들의 귓 속에 지어질 청각의 성당. 수천명의 인생이 백 할씩 바쳐져도 완성이 될지 안 될지 알 수 없는, 미지의 성당을 위해 말이다. [20100329]

세월이 변하면 음악도 변한다. 그룹 '롤러코스터'의 수장으로 오랜 시간 활동해온 송 라이터이자 프로듀서 지누의 필명 히치하이커(hitchhiker). 롤러코스터의 무기한 활동 중지 이후 그의 컴백은 '롤러코스터'도 '조원선'도 아닌, 놀랍게도 브라운 아이드 걸스의 'Abracadabra'였다. 그는 특유의 세련미 넘치는 작곡 능력이 아이돌 위주의 가요계에도 통한다는 공식을, 이 한 곡으로 명백하게 증명해냈다. 이는 2NE1의 히트곡 'I Don't Care' 리믹스 스페셜 무대와 최근 소녀시대의 후속곡으로 예상되는 'Show! Show! Show!'에서도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롤러코스터 결성 전후든 최근의 곡들이든 모두 본연의 터치감을 잃지 않는 점. 여기서 나아가 애시드 팝, 모던 록과 클럽 뮤직, 대중 가요의 낮지 않은 벽을 자유로이 넘나드는 손길이 감탄스럽다. 이제 몇 곡의 히트곡 레퍼토리만 더 추가된다면, 그의 이름 자체가 리스너 세대 분리의 기준점이 될지도 모른다. 롤러코스터를 기억하는 이모와, 히치하이커에 익숙한 조카라. 생각만해도 재미있지 않은가.

펼쳐놓고 보니 정말 다양한 '히치하이커 aka 지누'의 레퍼토리들.


 지누 - 엉뚱한 상상


롤러코스터 - 내게로 와


롤러코스터 - 숨길 수 없어요


Brown Eyed Girls - Abracadabra


Brown Eyed Grils - hitchhiker translates 어쩌다 (hitchhiker(Jinu) Dynamic Mix)



2NE1 - I Don't Care (Remix)


소녀시대 - Show! Show! Sh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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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 As Infinity – NEW WORLD

 

[J-POP의 황금기를 연 앨범]

 

좋아할, 50
90년대부터 2000년대는 바야흐로 J-POP의 황금기였다. 팝, 록, 인디부터 아이돌 음악까지 다양한 장르가 고른 사랑을 받았고 이들은 국내에서 또한 적잖은 마니아층을 확보했다. 두 애즈 인피니티(Do As Infinity)는 밴드 자체의 인기와 더불어, 발표곡 중 일부가 애니메이션 ‘이누야샤’의 주제곡으로 선정되며 적잖은 인지도를 확보했다.
밴드 결성의 중추가 된 작곡가 나가오 다이(Nagao Dai, 예명 D.A.I)는 일본 최고의 레이블 에이벡스(avex) 출신의 유명 프로듀서다. 그는 두 애즈 인피니티 결성 전부터 하마사키 아유미(Hamasaki Ayumi), 히토미(hitomi), 에브리 리틀 싱(Every Little Thing) 등에게 곡을 제공했다. 때문에 미모와 가창력 등 스타성을 갖춘 보컬 반 토미코(Van Tomiko)와 기타리스트 오와타리 료(Owatari Ryo)의 가세는 어느 정도 팀의 성공을 보장한 상태였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었다.
<New World>는 이들의 두 번째 정규 앨범으로, 싱글로 발표되어 인기를 모았던 ‘Desire’, ‘We Are’, ‘Rumble Fish’와 나가오 다이 특유의 세련된 악곡 터치를 느낄 수 있는 트랙들이 수록되어 있다. 기존 히트곡 외 애잔한 분위기의 록 발라드 ‘永遠’, 첫 싱글에 수록된 ‘Wings’를 편곡한 ‘Wings 510’ 모두 기억에 남을만한 멜로디를 자랑한다. 이 외 앨범은 모던 록 답지 않은 시도를 한 점도 돋보인다. ‘135’는 하마사키 아유미의 곡에서 들릴법한 긴박한 일렉트로닉이며 ‘Summer Days’는 기타 리프가 중심이 된 강렬한 서프 록이다. 앨범의 모든 곡을 진두지휘한 나가오 다이의 다양한 스펙트럼이 돋보이는 부분이다.
한 번의 팀 해체를 겪고 난 뒤, 현재는 2인 체제의 두 애즈 인피니티지만 2000년대 초반 그들이 열었던 ‘New World’는 분명 신선했다. J-POP의 명곡이 유달리 많이 쏟아지던 시기, 밴드 또한 이 앨범이 오리콘 차트 1위를 기록한 이후 줄곧 상승 곡선을 타며 먼 길을 걸어왔다. J-POP이 가장 풍요로웠던 시기에 모던 록의 포문을 열었던 앨범이라는 점이 이 작품의 감상 포인트일 것 같다.

