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신인 아이돌 그룹 중 눈에 띄는 팀은 SM의 샤이니, JYP의 2AM과 2PM, 엠넷미디어의 다비치 등으로 비교적 쉽게 요약된다. 이 중 일명 '컨템퍼러리 밴드'('Comtemporary'라는 단어는 동시대의 트렌드를 이끌고 해답을 제시하겠다는 이들의 포부가 담겨있다고 기획사와 측은 설명한다)라는 이름을 들고 나온 샤이니(SHINee : '빛'을 의미하는 'shine'라는 어미에 '더블e'가 붙어 '빛을 받는 아이들'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고 기획사 측은 설명한다)는 올해 가장 활발한 활동을 한 보이 밴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들이 지난 24일 선공개한 신곡 '아.미.고.'(Amigo:스페인어로 친구, 여기서는 '아름다운 미녀를 좋아하면 고생한다'라는 중의적 의미를 담고 있다고 기획사 측은 설명한다)는 샤이니, 나아가 아이돌계의 삼성(?)이라고 불리우는 SM 엔터테인먼트의 향후 기획 방향을 여실히 보여주는 곡이다. 최근 미국 진출을 선언한 보아의 'Eat You Up'과 음악 스타일면에서만 보자면 비슷한 맥락이다.

지난 5월말, 샤이니가 '누난 너무 예뻐'라는 곡을 들고 나왔을 때 나는 사실 의아했다. 실로 '지금 현재' 세계 음악 시장은 파워풀한 클럽 댄스튠이 영향력이 (때론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큰 게 분명한데, 도대체 왜 팝알앤비일까? 힙합 계의 큰 형님 카니예 웨스트(Kanye West)도 다프트 펑크(Daft Punk)의 지원 사격을 받고 있는 마당에, 컨템퍼러리 밴드라면 적어도 지글거리되 불필요하지 않은 전자음 하나는 심어주어야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팀의 방향과 실로 '유럽 언더그라운드 일렉트로니카풍의 패션'을 도입했다는 디자이너 하상백의 컨템퍼러리한 의상에 비해 들고 나온 곡이 너무 말랑하다는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곡 자체의 등장 시기는 적절했고, 타겟층도 너무 눈에 보인다 싶을 정도로 분명하다고 할 수 있었지만 말이다.

이후 '누난 너무 예뻐'에 이어 등장한 곡은 마치 파워레인저 형, 누나들의 패션에서 영감을 받은 듯한 패션이 돋보이던 '산소 같은 너'였다. '7~80년대 마이클 잭슨의 음악을 연상시키는 펑키한 디스코 풍의 음악'이라고 기획사측이 설명한 이 곡은 1집 앨범 타이틀곡으로 좀 더 '컨템퍼러리 밴드'라는 이들의 방향성에 가까이 근접한다. 이곡을 타이틀곡으로 내세운 1집 정규 앨범에서, '산소 같은 너'를 제외한 나머지 곡들이 대체로 장롱에 넣어두었다가 급히 먼지를 털고 꺼내놓은 느낌이 컸지만 말이다.

지나간 알앤비, 70년대 풍의 펑키한 디스코 음악까진 다 좋았다. 하지만 그 다음으로 샤이니가 들고 나올 타이틀곡에는 분명히 묵언적으로 요구되는 게 있었다. 이를테면, '너희들이 정말 컨템퍼러리 밴드라면 이젠 진짜 동시대의 음악을 들고 나오란 말이야!' 하는 것 말이다. 물론 지글지글한 음악을 들고 나와야지 지금 현재의 음악이라는 건 아니지만, 신곡 '아.미.고'는 전세계 팝시장의 마이다스 손으로 불리우는 팀발랜드나 넵튠스같은 귀신같이 잘 짜여진 클럽풍 음악을 만들어내는 프로듀서들의 영향이 상당 부분 묻어나있다. 말하자면 그간 샤이니의 음악 중 가장 2008년 다운 곡이란 말이다. 일단 노래 전체를 아우르는 지글거리는 효과음과 뚜렷한 훅부터가 '아, SM이 이제서야 원의도의 샤이니를 보여주려나보다'하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이에 '아.미.고'를 굳이 메인 디쉬라고 하지 않아도 '누난 너무 예뻐'와 '산소 같은 너'는 자동적으로 애피타이저가 된다.

콜드 하트 샤이니, 콜드 아이스 샤이니

그럼 이제 곡 자체를 가지고 얘기해보자. 곡은 처음을 알리는 신호조차없이 시작되는 'Cold Heart Baby, Cold Ice Baby'라는 랩핑을 뒷받침하는 건 가장 최소의 비트와 훅이다. 허나 이후 '야,야,야/만났다/반했다/그녀에게 반했다'까지 듣고 나면 '아!'하고 무릎이 탁 쳐진다. 정확히 3번 루핑된 '야,야,야'는 분명 클럽 DJ가 클럽에서 CDJ(DJ가 사용하는 CD 플레이어 쯤으로 해둡시다)에 CD를 넣고 루프버튼을 눌렀을 때 나는, 이젠 익숙하다못해 조금은 뻔해져버린, 그 소리니까 말이다. 물론 리드보컬 종현이 '사랑해줄 멋진 남'이라고 본인의 나이 답지 않은 풍부한 성량을 자랑하듯 길게 바이브레이션을 뽑는 부분과, 곡의 제목인 '아미고'를 반복해서 외치는 후렴구에선 편곡자 유영진의 H.O.T부터 10년 이상 지속되온 'SM표 댄스 음악' (최근에 알게 된 사실인데 아예 기획사에서는 'SM Performance'의 약자 'SMP'라는 이름으로 SM 가수들의 음악 스타일을 정의해버렸다.) 스타일이 곡의 완성미를 해쳤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강하게 느껴진다. 허나 이러한 종현의 외침 뒤에는 '우리 이번에는 작정하고 클럽 댄스풍 음악을 들고 나왔다. 이 곡이야말로 샤이니가 말하고자하는 진짜 컨템퍼러리한 노래야!'라는 말이 생략되어있다고 이야기하는 것에 분명 무리수는 없을 것이다.

다소 지저분하다 싶을 정도로 지속되는 노이즈와 방송에서 편집될 것을 의식한건지, 곡의 농도에 비해 비교적 짧게 느껴지는 러닝 타임이 아쉬움으로 남는 걸 빼면 '아.미.고'는 그럭저럭 괜찮은 클럽 댄스풍의 대중 음악이다. '아미고'라는 동타이틀의 가사가 반복되면서, '누난 너무 예뻐'나 '산소 같은 너'보다 입에 감기는 느낌이 오히려 더 짙어졌다. '따라부르는 곡'이라는 면에서 전자보다 대중을 더 의식했다는 의미다. 물론 클럽에 갈 나이조차 되지 않은 10대 소년들의 지나치게 성숙한 가사가 아쉽긴 하지만 역으로 이는 '누난 너무 예뻐'보다 더욱 직설적으로 '누나'들에게 소구한다. 

지난 27일, 인기가요 의 첫방송은 이들이 데뷔 5개월차 신인이라고는 조금은 믿기 어려운 농익은 무대였다고 할 만 했다. 리노 나카소네의 공중을 향해 거침없이, 그러나 세련되게 내지르는 안무가 아닌 듯 하여 다소 아쉬웠지만 말이다. 정규 1집을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리패키지 앨범의 타이틀곡으로 등장한 '아.미.고'는 시기면에서, 그리고 음악적 스타일면에서 샤이니가 꺼내는 2008년 신인상을 향한 직설적인 통첩이자, 이들에겐 운명의 수레바퀴같은 곡이다. 이를  전진의 방향으로 끌고 가는 것은 오직 샤이니 본인들, 나아가 SM엔터테인먼트의 몫으로 남을 것이다. [마지막 수정:10/28]

   


[M/V] SHINee - 누난 너무 예뻐 (Replay)

대한민국에서 90년대 말에 학창시절을 보낸 70~80년대생이라면 교복입을 시절에 한 팀 이상의 아이돌 그룹에 눈독을 들였을 가능성이 높다. 좋은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매스 미디어가 국민의 생활 자체에 적지 않은 영향력을 끼치는 대한민국이니까 말이다. 나 또한 TV 속 아이돌에 흥분하던 철부지 중학생이었다.

요즘 그 후로 유럽 인디록이다, 일렉트로다, 장르 구분에 빠져 정신줄을 놓았지만 최근부터는 나도 모르게 양가적 노선을 타게 되었다. 마이스페이스에서 재생수 100이 넘지 않는 해외의 베드룸 뮤지션과 TV에 틀기만 하면 나올 정도로 접근성이 높은 국내 아이돌에 대해 동급의 관심을 갖게 되었다는 말이다. (물론 그 관심엔 교복 입던 시절에 대한 향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이렇듯 아이돌에 대한 내 개인적 관심의 최대 방점은 데뷔 4개월의 병아리 신인, 샤이니가 찍었다고 말하고 싶다. 나는 얼마 전의 포스팅에서 SM 엔터테인먼트의 신인 그룹 샤이니의 이야기를 한 적 있는데, 어제 이들이 케이블 방송 Mnet의 가요 순위 프로그램 Mnet Countdown에서 1위를 차지했다. 결론만 듣고보면 누군가는 일개 케이블 방송의 순위 놀음이라고 누군가는 폄하할 수도 있겠으나, 서럽게 울며 트로피를 치켜들던 어린 소년들을 보자 또 여러 가지 생각이 들어 몇 자 적게 되었다.

지난 번 샤이니에 대한 글에서 '컨템퍼러리' 그룹인데 지나치게 음악은 과거형이라는 말을 한 적이 있는데, 이들이 '컨템퍼러리 R&B 보이 밴드'라고 하면 또 얘기가 달라진다는 생각이 최근, 아주 뒤늦게 들었다. 지나친 말장난일수도 있는데, 이것은 아무래도 '컨템퍼러리=일렉트로 컬처'라는 내 머릿 속의 주관적인 도식 탓이 컸다. 개인적으로라는 말을 참 싫어하지만 '개인적으로' 잘 듣지 않는 두 가지 장르는 R&B와 트랜스인데, 세계 대중 음악계에서 리듬 앤 블루스의 힘은 매우 막강하며 그것이 우리 나라 대중 가요에 미치는 파급 효과 또한 굉장히 크다는 사실을, 나는 위 글에서 살짝 배제한 듯 싶다. (이는 우리 나라에서 R&B의 입지에 대한 호불호를 가리는 게 아니라 SG워너비, 씨야 등 가요계 상위 차트에서 대중 가수들이 들고 나오는 장르의 카테고리에 대한 얘기다.)

(삼천포)
여기서 한 가지 재미있는 얘기를 하자면 알만한 R&B 싱어들의 외도인데, 간단히 서양에선 존 레전드. 동양에선 MISIA를 놓고 보자. 아트풀 도저(Artful Doger)류의 투스텝 개러지를 연상시키는 John Legend의 8월 발매 싱글 'Green Light'(feat.Andre 3000)은 전작 <Once Again>이 보여준 소울 충만한 넘버에서 상당 부분 벗어나 있다. 이 곡을 듣는 순간 '아, 이러다 아민 반 뷰렌이나 데이비드 게타의 객원 싱어로 나서는 건 아닐까?'하는 생각도 들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이미 MSTRKRFT가 선수를 쳐서 이 곡을 키츠네 컴필레이션에 실릴 법한 일렉트로 넘버로 변신시켜 놓았다. 또한 다음 주 26일 국내에 첫 내한하는 일본 소울 싱어 MISIA 또한 'Catch the Rainbow'라는 클럽 비트의 곡을 선보이며 변신을 꾀했다. 170만장의 판매고를 올린 베스트 싱글 'Everything' 이후 작은 체구에서 뿜어져나오는 거라고 믿기 어려운 풍만한 보컬로 일본 열도를 감싸안던 그녀가, 하우스 비트라니! 리스너들의 의견이 이리저리 엇갈리고 있으나 이런들 어떠고 저런들 어떠하랴. R&B를 뚝심있게 고집해오던 그녀인 탓에 우리 입장에선 당장은 어색할 수도 있겠지만, 이대로 계속 발전해서 OM Records 뺨치는 소울풀 하우스를 들고 나온다면 그 때도 야유를 보낼텐가! 싶을 정도로 나쁘지 않는 소화력을 보여준다. (역시 기본이 탄탄하고 봐야하는가)
(삼천포 끝)

다시 '컨템퍼러리 보이 밴드' 샤이니로 돌아와보자.

보통 '아이돌=통속 문화=저급 문화'라는 의견을 가진 이들은 '아이돌은 라이브보고 정 떨어진다' 더 심하게 얘기하면, '아이돌은 입 뻥긋거리는 참새들일 뿐이다'라고 말한다. 그러나 샤이니의 경우는 이런 부분에서 많이 빗겨나 있다고 볼 수 있다.

일단 샤이니는 보컬과 비보컬 라인이 유난히 뚜렷하다. 조금 지독하게 말하자면, 애초에 비보컬에 대한 보컬 능력의 기대치 자체를 불식시켜버렸을 수도 있다. 실로 민호와 태민에게 일정 수준의 보컬을 기대하는 건 무리다. TRF의 샘과 SPEED의 히토에, 다카코에게 우타다 히카루의 발성을 기대할 수는 없지 않은가. 어떻게 보면 이렇게 뚜렷한 파트의 구분은 아이돌이라는 말많고 탈많은 퍼즐의 제 자리를 맞추는데 상당 부분 도움이 된 건 아닐까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들에게는 정 떨어질만큼 뚜렷한 기계적 분업화가 아닌, 아이돌다운 '유드리'가 있다는 것이다.

아이돌의 메카인 일본, 그 중 아이돌의 파트 분업화가 가장 잘 된 여성 그룹 SPEED의 경우를 들어보자. (그 전에도 MAX, 슈퍼 몽키즈 등 다양한 시도를 보여주었던 그룹들이 있으나 '너무 먼 과거이므로' 생략하기로 한다.) 일단 4명의 멤버에서 파트를 나누자면 보컬은 2명, 댄서는 2명이다. 리드 보컬 히로코의 낭랑한 목소리가 주가 되며 이를 메인 보컬 에리코가 안정적으로 뒷받침해준다. 리드 댄서 히토에와 다카코는 코러스와 댄스, 얼굴 마담 역할까지 야무지게 해결해서 괜찮은 조화를 만들어냈다. 이러한 스피드의 인기는 가히 폭발적이어서 뉴 싱글의 기본 판매량이 200~300만장일 정도였고 이후 개편된 모닝 무스메라든지, '클럽형 아이돌'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낸 퍼퓸 등 다양한 하이브리드형 아이돌의 탄생을 위한 든든한 초석이 되어주었다.)

샤이니의 경우도 이와 비슷하다. 만 17세라고는 다소 믿기 힘든 '세상 사랑 다 해본' 목소리 톤을 가진 종현의 보컬 베이스는 샤이니의 든든한 기반암이다. 아직 기본기를 닦을 시기인지라 '딱 이거다!'라는 뚜렷한 개성을 찾기는 다소 이르나 다양한 음역대를 넘나드는것은 물론, 곡 안에서 적당히 놀 줄 아는 탄탄한 기본기가 앞으로의 충분한 가능성을 예견해준다. R&B라는 장르에 잘 어울리는 소울풀한 보컬톤을 가졌으나 훵키한 '산소 같은 너', 현악이 난무하는 'Real'등의 댄스곡에서도 종현의 목소리는 무난하게 어우러진다.

이에 맑고 청아한 느낌의 온유의 목소리가 종현에게 쏠릴 수 있는 보컬 라인의 균형을 잡아준다. 반농담으로, 좀 더 크면 토이의 객원 보컬 라인을 노려봄직도 하다. 방송에서 부른 제임스 잉그램의 'Forever More'라든지, 토이의 '내가 잠시 너의 곁에 살았다는걸' 등을 들어보면 온유는 천성적으로 차분한 박자의 곡들을 완전히 가라앉히지도, 너무 뻔하게 만들지도 않는 보이스 컬러를 가졌다.

여기 '만능열쇠'라는 별명을 가진 KEY는 랩, 노래 모두 안정적으로 해낸다. 사춘기 소년 특유의 변성기를 금방 거친듯한 보이스 컬러를 가진 키의 색깔은 '만 16세 소년의 그것'이다. 의외로 기대하지 않았던 멤버가 키였는데, 라이브에서 '이 쯤이면 틀릴 때도 됐는데?'라는 나의 걱정을 기대로 탈바꿈시킨 멤버다. 조금 과장하면, 모든 파트에 대한 키의 안정적인 소화력에서 샤이니의 가능성이 상당 부분 읽힌다고도 할 수 있겠다.

종현, 온유, 키가 샤이니의 보컬라인 이라면 랩과 댄스 파트는 민호, 태민이다. 샤이니의 숨겨진 열쇠 키와 상당히 저음 톤을 가진 민호는 랩을 담당하고 막내 태민은 리드 댄스와 종종 노래 파트를 맡는다. 민호는 샤이니 결성에서 상당히 많은 랩핑 연습을 한듯 한데, 민호의 화려한 외모에 SPEED의 다카코가 오버랩되었던 것은 사실이었으나 키네틱 플로우의 '몽환의 숲'을 부르는 여유에서 '아, 민호가 단순히 얼굴 마담은 아니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샤이니 속에서도 아이돌인 막내 태민의 경우 '리드 댄서'라는 파트인만큼 댄스에 상당 부분 힘을 할애하고 있어 보컬 파트에 대한 기대가 다소 적은 편이나 소년다운 미성이 샤이니의 컬러와 무난하게 어울리는 편이라 할 수 있다.

아직 병아리 신인이라는 것과 '아이돌' 특성상 프로듀서와 기획사에 전적으로 의존할 수 밖에 없다는 리스크(?)를 감수하고 이들을 봤을 때에도 샤이니는 선배들, 동시대의 아이돌 그룹들과의 차별성이 비교적 뚜렷한 편이다. 1집 앨범 타이틀 '산소 같은 너'의 격한 안무 속에서도 이들은 꿋꿋하게 핸드 마이크를 든다. '우린 이만큼의 춤을 추면서도 이만큼의 라이브를 한다'는 적당한 자신감도 보인다.

앞으로 샤이니의 행방은 어떻게 될 것인가. 지난 번의 포스팅에 다시 한 번 자기태클을 걸자면 샤이니의 정규 1집 앨범은 '산소 같은 너'가 타이틀곡이라는 것 자체가 엄청난 모험을 수도 있다. R&B도 발라드도 아니고 듣도보도 못한 덴마크산 '훵키'한 '댄스'곡이라는 것 자체가 이들에겐 충분한 난제였을 거라는 의견이다. 장르적 도전은 좀 미루더라도, 일단 이들이 아이돌계에서 '컨템퍼러리 보이 밴드'로서의 균형을 잡는 게 우선적으로 행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샤이니가 연예계라는 지긋지긋한 통속적인 상업의 블랙홀 속에서 '컨템퍼러리 보이 밴드'라는 초심의 마음 그대로 통속 예술 속에서의 진정한 '아이돌리즘'을 발휘하길 기대한다. 쉽게 말해, 귀를 즐겁게 해주는 아이돌 그룹의 가능성에 충분한 기대를 걸고 싶다는 말이다.

아이돌이란 무엇인가? 일단 정확한 정의를 알고 넘어가자. 이는 청소년층을 타깃으로 활동하는 배우, 가수 등을 의미한다. 우리 나라 아이돌의 시발점은 '서태지와 아이들'에 있었다. 앞서 흔히 '오빠 부대'로 불리우는 팬덤의 시초는 '조용필'에 있었다.