 

또 다른, 50
어느덧 10여 년 전 발매된 J-POP 앨범이다. 그러므로 지금 들어도 세련된 음악이라는 사견이 누구에게나 통할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이미 많은 대중들에게 검증된 나가오 다이의 프로듀싱, J-POP 보컬에 대한 선입견을 지우는 반 토미코의 중저음 보이스, 이와 어우러지는 기타리스트 오와타리 료의 조화는 이러한 우려를 충분히 상쇄하리라 생각한다. J-POP 입문용으로도, 좋은 모던 록 앨범으로도 부담 없이 추천할 만 한 앨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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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ke, Likes – Laid Back Dreaming

 

[영민한 계산으로 구현된 첨단의 사운드]

 

좋아할, 50

라이크 라익스(Like, Likes)는 펑크 밴드 게토밤즈, 일렉트로닉 록 밴드 텔레파시에 이어 원맨 프로젝트 애시드 펑크 다이너마이트(Acid Punk Dynamite)로 활동중인 최석(Choi Seok)과 미국, 캐나다 등지에서 다양한 음악을 고민해온 이토요(Yi Toyo) 두 뮤지션의 합작 그룹이다. 이국적인 팀명, 다채롭게 사용된 보컬 샘플링, 바로 DJ 부스 위에 올려놔도 어색하지 않을 멜로디와 리듬까지. 이러한 부가 정보를 놓고 봤을 때 그들이 국내 뮤지션이라는 사실을 단번에 알아채는 건 그리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다른 것보다 음악만 접했을 경우라면 더욱이 그렇다.
데뷔 EP <Laid Back Dreaming>은 최근 미국 LA, 영국 등지에서 재조명되고 있는 개러지(Garage)와 베이스(Bass)의 요소가 상당히 밀도 깊게 녹아있다. 첫 곡 ‘Magical Thinking Meditation’은 알맞게 쓰인 보컬 샘플링과 강약의 조화가 분명한 흡입력을 가진다. 이어지는 ‘Voided Love’는 개러지 사운드를 기반으로 지루할 틈 없이 펼쳐지는 리듬이 인상적이며, 묵직하고 가감 없는 베이스 라인의 ‘Poetic Freaks’의 또한 매력적이다.
앨범의 실질적인 대표곡처럼 느껴지는 하우스 넘버 ‘On & On’ 을 지나고 나면 마지막 트랙이자 타이틀곡 ‘Erase U, XxX’가 이어진다. 여성 싱어 리비(LIVII)의 목소리가 덧입혀진 이 곡은 본 EP의 유일한 보컬 트랙으로 베이스와 트랩의 조화가 사뭇 신선하다.
사실 국내 음악 신에서, 그것도 라디오 플레이가 힘든 장르의 일렉트로닉 앨범을 만들어낸다는 것이 뮤지션에게 그리 쉬운 선택은 아니었을 것이다. 동시대의 음악적 고민을 과감하게 시장에 던져놓은 라이크 라익스의 판단은 분명 과감했다. 단 5곡의 EP지만 완성도에서만큼은 오랜 작업의 공력에서 비롯된 탄력이 느껴진다. 이제 장르의 출처는 따질 수 있지만, 그 이상을 논하는 게 무의미한 시대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데뷔작이다.

 

또 다른, 50
무대를 벗어나 감상용으로도 잘 구현된 일렉트로닉 앨범이지만 개러지, 베이스 리듬이 익숙하지 않은 청자들은 변화무쌍한 일렉트로닉 사운드의 향연이 다소 낯설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따라서 특정 장르들을 선택하고 집중했다는 점은 팀에게 차기작에 대한 적잖은 부담 또한 남겼다고도 볼 수 있다. 하지만 본 작은 한 장의 데뷔 EP 이상으로, 근래 클럽 뮤직 신의 동시대성을 민첩하게 읽어내고 빈틈없게 구현해내려는 노력이 곳곳에 엿보인다. 최신 음악의 유행을 읽어내고 그 흐름에서 머물 것인가, 혹은 이를 무기 삼아 더욱 전진해나갈 것인가. 그 흥미로운 행보를 지켜보고 응원하는 일은 이제 뮤지션 못지않게 예민한 귀를 가진 대중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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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 – Fantasy


[광활한 우주를 유영하는 SF 멜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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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의 이력을 살펴보면 진보(JINBO)는 자기 색을 전면적으로 내세우기 보다는, 피처링이나 프로듀싱 등 다른 뮤지션을 북돋아주는 작업을 많이 해왔다. 에픽 하이(Epik High), 프라이머리(PRIMARY), 더 콰이엇(The Quiett) 등 현업 음악가들과의 합심은 물론, 빈지노(Beenzino)부터 샤이니(SHINee)까지 장르 불문 작곡가로서도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때문에 작곡가 진보가 아닌, ‘음악가 진보’의 곡은 늘 귀했다. 더불어 첫 정규작 [Afterwork] (2010)가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알앤비&소울 부문을 수상하며 좋은 반응을 얻었기에, 이후의 행보가 궁금해지는 건 당연지사였다.
3년 만에 발표된 두 번째 앨범 [Fantasy] (2013)는 이러한 기대에 부응하듯, 피처링 참여나 리메이크에서 진면목을 느낄 수 없었던 진보라는 음악가의 개인적 성취와 시대적 흐름에 보다 집중한다. 가감 없는 코드 진행과 도회적인 비트, 그와 어우러지는 농염한 노랫말은 우주, 사랑, 로봇 등의 키워드를 관통하며 멜랑콜리한 음악관을 구축한다. 근래 미국의 비트 뮤직 레이블에서 쏟아져 나오는 미래적인 사운드를 지구 반대편의 그 역시 일찌감치 고민하고 있던 것이다.
멀티 플레이어 기질이 다분한 진보는 [Fantasy]에서도 프로듀서, 보컬, 랩퍼 등 일인다역을 자청한다. 영상 제작팀 디지페디(DIGIPEDI)의 뮤직 비디오와 함께 선보인 타이틀곡 ‘Fantasy’와 ‘Be My Friend’, 그리고 2011년 프로젝트 그룹 일진스(Ill Jeanz)를 통해 발표한 ‘Take It Slow’의 리믹스격 ‘Tape It Slow Baby’가 귀를 잡아 끈다. 여기에 탁월한 구성이 돋보이는 ‘Cops Come Knock’, 투 스텝 비트의 ‘Delete It Deal It’와 같이 앨범 곳곳에 일렉트로닉 신에서도 쉽게 통할 법한 갖가지 실험들이 보기 좋게 묻어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Fantasy]가 그를 보다 넓은 영역의 프로듀서로 확장시켜주었다는 점이다. 슈퍼프릭 레코드(Superfreak Records)라는 레이블의 대표이자, 도전을 즐기는 음악가로서의 자신감도 보다 뚜렷해진 느낌이다. 다양한 고민과 시도로 마치 현재와 미래를 연결시켜주는 타임워프 같은 음반이 탄생했다는 점에서, 진보는 그의 이름대로 남다른 ‘음악적 진보’를 이뤄냈다.


또 다른, 50
멜로디컬한 팝의 무언가를 기대하고 [Fantasy]를 듣는다면 다소 혁신적인 비트의 실험과 코드 진행에 낯선 느낌을 받을지도 모르겠다. 애초 곡들을 장르별 카테고리에 담으려는 마음을 버리고, 하나의 소설이나 영화를 감상하듯 각 트랙의 인상을 즐겨보는 것도 좋겠다.
공상과학 마니아라는 진보 자신의 말마따나, 이 앨범은 ‘22세기의 휴머노이드 로봇이 21세기를 탐방하며 로맨스와 아픔을 경험한다’는 서사를 가지고 있단다. 그러므로 수록곡의 성향은 따라 부르기 쉬운 보컬 위주의 팝보다는 자연스레 어반, 일렉트로닉 사운드로 기울어졌을 것이다. 이러한 점을 인지한다면 익숙하지 않았던 멜로디의 이질감도 새로운 매력으로 느껴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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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렌치 팝의 전설. 화가 출신답게 음악 안에서 미술을 했던 남자. 당대 최고의 여배우들과 수많은 염문설에 휩싸였던 그 이름, 세르쥬 갱스부르. 그가 프로듀스한 많은 아티스트 중 단연 돋보였던 인물은, 바로 프랑소와즈 아르디였다. 예쁘장한 외모와 훤칠한 키, 나지막한 음색은 15년간의 아내였던 버킨의 퇴폐적이고 양성적인 이미지와는 약간 거리감이 있다. 버킨의 뇌쇄적인 노랫말과 속삭이는 듯한 창법에 비하면, 아르디의 가창은 자칫 지루할법한 모범생 스타일이다. 하지만 시대의 숨결을 제대로 체감할 수 없는 우리 세대에겐, 관습을 무너뜨린 파격보다는 당대를 반영하는 교과서같은 음색과 작법들이 오히려 매혹적으로 다가올지도 모를 일이다.

갱스부르가 어레인지한 아르디의 'Comment te dire adieu' (어떻게 너에게 안녕을 말할까)는 희대의 프렌치 팝으로, 오늘날도 세계 각지에서 수많은 아티스트들에 의해 각색되고 있다. 시공간을 초월하는 프렌치 팝의 낭만과 힘은 갱스부르의 여성 편력과 비례하는 창작에의 열정 덕이었을까. 이 때문인지, 그의 파란만장한 삶과 대조적인 아르디의 반장같은 목소리는 더욱 정직하게 들려온다. 존 레논과 오노 요코처럼, 갱스부르와 버킨은 세기의 커플로 칭송되고 있지만 갱스부르 음악사의 진정한 시발점은 아르디였다. 철저한 고증은 필요없다. 이 곡은 이미 1966년의 갱스부르, 그 자체니까.

(아래는 보너스)



1964년의 아르디. 정말 별 거 없는데 아름답다.



만약이라는 두 글자가 오늘 내 맘을 무너뜨렸어
어쩜 우린 웃으며 다시 만날 수 있어 그렇지 않니?
음악을 듣고 책을 읽고 영화를 보고 사람들을 만나고
우습지만 예전엔 미처 하지 못했던 생각도 많이 하게 돼
넌 날 아프게 하는 사람이 아냐
수없이 많은 나날들 속을
반짝이고 있어 항상 고마웠어
아무도 이해할 수 없는 얘기겠지만
그렇지만 가끔 미치도록 네가 안고 싶어질 때가 있어
너 같은 사람은 너 밖에 없었어
마음 둘 곳이라곤 없는 이 세상 속에

가을방학의 구성을 처음 봤을 때는 일본의 부부 듀오인 르 커플(Le Couple)이나 마이 리틀 러버(My Little Lover), 혹은 키로로(Kiroro)같은 음악을 떠올렸다. 담백한 앨범 커버와 아련한 가사, 요새 한 광고의 말마따나 아이들도 이름을 알 수 있는 정직한 재료만 넣은 한식 요리같은 노래. 뺄 수 있는 힘은 다 빼고 서정성은 최대한으로 밀집시켜 놓은 그런 음악. '드디어 현대판 정태춘과 박은옥이 나왔구나!'하는 생각에 가슴 설레는 마음으로 그들의 1집을 들었다.