더러 아이돌이라고 하면 매스 미디어라는 상업성이 농후한 집합의 속물적인 원소라며 색안경부터 끼고 '장르우월론'을 들고 나오는 이들이 있다. 그러나 이는 어쩌면 상당한 시대착오적 발상일 수 있다. 이미 아이돌은 그 자체로 하나의 코드이며 장르다. 범세계적으로 일정 나이를 넘어서서 아이돌이라는 코드를 그러한 오락의 자세로 즐기는 이들이 늘고 있기도 하고, 그 파워 또한 막강해졌다. (여기서 말하는 '파워'를 상술로 밖에 읽지 못한다면 참 안쓰러울 따름이겠다.) 아이돌이 오빠 부대나 몰고 다니는 겉멋든 딴따라 나부랭이라는 인식을 넘어서 R&B, 록, 일렉트로닉 처럼 하나의 장르이자 즐거움 자체로 진화하고 있다는 말이다.

각자의 방식을 인정하면서, 그 나름대로의 '다치고' '찔리며' 자생력을 키워가는 과정을 지켜봐주는 게 진짜 쿨한 리스너의 자세 아닐까. 장르의 우월을 나누는 것이 편의를 위한, 즐거움을 위한 구분이 되어야지 구분 자체를 위한 구분이어서야 되겠는가. 아이돌의 역기능만을 주시한 채 이를 아직도 10대 청소년의 치기어리고 얄팍한 놀이 도구이자 한철의 유행으로밖에 읽지 못한다면 그 문화의 가능성 자체를 배제하는 거나 다름없다. 아이돌 문화에서 21세기 대안 문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읽어내는 것이야말로, 문화의 질적 성장을 위해 지금 우리가 가장 적절하게 취할 수 있는 자세아닐까.

21세기는 물병자리의 시대이기도 하지만 오덕후의 시대이기도 하다. 따지고 보면 장르우월론부터 들고 나오는 당신들이야말로 진정한 오덕후다. 좋은 관심이든, 나쁜 관심이든 어쨌든 관심은 발전의 시작이니까.

[국내외 아이돌 추천곡 BEST (무작위)]
1. 소녀시대 - 소녀시대
2. 모닝 무스메 - LOVE 머신(1999), 러브 레볼루션21(2001)
3. 아라시(嵐) - A.RA.SHI (1999)
4. 샤이니 - 누난 너무 예뻐, 산소 같은 너 (2008)
5. 빅뱅 - 거짓말 (2008)
6. 핸슨(Hanson) - MMbBOp (1997)
7. H.O.T. - 행복 (2000)
8. god - 어머님께 (2000)
9. 젝스키스 - 커플 (2000)
10. 2PM - 10점 만점에 10점 (2008)
11. 핑클 - 영원한 사랑 (1998)
12. S.E.S. - 너를 사랑해 (1999)
13. SS501 - 4 Chance (2007)
14. 슈퍼주니어 - U (2007)
15. 원더걸스 - Tell Me (2007)
16. 서태지와 아이들 - 필승
17. 아이돌 - 바우와우
18. 언타이틀 - 날개
19. 김원준 - SHOW
20. 유승준 - 열정

여기서 잠깐 고민, 보아는 아이돌인가?

[M/V] 샤이니 - 산소 같은 너

바야흐로 90년대 후반부터 밀레니엄으로 넘어가던 때는 보이그룹 평천하였다. 서태지와 아이들의 빅뱅같은 등장 이후 H.O.T.와 젝스키스의 맞대결 구도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된 보이그룹의 역사는 현재 동방신기, 빅뱅, SS501 등에 이르기까지 계속되고 있다. 이들은 가수와 엔터테이너의 경계선에서 나름의 뒤집고 쳐내기를 반복하며 국내 가요계의 노른자 한가운데에 섰다. 방송가의 답습된 몰개성의 고질병속에서 이들은 매체의 칭찬과 힐난을 동시에 받아냈다.  

H.O.T, 동방신기, 슈퍼주니어 등을 배출해낸 SM엔터테인먼트에서 올해 봄, 새롭게 등장한 샤이니도 구성 면에서 다소 안전한 선배들의 노선을 밟으며 시작한다. 5명의 인원, 15~19세 사이의 연령, 리드보컬과 랩퍼 등으로 이뤄진 파트 등이 그것이다. '컨템퍼러리 밴드'를 표방한 이들은 확실히 전자들에 비해 세련됐다. 해외 유명 가수들의 안무를 맡은 리노 나카소네의 안무는 부드럽고 이국적이며, 월드 컬처에 밝은 디자이너 하상백이 전담한 패션 또한 가요 프로그램에서 보기 드문 룩을 보여준다. 이로써 아이돌 그룹으로써 비주얼은 합격점. 그러나 이들은 패셔니스타이기 이전에 '가수'다.

우선 데뷔곡 '누난 너무 예뻐'를 보자. 샤이니의 전세대라고 할 수 있는 90년경의 남성 아이돌 그룹들의 노래에 담긴 담론은 물음표를 띄우게 만드는 사회 비판이나 사랑의 아픔에 한정되어 있었다. 가끔 가족과 팬의 이야기를 하는 정도랄까. 그러나 샤이니는 조금 다르다. 이들은 안해도 될 말은 하지 않는다. 샤이니도 물론 그 나이 또래의 사랑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한 발 나아가 요즘의 핫 이슈인 '연하남 코드'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는 점이 눈에 띈다. 타이틀곡 제목은 무려 '누난 너무 예뻐'. 그들보다 기껏 1~2살 많은 (아이돌에서 한 두 살은 기껏이 아니지만) 동방신기가 '하루만 너의 고양이가 되고 싶어'(HUG), 빅뱅이 'I'm so sorry, But I love you'(거짓말)이라고 읊조렸던 건 이들에 비하면 소심하게 느껴질 정도다. '누난 너무 예뻐서 남자들이 가만안둬' '그녀를 보면 나는 미쳐'라고 저돌적으로 이야기하는 소년들. 괴롭지만 발랄한 이들의 사랑 공식은 정녕 '컨템퍼러리'하다.

'누난 너무 예뻐'의 신선한 파장에 이어 최근에는 정규 앨범 <The SHINee World>가 발매되었다. 타이틀곡 '산소 같은 너'가 덴마크의 곡을 리믹스했다는 점이 다소 아쉬움으로 남지만, 디스코와 펑키 리듬으로 일관된 튠은 이국적이고 신선하다. 하지만 타이틀곡을 제외하고 특별히 눈에 띄는 곡이 없다는 점이 조금 아쉬운 점으로 남는다. 패션도 안무도 컨템퍼러리한데, 음악은 용두사미랄까. 타이틀을 제외하고는 이미 '선배'들이 수백번 해온 과거지향형 음악이 의외일 정도로 많다. 미니 앨범 속의 균형있는 멜로디가 인상적인 '사.계.한.'이나 원색적인 댄스곡 'Real'같은, 혹은 그보다 조금 더 앞으로 나아간 곡들이 많이 들어있길 기대했는데 첫 앨범에 지나치게 겁을 먹은 걸까. 도전을 해줄 적절한 타이밍을 놓친 건 아닌가 싶다.

하지만 샤이니에게 도전의 시간은 앞으로 많다. 브라운관 갇혀 그저 그렇게 머무는 것을 넘어서 문화 자체를 정의하고자 한다는 점이 흥미롭고, 지나치게 멋있는 척 하지 않는 점이 쿨하다. R&B과 록발라드에 지나치게 치중되어 도전과 실험의 불모지가 된 대중 가요계에 등장한 신인 아이돌 샤이니. 이들은 어쩌면 적지 않게 중요한 패를 들고 있는지도 모른다. 올해 이들의 등장 시기는 분명 적절했다. 이제 막 시작하는 아이돌 그룹에게 지나치게 웰메이드 앨범을 기대하는 건 아니지만, 이들이 앞으로 조금 더 도전적이고 과격해지길 바란다. 물론 대중 음악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말이다. [20080903]



  시이나 링고의 솔로곡 '마루노우치 새디스틱' 동경사변 1기 부도칸 라이브 버전이다. 이때의 동경사변은 지금의 재지하고 펑키한 스타일로 변신하기 직전으로 가장 핏이 잘 떨어지는 옷을 입은 것처럼 빼어난 완성미를 자랑한다. 이 영상은 'Dynamite Out/In'이라는 이름으로 DVD로 발매되기도 했는데 PE'Z에서 건반을 맡고 있는 HZM의 환상적인 건반 연주를 보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기초가 탄탄하지 않으면 도저히 불가능한 연주랄까. ('시그마'에서 64건반의 신디를 갖고 노는 광경은 실로 압권이다.)

  이 라이브, 특히 이 영상은 보고 또보고 보고 또보고 보고 또보고 요즘도 우울하면 보고 또보고 보고 또본다. 마루노우치 새디스틱을 웰메이드 넘버로 만들어준 진정한 라이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듯하다. 다소 어설픈 신인 때의 모습, 카리스마로 무장한 솔로 시절 라이브와 비교해보면 뼈를 깎는 노력없이는 절대 이만큼 발전할 수 없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90년대 일본 음악계는 뛰어난 보컬리스트보다는 메이저 록신에 굵고 날카로운 점을 찍어줄 '여성 로커'를 기다렸고 시이나 링고는 이 수요의 조건을 만족시킬 수 있는 유일한 존재였다. 지독하게 아찔했던 예전 모습과는 달리, 지금은 오케스트라를 대동하거나 재지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그녀가 10년 이상 토해낸 농도 짙은 음악들은 한 곡 한 곡이 무시무시하게 매력적이다.

  동경사변 베이시스트이자 프로듀서 카메다 세이지가 없었더라면 지금의 그녀도, 동경사변도 존재할 수 없었을거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베이시스트이자 프로듀서인 카메다는 그녀의 음악 인생에서 뺄래야 뺄 수 없는 스승이다. 그런데 올해 4집 앨범을 들고 나오는 동경사변에서 카메다가 빠졌다고 한다. 밴드에 척추가 빠졌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새 앨범을 기대 해야되나, 걱정 해야되나 고민 된다. 뉴 페이스에게 바통을 넘겨주려나. 혹시 이참에 링고가 숨겨둔 날개를 쫙 필지도 모르니 일단 지켜나보자.