계피의 목소리는 2005년, 홍대 길거리에 첫 발을 내딛던 어느 여름날에 만날 수 있었다. 당시 브로콜리 너마저의 기타리스트로 '봄이 오면'과 '꾸꾸꾸'를 열창하여 나를 브로콜리 너마저의 홈페이지에서 데모곡을 찾아듣게 만들던 그녀였다. 기타리스트치곤 너무 고운 음색을 가진 그녀였다. 용감한 형제들의 신보라같은 존재였다. (신보라에게 '아니, 왜 가수가 개그맨을 하고 있지?' 라는 말이 나온다면 당시의 계피에겐 '아니, 보컬이 왜 기타를  치고 있지?' 라는 말이 나왔을 것이다.)

그 후 브로콜리 너마저에서 독립한 계피는 그녀를 줄곧 지켜보던 줄리아 하트의 정바비와 참 좋은 그룹을 만들었다. 정말 좋은 시기에 정말 좋은 프로듀서(정바비)와 정말 좋은 보컬(계피)가 만나니 정말 좋은 음악이 나올 수 밖에 없었다. 이것이 바로 정바비식 슴슴함에 계피식 알싸함이던가. 마음 둘 곳이라곤 없는 이 세상 속에, 귀를 둘 음악이 있다는 것. 이 얼마나 다행인 일인가. 

● 한 줄 요약 : 히트곡 제목은 어떻게 지어야 하는지 가르쳐주는 곡.
● 감상 포인트 : 전곡 가사가 그 자체로 이미 각각 한 편의 시.


오늘은 최근 음악계의 가장 트렌디한 흐름이자 여름의 해변과 크루즈 여행에 가장 최적화된 장르, 칠웨이브(Chillwave)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그럼 우선 칠웨이브라는 말의 사전적 정의부터 알아보도록 하지요. 만인의 백과 사전 위키피디아의 친절한 설명을 곁들여보도록 합니다. Pls read below.

Chillwave, sometimes also referred to as Glo-Fi,[1] is a genre of music where artist are often characterized by their heavy use of effects processing, synthesizers, looping, sampling, and heavily filtered vocals with simple melodic lines.

칠웨이브는 다른 이름으로는 글로-파이라고 불리운다. 이는 이펙트 프로세싱, 신디사이저, 루핑, 샘플링을 많은 부분 사용하며 헤비하게 필터링이 들어간 보컬과 심플한 멜로디 라인이 주를 이루는 음악을  일컫는다.

The genre combines the larger 2000s trends towards 80s retro music and (in indie music) use of ambient sound, with modern pop. See also:
Electropop, post-punk revival, Psych-folk Dream pop, Nu Gaze, Witch house

이 장르는 80년대 레트로 인디 음악과 앰비언트 사운드, 모던 팝이 2000년대의 트렌드와 결합한 음악이라 볼 수 있다. 이는 일렉트로 팝, 포스트-펑크 리바이벌, 싸이키-포크, 드림 팝, 누 게이즈, 위치 하우스와 그 궤를 같이 한다.

위 소개글에서 핵심은 '80년대 레트로 인디 뮤직과 앰비언트 사운드, 모던 팝과 현대 음악의 믹스 형태'라는 구절에 있네요. 사이키델릭 록, 드림 팝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으며 다른 이름으로는 글로 파이라고도 불리운답니다. 몽롱한 사운드 속에 발음이 잘 들리지 않을 정도로 꽉 찬 필터링을 가미한 보컬, 그리고 심플한 멜로디 라인이 먹먹한 조화를 이루는 게 특징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Chill과 Wave라는 단어 조합부터 평화로운 크루즈 여행이나 해변가의 낮잠, 이런 키워드들이 떠오르지 않나요?

이 외 2000년대 미국, 힙스터 런오프라는 음악 블로그에서 처음 사용한 이름이라는 설명도 나와있으나, 자세한 이야기는 생략하겠습니다. 궁금하신 분들은 다음 링크를 클릭해보세요. http://en.wikipedia.org/wiki/Chillwave 

그렇다면 주요 칠웨이브 뮤지션은 누가누가 있을까요? 아래 신보들과 함께 찬찬히 살펴보도록 합시다.


칠웨이브계의 빅 띵, Washed Out - You And I

칠웨이브하면 워시드 아웃, 워시드 아웃하면 칠웨이브! 워시드 아웃(Washed Out)의 정식 데뷔 앨범이 7월 12일자로 발매되었습니다. [High Times] (2009), [Life of Leisure] (2010) 등의 EP가 모두 온라인 상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었고, 'Belong'은 키츠네 컴필레이션 1번 트랙으로 실리기도 했지요. 결국 탄탄대로를 밟아 서브 팝(Sub Pop) 레코드와 정식 계약을 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웹서핑 도중 그가 문헌정보학을 전공한 취업준비생이었다던 일화를 읽은 기억이 나네요. 역시 사람이 갈 길은 따로 정해져 있나 봅니다.
[Within or Without]은 워시드 아웃의 지난 2년이 총망라된 앨범으로, 기찬 앨범 커버만큼 완성도 높은 트랙들이 집대성된 데뷔 앨범아닌 데뷔 앨범입니다. 대표곡은 선공개된 'Eyes Be Closed' 인듯 하지만 밴드 체어리프트(Chairlift)의 보컬이 참여한 이 곡을 그냥 흘려듣기 아까워 올려봅니다. 이런 나레이션은 워시드 아웃에겐 첫 시도인 듯 한데요, 여러모로 도발적이네요.

차근차근 실력을 쌓아온 칠웨이브계의 얼리 빅 파더, Neon Indian - Polish Girl

[Pyschic Chasms] (2009)에 수록된 'Deadbeat Summer'로 큰 인기를 얻고 거장 밴드 플래밍 립스(The Flaming Lips)와 스페셜 앨범을 발매하기도 했던 네온 인디안(Neon Indian)이 올 9월 13일 신작을 발매한다고 하네요. 그를 알기 전, 모 음악 블로그에서 이의 다른 프로젝트인 베가(Vega)의 음악을 먼저 듣고 한 동안 빠져있던 기억이 나네요. 워시드 아웃이 프로젝트 하나를 제대로 터트려서 고속 승진한 김 과장이라면, 이 밴드 저 밴드를 거쳐 성장한 네온 인디안은 경력을 쌓아 정석 승진한 이 부장 정도 되려나요.
앨범 발매에 앞서 최근 선공개한 'Fallout'에 이은 새 트랙을 선보였네요. 전작의 인기만큼 뜨거운 반응을 터트려주기를 기대해봅니다.


프랑스와는 상관없는 스웨디시 포스트 웨이브 듀오, Air France - It Feels Good Arounds You

프랑스 항공명 Air France와는 전혀 상관없는, 스웨디시 포스트 웨이브 그룹 에어 프랑스(Air France)의 신곡이네요. 제 기억이 맞다면 2008년 이후 거진 3년만의 신보인 듯 한데요. 이전의 'NY Excuse'같은 곡보다 좀 더 멜로디컬해진 느낌입니다. 칠웨이브 새 앨범이니 신보니 엄청나게 쏟아지고 있는만큼, 에어 프랑스도 엉덩이가 근질근질했을 겁니다!


차세대 칠웨이브 여신, Class Actress - Keep You

칠웨이브계에도 드디어 여신이 등장했습니다! 토로 이 므아(Toro Y Moi)가 소속된 카팍 레코드(Carpark Records)의 여성 싱어 송 라이터 클래스 액트리스(Class Actress)가 그 주인공인데요. (실제 배우는 아니랍니다.)
'Keep You'는 10월 16일 발매될 데뷔 앨범 [Rapperocher]에 수록된 곡으로, 아마 그녀에겐 인생의 넘버가 되지 않을까 싶을 정도의 큰 여운을 주는 곡입니다. 도입부부터 공명을 잔뜩 먹인 신스 멜로디가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데요, 어서 앨범 전곡을 들어보고 싶은 마음 뿐입니다.


초자연적 사운드 스케이프의 신, M83 - Midnight City

칠웨이브라고 잘라 말하긴 참 뭐해서 이 글의 성향과는 맞지 않는 것 같은, 허나 이젠 그 이름 자체가 장르가 되어버린 M83의 빅 트랙입니다. (굳이 장르를 분류하자면 Nu-Gaze에 가깝겠지만, 곡이 좋으므로 관대한 마음으로 이해해주세요.) 전작 [Saturday=Youth]에서 강렬한 훅을 날렸던 'Kim & Jessie'의 초자연 버전인 듯도 싶습니다. 초반 앨범에는 슈게이징, 포스트 록의 느낌이 컸다면 이제 네오 사이키델릭, 뉴 게이즈, 로파이, 칠웨이브, 일렉트로닉 팝, 인디 록까지 그간 축척해온 에너지를 탈탈 털어 날아오르는 불사조의 거대한 비행을 지켜보는 느낌입니다. 후반부에서 작렬하는 색소폰 솔로는 꼭 들어보시길 바랍니다. 전율 그 이상일테니까요.

여기까지 칠웨이브 아닌 칠웨이브 거성들의 신보를 살펴보았습니다. 국내 내한 공연을 갖기도 했던 86년생의 혼혈 청년 토로 이 므아(Toro Y Moi), 이름대로 테이프 사운드의 묘미를 제대로 들려주는 메모리 테입스(Memory Tapes), 칠웨이브의 정석 블랙버드 블랙버드(Blackbird Blackbird), 레이블 고스틀리(Ghostly)의 앱스트랙트 뮤지션 컴 트루이즈(Com Truise), 이 외 웹서핑을 통해 알게 된 초인디 뮤지션까지 너무 많은 음악들을 다 소개하지 못해 아쉽습니다. 

하지만 이 나라 좋은 게 뭐던가요. 익스플로러 창 하나만 띄워도 지구 반대편 해외 뮤지션 알기는 식은 죽 먹기인 인터넷 강국아니겠습니까. 칠웨이브 특집이랍시고 얕은 식견으로 써내려간 이 글이, 이 장르를 처음 접하는 분들에게 부디 좋은 참고 자료가 되길 바라며 글을 마칩니다. 다음에 또 만나요.