마지막 수정 : 6/16

  강렬한 조명 아래로 애플 노트북의 사과 로고는 조용히 빛난다. 그러나 노트북 위로 펼쳐지는 풍경은 레이버들이 가득한 댄스 클럽인지, 강렬한 록이 흐르는 라이브 클럽인지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로 뜨겁다. 이렇게 힙합 계의 거물 어셔, 호주 출신의 보컬 카일리 미노그 등의 뮤지션들의 음악을 ‘지지고 볶는’ 두 남자가 있다. 이들이 바로 캐나다가 낳은 댄스 뮤직의 바주카포, 마스터크래프트(MSTRKRFT)다.


  록과 댄스 뮤직 사이에서 태어난 사생아, 댄스 록(Dance Rock)은 댄스 펑크, 일렉트로, 일렉트로크래쉬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린다. 이미 몇 해 전부터 유럽을 강타한 이 장르의 중심에 서서 가장 맛있는 요리를 만들어내고 있는 두 사람, Jess F Keeler와 AL-P는 과거력부터가 범상치 않다. JFK는 Death from Above 1979라는 걸출한 토론토 록 밴드 출신이며, AL-P는 미시소거의 일렉트로닉 팝 그룹 Girlareshort 출신이다. 사진만 보면 뉴욕 타임즈를 즐겨 읽으며 코카콜라를 마실법한 친근한 외모를 가졌다. 이를 음악적 카리스마로 커버하려는 시도인지, 가끔 둘은 공포 외화 <프레디와 제이슨>의 주인공들이 쓰고 나올 법한 금색 가면으로 얼굴을 가린채 등장하기도 한다.


  2006년 발매한 EP 앨범 <Easy Love>로 데뷔한 후 그들의 음악은 뮤지션들의 블로그라고 할 수 있는 마이스페이스에서 항상 핫이슈가 되곤 했다. 데모 음원을 올려놓기만 하면 조회수가 하루 사이에 1만 이상을 뛰어 넘었다. 그도 그럴 것이 가십(Gossip), 블록 파티(Bloc Party)등의 개러지 록 밴드부터 제이팝 여가수 하마사키 아유미(Hamasaki Ayumi)의 음악까지 이들의 손을 거치면 범상치 않은 결과물이 탄생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멤버 개인의 블로그를 만들어 각자의 닉네임을 넣은 작업물도 종종 공개하곤 하는데, 이는 두 사람의 넓고 깊은 음악적 스펙트럼이 낳은 여유로움으로 보인다. 


   마이애미의 초대형 음악 축제 울트라 뮤직 페스티벌(UMF)과 토론토의 월드 일렉트로닉 뮤직 페스티벌(WEMF), 호주의 파크라이프(Parklife)등 큼지막한 세계 축제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그들은 소박하게도 사람들이 신나게 춤을 추는 모습을 볼 때 행복감을 보상받는다고 말한다. 세계를 종횡 무진하는 와중에도 지난 3월에는 스티브 아오키(Steve Aoki)의 레이블 Dimmak에서 알맹이 굵은 EP 앨범을 발매했다. 타이틀곡 'Bounce'는 힙합 뮤지션 N.O.R.E의 거침없는 랩핑이 돋보인다. 또한 굵은 가래떡처럼 두툼한 일렉트로 사운드를 뽑아내는 'VUVUVU'는 이미 DJ들의 트랙 리스트에서 빠지면 섭섭한 곡이 되었다.


  록으로 다져진 기본기와 힙합, 그라임 등 흑인 음악에 대한 이해가 미래 전자음악의 동향을 단숨에 읽어버리는 맞춤형 일렉트로 뮤직을 만들어냈다. 빼어난 튠을 만들어내기 위해 하루 15시간씩 작업하는 걸 마다하지 않았다는 그들의 노력이 오늘날 최고의 트랙 메이커를 탄생시킨게 아닐까. 쉽고도 흥겨운 멜로디로 처음 댄스 뮤직을 접하는 이들의 마음을 금세 사로잡아 버리는 능력은 그냥 만들어진 게 아닌 듯 싶다. 어딜 가나 큼지막한 대문자로 쓰인 8글자의 스펠링이 아깝지 않은 그들, 마스터크래프트. 두 장인의 성실한 손길에 오늘도 전세계 클럽의 밤은 뜨겁다.




  고등학생 때부터 음악에 대한 열정을 바쳐온 결과, 국내 최고의 언더그라운드 힙합 레이블 소울 컴퍼니(Soul Company)의 대표로 우뚝 선 키비(Kebee). 마치 친한 친구의 이야기를 듣는 듯 부드럽고 소담하게 느껴지는 그의 음악은 '어깨의 힘을 뺀 힙합 음악'이라는 슬로건으로 대변된다. '이야기 하는 힙합'이라고 하면 괜찮은 정의가 될까. 음악에서 스토리 텔링의 영역을 확장한 그의 음악의 근원에는 '책'이 있다. 평소 독서를 즐긴다는 그의 취미가 걸어 다니는 힙합 소설을 탄생시킨 것이다.

  국내 언더그라운드 힙합의 젊은 거목이라 불리는 소울 컴퍼니가 최근 들어 10대 청소년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면 총칭 일렉트로니카(electronica)라고 불리는 전자 음악은 20~30대 중심의 마니아층에게 다소 한정된 사랑을 받고 있다. 최근 들어 대중가요에서 '오랜만에' 전자 음악의 일면을 차용하려는 모습이 종종 발견된다거나,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 (Pentaport Rock Festival)을 다녀온 뒤 케미컬 브라더스(Chemical Brothers)에 대해 이야기 하는 이들이 늘고 있긴 하지만 일반 대중에게 '이쪽 음악'은 아직 생소하다. 문제는 여러 가지다. 그 중 몇 가지는 문화 전반에 대한 편중된 인식, 일렉트로닉 및 클럽 문화에 대한 선입견, 해외 아티스트 섭외에 대한 통념 등에 있겠다. 하지만 일부 '고수'들이 문제에 집중하는 동안 대중이 잘 밟고 올라서 수 있는 실질적인 징검다리의 건설은 흐지부지 되어버렸다.

  일반 대중 사이에서 '부비부비' '헌팅의 장소' 등 클럽 문화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팽배한 가운데 전자 음악 클럽에 가서 단순히 '듣고 느껴봐라. 이것은 멋진 음악이다'라는 것은 강요에 불과하다. 왜 이해하지 못하냐며 투덜거릴 것이 아니라 초심자들이 보다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최대한의 방법론을 찾는 것이 만들어내는 이들의 몫인 듯 하다. 또한 수용자, 즉 듣는 이의 입장에 볼 때도 '주관'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멋있는 음악이라서 듣는 게 아니다. 남들이 좋다니까 덩달아 듣는 것도 아니다. 장르 구분하면서 머리로 듣는 건 더욱 아니다. 쉽게 말해서 몸으로 느끼자는 말이다. 맛있는 음악을 귀로 먹지 입으로 먹을 수는 없지 않은가.

  국내 음악 신에 대한 여기저기의 걱정이 가득한 가운데 생성과 소멸은 계속되고 있다. 들을 게 없다고 투덜거리는 와중에도 전반적으로 봤을 때, 다행히도 좋은 음악은 꾸준히 나오고 있다. 프리템포(FreeTEMPO), 다이시 댄스(Daishi Dance) 등으로 대변되는 제이팝 하우스(흔히 '시부야 케이'로 불리었으나 현재 시부야 음악과는 차이가 있다고 한다)의 개인 홈페이지 BGM 차트 연일 상위권 등극 등의 현상에 대해 일각에서는 '이제 저 뻔한 사운드가 지겹다'고 말한다. 하지만 초심자들에게는 관심부터가 즐거움의 시작이니 그렇게 격노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만들자고 해서 어느 날 갑자기 뿅 탄생하는 건 아니지만, 이른바 케이팝 하우스를 탄생시키면 되지 않는가. 실로 통통 튀는 [Mojito](2007)를 들고 나와 2008년 한국 대중 음악상 최우수 댄스/일렉트로닉 음반상을 수상한 하우스 룰즈(House Rulez), 여성 보컬 허니제이(Honey-J)를 영입한 오리엔탈 펑크 스튜(Oriental Funk Stew)의 하우스 키퍼 [The House Keeper](2008) 등 반가운 앨범들이 '따라 부르는 전자 음악'의 시도를 계속 하고 있다. 노래방 문화에 익숙한 우리 세대에게 이는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세계적인 DJ 티에스토(Tiesto)는 아테네 올림픽 개막식에서 공연을 열었다. 영국의 젊은이 중 1명은 DJ를 꿈꾼다고 한다. 국내에도 알게 모르게 DJ 지망생들이 늘고 있다. 이렇듯 전 세계적으로 DJ의 위치가 부각되는 가운데 이제 남은 건 국내 DJ들을 튼튼한 거목으로 키우는 일이다. 유료 음악 파일이 가득한 비트포트(http://www.beatport.com/)나 아티스트들의 음원이 가득한 마이 스페이스(http://myspace.com/)을 둘러보면 알 수 있듯, 해외 DJ들이 끊임없이 자작곡을 내는 가운데 국내 DJ들의 자작 음반은 다소 찾아보기 힘들다. 대부분의 DJ들이 클럽에서 음악을 트는 데에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음반 제작 발판 마련'과 '아티스트 대접'이라는 문제는 누구들만의 숙제가 아니다. DJ들의 고민 또한 마찬가지다. 문화다운 문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보기에 일부 왜곡된 모습이 전부인양 인식되기 쉬운 국내 일렉트로닉 문화가 누구나 쉽게 다가갈 수 있는 편안한 오아시스가 되었으면 좋겠다. 대안은 가까운 곳에 있다.