2010.7.26

Artist : Cassette Schwarzenegger (카세트 슈왈제네거)
Title : Play

Track List
01 / Play
02 / Play (StardonE Remix)
 
언제부터였을까. 일렉트로니카(Electronica)라 불리우는, 클럽 중심의 음악이 메이저 시장의 팝과 전혀 다른 집합으로 구분 '당하기' 시작한 건. 이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었지만 그 중 하나에는 악곡 자체가 가창이 되느냐 그렇지 않느냐에도 있었다. 굳이 밤을 즐기지 않는 이들에게 클럽 음악의 의미는 따라 부를 수 없는 노래, 똑같은 비트가 반복되어 오래 듣기 힘든 노래 등으로 인식되었다. '가사가 없는 노래는 잘 안듣게 돼'라는 안타까운 편견은 아마 이 때부터 시작되었을 것 같다.

한 편, 이 와중에도 DJ 부스의 높은(?) 담을 넘어 대중의 사랑을 받는 클럽 음악은 분명 있었다. 다프트 펑크(Daft Punk)의 'Something About Us', 일렉트로 하우스(Electro House) 프로듀서 에릭 프뢰즈(Eric Prydz)의 'Call On Me'. 최근에는 크루커즈(Crookers)의 'Day N Night'이나 데이빗 게타(David Guetta)의 'Sexy Bitch'까지. 이들의 공통점은 단 하나, 이러한 제목 나열이 매력없게 느껴질 정도로 곡 자체의 존재감이 강했다는 것. 그리고 오히려 정통 클럽 음악이라기 보다는 클럽풍 팝에 가까웠다는 것이었다.

카세트 슈왈제네거(Cassette Schwarzenegger). 이 정체도 국적도 알 수 없는, 아직 공개된 사진 하나 없는 그룹(이라고 추측해본다.)이 'Play'라는 정직한 제목의 싱글을 들고 나왔다. 수록곡은 타이틀곡인 '플레이(Play)'와 스타던(StardonE)이라는 역시나 정체불명 프로듀서의 리믹스곡, 단 둘이다. 도입부는 'Heart beating jumping sweating shaking dancing playing'라는 캐치한 압운을 지닌 가사로 나열된다. 'Buy it, use it, break it, fix it, Trash it, change it, melt - upgrade it'이라며 현대 문명의 기계화된 프로세스를 설파했던 'Technologic'가 생각나는 대목이다. 하지만 이들의 메세지는 좀 더 쉽다. 심장이 뛰고 점프를 하고 춤추고 논다. 흔든다. 환호한다. 쉽다. 즐겁다. 그리고 명징하다.

이제 막 데뷔 싱글을 발표한 카세트 슈왈제네거에게 첫 싱글 'Play'는 매끈한 디스코 댄스 곡의 탄생이라는 계기를 만들었다. 이 경쾌한 시작을 리스너의 한 명으로 지켜볼 수 있게 되어 참 즐겁다. 음악을 찾아듣는 사람들이 갖기 쉬운 '남들이 듣는 음악은 듣기 싫다'는 고집어린 허영심. 애석하지만 조만간 깨질 것 같다. 안타깝고도 즐거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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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myspace.com/cassetteschwarzenegger


+ 'Play'의 리믹서로 참여한 프로듀서 스타던(StardonE)의 '1979' 리믹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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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myspace.com/stardonemusic


노 리플라이는 특유의 정직한 음악적 문법만큼 모범적 행보를 보여주고 있는 모던 팝록 듀오다. 조규찬, 스윗 소로우 등을 배출한 <유재하 음악 경연대회>에서의 은상 수상을 시작으로 2008년, 싸이월드에서 <고백 하는 날>이라는 싱글이 온라인 상으로 히트하며 이름을 알렸다. 이듬해에는 타루(Taru)와 부른 '조금씩, 천천히, 너에게'가 히트했고, 같은 해 6월 발매된 첫 정규 앨범 <Road>로 신인의 고치를 벗었다. 더워지기 시작하는 초여름. 오랜 시간동안 비상을 기다려왔던 두 마리 나비의 날갯짓은 초보의 것이라고 하기엔 어려운 어떤 류의 애잔함을 담고 있었다. 그것은 이십대를 지나는 두 청년이 다는 답없는 세상을 향한 장문의 리플이었다.

첫 앨범 <Road>는 총 11곡이다. 욕심도 과장도 없는 숫자다. 영롱한 피아노 소리로 시작되는 첫 트랙 '끝나지 않은 노래'는 야구로 치자면 직구, 전투로 치자면 선제공격이다. 부제를 '이게 바로 노 리플라이다'라고 해도 무리가 없을 만큼 그들의 색깔이 짙은 농도로 함축된 이 곡은 후렴구에 가서 망설임없이 치솟는 분수처럼 고음역대로 솟아오른다. 이러한 문법은 후에 'World'와 'Road'에도 쓰인다. 

첫 트랙보단 한 박자 힘을 뺀 박력으로 여정을 이어가는 '시야'에 이어 앨범의 타이틀곡인 '그대 걷던 길'은 잠시 쉼표를 찍으며 스스로를 담담히 위로한다. 'World'는 CCM 곡에서 들을 법한 구성과 멜로디, 박력있는 코러스 떼창이 인상적인 곡으로 청량감을 더한다. '뒤돌아보다'는 '그대 걷던 길'과 마찬가지로 차분한 발라드 곡으로 여린 감수성을 노래하며 'Fantasy Train'과 원맨 밴드 나루(Naru)와 함께한 록 넘버 'Violet Suit'은 앞서 이어져온 문법과는 다소 이질적인 느낌을 주지만 한 편으로는 노 리플라이가 앞으로 보여줄 행보를 예상하게 해준다.

'흐릿해져'는 도입부의 멜로디가 한 번에 귀를 잡아끄는데 앨범에서 가장 가요팬들에게 인기를 끌만한 곡이다. 이어지는 보사노바 풍의 '오래전 그 멜로디'는 동 레이블의 싱어 송 라이터 오지은의 여린 목소리가 삼삼한 조화를 이루고 'Road'는 앨범 타이틀과 동명의 트랙으로 전 트랙의 메세지을 개운하게 대변한다. 마지막 곡 '바람의 어둡고'로 트랙마다 이어져온 강약의 펀치는 부드럽게 마무리된다.

두 멤버는 얼마 전 한 인터뷰에서 '노 리플라이'라는 어감에서 느껴지는 무채색의 느낌이 좋아 팀명으로 지었다고 말했지만, 적어도 이 앨범의 전 트랙은 어떤 곡을 타이틀로 해도 무방할 정도로 각각 곡의 색이 분명하다. 심지어 발라드 곡에서마저 박력이 느껴질 정도다. 그래서 곡에 붙일 코멘트가 별로 없다. 뮤지션이 리스너가 할 말까지 대신하고 있다. 그들 스스로가 어디를 어떻게 걸어가고 있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더 정확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Road>는 부서지기 쉬운 청춘들에게 주는 힌트를 알알이 꿴 목걸이다. 알마다 담은 말들이 무거워 목이 뻐근해져도 왠지 마음만은 가볍다. 종교를 갖는 것의 목적이 교화라면, 음악을 듣는 목적은 위로와 공감일 것이다. 노 리플라이는 그것에서 더 나아가 하나의 거대한 메시지을 건넨다. 그것이 노 리플라이식 질문의 방법이고 답변의 윤리다. 청춘이 가야하는, 사랑이 가야하는, 삶이 가야하는. 온갖 길들에 대한 질문들이 사그러질 때까지 그들의 명징한 리플은 계속될 것이다. 후에 그 질문들이 다른 것으로 대체된다고 해도.

지금 세계는 소셜 네트워크 열풍에 휩싸여 있다. 페이스북(Facebook), 트위터(Twitter), 각종 블로그와 포털 사이트의 발달, 스마트 폰 보급 등을 이유로 정보 공유의 패러다임이 완전히 뒤집힌 오늘날. 디지털 소비재의 빠른 보급은 우리의 생활 패턴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휴대폰 하나만 있으면 지하철 안에서 이메일을 쓰거나, 길거리를 돌아다니며 지구 반대편에 사는 사람이 몇 초전에 업데이트된 동영상을 감상하는 일이 가능해졌다. 어릴 적 상상화 안에서만 접하던 일이 하나 둘씩 현실화 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 들어 유럽, 영미권 중심의 언더그라운드 댄스 뮤직신에서는 음악 블로그의 레이블화가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 블로깅이 단지 새로운 음악을 공유하고 감상을 적는 것에서 나아가, 매체 못지 않는 평론과 에이전시 못지 않은 홍보의 역할을 동시적으로 수행해내게 된 것이다. 바야흐로 컴퓨터 하나만 가지고도 레이블을 운영할 수 있는 시대가 온 것. 이러한 방식으로 뮤직 비지니스의 영역이 확장된 배경에는 무엇보다도 위에 언급한 네트워크 방법론의 저변 확장이 가장 큰 역할을 하지 않았나 싶다. 시대가 빠른 속도로 변해감에 따라 작품으로서, 때로는 소비재로서 음악의 담론 또한 자꾸만 변해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언더그라운드 댄스 뮤직 신에서 이러한 웹의 이점을 잘 활용한 사례를 꼽자면 프랑스 거점의 누 디스코/프렌치 하우스 계열의 크루 발레리 콜렉티브(Valerie Collective)의 경우를 이야기 하고 싶다. 이들은 각각 로컬 아티스트 간의 국적과 에이전시가 다양함에도 불구하고 웹상을 통해 리믹스 등의 코워킹부터 컴필레이션 앨범 제작까지 해냈다. 그들이 프랑스든 영국이든 어디서 비밀 만남을 가졌을 지언정, 이는 분명 먼 친척보다 가까운 이웃이 낫다는 속담이 빈 말이 아니라는 것을 입증한다.