2008. 5.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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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신인 아이돌 그룹 중 눈에 띄는 팀은 SM의 샤이니, JYP의 2AM과 2PM, 엠넷미디어의 다비치 등으로 비교적 쉽게 요약된다. 이 중 일명 '컨템퍼러리 밴드'('Comtemporary'라는 단어는 동시대의 트렌드를 이끌고 해답을 제시하겠다는 이들의 포부가 담겨있다고 기획사와 측은 설명한다)라는 이름을 들고 나온 샤이니(SHINee : '빛'을 의미하는 'shine'라는 어미에 '더블e'가 붙어 '빛을 받는 아이들'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고 기획사 측은 설명한다)는 올해 가장 활발한 활동을 한 보이 밴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들이 지난 24일 선공개한 신곡 '아.미.고.'(Amigo:스페인어로 친구, 여기서는 '아름다운 미녀를 좋아하면 고생한다'라는 중의적 의미를 담고 있다고 기획사 측은 설명한다)는 샤이니, 나아가 아이돌계의 삼성(?)이라고 불리우는 SM 엔터테인먼트의 향후 기획 방향을 여실히 보여주는 곡이다. 최근 미국 진출을 선언한 보아의 'Eat You Up'과 음악 스타일면에서만 보자면 비슷한 맥락이다.

지난 5월말, 샤이니가 '누난 너무 예뻐'라는 곡을 들고 나왔을 때 나는 사실 의아했다. 실로 '지금 현재' 세계 음악 시장은 파워풀한 클럽 댄스튠이 영향력이 (때론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큰 게 분명한데, 도대체 왜 팝알앤비일까? 힙합 계의 큰 형님 카니예 웨스트(Kanye West)도 다프트 펑크(Daft Punk)의 지원 사격을 받고 있는 마당에, 컨템퍼러리 밴드라면 적어도 지글거리되 불필요하지 않은 전자음 하나는 심어주어야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팀의 방향과 실로 '유럽 언더그라운드 일렉트로니카풍의 패션'을 도입했다는 디자이너 하상백의 컨템퍼러리한 의상에 비해 들고 나온 곡이 너무 말랑하다는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곡 자체의 등장 시기는 적절했고, 타겟층도 너무 눈에 보인다 싶을 정도로 분명하다고 할 수 있었지만 말이다.

이후 '누난 너무 예뻐'에 이어 등장한 곡은 마치 파워레인저 형, 누나들의 패션에서 영감을 받은 듯한 패션이 돋보이던 '산소 같은 너'였다. '7~80년대 마이클 잭슨의 음악을 연상시키는 펑키한 디스코 풍의 음악'이라고 기획사측이 설명한 이 곡은 1집 앨범 타이틀곡으로 좀 더 '컨템퍼러리 밴드'라는 이들의 방향성에 가까이 근접한다. 이곡을 타이틀곡으로 내세운 1집 정규 앨범에서, '산소 같은 너'를 제외한 나머지 곡들이 대체로 장롱에 넣어두었다가 급히 먼지를 털고 꺼내놓은 느낌이 컸지만 말이다.

지나간 알앤비, 70년대 풍의 펑키한 디스코 음악까진 다 좋았다. 하지만 그 다음으로 샤이니가 들고 나올 타이틀곡에는 분명히 묵언적으로 요구되는 게 있었다. 이를테면, '너희들이 정말 컨템퍼러리 밴드라면 이젠 진짜 동시대의 음악을 들고 나오란 말이야!' 하는 것 말이다. 물론 지글지글한 음악을 들고 나와야지 지금 현재의 음악이라는 건 아니지만, 신곡 '아.미.고'는 전세계 팝시장의 마이다스 손으로 불리우는 팀발랜드나 넵튠스같은 귀신같이 잘 짜여진 클럽풍 음악을 만들어내는 프로듀서들의 영향이 상당 부분 묻어나있다. 말하자면 그간 샤이니의 음악 중 가장 2008년 다운 곡이란 말이다. 일단 노래 전체를 아우르는 지글거리는 효과음과 뚜렷한 훅부터가 '아, SM이 이제서야 원의도의 샤이니를 보여주려나보다'하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이에 '아.미.고'를 굳이 메인 디쉬라고 하지 않아도 '누난 너무 예뻐'와 '산소 같은 너'는 자동적으로 애피타이저가 된다.

콜드 하트 샤이니, 콜드 아이스 샤이니

그럼 이제 곡 자체를 가지고 얘기해보자. 곡은 처음을 알리는 신호조차없이 시작되는 'Cold Heart Baby, Cold Ice Baby'라는 랩핑을 뒷받침하는 건 가장 최소의 비트와 훅이다. 허나 이후 '야,야,야/만났다/반했다/그녀에게 반했다'까지 듣고 나면 '아!'하고 무릎이 탁 쳐진다. 정확히 3번 루핑된 '야,야,야'는 분명 클럽 DJ가 클럽에서 CDJ(DJ가 사용하는 CD 플레이어 쯤으로 해둡시다)에 CD를 넣고 루프버튼을 눌렀을 때 나는, 이젠 익숙하다못해 조금은 뻔해져버린, 그 소리니까 말이다. 물론 리드보컬 종현이 '사랑해줄 멋진 남'이라고 본인의 나이 답지 않은 풍부한 성량을 자랑하듯 길게 바이브레이션을 뽑는 부분과, 곡의 제목인 '아미고'를 반복해서 외치는 후렴구에선 편곡자 유영진의 H.O.T부터 10년 이상 지속되온 'SM표 댄스 음악' (최근에 알게 된 사실인데 아예 기획사에서는 'SM Performance'의 약자 'SMP'라는 이름으로 SM 가수들의 음악 스타일을 정의해버렸다.) 스타일이 곡의 완성미를 해쳤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강하게 느껴진다. 허나 이러한 종현의 외침 뒤에는 '우리 이번에는 작정하고 클럽 댄스풍 음악을 들고 나왔다. 이 곡이야말로 샤이니가 말하고자하는 진짜 컨템퍼러리한 노래야!'라는 말이 생략되어있다고 이야기하는 것에 분명 무리수는 없을 것이다.

다소 지저분하다 싶을 정도로 지속되는 노이즈와 방송에서 편집될 것을 의식한건지, 곡의 농도에 비해 비교적 짧게 느껴지는 러닝 타임이 아쉬움으로 남는 걸 빼면 '아.미.고'는 그럭저럭 괜찮은 클럽 댄스풍의 대중 음악이다. '아미고'라는 동타이틀의 가사가 반복되면서, '누난 너무 예뻐'나 '산소 같은 너'보다 입에 감기는 느낌이 오히려 더 짙어졌다. '따라부르는 곡'이라는 면에서 전자보다 대중을 더 의식했다는 의미다. 물론 클럽에 갈 나이조차 되지 않은 10대 소년들의 지나치게 성숙한 가사가 아쉽긴 하지만 역으로 이는 '누난 너무 예뻐'보다 더욱 직설적으로 '누나'들에게 소구한다. 

지난 27일, 인기가요 의 첫방송은 이들이 데뷔 5개월차 신인이라고는 조금은 믿기 어려운 농익은 무대였다고 할 만 했다. 리노 나카소네의 공중을 향해 거침없이, 그러나 세련되게 내지르는 안무가 아닌 듯 하여 다소 아쉬웠지만 말이다. 정규 1집을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리패키지 앨범의 타이틀곡으로 등장한 '아.미.고'는 시기면에서, 그리고 음악적 스타일면에서 샤이니가 꺼내는 2008년 신인상을 향한 직설적인 통첩이자, 이들에겐 운명의 수레바퀴같은 곡이다. 이를  전진의 방향으로 끌고 가는 것은 오직 샤이니 본인들, 나아가 SM엔터테인먼트의 몫으로 남을 것이다. [마지막 수정:10/28]

   


[M/V] SHINee - 누난 너무 예뻐 (Replay)

대한민국에서 90년대 말에 학창시절을 보낸 70~80년대생이라면 교복입을 시절에 한 팀 이상의 아이돌 그룹에 눈독을 들였을 가능성이 높다. 좋은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매스 미디어가 국민의 생활 자체에 적지 않은 영향력을 끼치는 대한민국이니까 말이다. 나 또한 TV 속 아이돌에 흥분하던 철부지 중학생이었다.

요즘 그 후로 유럽 인디록이다, 일렉트로다, 장르 구분에 빠져 정신줄을 놓았지만 최근부터는 나도 모르게 양가적 노선을 타게 되었다. 마이스페이스에서 재생수 100이 넘지 않는 해외의 베드룸 뮤지션과 TV에 틀기만 하면 나올 정도로 접근성이 높은 국내 아이돌에 대해 동급의 관심을 갖게 되었다는 말이다. (물론 그 관심엔 교복 입던 시절에 대한 향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이렇듯 아이돌에 대한 내 개인적 관심의 최대 방점은 데뷔 4개월의 병아리 신인, 샤이니가 찍었다고 말하고 싶다. 나는 얼마 전의 포스팅에서 SM 엔터테인먼트의 신인 그룹 샤이니의 이야기를 한 적 있는데, 어제 이들이 케이블 방송 Mnet의 가요 순위 프로그램 Mnet Countdown에서 1위를 차지했다. 결론만 듣고보면 누군가는 일개 케이블 방송의 순위 놀음이라고 누군가는 폄하할 수도 있겠으나, 서럽게 울며 트로피를 치켜들던 어린 소년들을 보자 또 여러 가지 생각이 들어 몇 자 적게 되었다.

지난 번 샤이니에 대한 글에서 '컨템퍼러리' 그룹인데 지나치게 음악은 과거형이라는 말을 한 적이 있는데, 이들이 '컨템퍼러리 R&B 보이 밴드'라고 하면 또 얘기가 달라진다는 생각이 최근, 아주 뒤늦게 들었다. 지나친 말장난일수도 있는데, 이것은 아무래도 '컨템퍼러리=일렉트로 컬처'라는 내 머릿 속의 주관적인 도식 탓이 컸다. 개인적으로라는 말을 참 싫어하지만 '개인적으로' 잘 듣지 않는 두 가지 장르는 R&B와 트랜스인데, 세계 대중 음악계에서 리듬 앤 블루스의 힘은 매우 막강하며 그것이 우리 나라 대중 가요에 미치는 파급 효과 또한 굉장히 크다는 사실을, 나는 위 글에서 살짝 배제한 듯 싶다. (이는 우리 나라에서 R&B의 입지에 대한 호불호를 가리는 게 아니라 SG워너비, 씨야 등 가요계 상위 차트에서 대중 가수들이 들고 나오는 장르의 카테고리에 대한 얘기다.)

(삼천포)
여기서 한 가지 재미있는 얘기를 하자면 알만한 R&B 싱어들의 외도인데, 간단히 서양에선 존 레전드. 동양에선 MISIA를 놓고 보자. 아트풀 도저(Artful Doger)류의 투스텝 개러지를 연상시키는 John Legend의 8월 발매 싱글 'Green Light'(feat.Andre 3000)은 전작 <Once Again>이 보여준 소울 충만한 넘버에서 상당 부분 벗어나 있다. 이 곡을 듣는 순간 '아, 이러다 아민 반 뷰렌이나 데이비드 게타의 객원 싱어로 나서는 건 아닐까?'하는 생각도 들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이미 MSTRKRFT가 선수를 쳐서 이 곡을 키츠네 컴필레이션에 실릴 법한 일렉트로 넘버로 변신시켜 놓았다. 또한 다음 주 26일 국내에 첫 내한하는 일본 소울 싱어 MISIA 또한 'Catch the Rainbow'라는 클럽 비트의 곡을 선보이며 변신을 꾀했다. 170만장의 판매고를 올린 베스트 싱글 'Everything' 이후 작은 체구에서 뿜어져나오는 거라고 믿기 어려운 풍만한 보컬로 일본 열도를 감싸안던 그녀가, 하우스 비트라니! 리스너들의 의견이 이리저리 엇갈리고 있으나 이런들 어떠고 저런들 어떠하랴. R&B를 뚝심있게 고집해오던 그녀인 탓에 우리 입장에선 당장은 어색할 수도 있겠지만, 이대로 계속 발전해서 OM Records 뺨치는 소울풀 하우스를 들고 나온다면 그 때도 야유를 보낼텐가! 싶을 정도로 나쁘지 않는 소화력을 보여준다. (역시 기본이 탄탄하고 봐야하는가)
(삼천포 끝)

다시 '컨템퍼러리 보이 밴드' 샤이니로 돌아와보자.

보통 '아이돌=통속 문화=저급 문화'라는 의견을 가진 이들은 '아이돌은 라이브보고 정 떨어진다' 더 심하게 얘기하면, '아이돌은 입 뻥긋거리는 참새들일 뿐이다'라고 말한다. 그러나 샤이니의 경우는 이런 부분에서 많이 빗겨나 있다고 볼 수 있다.

일단 샤이니는 보컬과 비보컬 라인이 유난히 뚜렷하다. 조금 지독하게 말하자면, 애초에 비보컬에 대한 보컬 능력의 기대치 자체를 불식시켜버렸을 수도 있다. 실로 민호와 태민에게 일정 수준의 보컬을 기대하는 건 무리다. TRF의 샘과 SPEED의 히토에, 다카코에게 우타다 히카루의 발성을 기대할 수는 없지 않은가. 어떻게 보면 이렇게 뚜렷한 파트의 구분은 아이돌이라는 말많고 탈많은 퍼즐의 제 자리를 맞추는데 상당 부분 도움이 된 건 아닐까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들에게는 정 떨어질만큼 뚜렷한 기계적 분업화가 아닌, 아이돌다운 '유드리'가 있다는 것이다.

아이돌의 메카인 일본, 그 중 아이돌의 파트 분업화가 가장 잘 된 여성 그룹 SPEED의 경우를 들어보자. (그 전에도 MAX, 슈퍼 몽키즈 등 다양한 시도를 보여주었던 그룹들이 있으나 '너무 먼 과거이므로' 생략하기로 한다.) 일단 4명의 멤버에서 파트를 나누자면 보컬은 2명, 댄서는 2명이다. 리드 보컬 히로코의 낭랑한 목소리가 주가 되며 이를 메인 보컬 에리코가 안정적으로 뒷받침해준다. 리드 댄서 히토에와 다카코는 코러스와 댄스, 얼굴 마담 역할까지 야무지게 해결해서 괜찮은 조화를 만들어냈다. 이러한 스피드의 인기는 가히 폭발적이어서 뉴 싱글의 기본 판매량이 200~300만장일 정도였고 이후 개편된 모닝 무스메라든지, '클럽형 아이돌'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낸 퍼퓸 등 다양한 하이브리드형 아이돌의 탄생을 위한 든든한 초석이 되어주었다.)

샤이니의 경우도 이와 비슷하다. 만 17세라고는 다소 믿기 힘든 '세상 사랑 다 해본' 목소리 톤을 가진 종현의 보컬 베이스는 샤이니의 든든한 기반암이다. 아직 기본기를 닦을 시기인지라 '딱 이거다!'라는 뚜렷한 개성을 찾기는 다소 이르나 다양한 음역대를 넘나드는것은 물론, 곡 안에서 적당히 놀 줄 아는 탄탄한 기본기가 앞으로의 충분한 가능성을 예견해준다. R&B라는 장르에 잘 어울리는 소울풀한 보컬톤을 가졌으나 훵키한 '산소 같은 너', 현악이 난무하는 'Real'등의 댄스곡에서도 종현의 목소리는 무난하게 어우러진다.

이에 맑고 청아한 느낌의 온유의 목소리가 종현에게 쏠릴 수 있는 보컬 라인의 균형을 잡아준다. 반농담으로, 좀 더 크면 토이의 객원 보컬 라인을 노려봄직도 하다. 방송에서 부른 제임스 잉그램의 'Forever More'라든지, 토이의 '내가 잠시 너의 곁에 살았다는걸' 등을 들어보면 온유는 천성적으로 차분한 박자의 곡들을 완전히 가라앉히지도, 너무 뻔하게 만들지도 않는 보이스 컬러를 가졌다.

여기 '만능열쇠'라는 별명을 가진 KEY는 랩, 노래 모두 안정적으로 해낸다. 사춘기 소년 특유의 변성기를 금방 거친듯한 보이스 컬러를 가진 키의 색깔은 '만 16세 소년의 그것'이다. 의외로 기대하지 않았던 멤버가 키였는데, 라이브에서 '이 쯤이면 틀릴 때도 됐는데?'라는 나의 걱정을 기대로 탈바꿈시킨 멤버다. 조금 과장하면, 모든 파트에 대한 키의 안정적인 소화력에서 샤이니의 가능성이 상당 부분 읽힌다고도 할 수 있겠다.

종현, 온유, 키가 샤이니의 보컬라인 이라면 랩과 댄스 파트는 민호, 태민이다. 샤이니의 숨겨진 열쇠 키와 상당히 저음 톤을 가진 민호는 랩을 담당하고 막내 태민은 리드 댄스와 종종 노래 파트를 맡는다. 민호는 샤이니 결성에서 상당히 많은 랩핑 연습을 한듯 한데, 민호의 화려한 외모에 SPEED의 다카코가 오버랩되었던 것은 사실이었으나 키네틱 플로우의 '몽환의 숲'을 부르는 여유에서 '아, 민호가 단순히 얼굴 마담은 아니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샤이니 속에서도 아이돌인 막내 태민의 경우 '리드 댄서'라는 파트인만큼 댄스에 상당 부분 힘을 할애하고 있어 보컬 파트에 대한 기대가 다소 적은 편이나 소년다운 미성이 샤이니의 컬러와 무난하게 어울리는 편이라 할 수 있다.

아직 병아리 신인이라는 것과 '아이돌' 특성상 프로듀서와 기획사에 전적으로 의존할 수 밖에 없다는 리스크(?)를 감수하고 이들을 봤을 때에도 샤이니는 선배들, 동시대의 아이돌 그룹들과의 차별성이 비교적 뚜렷한 편이다. 1집 앨범 타이틀 '산소 같은 너'의 격한 안무 속에서도 이들은 꿋꿋하게 핸드 마이크를 든다. '우린 이만큼의 춤을 추면서도 이만큼의 라이브를 한다'는 적당한 자신감도 보인다.

앞으로 샤이니의 행방은 어떻게 될 것인가. 지난 번의 포스팅에 다시 한 번 자기태클을 걸자면 샤이니의 정규 1집 앨범은 '산소 같은 너'가 타이틀곡이라는 것 자체가 엄청난 모험을 수도 있다. R&B도 발라드도 아니고 듣도보도 못한 덴마크산 '훵키'한 '댄스'곡이라는 것 자체가 이들에겐 충분한 난제였을 거라는 의견이다. 장르적 도전은 좀 미루더라도, 일단 이들이 아이돌계에서 '컨템퍼러리 보이 밴드'로서의 균형을 잡는 게 우선적으로 행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샤이니가 연예계라는 지긋지긋한 통속적인 상업의 블랙홀 속에서 '컨템퍼러리 보이 밴드'라는 초심의 마음 그대로 통속 예술 속에서의 진정한 '아이돌리즘'을 발휘하길 기대한다. 쉽게 말해, 귀를 즐겁게 해주는 아이돌 그룹의 가능성에 충분한 기대를 걸고 싶다는 말이다.

아이돌이란 무엇인가? 일단 정확한 정의를 알고 넘어가자. 이는 청소년층을 타깃으로 활동하는 배우, 가수 등을 의미한다. 우리 나라 아이돌의 시발점은 '서태지와 아이들'에 있었다. 앞서 흔히 '오빠 부대'로 불리우는 팬덤의 시초는 '조용필'에 있었다.