꼭 발레리 콜렉티브만 아니더라도 레이블의 탄생에는 수많은 비화가 있지만, 음악 블로그의 이점을 모범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레이블이라면 바이너리 엔터테인먼트(Binary Entertainment)를 빼놓기가 힘들 것 같다. 두 명의 파운더 조시 레그(Josh Legg), 카일 피터슨(Kyle Petersen)을 주축으로 탄생한 댄스 음악 레이블 바이너리(Binary). 그들 스스로가 뉴 오더(New Order), 디페시 모드(Depeche Mode)와 펫 숍 보이즈(Pet Shop Boys) 등 80년대를 주름잡은 신스 팝 밴드들에게 많은 부분을 영향받았다고 이야기 하는 만큼, 이들 또한 동류의 레이블들과 마찬가지로 댄스 뮤직의 재해석, 재창조를 뜻으로 순수하게 뭉쳤다.

바이너리의 음악 블로그(http://wearebinary.com/blog/)는 '앨범 아트웍과 꽃미녀 사진+음악+글이라는 뮤직 포스팅의 삼원칙을 꾸준히 이어오며, '좋은 노래라면 꼭 우리 회사 노래가 아니어도 괜찮아'라는 홍익인간 정신으로 리스너들에게 웰메이드 트랙을 접할 수 있는 가이드 라인을 꾸준히 제공해오고 있다. 블로그가 먼저였는지 레이블 설립이 먼저였는지는 확인이 불가능하나, 이는 닭이 먼전지 알이 먼전지 가리는 것처럼 큰 의미가 없을 것 같다. 이렇게 짧은 역사를 지닌 레이블도 신에서 은은한 주목을 받는다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과거의 음악을 답습이 아닌 재창조로 이끌어내려는 아티스트와 프로듀서들의 움직임이 그만큼 열정적으로 이어져왔다는 의미일 것이다. 

바이너리의 로컬 아티스트로는 앞서 언급한 발레리 콜렉티브(Valerie Collective)와 자주 엮이는 듯한 킨하우스(Keenhouse)를 포함해 Alfa, Fabian, Short Circuit, The Kids Are Radioactive, Nightwaves, LexiCondon 등이 있다. 바이너리는 차분하고 묵묵하게 자신들의 존재감을 키워가고 있다.

여기서 더하고 싶은 일화가 하나 있다. 아주 먼 옛날, 한 나라의 국가 정책 일환으로 대형 성당을 짓기 위한 대규모의 프로젝트가 실행되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대다수의 일꾼들이 건물의 완성을 보지 못한 채 눈을 감았다. 성당의 규모가 개개인의 인생을 삼켜버릴 정도로 컸던 것이다. 그 목수들은 인생을 통째로 나라의 횡포에 빼앗긴 제도의 희생양이었을지는 모를지언정, 그들의 끈기과 인내는 시간 투자와 공력의 중요성을 체득하기 힘든 오늘날의 우리에게 새삼스러운 교훈을 준다.

요즘 그 목수의 후손들은 망치를 드는 대신 컴퓨터의 전원을 켠다. 음악가들은 지금도 누군가의 아이팟에서, 혹은 한적한 소규모 클럽에서 재생될 한 곡의 소중한 트랙을 위해 작고한 수많은 목수들의 정신적 고통을 답습하고 있을 터다. 인생을 바꿔버릴 정도로 가슴 안에 강력한 불을 지필 마스터피스를 위해, 이름모를 목수들이 미지의 세상을 향한 한 걸음 한 걸음을 내딛는다. 오늘 밤에도 누군가들의 귓 속에 지어질 청각의 성당. 수천명의 인생이 백 할씩 바쳐져도 완성이 될지 안 될지 알 수 없는, 미지의 성당을 위해 말이다. [20100329]

세월이 변하면 음악도 변한다. 그룹 '롤러코스터'의 수장으로 오랜 시간 활동해온 송 라이터이자 프로듀서 지누의 필명 히치하이커(hitchhiker). 롤러코스터의 무기한 활동 중지 이후 그의 컴백은 '롤러코스터'도 '조원선'도 아닌, 놀랍게도 브라운 아이드 걸스의 'Abracadabra'였다. 그는 특유의 세련미 넘치는 작곡 능력이 아이돌 위주의 가요계에도 통한다는 공식을, 이 한 곡으로 명백하게 증명해냈다. 이는 2NE1의 히트곡 'I Don't Care' 리믹스 스페셜 무대와 최근 소녀시대의 후속곡으로 예상되는 'Show! Show! Show!'에서도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롤러코스터 결성 전후든 최근의 곡들이든 모두 본연의 터치감을 잃지 않는 점. 여기서 나아가 애시드 팝, 모던 록과 클럽 뮤직, 대중 가요의 낮지 않은 벽을 자유로이 넘나드는 손길이 감탄스럽다. 이제 몇 곡의 히트곡 레퍼토리만 더 추가된다면, 그의 이름 자체가 리스너 세대 분리의 기준점이 될지도 모른다. 롤러코스터를 기억하는 이모와, 히치하이커에 익숙한 조카라. 생각만해도 재미있지 않은가.

펼쳐놓고 보니 정말 다양한 '히치하이커 aka 지누'의 레퍼토리들.


 지누 - 엉뚱한 상상


롤러코스터 - 내게로 와


롤러코스터 - 숨길 수 없어요


Brown Eyed Girls - Abracadabra


Brown Eyed Grils - hitchhiker translates 어쩌다 (hitchhiker(Jinu) Dynamic Mix)



2NE1 - I Don't Care (Remix)


소녀시대 - Show! Show! Sh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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