더러 아이돌이라고 하면 매스 미디어라는 상업성이 농후한 집합의 속물적인 원소라며 색안경부터 끼고 '장르우월론'을 들고 나오는 이들이 있다. 그러나 이는 어쩌면 상당한 시대착오적 발상일 수 있다. 이미 아이돌은 그 자체로 하나의 코드이며 장르다. 범세계적으로 일정 나이를 넘어서서 아이돌이라는 코드를 그러한 오락의 자세로 즐기는 이들이 늘고 있기도 하고, 그 파워 또한 막강해졌다. (여기서 말하는 '파워'를 상술로 밖에 읽지 못한다면 참 안쓰러울 따름이겠다.) 아이돌이 오빠 부대나 몰고 다니는 겉멋든 딴따라 나부랭이라는 인식을 넘어서 R&B, 록, 일렉트로닉 처럼 하나의 장르이자 즐거움 자체로 진화하고 있다는 말이다.

각자의 방식을 인정하면서, 그 나름대로의 '다치고' '찔리며' 자생력을 키워가는 과정을 지켜봐주는 게 진짜 쿨한 리스너의 자세 아닐까. 장르의 우월을 나누는 것이 편의를 위한, 즐거움을 위한 구분이 되어야지 구분 자체를 위한 구분이어서야 되겠는가. 아이돌의 역기능만을 주시한 채 이를 아직도 10대 청소년의 치기어리고 얄팍한 놀이 도구이자 한철의 유행으로밖에 읽지 못한다면 그 문화의 가능성 자체를 배제하는 거나 다름없다. 아이돌 문화에서 21세기 대안 문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읽어내는 것이야말로, 문화의 질적 성장을 위해 지금 우리가 가장 적절하게 취할 수 있는 자세아닐까.

21세기는 물병자리의 시대이기도 하지만 오덕후의 시대이기도 하다. 따지고 보면 장르우월론부터 들고 나오는 당신들이야말로 진정한 오덕후다. 좋은 관심이든, 나쁜 관심이든 어쨌든 관심은 발전의 시작이니까.

[국내외 아이돌 추천곡 BEST (무작위)]
1. 소녀시대 - 소녀시대
2. 모닝 무스메 - LOVE 머신(1999), 러브 레볼루션21(2001)
3. 아라시(嵐) - A.RA.SHI (1999)
4. 샤이니 - 누난 너무 예뻐, 산소 같은 너 (2008)
5. 빅뱅 - 거짓말 (2008)
6. 핸슨(Hanson) - MMbBOp (1997)
7. H.O.T. - 행복 (2000)
8. god - 어머님께 (2000)
9. 젝스키스 - 커플 (2000)
10. 2PM - 10점 만점에 10점 (2008)
11. 핑클 - 영원한 사랑 (1998)
12. S.E.S. - 너를 사랑해 (1999)
13. SS501 - 4 Chance (2007)
14. 슈퍼주니어 - U (2007)
15. 원더걸스 - Tell Me (2007)
16. 서태지와 아이들 - 필승
17. 아이돌 - 바우와우
18. 언타이틀 - 날개
19. 김원준 - SHOW
20. 유승준 - 열정

여기서 잠깐 고민, 보아는 아이돌인가?

[M/V] 샤이니 - 산소 같은 너

바야흐로 90년대 후반부터 밀레니엄으로 넘어가던 때는 보이그룹 평천하였다. 서태지와 아이들의 빅뱅같은 등장 이후 H.O.T.와 젝스키스의 맞대결 구도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된 보이그룹의 역사는 현재 동방신기, 빅뱅, SS501 등에 이르기까지 계속되고 있다. 이들은 가수와 엔터테이너의 경계선에서 나름의 뒤집고 쳐내기를 반복하며 국내 가요계의 노른자 한가운데에 섰다. 방송가의 답습된 몰개성의 고질병속에서 이들은 매체의 칭찬과 힐난을 동시에 받아냈다.  

H.O.T, 동방신기, 슈퍼주니어 등을 배출해낸 SM엔터테인먼트에서 올해 봄, 새롭게 등장한 샤이니도 구성 면에서 다소 안전한 선배들의 노선을 밟으며 시작한다. 5명의 인원, 15~19세 사이의 연령, 리드보컬과 랩퍼 등으로 이뤄진 파트 등이 그것이다. '컨템퍼러리 밴드'를 표방한 이들은 확실히 전자들에 비해 세련됐다. 해외 유명 가수들의 안무를 맡은 리노 나카소네의 안무는 부드럽고 이국적이며, 월드 컬처에 밝은 디자이너 하상백이 전담한 패션 또한 가요 프로그램에서 보기 드문 룩을 보여준다. 이로써 아이돌 그룹으로써 비주얼은 합격점. 그러나 이들은 패셔니스타이기 이전에 '가수'다.

우선 데뷔곡 '누난 너무 예뻐'를 보자. 샤이니의 전세대라고 할 수 있는 90년경의 남성 아이돌 그룹들의 노래에 담긴 담론은 물음표를 띄우게 만드는 사회 비판이나 사랑의 아픔에 한정되어 있었다. 가끔 가족과 팬의 이야기를 하는 정도랄까. 그러나 샤이니는 조금 다르다. 이들은 안해도 될 말은 하지 않는다. 샤이니도 물론 그 나이 또래의 사랑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한 발 나아가 요즘의 핫 이슈인 '연하남 코드'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는 점이 눈에 띈다. 타이틀곡 제목은 무려 '누난 너무 예뻐'. 그들보다 기껏 1~2살 많은 (아이돌에서 한 두 살은 기껏이 아니지만) 동방신기가 '하루만 너의 고양이가 되고 싶어'(HUG), 빅뱅이 'I'm so sorry, But I love you'(거짓말)이라고 읊조렸던 건 이들에 비하면 소심하게 느껴질 정도다. '누난 너무 예뻐서 남자들이 가만안둬' '그녀를 보면 나는 미쳐'라고 저돌적으로 이야기하는 소년들. 괴롭지만 발랄한 이들의 사랑 공식은 정녕 '컨템퍼러리'하다.

'누난 너무 예뻐'의 신선한 파장에 이어 최근에는 정규 앨범 <The SHINee World>가 발매되었다. 타이틀곡 '산소 같은 너'가 덴마크의 곡을 리믹스했다는 점이 다소 아쉬움으로 남지만, 디스코와 펑키 리듬으로 일관된 튠은 이국적이고 신선하다. 하지만 타이틀곡을 제외하고 특별히 눈에 띄는 곡이 없다는 점이 조금 아쉬운 점으로 남는다. 패션도 안무도 컨템퍼러리한데, 음악은 용두사미랄까. 타이틀을 제외하고는 이미 '선배'들이 수백번 해온 과거지향형 음악이 의외일 정도로 많다. 미니 앨범 속의 균형있는 멜로디가 인상적인 '사.계.한.'이나 원색적인 댄스곡 'Real'같은, 혹은 그보다 조금 더 앞으로 나아간 곡들이 많이 들어있길 기대했는데 첫 앨범에 지나치게 겁을 먹은 걸까. 도전을 해줄 적절한 타이밍을 놓친 건 아닌가 싶다.

하지만 샤이니에게 도전의 시간은 앞으로 많다. 브라운관 갇혀 그저 그렇게 머무는 것을 넘어서 문화 자체를 정의하고자 한다는 점이 흥미롭고, 지나치게 멋있는 척 하지 않는 점이 쿨하다. R&B과 록발라드에 지나치게 치중되어 도전과 실험의 불모지가 된 대중 가요계에 등장한 신인 아이돌 샤이니. 이들은 어쩌면 적지 않게 중요한 패를 들고 있는지도 모른다. 올해 이들의 등장 시기는 분명 적절했다. 이제 막 시작하는 아이돌 그룹에게 지나치게 웰메이드 앨범을 기대하는 건 아니지만, 이들이 앞으로 조금 더 도전적이고 과격해지길 바란다. 물론 대중 음악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말이다. [20080903]



  시이나 링고의 솔로곡 '마루노우치 새디스틱' 동경사변 1기 부도칸 라이브 버전이다. 이때의 동경사변은 지금의 재지하고 펑키한 스타일로 변신하기 직전으로 가장 핏이 잘 떨어지는 옷을 입은 것처럼 빼어난 완성미를 자랑한다. 이 영상은 'Dynamite Out/In'이라는 이름으로 DVD로 발매되기도 했는데 PE'Z에서 건반을 맡고 있는 HZM의 환상적인 건반 연주를 보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기초가 탄탄하지 않으면 도저히 불가능한 연주랄까. ('시그마'에서 64건반의 신디를 갖고 노는 광경은 실로 압권이다.)

  이 라이브, 특히 이 영상은 보고 또보고 보고 또보고 보고 또보고 요즘도 우울하면 보고 또보고 보고 또본다. 마루노우치 새디스틱을 웰메이드 넘버로 만들어준 진정한 라이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듯하다. 다소 어설픈 신인 때의 모습, 카리스마로 무장한 솔로 시절 라이브와 비교해보면 뼈를 깎는 노력없이는 절대 이만큼 발전할 수 없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90년대 일본 음악계는 뛰어난 보컬리스트보다는 메이저 록신에 굵고 날카로운 점을 찍어줄 '여성 로커'를 기다렸고 시이나 링고는 이 수요의 조건을 만족시킬 수 있는 유일한 존재였다. 지독하게 아찔했던 예전 모습과는 달리, 지금은 오케스트라를 대동하거나 재지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그녀가 10년 이상 토해낸 농도 짙은 음악들은 한 곡 한 곡이 무시무시하게 매력적이다.

  동경사변 베이시스트이자 프로듀서 카메다 세이지가 없었더라면 지금의 그녀도, 동경사변도 존재할 수 없었을거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베이시스트이자 프로듀서인 카메다는 그녀의 음악 인생에서 뺄래야 뺄 수 없는 스승이다. 그런데 올해 4집 앨범을 들고 나오는 동경사변에서 카메다가 빠졌다고 한다. 밴드에 척추가 빠졌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새 앨범을 기대 해야되나, 걱정 해야되나 고민 된다. 뉴 페이스에게 바통을 넘겨주려나. 혹시 이참에 링고가 숨겨둔 날개를 쫙 필지도 모르니 일단 지켜나보자.

마지막 수정 : 6/16

  강렬한 조명 아래로 애플 노트북의 사과 로고는 조용히 빛난다. 그러나 노트북 위로 펼쳐지는 풍경은 레이버들이 가득한 댄스 클럽인지, 강렬한 록이 흐르는 라이브 클럽인지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로 뜨겁다. 이렇게 힙합 계의 거물 어셔, 호주 출신의 보컬 카일리 미노그 등의 뮤지션들의 음악을 ‘지지고 볶는’ 두 남자가 있다. 이들이 바로 캐나다가 낳은 댄스 뮤직의 바주카포, 마스터크래프트(MSTRKRFT)다.


  록과 댄스 뮤직 사이에서 태어난 사생아, 댄스 록(Dance Rock)은 댄스 펑크, 일렉트로, 일렉트로크래쉬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린다. 이미 몇 해 전부터 유럽을 강타한 이 장르의 중심에 서서 가장 맛있는 요리를 만들어내고 있는 두 사람, Jess F Keeler와 AL-P는 과거력부터가 범상치 않다. JFK는 Death from Above 1979라는 걸출한 토론토 록 밴드 출신이며, AL-P는 미시소거의 일렉트로닉 팝 그룹 Girlareshort 출신이다. 사진만 보면 뉴욕 타임즈를 즐겨 읽으며 코카콜라를 마실법한 친근한 외모를 가졌다. 이를 음악적 카리스마로 커버하려는 시도인지, 가끔 둘은 공포 외화 <프레디와 제이슨>의 주인공들이 쓰고 나올 법한 금색 가면으로 얼굴을 가린채 등장하기도 한다.


  2006년 발매한 EP 앨범 <Easy Love>로 데뷔한 후 그들의 음악은 뮤지션들의 블로그라고 할 수 있는 마이스페이스에서 항상 핫이슈가 되곤 했다. 데모 음원을 올려놓기만 하면 조회수가 하루 사이에 1만 이상을 뛰어 넘었다. 그도 그럴 것이 가십(Gossip), 블록 파티(Bloc Party)등의 개러지 록 밴드부터 제이팝 여가수 하마사키 아유미(Hamasaki Ayumi)의 음악까지 이들의 손을 거치면 범상치 않은 결과물이 탄생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멤버 개인의 블로그를 만들어 각자의 닉네임을 넣은 작업물도 종종 공개하곤 하는데, 이는 두 사람의 넓고 깊은 음악적 스펙트럼이 낳은 여유로움으로 보인다. 


   마이애미의 초대형 음악 축제 울트라 뮤직 페스티벌(UMF)과 토론토의 월드 일렉트로닉 뮤직 페스티벌(WEMF), 호주의 파크라이프(Parklife)등 큼지막한 세계 축제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그들은 소박하게도 사람들이 신나게 춤을 추는 모습을 볼 때 행복감을 보상받는다고 말한다. 세계를 종횡 무진하는 와중에도 지난 3월에는 스티브 아오키(Steve Aoki)의 레이블 Dimmak에서 알맹이 굵은 EP 앨범을 발매했다. 타이틀곡 'Bounce'는 힙합 뮤지션 N.O.R.E의 거침없는 랩핑이 돋보인다. 또한 굵은 가래떡처럼 두툼한 일렉트로 사운드를 뽑아내는 'VUVUVU'는 이미 DJ들의 트랙 리스트에서 빠지면 섭섭한 곡이 되었다.


  록으로 다져진 기본기와 힙합, 그라임 등 흑인 음악에 대한 이해가 미래 전자음악의 동향을 단숨에 읽어버리는 맞춤형 일렉트로 뮤직을 만들어냈다. 빼어난 튠을 만들어내기 위해 하루 15시간씩 작업하는 걸 마다하지 않았다는 그들의 노력이 오늘날 최고의 트랙 메이커를 탄생시킨게 아닐까. 쉽고도 흥겨운 멜로디로 처음 댄스 뮤직을 접하는 이들의 마음을 금세 사로잡아 버리는 능력은 그냥 만들어진 게 아닌 듯 싶다. 어딜 가나 큼지막한 대문자로 쓰인 8글자의 스펠링이 아깝지 않은 그들, 마스터크래프트. 두 장인의 성실한 손길에 오늘도 전세계 클럽의 밤은 뜨겁다.




  고등학생 때부터 음악에 대한 열정을 바쳐온 결과, 국내 최고의 언더그라운드 힙합 레이블 소울 컴퍼니(Soul Company)의 대표로 우뚝 선 키비(Kebee). 마치 친한 친구의 이야기를 듣는 듯 부드럽고 소담하게 느껴지는 그의 음악은 '어깨의 힘을 뺀 힙합 음악'이라는 슬로건으로 대변된다. '이야기 하는 힙합'이라고 하면 괜찮은 정의가 될까. 음악에서 스토리 텔링의 영역을 확장한 그의 음악의 근원에는 '책'이 있다. 평소 독서를 즐긴다는 그의 취미가 걸어 다니는 힙합 소설을 탄생시킨 것이다.

  국내 언더그라운드 힙합의 젊은 거목이라 불리는 소울 컴퍼니가 최근 들어 10대 청소년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면 총칭 일렉트로니카(electronica)라고 불리는 전자 음악은 20~30대 중심의 마니아층에게 다소 한정된 사랑을 받고 있다. 최근 들어 대중가요에서 '오랜만에' 전자 음악의 일면을 차용하려는 모습이 종종 발견된다거나,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 (Pentaport Rock Festival)을 다녀온 뒤 케미컬 브라더스(Chemical Brothers)에 대해 이야기 하는 이들이 늘고 있긴 하지만 일반 대중에게 '이쪽 음악'은 아직 생소하다. 문제는 여러 가지다. 그 중 몇 가지는 문화 전반에 대한 편중된 인식, 일렉트로닉 및 클럽 문화에 대한 선입견, 해외 아티스트 섭외에 대한 통념 등에 있겠다. 하지만 일부 '고수'들이 문제에 집중하는 동안 대중이 잘 밟고 올라서 수 있는 실질적인 징검다리의 건설은 흐지부지 되어버렸다.

  일반 대중 사이에서 '부비부비' '헌팅의 장소' 등 클럽 문화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팽배한 가운데 전자 음악 클럽에 가서 단순히 '듣고 느껴봐라. 이것은 멋진 음악이다'라는 것은 강요에 불과하다. 왜 이해하지 못하냐며 투덜거릴 것이 아니라 초심자들이 보다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최대한의 방법론을 찾는 것이 만들어내는 이들의 몫인 듯 하다. 또한 수용자, 즉 듣는 이의 입장에 볼 때도 '주관'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멋있는 음악이라서 듣는 게 아니다. 남들이 좋다니까 덩달아 듣는 것도 아니다. 장르 구분하면서 머리로 듣는 건 더욱 아니다. 쉽게 말해서 몸으로 느끼자는 말이다. 맛있는 음악을 귀로 먹지 입으로 먹을 수는 없지 않은가.

  국내 음악 신에 대한 여기저기의 걱정이 가득한 가운데 생성과 소멸은 계속되고 있다. 들을 게 없다고 투덜거리는 와중에도 전반적으로 봤을 때, 다행히도 좋은 음악은 꾸준히 나오고 있다. 프리템포(FreeTEMPO), 다이시 댄스(Daishi Dance) 등으로 대변되는 제이팝 하우스(흔히 '시부야 케이'로 불리었으나 현재 시부야 음악과는 차이가 있다고 한다)의 개인 홈페이지 BGM 차트 연일 상위권 등극 등의 현상에 대해 일각에서는 '이제 저 뻔한 사운드가 지겹다'고 말한다. 하지만 초심자들에게는 관심부터가 즐거움의 시작이니 그렇게 격노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만들자고 해서 어느 날 갑자기 뿅 탄생하는 건 아니지만, 이른바 케이팝 하우스를 탄생시키면 되지 않는가. 실로 통통 튀는 [Mojito](2007)를 들고 나와 2008년 한국 대중 음악상 최우수 댄스/일렉트로닉 음반상을 수상한 하우스 룰즈(House Rulez), 여성 보컬 허니제이(Honey-J)를 영입한 오리엔탈 펑크 스튜(Oriental Funk Stew)의 하우스 키퍼 [The House Keeper](2008) 등 반가운 앨범들이 '따라 부르는 전자 음악'의 시도를 계속 하고 있다. 노래방 문화에 익숙한 우리 세대에게 이는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세계적인 DJ 티에스토(Tiesto)는 아테네 올림픽 개막식에서 공연을 열었다. 영국의 젊은이 중 1명은 DJ를 꿈꾼다고 한다. 국내에도 알게 모르게 DJ 지망생들이 늘고 있다. 이렇듯 전 세계적으로 DJ의 위치가 부각되는 가운데 이제 남은 건 국내 DJ들을 튼튼한 거목으로 키우는 일이다. 유료 음악 파일이 가득한 비트포트(http://www.beatport.com/)나 아티스트들의 음원이 가득한 마이 스페이스(http://myspace.com/)을 둘러보면 알 수 있듯, 해외 DJ들이 끊임없이 자작곡을 내는 가운데 국내 DJ들의 자작 음반은 다소 찾아보기 힘들다. 대부분의 DJ들이 클럽에서 음악을 트는 데에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음반 제작 발판 마련'과 '아티스트 대접'이라는 문제는 누구들만의 숙제가 아니다. DJ들의 고민 또한 마찬가지다. 문화다운 문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보기에 일부 왜곡된 모습이 전부인양 인식되기 쉬운 국내 일렉트로닉 문화가 누구나 쉽게 다가갈 수 있는 편안한 오아시스가 되었으면 좋겠다. 대안은 가까운 곳에 있다.

2008. 5.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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